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하루는 참 잘도 간다.  나의 오늘 하루 주절주절.

 

1. 밥 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에코페미니즘>을 읽은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책이다. 아무래도 마리아 미스의 약간은 이론적인 글들이 더 와닿고, 반다나 시바의 글은 뭐랄까, 현장에서 내게 힘차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책으론 안돼, 여길 좀 봐. 이런 외침 같은 느낌이랄까. 두 저자의 글이 잘 융합되면서 에코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마음에 다가오고 있다. 이걸 읽고 나면 난 이제, 불필요한 것은 안 사고 자본의 힘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고.. 그렇게 될까. 모든 책이 내게 action을 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모든 일들을 결정하는 순간마다 한번은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많이 읽었다 했는데 (410페이지) 함께 읽는 분이 어느새 430페이지를 넘어가노라 올린 글을 보고.. 으헝. 철푸덕. 3일 천하였구나. 아흑.

 

 

 

 

 

 

 

 

 

 

 

 

 

 

 

 

2. 점심은 라면이었다. 건강을 지키자는 명목으로 아무리 먹고 싶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라면을 먹지 않는다. 이번 달엔 먹었던가. 흠. 한번 먹었던 것 같긴 한데, 오늘 점심은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그냥 먹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게 최고인 것이지. 계란 탁탁 깨서 숑숑 넣고 밥도 그득 말아서 먹고.. 약간 신김치와 먹는 라면은 최고다.

 

3. 라면을 먹고 나니, 졸리긴 했지만, 지금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었다. 마야 안젤루의 책을 좀 뒤져보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몇 권 더 사봐야 겠다. (흠? 또? ㅜㅜ)

 

 

 

 

 

 

 

 

 

 

 

 

 

 

 

 

4. 사실, 졸음을 참고 오늘 안 보면 10년 뒤에나 본다던 개기일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꼬박 자 버렸고.. 일어나니 6시. 개기일식 끝났네 그려. 핸드폰에는 얼른 개기일식을 보라는 사람들의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지만.. 나는 그냥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개기일식은 못 봤지만 두산과 LG의 야구는 볼 수 있었음에 혼자 만족하는 걸 보면.. 난 과학보다는 야구인가. 암튼 어제 그제 이겨서 사실 오늘 진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겠지만, 또 이기면 좋지, 하고 보는데 지금 9회말 현재 3:1로 이기고 있다. 오늘 본 페북 글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이럴 바에는 LG가 두산을 인수해라" 였다. LG 팬들은 빡쳐서 올렸겠으나 나는 그냥 좀 웃겼다. 두산이 이래저래 인수당할 것 같은 분위기에 슬프기도 했지만.. 울다 웃다. 엉덩이에 뿔 나겠다. 암튼 이렇게 자꾸 두산에 지다가는 류중일 감독은 댓글 테러에 숨이 막히겠다. 묘하게 두산한테만 연패 시리즈네, LG가.

 

5. 이제 개인적으로 하는 일을 시작한다. 일을 오전에 했어야 하지 않았니, 라고 자책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요일만큼은 왠지 책부터 읽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루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이래저래 느긋하게 보내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그래도 쉬고 먹고 읽고 한 일요일이 아깝지는 않다. 뭐 이런 생각중. 그러면서 마야 안젤루 책이나 에코페미니즘 다 읽고 나면 뭐 읽을까 행복한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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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06-21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엘지가 계속 오비에게는 힘을 못 못써요. ㅠ ㅠ

비연 2020-06-21 20:57   좋아요 0 | URL
흠.. 유부만두님, LG팬? 결국 오늘 두산이 스윕했네요... 두산팬인 저로서는 오호! 인데..
LG팬들은 지금 속이 부글부글할 듯. 그래도 아직 순위는 안 바뀐..ㅜ

단발머리 2020-06-21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코페 많이 읽으셨네요. 전 아직 2로 시작합니다. 라면은... 전 자주 먹어요. 밥 하기 힘들어서요ㅠㅠ
마야 안젤루의 <새장에...> 옆에 있는 책 두 권, 저희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비연 2020-06-21 21:0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도 이러다가 곧... 저보다 앞질러 갔다고 올리실지도.. (긴장)
저도 요즘 밥하기 싫어서 (점점 게을러져요..ㅜ) 라면을 종류별로 한번 사볼까도 심각 고려중요.
.. 역시 마야 안젤루의 책을 다 가지고 계시는군요! 다음 책 구입 때 (언제? 곧? 으악) 사야지 룰루~

