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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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 중남미라고 불리우는 남 아메리카를 포함한 스페인어나 포루투갈어권의 책들은 영미권이나 유럽,혹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당히 적게 번역되는데 아무래도 이들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미국이나 서유럽등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낙후되서 국내에 관심이 적은탓과 더불어 스페인어와 포루투갈어 전공자가 부족해서 그렇지 않나 여겨진다.
나 역시도 스페인의 문학 작품인 경우 돈키호테를 필두로 몇 몇 스페인 작가의 장르 소설을 읽어본적이 있지만 라틴 문학의 경우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이시도로 파로디의 여섯가지 사건등 한 두권에 불과할 때름이다.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은 이처럼 국내에선 매우 생소해 낮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상당히 인정을 받는데 우리가 그처럼 염원하는 노벨 문학상의 경우 작년에 고은 시인을 제치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페루 출신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를 필두로 대략 5명 정도의 라틴 아메리카 문학인들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니 문학적으로 이들 나라를 얕잡아 볼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년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약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오직 요사의 작품이라곤 9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던 소년 알폰소를 중심으로 성의 내면적 충동, 도덕적 타락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던 궁둥이-이 작품은 새엄마의 찬양이란 작품으로 재간되었다-란 약간 에로틱한 제목의 소설만을 접했을 뿐 그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에로틱한 소설을 쓴 작가로만 알았던 요사가 실은 페루 국가 소설상, 스페인 비평상,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 레지옹도뇌르 훈장,세르반테스 상등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다가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스페인어 문화권의 거물이란 사실에 새삼 무식을 통감하면서 염소의 노래를 읽게 되었다.

염소의 노래는 32년간 도미니카공화국을 통치해온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트루히요의 총애를 잃은 장관의 딸 우라니아가 14살에 미국으로 건너간뒤 카브릴 박사가 되어 35년 후에 도미니카의 수도인 산토 도밍고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독재자의 통치하에 있었던 도미니카의 과거사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염소의 노래는 우라니아란 한 여성과 트루히요의 마지막 하루 그리고 독재자 트루히요를 죽이려는 4명의 암살자들의 시점에서 각각 교차 편집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후 트루히요가 암살되면서 이런 패턴이 없어지게 된다.

