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병원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틈틈히 요 책을 읽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 그후 이야기>  저 역시 어릴 때 키다리 아저씨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러던 차에 조선인님의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 리뷰를 읽고는 늘 읽으려고 벼르던 책이었지요. 근데 이제야 읽었네요. 근데 조선인님은 거북선 출판사걸 읽으셨고 저는 푸른 나무에서 나온걸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역시 축약본은 아닌듯한데 조선인님 리뷰에서 봤던 대목이 눈을 씻고 봐도 없는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다시 찾아봤습니다. 어떤 부분이냐 하면요. 주인공 샐리가 약혼자인 고든씨한테 보낸 편지에서 칼리카크 집안을 예로들면서 유전적인 정신박약같은 문제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곳인데요.

조선인님의 리뷰에 의하면 샐리가  "사회는 정신박약자들을 한 곳에 모아 격리시켜야만 해요. 그곳에서 평화롭게 천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도 갖지 않고요. 그렇게 한 세대나 그 이상이 지나게 되면 정신박약자들은 흔적도 없이 없어지게 될 거예요."라고 말한걸로 되어있거든요.

근데 제가 읽은 푸른나무판에서는 이 문장은  "정신박약은 유전적이어서 과학의 힘으로 어쩔수 없다고 하더군요... 전 우선 사회가 개선되어 고아원의 아이들이 바르게 살아가길 원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되어있더군요.

아마도 제 생각엔 푸른 나무측에서 번역할 때 이 책이 대부분 청소년들이 읽을 책임을 감안하고는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저 문장을 바꾼게 아닌가 싶은데요. 잠깐 고민이 생깁니다.

저런 우생학적 관점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할 게 맞지만 그렇다고 원작에 이렇게 과감하게 손을 대어도 되는 걸까? 그대로 둔다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다 우생학적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을건데... 오히려 아이들과 같이 애기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처음으로 투표에 붙여보고 싶어요.

뱀꼬리 - 근데 정말 아이들에게 책을 읽힐때는 꼭 어른이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느닷없이 저런 문제가 나오는데도 아이들이 그냥 넘어간다면 안될 것 같으니까요.

참고로 조선인님 리뷰 페이퍼는 요기 아래예요.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626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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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4-24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공녀도 인종주의적인 책이라서 권장도서가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요...
좋은 책 안좋은 책 가려내야 한다고 봐요... 수정해서 끝까지 '명작'으로 남기려는 건 반대.

바람돌이 2006-04-24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공녀도 그런 논란이 있을 수 있겠군요. 저 어릴때는 그런거 아무 생각없이 읽었는데... 지금의 아이들도 아무 생각없이 읽을 걸 생각하면 좀 그래요. 이런 모든 문제가 있는 책을 무조건 안읽히는것도 어렵고... 역시 책은 어른이 먼저 봐야 한다는 생각이... ^^

조선인 2006-04-24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소공녀를 다시 읽고 경악했던 기억, 잊혀지지 않네요. 으.
바람돌이님, 그렇게치면 그림동화나 우리나라 전래동화도 어마어마한 각색 과정을 거쳤죠. 아이들 좋아하는 짱구 만화도 우리나라 거랑 일본에서 실제 방영되는 건 다르다고 알고 있어요. 극히 일부분의 문제 때문에 책 전체가 사장되는 게 아까울 때 어린이용에 거름장치가 있는 건 찬성입니다. 다만 청소년용 도서가 따로 나오는 건 반대에요. 왜 청소년용 토지가 따로 나오는지 이해 못 하겠고, 청소년용 문고판 역시 결국 다이제스트에 불과한 거 아닐까 싶네요.
* 아 참, 제가 본 키다리 아저씨 그 후 이야기는 거북선 출판사 본인지 아닌지 확실치 않아요. 워낙 오래된 책이라 겉표지며 속지며 죄다 사라졌거든요. ㅠ.ㅠ

chika 2006-04-24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댓글들에 명백히 찬성!! - 그래서 전 추천이나...ㅎㅎㅎ

sooninara 2006-04-24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다리아저씨 그후 이야기 있는데 무슨 출판사인지..그런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네요.
원작은 그대로 두는게 좋을것 같아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죠.
톰소여의 모험이 흑백차별이라고 내용을 바꿀순 없잖아요.
깜둥이야 하던걸..얼굴 검은님 할수도 없고..ㅋㅋ

