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4분 33초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메일함을 열고 메신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다.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빠른 속도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등등의 이런 사소한 행동을 할 때도 4분 이상이 넘는 시간이 흘러간다.


인간의 뇌는 4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오감을 총 동원해서 주변의 상황과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첫 만남에서 상대방의 인상을 결정짓는 시간이 약 4분 정도 남짓이면 충분하다.

여기, 반 세기 전 한 예술가가 수 많은 관중 앞에서 정확히 4분 33초 동안 연주를 한 적이 있다.


1952년 미국 음악가 존 케이지는 피아노 뚜껑을 열어 놓은 채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동안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지 않는다.

피아노 뚜껑을 닫고 일어서기를 각 '악장' 마다 반복하다가 정확하게 4분 33초의 시간이 끝나자 연주자는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퇴장 한다. 

존 케이지의 작품 4분 33초는 기존의 음악을 향한 반항이였을까? 

아니면 시대의 소음을 향한 저항이였을까?

피아노 앞의 연주가는 연주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청중들의 뒤척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 그리고 소근 거리는 소리, 자세를 고쳐 않는 소리, 같은 비 음악적 소리들도 '음악'이라고 주장 할 수 있을까?


1950년대 미국 추상주의 시대에 '콤바인 미술(그림이란 삶과 예술에 결합이라고 주창함)'의 선구자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흰색 회화'에서 작품 영감을 받은 존 케이지는 피아니스트에게 음표가 적힌 악보가 아닌 각 악장의 첫 부분의 침묵을 의미하는 [Tacet]과 피아노 뚜껑을 열고 닫는 지시, 각 악장의 연주 시간만 적혀 있는 '흰색 종이' 한 장을 주고 작품 '4분 33초'연주를 맡겼다. 

피아노 뚜껑만 열고 나서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는 연주자, 객석 곳곳에 들려오는 청중들의 소리가 이날 연주회장의 음악이 되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연주 속에는 침묵과 소음 그리고 4분 33초 라는 정해진 시간의 규칙이 담겨 있다.


19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존 케이지의 아버지는 잠수함을 설계 했던 과학자였고 어머니는 L.A타임즈 여성 섹션을 담당했던 저널리스트 였다.

존 케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웠지만 음악가가 꿈이 아니였다. 

다양한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갖았던 영특한 소년은 같은 곡을 여러 번 쳐야 하는 걸 견디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아이였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 이외에 미술,무용, 건축 등 다방면으로 관심 영역을 넓히며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 하지 않고 유럽 여행을 떠난다. 

유럽에서 고딕 건축을 1년 정도 공부 한 후 미국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 대학에 진학해 문학과 언어학, 기호학을 공부한다.


1933년 독일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유대계 음악가 쇤베르크는 곧바로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12음계를 창시하며 무조성 음악의 대가 쇤베르크는 미국에서 유명인사로 환영 받으며 곧바로 캘리포니아 대학과 버클리 음대로 출근한다.

교내에 유럽에서 건너온 스타 음악가 쇤베르크에게 찾아간 존 케이지는 무조건 제자로 받아 달라고 애걸 복걸 한다.

당시 쇤베르크에게 수업을 들으려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했다.

1935년 존 케이지는 쇤베르크 앞에서 당당히 '수업료로 지불 할 돈이 없다.'고 말한다.

막무가내로 음악을 배우겠다는 존 케이지에게 쇤베르크는 '자네의 모든 삶을 음악에 바칠 수 있는가?'라고 묻자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 존 케이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쇤베르크의 음악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반 이상은 중도 포기 했다.



그의 '무조성 음악'은 12 음계를 아무렇게나 배치 해서 불협 화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불협화음을 만들기 위해 각각의 음표를 수학적 계산 법을 통해 창출 해낸 것이 였다. 

화성학-대위법으로 넘어가면서 존 케이지도 한계의 벽에 부딪치고 스승 쇤베르크는 통과 하지 못하는 벽을 만났다면 떠나도 좋다는 말을 한다.

