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서재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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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런 식으로 쓰니까 사이가 나빠지는 것이다. 가족 이야기를 글로 써서 그 원고를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비참한 운명의 남자는 신으로부터 고향을 몰수당한다.
-p.127 

신으로부터 고향을 몰수당한 비참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내 성격을 창조하고 숙명을 규정 지은 이 고장들을 이야기하는 데 나는 결코 적임자가 아니었다고.   

 

<쓰가루> 

쓰. 가. 루. 

'패자의 문학'을 했던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나 20년간 자란 곳이다. 역사에서 잊혀진 혼슈의 북단. 다자이 오사무는 한 서점의 의뢰로 쓰가루 반도를 여행하고 소설의 형식을 빌어 <쓰가루>의 풍경, 역사, 추억을 펼쳐 놓는다. 옛친구들과 재회하고 군데군데 유년의 기억들을 들추어 내면서 서투르게 자신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가장 다자이 오사무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인간실격>을 쓸 수밖에 없었던 그의 연약하고 투명한 속내를 들여다 보게 되면 그 속에서 묘한 공감의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는 루저이니까.  

나에게는 또 다른 전문 과목이 있다. 속인들은 그 과목을 사랑이라 부른다.
-p.35 

 

어른이라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어른이란 배반당한 청년이다.
-p.43  

배반당한 청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만과 환각의 시절들을 끊임없이 회고하고 사랑한다. 그건 비극이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하다. <쓰가루>의 절정은 결말이다. 어머니의 젖을 한 방울도 못 먹고 자란 그는 제2의 어머니와도 같았던 보모 다케를 만나는 것을 쓰가루의 마지막 여정으로 아껴둔다. 세 살에서 여덟 살. 어머니는 하나의 인간과 하나의 삶을 조각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마침내 비로소 자신의 성장 과정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 재회는 너무나 담담하고 너무나 건조해서 외려 더 뭉클하다. 언어가 비껴 가는 지점. 작가와 독자는 손을 맞잡는다.  

세상의 어머니라는 존재는 모든 자식들에게 이와 같은 달콤한 방심 상태의 휴식을 주는 것일까? <중략> 효도는 자연의 섭리이다. 윤리가 아니다.
-p.181 

격렬한 포옹도 눈물도 극도의 흥분도 없이 그저 잘 왔다! 그 한 마디.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의 가장 안온한 종착점이었다. 

 

<석별> 


도호쿠 지방의 나이 든 의사의 회고록 형식을 띤, 같이 의학 전문학교를 다녔던 루쉰에 대한 추억담이다. 아무래도 집필 계기가 국책 홍보를 위한 조직의 의뢰였다 보니 군국주의적 색채가 짙어 상당히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나 러일전쟁을 마치 중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대리전, 성전으로 미화한 대목과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에 대한 불법적 침략, 지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는 모순에 아연했다. 문학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슬픈 자각. 결국 자신의 소속, 처지를 뛰어넘을 수 없는 그 한계. 거기에서 더 나아가야 언어는 진실 한 점을 딛고 피안을 응시할 수 있지 않을까. 

 

<옛날 이야기> 


공습경보를 피해 방공호로 대피한 다섯 살 딸에게 아버지가 일본의 옛이야기들을 각색해서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혹부리 영감', '우라시마', '부싯돌 산', '혀 잘린 참새' 는 다자이 오사무를 통해 형식적인 패러디를 뛰어 넘어 성공적으로 재창조되고 있다. 거북이를 타고 용궁 체험을 가고 토끼 소녀가 너구리 아저씨를 골려 먹고 혀 잘린 참새 소녀를 할아버지가 사랑하고. 이런 전혀 그럴 듯하지 않은 얘기들을 읽으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하고 책을 읽다 혼자 미친듯이 웃게 하고 때로 튀어 나오는 경구들을 메모하게 하고. <석별> 같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다자이 오사무를 위대한 작가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한다.  

계곡 저 건너편에 아름다운 꽃이 분명히 피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사람만이 아무런 주저 없이 등나무 줄기에 매달려 건너편으로 건너갑니다.<중략> 당신에게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당신에게 믿는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p.359 

용궁 기행을 저어하는 우라시마에게 거북이가 내려준 모험의 정의. 피안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차안에 발이 묶이고 만다. 우라시마가 용궁을 떠나면서 받은 조개껍데기를 열어보자 곧바로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장면도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그것이 일종의 형벌이라고 반응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축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세월과 망각은 인간의 구원이라고. 삼백 살의 할아버지가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등진다는 것도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야만 가능하지, 돈 한 푼 없는 하루살이 신세라면 세상을 등지려고 해도 세상이 쫓아와서 도저히 등질 수가 없다.
-p.425 

쓰가루 유수의 대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해설 참조)라는 유서를 남기고 연인과 동반자살한 그가 이러한 얘기들을 남겼고 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라고 여겨도 되는 것일까?  '생명의 불안이 언어를 발효시킨다'고 했던 그의 얘기처럼 창조의 동력이 없는 우리들은 생명의 불안 때문에 읽는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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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찜해뒀어요. 다자이 오사무를 읽어본 적은 없는데 단편이 무지 좋을 것 같아요. 블랑카님 글 보니까 할아버지께 이야기 듣는 기분이에요. 일본의 고전들은 약간 그런 분위기가 있는 듯 해요. 저는 [설국] 무지 좋아하는데 이 분이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라고 했다니 읽고나면 순위가 바뀌겠어요! (몹쓸 줄타기--;;)

blanca 2011-08-19 10:18   좋아요 0 | URL
<설국>은 그 시리도록 흰 느낌이 오래도록 남았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분위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는 좀 다르지만 그 적나라한 솔직함에 반하게 되는 작가랍니다. 일단 글을 재미있게 쓰는 재주가 있어 책장이 잘 넘어간답니다. <인간실격>도 좋아요. 아이리시스님도 좋아하실 거예요^^

마녀고양이 2011-08-1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을 쓰는 것이 싫어져서 죽는 것입니다 라니,,,
무엇인가에 그렇게 몸 받칠 수 있는 것은 정녕 커다란 행운이라 해야 할까요 불운이라 해야 할까요?

거기다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믿는 능력이 없다 라니,,,
그렇네요. 바라는 것이 없다면 행동하지 않을 것이며, 이상과 목표가 없다면 노력하지 않을테니 말이죠.

저도 이 책 읽고 싶어요. 엉엉. 읽고 싶은 책, 너무 많아요. 대청소 시작했는데, 집 다 뒤집어 놓고.

blanca 2011-08-19 10:20   좋아요 0 | URL
마고님, 저는 모험심 제로잖아요-..- 겁쟁이예요. 저는 무언가를 잘 못 믿겠어요. 그래서 저한테 기억하라고 적어 놓았어요. 대청소요!! 아, 저도 오늘 물걸레질해야 하는데 걸레 빠는 게 너무 싫어요. 책은 저번에 이사오면서 그래도 처분하고 정리해서 좀 낫긴 한데. 요새는 읽고 소장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책들은 바로 바로 정리하려고 해요. 반짝반짝 대청소하시고 시원한 커피도 한 잔 하세요. 저는 또 위염이 재발하여 커피를 끊어야 하는 시기가 왔어요. 넘 슬퍼요.

블루데이지 2011-08-1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냥 모른척, 못 본척 지나치려고 했는데...한번 애정있게 돌아보도록 blanca님이 만드셨어요~
<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말에 분명 공감할것같아요~

blanca 2011-08-19 10:21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ㅋㅋㅋ 저는 제목이 끌려서 기억해 두었다 결국 읽게 되었어요. 특히 일본의 옛이야기들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혼자서 여러번 웃었어요.

