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키우는 일만큼 인생의 부조리를 강렬하게 느끼게 되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이를테면 내가 애를 쓰고 용을 쓴다고 해서 그 아이가 내가 바라는 대로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육자가 툭 무언가를 놓아 버리면서(이건 에고가 될 수도 있고, 포장된 모성애가 될 수도 있다.) 그 지점에서 아이는 제 인생의 방향과 소명을 찾아 잘 독립하기도 한다. 양육은 그래서 삶에 대한 연습과도 비슷하다. 내가 원한 바대로 계획한 대로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미가 있기를 소망한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 기대하지 않은 가르침을 준다.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다. 그 지점이 때로 더 좋기도 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작법 책으로 환원해서 받아들이면 곤란할 정도로 인생에 대해 가르쳐 주는 게 더 많은 책. 작가와 관련 없이 그냥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바르도의 링컨>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저자 조지 손더스가 시러큐스 대학 문예 석사 과정에서 25년간 젊은 작가들에게 한 강연의 핵심을 담은 책이다. 그가 선별한 체호프, 고골, 톨스토이, 투르게네프의 단편 일곱 편의 전문이 실제 실려 있고 이 작품들을 함께 읽는다. 그의 사전 안내 사항처럼 이 훌륭한 일곱 편의 단편은 "꼼꼼하게 구축된 세계 축적 모형"이므로 그것을 함께 읽는 과정은 결국 세계와 그 세계 안의 우리의 삶과 우리 자신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의 위트와 재치를 겸비한 조지 손더스의 안내와 해석, 문제 제기는 전략적 삶의 독해의 지점으로 우리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야를 확장하고 삶의 축소성을 해체하고 확장한다. 지금, 여기에서의 자잘한 고민들 안에서 갇혀 있는 우리를 해방시켜 더 심원한 의미의 삶의 지평을 조감하게 해준다. "기본적으로 우리 자신의 읽기를 지켜보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성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잠복된 욕망, 잊힌 기억들, 간과한 문제들은 다시 떠오르고 더 나은 해법을 향해 출항하는 여정에 그는 기꺼이 동행한다. 


제사에도 인용된 체호프의 <구스베리>를 통해 그가 처음으로 톨스토이를 만나 수영을 했던 일화를 통한 두 위대한 작가의 교감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고 존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기를 바랐던 두 마음은 각자의 위대한 성취를 통해 드러나고 작품을 통해 공명한다. 비를 맞으며 호수에서 수영하는 이반이 행복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구스베리>는 결국 체호프가 사랑했던 톨스토이의 모순적인 모습에 대한 구체적인 응축체였던 것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해석은 우리가 결국 쓰기와 읽기를 통해 만나는 지대에 삶의 부조리함을 통한 연결의 실종을 복원하고 의미를 꿈꾸고 사랑을 지향하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나가야 함을 시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시 돌아와서, 그 부조리함 속에서 그럼에도 의미와 연결이 가능한 쓰기와 읽기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는 이야기를 읽게 되어 기쁘다. 조지 손더스의 학생 시절, 교단에서 그에게 체호프를 낭독해 준 대작가 토비아스 울프가 쓰는 일에 대한 모든 무의미한 이야기를 일소시켜준 것처럼 그의 이야기 또한 읽는 이들에게 그런 의미를 준다. 사는 일도 그러하다. 언뜻 부조리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나날들, 희망과 이상을 짓밟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 그 가운데에서도 나아갈 이유와 힘을 주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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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7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르도의 링컨 사두고 안읽었는데 작가의 다른 책도 블랑카 님은 읽고 이렇게 근사한 페이퍼를 적어 주셨네요. 저는 느끼는 바, 생각하는 바를 항상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은 안타까움을 스스로 저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데, 블랑카 님은 항상 정확하게 표현하시는 것 같아 그 점이 참 부럽습니다.
이 페이퍼도 언제나처럼 너무 좋아서 이 책도 담아갑니다.

blanca 2023-03-17 13:1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저도 쓸 때 그래요. 항상 그 언저리까지 갔다 마는 느낌, 답답해요. 아, 이 책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어요. 읽고 또 읽어도 여전히 좋은 책들이 계속 나와서 참 좋아요. 두꺼운 책은 부담 가지고 시작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그 러시아 단편 읽는 느낌도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작가가 글을 정말 잘 쓰더라고요. 문장 하나하나가 비범해서 참 부럽더라고요.