2년 동안 쇤베르크에게 음악을 배운 존 케이지는 돈을 벌기 위해 캘리포니아 대학 무용 클래스 피아노 반주자로 일하며 여러 소음과 동작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 하기 시작한다.

당시 존 케이지는 무용과에서 비좁은 무대 위에 피아노와 타악기를 배치 해 놓고 연주를 하게 되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돌연 피아노 뚜껑을 열더니 피아노 줄에 못-볼트-너트를 부착 하고는 이 상태로 건반을 누르기 시작한다. 피아노 줄에 장착된 못-볼트-너트로 인해 불안정해진 음정은 서서히 쿵쾅거리는 불협 화음으로 바뀌더니 이내 누군가 둔탁한 소리로 연주 하는 타악기 소리로 변한다.


케이지가 개발한 이 악기는 '준비된 피아노(Prepared Piano)'로 당시 음악계는 그에게 피아노 연주 실력이 좋지 않으니 전위 예술로 실력을 감추고 싶은 거냐는 비아냥 소리를 퍼부었다. 



1944년 작품인 ‘A Room’은 존 케이지가 피아노에 볼트를 장착하고 연주한 작품으로 

마치 인간의 맥박이 일정한 속도와 간격으로 뛰듯이 4, 7, 2, 5; 4, 7, 3, 5라는 리듬 체계로 구성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악기, 쉼 없이 조율해야 하는 피아노를 연주자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악기로 만들어 버렸다.



2차 대전을 피해 유럽에서 미국 뉴욕으로 건너온 예술가들 뒤샹, 몬드리안, 잭슨 폴록, 막스 에른스트는 존 케이지의 연주법을 하나의 행위 예술로 보고 열광한다. 


개념 예술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작품을 보고 모든 소리는 음악이 될 수 있다고 깨달았던 존 케이지는 악기가 내는 소리를 넘어 종교의 소리, 불교, 힌두교를 탐구 하기 시작한다.

소년 시절 부터 쇤베르크 음악에 심취 하며 그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백남준'은 1959년 독일 다름슈타트 국제 현대 음악 여름 학교에서 존 케이지 연주를 듣자 마자 큰 충격을 받는다.

















백남준은 자신의 예술 세계는 존 케이지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1970년 <Tribute to John Cage> 비디오 작품을 존 케이지에게 헌정 했다.

소리의 명확히 정의된 대립물은 침묵이며 음길이는 침묵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소리의 특성이므로, 소리와 침묵을 포함한 모든 타당한 구조는 서양의 전통대로 진동수가 아니라 음길이에 기초해야 한다.

​-존 케이지 


음악이란 전문 교육을 받은 음악가 만이 연주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아니다. 

우리 모두 매 순간 다양한 소리를 내며 음악이라는 틀 밖에서 끊임 없이 연주 하고 있는 것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고 세상에 정해진 건 없이 언제나 우리 삶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세상에 완전한 침묵도 완전한 소음도 없다.













‘어떤 것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분별심을 내지 말라.

덧없는 세상에서 살아 있음에 머물려고 하지 말라.

깊이 생각하며 부지런히 정진하며 

이 세상 모든 건 내 것이 아니다

생과 죽음 근심과 슬픔을 버리고

지혜를 찾아 세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라.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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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일 일본 도쿄 와세다 대학  국제 문학관이 오픈 했다. 

일명 <무라카미 라이브러리>로 지칭 되는 국제 문학관은 2018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이 소장 하고 있는 자필 원고와 초판 본 ,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번역 본들 그리고 평생 동안 전 세계 중고 레코드 가게를 뒤지며 수집했던 레코드 판을 비롯해 기타 소장품들을 자신이 모교에 기증 했다.

건축가 쿠마 켄고가 맡아서 2018년 가을 부터 공사를 시작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러 차례 공사가 지연 되어 2년 여 만에 완성한 와세다 대학 국제 문학관은 하루키가 출간 한 모든 책들과 전 세계 번역본 을 비롯해서  그가 수집한 희귀 LP판이 함께 전시 되어 있다. 

