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 체험학습책 - 고대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 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외 지음, 손명희 옮김, 김영순 그림 / 꼬마이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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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목을 꼽으라면 단연 사회다.
그중에서도 특히 역사부문....
역사가 어렵다고 할때 대부분이 얘기하는건 외울게 너무 많아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건 틀린말이다.
역사란 이해지 절대 암기가 아니다. (나의 이 얘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반발한다. 그건 여태까지의 역사교육이 잘못된 부분이 많아서지 절대 역사 자체의 잘못은 아니다.)

그럼 왜 역사가 어려울까?
역사란 엄청나게 긴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런데 이 역사적 시간관념이란게 그리 쉽게 생기는게 아니다.
아이의 지적능력의 성장과 독서를 통해 갈고닦아져야 하는 것이지 저절로 생기는게 아닌 것이다.
초등이나 중등 저학년의 아이들에게 백년전과 천년전의 구별은 힘들다.
이런 시간 구별 자체가 안되니 시대가 안 잡히고 그 시대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과 특성이 이해될 리가 없다.
그러니 역사는 온통 외울거 천지인 과목이 되어버리는거다.
반면 고등학생쯤 되면 더 이상 가장 어려운 과목이 역사가 아니게 된다. (물론 당연히 예외는 있다. 이건 어쩔수 없는 개인의 편차다)
그러니 중학교까지 역사를 너무 어려워 한다고 부모들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것이다.
반정도는 시간이 해결한다. 나머지 반은 노력으로 채워져야 할 부분이다.

근데 문제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좋은 역사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사는....
그런 참에 전에 꼬마이실 출판사에서 나온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역사이야기>시리즈는 참 반가운 책이었다.
꽤 많이 팔렸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 책이 나오고 한참후에 이 책에 대한 워크북이 나온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나같은 경우 수업자료용으로 이 책을 구입했는데 꽤 유용하다.
일단 보기 편한 지도가 잔뜩이라는 것.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하고 적당한 지도를 찾는게 얼마나 힘든지는 찾아본 사람만이 안다.
그런데 적재 적소에 필요한 지도가 빠짐없이 다 갖춰져 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시간 짬짬이 즐겁게 놀아가며 할 수 있는 놀이들도 잔뜩이다.
이 책 한권정도면 역사수업 시간이 그래도 좀 견딜만해지지 않을까?
빡빡한 진도를 생각하면 모두를 활용할 수는 없겠지만 수업시간에 체험학습 식으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백문이 불여일견!!! - 이런 책은 당연히 미리보기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없다.



책의 반은 이런 학습지들이다. 뭐 학습지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를 읽고나면 누구나 풀수 있는 문제다.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과 간단한 말하기 써보기 과제를 제시한다.(뭐 일일이 다 해볼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다 잘못하면 질린다)
그 다음은 지도보기 - 책의 뒷편 나머지 반에 해당 지도가 들어있다.
이렇게...


질문의 순서대로 따라가면 정확하게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찾아낼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건 세계지도 - 백지도가 하나쯤 들어있었으면 하는 것.
안되면 그건 집에 있는 지도를 활용해도 상관없을 듯 하다.
그 다음에는 간단한 체험 놀이다.
이 부분은 꽤 다양한데



이집트를 읽고 난 후에 이런 색칠놀이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뭐 익숙한 주사위 게임이다. 게임방법은 책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그림이 그려진 칸에 도달하면 지시사항이나 관련 역사지식이 있어서 그에 따라 전진과 후퇴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런 놀이가 4-5개쯤 되었던 것 같다. 그외에도 칠교놀이나 미로찾기, 그리스 항아리 문양 그려넣기 같은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책을 한 번 보고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역사책같은 경우 같은 책을 몇 번씩 보라고 강요하지만 뭐 어른도 여간 재미있지 않고서야 읽은 책을 다시 보고 싶던가 말이다.
책과 함께 이런 워크북이 함께라면 책을 읽는 재미도 커지지 않을까?