-독재자 트루히요-
요사의 소설 염소의 노래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누가 뭐래든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라고 할 수 있다.
1차 대전중 해외 채무 문제로 무력으로 도미니카를 점령했던 미군의 왼팔 노릇을 하던 트루히요는 미군이 철수하자 육군 사령관이 되었다가 대통령이 된다.이후 동생등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주면서도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했던 그는 독재 기간 내내 비밀 경찰을 사주하여 야당을 비록한 많은 반 체제 인사들을 암살하도록 배후에서 지시하면서 독재 정치를 펴 나가는데 소설속에도 이런 독재자의 모습은 잘 드러나서 트루히요는 도미니카의 수도 산타 도밍고를 자신의 이름을 딴 트루히요 시로 개명할 정도로 절대 권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이처럼 앞에 있는 모든이들의 마음속을 꿰뚫어보는 시선과 카리스마로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고 도미니카 국민들로부터 염소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정력을 과시하면서 항상 빳빳이 다린 군복을 입고 도미니카 구석 구석에 동상과 기념물을 건립하고 공공교육 기관은 물론 일반 가정도 초상화를 걸게 하였던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자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로 군림한 트루히요지만 소설속에서는 꼴사나운 우중충한 얼룩이 하얀 리넨을 더럽히고 있었다. 또다시 새어 나온 것이었다. 그러자 분노가 치밀어 ‘마호가니의 집’에서 있었던 씁쓸하고 불쾌한 기억마저 밀어냈다. 빌어먹을! 제기랄! 이것은 그가 수년에 걸쳐 맞서 싸우거나, 아니면 매수하거나 위협하거나 혹은 죽이면서 이겨낸 적들과 달랐다. 이건 바로 그의 내부에, 그의 살 속과 그의 핏속에 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과 기운이 필요한 이때, 바로 그를 파괴시키고 있었다라는 본문의 내용처럼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요실금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살의 노인네로 묘사하면서도 현재까지도 도미니카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가져왔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행정 업무에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수완가답게 새벽 4시에 일어나 보고서, 공문서들을 읽고 아침 식사 전 서류를 완성하고 집무를 보며 점심 식사를 하고 저녁까지 집무를 계속하고 저녁 식사 후 측근들과 논의를 했다는 트루히요 답게 소설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업무를 성실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아마도 독재자의 이런 상반된 마지막 모습을 작가 요사는 대화,회상,다양한 인물의 등장,플래시 백등을 통해 아직도 트루히요를 도미니카의 국부로 여기는 추종자들에게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늙고 추악한 폭군을 보여줌으로써 아직도 그를 존경하는 트루히요스트들를 비웃음을 보냄과 동시에 독재자의 욕망과 분노,희극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트루히요의 마지막 날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라니아 카브랄-
염소의 노래는 첫 도입 부분에 우리니아라는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다소 슬퍼보이는 큰 눈을 지닌 가냘프고 세련된 모습의 여인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미니카를 30년간 철권 통치했던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이야기속에 매 처음 등장하는 이 여인은 누구인가?
그녀의 아버지는 아구스틴 카브랄로 30년간 독재자 트루히요 정권에 봉사했으나 하루아침에 총애를 잃어버린 각료였고 우라니아는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서 아버지가 늘 자랑스럽게 여기던 딸이었다.하지만 열네 살의 소녀였던 우라니아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뇌출혈로 쓰러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해후하러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독재자의 죽음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듯한 한 여인의 귀환은 그러나 도미니카에서 트루히요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지내면서 떵떵거리며 살던 카브랄 가문의 사람들은 우라니아의 갑작스러운 미국행과 트루히요의 암살 이 후 도미니카에서 가문의 몰락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고모와 사촌들은 몇 십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를 추궁하게 된다.
그러자 그녀는 지난 수십년간 가슴속에 회환으로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게 되는데 그 것이 바로 독재자 트루히요의 마지막과 교묘하게 연결되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염소의 축제인데 염소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독재자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던 별명임과 동시에 트루히요 자신이 자랑하는 과도한 성욕과 그의 워낙 뛰어난 남성적 능력 때문에 붙여진 별명으로 대체로 염소는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악마가 변신한 또다른 모습으로 번식력과 생식력 및 악마주의적인 육욕을 상징하는 동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따라서 염소의 축제란 결국 독재자 트루히요의 과도한 성적 욕망의 축제를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제목에 암시하는 것중의 하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아는 독재자가 벌이는 성적 파티의 제물로 바쳐진 것이었다.아버지 아구스틴은 트루히요의 총애를 잃게되는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되자 늙은 독재자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대통령의 집에 파티가 있다면서 딸을 속이고 그녀를 상납한 것이 었다.
염소의 축제는 소설이기에 이 사실이 허구일 수도 있지만 실제 트루히요의 도미니카에서는 당시 측근들이 독재자의 환심과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스스로 주기적으로 아내를 상납했기 때문에 꼭 허구라고 치부할 수 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트루히요는 각료들의 아내와 딸 혹은 자기 눈에 띄는 여자들을 정복했다고 떠벌리면서 자신의 건제와 측근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권력을 공고히 하고 영속화 시키려고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염소의 축제는 우라니아의 이야기를 통해서 단순히 트루히요의 독재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남미의 뿌리 박힌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제를 고발하고 있는데 마치 유교 하의 동양 3국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라틴 문화권의 남성 권력이 극대화된 가부장제는 우라니아의 이야기에서 보이듯이 여성을 남성의 종속물로 여기고 여성의 성적 유린하는 그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비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14살의 어린 우라니아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권력 유지를 위해 늙은 독재자에게 성적 제물로 바쳐진 당시 여성들을 대표함고 동시에 어쩌면 독재자의 유린속에 처해 있던 당시 모든 도미니카인들을 상징하지 않나 여겨진다.

