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2.1.2 - no.040, 커버스토리 한강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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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 이후 스웨덴 한림원 측과 공식적인 인터뷰를 한 작가 한강은 여러 달 전에 참석 의사를 밝힌 포니 정 시상식의 모습을 드러낸 것을 제외하고는 겸손하면서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시간이 지났고 작가의 작품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열풍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 작품이 이토록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연일 매진과 품절의 소식이 날아 오고 있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열 달 정도에 걸쳐서 이룬 백만부 판매 고지에 단 몇 일 동안 분당 수십권씩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작가의 출간 작들은 1994년 첫 시집을 발행 한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꾸준한 필력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인 것이다.

은둔형의 내향적인 작가 한강의 오래전 인터뷰들과 영상들, 기고글, 그리고 직접 작사 작곡을 한 음악까지 모두 화제가 되고 있고 지인들에게 추천한 책들, 아버지 생일 날 선물한 책들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책들의 판매 부수가 올라갈 정도로 작가 한강의 말과 글은 읽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시대에 찾아 읽는 열정의 불을 지펴 놓았다.

2년 전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작가가 문예지 Akt에 실린 인터뷰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단 한 순간도 세상을 향한 따스한 눈길을 거둔 적이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있다.

<작별>을 쓰게 된 계기는 먼저 눈사람이 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그런데 눈은 녹잖아요. 무엇이 이 사람을 녹게 할까? 이 사람을 녹게 하는 건 따뜻함이고 사랑이죠. 그러니까 눈사람에게는 뜨거움이 죽음인 거죠. 따뜻함이 죽음이고 눈물이 죽음이고, 사랑이 죽음이고 그걸 생각했을 때 소설을 쓰기 시작 할 수 있었어요.

-한강 인터뷰 중에서


작가 한강은 언젠가 독자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사는 대로 소설을 쓰진 않지만 소설을 쓰는 동안 어렴풋이 떠오르는 형상, 강렬한 이미지가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그 이미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때 메모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건 싸우는 소설이야 들썽 들썽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고 전진하고...

이렇게 메모해 나가면서 이미지들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서서히 그 이미지들이 움직이며 제게 말을 걸어 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틀이 갖춰져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동안 죽음 가까이 갔다가 절반을 살고 절반은 죽은 상태로 되었다가 마지막 순간 마침표를 찍을 때 불을 켜고 현실의 제 삶으로 되돌아 옵니다.'

-한강

(c)La vegetariana - Daria Deflorian

채식주의자를 연극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이자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2018년에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유명 여배우가 추천한 한강의 책을 읽자 마자 강렬한 감동에 휩싸여서 연극 버전으로 무대에 올리기로 결심한다.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채식주의자를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읽고 나서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의 심리를 깊이 이해 하기 위해 '흰’ ‘희랍어 수업’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속적으로 읽고 영혜의 마음, 그녀의 언니와 형부의 마음 그리고 남편과 시댁 식구들의 겹겹이 감춰진 감정의 실타리를 하나 씩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죽는 게 왜 그렇게 끔찍한가요?(Why is it so terrible to die?)

-채식주의자


30년 동안 작품을 써온 한강의 글을 단 몇 줄만 읽어도 작가 고유의 문체에 담긴 목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작가의 필력은 언어로 만들어 놓은 감각 그 자체다.

어떤 언어로 번역 되어도 한강의 작품들은 시적인 산문 속에 드리워진 기괴한 아름다움에서 뜨거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어서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결국엔 삶으로 가는 소설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이해 하기 위해서 '흰’ ‘희랍어 수업’ ‘작별하지 않는다’를 연속적으로 읽은 연출가이자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이렇게 말했다.

'작가 한강의 작품엔 교향곡처럼 음표가 있고, 주제가 있다. 돌아오는 후렴구도 있다. 매번 인간성, 운명, 자매의 사랑, 전쟁과 폭력 등의 후렴구가 계속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인류에 대한 위대한 사랑을 말한다.”