뒷쪽의 자료들은 절취선이 있어서 잘라서 활용해도 되고 아니면 확대복사해서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아이들이 역사를 좀 즐겁게 대할 수 있는 책이라 좋다.
지금 고대편 하나밖에 안나왔는데 제발 현대까지 몽땅 나와주기를.....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 오는 초등학생 중학생 학부모님들 이 책 좀 제발 많이 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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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사 책, 어떤 책이 좋을까?
    from 두 아이와 함께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다 2009-01-14 23:56 
    뜬금없이 던지는 아이의 질문에 답을 못해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 요즘 들어 부쩍 어려운 질문이 많아졌다. 세계사와 관련된 질문들도 그 중 한 가지.   며칠 전에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질문을 하길래 주섬주섬 기억나는 것들로 대답을 해주었는데, 오늘은 난데없이 "마케도니아가 지금의 어디쯤이에요?"라고 질문을 한다.   백과사전이나 다른 책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엄마는 왜 대답을 해주지 않고
 
 
짱꿀라 2006-12-1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아이들이 역사를 좋아하려면 재미있고 흥미있게 즐겨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바람돌이님이 소개해주신 책이 아닌가 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6-12-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뭐든지 잘하려면 일단은 좋아하는 것 부터가 맞죠? ㅎㅎㅎ 역사같이 어렵다고 생각되는건 더더욱요.

sooninara 2006-12-1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고학년 되면 살께요..미리 사놓고 엄마부터 공부 해야하나요?

바람돌이 2006-12-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설마요? 엄마는 이런거 안봐도 돼요. ㅎㅎㅎ
 
척척 아저씨와 총총이의 신나는 낱말놀이 - 스스로 익히는 놀이 그림책 3 베틀북 입체북 11
아르멜 브와 지음, 김하연 옮김 / 베틀북 / 2006년 4월
절판


오늘은 토요일! 대청소를 하기로 한 날입니다. 청소가 끝나면 우리는 소풍을 갈거예요. 그런데 총총이는 아직도 아침을 먹고 있네요.

부엌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이 페이지는 밥을 먹고 난후 설겆이 하는아저씨를 도와 총총이가 여러가지 정리를 도울수 있게 구성되어 있네요. 왼쪽의 커다란 냉장고도 열어볼 수 있고요. 오븐 옆의 식기 건조기를 열면 그릇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걸 꺼내서 위쪽의 선반에 끼워넣을 수도 있어요.

다음 페이지는 항상 이런 식으로 부엌에서 쓰는 여러가지 물건들의 그림과 이름이 나옵니다. 짚어가면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가봐요. 어른인 제가 보기에는 좀 맹숭맹숭한데 아이들은 좋아하네요.

이제 총총이의 방을 청소합니다. 왼쪽에 한 부분이 돌릴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총총이가 아저씨 못보셨어요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공이나 붓 주사위 목걸이 등등.... 그럼 아이들과 함께 여기 저기 뒤적이며 찾아볼 수 있어요.목걸이는 베개를 들치면 살짝 숨어있답니다. 항상 여기 저기 어질러 놓는 아이들이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인지 같이 찾으면서 낄낄거리고 좋아라 합니다.

서랍도 장농도 열어볼수 있고요. 저기 오른쪽 아래에 장난감 자동차는 왔다갔다 움직일 수도 있어요.

역시 다음 페이지에는 낱말들이 나오네요. 가운데 거울을 펼치면 총총이의 패션쇼르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제 거실청소를 합니다. 아저씨는 바닥 청소를 총총이는 유리창 청소를....유리창 청소를 하다가 힘들어진 총총이는 아저씨 조금만 쉬었다 할게요라면서 텔레비젼을 틉니다. 위쪽의 화살표를 위로 당기면 텔레비젼을 볼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창고청소! 왼쪽의화살표를 위로 올리면 깨끗하게 정리된 선반이... 그리고 커다란 상자에 물건을 정리해넣을 수도 있어요.

