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손하고 건방지게 미술 읽기
윤영남 지음 / 시공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선입견이나 전문가의 견해 이런거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느낀대로 예술을 감상하라는 것'이다. 내 마음에 감동이 오면 좋은 작품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지를 위해 그는 굉장히 유명한 몇명의 화가를 자신의 글에 초대한다. 피카소, 드가, 고갱, 달리가 그들이다. 피카소는 과연 천재인가? 그가 그린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소수인데도 그의 유명세 때문에 기가 죽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건 아닌가? 어찌보면 도발적일 수 있는 이런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그러면서 피카소가 그렇게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던건 작품 자체보다는 그의 독보적인 처세술에 힘입은 바가 크지 않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  드가가 여성들을 독립적으로 그리면서 여성의 독립적 인격을 표현했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라면, 여성혐오자로서의 드가가 여성을 성적 관음증 대상이나 폄하의 대상으로 여성을 바라보았다는 주장도 있다는 설을 제시하면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볼 때 정 반대의 시선이 있을 수 있음을 얘기한다. 그래서 그는 미술을 보는 사람에게 '주눅들지 말라'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 소위 전문가의 견해라는 것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다.

이후 그의 글은 위대하다고 알려져 있는 예술가들을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정보의 제공에 만족하지 않고, 시대와 대중들에게  외면받은 예술가들을 끌어들이면서 그런 이들의 그림에도 얼마나 훌륭한 아름다움이 있는지 와서 보라고 독자를 이끈다. 그러면서 논지는 곧 지나치게 관객들을 무시하고 관객을 왕따시키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현대미술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저자의 주장 '자신의 느낌으로 미술품을 보라. 아름다움을 보라"는 주장은 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자꾸 작년에 봤던 엄청난 분량의 피카소 전기가 생각났다. 내가 그 책을 보면서 알았던건 피카소의 그림을 하나 하나 보면 특별히 위대하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걸 느낄 수가 없지만(이건 내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그가 천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사람이고 인간이 볼 수 있는 사물의 온갖 다양한 면들을 늘 새롭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이었다. 이것이 그의 처세술과 더불어 당대에 빛을 볼 수 있었을 뿐이고.... 그는 늘 남들보다 한발짝을 앞서간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고 그것은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한 번 곰곰히 보게 만들었다.

미술을 아름다움 하나만을 보기 위해 본다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나는 미술뿐만이 아니라 모든 예술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면도 있지만, 사물과 인간 사회를 다른 면에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보고 느끼는 미술도 있지만 생각하는 미술도 있다는 것이다.

뒤샹이 기성품인 변기를 미술전시회에 내놨을 때 누구도 그걸 보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훌륭한 미술품이 될 수 있는건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는데 있을 것이다. 현대문명과 대량생산의 사회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을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품은 훌륭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너무나도 당연한 논지를 제시하면서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면이다. 전문가집단이 강요하는 선입견을 넘어서서 자신의 눈으로 미술을 보라는 주장은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작품만으로는 볼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온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해나 전문가의 안내에 의해 더 풍부해질수 있는 미술감상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작가가 이런 면을 모를리야 없겠지만 자신의 논지를 펼치기 위해 너무 일방적으로만 나가지 않았나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것이다. 흥분해서 얘기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균형감각을 잃고 있더라는....

사실 이 주제 자체도 다른 미술전문가들에게서도 흔히 이야기되어 지는 것들이다.  식견을 갖춘 제대로 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내가 좋아하는 유홍준씨나 이주헌씨 같은 경우 이 방면에 전문가지만 관객 자신의 눈을 항상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아주 친절하게 일반 관객이 미술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코치해준다. 제목의 불손하고 건방지다라는 건 좀 더 파격적인 문제제기에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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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10-2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부안의 내소사가면 사람들이 꼭 꽃창살 앞에서 소근대는데, 지나치던 것을 유심히 본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뭐랄까요. 자기 스스로의 안목으로 차분히 보기보다는 남(유홍준의 해석도 포함)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봅니다.