30년 전에 발표한 작가 한강의 첫 시 <서시>의 이런 시 구절이 있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 안고

오래 있을 꺼야.


언제 어디서든 흘러 넘치는 영상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는 시대에 우리들 각자는 몇 날 몇 일 동안 화제의 중심에선 인물이나 즐겨보는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에 대한 것을 검색하고 찾아 보며 웃고 즐기는 것에 익숙하다.

인간이 창작한 활자에 새겨진 이야기 속에 인물들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언제인가...

한 없이 버거울 정도로 힘겹게 생을 이어가고 있는 소설 속의 그 남자, 그 여자는 누구의 삶이였던가....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소설들 속에 수천, 수 만명의 사람들이 박제 되어서 누군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줄씩, 한 점씩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와 말을 걸고 웃고 울며 함께 걷는다.

'누군가 앞으로 뭘 쓸 거냐 라고 물을 때 마다 저는 항상 '사랑'에 대한 소설을 쓸 것이라 대답하죠.

막 소설 한 편이 끝나려고 할 때 괄호 속에 들어가 있던 모든 것이 둑을 넘듯 조용히 몸속으로 다시 흘러 들어올 때 언제나 저는 더 머뭇거리고 싶어지고 더 쓰고 싶어지고 더 숨을 불어 넣고 싶어집니다.'

-한강,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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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한국 시각 저녁 8시)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을 호명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쓴 작가라고 소개하며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했다는 발표를 했다.

철저하게 후보작 선정 과정 부터 심사까지 베일에 쌓아 놓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노벨상 주최국이자 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색채가 농후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상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123년의 세월 동안 가뭄의 콩 나듯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 해서 물리학 분야 같은 과학 분야는 각각 3명 정도의 여성 수상자에게 영광이 돌아갔고 문학상은 2024년까지 121명의 수상자 가운데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을 포함해서 여성 수상자는 불과 18명에 불과 하다.

역대 노벨 수상자들 성비율로 비교 해보면 각 분야 수상자 8명 중에서 7명 정도가 남성이라면 여성 수상자는 단 1명에 그치고 있고 8년에 한 번 정도 노벨상에 여성 수상자들이 포함 되고 백인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비 서구권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 정도로 서구 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이런 비난을 의식 했는지 2012년 부터 남성 수상자와 여성 수상자에게 번갈아 상을 수여 했던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미투 운동 촉발로 2년 동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에 남성이 연달아 수상한 것을 제외 하고 2022년 아니 에르노가 상을 받은 다음 해에 노르웨이 남성 극작가 욘 포세가 수상했다.

따라서 영국의 베팅 사이트들은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중국의 카프카와 보르헤스로 불리고 있는 <찬쉐>를 수상 유력 후보로 내세웠고 일본어와 독일어로 시와 소설, 에세이를 쓰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도 베팅 후보에 올려 놓았지만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 '한강'의 수상 예측을 한 영미권 언론은 없었다.

특히 이번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수상은 의미가 크다.

1993년 흑인 최초이자 여성인 토니 모리슨이 수상 한 이후로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수상이자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두 번째 수상이다.

1945년 남미 출신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 태생의 혼혈 백인이었고, 2007년에 수상한 도리스 레싱은 이란 태생이지만 영국인 부모를 둔 백인이었다.

100년의 시간 동안 노벨 문학상은 한없이 가벼운 통속적인 스토리나 영어권 국가 출신에 백인 남성 작가의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많은 유럽, 북미 작가들에게 상을 집중적으로 수여했다.

따라서 이번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세계 문학계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이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한강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중 1993년 ‘문학과사회’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한 작가 한강은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수상하며 탄탄한 문체와 밀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문학성을 인정 받는다.