단발머리 2020-06-21 21:06   좋아요 1 | URL
라면이 종류대로 있습니다. 여름엔 또 팔도비빔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출했어요, 저는... 에코페 읽고 얼른 넘어가야 합니다^^

비연 2020-06-21 21:06   좋아요 0 | URL
팔도비빔면! 바로 사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코페 대출하셨군요. 흠. 이런... 갑자기 왜 제가 초긴장이 되죠? ㅜ

단발머리 2020-06-21 21:08   좋아요 1 | URL
에코페는 대출해서 읽다가 안 되겠다 싶어 어제 구매했구요 ㅎㅎㅎㅎ(차암~ 빠르죠?) 마야님 책이 대출입니다!

비연 2020-06-21 21:26   좋아요 0 | URL
책 사는 속도가 섬광같은 우리.. 들...흠냐. 마야님 책도 곧 사게 되실듯? ㅎㅎ

수이 2020-06-21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장_ 안 사려고 나중에 도서관 가서 읽으려고 했는데 아 오늘 결국 낚이고 만....... 저는 오늘 저녁이 라면이요 ㅋㅋ 아침 파스타 먹고 점심 밥 먹고 저녁 라면_ 하루에 면 두 번 먹으려니 좀 고될 것도 같은데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은 라면이건 죽이건 그 무엇이건간에 좋더라구요. 똥손이라서 밥 하는 게 더 힘들게 느껴지는 거겠지만;; 개기일식은 결국 패스하고 야구 이야기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비연님이 하시면 으흠 하고 알아들어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모르겠다는..... 저는 오늘 7월의 여성주의 책을 구입하고 소설 몇 권을 샀어요. 근데 진작 읽었으면 새장도 샀을 텐데 흑 내일 또 사야하나

비연 2020-06-21 21:27   좋아요 0 | URL
새장... 사서 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드려요^^ 제 개인적으로는 소장각입니다.
야구 얘기는 저 혼자 읊어대는 거라 ㅎㅎㅎ 꼭 알아듣지 않으셔도.. 그냥 패스해도 되실 듯..
전 오늘 두 끼만 먹었어요. 따라서 라면이 끝. 요즘은 세 끼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든 거에요. ㅜㅜ
수연님, 보고 싶습니다! 다음 모임에는 꼭 뵈요!^^
 

 

오늘 이렇게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다음주에 온다더니 의외로 빨리 왔네?

 

 

 

 

이 책들을 왜 샀냐고 묻지는 말아 주시길. 그냥 읽고 싶었다. 언제 읽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서도. 흠냐. 특히나 도리스 레싱의 책들은 거의 사모으는 수준이 되고 있는데 이를 어쩌나. 다음 책은 <컬러 퍼플> 말고 저걸 읽을까. <고양이에 대하여>.

 

어제 오늘 엄마 아빠 집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책을 한 권 주문해달라고 하셨다. 비연 딸은 냉큼 바로 주문에 돌입했다. 책 살 때는 뭐든 섬광같은 속도다. 휘리리리리릭.

 

 

 

 

 

 

 

 

 

 

 

 

 

 

 