클리오 2006-04-2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께요. 고치는 것도 맞는 것 같긴한데. 많은 분들이 또, 어렸을 때 읽은 그런 문장은 기억도 못하잖아요? 그런 거 보면 또...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 소공녀의 고난 속에서도 방에만 오면 펼쳐져있는 환상적인 식탁이 너무너무 부러웠던 기억이... ^^;;

히피드림~ 2006-04-24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14155

어쨌건 원작에 손을 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애들에게 그냥 수동적으로 읽힐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난 후 그러한 우생학적인 관점에 대해 서로 토론을 하며 '비판적 읽기'를 훈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6-04-2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이 페이퍼는 투표를 할려고 했던 건데요. 아무리 해도 투표가 안돼요. 제가 뭘 잘못한건지 아님 그 시간에 알라딘의 투표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안한건지... 그러고는 그냥 귀찮아서 둔겁니다. 하여튼 여러분들 의견이 갈리는군요. 저도 아직까지 헷갈려요. 물론 원작을 그대로 두고 토론의 재료로 삼을 수는 있겟지만 그럴려면 어른이 먼저 봐야 하잖아요. 근데 우리 나라 어른들 책 별로 안읽거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거름장치를 거치지 못할 걸 생각하면....그리고 소공녀나 키다리 아저씨의 말도 안되는 관점들을 우리의 의식은 기억을 못한다 해도 무의식은 기억하고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이 심각한 인종차별의식들이 그냥 생긴건 아닌것 같거든요. 동남아노동자를 대하는 의식에는 물론 자본의 힘에 대한 숭배가 결정적이겠지만 어릴때부터 봐온 서양의 책들속에서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의 묘사 역시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여튼 어려워요.
 
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임신은 새생명의 탄생을 예고하는 축복이자 이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일이라고, 남자들은 말했겠지...
그리고 여자들은 "그래 그래!! 맞아 맞아 축복이고말고... 내 몸안에서 이렇게 신기하게 꿈틀거리는 생명이라니 얼마나 경이로운가 말이다."

나는 그리고 세상의 여자들은 모두 세뇌당했다.
그리고 그 반대의 맘이 들때는 무자비하게 맘을 묶어 꽁꽁 숨겨야한다.
아릿한 죄책감과 함께....

나의 경우 임신은 결혼 후 3년간의 심사숙고와 철저하게 때를 맞춘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니만큼 당연히 당황스럽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임신이었고, 그런만큼 당연히 무한정 기쁘기만 한 것이어야 했다.
그러니 내가 당연히 느껴야 한다고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그 감정 외에 어떤 감정도 나는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마다 변기통을 부여잡고 웩웩거리는 순간!
내몸인데도 내가 마음대로 못해 먹고싶은 것들을 참아야 하는 순간!
부풀어오른 배가 너무 무거워 내몸이 내 뜻대로 되지 않던 그 순간들!
밤이면 다리에 쥐가 나 비명을 지르며 깨던 순간들!
배가 불러올수록 출산의 공포에 짓눌리던 순간들!

그 순간들에 과연 나는 행복하기만 했던 것일까?
남들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때가 제일 행복하더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때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 말에 동의한 적이 없다.
내게는 임신기간 자체가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둘째가 뱃속에서 쑤욱 빠져나오던 그 순간! 내 머리속은 환희로 가득찼었다.
그것은 새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쁨 같은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로지 이제 더 이상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환희가 순간 내 머릿속을 완전히 점령했었던 것.