2007년에 발표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멀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욕망과 폭력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으로 유려한 문장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6년 시인을 지망했던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맨부커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가 한강은 2014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2023년에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1년 뒤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 자리에 우뚝 섰다.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속보를 터트리는 언론사들은 아시아계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상금의 액수(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원/세금이 부과되지 않음)에 대문자로 강조 하면서 세계 문학의 거장 헤밍웨이, 포크너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의 이름과 나란히 표기 되는 작가가 되었다며 잔뜩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실험적이고 시적인 스타일로 연결 시킨 한강의 문체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10월 10일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 소속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작가 한강의 작품 선정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다.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한강의 작품 중에서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며 1980년대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겪은 한 소년의 끔찍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 되는지를 고통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역사적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가득 채웠다며 극찬 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중에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 발표 당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는 말을 남겼다.

작가는 집필 하는 동안 광주에서 학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옆에 놓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고통.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전 손택


우리는 무엇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시각적인 동물인 인간은 눈으로 목격한 것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느끼고 그 다음으로는 소리를 통해 듣는 '말' 언어 일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는 순간적이다.

사랑-고통- 미움-그리움-행복 이라는 단어들은 백년 후면 흩어지고 사라져 버릴 '소리 덩어리'에 불과 하다.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AI인공지능 시대에 나의 언어를 대신 해 줄 AI지능형 비서들이 있다.

나를 대신해서 글을 써주고 자료를 찾아 주고 쇼핑을 하고 공과금 업무와 회계 업무까지 척척 해준다.

운전 중에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기도 하고 매일 밤 어떤 오디오 북을 읽을지 골라주고 어떤 OTT프로그램이 있는지 추천까지 해준다.

따라서 몇 개의 단어만 알고 있어도 인공지능 비서가 무엇이든지 대신 선택해주고 해결 해 주는 시대에 하루의 시간을 꼬박 쏟아 부어 버릴 정도의 분량의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인간의 얇은 입술로 내뱉는 말은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고 세상에 어떤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

부유 하는 말들은 초라 할 정도로 덧없고 소음 공해에 지나지 않지만 언어가 가진 힘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 보게 만들어서 지나간 시간과 역사를 되돌아 보며 현재 내가 먹고 보고 느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을 타인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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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4-10-11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

scott 2024-10-11 21:02   좋아요 2 | URL
대단하죠!
작가님 책들 서점 마다 동이 나버렸어요 ㅎㅎㅎ
 






















































쟁쟁한 후보들을 젖히고 한국의 작가 한강!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 중에 희랍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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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4-10-10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를 앞두고 길게 썼는데 알라딘 홀라당 삼켜 버리는 사이
한강이 수상했다!
만쉐!^^

햇살과함께 2024-10-10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1 | URL
만쉐!^^

망고 2024-10-10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scott 2024-10-10 20:59   좋아요 2 | URL
만!만!쉐!^^

바람돌이 2024-10-10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길게 쓴 글 복원해주세요

scott 2024-10-10 21:00   좋아요 2 | URL
저장기능이 기능을 제대로 못합니다 ㅠ.ㅠ
알라딘 서재 기능은 20세기에 멈춘듯 ㅋㅋ

moonnight 2024-10-10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제 생에 이런 일이 있네요@_@;;;

2024-10-10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2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4-10-10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야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scott 2024-10-10 21:01   좋아요 3 | URL
중국 찬쉐 받을 까봐
은근히 조마 조마 했는뎅 ㅋㅋㅋ
대단한 일입니다
한글만세!
한강 만쉐!^^

coolcat329 2024-10-10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습니다. 지금 북플 겨우 들어와서 글남깁니다 .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는 거겠죠?
독서인구도 늘 거 같아요. 한강 만세!

scott 2024-10-10 23:54   좋아요 1 | URL
발표 즉시 알라딘 사이트 먹통이 되었습니다
지금 광주시민들은 흥분의 기쁨을 ! ㅎㅎ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작가님 아드님과 저녁 식사 중에 놀라셨다공 !
외신들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스웨덴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 많이 좋아했다고 합니다 !
만쉐!