비로그인 2011-08-1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혀 잘린 참새! 유치원에 다닐 적, 추운 날 이불 속에서 아빠가 읽어주었던 동화.
아버지라고 하지 않고 아빠, 라고 적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아요. 블랑카 님이 여기서, 옛 기억을 불러내 준 탓입니다.

blanca 2011-08-19 10:22   좋아요 0 | URL
쥬드님은 벌써 이 얘기를 알고 계셨군요. 자상한 아빠 덕분에. 저는 처음 들었거든요. 저도 아빠를 생각하니 뭉클하네요.

2011-08-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험심이 없다는 것은 믿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돈이 없다면 세상을 등지더라도 세상이 쫓아온다.'! 완전 공감돼요. ... 어떤 사람은 소설을 쓰지 못해 죽을 수도 있군요. 창조의 희열이라는 강한 단맛을 맛본 탓일까요. 블랑카님의 마지막 구절에도 공감합니다.

blanca 2011-08-25 10:10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이 두 문장이 정말 와닿더라고요. 굉장히 독특한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걸 예리하게 포착해서 언어로 표현하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아요. 참, 섬님의 추천으로 그 책을 당장 구입했답니다.^^

2011-08-25 18:41   좋아요 0 | URL
앗, 바로 구입하셨군요. 블랑카님에게도 좋은 경험을 주는 책이길 바랍니다...^_^
 

나는 수영을 아예 못한다.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한다. 번지점프는 그 단어를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다. 육개월 전까지만 해도 운전을 못했고 지금도 여전히 운전대 앞에서는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모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떤 것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직장 생활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대인관계가 아니었다. 바로 갑자기 나를 던져 넣어야 하는 새로운 상황,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업무들이었다. 그러니 신입사원 때는 하루하루가 고행의 연속이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사람들, 일들, 나는 금방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를 치고 수습할 수 없는 낭패를 당할 것만 같았다. 주변을 둘러 보면 할 수 없는 일들 천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은 간지러움이 아니라 내 위벽에 생채기를 긋고 있었다. 오후 다섯 시만 되면 뒷골이 땡겼다. 

나는 왜 이렇게 커버린 것일까? 자문할 새도 없이 나의 아이는 나의 새가슴이 그어 놓은 경계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니 아이도 물가에 내어 놓지 못했다. 새로운 환경은 항상 스트레스였으니 무언가 도전적인 모험상황은 저도 모르게 앞서 막아서고 있었다.  

떠밀리다시피 하여 가게 된 수영장. 유아풀은 발목까지. 핑크키티공을 들고 들어가니 갑자기 아이들이 나를 주목해 주며 공을 빌려 달라, 공놀이를 같이 하자,고 아우성이었다. 웬 인기? 하며 흡족해하며 그 아이들을 상대해 주다 보니 나의 꼬맹이는 점점 심심해지는 터라 성인풀을 계속 가리키며 들어가자고 한다. 아, 거기에는 여동생부부가 가슴까지 물을 찰랑이며 꼬맹이를 유혹하고 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나는 너무 무서웠다. 경위가 아닌 것은 알고 있으나 그리고 차마 자존심때문에 입밖에 내어 놓고 말하지는 못했지만 조카 튜브 좀 태워주면 안 되겠냐, 나는 여기에서 지켜보겠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나비의 날갯짓은 시작되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드디어 물이 허리를 넘어서기 시작했을 때 누군가 짓궂은 사람이 수영하다 뻗은 팔이나 다리 때문에 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떠올렸다. 꼬맹이는 야외풀로 나오니 흥분의 도가니였다. 물을 뒤집어쓰면 슬퍼하는 게 아니라 교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예상못한 상황이었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큰지 몰랐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물을 뒤집어 쓰며 은근히 즐기고 있는 내모습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즐거움이 나비들을 다 데리고 나가 버렸다. 물살에 몸을 맡기고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이런 즐거움을 모르고 산 지난날의 억울함을 떠올렸다. 수영을 당장이라도 배우고 싶었고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목까지 차오르는 물이 공포감을 주기 보다는 그 투명한 액체 속을 유영하며 잊고 살던 자유의 환각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 등등.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나를 투사시켰던 아이의 모습이 사실은 닫힌 유리병안에서 바깥을 응시하던 모습 뿐이었다는 것. 일곱살 때 수영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건져 주었던 커다란 오빠처럼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들. 

내 안에서 생채기를 내던 나비들이 한 마리씩 다시 날아 들어오고 있지만 걔들을 내보낼 수 있다는 그 일말의 가능성을 엿본 기막힌 경험이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나는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마구 접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그 바람을 한 움큼 먹고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척척 운전해 갈 수 있는 그런 날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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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from Value Investing 2011-08-16 01:53 
    어느 경제학자의 얘기대로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에 대한 '미리부터의 막연한 걱정' 때문에 괜히 스스로 기분이 우울해지는 때가 유독 올해 봄을 지나면서부터 점차 잦아지는 느낌이 들곤 합니다.괜히 책을 읽는 속도도 조금은 더 느려지는 것 같고,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각종 취미생활에 쏟아붓는 시간들도 예전만 못한 것 같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드높았던 나름의 목표와 꿈과 그것들을 향한 노력과 열정까지도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느슨해지고 희
 
 
마노아 2011-08-1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가능해요. 믿숩니다! 당장 도전하세요. 파이팅!!!

blanca 2011-08-14 16:4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마노아님 수영하시는 모습 보며 너무 부러웠어요. 마노아님은 그래도 기초 정도 알고 시작하신 거겠죠? 아예 물에 안 떴던 사람은 모든 것이 늦다고 해서 망설임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마노아 2011-08-14 23:16   좋아요 0 | URL
저도 기초부터 시작한 거예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당장 어떤 운동이라도 시작해야 했는데 그때가 여름이어서(작년 8월) 수영을 골랐던 거예요. 해보니까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었구요. 블랑카님에게도 신세계가 열릴 겁니다.^^

블루데이지 2011-08-14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는데.....
blanca님의 글을 읽으니 ...자꾸 찔리는 제 마음...
저도 blanca님의 다짐과 믿음속에 저도 살짝 끼워넣고 싶오요~~ㅋㅋ

blanca 2011-08-14 16:46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 ㅋㅋㅋ 그래도 자전거는 탈 줄 아시는 거죠. 자전거 못 타니까 어디 가서도 참 애로가 많더라고요. 다 커서 다른 사람이 발 구르는 자전거 뒤에 타니 계면쩍기도 하고 ㅋㅋㅋ 수영은 못하니 애한테 가르칠 수가 없어 또 아쉽고요. 이래저래 참 아쉽네요.

프레이야 2011-08-1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지점프하는 할머니!! 와우~ 블랑카님은 꼭 이루세요. 전 못해요. 후덜덜..
수영은 저도 못하지만 자전거는 좀 타지요.ㅎ
결국 누군가는 나의 손을 잡아준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던 시간, 그 순간이 저도 있었어요.
십년전의 일이지요. 수영을 못하는 내가 물에 튜브를 놓치고 빠졌는데 다가온 구원의 손길.
그때 처음엔 당황하다가 숨을 고르고 그냥 물위에 가만히 누워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았던 짧은 순간.
이국의 하늘이었어요.
블랑카님 매미소리도 짱짱한 여름아침이에요.^^

blanca 2011-08-14 16:47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그런 근사한 경험이 있었군요! 프레이야님 모자 쓰시고 원피스 입고 자전거 타는 풍경을 그려 봅니다. 아, 비랑 매미소리로 그득한 여름날이었어요.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어요. 창덕궁에 가려고요.^^

하이드 2011-08-1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 마요...