-암살자들-
독재자의 여부를 떠나서 한 나라의 지도자를 암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일국의 지도자의 경호는 매우 철통같지만 특히 독재자의 경우 자신의 한 일을 알기에 자신의 경호에 대해서는 더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고 같이 계획을 세운 동료의 밀고등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지만 암살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대중의 시선일 것이다.독재자에게 압박받는 민중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암살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바로 그 순간 국민을 압박하던 독재자는 암살이 확인됨과 동시에 바로 순교자와 나라를 이끈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게 되는 것이다.따라서 국민들에게 영웅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암살자들은 한순간에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시저를 암살한 부르터스가 아니었던가!
(국내로 시선을 돌리자면 김재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염소의 축제의 내용중 주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암살자 4명 역시 마찬가지다.아마도 가르시아 게레로는 군 상부의 충성심의 시험 결과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하지 못하고 대신 그 여인의 동생을 총살 집행하게 되고 안토니오 델라 마사는 동생 옥타비오의 죽음으로 안토니오 임베르트 역시 동생의 죽음과 6월 14일 운동’의 멤버들과 미라발 자매의 죽음에 살바도르는 정권의 교회 탄압으로 마음속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다.이들은 각자 갖고 있던 개인적인 마음의 상처와 도미니카 민중의 자유와 이익을 위해서 늙은 독재자 트루히요을 암살하기로 한다.
이들은 과연 조국 암살에 성공하고 조국 도미니카를 구한 영웅으로 기억될 것인가?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이다.마치 우리 나라의 박정희 대통령 사후처럼 독재자 트루히요의 암살이 이루어진 뒤 그를 추종하던 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국가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그리고 트루히요의 암살이 성공하면 암살이 성공하며 이들의 뒤를 바주기로 했던 포푸 로만 장군은 계획과 달리 처신하게 된다.
암살자들은 트루히요를 처단 하지만 몇가지 시행 착오로 이들은 모두 도망자 신세가 되어 버리고
결국은 수용소에서 전기 고문을 당하는듯 인간으로 생각 할 수 없는 잔인한 고문을 당하면서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게 된다
독재자 사후 도미니카의 혼란을 발라게르 박사는 미국과 손을 잡고 국가에 평화와 안정을 되찾아 가면서 대통령이 되는데 트루히요의 암살로 반란 혐의로 붙잡힌 사람들을 사면하고 암살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임베르트와 아미아마를 조국에 위대한 공헌을 한 자로 인정해 주게 된다.

하지만 염소의 축제는 어디까지나 허구의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되는데 소설속에서 암살자들은 개인적인 마음속 상처와 조국을 독재자의 손에서 구하겠다는 대의로 암살을 결심하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트루히요는 미국의 도미니카 점령 당시 미군 점령군의 오른팔 역할을 하다가 미군 철수이후 군사령관이 되고 대통려이 된 인물이다.그는 반공주의 정책을 펴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과 나치 독일에 선전 포고를 했을 정도로 미국에 철저히 협력했고 미국을 따라 유엔의 창립국이 되었기에 미국의 코앞에 있는 도미니카에서 그의 독재 통치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철저히 미국의 이익에 부합했던 트르히요지만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물로 베탄쿠르(Rómulo Betancourt)를 차량폭탄으로 암살하려다 실패한 뒤 트루히요는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미국 CIA는 모데스토 디아즈, 살바도르 에스트레야 사다라, 안토니오 드 라 마자, 아마도 가르시아 게레로, 마누엘 카세레스 미셸, 후안 토마스 디아즈, 로베르토 파스토리사, 루이스 아미아마 티오, 안토니오 임벨트 발레라, 페드로 리비오 켄데노, 와스카르 테제다등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배후에서 조종해서 트루히요를 제거하는데 성공하고 이들을 곧바로 버림받아 결국 소설과 달리 모두 처형 당하게 된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말을 혹시 들어 보았는지? 바나나 공화국은 바나나 등의 한정된 일차산품의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지해 주로 미국 등의 외국 자본에 제어받으며 부패한 독재자와 그 수하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불안한 작은 나라를 가리키는 경멸하는 말이다.
철저한 바나나 공화국 도미니카의 철저한 친미주의자였던 트루히요나 그를 암살했던 암살범역시 모두 미국의 도움을 갈구했지만 결국 모두 토사구팽을 당하고 만 것이다.
뭐 현실을 이렇지만 소설의 내용과는 달리 상당히 친미적인 작가 요사는 CIA의 배후 조정이란 부분은 싹 빼놓고 글을 썼음에도 이처럼 찬사를 받는 것은 좀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염소의 축제속에는 30년간 중미의 도미니카라는 섬나라를 철권으로 다스렸던 트루히요라는 독재자가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마치 우리의 박정희와 김일성을 섞어 놓은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도미니카 전역에 트루히요의 동상이 세워지고 교량과 공공 건물에는 트루히요의 이름이 새겨졌으며 신문에선 트루히요를 선전해댔고 각 가정마다 초상화가 걸려 있던 모습과 측근들의 딸과 부인을 상납받아 성적으로 즐기며 과도한 성욕과 정욕을 자랑하는 모습에선 김일성의 모습이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정력적으로 근면 검소하게 일하면서 나라를 발전시켰지만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냉혹하게 반대자들을 숙청한 모습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북한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도미니카의 트루히요 못지않은 독재자 였던 박정희와 김일성이란 인물을 불행히도 지도자로 한때 모시고 살았다.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수십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들의 망령은 전 국토를 뒤덮고 있다.북한의 김일성은 그의 사후에도 아들 손자의 대를 이어가며 세습 족벌 통치를 계속하면서 아직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신격화 되고 있고 박정희 역시 며칠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18년간 나라를 철권으로 통치한 독재자라고 비난하자 뉴 라이트들이 강하게 비난할 정도로 추종 세력이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김일성은 차치하고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아주 뚜렷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진보나 보수냐의 따라서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큰지는 달라 질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 대한 민국은 김영삼정부하에서 군 장성 출신 대통령의 맥을 끊었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하에서 절차적인 민주주의를 성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개발 독재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에 대한 평가는 높은 반면 과인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탄압과 같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도미니카와 비슷한 과거를 가진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염소의 축제는 결코 가벼히 읽을 수 만은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방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이러 소설을 쓴 작가의 저력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으면서도 왜 국내에선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없나 하는 아쉬움이 깊이 든다.