잠자냥 2023-03-17 1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살까말까하면서 계속 뒤로 밀리기만 했는데 블랑카 님 글 보고 사기로 결정했습니다.
땡투는 블랑카 님께. ㅎㅎ (근데 이번달은 그만 사야 해서 ㅋㅋㅋ 담달에 땡투 들어갑니다~)

다락방 2023-03-17 14:55   좋아요 2 | URL
저도 땡투 누르고 장바구니엔 넣어뒀어요. 문제는 언제 결제할 것이냐... ㅋㅋㅋㅋㅋ

blanca 2023-03-17 18:47   좋아요 2 | URL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소장하려고 줄도 엄청 그었네요.

그레이스 2023-03-27 08:09   좋아요 1 | URL
저도 장바구니에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구매 버튼을 누르기로!

페크pek0501 2023-03-17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차하고 나면 비 온다는데 저의 경우 책을 사고 나면 꼭 더 좋은 책이 발견된다는...
blanca 님이 좋은 책이라 하시니 꼭 구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blanca 2023-03-18 08:47   좋아요 2 | URL
페크님, 일단 선별한 단편 일곱 편 읽는 재미만 해도 이 책 살 가치가 있는데요, 그 소설들을 함께 읽는 거예요. 감상, 아쉬운 점, 저자의 일화. 정말 강의 듣는 느낌이었어요.
 

나는 절대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모든 것에 과도하게 힘을 줬고 최선을 다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게 될 거라고 맹신했다. 심지어 관계까지.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했던 이야기.
















직장, 사랑,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각종 위계, 계층, 계급, 그래도 진심이고 순수하고 싶은 마음들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나날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공감이 갔다. 남성 작가가 쓴 여성 이야기지만 그 여성의 마음과 시점에 최대한 근접해 가려 애쓴 흔적과 상대에 대한 마음이 전적으로 순수하지 않아도 그것 또한 사랑임을 간파한 예리한 시선이 놀라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 말할 때 우리는 전적으로 순수하지 않다. 그 사람의 외모, 그 사람이 가진 것들을 모두 포함한 얘기다. 어떤 사랑을 포기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비겁함도 그렇다. 하상수가 찌질하지도 비겁하지도 않다고 느낀 건 그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직장에서의 직군 간의 긴장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소위 금수저인 박미경 대리는 좋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인데 그녀가 무심코 안수영 주임에게 하는 배려들, 이를테면 명품 가방을 선물하거나 안 주임이 예쁘다고 한 목걸이를 선뜻 풀어 준다거나 하는 행동이 가지는 어떤 뉘앙스에 대한 이야기다. 그건 또 다른 의미에서 악의로 인한 행동보다 더 상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실수가 된다. 서로에게 하는 배려가 그 조직의 기저에 깔린 차별을 공고히 하는데 저도 모르게 기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그러한 것들이 보인다. 그러면서 그때는 읽지 못했던 것들의 의미와 내가 저지른 실수들과 내가 받은 상처를 다시 복기하게 됐다.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 지점 남자 동기와는 달리 내가 배우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각종 자질구레한 서무 업무들이 주가 되었던 일, 나와 동갑이었던 남자 아르바이트생, 그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 그 어려웠던 마음. 하루하루 안 힘든 적이 없었다는 안 주임의 눈물나는 고백의 무게들이 가로지르고 간다.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까? 먹고 사는 일의 비장함에 갇혀 인간들이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 받는 정과 사랑, 배려에 갑각류처럼 몸을 움츠렸던 것도 같다. 내 상처에 골몰해 타인들의 상처에 정작 무감각했던 것도 같다. 고마웠던 사람들도 많고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는 추했던 언행의 사람들도 있다. 


