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록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3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1999년 12월
품절


뉘 집에 가든지 좋은 벽면을 가진 방처럼 탐나는 것은 없다. 넓고 멀찍하고 광선이 간접으로 어리는, 물속처럼 고요한 벽면, 그런 벽면에 낡은 그림 한 폭 걸어놓고 혼자 바라보고 앉아 있는 맛, 더러는 좋은 친구와 함께 바라보며 화제 없는 이야기로 날 어둡는 줄 모르는 맛, 그 리고 가끔 다른 그림으로 갈아 걸어보는 맛, 좋은 벽은 얼마나 생활이, 인생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일까!-9쪽

자연은 신이다. 이름 없는 한 포기 작은 잡초에 이르기까지 신의 창조가 아닌 것이 없다. 신의 작품으로서 우리 인간이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될만한 그러한 졸작, 그러한 미완품이 있을까? 이것은 생각만으로도 어리석은 일일것이다.-25쪽

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다. 그 맑은 향기를, 찬 가을공기를 기다려 우리에게 주는 것이 고맙고, 그 수묵필로 주욱쪽 그을 수 있는 가지와 , 수묵 그대로든지, 고작 누른 물감 한 점으로도 종이 위에 생운을 떨치는 간소한 색채의 꽃이니 빗물 어릉진 가난한 서재에도 놓아 어울려서 더욱 고맙다.
국화를 위해서는 가을밤도 길지 못하다. 꽃이 이울기를 못 기다려 물이 언다. 윗목에 들여놓고 덧문을 닫으면 방안은 더욱 향기롭고 품지는 못하되 꽃과 더불어 누울 수 있는 것. 가을밤의 호사다. 나와 국화뿐이려니 하면 귀뚜리란 놈이 화분에 묻어 들어왔다가 울어대는 것도 싫지는 않다.-45쪽

물질 이상인 것이 책이다. 한 표정 고운 소녀와 같이, 한 그윽한 눈매를 보이는 젊은 미망인처럼 매력은 가지가지다. 신간란에서 새로 뽑을 수 있는 잉크 냄새 새로운 것은 소녀라고 해서 어찌 다 그다지 신선하고 상냥스러우랴! 고서점에서 먼지를 털고 겨드랑 땀내 같은 것을 풍기는 것들은 자못 미망인다운 함축미인 것이다.
서점에서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로 복되다. 집에 갖다 한 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날 밤에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61쪽

나는 이번 병 후에 완저한 건강이란 의심해 본다. 나아갈 무렵 수십일은 초저녁에 길어야 세 시간이나 네시간을 잘뿐, 그 긴긴 겨울밤을 뜬눈으로 밝히곤 하였다. 그 지루하던 시간에 나는 몇 가지 소설 플롯을 생각하였다. 거의 전부가 슬픈 것들로서 그 인물들의 어떤 대화를 지껄여 보다가는 내 자신이 그 주인공인 듯 흑흑 느끼고 울기를 여러번 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로 곧 집필하리라고 매우 만족하였던 것이 여러 가지였었다.
그러나 오늘 이렇게 붓을 들 수 있는 때 생각해보니 하나도 쓸만한 것이 없다. -125쪽

나무들은 아직 묵묵히 서 있다. 봄은 아직 몇천리 밖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나무 아래 가까이 설 때마다 나는 진작부터 봄을 느낀다. 아무 나무나 한 가지 휘어잡아보면 그 도틈도틈 맺혀진 눈들, 하룻밤 세우만 내려주면 하루아침 따스한 햇발만 쪼여 주면 곧 꽃피리라는 소근거림이 한 봉지씩 들어있는 것이다.
봄아 어서오라!
겨울 나무 아래를 거닐면 봄이 급하다.-132쪽

나무는 클수록 좋다. 그리고 늙을수록 좋다. 잔가지에 꽃이 피거나, 열매가 열어 휘어짐에 그 한두 번 바라볼만한 아취를 모름이 아니로되, 그렇게 내가 쓰다듬어 줄수 있는 나무보다는 나무 그것이 나를, 내 집과 마당까지를 푹 덮어주어 나로 하여금 한 어린 아이와 같이 뚱그레진 눈으로, 늘 내 자신의 너무나 작음을 살피며 겸손히 그 밑을 거닐 수 있는 한, 뫼뿌리처럼 높이 솟은 나무가 그리운 것이다.-134쪽

