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트로트
이웃 알리디너이신 잉크냄새님과 감은빛님의 서재글을 보면 중국노래를 알려주시는 글이 있더군요.중국의 대중가요를 듣다보면 우리내 트로트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합니다.
2026년 현재 한국,중국,일본,대만의 가요는 나라별 특성으로 인해 그 궤를 상당히 달리 하지만 적어도 1945년 이전만 하더라도 비슷한 유형의 음악 즉 서로 부르는 말은 달랐어도 트로트가 대세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45년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이 동아시아 배부분을 지배하거나 침략하던 상태여서 특히 일본 엔카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런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당시 각 나라별 대중가요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일본은 엔카의 시조라고 불리우는 코카 마사오의 곡들이 제일 유명한데 1931년작 '酒は淚か溜息か(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를 들어보시죠.
1931년작 일본 영화 想ひ出多き女의 주제곡입니다.
3~40년대 일본 엔카를 들어보면 노래 가사를 듣지 않으면 역시 같은 시대 당시 조선의 대중가요와 매우 흡사한 가락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다음은 비슷한 시기의 한국의 1932년작 이 애리수의 황성옛터입니다.
1941년에 발표된 이해연의 백련홍련 입니다.
이해연이 부른 백련홍련는 1940년의 영화 熱砂の誓い(열사의 맹서)의 2 주제곡 중 한 곡인, 紅い睡蓮(붉은 수련)의 번안곡으로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한 중국 여배우 리샹란(李香蘭 이향란)이 불렀는데 표면적으로는 일본 남자와 중국 여자 사이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가사 일부와 전쟁을 미화한 그 영화의 특성상, 친일 군국가요로 분류되고 있는 노래입니다.
주성치의 홍코영화 007 북경특급에서 주성치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른 장면이 있는데 바로 이향란이 부른 추의능이란 노래입니다.이향란은 중국의 대표적인 친일 연예인으로 분류되었는데(영화속에선 원영의의 모친으로 설정됨),영화속에서도 친일파로 나옵니다.그런데 이향란은 실제 중국인이다 아니 일본인이다 하면서 그 정체가 설왕설래더군요.
<중국>
한국, 일본에서 자국의 전통 음악과 서양 음악 요소를 결합하여 트로트, 엔카로 만들어내었듯이 중화권에서도 자국의 민요, 경극, 잡극과 서양 음악 요소를 결합한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최초의 대중가요라고 할수있는 1927년작 毛毛雨입니다.
다음 노래는 이향란의 1939년 노래 何日君再来(하일군재래)입니다.
이향란이 부른 하일군재래는 홍콩의 각종 영화에도 많이 사용되었으며 대만의 전설적인 가수 등려군이 리메이크 하기도 할 정도로 매우 유명한 노래이지요.아마 등려군이 부른 하일군재래를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리고 한국가수 박재란이 번안곡으로 불르기도 했습니다.
1940년대 이향란이 부른 야래향입니다.
역시 대만가수 등려군이 불러서 등려군의 노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역시나 40년대 이향란이 부른 것이죠.
한국에서도 1954년 심연옥이 번안가요로 불려졌습니다.
1942년 영화【薔薇處處開(장미는 도처에 피어)】에서 삽입곡으로 영화배우이자 가수 龔秋霞(공추하)가 부른 夢中人(몽중인 : 꿈속의 님)입니다.
몽중인을 들어보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영화 중경삼림에서 왕페이가 부른 노래이기도 하면서 1956년 현인 선생의 번안해서 부른 꿈속의 사랑의 원곡입니다.
<대만>
대만은 일제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이자 한국, 중국에 비해 일제잔재청산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만큼 엔카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데 일본 패망 전에 활동한 덩위씨엔(鄧雨賢)이라는 작곡가는 일본에서 음악을 배웠으며 대만 대중가요의 기틀을 잡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덩위씨엔(鄧雨賢)이 1933년에 작곡한 月夜愁입니다.
대만은 45년 이후에도 일본의 영향을 계속받아서 50년대에도 일본의 엔카를 번안해서 불렀으며 대만을 대표하는 가수 등려군 역시도 대표적인 엔카 가수라고 합니다.
이처럼 45년 이전 동아시아 3국의 노래인 트로트를 들어보면 대단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가사를 듣지않고 음악만 듣는다면 마치 자국의 노래인 양 착각 할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한데 아무래도 한중일 삼국이 모두 노래를 번안해 부르고 서로 영향을 주었기 떄문이라고 여겨집니다.
일본의 패망이후 동아시아의 트로트도 상당한 부침을 겪는데 일본의 잔재를 없애려고 노력한 한국의 경우 한때 트로트를 일본 엔카의 잔재라고 금지곡으로 선정하기도 했고 중국 역시도 공산화이후 가수들이 대거 대만으로 건너간데다 문화 대혁명으로 대중가요의 맥이 한동안 끊어지기도 했습니다.일본 역시도 70년대까지 엔카의 주류 음악이었지만 80년대이후 아이돌과 시티팝,일본 록들이 유행하면서 엔카는 하락세에 들어가게 되지요.
하지만 21세기 들어 한중일 모두 트로트 음악이 서서히 부흥하기 시작하는데 서로 음악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 보면서 들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거란 생각이 듭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