고통은 피하고 싶은게 인간의 당연한 욕구라고 배웠는데, 왜 유독 임신의 고통만은 기쁨으로 미화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을 고통으로 여기던 내가 왜 죄책감을 가져야 했는지....
그저 생물학적으로 임신 캘린더를 만든다면 이 책처럼 되지 않을까?
뱃속의 보이지 않는 아기가 아니라 나의 캘린더 말이다.
남들은 이 얘기속에서 오싹함을 느낀다지만 나는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언니에게 온갖 농약으로 범벅이 되었을 미국산 그레이프 프루투로 잼을 만드는 동생은, 임신기간중에도 커피를 못끊어 아침 저녁으로 두 잔은 꼭 마셔대던 나의 모습같아 위로를 받는달까?

당연시되고 그래야 된다고 강요되는 감정의 이면에 다른 것도 있음을 보아달라고....
그래야 삶의 진실이 보인다고 항변하는 것 같은 책.
그래!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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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의 지문 - 전2권 세트 - 법의학 스릴러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네번째!

원래 시리즈의 특징이 이런걸까?
갈수록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가다니....

한때 해리포터에 열광하면서 지금의 10대 아이들을 부러워했었다.
자기와 같이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주인공이 있다니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말이다.


근데 이제 30대 후반의 아줌마가 되어 나의 해리포터를 만났다.
뭐 약간의 나이차는 나는것 같지만 케이 스카페타 그녀말이다.
나보다는 훨씬 똑똑하고, 훨씬 잘 살고, 또 훨신 흥미진진하다못해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는 있지만 나는 그래도 갑자기 그녀가 너무 가깝게 느껴진다.
법의학자 스카페타가 아니라 사랑하던 마크를 어이없게 잃은 케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일상은 지속되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그녀는 이제 점점 옆사람들에게도 그를 아끼면 아낄수록 잔소리꾼이 되어간다.
지금은 형사인 마리노가 주 표적, 그리고 조카 루시.
이제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되어버린 루시를 보면서 자신이 나이들어감을 절감하는 그녀 케이!
법의학자로서 엄청난 사건들과 고난을 뚫고 나가는 스카페타박사가 아니라 그런 인간, 여자 케이가 마음에 와닿다니 아마도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거겠지...

가끔은 내가 다니는 경조사로 나이를 절감하게 된다.
20대까지는 결혼식. 30대 중반까지는 결혼식과 아이들 돌잔치, 요즘은 거의 장례식이다. 친구들이나 회사동료들의 부모님 장례식이 대부분이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도 더 잔소리꾼이 되어가겠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소설 내용은 재밌고 추리과정도 재밌고...
더군다나 요 앞 시리즈가 막상 범인이 밝혀졌을때 좀 썰렁한 감이 있었다면 이제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구나 싶어 다음 시리즈가 더더욱 기대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제는 막상 소설의 내용보다는 케이 그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녀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기대된다.
그녀와 내가 전혀 다른 공간, 다른 삶의 내용을 살지만 그래도 인간이 사는게 다 그렇구나 싶기도 하고....

소망이라면 내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역시나 할머니가 된 그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이 늙어가보자구요. 케이 스카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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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시리즈의 장점입니다! 주인공이 이웃처럼 느껴진다는^^:;;

하늘바람 2006-04-2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의 해리포터란 말씀이죠

바람돌이 2006-04-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쵸? 자꾸 주인공이랑 친한 것 같은 느낌이... ^^
하늘바람님/지금은 30대의 해리포터인데 좀 있으면 40대의 해리포터가 되지 않을까... ^^;;
 

지금 저희 친정어머니는 코딱지만한 2인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해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하니 다인실로 옮길 처지가 못되고.... 뭐 2인실이라 해도 워낙에 코딱지인지라 돈은 그리 많이 들지는 않네요. 근데 지난 일주일간 이 병실의 옆자리를 3명의 환자가 거쳐갑니다.

