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 약속 두 탕을 뛰었더랬다. 몸도 별로 안 좋은 상태였지만, 두 약속 다 빠지기 어려워서 이수역 갔다가 선정릉 가는 강행군을 했다. 결과적으로 잘 다녀오긴 했는데 오늘 아침은 여러가지로 마음도 심란하고 몸도 안 좋고 그렇다.

 

첫번째 약속은 나보다 나이들이 다 많은 사람들과의 모임이었다. 예전 직장 사람들 모임으로 한때는 같은 직장을 다녔었지만 지금은 각기 참 다른 곳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삼겹살 지글지글 굽고 맥주에 소주를 안착시켜놓고 나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했다. 아이들 얘기, 진학 얘기.. 그러다가 한 사람(A)이 아버지 모시고 병원 다녀왔다는 말을 했다. 여든이 넘으셨는데 몇 달 전부터 소화가 안 되고 통증이 있어서 복부CT를 찍은 모양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치매기가 있으셨는데 약을 드셔서 호전기가 있으시더니 최근에 좀 안 좋아지신 것 같다고 걱정이 된다 했다.

 

그랬더니 한명 두명 얘길 풀어놓는다. 한 사람(B)은 알고 봤더니 위에 형과 누나가 잔뜩 있는 막내였고 부모님 연세가 아흔이 넘으셨었다. 어머니는 치매로 벌써 십년 넘게 고생하셨고 지금은 자리 보전 중이시고 아버지도 노환으로 힘드신 모양이었다. 요양원에 모시고 갔더니 충격을 받으셨는 지 곡기를 끊고 버티시는 바람에 여차저차해서 지금은 큰 누나와 둘째 누나가 번갈아 모시고 있다고 한다. 또 한 사람(C)은 어머니가 여든이 넘으셨고 정정하긴 하신데 연세가 드셔서 그런가 자식들 욕을 자꾸 하고 다녀서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했다. 말이 많아서 미치겠다고 며칠 전에도 전화로 싸웠다며 투덜거렸다. 그랬더니 B가 그런다. 어머니가 자리보전하시고는 목소리를 못 들어봐서.. 그냥 잔소리라도 좋으니 얘기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엄마의 목소리. 그 그리움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A는 형제가 셋이지만 다 사정이 있어서 결국 부모님 뒷바라지를 자기가 하게 될 것 같으나 와잎도 직장이 있고 자기도 일이 바쁘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한다. 형제들과 의논을 하려 하니 부담을 주는 것 같고.. 그렇다고 안 하자니 앞으로 힘들어질 것 같고. 요양원이나 이런 걸 생각할 단계는 아니긴 하지만 아버지 검사결과가 나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했다. 이 심정도 이해가 된다. 효자든 아니든간에 뭔가 대책은 필요한 거다. 그것도 자식들 전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하는 그런 순간이 점점 다가오는 것이고.

 

나이가 들고, 부모님이 편챦아지시면 현실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쓰러지시거나 어디 병이 나시거나 치매가 걸리시거나.. 사실 여든이 넘어 정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누구나 이런 일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집안이 건강하고 장수 집안이라 그런 걱정 없다 하면 정말 부럽다. 수발도 수발이지만, 연세 드셔서 편챦으신 부모님을 보는 건 심적으로도 견디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식으로서 해야할 일들은 반쯤은 의무감이고 반쯤은 부모에 대한 애정 혹은 예의이다. 생업이 바쁘고 한창 일해야 할 나이의 자식들이 부모님을 계속 돌봐드리기는 힘드니 결국 요양원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사실 요양원에 모셔두면 마음에 걸리긴 해도 자주 찾아뵙기 어려워지는 게 또 인지상정인지라 그렇게 서로 인생을 살아나가게 된다.

 

우리라고 예외일까. 어차피 사람은 나이들고 병들고 죽고.. 나도 너도 전부 예외가 아니라 더 착잡해지는 것 같다. 이젠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자식에게 기대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 자식들의 인식도 바뀌었지만 수명이 길어져서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는 지라 누가 누굴 돌본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인 게고. 나처럼 자식이 없는 경우는, 일찌감치 보험 들어놓고 간병으로 전환해서 요양원에 들어가야지 하고 있는 것이고. 이건 현실이니까 사실 냉정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는 거다.

