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악마의 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1
에드나 오브라이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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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아이를 두고 이혼한 이십대 아일랜드 여자가 8월에 휴가를 떠난 이야기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전복시키는 이야기. 감각적이고 도발적인데 헛헛한 아름다움의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 에드나 오브라이언이라는 작가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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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비 2024-10-26 0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이런 내용이었군요…왠지 책 내용을 엄청 기대하게 하는 리뷰네요.

blanca 2024-10-26 08:52   좋아요 1 | URL
분량도 많지 않은데 깊이와 재미를 다 잡은 작품 같아요. 일단 아주 재미있어요.
 
망고와 수류탄 - 생활사 이론
기시 마사히코 지음, 정세경 옮김 / 두번째테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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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학자 기시 마사히코가 오키나와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청취하여 오키나와의 '역사와 구조'에 연결한 보고서다. 이렇게 요약하면 딱딱한 이론서처럼 들리지만, '약속으로서의 실재론'인 조사자와 구술자의 대화는 참혹한 역사적 관계에 우연히 엮여 들어간 평범한 인간 군상의 묘사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의 태피스트리다. 


표제작인 <망고와 수류탄>은 패전 후 일본군이 오키나와 민간인들에게 수류탄을 지급하고 자결을 명령한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는 할머니의 구술 이야기다. 당시 소녀는 엄마의 용기와 기지로 거기에서 탈출하지만, 미군이 쏜 박격포에 바로 옆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겪는다. 오십 년이 지나서야 소녀가 그날 뒤집어 쓴 게 아버지의 피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할머니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손수 얼려서 이고 지고 온 망고를 이 연구에 참가한 젊은 학생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끝난다. 훈훈한 결말을 품은 이야기 중에 이렇게 슬픈 사연을 지닌 것을 들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회학자에게 소녀 시절 겪은 역사적 참상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그 후에 깨달은 비극적인 진실까지 덧붙인 노인은 인간에 대한 불신과 삶의 잔인함, 비관을 한탄하는 대신 다음 세대에 대한 사랑의 마침표를 찍는다. 


1945년 저 섬에서 그녀는 일본군에게 두 개의 수류탄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2015년 이 공민관에서 수류탄 대신 그녀가 우리에게 건네준 것은 몇 개의 다디단 망고였다.



저자는 본인이 택한 생활사 이론의 질적 연구에서 조사자의 경계짓기, 범주화를 통한 이해에 어떤 편견과 폭력이 게재되거나 연구 대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거짓과 모순이 드러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이 한계조차도 연구의 실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구를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즉 그 불완전함, 그 한계가 인간이 인간을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읽어내는 것의 실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애를 구술하면서 잘못된 기억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진심 전체가 호도되고 그것을 들은 사람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하는 행위 그 자체에 어떤 진실의 핵이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말하고 듣는다,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감정의 상호교환이 있고 이것은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기에 특유의 가치를 지닌다. 누군가의 아픈 생애를 그 우연적인 역사의 폭력에 다친 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그 자체로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에 의미란 없다. 우리가 어떤 전쟁에 휘말려들게 되는 것에도, 어떤 계층의 집에 태어나는 것에도, 혹은 '남자'나 '여자'인 것 그 어느 것에도 의미는 없다. 우리들은 절대적인 외부에 연쇄하고 있는 무한한 인과관계의 흐름 안에 갑자기 던져졌고, 거기서 살아가야 한다.



사회학자인 저자의 연구 방법론에 대한 책에서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살아내는 인간 군상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여러 명의 주인공들의 순간을 담은 아름답고 슬픈 단편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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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0-25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사두었는데 블랑카 님의 리뷰를 읽으니 얼른 이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망고와 수류탄 이라는 제목부터가 참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잖아요? 그것들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조화를 이뤄낼지, 이 리뷰를 통해 엿본 느낌입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24-10-25 14:19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망설이다 다락방님도 사셨다길래 산 거예요. 중간 방법론은 좀 지루한 대목들이 있긴 한데 전반적으로 정말 좋았어요. 땡스투를 사고 나서 해서 다락방님한테 제대로 갔을지 모르겠네요.
 

주말에 아이와 교보문고에 갔다. 모두가 아는 바로 그 이유로 사람들이 평소보다 적어도 두 배는 많았다. 내가 주인인 것처럼 으쓱했다. 새로운 알바생도 대거 투입된 것처럼 보였다. 뭔가 흥성거리는 이 축제의 느낌이 신 났다. 고른 책을 결제하려다 젊은 알바생에게 십 프로 쿠폰이 계정에 있냐 물었는데 없단다. 그 앞에서 모바일로 영업점 체크인을 하고 쿠폰을 바로 받으려고 하니 바로 눈에 안 띄어 당황했다. 나는 이제 이런 모습을 들키는 게 신경 쓰이는 나이가 됐다. 그래서 침착을 가장한 채 다시 오겠다고 하고 교보문고 한강 작가 책이 품절됐다는 안내가 있는 매대에서 열심히 영업점 체크인 쿠폰을 찾아 헤맸다. 한참이나... 정말 너무 오래여서 내 자신이 싫어지려 했다. 드디어 찾았을 때 이 모습을 누군가가 봤을까 봐 부끄러워 다른 직원에게 가려 했으나 하필 그 아르바이트생과 눈이 바로 마주쳤다. 나는 짐짓 처음인 듯 이 책을 내밀었다. 