- 수영도 못하고, 운전면허도 없고, 고소공포증 있는 동갑내기(.. 아닌가?) 물귀신 하이드-

물론 나도, 지산 롹페의 델리 스파이스 공연 때 허리까지 오는 수영장에서 텀벙거리긴 했어요. 그 때 삔 손가락 몇 달 간다더니, 진짜 아직도 계속 뻐근 'ㅅ'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거에요. 스키랑 번지점프 수영 같은건 높은 곳과 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안 맞는 스포츠라는걸 이제 알아요. 어릴땐 오기로 막 하긴 했지만, ^^

blanca 2011-08-14 16: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하이드님 동갑 맞아요. 하이드님이 수영을 못하고 고소공포증이 있다니! 무엇이든 용기있게 시도하고 진취적이고 그런 캐릭터로 저는 하이드님을 그리고 있는데요^^;; 하이드님은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거지만 저는 무서워서 안 하는 거라 안해도 항상 그 쪽을 막 부러워하기 때문에 문제예요^^ 지산 록페스티벌 진행이 그랬어요? 우아, 완전 신났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전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차 끌고 나와서 도로 상황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운전 안 하는 사람이 더 낫습니다.너무 위축되지 마십시오.
멋지게 헤엄치는 사진 한 장 올려주시면 어떨런지...

blanca 2011-08-14 16:51   좋아요 0 | URL
노자님, ㅋㅋㅋ 김여사 수준은 벗어나서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착각 중이긴 합니다. 나중에 접영 하는 날 포토샵 프로그램 가동해서 올리지요.^^

노이에자이트 2011-08-14 21:37   좋아요 0 | URL
포토샵을 해야 하나요? 음...궁금궁금...기대기대!

cyrus 2011-08-14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영이랑 자전거 못 해요. 수영은 못 한다치더라도 왠만하면 남자라면 두 발 자전거는 탈 수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을 잊으시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해보시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blanca 2011-08-14 16:52   좋아요 0 | URL
아니, 자전거를 못 타시는 거예요? 그래도 cyrus님은 지금 하시면 바로 배우실 걸요. 나이 들어 하려니 겁만 많아지고 능률도 안 오르고 그래요. 자전거가 위험하긴 하더라고요. 제 남동생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다 다쳐서 시험 못 친 적도 있거든요.

다락방 2011-08-1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블랑카님은 아름다운 수필을 쓰는데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 그것을 극복하는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살면서 사람들이 가끔씩 느끼는 이 사소한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문학적으로 쓰실 수가 있을까요? 저는 이번 페이퍼까지 읽고나니 블랑카님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같은 소설을 충분히 써내실 수 있는 분이시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쓰신 페이퍼 만으로도 그런 책 한권은 뚝딱 나오겠는데요!

저도 여러가지 두려움이 있어요. 어떤것들은 말할 수 없이 챙피하기까지 한 것들이죠. 저도 그런것들을 극복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나비들이 사라지는 그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요. 용감한 할머니가 되고 싶고 그리고 늘 사랑하고 사랑받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블랑카님, 블랑카님은 용기있는 할머니가 되실 가능성도 충분히 많지만, 글을 잘쓰는 아름다운 할머니가 되실것은 확실해요. 그점을 저는 절대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blanca 2011-08-15 16:54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지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특효약을 아주 잘 알고 계신 것 같아요. 힘이 떨어질 때마다 이 댓글을 기억할게요. 저는 <타이타닉>에서 디카프리오가(배역 이름이 가물가물) 죽고 나자 로즈가 전통적이고 안전한 여성상을 거부하고 모험적이고 저돌적인 여생을 보내잖아요. 그게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고마워요.

2011-08-1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1-08-1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실 수 있어요.^^ 화이팅!!!

blanca 2011-08-16 21:45   좋아요 0 | URL
후애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8-1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예전에 무서웠던 것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도전하면
조금 쉬워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세요? 저는 그럴 때마다, 아마 머리 속 어디서 기억하면서 나름 적응하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저보다 앞서 자동차 끌고 다니기를 하시더니, 이젠 수영까지 하시려는군요? 저는 라식 수술로 인해, 각막이 민감해서 수영장 못 가거든요. ㅠㅠ. 수영장 가면 일주일은 눈이 빠질 듯이 아파서요.

머....... 날아가세요, 블랑카님. 단, 가끔 잡을 수 있도록 땅에도 들리세요. ^^

blanca 2011-08-16 21:4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의 동네 운전 실력을 과대 평가하시면 안 됩니다.ㅋㅋㅋ 아, 저도 그런 느낌 받아요. 참 신기해요. 하하하, 마고님 잡으시게 종종 땅에 내려올게요.^^

꿈꾸는섬 2011-08-1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뭐든 용기를 내서 해보면 될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저도 자전거 못 탔는데 타보니 또 탈만 하더라구요. 물론 상채기 난 이후로 1년 넘게 자전거를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요. 수영도 처음엔 두렵지만 막상 배우면 그게 또 신나고 재밌어요. 블랑카님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거죠.^^

blanca 2011-08-17 22:30   좋아요 0 | URL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말이 왜이리 기운차게 들릴까요. 참 좋네요. 우아, 꿈꾸는섬님 최근에 자전거 배우신 거예요? 꿈섬님은 제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1-08-17 23:19   좋아요 0 | URL
저 작년에 자전거 배웠어요. 근데 다친 이후 잘 안타게 되지만 또 타면 타게 될 것 같아요 요샌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자전거 타기가 쉽지 않잖아요.

블랑카님은 제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을 잘 하시잖아요. 저도 늘 부러워하는걸요.^^

비로그인 2011-08-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딱 하나. 딱 한 가지 이유. 그것이 아니었다면 난 수영장엘 가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다니던 수영장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어요. 프렌치 윈도우 스타일이었는데 오후 너댓시가 되면 햇빛이 넘치도록 들어오고 물결은 더 반짝였어요. 각종 영법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 나른하고 노곤하게 물 위에 누워 있다 오곤 했습니다. 햇빛은 나를 투과할 것 같았고 나는 아주 천천히 팔을 저어서 조금씩 나아갔어요.
지금도 가장 자신있는 영법은 배영이 유일합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그 수영장엘 갔어요. 다른 곳엔 가지도 않고.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다 과거형 문장이지요.

blanca 2011-08-17 22:31   좋아요 0 | URL
쥬드님, 상상해 보니까 너무 행복해져요. 저도 배영을 해보고 싶어요. 게다가 한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수영장. 쥬드님, 미래형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럼요. 저도 쥬드님도요.