#뱀다리.
이 소설의 제목은 염소의 축제이다.앞에서도 글을 썼지만 염소란 기독교 문화권에서 악마의 화신으로 부도덕하고 육욕적인 것을 상징하는데 소설속에선 정력의 화신이며 측근들이 아내와 딸들을 성적 노리개로 여겼던 독재자 트루히요의 별명으로 염소의 축제란 그런 그가 벌였던 질펀하고 육덕진 성의 파티를 의미한다고 생각 했었다.

국내 번역본의 염소의 축제의 표지에는 뿔달린 악마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염소의 축제 국내 표지>
국내 표지는 원작의 표지중 일부를 차용한 것인데 원작의 표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화가 암브로조 로렌체티의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의 일부를 책 표지로 선택하고 있는데 악마가 염소를 짓 밝고 있는 그림이다.

<원작의 표지 그림>

그럼 이 그림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정말로 트루히요의 성적 파티를 의미하는 그림일까? 이 그림에는 전혀 성적인 암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구약 레위기를 보면 욤 키푸르제-속죄의 날-이란 것이 나온다.유대인들이 자신의 죄를 사함 받기 위해서 하느님께 염소를 희생해서 바치던 것으로 제사장은 염소의 머리위에 손을 얹고 유대 백성의 온갖 죄악과 잘못을 고백한 후 염소를 벼랑위에서 죽이면 유대인은 하느님께 죄 사함을 받고염소는 유대인의 죄를 가지고 악마에게 간다는 것이다.
원작의 표지에서 아마 작가인 요사가 말하려는 염소의 축제란 실제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독재자 트루히요의 철권 시대의 모든 잘못이 오직 트루히요 한 사람의 잘못을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자신의 부인과 딸들을 바쳐서라도 그의 권력에 빌붙어 있던 인물들 뿐만 아니라 당시 인접국 아이티에 대한 인종적ㆍ문화적 우월감을 심어준 트루히요의 왜곡과 날조된 반(反)아이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1937년 도미니카는 인접 아이티에서 탈출한 수만명의 아이티 사람들을 국경에서 사살해 버린다-에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며 그의 독재 정치에 이의를 달지 않았던 당시 도미니카 국민들도 잘못한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결국 작가는 염소의 축제란 제목에서 유대인의 욤 키푸르제와 마찬가지로 염소인 트르히요에게 독재기간 당시의 모든 죄를 몰아버리고 트리히요 밑에서 어떠한 측면에서건 혜택을 받았던 사람들과 일반 도미니카인들은 죄를 사함 받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닌지 은근히 비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건 여전히 트루히요가 도미니카 국민들 사이에서 그 공과가 분분하고 아직도 그를 추앙하는 국민들이 많아서가 아닌가 싶은데 그건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 어는 면에서 작가의 비판에 마음 한 구석이 움찔하고 채칙을 맞은 듯한 씁쓸한 기분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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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1-01-27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리뷰 잘 봤습니다.
덕분에 괜찮은 소설 알게 되었네요.^^

카스피 2011-01-27 22:26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우리에게 멀게 느껴진 중남미 소설이지만 읽다보면 우리가 겪은 정치적 상황과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실 겁니다^^

cyrus 2011-01-27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저렇게 생겼군요, 전 도서관에 빌려서 읽은거라,,
겉표지가 무척 궁금했거든요. ^^