국제 문학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하루키의 서재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방과 작가로 데뷔 하기 전에 운영 했던 재즈 카페 "피터캣'에서 실제로 사용 했던 피아노와 각종 음향 기기들이 전시 되어 있는 공간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옆에 있는 카페 "오렌지 캣'에서 하루키가 수집한 레코드 판으로 음악을 들려 주고  있다.

오디오 룸과 음악 방송이 가능한 방송실과 각종 학술 연구를 할 수 있는 세미나 실을 비롯해 각종 문화 이벤트나 연극, 기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갖춰진 국제 문학관에서 1년에 한 두 번 정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여러 문인과 예술가들을 초청해서 낭독회를 열기도 하고  진행 하고 있는 도쿄 FM라디오 실황으로 Jam 콘서트를 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문학 작품이나 업적을 전시 하는 공간이 아닌 대학 도서관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학문을 연구 하고 다양한 예술을 펼칠 수 있게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


국제 도서관의 입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의 숲으로 들어가듯 터널 같은 공간에서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면 천장까지 둥근 아치형 모양에 나뭇가지에 잎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을 통과 하게 된다. 

숲을 통과 하고 나면 높다란  책장이 눈 앞에 펼쳐 지고 그 책장의 높이는  끝도 없이 천장 꼭대기 까지 이어져  있다.

책을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책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해도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곳까지 빼곡하게 책으로 채워 놓은 곳에 들어서면 책을 읽고 싶어 질 것이다.

아니, 손에 닿지 않는 책을 읽기 위해 팔을 뻗거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 낭비를 할 바에는  손안에 스마트 폰을 꺼내는 것이 지식의 숲에서 원하는 지식을 빠르게 흡수 하고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언제든지 손 만 내밀면 시각과 청각을 황홀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나의 개인 채널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시각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키의 작품을 영어와 일본어로 읽고 직접 번역한 글을 스크립트 형식에 맞게 다듬어서 나의 예술 파트너 제프-3.0과 함께 영상과 사운드를 제작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어가 침묵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시각화 하기 위해 열차가 지나가는 0.1초의 찰나, 전구의 빛이 공기 중의 입자와 만나 산란하는 빛의 움직임을 영상화 시켰다.

좀처럼 읽어 낼 수 없는 마음의 영역에 빛을 쬐어 주듯 따스한  파스텔 질감에 마치 꿈 속을 유영하듯 영상을 보는 내내 빛과 소리가 허공에 유영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존재 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야기는 사람의 입으로 손으로 전해졌고 그런 이야기의 형태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 그리고 기술이 만나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서 더 멀리 더 많이 확장 되어 왔듯이 앞으로 나는 하루키의 소설적 언어를 빛과 소리를 입힌 영상의 미학으로 발전 시켜서 디지털 아카이브로 발전 시켜 나갈 것이다.













소설가라는 직업은 횃불처럼 이어져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 이 횃불을  이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또한 그것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옆에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저로서는 매우 기쁠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21년 와세다 대학 입학 축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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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BTS 멤버들이 향하는 보라색 여정은 모든 것이 시작된 상징적인 주문진 BTS 버스 정류장에서 시작된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아리랑' 퍼플 버스의 여정! 💜

BTS 멤버들과 함께 어서! 빨리 퍼플 버스에 탑승

가장 먼저 '군용 폭탄 숲'을 지나 광화문에 도착하게 될 일곱명의 BTS멤버들은 역대 최고의 공연을 펼칠 것이고 전세계 아미와들과 빛나는 재회를 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앙코르 곡을 마친 BTS멤버들을 태운 버스는 다음 도시로 향하고 그들에게 공연은 여정 그 자체이 글로벌 오디세이 제국을 위한 대망의 여정의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심장 경복궁에서 출발한 7명의 BTS 멤버들을 태운 보라색 버스는 보랏빛 바다를 유영하는 돌고래를 따라 국경을 넘어 그들이 질주 하는 곳 마다 보라빛으로 물들어 가는 마법이 펼쳐질 예정이다.