이제 왠만한 글자는 다 읽는 큰 아이는 낱말들을 읽는 재미로, 한글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둘째는 그림을 보고 물건 이름을 알아맞추는 재미로 책을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즐거운건 청소! (물론 진짜 청소는 아니죠. ^^) 척척아저씨와 총총이를 따라 열어보고 땡기고 돌리고 끼워넣고 하는건 둘이서 늘 서로 하겠다고 난리를 부립니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거의 의미가 없고 이렇게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는 책이라고나 할까요. 단 몇 페이지 안되지만 한 권 다 읽는데 엄청난 시간을 요구합니다. 바쁠 때는 절대 들면 안되는 책!!! ^^

이제 막 글자를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본다면 제일 적당하고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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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2-10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너무 예뻐요.

바람돌이 2006-12-11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재밌어 해요. 복이가 이 책을 보려면 좀 많이 기다려야겠죠. ㅎㅎㅎ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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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의 이야기!  그것도 미국 작가가 쓴....
솔직히 별로 안 땡기는 소설이었다.
9.11 테러는 악몽이었지만 그 이후 벌어진 더 큰 악몽앞에 자신의 상처가 더 크다고 들이미는 것 같아서...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를 외면하고 싶어지는 심리랑 같다.

그럼에도 책을 덮은 순간 거대한 슬픔이 몰아친다.
거대 담론속에 묻혀버린 개인으로 돌아가면 상실의 아픔과 상처는 결국 누구에게나 같은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나의 어줍잖은 거대담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
한 개인에게 가장 사랑하는 이를 누군가의 폭력에 의해 잃는다는 것은 모두 똑같은 무게를 지닌다는 것을 새삼스레 몰랐던 듯 깨닫는다.
미국의 아이도, 아프간의 아이도, 이라크의 아이도.....

2차대전 드라스덴 공습에서 살아남은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평생을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차라리 소리내어 울고 고함치고 분노할 대상이라도 구체적이었더라면....
폭탄을 내리퍼부었던 비행기에, 아니면 국가에?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은 한 인간의 삶을 완전히 산산조각내 버렸다.
사랑하는 이를 다시 잃을까봐 다시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정착하지 못하는 삶!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하지 못한 것에 결국 말을 잃어버린 삶.
같은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서로 위로조차 해줄 수 없었던 부부의 삶
하나로 완전히 합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었던 그들 사이의 무수히 많은 존재와 무의 공간들.

오스카는 9.11때 아버지를 잃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고,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끝내 받지 못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남겼다고 생각되는 열쇠 하나의 정체를 찾아 끊임없이 뉴욕시내를 헤매는 아이.
오스카는 단지 뭔가를 해야 했을 뿐이다.
슬픔에 억눌려 숨막히지 않기 위해서....

그들이 고통 슬픔은 끊임없는 수다속에 묻혀있다.
역설적으로 말을 잃은 할아버지는 엄청난 수다를 글로 뱉어낸다.
슬프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에 잡아먹힐것이 두려운듯 시끄럽게 시끄럽게......
그러다가도 수다와 수다 사이 여백들은 주인공들이 슬픔에게  영혼을 빼앗기는 순간인듯 아프다.

끝내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오스카의 바람은 오스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와 죽음을 인정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오스카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옛날에 그랬어 하고 얘기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부디 오스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스카를 도울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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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중에 옆지기와 아이들이 외출을 했었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가 간김에 간단한 장보기도 부탁했었는데
올 시간이 훨씬 지나도 오지를 않는거다.
전화기는 아이가 나몰래 가져가 버려서 연락할 방법도 전혀 없고....
평소라면 가볍게 걱정하는 정도겠지만 이 책을 읽는 중에 이런 일이 생기니 안절부절하게 된다.
도저히 못견뎌서 공중전화라도 찾아갈려는 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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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10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일 없이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 재난이나 불행이 남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문득 '나는?'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역시 타인의 고통에서도 나의 것을 생각하는 게 사람인가 봐요. 저같은 경우에요^^

바람돌이 2006-12-10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고통에서 나의 고통을 생각하는 것 그게 모든 휴머니즘의 출발점 아닌가요? 그 고통이 나의 고통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떤 공감이나 동정심이나 이런게 생길 수 있을까요? 성인이라면 몰라도 말예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을 더 많이 돕는다잖아요.
 