나는 처음에 도급으로 맡기려 했다. 예산도 빠듯하지만 간역할 틈이 없다. 그런데 목수들은 도급이면 일할 재미가 없노라 하였다. 밑질까봐 염려, 품값 이상 남기랴는 궁리. 그래 일 재미가 나지 않고, 일 재미가 나지 않으면 일이 솜씨대로 되지 않는다는것이다. 이런 솔직한 말에 나는 감복하였고 내가 조선집을 지음은 조선건축의 순박, 중후한 맛을 탐냄에 있음이라. 그런 전통을 표현함에는 돈보다 일에 정을 두는 이런 구식 공인들의 손이 아니고는 불가능할 것임으로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 일급으로 정한 것이다.-144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6-01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서울 올라가는 길에 이태준 고가- 수연산방에 들러 차한잔 할 욕심에 미리 읽어둔 책이다. 작가의 옛집을 찾는데 그 사람의 책 한군은 읽고가는게 예의가 아닐까 싶어서.... 자리가 없어 그 집에 앉아보진 못했지만 이 책에서 풍기는 내음과 그 집의 내음이 비슷하다고 할까?
쉽고 간결하게 말하나 정감이 뚝뚝 묻어나는 글들이다. 아마 집도 주인을 닮는 거겠지....

연우주 2006-06-0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연산방.. 참 좋아요.

바람돌이 2006-06-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보라빛 우주님 오랫만이죠. 반가워요. ^^
수연산방 저도 참 좋더라구요. 자리가 없어서 너무 너무 아쉬웠어요.

프레이야 2006-06-0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장바구니에 담고 가요. 좋은 벽면을 가진 방.. 부럽죠..

바람돌이 2006-06-0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한 장 한장 음미해가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책이예요. ^^근데 저는 좋은 벽면보다는 좋은 풍경이 더 좋은데.... ^^
 
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은 교실에서 동성애에 관한 얘기나 또는 그런 행동이 보일때면 너희들은 여지없이 "우와! 변태다." 내지는 "00이 변태예요"라는 소리를 하지.
왜 동성애라는 버젓한 이름이 있는데 꼭 정신병자라는 느낌이 드는 변태라는 말을 너희들은 쓸까?
아마도 어른들이 동성애=변태라는 등식을 너희들에게 주입해서 그런게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정말로 그럴까? 정말로 동성애=변태일까?
흔히 어른들은 신은 인간을 태어날때부터 남자와 여자가 또는 수컷과 암컷이 같이 살도록 정했다고 얘기하지.
그래서 그것을 어기는 것은 신의 섭리를 어기는거고 자연법칙을 어기는 거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하지만 말이다.
자연의 세계에도 수컷과 암컷이 아니라 암컷끼리, 또는 한 몸에 암수를 같이 가지고 있는 생물들도 있단다.

나는 종교가 없으니 신의 섭리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구나
결국 신의 섭리라는 것도 후대의 인간들이 기록하고 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는거 아닐까?

신의 섭리가 어떻든 자연의 질서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동성애라는 것은 역사속에서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다는 사실일거다.
다만 종교같은 것의 이름으로 없는 것 처럼 가려져 왔을 뿐...

이 책에 보면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온단다.
모두가 별로라고 하는 애가 나는 너무너무 좋을 때가 있잖니? 그게 친구든 애인이든...
그것처럼 동성애 역시도 남들의 얘기에 상관없이 어쩔 수없이 좋아지는 감정이란다.
아마도 그렇게 태어난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런 친구에게 또는 사람들에게 동성애=변태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게 아닐까?
동성애를 마치 범죄인것처럼 말하는 것 말이다.

생각해보면 남자와 여자만이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도, 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모두 사람이 만들어낸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였기에 아마도 그게 진리인것처럼 여겨진 건 아닐까?
왜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 안될까?
그것이 도둑질이나 살인 같은 범죄도 아닌데...
그저 사랑하는 것 뿐이잖니?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아.
그것이 또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동성애자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란다.

 하리수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여성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잖니?
그녀 역시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을거야
그런 그에게 자신이 남자의 모습을 띠고 태어났다는건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세상의 다수가 남자와 여자로 사랑을 한다고 모든 사람이 그래야 되는건 아니지 않을까?
어른들은 또 동성애를 허용하면 이 세상의 더 이상 아기들이 안태어나고 인류가 멸종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잖니?
하지만 그거야말로 쓸데없는 생각이지.
동성애를 느끼는 사람은 항상 소수였단다.
그걸 허용한다고 여태까지 동성이 좋던 사람이 이성을 좋아할리는 없잖니?