"이 쿠폰을 찾으시려고 그러셨군요." ㅋㅋㅋ

아르바이트생이 굳이 아는 체 해준다. 그래 노화란 그런 거다. 







내가 십 프로 쿠폰을 힘들게 찾아 결제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왜 하필 또 이 책인가. 칠십 대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저자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노화 과정을 세포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대사 기전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더 나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항노화산업붐에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과학책일 수도 있고 철학책일 수도 있다. 잘 읽히고 매력적이고 심오하다. 


"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야 할까?" 이 도발적인 질문은 작금의 수명 연장 기술과 각종 항노화 산업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다. 우리가 "삶이라는 축제의 현장"에서 홀로 떠나야 하는 그 필연성을 부인하는 것이 과연 잘 사는 삶에 도움이 될수 있을런지에 대한 도발적 반문이다. 의료 기술,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우리의 노화를 뒤로 미루고 삶을 연장하는 것이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환각을 주는 것이 가지는 궁극적 의미란 무엇인가?


나는 우리가 훨씬 오래 산다고 해서 훨씬 만족스러운 삶을 살리라 확신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1세기 전보다 수명이 두 배 늘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게 살지 못한다. 오히려 죽음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120살이나 150살까지 산다면, 그때는 왜 300살을 살지 못하느냐고 불평을 늘어놓지 않을까? 수명 연장을 추구하는 것은 신기루를 좇는 것과 같다. 진정한 영생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떤 것도 충분치 않다.

-pp.330


노화가 불쾌한 것은 그것이 마치 다가올 죽음의 전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 인지능력이 퇴화하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건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불길한 해석이 된다. 인생의 유한성이 그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의 백만장자들이 그토록 항노화 사업에 매달리거나 참여하는 기저에는 내가 이생에서 성취하여 가진 그 모든 것을 두고 가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기 힘든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회피하는 방법이 절대로 인간의 과학기술일 수는 없다는 게 과학자이자 노인인 저자의 제언이다. 그의 어조는 냉철하고 냉정하다. 지금으로서는 노화를 막는 방법도 죽음을 무한정 늦추는 방법도 없다고. 받아들이고 쿨하게 떠나라고. 말은 쉽지만. 글쎄다. 내가 나의 어리버리함을 타인에게 들키기 싫어하는 마음의 기저에도 그런 두려움이 깔려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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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10-21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불편한 것들이 생기는데, 그것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서 조금 두려워요.
가장 두려운 것은 늙는다는 것 자체보다 늙어서 아픈 것이죠.
아프면 돈이 들텐데, 늙고 아프면 돈을 벌 수 없고,
그러면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하니, 그점이 제일 싫고 두려워요.

늙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다 딱 적절한 시점에 죽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blanca 2024-10-22 11:17   좋아요 0 | URL
나이듦이라는 건 아무리 이론적으로 들어도 내 몸에 나타나야 비로소 실감 나는 것 같아요. 제가 기대하는 노년과 죽음이 가능할까 가끔 너무 두렵기도 합니다.
 
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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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 살 때 이걸 알았더라면…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영원한 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잃어버릴 두려움 없이’ 사랑할 수 없다. 잃어버릴 두려움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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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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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 하나의 문장도 낭비하지 않는다. 마치 그 문장, 단어, 음절 하나하나를 벽돌처럼 쌓아 아름다운 성당을 세우듯 클레어 키건은 이야기를 짓는다. 무심코 주위를 한번 쓱 들러보고 하는 배경의 묘사 같은 것들도 결국 결론이 나고 나면 이야기에 중요한 하나의 단서였음을 깨닫게 될 때, 이 작가의 작품은 비로소 그 의미를 온몸으로 드러낸다. 지금까지 이런 소설들을 읽어본 적이 있었나? 하고 묻는다면 바로 떠오르는 작가가 그녀를 빼고는 없다.


표제작 <푸른 들판을 걷다>에 초반부터 묘사되는 결혼식의 정경은 평범하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사제의 시선을 따라 마을 사람들의 한담과 신랑, 신부의 긴장된 모습과 그들의 부모들의 어수선함은 언제나 그러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신부의 진주 목걸이가 끊어지고 그 진주알이 사제에게 굴러온 시점에서 이야기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처럼 방향을 튼다. 사제는 이 결혼식에서 소외된 사람이고 이 결혼식으로 고통받는 사람이었다. 그가 마을 사람들이 화제로 올릴 때는 무관심을 가장했던 중국 사람에게 가서 그의 손에 자신의 몸을 맡기고 "당신 문제 있어요."라는 말을 연거푸 들을 때 사제는 예감한다. 자신의 상처를 그가 읽었음을. 그리고 이제 그는 다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함을. 그건 체념이나 절망과는 다르다는 것을.