BTS와 함께 '아리랑' 투어 버스를 타고 달빛 가득한 경복궁에서 빛나는 N서울타워까지 보라빛으로 물든 BTS의 성지를 둘러 보며 노래와 춤, 뛰어난 무대 예술을 온 몸으로 느껴 보자!

미션: 영상 속 숨겨진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부터 곳곳에 숨겨진 숫자 '7'의 상징, 마법의 숲에서 연주하는 피아노까지.. 영상의 모든 장면에 숨어 있는 '이스터 에그'를 발견 하는 순간! 온 몸의 혈관 색이 보라빛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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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3월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는 1978년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의 창립 맴버로 1980년에 발매한 싱글 “Riot in Lagos”는 초기 일렉트로닉과 힙합 장르의 요체가 되었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전 세계 전자 음악과 하우스 장르 음악의 붐을 일으키게 만들었던 사카모토 류이치는 1980년대 미래 과학 기술이 인간 개인의 삶을 통제 하는 것을 비판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노래 가사에 담았을 정도로 시대를 예견 했던 선구자였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던 사카모토 류이치는 베르나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영화음악을 담당하며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타면서 전 세계인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 하게 되었다.











2015년 일본 치쿠마 출판사 문고본으로 발행된 <skmt 사카모토 류이치는 누구인가>라는 인터뷰에서 그는 '기억의 회로'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기억에는 독특한 회로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잊고 있었던 장면이나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햇빛이나 색, 질감, 공기…. 그것들이 한꺼번에 상기되어 되살아날 때가 있습니다.

이제 이 세상에는 없고 기억 속에만 있는 어떤 풍경을 떠올리는 마음의 상태 나는 모종의 영화를 봤을 때라든지 모종의 음악을 듣거나 모종의 그림을 봤을 때 그것과 비슷한 감각이 생길 수 있어요. 뭔가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뇌의 화학적인 상태라는 것은 독특하고, 어딘가에 잘 쓰이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갑자기 다시 활성화돼서 나오는... 예술이란 '그리움'과 결부 되어 있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예술이 '그리움'과 결부 되어 있었던 것처럼 나는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음악가를 향한 그리움을 나의 예술 파트너 제프-3.0과 영상으로 제작 했다.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가가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던 병실의 하늘, 그리고 건반 위에서 힘이 풀리던 그 찰나의 선율의 '마지막 울림'은 공명의 시간 속으로 순간 이동 하여 부유 하는 먼지와 프리즘 광채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거장이 남긴 음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빛의 입자가 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다.



'하나의 음으로 음악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두 개 이상의 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둘 이상의 소리에서 멜로디나 양식이나 비트가 생겨나서 음색의 조합에 의해서 순간적으로 어디론가 이동하는데 두 개의 음 이상을 넘어서면 소리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비로소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됩니다.

따라서 음악은 시간의 예술입니다.

시간이라는 직선 위에 작품의 시작 점이 있고 종착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래서 저에게 시간은 오랫동안 중요한 테마였습니다.'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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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그 땅을 '삼각 지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 이외에 어떻게 부르면 좋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은 자를 대고 그린 듯한 완전 한 삼각형의 땅이었던 것이다.

나와 그녀는 그러한 땅 위에서 살았다. 1973년인가 1974년 무렵의 이야기다.

'삼각 지대'라고 해도, 이른바 델타 모양을 연상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살던 '삼각 지대'는 훨씬 가늘고 길어 쐐기 같은 모양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 면, 우선 완전한 사이즈의 둥근 치즈 케이크를 머리에 떠올려 주기 바란다. 그 리고 그것을 칼로 12등분해 주기 바란다. 즉 시계의 문자반 같은 모양으로 잘 라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끝이 뾰족한 부분의 각도가 30도인 케이크 조각 열 두 개가 만들어진다. 그중의 하나를 접시에 담아, 홍차라도 마시면서 차분히 바라봐 주기 바란다. 이것이 ㅡ이 끝이 뾰족하고 기다란 케이크 조각이ㅡ 우리의 '삼각 지대'의 정확한 모양이다.