 

암튼, 이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참 착잡했다. 사람 사는 게 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고.. 늙는다는 것, 아프다는 것, 특히나 가족이 아프다는 것, 그리고 죽는다는 것.. 이런 일들 앞에서는 누구나 무력해지는구나 싶다. 그리고 사는 게 참 허무한 일이다 라는 마음이 또 들게 되고. 아직은 우리 부모님이 건강하신 편이라 별 걱정없이 살고는 있지만 아마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나려고도 한다. 시중에 나온 책들을 보면, 노후를 위한 돈 마련에 대한 책들이 대다수이지만, 물론 그게 매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인생 마무리를 편하게 해드리는 것도, 내 노후를 잘 살아볼 준비를 하는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두어야 하긴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약속 장소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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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9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2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성주의 책 읽기 4월의 책은 '여성성의 신화' 이 책인데, 두껍긴 해도 (700페이지 육박) 내용이 이전 책들에 비해 어렵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고 게으름 피우다가... 벌써 28일이 되어 버렸고... 아직 다 못 읽었고.. 불안하고... 그래서 다른 책들은 아예 다 치우고 이 책만 들고 왔다갔다. 잘 때도 침대 위에 펼쳐 놓고 읽다가 책 위에 코를 박고 자는 사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역시, 게으름의 말로는... 초조함과 불안감이다. 이번 달 안에 꼭 읽어야 할텐데. 왜냐하면 다음달 책은 더 어마어마하니까.

 

뭐 암튼, 열심히 읽어나가는 중에 마거릿 미드를 만났다. 사실 좀 놀랐고 그래서 페이퍼를 쓴다. 프로이트가 페미니즘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야 어느 책이나 얘기하고 있어서 익히 알고 있던 바다. 이번에 보니 그 아저씨는 생활에서도 그런 사람이었다. 사실 누구든 자기가 사는 세대의 분위기와 기본 사상을 뛰어넘긴 어려운 것이라 마냥 탓할 수는 없겠지만 프로이트의 학설이 두고두고 여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아쉬운 면이 많다.

 

 

저명한 정신분석가인 클라라 톰슨(Clara Thompson)이 지적한 대로, "프로이트는 여성에 대한 빅토리아 시대의 편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과 생활관의 한계에서 여성의 존재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거세 콤플렉스와 남근 선망, 그의 모든 사고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이 두 개념은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가정한다. (p229)

 

 

프로이트는 그렇다 치고 마거릿 미드에 와서는 아 이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었구나 라는 것 때문에 충격이었다. 저자도 책에서 밝혔지만, 마거릿 미드는 '여성의 권리를 획득한 뒤 미국 생활에서 두각을 보인 최초의 여성 중 한 사람' 이었고 '완전한 인간인 여성에 대해 개인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남자와 동등한 교육을 받았으며' 아울러 '어떤 남자와도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자긍심 넘치는 한 사람의 여성'이었다 (p278). 예전에 아주 오래 전에 마거릿 미드의 책들이 한꺼번에 번역되어 나온 시기가 있었다. 엄마가 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서 책들을 사서 읽으셨고 옆에서 나도 계속 접했었고. 내가 읽은 마거릿 미드는 훌륭한 인류학자였고 원시사회를 옆에서 지켜보며 분석하여 인류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발견해낸 사람이었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대해서 진보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초반에만 그랬던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성성의 신화가 마거릿 미드에게서 가져온 것은 여성의 거대하고 검증되지 않은 인간적 잠재력에 대한 그녀의 비전이 아니었다. 모든 문화에서 실제로 증명된 여성의 기능을 미화하는 것이었다. 발달된 모든 문명에서 이것은 주로 남성들이 보여주던 인간 창조력의 무한한 잠재력만큼 높이 평가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신화는 마거릿 미드로부터 여성들이 단지 여성이 되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남성이 창조적인 성취를 했을 때 받은 것과 동일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가져온 것이다. 남성들이 생활을 창조하기 위한 노고에도 불구하고 자궁과 젖가슴은 남성들이 결코 알지 못하는 영광을 여성에게 부여한다. 그런 세계에서 여성이 할 수 있거나 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낳기 위한 창백한 대리인일 뿐이다. 여성성은 사회에서 규정하는 의미 이상의 것이 되었고, 사회가 사라져가는 물소를 보호하듯 문명사회의 파괴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가치가 되었다. (p272)

