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다.
요즘 소위 잘 나가는 남성 작가들의 아내는 대부분 예쁜가 보다.
김영하의 아내도 아주 예쁘다고 한다. 
사진을 본 적이 없으니 그냥 주워들은 얘기들을 확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
그래서 박민규가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 인터뷰에서 아내를 되게 좋아해서 나와서 글을 쓴다는 그
얘기 하나 만으로 얼굴이 대단히 이쁠 것이고 신혼일 거라고 괜히 단정짓고 합리화했다. 

질투하나 보다. 웃긴 것은 그들의 아내가 부러운 것이 아니고 그냥 그런 아내들을 두고 글을 마음껏 쓰는
그들이 괜히 부러웠다. 왜냐하면 나도 퇴근할 때 아내가 있었음 했기 때문이다. 물먹은 스펀지처럼 흐물거리며
퇴근해서 산적한 집안일들이 반갑게 나를 마중나온 문지방은 넘기 싫었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인지라  
내가 하기 싫은 아내의 역할을 나는 받았으면 하는 판타지를 갖고 있었다는 고백은 참으로 불쾌한 것이다. 

각설하고,
대체로 잘 나가는 남자 작가들은 담배 연기로 그득찬 방문 앞에서 아내를 막 밀어낼 것 같은데,
예외없이 반대로 아내에 대한 찬탄으로 침방울을 튀긴다.  

특히 박민규의 아내에 대한 찬탄은 참으로 간지러운 것이면서도
그지없이 부럽기도 하고. 게다가 둘째까지 보고 남았을 결혼연차라니 신혼도 아니니 이건 모 공격할
건수도 없고.  많이많이 좋아해 주고 싶단다. 주름살 하나도 행복한 각도로 잡히게 하고 싶단다. 

그런 아내...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위해,
"어머니를 둘째라 생각하자"며 딸을 너무너무 낳고 싶어하던 그를 달랬다던 대목은,
사랑은...결혼 이후 지속되는 사랑은,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짐을 덜어  
내 어깨에 이고 괜히 씩씩한 척 하며 앞질러 갈 수도 있는, 그런 아픈 배려를 담보로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의 사랑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아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젯밤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난 후 약간 울었더니,
갑자기 오른쪽 눈이 잘 안보이는 것이다. 라식 수술한지 어언 8년이 되어가는데
순간 순간 검증안된 수술이라는 악담이 떠올라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기어나왔다. 

눈이 아주 나쁘지 않다면,
안맞는 콘텍트렌즈 끼느라 눈에 온갖 허당 실핏줄 키우는 경우 아니라면,
비추다.  

무엇보다 갑자기 눈 주위에 예기치 않은 충격이 가해지거나,
눈물을 조금 흘린 후 시야가 뿌얀 경험 그 1분도 안되는 시간이 갑자기
두렵게 다가오는 경험은 상당히 불쾌하다.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러고 나서 계속 뿌옇게 흐려지는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다,
눈을 위해서라도 행복해져야 겠다는 어쭙잖은 결론 다음으로,
주제할아버지의 <<눈먼자들의 도시>>를 주문해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맥락의 독서이다.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지만 거기 앉아 있는 동안 난 거의 사람을 미치게 만들 만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누군가가 벽에다가 <이런 씹할>이라고 낙서를 해놓은 것이다. 피비나 다른 아이들이 이런 걸 보게 된다고 생각만 해도 정말 사람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이들은 이 말의 뜻을 궁금해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어떤 나쁜 놈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뜻을 가르쳐주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중략> 그런 곳에다가 이런 말을 써놓은 놈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호밀밭의 파수꾼>>  
   

놀이터에 두돌 딸아이를 데리고 갈 때마다 놀이터에는 지렁이처럼 꼬부라지는 글씨로 온갖 욕설과
"철수는 어젯밤 열두시에 야동을 봤다.'" 같은 웃기지도 않은 문장들이 저마다 갈겨져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 대목이 떠올라 기분이 묘해진다. 읽을 때는 웃고 말았는데
정작 그런 상황을 일상적으로 목도하게 되니 나도 콜필드처럼 그걸 쓴 아이를 찾아 죽이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강박적으로 다 지우고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왜냐하면 어느 날 내 딸이 분명 물을 것이기에.
"엄마, 야동이 모에요?" 이건 차라리 낫다. "엄마, XX(상상에 맡김)가 모에요?"
아무 의미도 없는 욕설의 정의를 궁금해 하는 네돌 정도의 딸아이에게 적절한 설명을 찾아주지 못해, 혹은 정말
콜필드의 우려처럼 어떤 나쁜 사람이 아주 잘못된 뜻을 가르쳐 주어(그것이 긍정적인 의미라거나)
다음날 부터 그 욕설을 하고 다닌다면, 그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사실 저 정도까지 연장된 심각한 우려를 매일 하는 것은 아니고,
콜필드가 여동생 피비를 위해 저 저속한 낙서들을 강박적으로 지우고 다녔던 풍경이 때때로 떠올라
낙서를 더욱더 유념해 보게 된다는 정도. 그리고 때로는 오히려 저 낙서를 언젠가는 읽게 될 딸아이보담은,
저런 낙서를 숨어서 하고 있었을 녀석들 생각에 대체 무신 의도에서 무신 욕구로 저런 낙서를 하게 된 것인지
궁금도 하고, 벌써 그런 숨어서 하는 약간의 불량스런 행동에 대한 공명심에 대한 기억을 깡그리 놓쳐버린,
나의 단단해진 감수성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그렇단 얘기. 