순오기 2011-08-2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물이 무서워 수영도 못하고, 자전거도 못 타는데...
초등 3학년때 집채만한(?^^) 자전거를 안고 넘어져 두려움이 생겼고, 캠프에서 무방비인 나를 물속에 풍덩 던져버려서 아주 깊이 가라앉는 공포감에 허우적대며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누군가 나를 잡아주어서 정신을 차려 다리를 쭉 뻗으니 바닥에 닿고 물은 가슴께에 닿는 정도였어요.ㅋㅋ 10여년 전 우리동네에 수영장이 생겨 용감하게 배우러 갔는데~ 그만 물속에 들어가니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서 하루만에 쫑냈어요. 함께 갔던 언니가 '천하의 순오기가 물을 무서워 해!'라며 놀렸어요.ㅜㅜ
도전해야만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열심히 응원할게요!!

blanca 2011-08-18 11:1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물에 빠진 경험이 있어 그 트라우마때문에 수영을 계속 못하게 된 것 같아요. 일단 유년시절에는 되도록 부정적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해요. 평생 남아서 시도를 주저하게 하니까요. 순오기님 얘기 들으니 저도 왠지-..- 자전거는 늦게 배우면 넘어지면 아주 크게 다치더라고요. 그래서 또 두렵고요. 자꾸 도전해봐야 하는데. 나날이 새가슴이 되어 갑니다.

yamoo 2011-08-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배영을 극도로 싫어하는 1인인뎅~ 왜..뒤집어서 수영을 할까 하는 의문점도 잠시...여튼 배우기 싫어서 배영만 안배웠네요..

수영은 배워두는 것이 좋아요. 물에 빠졌을 때 그래도 살 수 있는 확률이 좀 돼잖아요. 근데, 경험상 수영하고 농구는 운동신경이 전혀 없는 사람도 배우면 꽤 잘 할 수 있는 운동이에요. 꼭 수영을 배워서 훗날, 물살을 시원히 가르는 우아한 할머니가 되셨으면 합니다~ㅎㅎ

blanca 2011-08-20 22:20   좋아요 0 | URL
이번 수해때 헤엄치는 차가 침수되어 헤엄쳐 나오시는 여자분이 있더라고요. 저라면 그대로 저 세상 갔을 상황인 것 같아 수영은 생존을 위해서다로 배웠어야 한다는 깨달음에 늦게 이르렀답니다. 수영이 운동신경과 크게 관련 없다는 얘기가 참 격려가 되네요.

야무님, 너무 오래간만인걸요. 반가워요^^
 
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표면상으로는 소설을 썼다. 이 책은 소설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한 인간이 하고많은 분노에 몸을 태우다가 스러지는 순간순간의 잔해다. 잿더미다. 독자는 이 소설에서 울부짖음도 통곡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일 따름, 허구일 뿐이라는 얘기다. 진실은 참으로 멀고 먼 곳에 있었으며 언어는 덧없는 허상이었을 뿐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진실은 내 심장 속 깊은 곳에 유폐되어 영원히 침묵한다는 얘기도 되겠다. 칠팔 년 전에 나는 어느 책에다가 언어가 지닌 숙명적인 마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진실이 머문 강물 저켠을 향해 한치도 헤어나갈 수 없는 허수아비의 언어, 그럼에도 언어에 사로잡혀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은 그것만이 강을 건널 가능성을 지닌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전율없이 그 말을 되풀이할 수 없다.
                                                                                                                                     -<토지> 서문 중 
 

 

나는 표면상으로는 소설을 읽었다. 시대의 질곡 속에서 들려오는 민초들의 포효는 말줄임표였다. 소설일 따름, 허구일 따름이라는 작자의 얘기는 사무치는 겸손이었다. 이것은 단지, 저 피안을 응시하며 자맥질하는 허무한 몸짓에 불과할 따름이라고 도저히 얘기할 수 없다. 나는 전율없이 <토지>를 회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동이었다. 숙연한 슬픔, 소소한 가을바람과도 같이 영성을 흔들며 알지 못할 깊고도 깊은 아픔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원초적이며 본질적인 것으로 삼라만상에 대한 슬픔인 것 같았다.
                                                                                                                                            -토지 19권 p.331

 

박경리가 엮은 언어의 틈새에는 나를 향해 달겨드는 별빛들이 있었다. 그러니 그는 언어의 마성을 초월했다. 유일하게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 가능성에의 천착은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2011년 8월 7일, 1994년 8월 15일 작가가 마침내 끝을 맺은, 1945년 8월 15일의 얘기를 읽어냈다. 문득 깨어보니 독도분쟁은 한창이었고 동경에서는 한류 반대 시위가 일고 한국의 여성 격투기 선수는 일본의 남성 개그맨 세 명에게 무참하게 구타당했다. 역사적 기억들은 하나의 화인 같다. 후손들은 그 화인 주위를 또 맴돈다.

<토지>는 몇 차례 드라마화되었다. 주로 아버지의 재종형인 친일파 조군구에게 가산을 수탈당한 최참판댁 여주인 최서희의 집념어린 복수와 하인 길상과의 애정사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 지금도 당시 서희역의 안연홍이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라며 훗날의 복수를 기약하던 당돌한 모습의 잔향이 크다. 더불어 평사리의 상민 이용과 무당의 딸 월선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의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월선역의 청순하고 아름다웠던 선우은숙의 촉촉했던 눈시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토지>에 있어 이 대목들은 일부를 차지할 따름이다. 600여 명이 넘는 인간 군상이 구한말부터 해방기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밀착하여 엮어내는 삶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토지>가 출발점은 소설이었을지라도 결국 우리 모두의 피를 따라 흐르는 눈물어린 조상들의 삶의 집단 기억을 선택받은 저자가 대필한 것이 아닐까. 숙명의 과업을 걸머지고 고행길을 걷다 저 하늘로 떠나버린 작가. 나는 주술에 걸린 죄인인가? 를 자문하며 쓰지 않을 수 없던 그에게 <토지>를 읽는 일은 하나의 채무를 지는 것과 같다.  

 

*생에 대한 연민, 그러나 삶에 대한 찬사

모든 존재하는 것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토지>는 시작하고 끝난다. '한'에 대한 얘기는 전체를 관통한다. 서희와 혼인한 하인 출신의 길상이 어린 시절 양육되었던 절에 장엄한 '관음탱화'를 향한 얘기들은 결국 작가가 삶의 본질에 대해 하고 싶어하던 얘기다. 슬픔과 외로움. 우리 모두는 슬프고 외롭다. 가지지 못할 것들을 끊임없이 소망하고 희망의 여백을 언제나 포기하기 않기에 한없이 슬프다. 생의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결핍과 만난다. 그러니 저마다 딛고 선 발뒤꿈치에 뭉친 울음 한 덩어리씩은 숨기고 있다. 

결국 논둑길에 퍼질러 앉아서 두 늙은 여자는 익어가는 벼를 등지고 함께 울기 시작했다.
-<토지 17권 p.333>

  

존재의 근원, 생명과 닿아 있는 한은 신비롭게도 허무로 흐르지 않는다. 삶의 존귀함과 진실에의 천착은 오도마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어떤 역경 속에서도 삶 자체가 존재하며 그것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아름다웠다. 그런 하나하나가 무리지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더욱 엄숙하고 경이로운 일이었다. 개미들의 행군처럼 물고기들의 군무처럼. 그러나 언제인가는 사라질 것들,
-<토지 20권 p.268> 

  

*개인에 밀착하는 민족의식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은 개개인의 삶으로 스며들어 온다. 전도부인 여옥이 부유한 역관 집안의 딸로 권문세가로 시집 간 명희에게 이젠 깨끗한 것보다 진실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장면은 작가의 독자들을 향한 준엄한 질타 같다. 민족주의는 자아에 대한 방어요, 민족적 존엄은 결국 내 자신의 존엄이기 때문이라는 서의돈의 얘기는 구한말 의병투쟁에서 동학전쟁, 항일투쟁에 이어지는 민족적 움직임이 가지는 본질적 의의를 얘기한다. <토지>에 나오는 사내들은 개인의 영락, 소망, 삶에 대한 기대 들을 가슴 한 켠에 묻고 민족적 자존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산화한다. 그 산화는 그러나 다시 개인의 소망과 내 자신의 존엄으로 귀환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고리타분한 민족적 자긍심 고취나 맹목적 민족주의가 아니었다. 내 자신을 존귀하게 대우하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딛고 서야 할 대지의 좌표를 올바로 정립하는 일. 그것은 결국 또 내가 삶을 제대로 사는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물고기들의 군무(펄떡이는 은어처럼...) 

