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초부터 갑자기 겨울이 온 것 같더니 다시 날씨가 조금 풀린 듯하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의 더위는 그새 기억도 나지 않으니 인간이란 참... 추운 겨울이 될꺼라는데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몇 권의 좋은 책들을 만났다.

 

이 책을 평일에 새벽 세시까지 읽다가 엉엉 울고 출근했더니 엄청나게 피곤했다. 결말이 슬플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는데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계속 울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진실한 마음으로 죽음을 용기있게 대면할 수 있을까.

폴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게 된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그 죽음의 시기를 안다면 우리는 하루하루 더 값지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모르는채로 하루하루 해피하게 사는 것이 더 좋을까. 죽음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죽음의 반대가 삶이라면, 그 한번 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서도 더 진하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루시와 나는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삶은 아니라고 느꼈다.

몇 년 전, 나는 다윈과 니체가 한 가지 사실에 동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을 규정짓는 특징은 생존을 향한 분투라는 것이다. 삶을 이와 다르게 설명하는 건 줄무늬 없는 호랑이를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수년을 죽음과 함께 보낸 후 나는 편안한 죽음이 반드시 최고의 죽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174

 

 

수박 겉핥기라도 한번 가 본 도시는 어쩐지 친근함이 생긴다. 그 짧은 며칠은 하루하루가 아주 깊이있기 때문에 일상의 10배쯤 되는 농도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김이듬은 파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파리라는 도시를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 같다. 파리에 유학간 한국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파리 노숙인들의 인터뷰도 재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터뷰를 한 장소가 자세히 나와있는데, 여행정보 책에는 잘 나와있지 않은 숨은 명소를 발견한 양 흐뭇해한다. 다시 가보고 싶구나.

나는 에두아르에게 " 참 잘 생겼다"고 말했다. 몇 살인가도 물어봤다. 그러지 말걸. 내가 만난 파리 사람들은 나에게 예쁘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옷이 잘 어울린다거나 기분이 좋아 보인다든가 그렇게 표현했다. 그들은 자신의 잣대로 미추를 구분하여 직접적으로 말하는게 일종의 성추행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면서 예쁘시네요. 참 미인이십니다. 피부가 고우세요. 외모 가지고 그러지 말기. p.85

 

 

 

연애부터 결혼, 일상에 이르기 까지의 감정변화를 철학적으로 제 삼자의 시선에서 서술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이 과정의 어느 지점에 있든 맞아맞아 하며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의 글은 역시...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에 좀 심드렁해진 나이라 아주 재밌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제목만으로 많은 이들이 읽을 것이라 예상된다.

 

 

 

 

 

 

 

 

윔피키드는 아주 유명한 모양인데 내가 이 책을 영문판으로 세트로 사놓고 읽고 있다. 이제 4권... 아주 어렸을 때 꼬마 니꼴라가 그렇게 재밌더니, 또 해리포터가 그렇게 재밌더니, 이제 윔피키드가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일상이 이렇게 재밌다. 나름 머리를 굴리지만 소심하기도 하고, 가족들의 일상이 어처구니 없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런 어린 시절이라면 다시 한번 돌아가보고 싶다.

 

 

 

 

나오코 씨는 정말 마라톤을 꾸준히 하나보다. 해외의 생경한 풍경을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마무리는 거의 포상맥주로 이어진다. ㅋㅋ

자주 출간되는 나오코 씨의 만화책은 꼭꼭 챙겨본다.

일어를 몰라서.. 먼저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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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더 좋은 책들이 발견되는 건 왜 일까?

그렇다고 발견되는 책들이 가을에 막 출간된 것들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 둘 내 곁으로 오는 책들.. 두어권 아주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세달 남겨둔 10월의 초입에..  2016년에도 좋은 독서를 했구나하고 안심을 하게 된다.

 

  <스톤 다이어리>와 <몸의 일기>를 읽었다. 우연히 연달아 읽고 보니 여자와 남자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한 듯 보인다. 시대적 배경도 1900년대이니 정말 비슷하다.