희선 2024-10-10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뉴스 제목에 한강 노벨문학상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나는군요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 받는 일... 한강 작가는 전에 부커상 받고 나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오기도 했는데, 그 뒤에 큰 상 받았군요 이번엔 노벨문학상이라니 대단합니다 멋집니다 한강 작가 소설 그렇게 잘 못 봤지만, 노벨문학상 받아서 기쁩니다 세계 사람이 한강을 알겠습니다


희선

2024-10-1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4-10-14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스콧님! 채식주의자 날개 표지 원서가 마음에 쏙 드는데 구매할 수 없나 봅니다.
장바구니에 넣으니 표지가 바뀌어버린!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와...^^

scott 2024-10-15 02:18   좋아요 1 | URL
채식주의자 현재 영어판도 인쇄 중이라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노벨문학상 작품이 품절 대란에 돌입해서 더더욱 애가 타능 ㅋㅋㅋ

- 2024-10-14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한강작가님 언제나 당신을 자랑스러워 할겁니다

scott 2024-10-15 02:17   좋아요 0 | URL
대단하죠!
겸손함까지 인격도 쵝오!^^

pkkl098 2024-10-15 1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4-10-15 22: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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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에 다양한 매체에 전문가들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 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수면 시간을 지키면 생애 주기에서 여러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아져서 덜 아프게 건강하게 한 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을 강조 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매 끼니 건강 식단을 유지 하며 유기농 재료를 구입해서 적절한 칼로리와 조리법에 맞춰 한 끼 식사를 하며 살기 힘들다.

가장 먼저 높은 물가와 비용 대비 시간이 허비 되어서 차라리 간편식과 가공음식을 사다가 에어프라이기에 돌려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간 조차 없거나 모든 게 귀찮으면 다양한 간식 거리를 식사 대신으로 먹기도 한다.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매콤하고 쫄깃한 식감의 떡복이와 고소하고 담백한 순대, 야채 김밥 한 줄 그리고 시원한 멸치 육수를 우려낸 오뎅탕을 먹는 낙으로 현실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뎌 낼 수 있다.

이런 분식을 먹는 날이면 반드시 입 안에 달콤하고 새콤한 디저트가 들어 가야 한다.

마음의 평온함은 누군가의 따스한 위로나 손길이 아닌  혀 끝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만으로도 충분하며 하루의 고단함을 한 번에 날려 버리게 된다.

게다가 매일 이런 조합으로 먹는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던 그 사람은 주변을 둘러 봤다.

조조 영화관은 한산했다.

멀찍이 떨어진 자리에 관객 두 명이 더 있을 뿐이다.

그 사람은 다시 스크린을 바라봤다. 화면에선 가을 햇빛이 주인공의 어깨를 밝히고 있었다.

있잖아. 있잖아.....

이번에도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보다 좀 더 힘 줘서 속삭이는 소리였다. 그 사람은 손을 가져가던 젤리 봉지 안을 무심결에 들여다 봤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심심풀이로 먹고 있던 곰돌이 모양 젤리, 어떤 젤리와 눈이 마주쳤다.

젤리와 눈을 마주치다니,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주친 젤리를 집어 올렸다. 스크린을 건너와 쏟아진 햇빛으로 젤리가 맑게 빛났다.

투명한 연둣빛 몸으로 젤리가 말했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정말 너무 기뻐.

-박소희의 <모든 당신의 젤리> 중에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이 젤리의 모양은 곰!귀요미 사이즈에 앙증맞은 크기로 단숨에 먹어 버리게 만드는 마성의 젤리다.

광고에서도 멋진 슈트를 빼 입은 어른들이 이 젤리를 먹고 나면 유아들 목소리로 변할 정도로 나이와 세대, 인종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입맛을 중독 시켜 버렸다.