사랑의 이해는 내가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의 이득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행위와 겹친다. 중의적인 의미에서 그 이해는 의미를 가진다. 전적으로 순수한 감정도 오직 속물적인 계산도 아니다. 조건을 찾아 떠난 사람도 사랑에 모든 걸 맡긴 사람도 다 그 시간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정확히 아는 게 핵심일지도 모른다. 생활의 무게, 사랑의 진정성 어느 한 쪽도 소흘히 할 수 없는 인생의 화두니까.


















처음에는 순간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것은 하나의 순간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많은 순간들이 되었다. 글은 모든 순간에 있었다.

-배수아 <작별의 순간들>


음악 같은 산문.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게 되는 배수아의 글. 독일에서 '베를린 서가의 주인'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투야 울타리 너머의 정원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하루하루 그들의 별일 일어나지 않고 오직 문학 안의 텍스트와 교유하는 그 은은한 삶에 가만히 동행하는 듯한 환각을 주는 환상적인 이야기였다. 한 장, 한 장 책장이 줄어들 때마다 '작별의 순간'들로 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마치 삶처럼. 이 모든 지금과 이 모든 열심이 결국 무로 화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자각을 일깨우는 조종 같은 그녀의 문장들이 탐스럽다. 언제나 끝내지 못한 책처럼 물러나는 마지막 문장까지 다 그러모아 기억의 창고에 넣어두고 싶다. 사는 일은 완성하는 것이 아니고 잘 사라지는 일이라고. '작별의 순간들'을 음미하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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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23-02-15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성 작가가 쓴 여성 이야기! 그 어려운 걸 해냈단 말인가요? 무척 궁금해지네요^^

blanca 2023-02-15 21:48   좋아요 0 | URL
여성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여성 묘사에 대한 아쉬운 대목들이 있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몰입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원작이 좋아서 드라마도 잔잔한 서정성을 갖추게 된 것 같고요.
 

2022년 좋은 책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기억을 남긴 책 몇 권만 추려 본다. 


-에세이



사적인 글이 범람하는 시대다. 구태여 책을 읽지 않아도 SNS 검색만으로 충분히 독서를 했다는 환각을 줄 정도다. 그러나 내 개인적 경험이 독자에게 가 닿아 의미를 가지려면 다른 차원의 심화와 확장이 필요하다. 내 욕망, 내 회한, 내 해석, 내 주장이 부수어야 하는 경계가 있다. 대부분은 나를 포함해서 거기에 머무른다. 디디에 에리봉이 출발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그는 읽는 자들이 듣는 자들이 기대하는 최적화의 그 지점에서 과감히 탈주한다. 자신이 떠나온 가족이 가지는 의미, 마침내 탈출했다고 여긴 계급이 끝내 남긴 잔상과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회귀하는 부끄러운 지점에 대한 고백은 내가 말하고 싶었으나 끝내 말하여지지 못한 부분들을 마침내 환기한다. 


그와 다른 나라, 다른 시대를 통과해 성장했지만 내가 버리고 온 나를 불러오는 작가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가 끝까지 내려가고 끝까지 파고들어 쓴 자신의 그것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백 때문일까. 보편성에서 개별성을 환기하는 필력이 놀랍다. 





-교육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니어도 그냥 여기에서 내가 어쩔 수 없는 삶의 난제들에 고통당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나를 덮쳐오는 사건들, 관계에서의 고통, 모든 통제권을 상실한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면 이 책이 큰 위안이자 지침이 될 것이다. 내가 삶 앞에서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사랑하지만 내가 끔찍해 하는 어떤 면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그를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 깨어서 인생을 사는 태도를 갖추는 데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읽기가 될 것이다. 특히 십대 사춘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이를 키우기 전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부모가 된다는 건 내가 해결하지 못하고 성장한 나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대면해야 하는 순간과도 같으니까.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정수는 사실 마지막 권에 있다. 마르셀이 '되찾은 시간'의 의미는 결국 그가 잃어버린 시간으로 통한다. 우리는 시간의 궤적이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랑하고 성취하고 이별하고 아프고 죽고 사라진다. 이 궤적이 모여 삶의 서사를 이룬다.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마르셀이 말했던 오전에 라떼를 앞에 두고 한없이 뻗어나갈 것만 같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결국 스러지고 사라진다. 단 사물에 내재한 그 실재만은 둔 채로. 시간을 언어로 경험하는 신비로운 경험과 다름 아니다. 끝내 붙잡을 듯 붙잡히지 않는 그 수많은 아름다움에 대한 처절한 구도의 길에서 프루스트가 죽기 직전까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의 조각들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철학