<스톤 다이어리>에서 주인공 데이지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데이지의 탄생에서부터 어떤 인생을 살다가 죽음에 까지 이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몸의 일기>와 다른 점이라면 데이지를 둘러싼 인물들에 의해 데이지의 삶을 옅보게 된다는 것. 내 인생이 내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인들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듯 우리가 자신의 삶을 알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 가운데 실제로 기록되는 것이 어느 정도이며, 이 정확한 기록이란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꾸며내거나 상상되거나, 기억되거나 지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래서 나의 삶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 인생들의 중첩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소설 <스토너>도 떠올리게 된다. 데이지의 남편 바커 플렛이 스토너랑 비슷한 캐릭터인 것 같다. 작년 이즈음에 읽었었는데 참 좋았다.

 

 

그러한 반면 <몸의 일기>의 주인공 처럼 자신의 몸을 철저히 기록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흔히 일기를 쓸 때는 내면일기를 쓰게 마련인데 이 사람은 외면일기를 썼다. 그래서 하다못해 주인공의 직업조차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노화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우리가 자신의 몸 만큼 끝까지 적응안되고 두려워하는 것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드는 과정. 그 과정을 내 자신과 비교해보며 조그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우리가 몸 그 물질이 아니면 무엇이랴.. 재밌고도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49세 20일    1972년 10월 30일 월요일

 

 우리의 병이라는 게,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자기 혼자서만 알고 있다고 착하는 '웃기는 얘기들' 같다. 이명에 관해 얘기하면 할수록(이 병을 앓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해 이 말의 뜻도 모르는 시늉까지 해가며),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어제 에티엔도 그랬다. 네가 먼저 물어봐줘서 고맙다, 실은 나도 그 증상이 있는데 깜빡했네!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몸의 일기> p.281

 

 

 

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여행 시리즈물을 거의 다 읽어서 김이듬 시인의 <모든 국적의 친구>를 찾아 읽으려다가 이 책 먼저 읽게 되었다. 슬로베니아라... 거의 정보가 없는 나라인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살고 싶은 편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나라인 것 같다. 뒷부분에 시인이 되었을 때 (등단하였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에서 가슴이 저릿했다. 내게는 등단이 재생이나 부활처럼 느껴졌다. 피폐하고 부정적인 자아가 죽고 새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p.270

사람은 살면서 어떤 계기에 의해 새사람이 되기도 한다. 간절히 원했던 것을 이루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윤필이라는 만화가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분의 만화를 특히 <흰둥이>를 꼭 보시기를....

밤에 본다면 펑펑 울 수도 있겠다.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흰둥이처럼 번쩍!하고 힘내는 날들이 오기

를 ..

 

참 오랫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다.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고 언론에도 자꾸 나오는 것이 내심 못마땅하여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내가 왜?)

그러다가 읽어보니..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의 에피소드도 간간히 나오고... 재미있긴 하다. (살짝 그 부분이 과도한것도 같지만)

여전히 우리 국토를 사랑하시는 마음 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이구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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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마다 쓰던 페이퍼가 무색하게.. 나를 위한 한개의 글도 쓰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한다.

때이른 더위? 심지어 이젠 장마?가 바쁜 일상과 함께 어느새 내 옆으로 와있다. 이 분주한 상태.. 몇가지의 일을 부여잡고 있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일기를 쓰고 마음을 다 잡는다. 내일 나의 직장이란 곳에 가서는 모니터 앞에 포스트잇으로 '대충하자!'라고 써놓아야 겠다. 이게 다 뭐라고..

정신이 피폐해지면 자연스레 몸까지 아파온다. 이럴 때일수록 느긋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한다.

 

그래도 몇권의 책은 읽었다.

우연히 두 권이 시드니에 대한 책이다. 호주라는 나라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였는데.. 이 책들을 통해 조금 호기심이 생긴다. 하루키의 시드니는 오래전 시드니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다. 마라톤에 대한 글이 재밌다. 그리고.. 아.. 코알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코알라는 안아보려고 해서 코알라가 엄청 스트레스라고 한다. ㅠㅠ 자연발생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데 몸이 그을려도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있는 코알라라니..