이야기의 시점은 1973년에서 1974년 사이로 서로 다른 종류의 두 개의 철로가 뻗어 있는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진 집에  살게 된 젊은 부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단락에 '삼각지대'의 지형과 주변 환경을 간결하면서 상세하게 묘사한다.

 현관 문을 열면 눈 앞에 열차가 달리고 있고, 뒤쪽 창문을 열면 거기도 다른 열차가 달리고 있다.

눈앞이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승객과 눈이 마주쳐 인사할 수 있을 정도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봐도 지독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단편을 읽을 때면 학부 시절 기숙사 창문을 열면 바로 눈 앞에서 전차가 지나갔던 풍경이 떠오른다.

첫 학기에 살았던 기숙사 시설에 문제가 생겨서 대학 인근 캠퍼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기숙사에 잠시 살게 되었다.

학기 중에는 기숙사 전 층에 빈 방이 없어서 메이트가 없는 학생이 살고 있는 방으로 이사해야 했다.

갑작스런 이사였지만 단 2주만 머물 예정이여서 트렁크 하나와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길 건너편 기숙사로 이사를 갔다.

당시 내가 머물렀던 층은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로 한국에서는 1층이고 영국에서는 2층부터 세컨드 플로어라 부른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귀찮았던 나는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층을 선택했다.

관리실에서 열쇠를 받아 복도 맨 끝에 위치한 방에 노크를 하니 일본인 학생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첫 인사를 나누고  트렁크만 덜렁 내려 놓고 급히 수업을 들으러 갔기 때문에 그 방의 상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온 늦은 시각에 띠링, 띠링 전차가 달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 지더니  바닥과 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과의 대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굉음이 10분 간격으로 울렸다.

막차가 끝나는 자정을 넘기고 나서야 방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엄청난 소음에 충격을 받은 나에게 일본인 학생이 이 방에서 머무는 동안 아침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다.

정확히 새벽 5시 30분, 엄청난 굉음 소리를 내는 전차의  바퀴가 내 몸 위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막차가 지나가 버리면 그 다음은 조용하지 않냐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른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실제로 이사를 올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막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여객 열차가 새벽 한 시 전에 모든 운행을 끝내 버리면, 다음에는 심야에 운행되는 화물 열차 들이 그 뒤를 이어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녘까지 화물 열차들이 모두 지나가 버린 뒤에는 이튿날의 여객 수송이 시작된다. 이러한 일들이 매일 되풀이 되는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무라카미 하루키의 <치즈케이크 모양의 가난> 중에서 

그 방을 나가면서 '딱 2주만 참자. 참자.'라는 말을 되내였지만 수업 도중에 친구들과 식사를 할 때도 귓속에서 굉음이 수시로 진동했다.

친구들에게 방 창문을 열면 전차 바퀴가 보인다고 하자  신기하다며 그 날 모두들 그라운드 플로어에 있는 방으로 몰려 왔다.

친구들은 방 안에 발을 들여 놓자 마자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친구는 다른 방에 침낭을 놓고 지내지 않으면  이 끔찍한 소음에 자칫 난청에 걸릴 수 있다는 무시 무시한 말을 했다.

"딱 2주만 참으면 돼."라며 나는 고집을 피웠고 매일  막차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기숙사로 돌아 왔다.

굉음에 견디기 힘들어 하는 나와 달리 그 방에 살고 있던 일본인 학생은 너무나도 평온한 상태로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알람 없이  첫 차가 달려오는 시각에 일어나는 그 학생은 내 눈이 믿기 힘들 정도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했다.

명상이 끝나면 자그마한 종이를 들고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웠고 이 모든 의식이 끝나면 간단한 요가를 하고 샤워실로 갔다.