아무 데도 데려가지 않는 삶의 여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천착. 이 젊은 두 철학자는 삶의 부조리

와 불합리에 구태여 대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며 결국 죽어가는 그 여정에 동참할 뿐이다. 삶의 덧없음을 상기하면서도 그것이 무의미에 굴복하지 않는 방법이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빛난다" 어떻게? 찬찬히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미약한 빛이 새어 들어온다. 2022년의 마지막에 맞춤하게 만난 책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철학과 실생활을 접목시키려 시도한 여러 과제들도 해볼만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을 나누는 부분 같은 것들. 가독성과 깊이를 모두 갖춘 철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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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28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랑카 님은 올해 정리도 정말 기막히게 근사하게 하시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제 저도 읽을 때가 된걸까요.

블랑카 님, 올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요, 우리 내년에도 즐겁게 보내도록 합시다!

blanca 2022-12-28 18: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교류합시다. 삼십 년 뒤에도 오케이?

라로 2022-12-28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바타 보셨어요?? 저 방금 가족들과 보고 왔는데 먼저 본 사람들이 울었다고 해서 나는 안 울 줄 알았는데 저도 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눈물이 흐르더라구요. 아이들과 함께 보시길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난 안 읽을거야 했는데 블랑카님 때문에 읽고 싶어져요.^^;;

blanca 2022-12-28 18:04   좋아요 0 | URL
라로님, 저 둘째랑 아빠랑만 보냈어요. 제 취향 아니라고 안 봤는데 후회되네요. 솔직히 ‘잃시찾‘ 재미는...그런데 울컥울컥해요. 내가 나이, 시간에 대해 느끼는 걸 콕 집어서 다 표현해 놓았더라고요. 읽으며 감탄했어요. 그리고 프루스트가 죽기 직전까지 이거 다 못 쓰고 죽을까 얼마나 노심초사인지 느껴졌어요. 예술이란 그런 건가봐요.

새파랑 2022-12-28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정수는 되찾은 시간이군요 ㅋ 딱 되찾은 시간만 남겨놨는데 기대가 됩니다~!!

blanca 2022-12-28 18:0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부럽습니다. 여기까지 오셨다면 이 마지막 권은 완전 술술 넘어가고 줄 긋다 책이 찢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껴두었다 마들렌 한 조각, 홍차에 적셔 드시면서 천천히 읽으시기를...

하이드 2022-12-28 15: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들은 이런 책들도 좋아하고, 저런 책들도 좋아하고, 참 많은 책들을 읽었는데, 올해의 책들로 꼽은 것들을 보면, 아, 이런 책들이 가장 좋아하는구나. 알게 되는 시간이에요. ㅎㅎ 좋았던 책들과 올해의 책들로 꼽는 것의 차이. 왜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고 싶은지 이유들에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 같구요.

blanca 2022-12-28 18:06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았던 책들 많았지만 하이드님이 딱 적어주신 그 이유로 이 책들을 꼽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셨군요! 역시 서재 친구들은 다릅니다.