11월 내내 골머리를 썩였던 실업계 고등학교 발표가 어제 있었고,
다행히 우리반 아이들 모두 합격했습니다.
사실 당연한건데도 이렇게 감격스러울수가.... ^^
(우리반은 아니지만 떨어진 애들도 있거든요. 그녀석들 얼굴을 보려니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이젠 정말 막바지에 들어선듯 싶습니다.
오랫만에 3학년을 맡아서였는지 유난히 이녀석들은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녀석들을 떠나보내고 나면 저도 이 학교를 떠납니다.

아이들이나 동료들과 헤어지는건 이제 몇번 반복하다보니 뭐 그리 새삼스럽게 섭섭하고 할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내 반 아이들 남겨두고 가는 것도 아니고 다들 졸업으로 떠나보내고 가는 길이니...
그러고 보니 학교 마지막해에 3학년을 맡은게 감정적으로 깔끔하고 좋은 것 같네요.
근데 이 학교를 떠나기가 유난히 서운하게 있습니다.
바로 정든 교정이라는 상투적인 말속에 들어있는 바로 그 교정이 저의 뒷통수를 자꾸 낚아챕니다.

이 지역 학교 중에서도 이 학교의 주변환경은 환상적입니다.
가꾼듯 가꾸지 않은듯 봄부터 가을까지 무수히 많은 꽃들에서 단풍까지 만들어내는 학교 화단.
요즘은 기를 쓰고 가꾸는 사람이 없으니 오히려 식물들은 저희들이 본모습에 맞게 어지러이 잘도 자랍니다.
작년에는 도심지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패랭이꽃도 학교 화단에서 새초롬이 피어있는걸 봤다지요.
교실에서 바라보면 바로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뒷산의 모습도 아른거립니다.

내년에 제가 가고자 하는 학교들은 한 곳을 제외하고는 이런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죠.
그나마 그 한 곳도 이곳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고요.
이 학교에 있는동안 가끔 제 첫 부임지였던 학교 생각을 했었습니다.

첫 부임지야 본인의 희망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니 가라는데로 갈밖에....
그래서 갔던 학교는 두 가지 면에서 저를 첫인상부터 경악하게 했습니다.
먼저 1시간 반이 걸리는 출근길. 출퇴근에 하루 3시간을 써야 하다니...
하지만 그보다 더 경악스러웠던것은 도대체가 학교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공장밖에는 아무것도 없는....
코딱지만한 운동장에 몇개 되지도 않은 나무들조차도 비실비실.....

하지만 악몽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풍겨오는 온갖 공장의 냄새들이라니....
그 때는 냉난방 시설도 안돼 있을 때니 여름에 창문이라도 열라치면
페인트 냄새, 고무 냄새, 닭똥냄새, 그외 정체불명의 온갖 냄새들....
안 그래도 제대로 잘 먹지도 못하고 다니는 애들은 유난스럽게 자주 아팠습니다.
가난과 무관심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은 참 험하기도 했었지만,
또 약간의 애정에도 감격하는 정이 참 많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숨쉬기도 괴로운 곳에서도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참 잘도 뛰어놀더군요.
쉬는 시간 10분에도 운동장은 축구며 농구며 아니면 그냥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로 늘 가득찼었습니다.
이렇게 환경 개판인데 학교를 지었으면 하다 못해 운동장이라도 좀 넓게 만들어주던지....
가난한 동네에는 국가나 교육청의 지원도 인색하기 짝이 없더만요.