 

 

원시사회를 돌아보아도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생물학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없다. 프로이트의 사상을 정면으로 반격하는 듯한 이 논리가, 혁명적인 논리가, 나중에 가서는 그렇기는 해도 문화라는 것에 의해 만들어진 성생물학적인 한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그러니까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그대로 발현하며 사는 게 낫지 않겠나 라는 논리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저자가 예로 들고 있는 문구들에서 확인하게 된다. 결국 최고의 인류학자이자 선진적인 사고를 가졌던 마거릿 미드도 이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가 싶어 씁쓸해진다.

 

 

오랜 편견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사람의 사회과학자로서, 여성으로서 그녀는 오랜 생활 속에서 보아온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없애려고 했다. 여성은 무언가를 결여한 남자가 아닌, 특별한 인간이라고 주장한 그녀는 프로이트보다 한 단계 올라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연구는 프로이트의 신체적 비유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가슴을 자라게 하고 매달 월경을 하게 하며 어린아이들에게 부풀어 오른 가슴에서 젖을 빨게 하여 자신이 여성임을 깨닫게 하는 신비로운 여성성의 기적을 찬미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쓰러뜨렸다. 그녀는 생물학적인 역할을 넘어선 성취를 추구하는 여성은 거세된 마녀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함으로써 다시 불필요한 선택을 했다. 그녀는 젊은 여성들에게 여성성을 잃기보다는 그들이 어렵사리 얻은 인간성의 일부를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삶 속에서 끊어냈던 악순환을 자신의 저작에서 재창조함으로써, 자신이 경고했던 바로 그 일을 했다. (p277)

 

 

요즘 페미니즘 관련 책들을 보면서, 프로이트와 마르크스와 이젠 마거릿 미드까지.. 사상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꾸어놓았던 사람들이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미약했음을 알게 된다.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사람은 자신의 성별, 시대적 환경, 가정 환경과 성장 배경, 문화 등등등의 총 합체라서 뭐라고 단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존재이고, 그런 백그라운드를 분연히 떨치고 깨어 일어나기는, 한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을 비난만 할 순 없겠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좀더 깨어 있어야 하는구나. 왜냐하면 여성주의라는 관점 자체가 사실은 혁명이라서, 제반의 많은 제약조건들을 자꾸 물리쳐 내리지 않으면 나도 그 속에 갇혀 생각하게 되겠구나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마거릿 미드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어릴 때와는 다른 느낌, 더군다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더더욱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다. .. 물론 그전에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 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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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28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이네요, 비연님.

사람이 완벽할 수도 없고 또 한번에 모든걸 깨칠수도 없는 것 같아요. 옳은 방향을 보고 간다고 해도 중간중간 잘못들게 되기도 하는것 같고요. 이렇게 어마어마한 [여성성의 신화]를 써낸 베티 프린단도, 나중에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라는 젊은 페미니스트를 흉보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거든요. 그게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 읽어보면 나오더라고요. 베티 프리단도 자기가 했던 말과 다른 말을 그 다음 책에서 하게 된다고요. 어떤 분야든, 그러니까 그게 페미니즘이든 뭐든, ‘내가 최고‘라고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놀라서 뒷걸음질 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베티 프리단도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등장 앞에 그렇게 되었고요.