책읽는나무 2022-12-28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의 리뷰는 정말 책을 읽고 싶게 만드십니다. 저는 이제 1 권만 읽었는데 만연체에 적응하여 13 권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싶던데, 블랑카님의 완독 소식은 불가능이 가능으로 기대하게 만들었죠.
이젠 리뷰마저 황홀하구요^^
일단 철학서를 담아갑니다.
며칠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blanca 2022-12-29 08:19   좋아요 1 | URL
천천히 생각날 때마다 읽으시면 어느덧 완독에 가까워 있을 겁니다. 마지막 권을 꼭 읽으셔야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더라고요.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출간 순서 대로 따라 읽어서 사실 전체 얘기가 잘 연결은 안 돼요. 한번에 다 읽으려 했으면 포기했을 것도 같아요. 책읽는나무님도 2023년도 소망하신 모든 것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stella.K 2022-12-31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꼭 1권부터 읽어야 할까요?
브랑카님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ㅋ

올해도 수고 많이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blanca 2022-12-31 18:06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이게 계속 앞 전 내용들이 언급돼서 차례대로 읽어야 이해가 되는 대목들이 있어요. 저도 계속 잊어버리기는 했지만 결국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라서요. 스텔라님도 2023년도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평온한 일상은 영원하지 않다. 단단하지 않다. 언제나 허물어질 수 있다. 팔자가 사나워서도 내가 특별해서도 아니다. 그건 내가 보편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는 퇴락하고 소멸한다. 그 유한성에 도전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빛나는 아이돌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독재자도 언젠가 반드시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예외는 없다.


그러나 이 생각을 맨날 하며 살 수는 없다. 대부분 대체로 잊고 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무언가 잠입한다.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이 바보야,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너조차. 그런데 고작 그런 걸로 고민하다니, 그러면서. 





















"카버가 카버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던 11편의 단편은 하나하나가 어둠 속의 날카로운 섬광처럼 나를 찌른다. 이런 게 삶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계속 살 거야? 라고 내 어깨를 쥐고 흔든다. 


표제작인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유독 그렇다. 어느 날 새벽에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 그게 사건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중년의 재혼한 부부는 그 전화에 잠이 확 깨어 뜬금없이 생의 유한성에 대해 그리고 내가 비참하게 죽을 확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때 스위치를 끌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그 고통스럽고 모두가 최후까지 유예하고 싶어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공개 토론을 마침내 벌인다. 침대 위에서. 부인은 생의 존엄만큼 죽음도 그러하기를 바라며 옆의 남편이 기꺼이 생명유지장치의 스위치를 꺼 주기를 바라지만 남편은 다르다. 끝까지 그걸 유지해 달라고 기꺼이 비참해져도 좋으니 생의 끝까지 그 유지장치를 유지해주기를 바란다. 이 서로 다른 의견은 그러나 종국에는 같다. 


우리는 우리만큼은 끝까지 괜찮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 닥쳐도 그렇게 금방 그런 고통스럽고 비참한 선택의 순간에 당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건 어리석은 바람이다. 카버는 잔인하지만 그걸 끝까지 말고 나가는 작가다. 어이, 친구, 너라고 예외일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진다. 숨을 잠깐 멈춘다. 정말 하기 싫은 대답을 요하는 질문. 나는 끝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만다. 비겁하니까. 나는 진심으로 죽음이 두렵다. 그것에 관한 무언가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죽을 만큼 두렵다. 그래서 카버에게 대답할 수 없다. 나도 몰라, 생각하기 싫어.