원래는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만 사달라고 하셨는데 검색해보니, 그 전에도 구멍가게 책이 나왔더라는. 그래서 기특한 비연 딸은 두 권을 다 같이 주문해버렸다. 엄마가 기뻐하시길 바라며. 흐뭇한 마음으로 주문 완료 후 이제 나의 독서로 들어간다. 마야 안젤루의 책. 이 책, 아 놀라운 책이다. 어쩜 이렇게 쉽고 재미있고 섬세하게 썼는지. 그 아픈 과정을 어쩜 그렇게 아이다운 시선으로 묘사할 수 있는지. 흑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의 결을 어쩜 그리 잘 쓸 수 있는지. 읽는 내내 감탄 중이다. 단발머리님이 아껴가며 읽었다고 해서 으흠? 했는데.. 정말이지, 아껴가며 읽고 싶어지는 책임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꼼꼼히 읽고 페이퍼 써야지... (현재 <에코페미니즘>은 저쪽으로 좀 밀려 있는 상태임을 알리며.. 350페이지에서 스톱 중. 6월까지 다 읽을 수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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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소설은 이틀이면 뚝딱이다. 템포가 느린 책이나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책을 읽고 나면 이렇게 속성으로 읽을 스릴러/추리소설이 내겐 필요하다. 그래서 머리도 좀 쉬어가고 (너무 맨날 쉬는 건 아닌지..;;;) 짜릿한 긴장감도 느끼고... 이번엔 뭘 읽을까 책장에서 한참을 고르다가 이 책을 골랐다. 도나토 카리시. <속삭이는 자>의 저자. 그리고 이 책은 그 속삭이는 자의 두 번째 이야기. 두 번째라니까.. 또 뭔 얘기인가 싶은 호기심이었지 뭐. 근데, 이 사람 책 진심 무섭다.

 

<속삭이는 자>에서 나왔던 밀라 바스케스 형사. 그녀는 그 이후 '림보'라고 불리는 실종전담반으로 옮겨 근무 중이다. 그 곳은 길 잃은 자들의 집합소요,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담당하는 부서로, 아무도 관심없고 주목도 받지 못하는, 소외된 부서이다. 원래는 세 명이 있었으나 그 중 한 명도 실종자가 되는 바람에 스티프 팀장과 같이 둘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옛 동료인 보리스 형사가 이 곳을 방문하면서 심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일가족 살인사건이 났고 그 범인이 일부러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한 아이를 살려 알리기까지 했는데 그가 17년 전 실종되었던 로저 밸린이었다는 것. 17년 동안 어딘가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고 심지어 자기가 죽였다고 광고까지 하는 상황.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계속해서 단서를 주는 범인들로 인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실종자들에 의한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들. 그리고 밀라. 앨리스라는 딸 때문에 이제 이런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말려들게 되고 그 와중에 사이먼 베리쉬를 알게 된다. 지금은 면담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예전의 어떤 비리 사건으로 인해 동료 경찰들에게 소외되고 왕따당하는 경찰. 스티프 팀장이 알려주어 찾아가보니, 그러니까 베리쉬는 그 옛날 연쇄살인 사건을 쫓고 있었고 그 사건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밀라를 통해 알게 되면서, 둘은 알게모르게 한 팀이 되어 범인을 쫓게 된다.

 

순간, 악의 논리에 관해 베리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심을 베푸는 것은 그걸 행하는 사람의 양심을 달래주는 행동일 뿐, 그 인심을 받는 사람을 위한 진정한 선행은 아니라는 말. 왜냐하면 그 노숙자가 그 돈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사 먹는 대신 술을 사 마시면 오히려 그의 삶을 나락으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p307)

 

집 근처 골목길에 기거하는 노숙자에게 늘 저녁거리를 가져다 주던 밀라가 어느날 저녁거리를 사 오지 못해 동전 몇 개를 그의 발치에 놓으면서 한 생각이다. 도나토 카리시는, 악이라는 것, 인간의 본성에 내재한, 그리고 전염처럼 퍼지는 그 악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끈질기고 무섭게, 아주 집요하게.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 악이 '카이루스'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이름이 있으나 그 전사들은 이름이 없다. 

 

여전히 밀라를 괴롭히고 밀라의 마음 속에서 그녀를 어둠으로 이끄는 '속삭이는 목소리'는 남아 있다. 심지어 '속삭이는 자'도.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죽이게끔 말하는 목소리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소름끼치는 일인가. 이 책의 말미로 가면 갈수록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로 무서웠다. 그리고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을 때... 으악. 그리고 더 한 것은 책의 제일 마지막 부분. 스포일러는 되기 싫으니 말은 못하겠지만, 덕분에 어제 밤에 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왠만하게 잔인하고 무서운 소설들을 접해도 끄덕도 않는 나인데 도나토 카리시의 소설을 읽고 나면 이상하게 등골에서 오한이 스민다. 도나토 카리시의 다른 작품들도 더 있는데 이건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안 샀기 때문에 고민 좀 해보련다.