전에는 누구든 병원에 입원해서 가보면 주변에 같이 입원해 있는 분들이 다들 친절하고 뭐 그런대로 얘기도 나누고 해서 심심하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게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무뚝뚝의 예술의 끝내주게 보여주네요.

첫번째 같이 있던 분 - 30세의 여자환자로 역시 다리 골절이었습니다.(지금 엄마가 입원해 계신 병원이 이 동네에서는 골절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라 온통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전 그 분이 먼저 입을 여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들어가도 인사는 커녕 아이들한테 서비스멘트 한 번 날리는 적이 없고..... (뭐 예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사람들 할 말 없을때 잘하는 말 있잖습니까? 애기가 몇살이예요 같은....) 제가 과일도 깎아주고 커피도 타주고 하는데도 고맙다 내지는 잘먹겠단 소리도 한 번 안하더군요. 그 옆의 돌봐주시는 분이 서비스 멘트는 다 날려주시고, 환자분은 조용히 먹기만 하더군요.(처음에는 혹시 말을 못하는 분인가 생각했습니다.) 근데 자기 손님이 와도 어찌나 무뚝뚝한지 대답도 예, 아니오가 다더군요. 덕분에 병실에서 뭔 말하기도 힘든 어색한 분위기가....

두번째 같이 있던 분 - 80이 다된 할머니였는데 지나친 활동으로 다리에 무리가 와서 입원한 분이었습니다. 이 분 역시 하루종일 하는 말이라고는 거의 없고 아프다고 끙끙 앓는소리만 하루종일 하십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좀 있어보니 그 소리가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을때만 나오는 소리더군요. 한 두시간 정도 자리를 비워서 아무도 없을때는요. 혼자서 화장실도 잘 가시고요. 아무 말없이 텔레비전도 보시구요. 근데 병간호하는 분이 오기만 하면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끙끙 앓기만..... 그럴때마다 저희 집 모녀는 속으로 웃기만 했습니다. 이 분 역시 자신 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더군요. 역시나 병실 분위기 썰렁~~~~

지금 세번째 같이 있는 분 - 역시 다리 골절로 들어오신 할머님.  여태까지 분 중에서 가장 말씀이 많은 분입니다. 하지만 그 말씀이란게 온통 불평불만뿐이고 어제는 나이 지긋한 아드님이 옆에서 간호를 하던데 정말 하루종일 싸우더군요.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때라도 호강해야지, 언제 호강하겠냐'라는 말씀을 달고 계시면서 병원밥 못먹는다(이 병원 밥 내가 보기엔 먹을만하던데.... 여태까지 다닌 병원 중에서 제일 먹을만 한 밥이더만....) 뭐는 사왔냐? 이거 해내라 저거 해내라' 옆에서 보는 우리가 질릴 지경입니다. 아들은 하루종일 싸우더니 오늘은 며느리 되는분이 병간호를 하더군요. 며느님은 그냥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하루종일 입을 다뭅니다. 겨우 우리랑 한 번씩 대화를 나누는 것 빼고는.... 어쨌든 이 할머니도 하루종일 누구 욕하는거 외에는 어떤 말씀도 안하십니다. 아!  누군가 욕하는 중간에 꼭 "오! 주여"를 후렴구처럼 달더군요.

하여튼 이번에 병실 파트너운은 지독히도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니 사실 이 애들이 잠시도 가만히 못있어 안그래도 미안하고 민망한데, 옆의 분들이 좀 맘이 편하고 서비스멘트도 팍팍 날려주시고 그러면 좀 낫겠건만... 병실에서 아이들 데리고 있는 시간이 가시방석입니다.