두번째 책은 두 사람이 결혼기념으로 낸 책이다. 똑같은 시간, 동일한 장소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 쓸 수 있구나, 싶다. 박연준 시인에게 관심이 생겨 '소란'이라는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김남희의 책을 읽었다. 이제는 멀리 라틴아메리카까지 가신 모양인데.. 남미는 너무 멀어서.. 정말 마음먹지 않고는 못 갈 곳이라는 생각이든다. 가장 행복했다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의 섬에서 나도 바다사자들과 뒹굴거리며 해먹에서 쥬스를 마시고 싶다. 그럴날이 올까..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들.

따뜻한 남쪽.... 에서 가장 기억남는 나라는 가난한 스리랑카.. 이제 오지여행이나 그런 여행들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이 구석구석 까지 찾아가다보면.. 그에 맞추어 원주민들도 상업적으로 변하고, 그들만의 문화는 현대화되어 특색을 잃고.. 그런 고민들이 드러나있다. 그리고 나이로 오는 고민들. 20대의 감성도 이제는 아니고 몸도 조금씩 노쇄해가고.. 그 부분을 읽으려니 많이 서글퍼져서.. 김남희씨를 막 응원하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음... 슬픈 일일까.. ^^; 나도 잘 모르겠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말.

 

모든 것들을 자꾸 이해하려고 해서..

그런데 이해는 안되서....

 

그 모든 문제들이.. 자꾸 반복되나 보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유인나가 볼륨 라디오를 진행할 때 잠깐 소개되었는데 (또띠아에 대한 글) 궁금해서 읽었더니 재밌었다.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변두리, 비주류의 사람들. 웬만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좋은걸까? 좀더 강해지기를. 웬만해선 끄떡없도록.

학부모 상담주간에 학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담을 하는데서 빵 터진다.

 

 

 

 

 

 

고흐가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구나.

새삼 알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 독학자. 그리고 고흐니까.

그냥 다 좋다.

 

 

 

 

 

 

 

 

 

와오. 전작주의자가 되려는지 다카키 나오코의 만화들이 나오는 데로 사 모으고 있다. 마라톤에 꽤 열심인 나오코.. 계주형식으로 하는 마라톤도 있다니. 귀엽고 가슴 찡하고. 재밌다.

 

 

 

 

 

 

 

 

 

그리고 이젠 폴 오스터의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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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로마인이야기2>와 김영하의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같이 읽게 되었다.

시칠리아가 두 책에 모두 나와있어-과거와 현재의 모습으로- 신기한 기분이다.

마치 고고학자가 된 듯이 이미 누가(시오노 나나미가) 잘 정리해놓은 것을 나만이 발견한 역사적 사실인양 밑줄그어 가며 신나게 읽고 있다.

김영하는 시칠리아를 2007년에 방문했다.

2007년 겨울, 나는 시라쿠사와 타오르미나에서 한동안 기시감에 가로잡혀 먹먹해지는 마음을 다잡느라 애를 먹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이 그리스식 극장 때문이었다. 20년 전의 그 노천극장이 거기, 시칠리아에 있었던 것이다. p.87


시칠리아의 어떤 거리가 알베르 카뮈가 <페스트>에서 묘사한 오랑의 거리처럼 보였을까..


이십대의 나는, 자연이 만든 것보다 인간이 만든 것에 더 끌린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미술관들을 돌아다녔고 인간이 그린 그림과 인간이 지은 책과 음악, 건축물에 매료되곤 했다. 자연?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아요.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요.

p. 109

아마 나도 그랬지 싶다. 어쩌면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자연풍경보다는 그림감상이 더 좋고 사람들이 만든 예쁜 물건 구경이나 거리 구경이 좋다. 공원도 좋아하는데, 공원같은 것은 자연일까 인공물일까. 자연이 만든 것에 언젠가는 마음이 더 기울겠지. 아직 젊나보다.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힘겨운 전쟁에서 승리한 후, 시칠리아를 식민지로 삼았다. 제 1차 포에니 전쟁의 결과였다. p.172

지금은 제 2차 포에니 전쟁, 즉 한니발 전쟁을 읽고 있다. 무지 재밌다.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스페인어 책도 샀다. 공부하려고...)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를 가보고 싶다.