<토지>에는 '나약하며 사악하고 선량하면서도 노회하고, 어리석음과 지혜로움, 열정과 냉담, 온갖 특성의 인간'<토지 19권 p.88 >들의 군무가 펼쳐진다.  

가장 악랄한, 잔인무도한 악인이 선량하고 정직한 아우를 껴안고서 눈물을 흘린다. 
-<토지 9권 p.429>

살인자의 자식이 되어 버린 형과 아우는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형은 일제의 주구로, 아우는 독립자금을 비밀리에 만주로 나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형제는 공통의 비애와 슬픔 안에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재회한다. 우리의 가슴 속에 한 명쯤 있는 형과 아우의 마음. 결국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모습. 모든 모순과 대립은 생명이기에 삶이기에 가능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며 경위 바른 김이평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는 본래 최참판가의 노비출신으로 면천한 작인이다. 마을 장정들이 친일파 조준구가 들어앉은 최참판댁을 습격할 때 슬며시 몸을 감추었다 다시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비겁한 것이기도 하지만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악하지도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사회악의 축출에 가담하지도 않으며 적당히 안위를 도모하며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 작은 죄책감 하나를 키우는 그의 모습은 도처에 있다. 적극적으로 친일 행각에 가담하며 축재하는 아들 두만에게 내지르는 일성은 생존과 보신에 엉켜 붙은 자신에게 향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통곡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 자체로 찬란하고 신비로운 것이기에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고 싶기도 하다.   

 

*희망고문

"어머니! 이,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토지 21권 p.395> 

서희를 휘감은 쇠사슬은 모조리 풀어져 땅에 떨어졌을까. 그로부터 오년 뒤 벌어진 민족상잔의 비극은 최씨가에게 어떤 비애의 자락을 드리웠을까. 아니, 어미는 하인과 통정하여 집을 나가버리고 아비마저 교살당한 휑한 집안을 집안 사람에게 빼앗겼다 이역만리 만주에까지 가서 결국 되찾게 되는 이 집념의 여인을 휘감았던 쇠사슬은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풀어질 수나 있을까. 그것은 차안에서 끊임없이 피안을 기웃거리는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휘감을 수밖에 없는 숙명의 구속이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토지 5권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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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토지를 완독했군요, 짝짝짝~~~~~~~~~
서재에 새글도 안 올리고 전념한 토지 읽기, 얼마나 걸린 거에요?^^
토지를 읽으며 휘몰아치던 감정의 파도를 넘는 일도 쉽지 않았는데...
리뷰도 감동입니다!!

blanca 2011-08-11 13:0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그래도 순오기님이 토지 문학관 가신 것 관련 페이퍼를 읽은 기억이 나서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토지 문학관기행도 꼭 가보고 싶어집니다. 한 달 남짓 걸렸고요. 잡념 없애는 데 최고던걸요^^

2011-08-09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1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1-08-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전율없이 <토지>를 회상할 수 없게 되었다...란 글을 읽으니 제가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에 토지를 읽으며 느꼈던 느낌이 새록새록 하네요~~.^^
토지가 다시 읽고 싶어지긴 하는데 책이 다 미국집에 있어요.ㅠㅠ
도서관에라도 가서 빌려보고 싶어지네요.^^

blanca 2011-08-11 13:04   좋아요 0 | URL
아, 나비님도 이 감동을^^ 대하소설들이 보관하는 데에 있어 곤란한 경우가 많지요. 저도 지금 책이 사방에 난리라 어디 분산 배치하든지 해야 할 것도 같아요. 사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려 계획했었는데 읽다가 순서에 맞게 빌려 볼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도서관 교통이 불편해서 구입해서 읽게 되었어요. 제 딸도 언젠가 읽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녀고양이 2011-08-1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희는 정말 대단하죠, 서희라는 인물 때문에 토지를 다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블랑카님의 리뷰를 읽다가 문득, '자유와 정의의 공통점은?' 이라는 질문에 머뭇한 기억이 나요.
지금도 머뭇하게 되는게.... 말로는 외치지만 몸으로는 보여주지 못 하는 것과 같은 정답과 어긋난 답만 생각나거든요.
그게 현재의 제 심리겠죠. ^^. 드디어 페이퍼 올리는데 성공하셨군요, 축하해요!

blanca 2011-08-11 13:0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은 지금쯤 여행 준비 하고 계실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아도 여기 알라딘에 와서 칭찬 받으니 괜시리 든든해지네요. 자유와 정의. 만나면 참 좋을 텐데요. 죽을 때까지 고민하며 살게 될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8-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해요! 멋져요. 페이퍼는 더 좋아요. 그래서 그동안 안보이셨구나? 오오, 블랑카님의 인내와 집중력 그리고 몰두를 본받아야겠어요. 전율.. 이라니. 저는 학창시절에 서점에서 엄마가 사줬는데 1권 읽고 더이상 읽지 않았어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요. 그 사이 새 판본이 나오고 권수가 늘었죠. 세월이 많이 흘렀어요. 박경리 선생님께 더이상 죄송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도 블랑카님처럼 도전하고 싶어요. 참참, 이런 건 7회 연재 이런 걸로 페이퍼 써야 해요!^^

blanca 2011-08-11 13:08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 고맙습니다. 그리고 꼭 도전해 보세요. 어느 순간 정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작렬하는 소설이랍니다. 우아, 학창시절에 어머니가 사주셨어요? 완전 근사한 어머니를 두셨군요!

stella.K 2011-08-1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독했군요. 저는 2권인가, 3권 읽고 땡쳤는데...ㅠ
오랜만이예요. 토지 읽느라 안 보이셨나?^^

blanca 2011-08-11 13: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ㅋㅋㅋ 토지도 읽고 아이가 방학이라 종일 인형놀이 상대역 해주고 색칠 같이 해야 하고, 짬도 안 나더라고요^^;;

블루데이지 2011-08-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출판사판으로 10년동안 읽었어요~~
고등학교때 시작해서...20대 후반에 다 읽었으니...깨으름은지..느긋함인지......
축하드려요~~blanca님...저도 이번기회에 10년만에 나남출판사판으로 재도전하고 싶어요~~

blanca 2011-08-11 13:09   좋아요 0 | URL
아, 블루데이지님, 저 그렇게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블루데이지님의 청춘과 <토지>가 함께 곰삭는 느낌, 좋을 것 같은데요. 책이 판형이 작고 편집도 좋아서 읽기 좋더라고요.

cyrus 2011-08-1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그 많다던 토지를 읽으셨다니..
저는 두권 이상은 끝까지 못 읽는 편이라
읽을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

더위, 비 피해 조심하시고요, 행복한 8월의 여름
보내세요 ^^

blanca 2011-08-11 13:12   좋아요 0 | URL
cyrus님이라면 금방 읽으실 것 같은데요. 아, 푸른 하늘을 보고픈데 항상 하늘은 흐려 있네요. 저는 cyrus님 보면 '나는 그때 너무 철이 없었구나.cyrus님은 어떻게 다 알지?' 싶어요. 그냥 눈앞만 보며 달렸던 것 같아서 참 아쉬워요. 참 부럽답니다. 남은 방학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세요^^

비로그인 2011-08-1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뜸하시다 했더니 거사를 치르셨군요. 책걸이를 거하게 하셔야겠네요^^

blanca 2011-08-11 13:13   좋아요 0 | URL
후와님, 아, 책걸이요! 그러게요. 고민 좀 해봐야겠네요^^

oren 2011-08-1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제 아내도 두어달 전쯤 '한달여 동안' 토지만 붙잡고 지내더군요. 아내가 20여권을 다 읽을 동안에 틈날 때마다 '토지를 읽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제게 얘기하는 걸 들어 주느라 애먹었는데, 소설에 자주 나오는 '이해하지 못할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 제게 자주 물어보던데(제 고향이 경상도), 저는 '나중에 읽어볼 요량으로' 아껴두고 있답니다.

