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읽었던 <느린 희망>은 쿠바여행기였다.
여행이라는것 자체가 이방인의 눈이라는 근원적인 한계를 가지기에
그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기에는 참 힘든 일이다.
누구나 자신의 안경으로 자신이 보고싶은 것이 먼저 들어오고 많이 보이게 된다.
단적으로 최근에 읽은 쿠바여행기가 두개다.


<느린희망> 과 <원더랜드 여행기>
이 두사람이 여행한 나라가 같은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 두 여행기는 참 다르다.
<원더랜드 여행기>야 사실 굳이 쿠바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책속의 쿠바는 그냥 가난하고, 대신에 사람들은 순박하고, 가끔 사기꾼 같은 인간들도 꽤 많고....
뭐 쿠바라는 나라가 특별하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느린희망>에서 유재현씨가 본 쿠바는 전혀 달랐다.
쿠바라는 나라라고 해서 왜 문제가 없겠냐만은
그래도 지금의 쿠바는 내겐 참 부러운 나라였다.
우리보다 훨씬 못살아도 교육과 의료의 투자에서는 우리나라와는 쨉도 안되는 나라!
국민의 행복을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발끝도 따라가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
그런데 이번에 또 저 <느린희망>덕분에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린 부탄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알라딘에는 <황해문화 가을호>는 안뜨네...
그냥 여름호 이미지로 대신한다. ㅠ.ㅠ
어쨋든 부탄이란 나라 하면 옛적에 읽었던 여행기가 잠시 떠오르고 또 불교의 나라이기도 하고...
영화 <컵>에서 봣던 축구하는 스님들
그리고 그 스님들이 월드컵에 대해 설명하자 아주 높은 스님이
"아니! 다 큰 어른들이 왜 공 하나 갖고 싸운다냐?"라던 기억이 웃음과 함께 스치는 나라다.
히말라야 산맥 아래 왠지 아주 조용할 것 같은 나라....
근데 이번 여행기를 읽고는 부탄에 대해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탄에서는 국민총생산 GNP보다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아래 서구의 GNP 중심의 성장논리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19쪽)
저자의 말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얼마나 국가 정책에 현실적으로 반영되는냐 하는 것일텐데..
실제로 부탄은 1960년대까지는 공교육이 존재하지도 않았었는데 지금은 모든 국민에게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 교사와 공무원의 순환근무가 실시된단다.
의료 역시 당연히 무상으로 제공되고....
부탄의 정부예산의 18%가 바로 교육과 보건에 할당된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하느냐였는데 바로 전력의 수출이다.
부탄은 히말라야지역 다른 나라보다 풍부한 강수량과 높은 고도차로 인해 엄청난 수력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는데 이것들을 개발해서 이웃나라로 수출한다.
그런데 이 자원의 개발도 국민의 행복과 환경의 보존을 위해 댐을 설치하지 않고 강의 흐름을 그대로 이용하는 전력을 채택하고 잇다.
관광산업 역시 연간 관광객의 수를 제한하여 부탄의 문화와 전통,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있다.
자연환경 보전에 관한 부탄의 철학과 정책은 세계최고순준이라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히려 숲이 늘어나고 있는 나라
헌법으로 '숲을 최소한 전 국토의 60%는 영원히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는 나라
이러한 환경보호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를 국가에서 보상해주는 나라
이런 나라를 우리보다 못산다고 할 수 있을까?
쿠바, 부탄 작은 나라이지만 오히려 큰 나라이다.
그들의 행복한 실험이 부디 성공하기를....
그리고 그 실험이 지구촌 곳곳에도 퍼져나가기를....
내 나라가 제발 이런 마인드좀 배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