오고가는 서비스 멘트 - 아기들이 예쁘네요. 고맙습니다 .뭘요 애들이 다 그렇죠 뭐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등등 - 속에 이야기 꽃도 피고 그럼 팍팍한 병실 분위기도 좀 살아나고 좋을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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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4-2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정말 파트너 운이 없으시네요. 저희 친정어머니가 2인실 계실 때도 세번째 분 같은 노인 환자분이 계셔서 오빠까지 고생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환자 간병하느라 고생도 많으신데 맘이라도 편하게 계셔야 하는데 다른 2인실로 옮기시거나 환자분이 빨리 퇴원하길 바라야겠네요.

바람돌이 2006-04-2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분이 저희 애들때문에 시끄러워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걸 아주 은밀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귀찮아서 저희가 옮기는건 싫거든요. 헤헤~~ ^^;;

히피드림~ 2006-04-22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다양한 인간군상(?)이 나오는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근데 의외로 노인분들 중에 두, 세번째 같은 분들이 많아요.
그만큼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좀 딱하기도 해요.

바람돌이 2006-04-2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맞아요. 관심과 애정을 달라는 표현이겠죠. 하지만 어른신들 중에는 저런 식으로밖에 표현못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근데 전에는 보통 할아버지들이 저런 분이 많았던 것 같은데.... 보통 할머니들은 안그런 경우가 많더만.... 다음에 만날 분은 좀 다른 분이었으면 좋겠어요. ^^

조선인 2006-04-22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다른 분 만나기 전에 얼른 퇴원부터 하셔야죠. 그죠?

세실 2006-04-2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인실의 단점이 바로 이런것들이죠. 바로 옆이고 둘 뿐이니 무시할수도 없고...
3주정도 입원했을때 어떤 할머니가 밤새도록 앓는 소리를 해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정말 숨이 막히더라구요~~~ 다행히 3일만에 나가시고 있는내내 혼자 지냈습니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아이들 데리고 병간호가 쉽지 않은데 큰일이네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어머니의 빠른 쾌유도 기도드립니다....

하늘바람 2006-04-2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실에 같이 있다보면 누가 일찍나가도 먼저 나가도 마음이 좀 그렇더라고요

Mephistopheles 2006-04-2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몸도 불편하신데 옆에 앉아 계신분까지 신경이 쓰이면 어쩐답니까....에구
빨리 회복하셔서 빨리 퇴원하시는 방법밖에는 없네요..^^

프레이야 2006-04-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실에서 보게되는 사람들의 모습, 재미나다 못해 어떨 땐 질리고 스트레스까지.. 몸도 고단할 텐데.. 적당한 서비스성 발언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듣는 사람 기분 좋은 소리 해주고 나쁠 것 없을 텐데 말이죠. 얼른 퇴원하셔야할텐데요..

stella.K 2006-04-22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불편하시겠어요. 그분들은 세상에 무슨 상처가 그리 많아 마음 문을 닫고 사는 걸까요? 친정 어머니 빨리 쾌차하시길 빌따름입니다.

바람돌이 2006-04-2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그렇네요. 빨리 퇴원을 하는게 최곤데..... 저희는 그저 한 번에 잘 붙어서 의사가 말한 2차 수술만 안하게 되어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실님/세실님도 입원하신 적이 있으세요. 3주간이라니... 어디가 아프셨길래 그렇게 오래... 어쨌든 병원은 그저 안가는게 최고여요. ^^
하늘바람님/그래도 악화되지 않고 나아서 나가는 사람 보는게 기분이 낫지요. ^^
메피스토님/지금 세번째 말한 분 하고 계속 같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니 좀 낫네요. 뭐 그런대로 견딜만해져요. ^^
배혜경님/저도 옛날에는 저런 서비스멘트 잘 못했는데 그런 말 한마디가 참 중요하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잘 날리고 삽니다 ^^
스텔라님/그쵸? 마음에 상처가 많아서 그렇겠죠. 그래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상처도 넉넉함으로 풀어내고 사는 사람들도 있던데.... ^^
 

작년에는 여름에 친정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시면서 두달간 거의 정신이 없었습니다. 친정어머니 간병에 수술 걱정에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게다가 수술 뒤에도 경과가 한동안 안좋아 부산에서 서울까지 앰블런스에 실려 가시는 일까지....