 

 

 

 

 

 

 

 

 

 

그리고 다음 책은 이거다. 마야 안젤루의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 첫 몇 장 읽어 보니, 금새 읽을 느낌이다.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읽은 이후, 흑인 여성들의 소설에 부쩍 관심이 많이 간다. 겹겹의 차별 구조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책에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느낌을 좀더 섬세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컬러 퍼플>을 읽어야지. 아.. 읽어야 할 책들이 시리즈로 등장하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만에 오늘은 책을 사야겠다. (간만 맞아??) 책을 산다고 생각하니, 조금 들뜨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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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8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산다는 비연님을 응원합니다! (응?)

저도 마야 안젤루 읽어야 하는데, 마침 집에 있기도 하고요. 후훗.
도나토 카리시 소설은 첫번째 작품이 제일 좋다고 해서 저도 속삭이는 자만 읽고 말았었는데, 이름없는 자도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힘들고 어려운 책, 머리 쓰는 책 읽고 나면 후루룩 넘어가는 소설 읽고싶더라고요. 그냥 이야기에 푹 빠져서 넘길 수 있는 책이요. 그래서 저런 스릴러 책들은 일단 많이 사둬야 합니다!!! 우리가 괜히 그러는 게 아니에요! 책 사고나면 인증해주세요~ 후훗.

비연 2020-06-18 11:53   좋아요 0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이름없는 자>도 재미있었어요... 라지만 너무 무서운...ㅜㅜ
스릴러 책들은 나오는 대로 사는 저로서는, 으헝~ 다락방님 댓글에 완전 힘 나네요 ㅋㅋㅋㅋㅋ
책 사서 오면 인증샷 올릴게요~

저도 책 사는 다락방님을 응원합니다~ (응?.. 크크)

다락방 2020-06-18 11:54   좋아요 1 | URL
저 방금 [이름 없는 자], [미로 속 남자] 다 질렀어요! >.<

나는 미쳤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비연 2020-06-18 12:13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옷!!!!!!

유부만두 2020-06-18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삼부작 질렀어요;;;
안개 속 소녀 라는 영화도 있네요?
이건 작가의 다른 소설 영화판이군요.

비연 2020-06-18 13:35   좋아요 0 | URL
지르셨군요..ㅎㅎ;;;
<안개 속 소녀>라는 영화는 도나토 카리시가 직접 감독했네요!
같은 소설을 자기가 영화로 만든 듯.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1927

단발머리 2020-06-19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리소설을 즐겨읽으시는 비연님이 참 신기하고 부럽고 그렇습니다. 저는 비연님 글만 읽어도 막 무서워질려고 그래요. 경찰과 살인, 미지의 사건과 단서.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 검거의 그 구성요소들도 너무 멀게 느껴지고요.
마야 안젤루의 저 책은 진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인데, 전 아껴 읽었어요. 작가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아는데도 너무 만나고 싶고 그러더라구요. 책 사시면 인증샷 올려주세요. 가장 핫한 사진이라면 책사진 아니겠습니다. 하하하.

비연 2020-06-20 19:18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은... 좋아하기 시작하면 참으로 놓을 수 없는... 무서워도 또 보게 되는... ㅎㅎ;;;
마야 안젤루의 책은,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리 쉽고 솔직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인지.
저도 한줄 한줄 놓칠새라 읽고 있어요^^ 책 인증샷 사진은 곧곧..ㅋㅋ
 

 

독서대를 아직도 못 사고 있는 나에게, 알라딘 메인 란에 눈이 번쩍 뜨이는 글자가 보였다. "나무 독서대 증정". 오호. 그렇다면 내가 해당하는 책을 사 주겠어.. 라고 꾸욱 눌러 들어갔더니만..

 

 

 

 

 

눼... 나무 독서대, 아주 장엄하게 있는데, 이벤트 이름이 <수험서 이벤트>... 내가 이제 와서 뭘 공부해야 하나.. 라고 잠시 생각하다가 그래도 한번 보지 뭐.. 하고 들어가 보았는데.. 흠... 내가 살 게 한 권도 없다니. 이럴 수가 있느냐 말이다.

 

알라딘에서 준 독서대가 제일 좋다는 평가라, 난 무조건 알라딘에서 이벤트하면 그 책 살거야 라고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고 많은 이벤트 중에 수험서 이벤트라니. 도대체 날 위한 이벤트는 어디로 실종되었단 말인가! 나를 위한다면 추리소설 이벤트 이런 거 해서 독서대를 걸어야 마땅한데 말이다.. 궁시렁궁시렁.