슈톨렌 포장을 벗겨 얇게 썰었다. 굳이 내가 포장을 뜯은 까닭은 베이커리 카페의 로고 스티커를 떼기 위해서였다. 뻔한 거짓말일망정,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슈톨렌은 밀도가 높아서 얇게 썰수록 맛이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얇게라면 얼마큼이지. 손에 자꾸 슈거 파우더가 묻었다. 어머니와 나는 마주 앉아 우물우물 슈톨렌을 먹었다.

나는 십 년 만에 어머니를 만나 서울에서 파는 독일 빵을 먹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이지의 <라이프 피버> 중에서

유럽 어디에서든 한국의 간식거리를 쉽게 사 먹을 곳도 없고 현지에서 파는 간식거리들과 길거리 음식들에 입맛이 적응하고 나면 한국에서 먹었던 간식이나 어린 시절 명절날에 먹었던 한국 전통 과자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호텔의 고급 베이커리 샵이나 백화점에 입주한 외국 브랜드에서 파는 디저트 류와 케이크등은 베이커리의 천국인 유럽에서 몇 유로만 지불해도 될 만큼 가격의 압박이 크지 않다.

그곳이 에펠탑이 있는 파리라면 더더욱 한국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이나 정통 과자류는 눈꼽만큼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바게트는 약 1.3유로,  우리 돈으로 1,700원 정도다.

대를 이어서 빵을 만드는 장인들도 많고 화려하면서 참신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재료로 맛나는 빵을 만드는 새로운 제빵사들까지 빵을 구워 팔아서 프랑스에서 빵집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빵집은 손님이 맛을 보고 가격을 정하라는 빵 가게 부터 시간 대 별로 가격이 차등적으로 부과되는 가게까지 다양한 종류와 가격에 손님을 끌어 모으는 전략을 쓰고 있다.

빵의 천국 파리에서 빵을 먹지 않고 한국식 식단을 차려 먹고 간식도 한국 전통 과자만 먹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나의 프랑스 인 친구의 지인이였던 그 분은 프랑스에서 의상을 공부하고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옷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재봉틀 앞에서 살면서 재단 일을 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서 직접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 했다.

다른 친구가 그 분이 디자인 한 옷에 관심이 있어서 의상실에 데려 갔던 날, 종이 가방을 건네면서 한국에서 너무 많이 보내 줘서 나눠 먹자며 한국 다과 세트를 선물로 주셨다.

종이 가방에서 과자 상자를 꺼내는 순간 놀랍게도 제사를 지냈던 큰집 명절날에  먹어보았던 과자들이였다.

조청 맛이 느껴지는 약과, 유과, 생과자, 센베이, 김 맛나는 부각 그리고 제삿상에 올려지는 독특한 식감과 색감을 가진 젤리들을 먹는 동안 설탕과 버터를 들이 부은 프랑스 정통 디저트류와는 맛의 차원이 다른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에 확 빠져 버렸다.

프랑스어가 능통하지 않은 그 분은  단골 손님들과 주고 받는 일상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깊이 있는 대화를 하지 못했고 오로지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파는 데 몰두하느라 의상실에서 날 밤을 새는 날이 많아서 집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드물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손님의 손님을 꼬리를 물고 소개 시켜주니 언젠가 그 분이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를 했다.

초대를 받으러 간 날 그 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엘지] 로고가 박힌 한국형 냉장고가 주방 한 구석에 놓여 있었다.

'회사 주재원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 갈 때 버리고 간다고 해서 내가 가져 왔지.

얼마나  좋은지 몰라. 김치도 숙성이 잘 되고 야채 과일 모두 싱싱하게 유지 되고.'

그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 분이 차려준 묵은 지 김치찜과 한국 김 그리고 계란 말이와 흰쌀 밥을 정신 없이 먹어 치웠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계란+김+밥

인간이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맛있는 걸 먹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먹고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낙樂이 아닐까?