바람돌이 2005-10-24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렇죠. 하지만 자기 스스로의 안목이라는 것도 결국 학습에 의한게 아닐까 싶어요. 많이 보고 많이 읽고 생각해야만 하는.... 즉흥적으로 생기는 좋은 감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남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또 자신의 안목이 생길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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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동안 감기로 골골하면서 결국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먹고 하니까 이제 정신이 좀 든다. (다들 감기조심하세요. 이번 감기 몸살 증세 동반함 -뼈마디가 욱신 욱신) 간만에 들어오니 마태우스님의 글이 있고 또 여러분들이 관련글을 올려주시고, 역시 하루라도 알라딘을 빼먹으면 무슨 일이든 생기는구나를 실감한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어찌나 잘 돌아가는지.... 좀 안돌아가는 척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

그냥 다른 분들의 글들을 쭉 보면서 내가 알라딘을 만난게 언제였던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2000년 가을쯤이던가? 알라딘을 처음 만난게... 그전에는 당연히 오프라인 서점외에는 책 살데가 없는줄 알았고..... 그런데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을 싸게 살수 있다는 소식은 가뭄의 단비만큼이나 내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전까지 세상에 책을 할인해서 파는데는 본적이 없던터라.   옳다구나! 이것이 나의 갈길이다 하면서 어떤 서점이 있는지 그 때 후배한테 물어보니까 알라딘이란데가 있단다. 그 후로 인터넷을 드나들면서 몇번인가 알라딘을 통해 주문을 했고, 하지만 드나들다 보니까 그 옆에 그래24가 있더라... 딱 책을 싸게 사는 것만이 목적이었던 나는 당시 그래 24의 책값이 더 쌌기에 당연히 그동네로 이사를 갔다.

 당시 그래 24는 캐시백 적립까지 해줬고 또 최저보상제라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책을 산 이후에 어느 어느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 책이 얼마던데 하고 이메일을 보내면 그 가격만큼 다시 돌려주는 제도가 있었다. - 이 제도를 믿고 나는 이후 3년정도 쭉 그래 24의 플래티넘 고객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가뭄에 콩나듯이 알라딘에 드나드는 중 알라딘의 서재활동을 조금씩 훔쳐보기 시작했다.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면서 한번씩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점점 알라딘이 좋아졌다. 그리고 든 생각이

"어차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지만 그래도 소비자를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여줄 수 있는 회사라면 잘 돼야 하지 않을까? 기업의 이익을 이런식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회사 하나쯤은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다시 짐을 챙겨(사실 챙길 짐도 없지만.... 이게 온라인 이사의 장점이다. ^^) 3년만에 알라딘에 돌아왔다. 그러니까 전적으로 내가 알라딘에서 다시 책을 구입하기 시작한건 순전히 알라딘의 블로그 - 서재 때문이란 얘기다.

그 후 간간이 남의 서재 글들을 보기만 하고 나는 서재 활동 안하고 책만 구입한 시기가 몇개월간 있었고, 그러다가 어느샌가는 알라딘 서재에 미쳐있는 나자신을 발견했다. 페이퍼를 그리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리뷰를 그리 많이 올리는 것도 아니면서 뭘 미쳤냐라고 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그건 알라딘서재인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고, 나의 기준은 항상 나다. 온라인 활동이란 것 자체에 거의 관심이 없고, 그래서 온 대한민국이 그렇게 채팅에 미쳐있을 때도 채팅 딱 한 번 해보고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하고 끊어버린 나에게는 이 밤늦은 시간에 페이퍼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미친 것이다.

서재활동 시작하고 이제 1년쯤 된 것 같다. 그동안 알라딘에서 품절이거나 너무 급해서 오프라인에서 산 책을 제외하면(사실 이런 책도 몇권 안된다.) 나의 책 구매는 무조건 알라딘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이유? 당연히 서재 때문이다.

직장과 가사, 육아 이 세가지가 나를 즐겁게도 하지만 지치게도 한다. 아이들 때문에 친구들 만나기도 힘들고, 만난다 하더라도 모두들 어린 애들땜에 제대로 된 얘기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직장에서 얘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건 하늘의 별따기고.....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했던건 수다였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책 얘기를 해도 잘난척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걸 받아주는 사람이 있고..... 참으로 내가 수다에 목말랐나보다 싶었다.

어쨌든 난 알라딘이 좋다. 아니 여기 이 서재가 좋다. 그래서 알라딘이 천년 만년 잘 나갔으면 싶다. 그래서 불만이 있어도 이정도 쯤이야 서재활동에서 내가 얻는 기쁨에 비한다면 하고 다 넘어가진다. 앞으로도 여기 이 서재가 있는 한 난 알라딘의 플래티늄회원을 계속 유지할 거다.