카스피 2011-01-27 22:27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셨군요^^
 
구석의 노인 사건집 동서 미스터리 북스 63
에무스카 바로네스 오르치 지음, 이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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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의 노인 사건집은 국내에서 70년대 동서 추리문고에서 나온이후 절판되었다고 2003년 동서 DMB로 재간된 것이 유일할 정도로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은 탐정인데 이름도 없어 통칭 구석의 노인으로 불리우는 이 정체 불명의 탐정은 빨강 별꽃으로 유명한 헝가리 출신인 오르트 남작부인이 창조한 캐릭터로 초창기 안락 의자 탐정중의 한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셜록 홈즈 시리즈의 거대한 인기에 기대어 탄생한 당시의 다른 많은 탐정들처럼 불쑥 나타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스트랜드 매거진> 실린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가 크게 히트해서 인기가 많았던 1900년쯤 셜록홈즈의 최신작 선전 포스터를 보고 미스터리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오르치는 셜록 홈즈의 포스터에서 자신만의 탐정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셜록 홈즈를 전혀 연상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런던의 스트랜드 노포크가에 있는 작은 찻집〈ABC 숍〉에서 치즈 케이크를 베어 물며 밀크를 훌쩍거리고 있는 정체 불명의 괴인물을 창조했는데 이름/출신/연령/경력/직업 등은 모두 불명이라고 하는 추리 소설사에 매우 드문 탐정을 창조하게 된다.

셜록 홈즈와 대결하기 위해서 당시 독특한 캐릭터의 많은 탐정들이 창조되었지만 이름마저 없는 이 구석이 노인의 외모는 비쩍 마른 풍모, 훌렁 벗겨진 머리에 얼마없는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자태, 푸른 눈동자에 각진 안경, 실 끝을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리며 복잡한 매듭을 만들고 있는 가느다란 손가락등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음울한 구석이 있는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 소설의 화자인 젊은 여기자 폴리 버튼은 노인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노인의 풍모는 아무리 젊쟎은 사람이라도 그만 웃음이 나올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폴리는 마음속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창백하고 이토록 바싹 여의고,이다지도 우수운 엷은 빗깔의 머리털을 가진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다.그는 상당히 벗어져올라간 정수리에 엷은 빗깔의 머리털을 얌전히 빗어 붙이고 무척 수줍고 신경질적인 동작으로 손에 쥔 끈을 줄곧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펜쳐치거리의 수수께끼중에서)

구석의 노인 시리즈의 이야기 패턴은 항상 동일한데 구석의 노인은 ABC 숍에서 만난 <이브닝 옵저버>의 기자 폴리 버튼-그녀는 큰컵에 든 커피(3펜스),버터를 곁들인롤빵(2펜스),소 혓바닥 요리 한접시(6펜스)먹는 재미로 ABC숍에 들린다-에게 들은 대충 들은 미해결 사건을 설명하고 그걸 해결한다는 것으로 노인은 얼마전까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그러나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들려주고는 자신의 추리를 여기자에게 들려 준다는 것이다.

구석의 노인은 한가지 버릇은 폴리 버튼에게 사건의 진상에 대한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기 시작하면,포켓에서 한 개의 끈을 꺼내,앙상하게 뼈밖에 없는 손가락으로 복잡한 매듭을 묶다가 사건의 진상을 풀면 다시 매듭을 풀어 버린다.
물론 구석의 노인이 지목한 사람이 정말 범인인지의 여부는 알수 없는데 왜냐하면 노인이 여기자 폴리 사이의 단순한 이야기일뿐 다른 탐정들처럼 범인을 경찰에 지목하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단지 폴리 버튼에게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구석의 노인이 말한 추리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보인다-뭐 이를 논리적으로 반박할 만한 실력이 없어 개인적으로 좀 거시기 하다-라고 생각하며 노인의 지목한 인물이 범인이 아닐까하고 부지불식간에 생각할 따름이다.

구석의 노인은 이처럼 음울하고 괴팍한 노인으로 설정되어 있다보니 당시의 명탐정인 홈즈나 브라운 신부와 같은 다른 명탐정들과는 달리 진리추구나 정의를 위해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안티 탐정으로 그려지는데 화자인 여기자 폴리가 왜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멍청한 경찰이 풀지 못하는 복잡 괴기한 사건의 진상을 푸는 것을 즐길 뿐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구석의 노인 사건집의 마지막 작품인 구석의 노인 마지막 사건에서 작가는 이 노인이 살인자임을 암시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노인의 정체가 셜록 홈즈의 모리아티 교수와 같은 범죄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심어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노인의 캐릭터가 작가인 오르치가 일정 기간만 추리 소설을 쓰기 위한 복선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그녀가 자신의 작품중에서 모험 소설인 빨강 별꽃에 비해 구석의 노인은 1~2번 언급한 점에서 알 수가 있다고 여겨진다.