겨우 다 회복되시고 한 두달 좀 편한가 했더니 겨울 초입에 또 시어머니께서 가슴뼈를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시집에 며느리가 셋이라 해도 옆에 있는건 저 뿐이라 병원이며 시댁 어른들 반찬해서 나르는거며 모두 제 일이라 한달정도를 정신이 없었지요.

이제 또 한동안 우환이 다 끝났나 했더니 며칠전에 또 친정어머니가 골절을 당하셨네요. 하동 쌍계사에 갔다가 내려오시면서 미끄러지시면서 뼈를 다쳤는데 진주에서 또 앰블런스 불러 부산으로 왔습니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때는 또 어찌나 심장이 내려앉던지.... 병원에서는 엉덩이와 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이 부러져서 당장 수술을 해야한다기에 그날 저녁 바로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저와 제 옆지기가 같이 의사를 만났는데 수술과정과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을 얘기해주는데 듣고 있는 제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게 저도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쉽거나 간단한 수술은 없더군요. 의사는 잘못될 가능성이 1%정도라지만 그 1%가 제 어머니에게 일어난다면 그건 제게는 100%가 되버리는거니까요. 게다가 지난 번 수술 이후 어머니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어 전기충격까지 받았던 일이 있었던지라 수술실에 들어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저는 안절부절이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그 1%에 안들고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경과도 좋은 것 같고요. 하지만 이 고관절이란게 아예 꼼짝을 못하는지라 하루종일 누군가가 옆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오전에는 동생이 오후에는 제가 학교수업만 마치고 조퇴해서 병원에 갑니다. 밤에는 아버지가 병원에서 같이 주무시고요. 늙으신 아버지가 병원잠을 자는게 마음이 좀 그래서 제가 번갈아 자겠대도 그냥 자는건데 하시면서 매일 병원에서 주무시네요. 아이들은 여기 저기 번갈아가며 보고요. 여동생이나 저나 둘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러다보니 느닷없이 아이를 빨리 나아야 한다는 이유가 아마도 이런 상황때문에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전에는 부모 체력약해지기 전에 아이를 빨리 낳는게 좋은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집안의 어르신들 여기 저기 아프기 전에 빨리 아이 낳아서 길러놓는게 좋은거였나 싶어요. ^^

이번주 내내 몸도 마음도 엉망이고 학교는 가면 학교대로 일찍 나오다보니 밀린 일 처리하고 수업준비하는데도 헉헉거리게 됩니다. 아이들 상담하던 것도 그냥 사실대로 아이들에게 말하고 미안하지만 좀 미루자고 했습니다. 그러고 병원가면 완전 파김치가 되어 그냥 막 자버리네요.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야자 감독 빼먹고 와서는 아이들 본다고 정신없고....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혼자서 화장실 갈 수 있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상태겠네요. 그래도 지난 번처럼 어떻게 되시는게 아닐까 싶어 걱정하는건 아니니 마음은 갈수록 조금 편해집니다.

살면서 우리집 옆지기한테 고마울때가 많지만 특히 이런 일 있을때는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집안일이 있을때는 군소리 한 번 없이 알아서 많은 일을 해줍니다. 엄마가 하동에서 부산으로 이송돼 오셨을 때도 저는 그 날 수업이 뒤로 꽉차 있어서 도저히 오전에 나갈 수가 없었고 일단 친정아버지께 병원 수속 같은걸 다 맡겼습니다. 늙으신 아버지한테 맡기면서 사실 좀 불안했고요. (저희 아버지 이런 일에 완전 젬병입니다. ) 옆지기한테는 그냥 전화해서 소식만 알리고 나중에 수업끝나면 바로 와서 아이들이나 좀 봐달라고 했는데, 조금 있으니 수업 바꿔서 다했다고 병원으로 바로 간다더군요.  눈물나게 고마울때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어제는 수원에서 남동생네가 내려왔습니다. 멀리서 와서 오늘 피곤하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안하고 동생네한테 엄마 병간호를 맡겨버렸습니다. 어차피 또 내일부터는 저와 제 여동생차지 일이 될테니까요.