내가 알라딘에 돌아온 이유도 계속 여기서만 책을 사는 이유도 다 서재때문이고, 이 서재질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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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2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래티늄 회원 자릴 유지하겠다는 님은 처음 봐요.
저 역시!^^

날개 2005-10-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였던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알라딘이첫 온라인서점이었어요..^^
생기자마자 이용을 했던것 같아요~ 초기고객이거든요..^^
한동안 떠났던 알라딘으로 다시 돌아온건 역시 님처럼 서재 때문...ㅎㅎ

2005-10-23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10-2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 그게요. 플래티늄이란게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유지가 되더라구요. 흑흑...
날개님/님도 저랑 비슷한 처지로군요. 어쨌든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저는 알라딘을 못 떠날 것 같아요. ^^
속삭인님/왜 속삭이셨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저도 감사합니다. ^^

국경을넘어 2005-10-2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바람돌이님을 알라딘에서 뵌 것을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

바람돌이 2005-10-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폐인촌님 감동적인 댓글이예요. 앞으로도 종종 이런 멘트를 날려주셔요. ^^;;
근데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저야말로 알라딘에서 님을 뵙게 돼서 무지하게 행운이라 생각한다는 건데..... ^^;;

클리오 2005-10-24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분들이 나 없는새 서로서로 칭찬을 주고 받고 계시다니... 저야말로 한동안 안들어왔더니, 무슨 일 있으셨나요?? ^^;

바람돌이 2005-10-24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클리오님! 그동안 도대체 어디갔다 오셨어요. 안그래도 한동안 뜸해서 궁금하던 차..... 저는 클리오님을 알라딘에서 만난 것도 너무 너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삐지지 마세요...^^

2005-10-29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댓글저장
 
 전출처 : 이매지 > 아트북 만들때 도움 될만한 고마운 싸이트들


민지수의 북아트
http://www.bookatelier.com/
노출 바인딩이나 페이퍼 커팅, 판화 작품 등이 있어요.

장진경
http://www.canvaspage.com/
특이하고 컬러풀한 책들이 많군요.

유림의 북아트
http://www.bookart.net/
멋진 작품들이 많은 곳.

책만드는 사람 박소
http://baksohada.com/
녹차와 홍차잎을 이용한 수제종이와 목재 커버 책들이 있는 곳.

스튜디오 바프
http://baf.co.kr/
여러가지 컨셉이나 책에 대한 정보.

북아트북
http://www.bookartbook.com/
여러가지 정보과 독특한 책들.

책만드는데 도움이 될만한 곳들.

책만들며 크는 학교
http://www.makingbook.net/
아이들을 위한 간단한 책만들기.

책공방
http://www.bookworks.co.kr/
책만들기와 종이만들기 정보와 여러 강좌 신청가능.

아트북 프로젝트
http://artbookproject.com/
여러가지 정보랑 강의, 워크샵 등이 있는 곳.

 

 






http://celltong.com/

다들 알고 계시는 사이트일 것 같은데요;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올립니다 ㅅㅅ

만드는 방법도 설명도 되게 잘 되어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재료들을 살 수 있습니다
특히 한권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묶어서
파는 DIY KIT이 초보라면 괜찮은 듯...




http://www.iolive.co.kr/

여긴 수제 압화나 노트를 사는 곳 ㅅㅅ
아트숍에 가면 있어요
아트우산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예뻐요
역시 요즘은 수제품이 훨씬 더 멋지다니까요
물론 가격이 좀 비싸더군요;
내책팔기에는 반제품이나 자신이 만든 책을
파는 등의 시스템이 되어 있구요 ㅅㅅ
좀 신기한 형식으로 되있더라구요 저한테는;;




http://www.ncherry.com/

여기도 꽤 유명한 곳이죠 ㅅㅅ
체리북, 이라는 곳인데 100일 연속으로 쓰면 책을 공짜로
만들어 드립니다 50일 연속으로 쓰면 가격을 좀 깎아 주고요 ㅅㅅ
솔직히 이쁜 걸 기대하시면 안될 듯;;
일괄적으로 만들어 주더라구요 ㅅㅅ;
그래도 일단 제본이 잘 되어서 나오니까 커버만
DIY 해서 바꿔 씌워도 되고 이용할 점은 많아요 ㅅㅅ