그러고 보니, 지리산과 섬진강과 악양 평사리의 너른 들판이 문득 가보고 싶어집니다.
(아참... 마침 다음주에 2박3일로 지리산 종주 산행을 떠날 계획이 잡혀 있네요...)

blanca 2011-08-11 22:58   좋아요 0 | URL
아, oren님 아내분도요! 그러셨군요. 저도 고향이 경상도라면 경상도인에 그래서 좀 사투리가 좀 수월하게 읽힌 감도 있는 것 같네요^^ 다음 주에 지리산 가세요?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여즉까지 못가보고 있네요. 즐겁게 다녀오시고 후기도 기다려 봅니다.

꿈꾸는섬 2011-08-1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달동안 토지 완독하셨군요.^^
너무 멋져요.
저도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하고 실천은 못하고 있거든요.
블랑카님 너무 멋져요.^^

blanca 2011-08-18 11:12   좋아요 0 | URL
꿈섬님은 벌써 읽으셨잖아요! 그 대하소설의 매력이 참. 어떤 분이 <토지> 읽으면서 살림 작파했다는 얘기 읽고 막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섣불리 시작하긴 그렇지만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대리 경험하는 느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임꺽정>이 또 읽고 싶어 몇 번 만지작 거리기는 했는데 올해는 좀 참아 보려고요^^

달사르 2011-09-2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대단하십니다. <태백산맥> 필사 언급에도 와~대단하시다~했더니, 저 길고 머나먼 <토지>를 다 읽으셨단 말입니다까. 와..존경의 박수를 보내드려요. 꺅! 저는 조금더 나이 들어서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있던 중이라, 더 반가워요~

blanca 2011-09-27 10:57   좋아요 0 | URL
달사르님, 저도 <토지>는 분량의 압박 때문에 미루다가 좀 몰입할 게 필요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한번 읽기 시작하니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어찌나 생동감이 느껴지던지 제가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다름 사람들의 어떤 삶들을 지척해서 지켜 보는 것 같았어요.

달사르 2011-09-27 23:19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박경리님은 개인적으로 알게 되면 아주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분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 사람이 저렇게 많은 군상들이 등장하고 대를 이어 삶을 이어가는 대하드라마를? 하면서 의아해하기도 한다구요. 저는 박경리님이 소설에 모든 애정을 쏟아서 그래서 되려 일상에서 차갑게 느껴지는 점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저에게 말을 건네주신 분 또한 그리 말씀해주셨구요. 그 말을 전해듣고, 아...나는 담에 <토지>를 읽겠구나..생각했는데요. 그게 한 달도 전의 일이어서 블랑카님의 이 포스팅이 더 반가웠어요. ^^ 블랑카님 말씀처럼 한번 읽기 시작하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듯 싶어요. 내년이나 즈음에 날 잡아서 시작하고 싶어지네요.
 

"나 원망하지 마라." 

부처의 포스를 풍기는 나의 아그립파 뎃생을 물끄러미 지켜 보신 턱수염 만발 미술 선생님은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은 내 그림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출발이 그랬던 것은 아닌데 요리조리 개념없는 명암 효과 덧칠을 시도하다 보니 점점 로마의 장군은 동양의 석가모니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학기 나의 미술 성적은 '미'였다. 타당한 일이었다. 

그런 내가 뽑은 역할은 '페이스 페인팅'이었다. 제발 이것만은 피했으면 했던, 역할이었다. 아이의 유치원 시장 놀이 엄마 참여 수업. 가슴이 옥죄어 왔다.(정말이다) 펼쳐진 도화지에도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내가 세워진 사람의 살갗에 그것도 실패가 엄청난 파국과도 직결될 수 있는 페이스 페인팅이라니. 아이들은 엄하게 된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울먹이며 나를 원망할 지도 모른다. 

누워 자는 식구들에다 수채 물감으로 낙서를 시작했다. 난망시됐다. ' 그 날'이 다가올수록 가슴 한 켠의 돌덩이는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 날' 쏟아지는 빗줄기를 가르며 유치원으로 향했다. 페이스 페인팅용 물감, 하이라이트를 줄 반짝이, 물통. 나를 포함한 엄마 넷은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정직하다. 투명하다. 봐 주지 않는다. 이윽고 개시. 바로 일곱 살 아이들 부터다. 일곱 살은 다섯 살 엄마 앞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눈빛으로 앉는다. 나의 손은 덜덜 떨린다.(다른 엄마들도 그랬단다) 하필난이도도 높은 잠자리를 그려달란다. 무지 뚱뚱하고 좌우 비례가 안 맞는 잠자리가 완성된다. 하지만 해냈다! 사내아이는 벌떡 일어서서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고는 기분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장난감 지폐를 내어 놓고 일어선다. 그림은 점점 발전해 간다. 되도록 손에 그리기를 유도한다.(얼굴보다 쉽다) 다섯 살 꼬마들은 좋아서 계속 그려달란다. 도안을 무시하고 곰돌이와 토끼를 주문할 때는 난감하다. 그래도 자꾸 그리니까 진짜 곰돌이와 토끼가 되어 간다. 콧물을 줄줄 흘리며 나의 옆에 계속 서 있는 여자 아이. 학기 초에 유치원 문을 들어서며 울먹이던 모습이 기억나 가슴이 저릿하다. 아이의 콧물을 닦아 주며 또 그려 줄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를 보면 모른 척 해달라고 주문했던 나의 아이가 와서 분홍색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혜로 두 개 그려준다. ㅋㅋㅋ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는 페이스 페인팅을 자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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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7-0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준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 이건 너무나 아름다운 수필이에요, 블랑카님. 제 입이 아주 컸으면 좋겠어요. 그럼 고개를 끄덕이고 그 큰 입으로 블랑카님께 웃어드리고 싶어요.

blanca 2011-07-01 21:5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저는 이제 안젤리나 졸리랑 다락방님이 구분이 안 가요. 그래서 지금 안젤리나 졸리의 살인미소를 그려봅니다. 그 시원한 입매로 짓는 미소를요. 살아 보니깐요. 항상 삶은 제가 생각했던 경로를 아주 교묘하게 이탈하며 지나가더라구요.

감은빛 2011-07-0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심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스 페인팅이라니! 너무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훌륭히 해내신 블랑카님. 정말 대단하세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너무나 아름다운 수필입니다!

blanca 2011-07-01 21:52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훌륭하게 해 내지는 못했답니다. ㅋㅋㅋ 아이들이니 용서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하지만 다음 번에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만은 분명해요. 그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누리는 그 기분이요.