하느님은 어디 있지? 그가 물었고, 오늘 밤 하느님이 대답하고 있다. 사방에서 야생 커런트 덤불이 풍기는 짙은 냄새가 또렷하다.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서 별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하느님은 자연이다.

-클레어 키건 <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은 자신이 자라난 아일랜드 전원 풍경 묘사를 통해 내밀한 곳의 울림을 자아낸다. 아일랜드에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허락받지 못한 사랑을 한 사제의 내밀한 심리적 변화를 손에 만지듯 감지할 수 있는 그 지점을 알고 있다. 이제 사제에게는 한때 흔들렸던 평화가 돌아왔다. 상처의 웅덩이를 지나간 자리에 그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걸어가야 함을, 그리고 그 발걸음이 가지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읽는 이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깨닫게 된다. 


하루키가 선집에 실었던 <물가 가까이>에서 주인공은 겨우 스물한 살이다. 그의 아버지와 이혼한 후에 재력가와 재혼한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호화 리조트에 그를 초대한다. 하버드에 다니는 의붓아들의 성취를 비웃고 빈정대는 계부와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어머니의 모습 앞에서 아직 어린 그가 안쓰럽다.  그는 어린 시절 이혼한 부모 대신에 가부장적 할아버지에 억압받으며 살아온 할머니의 손에 자란다. 할머니가 떠나고 난 후에도 단 하루도 할머니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는 바다를 보고 싶어했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아내를 바닷가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려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손녀가 아닌 손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전부라 여기고 그 안에서 견뎌야 했던 할머니의 슬픔을 해원하듯 자유롭게 물속을 유영하는 장면은 한없이 먹먹하다. 받고 싶었던 사랑을 받을 수 없었던 청년에게 진짜 사랑과 돌봄을 줬던 할머니의 생의 비원을 실현이라도 하듯 익사 직전까지 헤엄치는 그의 이야기.


<삼림 관리원의 딸>은 도발적이고 귀엽고 또 한편 묵직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다. MBTI로 극J로 보이는 디건은 가장 자신의 아내로 적합해 보이는 마사에게 매달려 결혼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게 되면서 부부 사이는 냉랭해진다. 마사는 디건을, 디건은 마사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느 날 장미 묘목을 팔러 온 남자를 맞은 마사는 그와의 사이에서 임신하여 막내 딸을 낳게 되고 디건은 일말의 의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귀엽고 이상한 막내딸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척한다. 

막내딸의 생일날 숲속에서 남의 리트리버를 몰래 가지고 와 생색을 내며 딸에게 선물로 줘버린다. 딸도 마사도 그 리트리버에 애착을 가지게 되고 어느 날, 그 주인이 나타나게 되는데.. 

발달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이 매사에 계산적인 아버지와 상처 입은 어머니를 관찰하고 내뱉는 이야기들이 촌철살인이다. 사회적 금기나 예의를 벗어던진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들에는 위트와 말하여지지 않은 진실이 숨어있다. 모든 것을 잃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디건의 반응은 독자의 기대를 벗어난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가정의 어엿한 가장의 역할에 매달려 있던 그가 마침내 그 모든 것 뒤안에 숨겨져 있는 진짜를 발견하게 될까. 


다시 처음의 작품 <작별 선물>로 돌아온다. 어느 날, 가족을 두고 뉴욕으로 떠나는 딸인 당신. "당신이 떠나면 어머니는 어떨까." 이 질문에서 자유로웠던 작별이 있었을까. 그러나 여기에는 이 가족이 소유하는 더 큰 비밀이 있다. 딸을 성추행했던 아버지, 그를 방관, 방조한 어머니, 여동생의 그런 상황을 눈치채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 상황을 어떻게든 방지해 보려고 노력했던 오빠를 두고 떠나가게 되는 것이다. 남기고 가는 그것들의 추악함에는 남들이 기대하는 소박한 그리움이 없다. 여기에 클레어 키건만의 독특한 지문이 묻어난다. 아름다운 묘사의 간극 사이로 냉정하고 가혹한 현실이 비어져 나온다. 주인공은 고통받고 고민하고 표류하지만 결국 거기에서 씩씩하게 걸어나간다. 


"바람이 강할수록 나무도 강해진다."


아름답고 허무한데 강인하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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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8-27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9-24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24-08-27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blanca님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클레어 키건 새 책 나왔는지 몰랐네요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blanca 2024-08-28 08:59   좋아요 1 | URL
달밤님, 반가워요. 새 책이라지만 초기 단편집이더라고요. 초기 단편집 완성도가 이 정도라니, 정말 놀라운 작가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