 

그냥 사자, 독서대. 아직까지 안 산 내가 이상한 것이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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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20-06-17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초기 독서대 있었는데 별로라 그후에는 거들떠 안본것 같아요. ^^

비연 2020-06-18 02:21   좋아요 0 | URL
그냥 인터넷에서 사는 게 낫겠죠? ㅠㅠ

공쟝쟝 2020-06-18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보노보노 독서대 ㅋㅋㅋ 진짜 좋아했눈데... ㅋㅋ

비연 2020-06-18 10:29   좋아요 0 | URL
보노보노 독서대!.. 근데 독서대 하나 사는 것도 왜 이리 어려운 걸까요. 흠냐~

공쟝쟝 2020-06-18 11:57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굿즈로 나왓던 가벼운 종이?천? 독서대엿는데ㅡ 그것도 들고다닐 수 잇어 좋았어요.

비연 2020-06-18 12:1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게 있나요? 찾으러 가봐야겠다.. 휘릭..

단발머리 2020-06-19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느낌적 느낌으로는 곧 독서대 이벤트도 할 거 같은데요. 그래도 더 미루지 않고 구매하셔도 좋을 듯 해요.
독서대라는 것은..... 어차피 1개 이상 필요합니다^^

비연 2020-06-20 19:18   좋아요 0 | URL
그런 것이죠 그런 것이죠. 1개 이상 필요한 것이죠. 집에도, 카페에도. 그냥 구매합니다~ ㅎㅎ
 

 

술을 적게 먹어야 한다. 읽을 책은 산더미 같고 심지어 내 책장에 꽂혀서 읽어달라고 아우성치는 책도 수없이 많은데 술먹고 헤롱거리다가 며칠 보내면 독서를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아주 ... 별로가 된다, 기분이. 지금이 그런 상태. 요즘 손에 쥐고 있는 책만 해도 세 권인데... 오늘 겨우 꾸역꾸역 한 권을 끝냈다. 애나 번스의 <밀크맨(Milk Man)>.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후회가 된다. 아 벌써 읽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다 읽고는, 좋았다고 페이퍼를 쓰다니. 아 정말 비연이란 인간...

 

 

 

 

 

 

 

 

 

 

 

 

 

 

 

 

 

 

이 책은, 1인칭 화자인 내가 12년 전 열여덟 살이었을 때를 회상하며 쓴 내용이다. 아일랜드의 적대적인 관계를 배경으로 했다고는 하지만 (저자가 북아일랜드 출신) 고유명사를 하나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그냥 가상의 공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하다. 그래서 그 위에서 우리는 많은 상상을 할 수가 있고 나의 해묵은 기억을 들쳐내보일 수도 있다. 

 

이쪽과 저쪽이 대립하는 시기, 반대자라고 찍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당할 수 있는 시기,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곳. 억압과 통제가 빈번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소문과 비밀이 무성한 곳. 화자가 살고 있는 시기와 장소가 이렇다. 특히나 반군의 우두머리 격인 '밀크맨'에게 소위 말해 찍힘을 당한 주인공은 알게 모르게 조여오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매일이 너무나 힘들다. 더구나, 아무 일도 없었음에도 사람들의 소문에는 발이 달리고 날개가 달려, 벌써 그와 잤고 그의 정부가 되었고 그래서 '어쩌면-남자친구'와의 관계는 변절이라고 수근덕거리고 주인공은 엄마마저도 자신을 믿지 않는 가운데 고통을 견디고 두려움에 떤다. 이 이야기의 큰 줄기 위에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정치와 역사와 사회와... 그 수많은 이야기들의 날실과 씨실이 얽히고 섥히는 것을, 너무나 서사적이면서도 감정은 배제된 채 사실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누군가가 말했듯이 사무엘 베케트의 방식과도 유사하다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 말하고 엄마는 결혼의 의무에 대해, 로맨스에 대한 갈망과 현실 여성의 목표를 혼동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설교하기 시작했다. 행복을 누리려고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고, 결혼은 신의 명령이고 공동체적 소임이자 책무이고 나이에 걸맞은 행동이고 맞는 종교의 아이를 낳고 의무와 한계와 제약과 구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 (중략) ... 엄마는 이런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 들어가며서 엄마가 진심일까, 마음 깊은 곳에서도 정말로 여자와 여자의 운명은 그런 것이라 믿고 있을까 궁금해하곤 했다. (p81)