아직 이른 아침이기도 해 문 열린 베이커리 카페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갔다. 빵 냄새 가득한 공간에 들어서자 어제 떠나온 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벌써 그리웠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류블랴나에 갔을 때 한동안 지속적으로 꾸던 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수의를 입고 감옥에 있다. 어머니는 면회를 온다. 어머니는 큰 피크닉 가방에서 통닭과 김밥 그리고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꺼낸다.

'녹기 전에 먹으렴' 

그 말에 나는 허겁지겁 아이스크림부터 먹는다. 그걸 보며 어머니는 비웃는다.

'디저트부터 먹어 치우는 멍청한 것'

나는 어둡고 어머니는 이물스럽다. 그 꿈을 꾼 날은 동네 카페에 가서 크림이 가득 들어간 크렘나 레지나를 먹었다.

류블랴나 카페에서 흔히 파는, 빵의 반이 크림으로 가득한 부드러운 크림 케이크 그러면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났다.

-이지의 <라이프 피버> 중에서 

서늘한 바람이 분다.

호빵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종류 별로 골라 먹어도 질리지 않게 다양한 재료로 진화 하고 있는 호!빵!

눈 앞에 먹거리가 있으니 먹는 낙 樂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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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0-01 0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 책 맛있겠네요.
 
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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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빛만으로 남자를 죽였다고 말하면 당신은 나머지 이야기를 듣겠는가?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듣겠는가?

아니면 나에게서 도망치겠는가?

이 흐릿한 고대의 거울로 부터, 이 기이한 육체로 부터 도망치겠는가?

나는 당신을 안다. 당신은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해 보면 어떻까. 괴이한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절벽 끝에 서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절벽 바로 아래, 배를 타고 있는 한 남자.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줄 것이다.

시간보다도 오래된 이야기를 둘은 서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 중에서

그리스 신화 속 괴물 메두사는 눈빛 만으로 남자를 죽일 수 있고 그 얼굴을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돌로 변하는 괴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메두사에게도 치명적인 운명의 족쇄가 있다.

그건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유일하게 불사신이 아니기 때문에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려 죽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메두사라는 존재가 남자들에게 주는 공포심을 '거세 불안증'과 연결 시켜서 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했을 정도로 <메두사>는 수 세기 동안 여러 문화에 깊이 영향을 끼쳤다.

역사 속에서 문화와 관습의 차이로 오인 되거나 간과 됐던 여성의 삶을 다시 쓰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영국의 작가 겸 배우 제시 버튼은 <메두사>의 신화에서 태생적 운명의 출발점인 언니들과 바위 섬에 살던 시절부터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남성 서사 중심의 신화를 전복 해 버린다.

어느 날, 메두사가 살고 있는 섬에 아름다운 청년 페르세우스가 찾아오고 고립된 섬의 외로운 유배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메두사는 바위에 모습을 감춘 채 페르세우스에게 말을 건넨다.

메두사가 페르세우스에게 자신의 이름을 메리나 라고 말하자 페르세우는 섬에 진짜 온 목적을 숨기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각자 살아 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동안 잊고 있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떠오르고 진짜 벌을 받아 섬에 유폐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늘 지위를 잃을까 봐. 자기보다 젊은 누군가에게 권력을 뺏길까봐 두려워 했어. 예언자의 말만 믿고 자신의 두려움에 놀아난 거야.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애가 늙은 나무의 껍질을 벗기듯 자신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장작으로 쓰리라 생각한 거지. 결국 할아버지가 생각해 낸 해결책은 고작 어머니를 청동탑에 가둬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일을 막는 거였어. 그러고는 절대로 어머니를 풀어 주지 않겠다고 맹세 했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강하게 끌리지만 페르세우스는 메리나에게 자신의 '메두사'를 사냥하러 섬에 온 것이라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페르세우스에게 반해버린 메두사는 머리카락이 아닌 뱀을 머리에 이고 있는 흉측한 모습을 그에게 보여 주어야 할 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내가 숨을 내쉬면 뱀들도 숨을 내쉬었다. 나의 근육이 긴장하면 뱀들도 공격 태세로 몸을 뻗었다.'