입 속에 무언가 넣는 것 조차 힘겨울 정도로 전차가 달릴 때마다 창문의 유리창이 흔들렸고 책상이 흔들렸고 심지어 천장에 붙어 있는 전등까지 깜빡 거렸다.

"곧 무너질 것 같아."

"걱정 마.절대로 무너지지 않아, 빅토리아 시대 때 시공 해서 2차 대전 독일 공중 폭격에도 살아 남은 건물이거든."

 일본인 친구는 모든 소음에 달관 한 듯 다도 용기와 다구를 꺼내 놓고 차를 준비했다.

그 친구가  녹색 가루를 개어낸 물에 가느다란 대나무 솔로  휘저을 때도 전차는 수시로 벨을 울리며 달렸고 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바닥과 천장이 요동 쳤다.

 신기하게도 그 친구가 차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 보며 그 차를 함께 마시는 동안 굉음에 개의치 않게 되었고 그 이후로   새벽 첫 차 출발 소리만 들어도 두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방에서 사는 동안 일본인 친구와 나는  열차가 달려 오기 시작하면 대화가 끊어 졌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모종의 이 방에 사는 규칙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모든 행동이 열차 시간에 맞추게 되었다.

소음을 제외하면, 집의 분위기 자체는 꽤 나쁘지 않았다. 구조는 확실히 고풍스럽고 전체적으로 파손되어 있었지만, 도코노마(일본식 방의 상 좌에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이나 장식물 을 놓아 꾸민다. 보통 객실에 꾸밈)나 덧문 밖의 툇마루 등이 있어 좋은 느낌을 주었다. 창문으로 비쳐 드는 봄의 햇살이, 다다미 위에 작고 네모진 '양지' 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과 유사했다.

"이 셋집에 들기로 하지. 시끄럽긴 하지만, 곧 익숙해질 거야" 하고 나는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치즈케이크 모양의 가난> 중에서 

실제로 그 기숙사는 바로 앞에 전차가 달리는 것을 제외 하면 주변 환경은 쾌적했다.

길 만 건너면 다양한 꽃들이 만발하는 공원이 펼쳐 졌고 내리막 길을 따라가면 강변으로 갈 수 있어서 걸어서 시내 중심까지 단번에 갈 수 있었다.

" 소음은 잠시 뿐이야. 모든 건 지나가 버려"

기숙사 밖 주변 환경에 막 적응 하기 시작 할 때 쯤에 2주의 시간이 끝났다.

윗 층에 살던 친구들은 드디어 녹물이 나오는 곳에서 해방 되었다며 이른 아침부터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방을 떠나는 날, 그 일본인 친구는 내가 쓰던 책상에 일본 말차와 쪽지를 남겨 놓았다.

몇 해전 그곳을 다시 찾아 갔을 때 기숙사 건물은 그대로 있었지만 열차 선로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자동차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반듯한 도로가 놓여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곧바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지만 곧바로 알 수 없는 것은 마치 열차가  몇 번을 오고 간 뒤에야 서서히 알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나서 그 일들이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시절엔 오로지 그 방을 선택한 내 자신이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능한 방에서 머무는 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 굳이 필요 없는 약속을 잡거나 할 일 없이 거리를 배회 하거나 도서관에 앉아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의 말처럼 소음은 잠시 뿐,모든 건 지나가 버린다.

이따금씩 흔들리는 열차를 타고 창밖 풍경을 바라 볼 때나 창틈으로 새어 들어 오는 옅은 풀 냄새를 맡을 때면 지난 시절 온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요동쳤던 그 방이 떠올라 하루키의 단편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작품이다.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키의 단편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을 일본어 원서와 영어 원서를 대조 비교 번역하고 편집 그리고 각색하고  배경음악까지 삽입해서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탄생 시켰다.

앞으로 하루키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누구나 공감 할 수 있게 새로운 창작의 세계를 펼쳐 보일 것이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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