구석의 노인을 흔히 안락의자 탐정의 대표적 하나로 여기는 경향이 많은데 아마도 항상 ABC숍에 안자 화자와 이야기를 하기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의뢰인이 사건을 맡기기전에는 사건에 대해 독자와 마찬가지로 백지상태인 셜록 홈즈와 같은 다른 탐정과는 달리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노인은 폴리에게 이야기 하기전에 신문에 난 사건의 검시심문 에 참석하는등 사방 팔방으로 조사를 벌이기에 실제로 안락 의자 탐정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는 생각이다.

셜록 홈즈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하던 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에 등장하는 트릭들은 대부분 현재 독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무릎을 탁치며 감탄할 만한 것들은 없다고 여겨진다.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은 단편이기에 대개의 트릭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편견에 뿌리를 두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살인을 통해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이 범인이며 알리바이를 조금 비틀어보면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을 읽는 또다른 재미는 당시 영국의 범죄 소설의 전형과도 같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족 재산의 불공정한 배분등과 같은 그 시대의 모습이나 지하철의 살해에서 등장하는 초기 지하철과 같은 당시의 사회상을 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단편이다 보니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독특한 노인의 캐릭터와 추론 방법 등이 상당히 재미있기 때문인데 나머지 2편의 단편집-참고로 구석의 노인의 사건집은 일본에서 번역된 것을 중역한 것인데 3편의 단편집중에서 이거 저거를 임의로 선택해서 번역한 작품집이다-도 국내에서 번역되길 희망해 보지만 워낙 국내 추리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탐정이라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Good:세상에 유래가 없는 이름없는 명탐정의 첫 등장
Bad:탐정이 범인??
Me:나머지 단편들도 국내에 출간되려나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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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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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문학계에서 추리 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은 대체로 충무로에서 심형래 감독과 같은 처지인 3류 취급을 흔히 받는다.그러다 보니 국내에 번역된 추리 소설도 예전에는 극히 드물어 70년대에 나온 세로 일기 동서 추리문고를 찾아 헌책방을 전전하던 매니어들이 2003년 동서DMB가 재간 때 까지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2천년대 들어 추리 소설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좋아져서인지 상당히 많은 양의 추리 소설들이 번역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대체로 일본 추리 소설의 번역이 많은 편이다.

이와 같은 국내 출판계의 상황속에서 한 추리 소설작가의 전집이 나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현재까지 추리 소설 작가의 전집이 번역된 것은 명탐정의 대명사라고 불리우는 셜록 홈즈 전집-아마도 홈즈 시리즈는 상당히 오래전에 이미 다 번역된 바 있다-과 자칭 홈즈의 라이벌이라고 자청했던 뤼팽-그러첨 유명한 뤼팽도 2003년인가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권이 다 번역되었다-,그리고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불리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뿐이다.
앞서 말한 작가들의 작품은 추리 소설의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명탐정들이 나오므로 수긍이 가지만 이 외에도 드물게 전권이 다 번역된 작가의 작품이 있으니 바로 G.K 체스타톤이 창조한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시리즈가 전 5권으로 다 번역된 것이다.솔직히 브라운 신부가 추리 소설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인물일 터인데 출판사가 무슨 생각으로 전집을 출판하려고 했는지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물론 추리 소설 애독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브라운 신부는 영국의 작가 G.K 체스타톤이 창조한 인물로 특이하게 성직자인 카톨릭 신부인 아마츄어 탐정으로 단편 추리 소설이 주를 이르던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홈스의 라이벌로서 매우 중요한 탐정중의 한 사람이다.
범죄사건을 수사하는 성직자라고 하면 브라운 신부 말고도 몇 몇 유명한 인물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윌리엄신부와 <캐드펠 시리즈>의 주인공 캐드펠 수사가 그들로 이들 세 명은 모두 영국인이고,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다니면서 뛰어난 통찰력으로 사건의 전모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한다.비록 <장미의 이름>과 <캐드펠 시리즈>는 모두 중세를 배경이고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모두 20세기 초반이 무대지만 1910년에 처음 나온 브라운 신부가 성직자가 탐정으로 활약하는 원형 모델로 윌리엄신부나 캐드펠 신부의 직계 선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아마추어 탐정이자 성직자이고 철학자면서 사색가인 사람으로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가끔은 어리버리해 보이기까지 하는 신부님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놀라운 통찰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데 흔히 브라운 신부의 캐릭터는 '외적 단순함과 내적 섬세함'이라고 정의되는데, 작품의 전체 분위기도 이와 유사하다.
브라운 신부가 등장하는 작품은 약 50편이 넘지만 단편소설 이다 보니 브라운 신부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은 작품에서 이외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브라운 신부의 외모는 상당히 평범한데 책속에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이 몸집이 작은 신부님은 동부 지방의 전형적인 멍청이철머 생겼고 그 얼굴은 노포크의 명물인 경단처럼 둥글 동굴하고 얼빠져 보이며 눈은 북해처럼텅 흐리멍텅 했다.(브라운 신부의 동심-푸른 십자가중에서)