"동생에게 그 돈을 주는 게 실수였다는 건 알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코끼리>는 이렇게 동양적 정서를 지닐 수 있을까 싶었다. 분명 그 개인주의 최선봉인 미국 작가인데 신기하게도 농경사회에서부터 비롯되었을 그 가족 전체의 끈끈하고 도저히 분리하기 힘든 경제적 의존, 공생, 기생 관계에 대한 그 복잡한 결을 하나하나 드러내는데 정말 낯선 풍경이 아니다. 끊임없이 돈을 빌려 달라 하고 갚지 않는 실패한 동생, 나의 죄책감에 호소하며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아가는 어머니, 심지어 다 큰 성인 자식들까지 학업을 핑계로 혹은 무능한 남편을 내세워 이 성실한 육체 노동자 사내에게 들러붙어 끊임없이 돈을 달라 요구한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면 이 이야기는 그저 진부해졌을 수도 있다. 카버는 당연히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느날 사내가 꾼 꿈. 꼬마가 되어 아버지의 목마를 타는 꿈. 다리는 아버지에게 감았지만 두 팔이 자유롭던 가장 이상적이었던 가족 간의 거리, 유대는 아이들이 크고 내가 늙으며 산산이 부서진다. 가족 간의 끈끈함은 위태롭다.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내가 훨훨 날아갈 수 없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누구든 그 어느 지점에서 괴롭다. 그럼에도 거기에서 어딘가로 날아갈 수 있는 지점을 카버는 알고 얘기한다. 그의 결말은 그래서 소중하다. 불가능할지라도 잠시 꿈꿀 수 있는 거기에서 아름다운 승화를 발견한다. 이건 무책임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아들 부부에게 외로움과 삶의 고통을 호소하며 끊임없이 죄책감, 부책감을 자극하는 그렇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늙은 어머니에 대한 "가슴앓이"를 보여주는 <상자들>의 결말은 현관에 불을 켜두고 들어갔다 다시 나와 끝내 그 불을 꺼버리는 이웃을 우두커니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아들의 쓸쓸한 마음의 형상화다. 


그러다 기억을 하고, 불이 꺼진다.

-레이먼드 카버 <상자들>


카버를 읽고, 불이 꺼진다. 그건 카버를 읽기 전의 소등과는 다르다. 뭔가를 보고 듣고 느낀 후의 소등은 카버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된다. 더 무겁고 더 처절하지만 무의미하지 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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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1-0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blanca 2023-01-09 18:30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thkang1001 2023-01-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blanca 2023-01-09 18:3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11월 26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을 완독했다. 이로써 2012년 9월부터 시작됐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번역가 김희영 교수님의 번역 속도에 맞춘 10년여의 읽기였다. '오랜 시간'으로 시작한 책은 '시간 속에서'로 맺는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시간'을 중심으로 축조된 언어의 대성당이다. 침대에서 어머니의 밤인사를 기다렸던 소년은 어느새 '늙은 남자'가 되어 그때는 절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진정한 의미의 작가로서의 삶을 살게 되며 자신이 평생을 바친 문학의 완성을 목전에 두게 된다. 그것은 사물의 감각을 향유함으로써 실재에 가닿게 되는 그 지난한 과정의 결실의 에피파니에 다름 아니다. 화자가 마침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순간이 뭉클하다. 시간 속에 살며 그 침식 작용과 붕괴에 대항할 수 없는 육체에 갇힌 우리들이 그것을 넘어가서 영원을 목격하게 되는 찰나를 선물하기 위해 프루스트는 온생애를 바쳤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에는 프루스트가 왜 이 어마어마한 시간의 연대기를 기획하게 됐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오는 순간에도 죽음 그 자체보다 이 문학작품의 완결을 보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했는지에 대한 내밀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단서들이 있다. 주인공이 청년기에 선망해마지 않았던 게르망트 가의 귀족들이 시간 속에서 사회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점차 붕괴되어 가는 모습에 나타난 '시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그 잔인한 파괴력과 시간 바깥의 절대적인 실재의 발견으로 인한 전율의 아이러니한 대조는 프루스트가 예술을 통해 구현하려 했던 궁극의 아름다움에 대한 일종의 형상화다. 즉 사물의 바깥에서 구현하려 했던 의미와 사물의 이미지 앞에 놓여 있는 인간들의 구체적인 개별의 삶들을 통해 길항하는 생의 의미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안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잃어버리지 않은 시간의 편린들을 모두 발견하는 찰나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본질적인 책, 유일하게 참된 책은 이미 우리의 각자 마음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는 통상적인 의미에서 발명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번역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임무와 역할은 바로 번역가의 그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프루스트의 훌륭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발견을 읽는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글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를 재발견해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가 사는 일에 바빠 놓친 그 수많은 개별적인 순간들과 빛나던 추억들의 세세한 풍경들을 연상시킴으로써 우리의 지나간, 잃어버린 삶을 재발견할 수 있는 거대한 지적 설계도를 펼쳐놓은 것이다. 따라서 그가 홍차를 마들렌에 적실 때, 그가 사랑했던 알베르틴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샤를뤼스의 기행 앞에서 우리는 각자의 그와 유사하거나 그것들이 연상시키는 우리의 잃어버린 순간들을 재발견하고 마침내 우리 자신을 다시 읽게 되며 삶의 의미를 재발명하게 된다. 