다만 자신도 어쩔 수없는 동성애자에게 비난을 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다르기 때문에 흥미롭고 아름다울 수 있다고,
나와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음을 그냥 인정해주면 안돼냐고....
그래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 거리낌 없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단다.
내가 다수쪽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그런 비난을 한다면 그것도 다수의 폭력일테니까

이 책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동성애적 성향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란다.
그 아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한 번 알아보지 않을래?
나의 생각없는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죽고싶은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잖니?

---------------------------------------------------------------------------------

학급문고로 넣어둔 책인데 의외로 아이들의 손길이 잘 안가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꼭 읽어줬으면 좋겟는데....
이 글이라도 문집에 올려놓으면 아이들이 좀 읽어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6-01 0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6-01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아마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읽어주면 좋을 것 같네요.
 
고전문학사의 라이벌 - 시대와 불화한 천재들을 통해 본 고전문학사의 지평
고미숙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이벌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야 워낙에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특히 내가 누구보다 잘해야겟다라는 생각 자체를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그래도 역사속의 라이벌을 보는 것은 재밌다.
뭐 내일이 아니고 남의 경쟁을 보는건 한 걸음 물러나서 즐길 수 있으니...

하지만 문학사의 라이벌이라는 건 좀 의미 자체가 웃기는 것 아닌가 싶다.
문학이란게 달리기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제목이 좀 의아했었다.
문학관이나 이런데서 견해를 달리하던 두사람을 선택해 주고받는 논쟁이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런데 책 내용은 꼭 라이벌이라고 말하기에는 힘들다.
그저 비슷한 시대를 살면서 문학관과 세계관 또는 운명을 달리했던 사람들을 둘씩 붙여 그들의 문학적 지향에 대한 얘기들을 풀어놓았다. 뭐 당대에는 그들은 라이벌이란 의식조차도 아니 존재조차도 몰랐던 경우도 많은 것이다.

그래도 내용은 참 흥미롭다.

김부식과 일연편에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다뤄지는 여성에 대한 관점을 대립시키고 있다.
유교적 세계관으로 똘똘 뭉쳤던 김부식은 여성을 다룰때도 여성 그 자체로서 다루는 법이 없다.
오로지 딸이라든가 아내라는, 곧 가족의 이름으로서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효녀지은, 설씨녀, 도미처는 그들의 효행과 절의덕분에 삼국사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김부식의 유교적 세계관에 어긋나는 부분은 과감한 삭제를 거쳤으리라고 짐작한다.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은 이규보의 <동명왕편>에서는 수렵생활을 벗어나 농경생활로 진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삼국사기에서 그런 유화는 필요없었다.
그녀의 자리는 건국주 주몽을 낳은 자애로운 어머니의 자리 뿐이었다.
이런 얘기를 읽으면서 유화의 자리가 원래는 어떠했을지 그 행간을 상상해보는건 즐거운 상상이었다.
그런데 일연의 여성은 좀 다르다.
삼국유사의 여성은 '가족의 이름'으로 불려나오는 대신 훨씬 독자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일연이 승려였던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철저하게 불교적으로 그려진다.
불교적 승화를 위해 도구로 그려지는 여성.
유교와 불교 두개의 세계관 속에서 중세의 여성의 삶이 옥죄어져 가는 과정을 추적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정약용과 박지원 편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두 천재가 너무나도 다른 학풍과 성격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고, 같은 시대를 살았음에도 서로에 대한 글 하나 남기지 않은 것도 흥미롭다.
지금이야 실학자라는 이름으로 뭉릴瀏?표현해버리지만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서 그들은 절대 같이 할 수 없는 다른 입장과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정하고 한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 정약용과 늘 어디 하나가 삐죽이 솟아나 있고 늘 남들과는 다른 삐딱이 학생일 것 같은 박지원!
이런 두 천재의 면면에 당신은 어느쪽에 더 점수를 줄 것인가라고 묻는 듯하다.

그 외에도 무신정권시대를 살았던 이인로와 이규보를  구귀족과 신흥사대부의 대립으로 보는 글.
조선 건국의 혁명아였던 정도전과 한 발 떨어져 관망하다가 조선이 치국의 길로 들어서면서 두각을 들어내는 권근을 대조한 글
조선조 세조때 시류에 합류해 인생 자체가 넉넉했고 따라서 글도 늘 온유하고 넉넉할 수 밖에 없었던 서거정과 반대로 시대에 반하여 늘 치열할 수 밖에 없었던 김시습의 글을 비교하는 것도 재밌다.