그곳에서 3년을 보내고(여긴 환경이 안좋은 곳이라고 선생들은 3년만에 옮겨주더군요)
훨씬 가까워진 새학교에 처음 간날
교문을 들어서던 순간 저는 그만 눈물이 핑돌아 한참을 멍하게 있었습니다.
전의 학교의 딱 2배정도 되는 운동장.
조그만 산으로 둘러싸여 푸른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여기저기 예쁘게 가꿔진 화단들.
새학교는 여학교라 운동잘 별로 쓸일도 없겠더만(실제로 체육수업이나 체육대회 같은 거 아니면 운동장은 늘 비어있더만요)
하다못해 그 운동장이라도 떼어서 이전 학교 아이들에게 가져다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의 최소한의 다닐만한 학교의 기준은 늘 운동장입니다.
실업계 아이들 원서 쓰기전에 늘 그 학교 한 번만 가보고 오라고 늘 아이들을 닦달합니다.
그리고는 늘 묻느게 "그래 운동장은 제대로 있더나?"라고 묻죠.
중학교는 대부분 공립이라 왠만해서는 기본적인 시설이나 면적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워낙 사립이 많고
또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가는 사립학교들 중에서는 운동장도 없는 학교도 꽤 된답니다.
(왠만한 부자집 정원만한걸 운동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아니겟지만요)

학교도 부익부 빈익빈
잘살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운동장이 넓고요.
가난하거나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운동장도 코딱지만합니다.

제 첫학교의 아이들은 지금도 여전히 그 코딱지만한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논답니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두 녀석 정도는 제대로 시설도 다 갖춰지지 않은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어쩌면 아파트로 둘러싸인 너무 너무 싫은 삭막한 학교에 가야할지도 모르고요.
아 제건 제낍시다. 무슨 배부른 투정이랍니까?
가끔은 개천에서 용나던 시절이 돌아왔으면 합니다.

근데 어쩌다 얘기가 이렇게 샛을까?
원래는 내 학교 옮기는 얘기였던 것 같은데....
에고 모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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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12-0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곳에서 근무하셨군요.
저는 고등학교 때가 생각나네요. 교정이 참 이뻤는데....
애들이 공부는 디게 못했지만^^
학교 옮기는 해는 좀 싱숭생숭 하죠.

반딧불,, 2006-12-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깍두기님도 참 좋은 선생님들이십니다....
사랑이 있으시네요.
축하드려요. 반아이들 그래도 다 합격했네요.
마음 고생 많이 하시던데 다행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2-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선생님..고생도 많이 하셨지만 기쁨도 많으셨겠죠..^^
큰일 끝내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paviana 2006-12-0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 합격했군요.다행이에요.
고등학교 졸업장이 주는 의미를 우리야 잘 알지만, 아이들은 또 그렇게 실감하지 못하자나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좌절을 주는거 같아서 맘 아팠는데 모두 다 잘 되었다니 정말 좋으시겠어요..

세실 2006-12-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도 부익부 빈익빈이군요...
그래도 교장샘의 열정이 있으면 조금 더 예산을 따올수 있지 않나요? 사립은 다르겠지만....
님의 글 읽고 있으려니 저두 초임시절이 생각나는 군요....부디 운동장 넓은 곳으로 잘 가시길....

라주미힌 2006-12-0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중학교때 바람돌이님께 배웠어야 했는데요.. (먼 산)
근데 바람돌이님은 무슨 과목담당이세요? (몰랐넹.. 혹시 국사)

마노아 2006-12-09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뭉클~했어요^^

아영엄마 2006-12-09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 학생들이 다 합격한 것 축하드립니다. 애 쓰신 보람이 있어서 뿌듯하시겠어요.

