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복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양영란 / 동문선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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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을 정상적으로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기분일 것 같다.' 이 문구는 locked-in syndrom 환자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평범한 나로써 살아갈 수 없는 저자의 이러한 상황은 '다른 세계의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한 일들은 특정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기에,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사치스러운 낭만이 아닐까 .

'잠수복과 나비'의 저자는 나에게 세가지 물음과 해답을 주었다. 첫째, 내 몸이 나를 가두는 틀에 불과하다면, 삶은 진정 계속 영위되고 있는 것인가? 둘째, 정신과 육체의 벽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째, 속박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구분지을 수 있는가? 이 세가지 물음에 대한 현명한 해답은 결코 쉽지 않지만, 저자의 삶을 통에서 희망의 빛으로 발견된다.

자아의 가치는 스스로를 증명함으로써 더욱 값지게 된다. 눈꺼풀의 작은 떨림으로 내적 자아와 외적 현실 사이에 놓인 벽을 헐어버리기에, 이 책 안에서 살아 숨쉬는 텍스트들은 인간의 숭고함으로 승화된다. 자유는 나비가 되어, 나비는 잠수복을 벗고 너풀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로 내 안에 각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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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정현종 옮김 / 물병자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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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이고, 명상적인 색채가 강하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머리속에 둥둥 떠다니던 추상적인 담론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쉴틈없이 넘실거리기에 받아들이기에 앞서 거부감을 갖게 된다. 수사학적 표현들, 추상적인 개념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든다. 권위 즉 아는 것으로 부터의 자유를 강조하는 저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면, 혹시 그가 말하는 권위에 순응하는 중고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의 권위는 그가 말하는 권위와 뭐가 다른가.

외부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깨달음은 과연 기존의 것을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될 수 밖에 없는지. 그는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넘치기 위해서는 변화를 강조한다. 무감각해져버린 정신적 해이를 깨고, 정신과 몸이 역량을 다한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고 한다. 말은 쉽다. 그래도 '그가 침묵한다는 걸 아는 사람, 그가 사랑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사랑이 무엇이며 침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 말은 새겨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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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역사
존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예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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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재판을 통하여 파문, 유죄를 선고받다, 아내를 팔아 돈을 벌다, 외설문학으로 본 성경, 미이라를 떌감으로 쓰다, 타이타닉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등... 제목만 보아도 정말 어리둥절한 내용들이다. 이 책이 과연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비인격체인 동물을 과연 재판할 수 있는가, 학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미이라를 땜감으로 쓸 수 있는가, 인권, 윤리를 무시하고 아내를 팔수 있는가,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의 성경에 넘치는 잔인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내가 갖는 느낌은 이렇지만, 그 당시에는 분명 상식적인 것이 였으리라.

여기서 상식의 허약함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상식은 보편적인 지식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나에게 일침을 놓는다. 과연 우리의 상식은 미래의 상식에 부합될까? 절대 아닐 것이다. 자본논리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고, 자연을 대상화하여 파괴하며, 정신보다 물질이 앞서가는 인류의 모습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보편적 상식에 대한 먼 훗날의 느낌은 분명히 충격적일 것이다.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과거를 보듯이, 미래인들도 우리를 볼 것이기에 흥미 위주로 쓰여진 듯한 이 책이 던져주는 의미는, 역사와 인류를 바라보는 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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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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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없다. 익히 알려진 동화들을 다시 썼다고 하지만, 읽으면서 참신하다라는 느낌이 안드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감각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중간 중간에 억지스러운 부분이 눈에 띤다. 동화에 내재된 남성주의와 고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렇지만 그가 펼친 이야기를 통해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저자 역시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만의 시각으로 그려냈으니깐. 남자의 시각을 엎어버리고 여성이 올라서는 구도가 아닌, 성을 초월한 진정한 평등, 또는 남녀의 생물학적, 문화적 차이(불평등이 아닌)를 철저하게 인정하는 자세로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주문인가. 그래도 이 책에서 볼만한 것이 있다. 동화에 영향을 끼친 전설, 신화, 미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아주 조금씩 써놨는데 차라리 이 부분만을 가지고 썼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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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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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러운 것, 병균 때문에 몸이 상할 것 같은 생각이 되풀이돼 꺼림칙하다.
2. 옷 음식 도구 등을 정렬하는데 집착한다.
3. 죽음이나 불쾌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
4. 불이 나거나 도둑이 들거나 또는 집이 침수될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한다.
5. 쓸모 없는 물건을 모으고 쓰레기는 버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 왔다.
6. 불길한 사건이나 불쾌한 생각과 관련있는 특정 색깔이나 숫자 이름을 피하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강박증 환자의 주요 특징으로써 주인공의 행동과 정신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는 자신만의 정체되고, 폐쇄된 세계에서 안정을 찾는다. 변화는 두려움이며, 공포이다. 보통사람에게는 아주 일상적인 것들이 그에게는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다. 아니 주인공은 적응하는 방법을 모르는 나약한 소시민인 것이다. 본의아니게 주인공의 세계를 침략한 비둘기는 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할 나이에 새삶을 던져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소설 전반적으로 보여지는 미묘하고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백미라고 하는데, 파트리크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현실과 자아의 벽을 깨부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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