http://www.ilginara.com/

이곳도 물론 유명하죠!
저도 한 때 열광했다가 어떤 이유로 지금은 뜸합니다만;;
일년 개근해서 일기를 쓰면 일기를 책으로 엮어 줍니다 ㅅㅅ
솔직히 일년 개근하는 게 좀 힘들어서 그렇지,
이런 저런 커뮤니티 사이트로 이용할 만 합니다
그리고 책으로 엮어 줄 때 250페이지 정도로
다른 사이트들보다 꽤 두껍죠
100일 개근 180일 개근 등을 하면 선물도 줍니다 ㅅㅅ







http://www.bookarts.pe.kr/

북 프레스(Book press) 스튜디오 운영하시는
김나래님의 북아트입니다
수제종이 만드는 방법이 있고 책을 주문 제작해주십니다
또 갤러리에 볼 작품이 정말 많아요ㅅㅅ
강좌도 열고 계시고 여러가지로 활동이 많으신 분입니다










http://sarangtown.com/

100% 핸드메이드 제품만 파는 매장입니다 ㅅㅅ
노트나 다이어리는 개인적으로 파시는 분과 가격은
대략 비슷한 것 같더군요 ㅅㅅ
평균적으로 만삼천원 선입니다
별로 상관은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악세서리도
이쁘긴 한데 참 비싸더나이다;
그리고 다른 건 별로 이쁘지 않... ( 퍽
아하하;





http://cafe.daum.net/blocnote

노트 만들기 카페인데 꽤 활발한 사이트 입니다
자료들도 많고 작품사진들도 많고 꽤 괜찮은 카페에요ㅅㅅ
회원들도 많고 작가전이나 축제같은 것에도
관심이 많아 보이네요 ㅅㅅ
이래저래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



http://www.cahier.co.kr/package.htm

프랑스 Relma의 제본용품들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곳이에요
현재 취급품목은 상아로 만든 본폴더, 호별 제본용 바늘,
그리고 실크헤드밴드랍니다
왠지 고가의 분위기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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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박3일정도의 등산이라도 챙겨야 할 건 많다. 먹을 것도 챙겨야 하고 여분의 옷 하나정도, 취사도구, 침구 등등... 남자들에게 텐트를 맡긴다 하더라도 짐의 무게는 장난아니다. 그래도 배낭을 꾸리고 등산로를 확인하고 갈곳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시간들은 즐겁다. 등산 초입-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기 전은 항상 왁자지껄하고 들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고 한 발 한발이 천근만근이고 심장은 쉴 새없이 뛰면서 얼굴이 새빨개 질 즈음 등에 맨 배낭은 천근만근으로 어깨를 짓누른다. 등산은 몇명이서 가든 결국은 혼자가는거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땅만 보고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옮길뿐..... 같이 가던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한다.

 "제기랄!!! 제기랄!!! 내가 미쳤다고 산에를 왔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힘든 산을 또 오자고 한거야? 아!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이 배낭만 버리면 정말 가뿐하겠다. 앞에 가는 저 놈은 무슨 기운이 남아돈다고 저렇게 빨리 가는거냐? 등등등...."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로 머리속이 하얘진다. 얼굴도 빨갛다 못해 하얘지고....

그러다 전망 좋은 곳이 나오면 모두들 한 자리에 누워서 그냥 가만히 있는다. 그래도 기운 남아도는 놈이 농담한마디 던져주면 잠시 웃고.... 길은 아득하다.

내려가고 싶은 마음은 꿀떡같으나 누구도 선듯 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혼자 내려가기는 정말 겁나고 쪽팔리고.... 야영할 곳을 찾기도 전에 해가 지면 안되니까 무조건 걸어야 한다. 머릿속을 하얗게 비운채로...

그래도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란걸 산행에서만큼 절실히 느낄 수 있을까? 텐트 치고 불편하게 밥해서 맛없는 반찬도 꿀맛으로 먹으면 하룻동안의 고생이 모두 잊혀진다. 산위의 오싹한 추위도 피곤에 쩔어 잠이 들면 잊혀지고.... 다음날의 산행도 오늘도 해냈는데 뭐....

