천황주의자이면서 군국주의자인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는 한편으론 60년대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로 노벨 문학상에 5차례나 후보로 오를 정도로 참 이율 배반적인 느낌의 일본 작가이지요.
사실 개인적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금각사는 읽어 본 적이 없고 다른 작품 역시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읽을 당시에는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란 사실도 잘 몰랐지요.
제가 읽은 그의 작품은 바로 부도덕 교육강좌란 책입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집안에 굴러 다닌던 책이었는데 아마 6~70년대에 번역된 책으로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세로 읽기였기 때문이죠.제가 읽었던 책은 붉은색 양장본 비슷한 표지의 책인데 특징이라면 매우 유머스러운 그림이 책 내용 중간 중간에 있다는 사실이데 아마도 당시 일본 원저에 있던 삽화를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그래서 구글에 검색해 봐도 당최 찾을 길이 없네요.시간이 나면 본가에 봐서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부도덕 교육강좌는 1950년대 '주간 명성'이라는 여성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단행본으로 펴낸 에세이 집으로 67편의 부도덕 교육에 해설에 적혀 있지요.그가 서문에 밝혔듯 "세간에 널리 퍼져 있는 '도덕적'이라는 말을 비꼬아" 쓴 글들로 '선생을 무시하라, 속으로만' '약자를 괴롭혀라' '남의 불행을 기뻐하라'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글 67편으로 풍자와 독설의 성찬을 벌이고 있습니다.
부도덕을 권하는 듯한 이 제목들은 역설적인 장치로 도덕적인 척하는 위선을 꼬집고, 부도덕하다고 비난받는 행동의 이면을 들춰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본질을 파헤치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도덕 교육강좌만 읽으면 미사마 유키오가 과격한 우익작가라고 변신할 거란 예상을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실제 미시마 유키오는 이 책을 저술한지 7년후인 1966년 단편 우국을 쓰고 이후 70년에 자위대 봉기를 요구하다 할복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요.
부도덕 교육 강좌는 "친구를 배신하라", "약속을 지키지 마라"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도덕적 규범들이 때로는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겉으로만 고결한 척하는 세태의 위선을 부도덕이라는 거울로 비추어 보여주는 것같습니다.
그리고 "악을 모르고서는 참된 선을 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무조건적인 도덕 강요보다 부도덕의 본질을 직시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이 지켜야 할 진정한 윤리적 가치가 무엇인지 독자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사회 통념이나 관습에 맹목적으로 순응하기보다, 자신의 욕망과 본성에 솔직해지라는 메시지를 책속에 담고 있는데 일본인 특유의 집단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세련된 현대인'의 태도를 강조하며, 풍자와 위트를 통해 이를 전달하고 있지요.
부도덕 교육강좌는 패전이후 일본 사회의 혼란 속에서 대중이 느끼던 도덕적 중압감을 유머러스하게 해소해 주는 역할을 했주고 있는데 여성지에 연재한 내용이니 만큼 딱딱한 철학이 아닌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며 사회를 비판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도덕 교육강좌는 당시 일본인들에게 부도덕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당시 사화에 만연했던 도덕이란 것이 과연 실제 가치가 있는 것이냐며 일본인들에게 묻는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적은대로 우국의 미시마 유키오와 부도덕 교육강좌의 미시마 유키오는 서로 다른 작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미시마 유키오란 작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시고 싶다면 이 책 부도덕 교육강좌를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2천년대 들어서 동서(2007),소담출판사(2010),웅진뿔(2016)에서 출간되었다고 인터넷에서 정보가 뜨는데 알라딘에서는 소담출판사본만 검색이 되네요.
참고로 2처년대 이전에는 60년대 이사철 번역으로 세기출판사에서 간행된바 있고 70년대 휘문출판사와 문무출판사에서도 간행되었는데 현재 모두 고가로 판매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도덕 교육강좌는 현재 절판 상태이므로 헌책방에서 소담 출판사 본으로구입하셔야 될 듯 싶네요.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