단지 한 사람에 대한 글만 읽는다면 그 시대의 단면만을 볼 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두사람의 문인을 라이벌로 설정하고 읽는 글은 시대의 다른 측면을 같이 볼 수 있어 하나의 시대를 보다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나 관점에 따라 글도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를 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06-0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라이벌로 세계를. 아주 재미있을 것같은데요

바람돌이 2006-06-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일부 글은 약간 머리 아프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습니다.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느데 그래도 추억이란 즐거운가 보다.
이매지님과 만두님이 첫 땡스투 얘기하는데 끌려서 나도 어땠는가 찾아봤다.

나의 첫 땡스투 받은 것.....

2005-01-29 [마이리뷰] 사람의 깊이가 곧 사상의 깊이 170

이 리뷰는 신영복님의 <강의>를 읽고 쓴 리뷰였다.
사실 이 책은 당시 엄청난 감동을 받고도 리뷰를 쓸까 말까 고민을 한참이나 했었다.
이유인즉슨 나보다 먼저 읽고 리뷰를 쓴 사람들의 글이 너무 어마어마 했기 때문....
도대체가 그렇게 훌륭한 글들을 읽고 그 뒤에 나의 허접한 글을 올린다는게 어마어마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평소대로 "사람은 다 지 쪼대로 잘났고, 글도 다 지 쪼대로 괜찮은데가 있는것이다"라는 나의 신조를 용기삼아 쓴 글이 이 글이었다.
근데 누군가가 그런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는지 아님 그 때 당시로 맨 위에 올려져 있던 글이 나의 글이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땡스투는 나에게 무지막지한 용기를 주었으니....
나에게 이 땡스투를 날리신 모르는 님 고맙습니다. 꾸벅 ^^

이후 다시 땡스투를 받기 까지는 2개월이 걸렸다. ^^

나의 첫 땡스투 한 것....

2005-03-12 [마이페이퍼] 책을 산다면 3월 10일과 11일을 ... 680

이거 보고 많이 웃었다.
이 페이퍼 조선인님이 할인전과 땡스투 제도와 하는 방법을 소개한 페이퍼였다.
처음으로 한 땡스투가 땡스투제도를 소개한 페이퍼라니.... ^^
어쨌든 이 페이퍼에 땡스투 한 책이 열하일기 세트였으니 땡스투 금액은 그런대로 많았을 듯....(책값이 비쌌으니.... ^^)

다음번에는 누가 올려주실려나? 기대 기대... ^^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06-06-0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땡스투 많이 늘어나더니 갈수록 저조 합니다~~~
에고 리뷰 쓰는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제가 올려드려야 겠당~

바람돌이 2006-06-01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시간쯤 돼면 늘 세실님이 나타나시네요. ^^
저도 하루는 이렇게 밤늦게까지 마실다니다가 하루는 홀라당 자버리고....
저도 요즘은 땡스투 저조하네요.
뭐 그러려니 합니다.
오늘은 저도 밀린 리뷰 쓴다고 바쁘네요. ^^

아영엄마 2006-06-01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썼어요~~ ^^

조선인 2006-06-01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광이에요. 바람돌이님. *^^*

마늘빵 2006-06-0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물만두 2006-06-0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바람돌이 2006-06-0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저보다 더 늦게 주무셨군요. 오늘 아침에 님이 쓴 페이퍼 봤어요. 아직 댓글은 못달았지만... ^^
조선인님/그쵸? 맛난서 사서 보내주세요. ^^;;
아프락사스님/웃음의 의미가 뭘까 고민고민....^^
물만두님/역시 깨달음의 의미가 뭘까 고민입니다. ^^

조선인 2006-06-02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 거라, 뭐가 좋을까요? *^^*

바람돌이 2006-06-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조선인님 저는 뭐든 맛나게 먹습니다. 워낙에 뭐든 맛있게 먹어서 어른들이 좋아하는 타입? ^^

조선인 2006-06-0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 대봐요!

바람돌이 2006-06-0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조선인님! 그냥 제가 졌다 할래요.
조선인님꺼 뺏어먹었다가 나중에 백호가 저 싫어하면 어떡해요. ^^;;

조선인 2006-06-03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다 와서 빼기는. 힝.