드디어 정상. 누가 정상을 정복하는거라 할까? 그냥 산은 거기 있고 사람들이 잠시 다른 길을 스쳐 지나왔던 것처럼 정상도 그냥 잠시 지나가는 길일 뿐이다. 그래도 산 정상에서 딱 1병 들고온 소주병을 꺼내 딱 한잔씩 나눠먹는 소주맛은 꿀맛이다. 남은 물에 커피믹스를 풀어 흔들어서 먹는 미지근한 냉커피도 꿀맛이고... 이 맛 한 번 보자고 산에 온것같다. 그리고 나도 참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은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내려오는 길은 여유롭다. 다리는 휘청거리지만 재잘대기도 하고, 주변에도 눈을 돌리고...

산행이란 결국 인간이 날것으로의 자신을 그대로 대면하는 시간이 아닐까? 지리하고 힘든 오르막의 시간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것이다.  대화도 힘들고 오로지 날것으로서의 내 자신과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그래서 정상에 잠시 있는 시간도 누구도 말은 안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이리라... 조금은 대견해 보이는.... 그렇다고 그걸 내놓고 말하기는 사실 쪽팔리니까 그냥 하늘을 보며 누워 말없이 그렇게 소주 한잔씩을 돌리는걸게다.

이 책의 저자가 숲에서 만나는 것도 그런 자신일게다. 거기가 거기같은 끊임없는 숲을 지나고 가끔은 위험에도 처하고 잠시 길을 잃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류의 책에서 기대하는 뭐 그렇게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나는 전문 등산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 산에서 만나게 되는 자기 내면의 온갖 감정들이 그대로 다가왔다. 이 책에 쓰여진 숲의 환경정책이나 미국의 역사적 장면들은 모두 들러리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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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9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제 자신의 목소리에 질문하고 대답하고. 누군가가 말 시키면 그것도 힘들어요.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묵묵히 산을 오르나봐요.

바람돌이 2005-10-19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묵히 안 오르면 낙오해요. 어야둥둥 힘을 아껴야지.... 근데 이렇게 산에 가본지도 언젠지,,,, 뒷산 말고 배낭매고 진짜 등산을 하고 싶은데....

국경을넘어 2005-10-19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다. 등산 간 지 참 오래되었네요. 등산복하고 등산화가 썩어버리겠습니다. 이번엔
꼭 단풍보러 갈 겁니다. ^^

바람돌이 2005-10-19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근데 폐인촌님 계신데는 지금쯤 단풍이 들기 시작할 거 같은데.... 여기는 아직 감감합니다. ^^ 애들 데리고 한 번 가까운데 단풍놀이 가고, 애들 떼고 좀 먼곳으로 단풍놀이 한 번 가고 그랬음 딱 좋겠지만 아마 후자는 힘들겠지요. ^^

야클 2005-10-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만에 다 본 책. 이번주 일욜쯤 저도 산에 가요 ^^

바람돌이 2005-10-19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야클님 좋으시겠어요. 저도 갈까 싶은데 어디로 갈지....^^ 이놈의 아그들을 데려가야 하니 갈수있느데가 항상 정해져 있네요.

클리오 2005-10-19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을 제외한다면, 늘 제가 보고싶어 찍어놓는 책을 보시는군요.. 역시나 취향도 비슷.. ^^ 그나저나 바람돌이 님의 다독도 직장인으로서 아무나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수준입니다. 님은 분명 좋은 선생님이실 거여요...

바람돌이 2005-10-1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우리반 봉숭아 학당 녀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 ^^ 요즘 봉숭아 학당 심란스러워서 그 녀석들 얘기도 안써지네요. ^^ 글구 제 약간의 다독은 다 책장 잘넘어가는 책만 골라읽어 그런거지요. 이제 전공 밑천도 딸려가는데 공부는 안되고 심란스럽습니다. ^^
댓글저장
 
 전출처 : mannerist > "고래동무"가 되어주세요.

 "씨바, 이거 딱 나보고 하는 소리야. 씨바... 뒈져야 되 그냥..." 