마거릿 미드에 대해서 저는 잘은 모르지만, 그 당시에 그녀가 처항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사실 기존에 드러난 사실들, 누군가가 이미 발견한 것들에 다른 것들을 덧입힐뿐인것 같아요. 프로이트의 사상을 가져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할 순 있고 또 거기에 그 후세대가 또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할 수 있고. 그런식으로 우리는 이렇게 온 거 아닐까요. 처음부터 뿅 하고 옳고 바른 길을 내보일 순 없는 것 같고요,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멈추지말고 계속 가야하는 것 같고요.

으읏. 페이퍼에 쓸 말을 여기에 댓글로 다 써버렸네요. 하핫.
아무튼 같이 읽고 있어서 또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

비연 2020-04-28 10:57   좋아요 0 | URL
아.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에 그런 얘기가 있군요. <백래시>는 정말 꼭 읽어야 할 책인데. 왜 그리 두꺼운 것인지요? 으흑... 그러니까 제가 이 여성주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거에요. 같이 책 읽으면서 이런 얘기 할 수 있다는 거. 우리도 불완전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같이 얘기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길로 가도록 다듬어가는 과정이 있어어 좋아요. 요즘 일련의 책들을 읽는 동안, 아 정말 계속 읽어야겠구나. 뭐든 계속 해야겠구나 라는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지네요.

너무 좋아요. 이런 이야기들. 이런 책읽기. 우히힝~

수이 2020-04-28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굵게 강조된 부분들 너무 좋아요 비연님, 저 게으름 피우고 있었는데 강조하신 밑줄들 보고 오늘 내내 읽어보려구요.

비연 2020-04-28 10:58   좋아요 0 | URL
수연님이 항상 저보다 먼저 다 읽으셔서 제가 늘 뜨끔뜨끔 했었는데. 헤헤. 함께 읽어요, 이 책. 지치지말구요.

다락방 2020-04-28 11:28   좋아요 2 | URL
수연님. 혹시 같이 읽는 뽐뿌 필요하시면, 더덕단 단톡방 들어오시겠어요? 제가 수연님의 스타일을 잘 몰라서 단톡방이 도움이 될지 혹은 부담이 될지를 짐작할 수가 없어서요. 혹여 원하신다면 말씀해 주세요. 방법 알려드릴게요.
:)

수이 2020-04-28 14:37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님, 초대해주시면 경청하면서 더 열심히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0-04-28 14:41   좋아요 1 | URL
경청..이랄것까지야 뭐 없고 ㅋㅋㅋㅋㅋㅋ제가 맨날 욕만 하는 단톡방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은 한 멤버한테 똥싸개라고 욕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4-28 15:20   좋아요 0 | URL
수연님, 환영합니다!
다락방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싸개라는 말에 혼자 ㅋㄷㅋㄷ...

2020-05-01 0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0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5-01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비연님 페이퍼 읽는데 아주 새롭게 느껴지더라구요. 전 그런 생각도 들어요. 어느 분야에서 독보적인 또는 혁명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건 좀 다른 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아쉬운 점은 마거릿 미드는 인류학자였는데 이렇게 결론내렸다는 점이지요.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어머님이 마거릿 미드에 관심이 있으셔서 관련 책을 읽으셨다고요? 덕분에 비연님도 이 분 책을 읽으셨고요? 아.... 정말 놀라운 일 아닙니까. 마거릿 미드를 권해주는 어머니라니요!!! @@

비연 2020-05-01 20:18   좋아요 0 | URL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누구나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데 그게 100% 모든 것에 딱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책을 많이 좋아하셔서 지금도 늘 책을 읽는 분이라.. 제가 어렸을 때 까뮈나 사르트르,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대문호들의 책도 다 엄마가 소개해서 읽은 책들이었어요. ㅎㅎ 그런 엄마가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책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엄마라서 더욱 좋은.
 

다락방님 '오늘의 요리' 페이퍼를 보고 나도 지난 주 무리해서 했던 요리가 생각났다.. 흠냐.