 

여자, 결혼에 대한 강제와 압박,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곳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스무살이 되면 노처녀가 되는 곳에서 주인공은 갖은 압박에 시달리고 이제는 밀크맨의 정부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살게 되지만, 결국 책의 후반부로 가서는, 그렇게 한 결혼에서 실제 감정을 숨긴 채 살아온 엄마가 "지금까지 진짜 밀크맨에 대한 사랑을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아, 결혼했는데 어떻게 사랑할 수 있어!' 라며 억눌러온 것에 대한 죄책감과 엉뚱한 짝과 결혼한 것에 대한 괴로운 감정을 덮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p466)" 이런 심정으로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해지며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이 모든 일련의 과정 속에서 어른도 '진정한 어른되기'의 과정을 밟아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심을 말하지 않는 한편 누가 자기 생각을 읽으려 하면 그 사람에게 가장 위쪽 마음 상태만 드러내고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는 의식의 수풀 안에 감춘다. (p61)

 

그러니까 그것은 결혼 문제 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펼쳐진 억압의 요소였던 것이다. 심지어 일몰을 보고도 사람들은 하늘의 색은 정해져 있다고 절대 여러 가지 색깔일 리 없다고 보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고집을 피운다.

 

 

"걱정하지 말아요."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저녁놀을 보고 불편해하는 것도 평정심을 잃는 것도 다 좋은 일이에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니까. 깨어난다는 의미니까. 본심을 들켰다거나 망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p118)

 

하늘은 파란색'이어야만' 한다고 고집부리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은 말한다. 두려워 말라고. 이게 시작이라고. 깨어나는 순간이라고. 그리고 주인공은 이미 어쩌면-남자친구와 일몰을 보며 색깔의 변화를 느낀 이후라 좀더 강렬하게 그 느낌을 전달받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는 것이라는.

 

소설 내내,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특히나 성적으로 위협을 받는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까봐 조마조마해 하기도 했는데,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 속에서 좀더 성장해가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뭔가 안심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희망의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스름한 밝은 실마리를 잡게 되는 마지막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작은 대문을 열고 닫고 할 것도 없이 작은 산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었고 나는 초저녁의 빛을 들이마시며 빛이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부드러워진다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수지 공원 방향으로 가는 보도 위로 뛰어내리면서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p492)

 

아마 올해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마무리였던 것 같다. "나는 빛을 다시 내쉬었고 그 순간, 나는 거의 웃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대목과 마주치면 정말 뭔가 해소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한 문장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는. 서사구조가 일반적이지 않아 어렵고 복잡해보일 수 있지만, 읽다보면 어느 새 푹 빠져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맨부커상 수상작이니 뭐니 들먹이지 않고라도 일독을 권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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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15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하게 그렇게 꾸역 꾸역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여러 권을 동시다발로 읽다 보
니, 우선 순위에서 밀린 책들은 다시
읽게 되질 않더군요. 바빌로프의 책
부터 마저 읽어야 하는데...

비연 2020-06-15 19:29   좋아요 2 | URL
그래도 이 책은 그 여러 권 중에서도 찾아 읽게 되는 책이었어요.
세상에 왜 이렇게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 거죠? 흠냐...

letsgojin 2020-06-15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었어요, 아무개가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나네요

비연 2020-06-16 19: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정말이지,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 이러는데 머리가 빙글빙글 @.@

공쟝쟝 2020-06-16 0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지막 문장 참 매력적이예요! 나는 거의 웃었다라니..!

비연 2020-06-16 19:05   좋아요 0 | URL
그쵸? 마지막 문장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에요~

공쟝쟝 2021-03-08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변하고 있으니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조금씩 부드러워지면 좋으련만이요~! 책 읽고 독후감 다시 읽으니 더 좋아요. 한 번 ㄷㅓ 거의 웃습니다!

비연 2021-03-08 22:02   좋아요 0 | URL
거의 웃습니다... 다시 봐도 멋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