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여행가방 - 박완서 기행산문집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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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었던 내 영혼을,절대로 기만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내가 일생 끌고 온 이 남루한 여행가방을 열 분이 주님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 앞에서는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고 눈가림도 안 통할 테니 도리어 걱정이 안 된다.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구멍을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 이게 저의 전부입니다. 나를 숨겨준 여행가방을 미련 없이 버리고 나의 전체를 온전히 드러낼 때, 그분은 혹시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시지 않을까. 오냐, 그래도 잘 살아냈다. 이제 편히 쉬거라. -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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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1-24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작가들은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그 빛을 잃고 퇴색해가기도 하는데, 박완서는 언제나 반짝거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물어가는 새로운 문체들.

이리스 2006-01-24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해 저는 박완서라는 작가에 대해 어떠한 감흥도 가지지 못했더랬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말이지요.굳이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너도나도 열광하는 대작가여서 공연히 반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 끌린것도 박완서라는 이름이 가진 힘 보다는 그저 제목때문이었달까요. 하지만 읽다보니.. 읽을수록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돼지들에게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59
최영미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11월
구판절판


최소한의 자존심

지금은 아니야.
나는 내가 완전히 잊혀진 뒤에 죽겠어.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자들에게
무덤에서 일어나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으니까.-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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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7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1-0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창비시선 203
허수경 지음 / 창비 / 2001년 2월
구판절판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고 내 영혼은 우는 아이 같은 나를 달랜다 그때 나는 갑자기 나이가 들어 지나간 시간이 어린 무우잎처럼 아리다 그때 내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별들은 기억을 빠져나가 제 별자리로 올라가고 하늘은 천천히 별자리를 돌린다 어느날 애인들은 나에게 편지를 썼으나 나는 편지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사이에 귀를 들이민다 그리고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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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7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이죠?

이리스 2005-11-2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Jeanne 2007-02-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져갑니다
 
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절판


나는 한 때, 내 발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야광색이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다. 나중에 나중에 하늘에 올라가서 보면 그동안 내가 걸어 다녔던 곳들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펼쳐질 것 아닌가. 내가 오래 살았던 서울이라면 동선들이 촘촘히 엉키다 못해 단정한 한 장의 카펫처럼 둥실 떠오를 것이다. 어두운 지구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내 발자국들을 본다면 나는 만리장성을 본 것보다 더 감격하지 않을까.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재봉틀에 비유한다면, 산책은 섬세한 손바느질이다. 그것도 기억의 바탕화면에 꼼꼼하고 단단하게 여행의 기억을 못박는 되박음질이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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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1-24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대단한 설정이네요. 내 발자국이 야광생이라....^^

하늘바람 2005-11-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은 섬세한 손바느질 한땀한땀 한걸음한걸음 길이 온통 내안으로 들어오ㅡㄴ거죠? 멋집니다

이리스 2005-11-24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님의 발자국들은 어떻게 빛날까요? ^^
하늘바람님 / 님의 해석이 더 멋지네요. ^^

비로그인 2006-01-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많이 궁금합니다. 박사의 글이 참 새롭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어떤 책인가요?

이리스 2006-01-2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드님 / 이 책, 아마 사서 읽으셔도 후회는 안할거라 생각합니다. 무슨 알차고 훌륭한 실속있는 정보가 넘치는 책은 아닙니다만 제목에 제대로 충실한 책입지요. ^^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구판절판


"상처 입는 것에 관해 얘기하자면."
물수건으로 입술을 닦고 나서 코우지가 말했다.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 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아. 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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