 자조적이나마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그녀석은 얼굴을 모닥불에 묻은 듯 붉게 상기되어있었습니다. 지난달 술잔을 기울이던 중 김규항의 새 책 이야기가 나오고, '딱 상상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가 뜨기 직전이었을겁니다. 저 말 한마디에 맥주잔 앞에 둘러앉은 우리는, 한 마디도 더하지도, 빼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과 웃음이, 붕 뜬 이야기가 잠시 오고간 후, 다른 이야기로 애둘러 화제를 돌렸습니다. 저 책 첫머리의 이 말 때문이었습니다.

내 글을 얼마간의 사회의식을 배설하는 데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슬렸고...(책 머리말 중에서)

김규항씨의 두번째 책을 '사서'읽으신 분들 중, 제 친구녀석의 씁쓸한 웃음을 지으신 분도, 저와 나머지 친구들의 어색한 침묵을 겪으신 분도 있으실 겁니다. 먹먹함과 답답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많지 싶구요. 오늘 아침인가, 바람구두님이 올려놓으신 페이퍼에 대한 댓글과 추천수는 그런 반응들이 조금씩 움튼 거라고 보아도 되겠지요.

그 먹먹함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서, 고래 동무가 되어주십시오.

 아시는 분 아시겠지만, 이 잡지는 김규항씨의 주도로 근 2년째 출판되고 있습니다. 상업성 없을 뿐더러,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말로 모자랄 만큼 훌륭한 잡지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 잡지도 '서점에서 돈을 주고 사서'읽거나 '도서관 같은 곳을 통해 돌려'보아야 합니다. 이제껏 '고래가 그랬어' 가능한 한 이런저런 공부방이나 농어촌 지역의 도서관에 무료로 잡지를 발송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래동무'를 모으는 겁니다.  한달에 한 계좌 7500원이면 고래가 그랬어를 공부방 한 곳에 보내고 20-30명의 아이들이 즐겁게 읽으며 생각과 마음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고작 잡지 하나 보는 데 너무 과도한 수식 아니냐고 물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 저는 이 일화를 들려줍니다.

 

“씨바, 기분 좋네요. 정말.” “넌 술 먹으면 기분 좋잖아.” “씨바,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니긴 뭐가 아닌데.” “지난번에 설문조사 한다고 ㅎ초등학교에 창간호 보냈잖아요.” “그랬지.” “6학년 한 반 아이들 전부가 책을 읽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한 아이 엄마가 그 반 행사 때 아이들 먹으라고 빅맥 세트를 숫자대로 가져왔나 봐요.” “그런데.” “한명도 안 먹어버렸대요.” “정말이야.” “정말이니까 이 시간에 전화한 거 아닙니까. 한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맥도날드 먹으면 안돼’라고 외치니까 모든 아이들이 ‘뚱보 된다’, ‘맥도날드는 나쁘다’ 등등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동조했답니다.” “저런.” “교사가 햄버거 사온 아이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니까 민망해하면서 몽땅 싸들고 돌아갔대요.” “그것 봐라, 애들은 된다니까.” “그러게 말에요. 기분 좋네요. 정말.”

출처: 김규항 블로그(http://gyuhang.net/archives/2003/11/06@12:18AM.html)



김규항씨의 책이 많이 팔리고, 그의 불온한 '건달'정신이 더 퍼지는 것도, 그로 인해 바람구두님이 느끼셨을 감정이 더 퍼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더 의미있는 일은 '고래 동무'가 더 늘어나 '고래가 그랬어'를 더 많은 어린이들이 읽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그나마 가까운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사주는 데 그쳤던 저도 오늘 한 계좌 가입했습니다. 엄니 빚 갚고 혼자 만땅재 살림 꾸려나가는 와중에도 먹고 살겠다고 하루 세끼 꼬박꼬박 아구리에 쳐넣는 게 그리 널널한 편은 아니지만 뭐. 한 이삼 일 식비 아껴서 고래 동무 하나 더 늘어나는게 목구녕에 밥 한술 더 밀어넣는  일보다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마음만은 한결 가볍습니다.

오늘 제가 누이라 부르는 이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좀 늦게 이 잡지를 접한 누이는 발벗고 나서서 고래동무 늘리기 운동을 전방위로 펴나가고 있더군요. 조금 부끄러워지덥디다. "이 좋은 잡지를 이제 알았냐."고 타박했던 걸 후회할 정도로 말이죠.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고래 동무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이 소식을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래동무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래동무 홈페이지: http://www.dongmoo.or.kr/friend/main.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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