그래도 밤12시에 야동본 얘기를 놀이터 미끄럼틀에 신고하는 건 아니잖아.! 중요한 건 안웃겨!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슈테판 츠바이크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 덕에 내게 오게 된 책. 그래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은 왠지 꼭 읽어봐야할 것만 같은 강박. 게다가 재미있다고 칭찬일색이지 않은가. 

그. 러. 나. 오랫만에 다 읽지 않고 덮어 버려야 할 듯한 예감. 80% 정도 읽었는데 인내가 필요한 독서를 하고 있다. 감히 대가를 평가하거나 비판할 깜냥은 꿈도 못꾸고, 절대 나의 취향이 아님을 고백해야 겠다. 일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가 너무 모호하다. 역사적 사실에 의거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현장을 재구성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적어도 그 경계는 있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괜히 자주 불편하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목소리인지 대체 구분지어낼 수가 없다. 한 때 탐닉했던 작가 이덕일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이 지점을 지목하던데 그렇다면 둘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자문해봐도 될까? 기대했던 헨델 메시아 작곡과 톨스토이의 만년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흑흑, 재미가 없다. 이 점이 중요하다. 너무 지루하다.  

독일 국민들이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데, 그 작가의 저작을 이렇게밖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나의 한계가 괜히 우울하게 다가온다.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지. 모두가 아니 대부분이 추어주는 작가의 작품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었는데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기도 전에 그냥 덮어버릴 듯.  

오랫만에 책 읽는 것이 싫어졌다. 읽고 싶은 책도 그닥 없고. 괜히 책까지 나를 따돌리는 기분. 이 시큼털털한 맛. 상큼한 독서를 하고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9-10-26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작가 있어요. 미셸 투르니에, 그 중에서도 방드르디.. 으으 읽다가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 주인공 하는 꼬라지도 맘에 안들고 ㅎ

blanca 2009-10-26 22:15   좋아요 0 | URL
주인공 하는 꼬라지 ㅋㅋㅋ 뒤로 넘어갑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0-27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그런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서 --;;
듬성하게 책읽는 직장인이라 그런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blanca 2009-10-27 13:35   좋아요 0 | URL
^^ 원래 저도 그랬는데 한동안 추천리뷰 많은 책들 사서 읽다보니 대부분 재미있어서 신났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사는 책들 다 줄줄이 어찌나 지루하고 우울한지. 한동안 책값은 굳을 것 같아요. 재미난 책 추천좀 해주세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문방사우에 집착했다.
지금도 팬시점에 풀어 놓으면 하루 종일도 놀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것도 일종의 자존감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내가 가져야 할 것, 가지고 싶은 것에 훨씬 더 비중을 많이 두는 습성. 

각설하고 요즘에는 로디아에 꽂혔다. 그렇다고 로디아에 관련된 것이 있냐 하면, 단 하나도 없다.-..-
그저 매일 검색과 후기 정독으로 그 세계에서 놀다 로디아 메모지 쓰니까 좋냐고 한마디 물었더니
모든 사물에 대체로 무관심한 옆지기가 또 질러댈까 두려워 그랬는지 "하나도 안좋다."고 하도 강조하는 통에
참고 있다.  

내 책상은 십곱하기십에서 충동적으로 공수한 실패한 품목들이 처절하게 누워있다. 왜 내가 화이트 보드가 필요한가? 그것도
탁상식으로 세워진다고 혹해서 구입했더니 지금은 불량한 자세로 아예 수시로 드러누워주신다. 왜 내가 그 많은 마스킹 테이프가 필요하겠는가? 딸내미님이 친히 다 방바닥에 붙이고 다녀 주신다. 몰스킨을 쓰면 내가 헤밍웨이의 문장을 조금은 빌려올 수도 있을 성싶고 로디아를 쓰면 그 모랄까, 사각거린다고 하니 그 소리에 갑자기 명필이 될 성도 싶고, 완전 착각 및 망상에서 비롯된 허무한 구매욕이지만 그래도, 나는 로디아 메모지에 로디아 연필로 장 갈 품목을 메모하고 싶다는 것.  

족욕을 시키면 잠을 잘 잔다기에 족욕을 시켜주었더니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오히려 더 자주 깨주시는 공주님처럼 나를 헛된 기대로 채우지 말 것. 제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