이처럼 넓은 모자에 함박 웃음을 짓는 땅달막한 성직자로 둥근 얼굴에 둥근 코와 회색의 눈,작은 몸에 신부복을 입고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크고 꾸불꾸불한 검은 모자를 쓰고 고물스러운 낡고 큰 검은 우산을 언제나 떨어뜨리거나 잊거나 하는 등 외관상은 어디를 보나 서투르고 몹시 느린 궁상스러운 성직자로 밖에 안보이는 이가 바로 브라운 신부로 순진하고 마음씨 좋은 신부님 같은 인상의 브라운 신부지만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어떤 상황하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타고난 관찰력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진상을 간파해서 그 즉시 수수께끼 풀기를 해 보인다.

브라운 신부는 푸른 십자가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이때 브라운 신부가 갖고 있던 푸른 십자십자 노리던 것이 바로 시리즈 내내 브라운 신부의 조력자도 등장하게 되는 괴도 프랑보우이다.첫 단편에서 브라운 신부는 괴이한 행동을 함으로써 프랑보우를 쫒던 탐정의 호기심을 끌게 되고 결국에는 이 어리버리한 신부가 십자가를 지키게 되는데 괴도 프랭보우는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자로 강도, 사기, 절도 등의 범죄로 유명한 사람인데 전성기 때는 독일황제만큼 유명했던 인물로 그려지면서 브라운 신부의 초기 작품들에서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로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브라운 신부는 플랑보에게 관대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결국 플랑보는 범죄에서 손을 씻고 브라운 신부의 친구로 변하게 된다.

브라운 신부의 라이벌인 셜록 홈스는 돋보기를 들고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물적 증거를 수집했고 파일로 반스는 사건현장을 분석해서 범인의 기질과 심리적 특징을 간파하고 앨러리 퀸은 소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브라운 신부의 추리법은 여타의 탐정들과는 다소 차이가 많은 편이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 흥분해서 감정에 치우고 당장 눈에 확 들어오는 이상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반면 브라운 신부는 차분하게 그 사건의 일상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가장 당연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셜록 홈즈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의 명탐정들과 달리 브라운 신부는 놀라운 사건을 독자들에게 차분하게 쉽게 설명하는데 뭔가 신기하고 기이한 사건들의 진상을 알고 보면 일상의 진실을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은 우리의 무지때문이라고 찬찬히 아르켜 주고 있다.사건의 핵심은 우리들이 생각지 못한,아주 뻔히 보이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단편에서 이런 내용들이 발견되지만 이 책에서는 아마도 이상한 발걸음 소리가 가장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그외에도 브라운 신부는 여타 다른 추리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른 탐정들-라이벌인 셜록 홈즈나 20세기 초반에 활약했던 기타의 명탐정들-과 다른 면을 보여주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언제나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잡는다는 탐정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에 억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래선지 가끔은 본 업인 신부라는 직업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격언처럼 가끔은 범인을 일부러 놓치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이점이 이 책을 즐겁에 읽을 수 있는 한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가 나오는 작품은 모두 단편이어서 장편과 같이 교묘한 복선이 깔려 있지 않아 독자가 그것을 간파하고 범인 혹은 트릭을 맞히거나 수수께끼 풀기를 즐기는 형태의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인 체스터튼이 저명한 종교가인 점을 감안하다면 그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에서 단지 추리소설 독자와 수수께끼 풀기 제안하는 것에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통해서 종교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단순한 기계적인 수수께끼 풀이가 아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와 같은 이런 패턴은 이후 본격 추리 소설 황금 시대에 들어가고 나서는 추리 소설의 한 주체가 되게 된다.