심신이 고달파지니까 그냥 오늘 모처럼 공짜로 생긴 하루인 것 같아서 공주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던데 어차피 아그들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공주처럼 먹기로 했습니다. 경치좋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가서 돈 팍팍 쓰면서 스테이크 먹고 왔습니다. 저란 인간 참 웃기지요. 무수리처럼 온갖 일속에 파묻혀 살면서 돈 천원 좀 아껴볼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한끼밥에 3만원짜리 스테이크로 스트레스를 풀다니.... ㅠ.ㅠ(그래도 기운은 좀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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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힘드셨겠어요. 힘내세요^_^

조선인 2006-04-1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론. 얼른 쾌차하시길. 부모님 자꾸 아프시면 속상하고 일도 많고. 히유.

세실 2006-04-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가끔은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되더라구요...요즘 마구마구 지르고 있는중...
친정어머니 빠른 쾌유를 빕니다. 많이 힘드시겠어요.....

프레이야 2006-04-15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드시고 오셨네요. 병간호 정말 쉽지 않은 일이죠. 거동 불편한 환자라 더욱 그러실거에요. 마음이 더 고단하시겠어요. 내일부터 또 강행군일텐데 오늘 하루라고 좀 쉬세요. ..

바람돌이 2006-04-1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렁이님/고맙습니다. 뭐 제가 원래 단순한 인간이라 잘 먹고나면 세상 걱정이 그냥 다 없어집니다.
조선인님/맞아요. 이제 걱정은 별로 없고요. 그냥 시간이 가면 나을테니 튼튼한 체력만 있으면 되겠죠 뭐... ^^
세실님/맞아요. 나를 위한 투자.... 근데 아이들 없이 갔으면 완전히 공주처럼 분위기내고 먹고오는건데 이놈의 딸래미들 데리고 갔더니 기냥 도로 무수리더라구요. ^^
배혜경님/마음은 이제 그냥 좀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병원도 그냥 가서 있으면 되고 무슨 중환자는 아니니까.... 그냥 엄마랑 앉아서 수다떨고 있어요. ^^

chika 2006-04-1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예요. 그리고 스테이크로 기운 내신것도 잘 하신 거예요.
빨리 완쾌하시길 기도드려요... ^^

Mephistopheles 2006-04-1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기운내세요...^^
우환이 겹치다 보면 분명 좋은 일도 한꺼번에 터질날이 올꺼랍니다..^^

진주 2006-04-1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여러모로 힘들어지지요? 속히 쾌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클리오 2006-04-1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스러우시겠어요. 병간호라, 아직 한번도 안해봤지만.. 정말 집안에 아픈 사람 없는 것도 큰 행복이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힘내세요!!

미설 2006-04-16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드시겠어요. 아이들도 어리고 맘도 많이 쓰이시겠고.. 힘내세요!!
남편이 참 고마우시네요. 말씀처럼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stella.K 2006-04-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십쇼!!

날개 2006-04-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시길....!
어머님이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6-04-1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힘내세요!!!!!!

바람돌이 2006-04-17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힘내서 씩씩하게 살고있습니다. ^^ 시간이 가면 낳을 병이니 맘은 이제 편하네요. ^^

2006-04-17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4-1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누군지 궁금했는데 풀렸습니다. 역시나...
음 앞으로는 자판을 두들기는 손에도 신경을.... ^^

2006-04-18 0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