중년의 남자가 나에게 인사했다. 그는 나를 '누나'라고 불렀다. 잠시 누군가 기억을 더듬다 비로소 나보다 두 살이 어렸던 동기의 얼굴을 떠올랐다. 나는 내가 이미 그 집단에 속하고 오히려 그 집단보다 더 늙었다는 사실을 타인을 통해 자각하고 내가 더이상 젊지 않다는 깨달음에 순간 아연해졌다. 이것은 마치 마르셀이 게르망트 가의 연회에 가서 그 수많은 늙음을 목격하고 그제서야 자신이 고정적으로 일관적으로 인식했던 동일한 젊은 시절의 자기가 더이상 아님을 깨닫는 순간과도 만난다. 알베르틴이 살아있었다면 그 소녀 시절의 빛나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은 사정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대신 질베르트와 생 루이의 열여섯 살의 딸이 마르셀이 추억 속에 간직한 첫사랑의 소녀들의 그 과거를 정확히 환기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 소망들은 세대를 가로질러 반복될 것이다. 존재는 시간 속에 현현하지만 시간을 뛰어넘어 영속한다. 그 시간의 바깥에서 그것을 스케치하려했던 작가는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의 소재로 승격시켰고 그것을 번역한 번역자는 비로소 우리 읽는 이들에게 그 작가의 의도와 노력의 결실을 건네 주었다.


지금 나의 순간들이 무의미로 흩어지지만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책.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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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6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10년간의 독서와 그 결실! 왠지 뭉클하면서 감동적이에요.
삶이 잃어버린 순간들을 독자 스스로 찾는 책이라니 이 책을 언젠가 저도 읽을 수 있을까요?

blanca 2022-11-26 16:50   좋아요 2 | URL
오늘 너무 기뻐 일기도 썼네요. ^^

붉은돼지 2022-11-26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완주를 축하드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하신 분 처음 뵙는 듯합니다. 아니 전에 한 분 계셨던것 같기도 하고.....저는 뭐 일단 완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만....(샀다가 팔았다가 다시 사고 있습니다.ㅋㅋㅋㅋ)

blanca 2022-11-26 16:52   좋아요 0 | URL
그냥 내가 뭘 성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잃시찾˝ 읽은 여자가 됐다는 자족감에 뿌듯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자랑했더니 ˝그게 뭔데?˝이러더라고요. 흑.

꼬마요정 2022-11-26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립니다^^
진짜 멋집니다. 잃시찾 완주라니... 정말 책도 경이롭지만 블랑카님도 경이롭습니다^^

blanca 2022-11-26 21: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완독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아주 재미있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왜 사람들이 그렇게 이 책을 보통명사처럼 인용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뭔가 어떤 경지를 넘어간 책이더라고요.

새파랑 2022-11-26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긴 여정이셨을거 같아요. 전 10권까지 읽고 일단 3권 남았는데, 구매는 다 해놨는데 과연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 이제 시간은 안잃어버리는 것으로~!!

blanca 2022-11-26 21:07   좋아요 1 | URL
오, 10권까지 읽으셨으면 나머지는 순삭이죠. 왜냐면 분량 자체가 확 줄어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제가 1권부터 꺼내 봤는데 이 책은 초반부가 어렵고 나머지는 오히려 쉽게 탄력 받아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완독의 성취감을 누리시기를...