에리체를 거쳐간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오디세우스가 있다. 알다시피 율리시즈는 오디세우스의 라틴식 이름이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율리시즈는 이 트라파니 앞바다를 지나다 유명한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와 마주쳤다. 키클롭스족은 큰 몸집을 가진 거인으로서 키클롭스라는 말은 '둥근 눈'이라는 의미인데, 이 거인들은 이마의 중앙에 눈을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p.184


돌아보면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여행하기에 가장 안전한 시대였다. 민간 항공기가 출현했고 해적이나 산적, 마적은 거의 사라졌다. 나라와 나라 간의 이동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간단했다.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안정돼 있어 달러만 가지면 어느 나라에서든 밥을 사 먹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위험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우티스들도 부유한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p.192

아.. 내가 여행할 수 있었던 20세기는 매우 안전한 시절이었구나 21세기인 지금 해외여행이 안전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된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종 바이러스들이 출몰해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우티스(이름없는 자, 아무도 아닌 자)들이 잘못된 신념으로 불특정 다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저 운이 좋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심지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우스개로 말하지 않던가. 나는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일이 여행 도중 일어나는 것은 운명이라고 말하며 아마도 가볍게 여행을 떠날테지만, 이제 여행이 한가득 설렘으로만 가득차기에는 2%정도의 걱정은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식도락이야말로 순간의 즐거움이다. 그것은 사진으로 찍어 남길 수도 없고 잘 보존하여 간직할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 어느 한 순간 최고의 행복감을 주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천천히 사그라진다. 몇 줄의 문장으로 겨우 남을 뿐이다. p.239

물론 요즘 사람들은 식도락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


정말 젊은 사람들은 젊은이의 옷을 입는 사람이 아니라 젊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젊게 생각한다는 것은 늙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늙은이들은 걱정이 많고 신중하여 어디로든 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육신과 정신을 이제는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취향도 내세우지 않으며 낯선 곳에서 받는 새로운 감흥을 거리낌 없이, 아무 거부감 없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더 이상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호기심은 한편 피곤한 감정이다. 우리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든 질문하게 하고 이미 알려진 것들을 의심하게 만드니까.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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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1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스파피필름 2016-02-10 12:01   좋아요 1 | URL
워낙 썰렁한 서재라 댓글이 반갑네요
새해 복 많이~ 북 많이~ 받으시는 한 해 되세요 ^^

[그장소] 2016-02-10 12:22   좋아요 1 | URL
네 ㅡ^^ 고맙습니다.
자주 보이면 읽고 그냥 잘 안지나치게 되는데
읽은건 뭐라도 한마디 남기고 가거든요.
그냥 좋아요..이거 너무 맹숭맹숭 해서요.^^
여행을 많이 하셨었구나..알겠네요..
감히 저는 국내를 벗어나 본적이 없어서..
책 속에서만 아주 멀리까지 가능한데..
이상하게 시칠리아는 제게 장르 소설속에서
더 기억이 뚜렸해요.
그게 기억하기 좋아 그런모양예요.
덕분에 역사 한번 되집고 가요!^^
자주 뵈어요!^^
 