 

그러니까, 지난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와인 파티를 했다. 아는 언니들이 두 명 오는 거였는데 며칠 전부터 심히 신경이 쓰였고 이번엔 뭘 먹나 고민하느라 며칠을 끙끙. 이런 파티 같은 걸 잘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부러워 하면서 간단요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름 간단요리라고 선택했는데, 요리를 잘 못하니... 이게 핀트를 잘못 맞춘 것이다. 음식을 손질하고 써는 데 시간이 엄청 들고 힘든 일이라는 걸 절감하면서 우씨우씨 했더랬다.

 

베이컨야채말이. 난 그냥 야채 가져다가 말면 되는 줄 알았지. 흑. 아스파라거스 사서 다듬고, 빨간색 파란색 파프리카 얇게 자르고 팽이버섯 잘라대고 그것들을 모아서 베이컨에 돌돌 말고... 돌돌 만 거 두 개를 들고 이쑤시개에 꽂고 끝엔 심지어 통마늘까지 꽂은 후.. 오븐에서 200도에 15분. 중간에 뒤집기도 해야 하고. 아. 소스를 만들라고 레시피에는 되어 있었으나 허니머스터드 소스와 돈까스 소스를 발랐다. 이 모양새가 나오기까지 숱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참스테이크. 채끝등심을 사다가 네모지게 자르고 올리브유와 마늘편으로 재운다. 그동안 양송이버섯 자르고 오이고추 자르고 파프리카 자르고... 소스 만들고... 으악. 볶고 섞고 한 후... 레시피에 따라 파슬리가루까지 뿌렸다. (언니들 왈, 레시피 보고 한 게 표가 나네. 파슬리는 왜 뿌렸냐? ㅜ)

 

 

 

 

 

 

연어감자 샐러드. 이건 정말 간단했는데.. 감자 삶아 식히고 연어 잘라놓고 소스 만들어 (사워크림이랑 올리고당이랑 소금 후추 조금) 섞으면 되는데.. 양 조절 잘못해서 소스를 넘 많이 뿌린 나머지 뭉쳐진 모습..ㅜㅜ 그래도 모양 내겠다고 부추 송송 썰어다가 위에 얹었다.

 

 

 

 

 

집에 사람을 초대하면 음식도 음식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엄청 신경이 쓰인다. 청소하고 물건 재배치하고.. 우리 사이가 그런 사이니? 라고 언니들은 핀잔 줬지만 막상 자기 집에 사람 부른 주인장은 그게 아닌 것이다. 거금들여 (흑) 꽃도 한다발 사서 꽂았다. 흠. 돈은 들었지만 꽃은 꽂아놓으니 기분이 좋아지긴 하더라.

 

 

(저 옆에 보이는 책, '여성성의 신화' ㅎㅎㅎ)

 

 

그렇게 토요일에 준비하느라 애쓰고 부어라 마셔라 했더니 일요일에 몸이 완전 맛이 가서 온종일 끙끙 대었다... 는 슬픈 이야기. 역시 나이 들면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근래 들어 유독 더 피곤해서 조심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음식만들기는.. 좋긴 한데 참 손이 많이 간다. 이 참에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또 한번 불쑥 올라왔지만.. 그러니가 레시피대로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이라 말이다.. 시간도 없고... 요리 배우는 데 강습료가 장난이 아닌지라.. 좀더 생각하기로. 앞으로 당분간은 그냥 다 사서 먹을 거다.  

 

흠? 근데 제목은 와인 파티인데 와인 사진은 없다? ... 먹느라 정신 없어서 와인 사진은 스킵되었구나.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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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4-27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비연님이 한 요리는 제가 한 요리랑 차원이 다른데요! 완전 고급져요!
그렇지만 제가 최근에 요리를 하면서 생각한게, 정말이지 재료 손질하는데 너무 어마어마한 시간이 든다는 겁니다. 저 얼마전에 청경채볶음밥 하는데, ‘청경채 썰어서 연두 넣고 달달 볶으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고 뚝딱 될줄 알았는데 청경채 써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는거에요... 하아. 하다가 너무 빡이 쳐가지고 준비된 양 다 썰지도 못하고 시간은 자꾸 가고... 아빠는 언제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시고.... 정말 재료준비가 너무 짜증나요. 베이컨 야채말이에 야채 썰때마다 으윽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같아요. 물론 내가 한 요리를 다른 사람들이 잘 먹으면 너무 좋긴한데, 먹는 순간 너무 짧잖아요... 요리하는데 들이는 시간은 길고 치우는데 들이는 시간도 길고....