2022-11-26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2-11-26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잃.시.찾을 읽어보면 이 책 완독하기가 얼 마나 힘든지 알 수 있잖아요.
저는 이제 두 권 남았어요.
올해 완독 목표로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blanca 2022-11-27 07:58   좋아요 1 | URL
아, 마지막 권은 정말 감동적이더라고요. 페넬로페님도 조만간 완독하시겠네요. 다시 찬찬히 읽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꺼내보니 그 엄두는 솔직히 안 나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2-11-26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축하드려요^^

blanca 2022-11-27 07:58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정말 오랜만이랍니다.

단발머리 2022-11-27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블랑카님!! 긴 여행같은 독서가 끝나니 너무 후련하실듯 해요. 또 스스로도 너무 뿌듯할 거 같고요. 저 같으면 플랜카드 준비할 것 같은 ㅋㅋㅋㅋ 그런 맘입니다!!

blanca 2022-11-27 18:28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감사합니다. 사실 이런 축하는 서재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제가 크게 이룬 건 없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성취가 될 것 같아요.

하이드 2022-11-27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도 언젠가..! 한 번 시도했었는데, 2-3권 까지나 읽었나 몰라요. 23년에는 도전해볼까... 말....
앞서 완독하신 분 있으니, 등보고 따라가보겠습니다.

blanca 2022-11-27 18:29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 추천드려요. 정말 한번 해 볼만한 가치 있는 읽기의 과정이었어요. 중간중간 난해하고 지루한 대목들도 있었지만 넘고 넘다 보니 나도 나이 먹고 프루스트가 말하고자 했던 게 이거였구나, 하고 짐작되는 지점들이 늘어나더라고요. 특히 노화에 대한 장은 정말 ㅋㅋㅋ 크게 웃었어요. 너무 실감 나더라고요. 자기만 안 늙고 주변 사람들만 모조리 늙은 것 같은 착시에 대한 이야기요.

자목련 2022-11-28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캉카 님 멋지고 대단해요!
저는 ˝잃시찾˝ 읽은 여자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ㅠ.ㅠ

blanca 2022-11-28 17:47   좋아요 0 | URL
그냥 그간 흐른 세월, 변한 모습 같은 것과 같이 오버랩되어 뭐라 말하기 힘든 기분이 들더라고요. 프루스트가 마지막 장에 휘몰아치며 시간에 대하여 쓴 대목들도 이젠 진정 공감이 갔고요. 그리고 저야 제대로 분석하며 읽은 것도 아니고 쓰윽 읽은 거라 여기에서만 소곤소곤 자랑하는 거예요. 지루한 대목들은 영혼 없이 말 그대로 활자만 읽었답니다. ^^

레삭매냐 2022-11-30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

저도 한 두권 사두긴
했는데 아예 읽을 시도도
못하고 있네요.

blanca 2022-12-01 15:43   좋아요 1 | URL
각자의 때가 다른 것 같아요. 그때가 올 때 읽으셔도 충분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2-01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년에 읽기 도전하려고 8권까지 일단 사두었습니다^^ 이제 완간되었으니 천천히 따라가보려구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blanca 2022-12-01 15:44   좋아요 0 | URL
한꺼번에 사 놓고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저는 드문드문 읽다 보니 자꾸 전의 내용을 잊어버려 난감하더라고요.

그레이스 2022-12-01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는 내년1월부터 시작합니다.^^

blanca 2022-12-01 15:44   좋아요 1 | URL
오, 2023년에 시작하시는군요! 응원합니다.

다락방 2022-12-05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대단하십니다, 블랑카 님. 블랑카 님의 이 글을 읽고 나니 저도 이 책의 완독을 목표 삼아볼까 싶어지네요. 그동안 차마 엄두도 내지 못햇던 일인데요. 블랑카 님의 감격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정말 멋져요, 블랑카 님!!

blanca 2022-12-05 19:01   좋아요 0 | URL
시간에 관련한 가장 길고 놀라운 연대기인 것 같아요. 저도 요새 시간, 노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서 공감 가는 대목이 정말 많더라고요. 결국 모든 걸 좌우하는 건 시간이었더라고요. 문제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때문에 읽은 감동만 간직하고 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