  기자인 저자는 사건취재를 위해 평생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은 헤로도토스의 <역사>. 세계를 헤로도토스의 시선으로 보는 따뜻함이 참 좋다. 어떤 나라를 가기 전에는 반드시 이 세상을 알아버리겠다는 각오로 역사책과 그 나라의 언어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만.. 사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우리는 우리가 사는 곳을 세상의 전부라 믿으며 죽을 때까지 산다. 물론 요즘은 해외여행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시절이지만... 1950년 이전만 해도 해외로 나간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적인 정세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 갔을 때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겠다는 겸손한 태도는 참 중요한 것 같다. 물론 휴양하는 목적으로 여행을 가기도 가지만 나에게 여행은 '경험'이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세상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라고 할까. 그런 공간적인 제약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어설 수 있다. 하지만 시간적인 제약은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그것은 저자가 그렇게 했듯 아주 오래된 고전이라 불리어지는 책을 읽는 것이리라... 카푸시친스키는 정말 평생동안 헤로도토스를 사랑한 것 같다. 이 사랑에 질투가 난다. 그가 읽은 <역사>는 얼마나 손때가 묻고 닳아졌을까... 

헤로도토스는 어린이와 같은 천진난만하고 열정적인 호기심으로 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헤로도토스의 가장 큰 발견, 그것은 너무도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세계가 서로 다르다는 것, 또한 각각의 세계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세계를 알고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세계, 다른 문화야말로 우리가 스스로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p.383

그래서 <역사>를 읽어봐야겠다!

<로마인 이야기>는 이제서야;; 읽어보고 있는데 생각 밖으로 재밌다. 밑줄 그으며 공부하듯 읽고 있다.

 

 

 

 

 

 

 

 

 

가끔 이런 속도로 책을 읽다가는 세상에 수많은 재밌는 책들을 다 읽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에 한숨이 쉬어진다. 그래서 어떤 해에는 정말 열심히 읽기도 해서 내 능력으로 120권 정도까지 읽어봤는데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지금 다시 내 속도로 천천히 읽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책에 의하면 원래 책을 읽는다고 뭐가 남는 것은 아니란다. 나도 알고 있었지만. ㅋㅋ

내가 읽거나 말거나 눈길 한번 주었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이 세상에 책들은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가지 않아도 산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어떤 소설은 우리가 읽든 말든 저 어딘가에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는 소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접근하고, 그것으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고,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음으로써 그 어떤 분명한 유익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소설을 읽은 사람으로 변할 뿐입니다. p.141

인상적인 구절. 작가의 말처럼 실생활의 사람들에게 어떤 지대한 영향을 받거나 인상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소설속의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가령 오블로모프나 스토너 같은 인물을 일상에서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문학 작품속에 나오는 식물에 관한 에세이인데 재밌다. 예쁜 야생화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한국소설의 일부분을 읽는 것도 좋다. 너도바람꽃, 처녀치마, 얼레지꽃.. 이름도 참 예쁘지 않은가. 헤깔리기 쉬운 꽃들도 비교설명하고 있다.

(벚꽃과 매화, 수국과 불두화 등)

 

 

 

 

 

 

 

<인상파 그림여행>은 모네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모네는 해안가에서 오래살았고 바다 그림도 참 많이 그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업적으로 영리해서 그래도 말년에는 성공을 했지 싶다. 이 책을 읽고 전쟁기념관에서 하는 모네 디지털전도 가보았는데.. 저번에 헤세전과 구성이 비슷해서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언젠가 정말 뉴욕에 갈 수 있게 된다면 휘트니 미술관에 가서 호퍼의 그림들을 맘놓고 볼 수 있게 되기를...

 

 

 

아직 1권만 읽었지만 오마나 이거 야하네요 ㅋㅋ;;;

<우리가 사랑한 헤세....>에서 서평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정작 헤세가 중요하게 말한 부분은 잊고 야하다는 생각만 합니다 ㅋ 수도사, 수녀들, 요조숙녀들의 타락이 그려지는 부분이 어딘지 풍자적이면서 과연 2,3권도 그런가 궁금증이 몰려옵니다.

 

 

 

 

 

 

 

 

 

 

아주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이 있다.

우리는 그렇게 가난하지 않은데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어진 삶, 소명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나의 삶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큰 꿈, 이상을 갖지 않을테니 어떤 욕구도 쉽게 채워지고 만족할 줄 알며 행복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책 또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로 느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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