잘잘라 2011-07-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blanca님께 기꺼이 저의 크고 통통한 두 볼을 내어드리겠어요.
저는..해바라기꽃과 나비를 부탁드려요^^

blanca 2011-07-01 21:53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이 통통한 두 볼을 내어 주신다고 하니 갑자기 또 의욕이 불끈 솟네요 ㅋㅋㅋ 볼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 통통한 볼이 참 아름답다, 촉감도 너무 좋다, 고 생각했어요. 참 이쁜 부위예요. 해바라기 꽃과 나비라면 자신 있습니다.^^

pjy 2011-07-0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활한 저의 볼에도! 전 잠자리를 쌍으로 부탁드립니다^^

blanca 2011-07-01 21:5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짝짝이 잠자리 두 마리 그려 드릴게요. 볼은 넓을수록 좋습니다.^^

프레이야 2011-07-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분홍공주 깜찍해요.
아이들이 모두모두 즐거워 했겠어요.
블랑카님, 제 왼쪽 뺨에도 페인팅 해줘요.^^

blanca 2011-07-01 21: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생각보다 참 재미나더라구요. 그러니 제대로 잘 그리시는 분들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이것저것 다 잘 그릴 수 있으면 더 기쁘게 해줬을 터인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기회가 오면 집에서 연습좀 해서 ㅋㅋㅋ 그려 드리겠습니다.

아이리시스 2011-07-0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페인팅을 할 줄 알아서 엄마가 될 수 있나요?라고 블랑카님에게 묻고 싶었다.

ㅋㅋㅋ

blanca 2011-07-01 21:5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가 예체능에 경기하는 사람이거든요. 특히 미술과 체육. 대학에 들어가서 다 끝났다, 안도했더니 이건 이런 식으로 계속 제 발목을 잡네요. 다음에는 또 체육까지 해야 할까봐 걱정이랍니다. 저 달리기 20초잖아요--;;

아이리시스 2011-07-01 22:29   좋아요 0 | URL
할 줄 알아야,를 할 줄 알아서,라고 써서 의미가 좀 이상해지진 않았나요?
그리고 웃다가 빼먹고 갔나봐요. 블랑카님은 멋진 엄마예요. 저라면 그냥 안갔을 것 같거든요. 저도요. 미술과 체육. 경기해요.ㅠㅠ 저 달리기 25초일지도--;

순오기 2011-07-0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엄마가 아니었으면 손을 떨면서 감당하지 못했겠지요?
역시 엄마는 위대해요!^^
연습하면 된다는 걸 확인한 블랑카님께 박수~~~~~짝짝짝!!
분홍공주가 아는 척은 안했나 봐요~~~ 역시 분홍색을 써야 된다고 주문한 분홍공주 멋져요!ㅋㅋ

blanca 2011-07-01 21:5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칭찬해 주시니 완전 기분 막 업됩니다. ^^ 의외로 아는 척 안 하는 모습이 넘 웃기더라구요 ㅋㅋ 그러더니 슬며시 와서 자기는 분홍색으로 해야 된다고 어찌나 간섭을 해대던지. 역시나, 했어요^^

마녀고양이 2011-07-0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 페인팅 하셨어요?
저는 잘 못 해서, 자원도 못 할건데.... 멋지게 해내셨네요?
분홍공주님은 아직도 분홍을 좋아하는군요? 아이, 예뻐라~

blanca 2011-07-03 11:07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하시면 잘 하셨겠다, 생각했는걸요. 저는 뽑기를 잘못 뽑았어요. 제비뽑기는 항상 운이 안 따르더라구요. 그럭저럭 해 냈는데 제가 그림을 잘 그리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어 참 아쉽더라구요.

2011-07-02 0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03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7-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저두요. 님께는 제 볼을 내어드릴께요.
아이들 어릴적에 페이스페인팅 하려고 줄 서 있다가 문득 내 팔에도 그려달라고 할까? 했지만 이내 포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페이스 페인팅 하는 엄마, 따님이 참 자랑스러워 했겠어요

blanca 2011-07-03 11:10   좋아요 0 | URL
세실님이 볼을 내어 주신다면 영광이죠^^ 아, 손목이나 팔에 그려도 참 이쁘겠어요. 헤나 같은 것도 요즘에는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구요. 그림을 잘 그려야 자랑스러워할 텐데 요새 딸아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참 답답하답니다.

비로그인 2011-07-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blanca님. 그림도 함 공개해주세욥.

다들 그걸 원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멋지게 잘 해내신거 들으니 기분이 막 좋아지려고 하네요!
울 분홍공주님 꽤나 오랬동안 뿌듯하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D

blanca 2011-07-07 13:51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안 그래도 사진이 있어 올릴까 했는데--;; 수준이 너무 낮아서 그냥 저 혼자 보고 마는 게 낫겠다 싶어 안 올렸답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후애(厚愛) 2011-07-08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더위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blanca 2011-07-08 22:08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여기는 계속 비가 그어서 그래도 시원한 편이에요. 장마가 끝나고 나서 올 더위가 너무 두렵네요. 후애님도요^^

2011-07-17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7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7-23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작가님과의 심야데이트 당첨됐더군요~~ 축하해요!!
은희경 작가님 새의 선물, 비밀과 거짓말은 정말 좋았어요~~ 최근작은 읽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데이트 후기 기대해도 되겠죠?^^

blanca 2011-07-23 21:2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정말 잘 얘기해 주셨어요. 저 깜빡 잊고 있었고 메일도 삭제되어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확인했네요. 마음이 급해집니다. 시간이나 장소도 전혀 모르겠고. 확인해 봐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1-07-26 15:38   좋아요 0 | URL
은작가님과의 데이트 확인하셨나요?
독서회 사진 추가했으니 봐주세요.^^

blanca 2011-07-27 21:14   좋아요 0 | URL
아, 아쉽지만 제가 시간이 안 되어서 못 간다고 말씀드렸어요. 다른 분에게 기회가 가겠지요. 머피의 법칙인가 봐요. 시간이 될 때는 당첨이 안 되고 시간이 안 될 때 당첨되고--;; 예, 사진 확인하러 갈게요.

2011-07-24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7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7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눈팔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조영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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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 너무 소설 같은 소설. 다채로운 서사. 극적인 전개. 평면적인 인물. 그런 소설 대신. 

정말 소설 같지 않은. 단조로운. 별로 대단할 것도 하찮을 것도 없는 고만 고만한 사람들. 그래서 주위를 한번만 쭈욱 둘러봐도 닮은 꼴을 굴비꿰듯 줄줄이 엮어낼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는다. 

   
 

 그의 마음속에는 죽지 않은 아내와 건강한 갓난아기 외에 일을 그만둘 듯하면서 못 그만두는 형이 있었다. 천식으로 죽을 듯하면서 아직 살아 있는 누이도 있었다. 새로운 지위를 얻을 듯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장인도 있었다.

 
   

 

이런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겐조의 이야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마치 나쓰메 소세키의 3인칭 일기를 읽는 느낌이다. 본가에서 버림받다시피 하고 입양되었다 다시 양부모의 이혼으로 파양되다시피 한 남자의 얘기.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양부모.  

   
 

 겐조는 바다에서도 산에서도 살 수 없는 처지였다. 양쪽에서 내쳐진 채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했다. 바다의 것도 먹고 때로는 산에 있는 것에도 손을 댔다.