돈주고 사먹읍시다, 비연님. 화이팅!!

비연 2020-04-27 13:0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레시피엔.. 그냥 썰어서 볶아 이지만 실제 할 때는 씻고 썰고 볶는데 엄청난 정성이. 이건 해봐야 아는 거죠. 게다가 설겆이.. 오 마이 ... ㅜㅜ 저도 그래서... 이제 돈 주고 사먹으려구요! 락방님, 홧팅!

라로 2020-04-27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이컨 말이를 할때 한가지 야채만 넣어서 하는데 저렇게 해도 보기 좋네요! 배고파서 그런가? 더 맛있어보여요~~. (배고픈데 아이스크림 먹으며 알라딘에 있 ㅠㅠ) 암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또 젤 맛있다고 생각하는 베이컨 말이는 베이컨에 water chestnut (한국어로 뭐라 하는지? 중국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 재료인데요) 넣은 거에요. 그다음이 아스파라거스. 아스파라거스는 윗부분만 사용하는 게 좋아요. 밑부분은 질긴 섬유질이 많아서 베이컨하고 먹으면 따로딸로 놀아서 별로더라구요. 재료 아낀다고 예전에 다 사용해 봤는데 이제는 가차없이 밑둥 싹 잘라버립니다. ^^;; 암튼 아는 거 나오면 말이 많아지는 건 안 고쳐지네요. ^^;;;;
근데 저 맨 앞에 크게 사진에 나온 분홍색 하늘하늘한 꽃이름이 뭐에요? 장미도 아니고 카네이션도 아니고 이쁘네요.

비연 2020-04-27 15:14   좋아요 0 | URL
라로님! 그렇군요. 아스파라거스 어쩐지 뭐는 질기고 뭐는 잘 씹혀서 이게 왜 이러지 했는데 밑부분도 같이 써서 그런거였나봐요. 저도 다음에 할 때는 (혹시 한다면..ㅜ) 하나만 넣어볼게요. water chestnut이 뭔지 찾아봐야지... 라로님 팁 보니 한번 더 할 용기가 나기도 하네요 ㅋㅋㅋㅋ 네 개나 넣느라 (레시피 ㅜ) 정말 힘들었거든요..

꽃이름은.. 살 땐 알았으나 지금은 기억에서 휘발...ㅎㅎ ㅜㅜㅜㅜㅜㅜ 집안에 꽃을 놓으면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괜히 딴 말.. 먼산.. ㅎㅎ;;;)

책읽는나무 2020-04-27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쓰려고 보니 꽃이름?? 음...뭔가? 저도 모르게 기어 올라가 다시 꽃사진 쳐다봤네요^^
카네이션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오렌지색이랑 분홍색 카네이션??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ㅋㅋ
예전에 하이드님 꽃 받아볼때 엄청 열심히 외우고 다녔었는데 다 까먹었네요ㅋㅋㅋ

암튼....우와 전 음식 사진이랑 꽃사진을 보고 감탄했네요.꼭 제가 초대받은 느낌입니다^^
손님 초대해 놓음 정말 손이 많이 가고 신경 많이 쓰이는데...혼자서 뚝딱 뚝딱 저 많은 걸 다 해내셨군요~~^^
베이컨말이를 보니 예전에 울애들 소풍갈때 베이컨으로 김치랑 밥을 말아서 이쑤시개 꽂아 줬던 기억이 나네요....유부초밥이랑 베이컨말이 몇 개 하는데도 혼자서 식겁하고,애들 보내놓고 기진맥진 했었던 기억이....ㅜㅜ
맛나고 즐거운 모임이었겠어요^^

