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정말 미안해..무인도에 갈때는... 꼭 데려갈게. 응, 그러는게 좋겠어.스미레는 내가 없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는걸. 하늘과 바다. 정글밖에 없는 곳이라도 우리 둘이 있으면 틀림없이 행복할 거야. 그러니까 꼭 데려다 줘.-130쪽
언니도 그녀석 그만 두는 편이 좋아요. 그 녀석은 자기밖에 안봐요... 좋아하게 돼도 괴롭기만 할 뿐이에요.자기밖에 안본다.. 라기 보다는 자기 문제로 정신이 없는거.. 아닐까. 좀 더 어른이 되어 스스로에게 자신이 붙으면, 자연히 상대를 배려하는 연애도 할 수 있을거야. -157쪽
근황못 살겠습니다.(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미안합니다.사랑합니다.어쩔 수가 없습니다.원한다면, 죽여주십시오.생각하면,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그게 내 죄이며 내 업입니다.그 죄와 그 업 때문에 지금 살아 있습니다.미안합니다.사랑합니다.잘 살아 있습니다. -51쪽
결국 고통스러운 기억도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어쩌면 그것은 체념에 의한 긍정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절대로 망각할 수 없는 기억들은 평생 옆에 두고 가는 거다.평생 짊어지고 가는 거다.-50쪽
오늘만은, 이 시간만은, 아니 이 짧은 순간만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겠다. 그렇게 치열한 순간이 모이고, 달이 모이면 어느 순간 내 인생 전체가 충실하게 채워질 거라고 믿는다. 대책 없는 판타지, 맹목적인 믿음이라 해도, 이제 나는 이것이 내 삶의 최선임을 안다.-55쪽
여행을 시작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다만 지구는 작년 이날과 거의 비슷한 위치로 돌아왔을 뿐이다.1년전 오늘, 나는 떠나다. -223쪽
남들과 다른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조금, 우울해진다. 1996년 8월의 피렌체를 추억하며.-265쪽
영국식 정원 앞에서 홍차를 마시며 날씨를 이야기한다. 반복되는 여행의 일상.빠리의 노천이 영국식 정원으로.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가 우유 탄 홍차로,스페인 신문의 축구 소식들이 날씨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Dublin, England. 2004.8.17-303쪽
내일은 탈상오늘은 고추모를 옮긴다.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 바람이 내려와어린 모를 흔들때막 옮기기 끝낸 고추밭에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이아랫도리 서로 묶으며고추모 사이로 쓰러진다.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남녘땅 고추밭해빛에 몸을 말릴적떠난 사람 자리가 썩는다붉은 고추가 익는다-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