 
   

 

나쓰메 소세키는 언제나 담담하고 건조하다. 그런데 그 행간에 눈물이 스며 있다. 그 눈물은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지 않아도 그 경험이 남기는 저릿한 슬픔을 공감한다. 다른 일들로 함께 울 수 있다. 바다의 것도 산의 것에도 손을 대는 겐조의 모습이 눈물겹다. 그리고 그 겐조를 둘러싼 한결 같이 무능하고 때로 몰염치한 주변인들. 어느 구석 하나 시원할 것도 상쾌할 것도 없는 지지부난한 일상들. 사실 그런 것이 삶의 대부분임을 소세키는 예리하게 꿰뚫고 있다. 삶, 사람 들이 언제나 유의미하고 위대해질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들 대부분은 그것을 알고 있지만 못 본 척한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무능력하고 비열한 모습들이 흩뿌려진 소세키의 인간 들은 그래서 어쩐지 익숙하고 외면하지 못하게 만든다. 대단한 이야기나 경구가 없어도 그의 이야기가 언제나 흡인력을 가지는 요인이기도 하다. 

   
 

 '너는 결국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겐조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목소리는 더욱 겐조를 추궁했다.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겐조는 끝내 울부짖었다.
 "모르겠어."
목소리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모르는 게 아니지. 알아도 그곳에 도달할 수 없는 거겠지. 도중에 멈춰 있는 거겠지.'

 
   

 

결국 들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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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1-06-2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철학자의 글을 정리하다가 '이처럼 절실하게 벗어나고자 하는'이라는 대목에서 blanca님의 이 글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다소 엉뚱한 느낌은 들겠지만 뭔가 상통하는 것도 있겠다 싶어 댓글로 남겨 봅니다. ㅎㅎ
* * *
한가한 망상(妄想) 속에서나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찬란하고 가장 의기양양한 상황에서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기대하는 쾌락들은, 사실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처해 있는 초라한 지위에서 우리가 언제든지 손안에 넣을 수 있고 언제든지 우리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그러한 쾌락들과 거의 언제나 같은 것이다. 허영(虛榮)과 우월(優越)이라는 경박한 쾌락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지위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쾌락을 우리는 개인의 자유만이 존재하는 가장 초라한 지위에서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마음의 평정(平靜), 즉 모든 실재적이고 만족감을 주는 향유(享有)의 천성이자 기초가 되고 있는 마음의 평정과, 허영 및 우월이란 쾌락은 서로 조화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가 지향하는 휘황찬란한 위치에서는 우리가 이처럼 절실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초라한 지위에서 용이하게 즐길 수 있는 실재적이고 만족감을 주는 쾌락들을 마찬가지로 쉽게 향유할 수 있을는지도 언제나 확실한 것은 아니다.
- 아담 스미스,『도덕감정론』中에서

blanca 2011-06-27 23:25   좋아요 0 | URL
언뜻 한번 읽고는 바로 이해되지 않아서 세 번 정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겐조 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정말 필요한 얘기네요. 가장 찬란한 상황은 가장 초라한 지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있어야 겠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oren 2011-06-28 00:46   좋아요 0 | URL
blanca님의 댓글을 보니, 어느 철학자가 매우 긴 호흠으로 자신의 철학을 장황하게 펼쳐 놓은 책 가운데 어느 한 구절을 '덜컹' 끌어 와서 무턱대고 댓글로 남겨 놓은 것 같아 죄송스런 생각도 듭니다.

blanca님께서 인용해 주신 [겐조의 메아리처럼 울리는 듯한 질문과 울부짖는 대답]이 자꾸만 머리를 멤도는 것 같아 목소리가 여전히 똑같은 철학자의 뒤이은 언급 한 대목을 덧붙여 봅니다.
* * *
저 평범한 안전과 만족보다 더 낫지 않다는 것

불굴의 근면함으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경쟁자보다 우월한 재능을 획득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다. 이어서 그는 그러한 재능들을 공중(公衆)의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며, 똑같이 열심히 여러 취직의 기회를 사람들에게 간청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그는 모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춘다. 그는 내심(內心)으로는 증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봉사하고, 자신이 경멸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아부한다. 그가 전 생애를 통하여 추구하는 이상은 자신이 결코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어떤 공적이고 우아한 휴식(休息)의 관념인데, 그것을 위해 그는 어느 때에든 자신의 힘으로 쉽게 이룩할 수 있는 진정한 마음의 평정(平靜)을 희생한다. 그리고 만약 아주 늙어서 드디어 그것을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것이 어떤 점에서도 그가 이것 때문에 포기했던 저 평범한 안전과 만족보다 더 낫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의 최후의 순간이 되어 그의 육체가 고통과 질병으로 쇠약해지고, 자신의 적들의 불의(不義), 동지들의 배신(背信)과 망은(忘恩) 때문에 그가 받아 왔다고 상상하는 수많은 침해와 실망의 기억에 의해 그의 마음이 쓰리고 괴로울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그러한 부와 권세가 사소한 효용(效用)만을 지닌 허접한 것에 불과하고, 육체의 안락과 정신의 평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 장난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족집게 상자 정도의 쓸모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부와 권세는, 족집게 상자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편리함 이상으로 번거로움을 더 많이 준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 아담 스미스,『도덕감정론』中에서

blanca 2011-06-28 21:24   좋아요 0 | URL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예전에도 한번 인용하신 것 기억나요. 어떻게 이렇게 명철하고 예리하게 삶을 파악하고 묘사할 수 있을까요? 정말 놀랍네요. 기회가 되면 꼭 완독해 보고 싶게 만드는 인용구입니다. 죄송하긴요. 감사합니다.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만드는 댓글인걸요.

비로그인 2011-06-2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요새는 담담하면서 조금은 밝은 느낌의 글이 좋아집니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걸으면서도 조금은 힘이 나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그 소설 속의 인물과 사건들을 보면서 전철의 그 수많은 사람들, 하루에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수많은 사건들. 나름 담담하면서 조금은 밝게 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blanca 2011-06-27 23:2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이제는 지나치게 염세주의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얘기에서 질기고 생명력이 있는 얘기로 옮겨 가려고 합니다. 그런 시점이 온 것 같아요^^

cyrus 2011-06-2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씨의 <고민하는 힘>에서 나쓰메 소세키를 좋게 평가하던 내용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한 번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감명깊게 읽어봤는데 국내에 나스메 소세키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이 번역되었더라구요. 전에는 민음사 시리즈에 있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문동에도 그의 작품이 번역되었군요. ^^

blanca 2011-06-28 21:20   좋아요 0 | URL
예. 저는 아직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읽어 보지 못했어요. 정말 기묘하고 매혹적인 작가입니다. 캐도 캐도 무언가가 자꾸 더 나오네요. 저도 정말 우연히 발견했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나쓰메 소세키를 알기 위한 입문서라고 하네요. 자전적인 작품이라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11-06-2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요맘때 소세키 소설에 빠졌던 때가 떠오르네요. 전집이 나온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작가입니다^^

blanca 2011-06-28 21:21   좋아요 0 | URL
후와님도 좋아하시는군요. 아, 전집이 나오는 것도 괜찮겠어요.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드문 드문 소세키를 읽게 되네요. <그후>도 참 좋았어요.

비로그인 2011-06-2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이 급박하니 글을 읽을 수가 없더이다, 블랑카 님. 그 어느 글도 내 속으로 스며들 수가 없어서.

blanca 2011-06-28 21:22   좋아요 0 | URL
쥬드님, 동감해요. 저는 그때 오히려 독서가 괴롭더라고요. 정말 말 그대로 활자만 겉돌며 읽게 되고요. 결국 허구가 현실을 이길 수는 없는 걸까요?

마녀고양이 2011-06-2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결국 들켜버렸네요... ㅠㅠ

blanca 2011-07-01 12:41   좋아요 0 | URL
저도 제 얘기하는 줄 알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