비연 2020-04-28 08:00   좋아요 0 | URL
ㅋㅋ 카네이션은 아니었는데... 뭐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나이다 ㅠㅠ
맛나고 즐거운 모임이긴 했으나 앞뒤로 청소와 설겆이를 잔뜩 하고 나니 이틀 정도 후유증이 남아서 (체력도 안 좋은 마당에..ㅜ) 다시는 못하겠다 싶네요. 근데 유부초밥.. 흠.. 이건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고... 하다가 접습니다 ㅎㅎㅎ

보슬비 2020-04-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와인을 술술부르게 하는 요리들이예요. 정말 가족이 먹는 요리야 그냥 만들지만, 손님초대 요리는 차원이 다르죠. 평소 자주 하는 요리도 손님초대용은 왜 간도 양도 안 맞는지...^^;; 베이컨 말이는 진짜 누가 만들어주면 먹을수 있는 요리네요. 저도 이런 요리 받아보며 술마시고 싶어요. ㅎㅎㅎㅎ

비연 2020-04-28 08:0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와인을 두 병이나 먹었더나는... ㅎㅎㅎ 손님 초대 하면 그릇도 신경 쓰이고 플레이팅도 신경 쓰이고 전부 다 신경 쓰이는 것 같아요. 맛도 불안하고..흠냐. 저도 베이컨 말이는 앞으로 누가 만들어주면 먹으려구요 ㅎ

단발머리 2020-05-01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에 한 번씩 들어와 비연님 요리 구경하고 가잖아요. 요리도 요리지만 전 첫번째 요리 베이컨 말이의 접시에 그만 깜놀하고 말았습니다. 손님 초대가 무엇인지 아는 분의 플레이팅이라고 하고 싶네요. 색상도 모양도 너무 이뻐요. 물론 맛있었겠죠? 침 꿀꺽!!!

비연 2020-05-01 20:1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ㅎㅎ 저 위의 접시를 알아보시다니! 이번에 회심작으로 하나 마련한 거거든요. 베이컨 말이와 잘 어울려서 혼자 흡족해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ㅋㅋㅋㅋ 맛은 .. 맛은 없지 않았던 것 같으나, 역시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향후 일년은 안할 일인 듯..^^;;;;;
 
다크 할로우 찰리 파커 시리즈 (구픽)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존 코널리의 찰리 파커 시리즈는, 범죄행위가 잔인하고 엽기적이라서 읽다보면 밥맛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냉소와 환상이 어우러져 인생의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작품이다. 다크 할로우에서는 한층 더 깊은 맛을 볼 수 있었고, 다음 작품도 역시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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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5-01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범죄(?) 소설 마니아 비연님 ㅋㅋㅋㅋ

비연 2020-05-01 2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쟝쟝님. 저 범죄소설, 스릴러소설, 완전 좋아한답니다~ 요즘 여성주의 책 읽기 덕분에 좀 뜸하긴 하지만. 신간은 전부 챙겨서 읽는 편이에요 ㅎㅎㅎ
 

비빔국수 먹고 싶어 시도해보았다. 그럭저럭.
(그러나.. 설겆이 하느라 맛이 생각도 안난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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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4-11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맛있어 보입니다. 고명이 계란 지단과 오이? 게다가 통깨꺼정...?
정성이 듬뿍 들어갔군요.^^

비연 2020-04-11 20:04   좋아요 1 | URL
맛은 그럭저럭이었는데 (역시 레시피를 따라 하니 ㅎㅎ) 설겆이가 완전 힘들어서 지금 녹초요.
앞으론 자중하기로... 흑흑.

다락방 2020-04-11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맛있을 것 같아요!!

비연 2020-04-11 20:37   좋아요 0 | URL
ㅎㅎ 비주얼은 그럴 듯한데.. 맛은 그냥저냥. 양념이 좀 과했나 싶기도 하고.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나, 설겆이 땜에 당분간... 노..ㅜ

단발머리 2020-04-12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항상 비빔면으로 비빔국수를 대신하는 저로서는 눈이라도 호강한 셈이네요! 너무 맛나보여요!!! 😍

비연 2020-04-12 22:10   좋아요 0 | URL
흠? 비빔면이 있어요? ㅠㅠ 그것도 사서 해봐야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