-만약 그때 내가 외롭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때 내가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만약, 만약, 만약, 우리 인간들은 왜 항상 지난날을 돌아보고 더 쉬운 길이 있었을 거라 생각할까?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믿는다.

메두사의 모습은 현 세상으로 건너와 세상의 중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남성을 누르고 올라섰을 때 '악의적'인 이미지를 덧 씌워 버렸다.

두 개의 자아가 충돌했다. 새로운 자아와 과거의 자아, 마음이 무거운 자아와 근심 걱정 없는 자아. 흉측한 자아와 아름다운 자아

남성 중심의 서사적 신화에서 여성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손쉬운 평가의 대상이 되어 신들의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나는 위엄 있고 당당했다. 어린 시절처럼 나의 주인은 나였다.

무슨 말과 행동을 하건 그것은 나의 영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자기 꼬리를 먹는 뱀처럼 나는 저녁이 되면 태양과 함께 죽었다가 아침에 다시 태어났다. 우리가 어디로 향했느냐고? 안개와 우울의 땅도 아니고 피와 연기의 땅도 아니였다. 그런 곳이라면 이미 볼만큼 봤고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 세상을 헤매는 영혼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바다에 머물며 계속 항해했다.

결국 남성의 힘으로 눌러 버린 메두사는 현 시대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세기 동안 권력을 가진 여성 또는 권력을 위해 싸우는 여성들은 탁월한 싸움꾼 또는 표독하고 악랄한 모습의 메두사에 비유되어 왔다.

기존의 신화에서 메두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았고 그녀를 단칼에 제거해버린 페르세우스는 신화 속 영웅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 부터 몸 속에 운명의 지도가 새겨져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 지도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신의 선택에 의해서? 아니면 우주 만물의 신묘한 기운을 받아서?

아니면 마치 로또 당첨의 행운의 숫자를 뽑듯이 경이로운 유전자 조합으로 태어나서?

어떤 능력을 갖고 태어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저 태어난 순간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갈 운명으로 신의 아들과 딸 그리고 권력자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도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신화의 결말처럼 작가 제시 버튼이 다시 쓴 <메두사>에서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버릴 수 있을까?

한때는 우리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을 나는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뱀들을 리본처럼 휘날리며 갑판에 서 있는 나, 햇살에 금빛과 은빛으로 털을 반짝이며 뱃머리 양쪽에 앉아 있는 개들...

이제 나는 안다. 우리가 찬란하다는 것을...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선과 악이 등장하고 서로 충돌하다 결국 영웅이 악당을 무찔러 버리고 세상에 평화가 찾아 온다.

이런 류의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누가 옳고 그른지, 누구 편에 설지, 고민하지 않고 악당을 물리쳐 버린 영웅을 응원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다르다. 절대선도 절대악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 제시 버튼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가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는 <메두사>는 인류 역사에서 추앙과 멸시의 대상으로 석화석 처럼 굳어져 버린 여성의 신체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에게 정당함을 부여하는 것들을 완전히 전복 시켜버렸다.

나는 누군가가 나를 보아주기를 원했다. 사랑을 원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뱀들까지 전부 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원했다. 그러길 원한다고 인정하는 게 나약한 마음이 아님을 스테노가 일깨워주었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어떤 여자도 외딴섬이 아니었다. 낯선 이들에게 외딴섬이 되길 강요 당할 뿐이다.

-제시 버튼의 <메두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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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8-30 0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화도 남자가 썼으니 여성을 안 좋게 이야기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거 예전에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메두사도 어쩌면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죠 그것 또한 남성이 질투해서 안 좋게 이야기했던 건지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