그래선지 국내 독자들에게는 그다지 귀에 익숙하지 않는 브라운 신부지만 추리 소설의 왕이라고 불리우는 앨러리 퀸은 '가장 뛰어난 탐정 3인'의 명단에 브라운 신부를 포함시킬 정도였고 존 딕슨 카아는 자신이 만든 탐정 기드온 펠 박사를 체스터튼과 유사한 인물로 설정했으며 E.C 벤틀리는 자신의 작품인 <트렌트 최후의 사건>에서 이 작품을 체스터튼에게 바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 외에도 후대의 대표적인 문인들, 가령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레이엄 그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마셜 맥루한, 애거서 크리스티 등은 체스터튼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다을 정도니 체스터튼과 브라운 신부가 추리소설역사외에 일반 문학계에도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브라운 신부는 21세기인 현재에 들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데 매 단편마다 아직도 읽는 이를 감탄시키는 다수의 트릭을 창안하여 그 결말에 대해 읽는이를 감탄케 해 주기 때문이다.이런 시리즈가 전집으로 다 출간되었다는 점은 추리 소설 애독자로서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추리 소설을 처음 읽는 분들이나 일본 추리 소설만 읽었던 분들이라면 필히 읽어야될 추리 소설의 고전이 아닌가 싶다.

Good:셜록 홈즈와 쌍벽을 이루는 라이벌의 등장
Bad:신부라서 범인을 일부러 안 잡는 경우도 있다
Me:브라운 신부 전집 5권 모두 구매완료^^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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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2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은 원래 90년 중반 도솔에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1, 2 두권으로 간행되었던 책을 추리 소설 붐을 타고 양장으로 합본해서 내놓은 작품이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읽었기에 뭐 단편 하나 하나를 리뷰할 수는 없지만 당대의 유명한 추리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진수 성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니아을 위한 추리 소설 단편집 답게 많은 작가들의 단편들이 나오는데 우리가 잘 아는 도일이나 크리스티 퀸 외에도 국내에서 한 두권정도 밖에 번역이 안된 샬롯 암스트롱,스탠리 앨런등의 단편들도 있어 국내에 그간 잘 소개되지 않은 서구의 추리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게다가 각 단편의 끝 부분마다 단편을 쓴 추리 소설가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생소한 작가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도 있으니 일석 이조라고 할 수 있다.사실 좋은 추리 소설을 찾는 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모두 대가들의 작품이기에 독자들의 그런 수고를 많이 덜어준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더 좋은 것은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이 현재 거의 반값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천페이지를 육박하는 양장이다 보니 편하게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읽을 수 없고 책상에 단정히 앉아서 읽어야지만이 책의 파손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단점과 몇몇 유명작가의 단편들은 이미 소개되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모든 단점을 가격이 상쇄하니 이 책이 없다면 필히 구매해야 될것이다.

Good:내용도 좋고 가격도 싸고 뭘 더 바라나?
Bad:책이 너무 두꺼워 읽기가 힘들다
Me:나는 1,2권으로 가지고 있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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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아리스토텔레스 - 아테네의 피
마가렛 두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추리 소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탐정이다.대체로 추리 소설의 독자들의 경우 암만 스토리가 좋은 추리 소설이라고 할 지라도 이른바 명탐정이 등자하지 않으면 잘 기억하지 못하기에 많은 추리 소설 작가들은 개성있는 탐정을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탐정이 신부이거나 스님,혹은 장님,귀머거리에다 마지막에는 동물까자도 등장하다 보니 실제 유명인물을 탐정으로 등장시키는 작품까지 나오게 된다

탐정 아리스토 텔레스는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를 탐정으로 내세운 작품인데 아리스토 텔레스가 탐정이다 보니 실제 사건의 배경도 그리스를 하고 있다.
실제 추리소설의 근간이 귀납법,연역법,삼단 논법등 논리학을 기초로 하고 있기에 이런 논리학의 대부인 아리스토 텔레스가 탐정으로 나온다고 한다면 하등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된다.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 가물 하지만 이 책에서 아리스토 텔레스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나오는데 사촌 필리폰의 무죄를 증명하기위해 동분서주하는 제자 스테파노스를 돕기위해 조언을 많이 한다.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살인이 일어나고 그 사건 해결의 대 철학자 아리스토 텔레스가 등장하긴 하지만 솔직히 본격 추리 소설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일종의 법정 추리물이라고 보면 되는데 책 초반에 우리에게 생소한 그리스 이름만 귀에 읽는다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현대가 아니 고대를 배경으로는 어떤 추리 소설이 가능할까 하는 호기심에서 읽을 만한 책이라고 여겨진다.

Good: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 텔레스가 나온다니 신선함 느낌
Bad:고대 그리스와 아리스토 텔레스외에는 그닥 흥미로운게 없다
Me:왜 이 시리즈가 더 안나오는지 알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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