바람돌이 2006-06-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조선 최대 갑부 역관 표정있는 역사 1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왕조나 지배층 중심의 역사가 아닌 민중의 역사가 우리 학계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이니 벌써 20년이다.
관점의 전환과 문제제기야 오래되었으나, 실제로 연구성과는 미미한 것이었다.
제대로 연구를 하려고 해도 워낙에 기본적인 자료의 부족이라는 난관이 큰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일것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은 문제는 우리 학계의 풍토 - 거시사 중심의 연구풍토 - 에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아직도 미시사는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나오는 미시사 관련서적이나 논의도 대부분 서양사 전공자들에 의한 것이지 한국사 전공자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미시사에 대한 다양한 비판도 있겠지만 일단 보다 총체적으로 시대를 해석하려면 역사의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아우러져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연구결과의 대중화의 노력 역시 무시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요즘에 들어와서 다양한 계층의 삶을 복원해내려는 시도가 있지만 그마저도 역사학계에서 보다는 오히려 국문학쪽에서 많은 형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덕일씨의 이 책은 역사학자가 보다 더 다양한 계층으로 연구를 확대해나가는 발걸음으로 일단 환영할만하다 하겠다. 또한 이덕일씨의 평소의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 역시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역관의 존재에 대한 책이다.(물론 고려말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지만 고려말 역관의 존재는 우리 역사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존재다. 이 때는 몽고와 관련된다는 것이 바로 신분상승이었으니까...)
책의 시작은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으로 시작하는데 허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허생에게 돈을 빌려준 변부자에 초점을 두는데 그의 손자가 역관출신의 부자였던 변승업이다. 이로써 조선 제일의 부자였던 역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실제로 변씨를 제외한 다른 역관들이 정말로 조선 최대 갑부였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양반관료가 아니고는 부를 축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조선의 상황에서 중국과의 조공무역을 틈탄 사무역으로 부를 축적해나갔던 역관은 당시의 기준으로는 상당한 부자에 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부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요즘 말로 하면 밀수에 의한 것이었고 따라서 워낙에 위험부담과 제재가 많았던 까닭에 조선 최대 갑부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 후기에 공공연하게 사무역(밀수)이 행해지자 오히려 역관은 상인들의 맹렬한 추격과 경쟁에 밀리기 시작한다. 이 역시 이들을 조선 최대갑부라고 보기에는....???
그러고 보면 이 책의 제목은 책의 홍보를 위한 과대제목(?) 과대광고로 꼽을 수 있을거 같다.

오히려 책의 재미는 역관들이 부의 축적을 보는 것 보다는 다른 면모들에서 나타난다.
옛 역관들은 어떻게 외국어를 배웠을까?
역관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방법 - 철저하게 회화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재의 소개와 그것을 암송하는 것으로 역관의 교육이 이루어졌다는 것. 하지만 요즘도 외국어를 공부한다고 회화 교재 몇개를 통째로 외워봤자 그게 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교육은 저렇게 책을 통째로 외우고 나서 다음에 실습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대부분의 중인들이 그렇듯이 역관은 보통 대대로 집안에서 직업을 물려받고 있다. 아마도 집에서 아버지에게서 실전 회화를 주로 배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자료의 추적이나 서술이 없는 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또한 시대와 대외상황이 몽고에서 명, 청으로 바뀌면서 역관의 역할과 위상도 변해 나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건 흥미롭다.
특히 청나라가 세워지면서 사대부에게 북경으로 가는 사행길이 오랑캐 만주족에게 조공을 바치러 가는 길이 되면서 부끄러운 일이 되자 역관의 위상이 오히려 높아지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곧 대통아역이라는 직위가 청나라에 새로 생긴다. 이들은 아마도 병자호란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인질로 잡혀갔던 이들의 후손들인 듯 한데 이들이 조선어와 중국어를 모두 잘하니 아예 역관도 청나라측에서 이들로 임명해버린것. 따라서 업무가 대폭 줄어들어버린 조선 역관들은 통역보다는 상인의 업무에 더 충실하고 결국 조선 후기에 사무역에 종사하는 역관이 더욱 더 늘어난 듯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기존의 연구를 뛰어넘는 해석이나 새로운 역관의 면모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데는 부족한 듯.

조선 후기에 들어서 오경석과 같은 선구적인 역관들도 더 있었을 듯 싶은데 역시 시대를 뛰어넘은 역관들이라는 장에서도 기존에 익히 알려진 오경석 외에는 뚜렷한 인물의 발굴이 없는 것도 많이 아쉽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역관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정리한 수준정도.
자료의 부족이야 이미 전제된거라면 좀더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으로 역관이라는 존재를 추적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다만 기존 자료의 정리 정도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음 인쇄에서 고쳐져야 할 부분 - 이 책의 189-190쪽에 보면 "오경석에게는 양반 사대부 스승과 역관 스승이 있었는데, 사대부 출신 스승은 박지원의 조부 박제가였다." 박제가의 손자가 이름이 박지원인지 어떤지는 알 수없지만, 만약에 손자라고 해도 별로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 사람은 유명한 연암 박지원일텐데 연암쪽이 나이가 훨씬 위이다. 오경석의 스승이 박제가였던 건 맞지만 저 앞부분은 실수인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