프레이야 2006-12-0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아이들 모두 합격했다니 뿌듯하고 보람있으시겠어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요^^ 한해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근데 정말 아이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좋은 환경이 마련된 곳에 지어졌으면 해요. 바로 앞이 찻길이라던지, 님의 페이퍼에서처럼 숨쉬기도 힘든 곳에 학교가 있으면 어떡하나요.ㅜㅜ 차라리 언덕배기 한참 올라다녀 종아리에 알통 배이던 학교가 낫다고 해야할까요. 건강에는..^^

바람돌이 2006-12-10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아무래도 마지막 해에는 역시 싱숭생숭해요. 뭐 좋은 것도 있어요. 우와 저 인간 얼굴 인제 한동안은 안봐도 되겠구나 뭐 그런거.... ^^;;
반딧불님/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실 영 마음이 안편햇었는데.... 네 지금은 많이 편해요. 인문계는 별로 떨어질 일이 없어보여서 더 맘이 편한거겟죠. ^^
메피스토님/요즘 제가 얼마나 룰룰랄라 잘 놀고 있는지 보시면 아마 축하할 맘이 안생기실 것 같아요. 샘나서리.... ㅎㅎㅎ
파비아나님/다 합격하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녀석은 하나 있어요. 이녀석이 고등학교는 졸업해줄려나 싶어서.... 그 녀석은 아마도 사후관리가 필요할 듯.... 그나마 한 녀석이니 다행이죠. 저 전화하는거 무지 싫어하는데 한 녀석만 폰번호 저장해둬도될 것 같으니요. ^^
세실님/기본적인 학교 부지는 처음 지을때 아예 확정을 해놓지 않으면 이후에 다시 늘이기는 힘들어요. 아니 그런 경우 자체를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교장선생님들 그런 쪽으로 열정을 가지신 경우 불행하게도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ㅠ.ㅠ
라주미힌님/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님처럼 똑똑한 학생은 저 안좋아해요. 저 무식한거 들키잖아요. ㅎㅎㅎ 아 글구 저는 역시 짐작하신대로 국사담당입니다. ^^
마노아님/가슴아픈 현실인데 그게 바뀔 가능성도 안보이니 참.....
아영엄마님/뭐 보람일것 까지는 아니고 그냥 맘이 놓이는 정도죠 뭐... ^^
배혜경님/우리 사는 도시는 정말 평지에 있는 학교가 없죠? 워낙에 산골짜기 사이 사이 동네들이 들어앉아 있으니.... 대구나 대전같은 분지도시들 가보면 학교가 평지에 있는걸 많이 봐요. 뭐 가까운 경주만 해도.... 한때는 그게 그렇게 부럽더만 요즘은 오히려 올라가기 힘들어도 산을 끼고 있어서 좋은 점도 많구나 싶어요. ^^

무스탕 2006-12-10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제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저도 실업계 나왔거든요. 제가 지원한 학교는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어요.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거든요 ^^;)
지원하는 학교엘 가보지도 않고 그냥 원서쓰고 시험 전날 처음 가봤죠.
운동장이... -_- 마당수준이었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앞마당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시험에 붙고 입학식날 엄마가 와 보시고는 속으로 많이 우셨다고 하셨습니다.
집안이 기울어져서 인문계를 못 보내고 실업계 보내면서 학교나 가보고 원서쓸걸 그냥 보냈더니 이런곳이라고..
그래도 정이란게 무서운 넘이라고 3년을 다니니 정 무지하게 들더라구요 ^^
실업계.. 제가 하고 있는 일하고 참 많이 관련된 분야라서 보통보다는 조금 많이 관심이 있어요.
바람돌이님은 정말루 좋은 선생님이세요. 학생들을 그렇게 걱정해주고 보살펴 주시니요 ^_____^b

바람돌이 2006-12-10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아니면 제가 기억을 못하는건가요? (하여튼 곧 님의 서재에 가볼게요.) 어머님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정말 아이들에 대한 투자가 우리나라처럼 인색한 나라도 또 있을까요?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고 제발 이런데 좀 투자해줬으면 싶은데... 요즘은 영재교육이니 뭐니 해서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도 엄청나답니다.(잘난 애들은 국가에서 안해줘도 부모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왜 가난하고 공부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예산은 없는지 한숨만 푹푹.... 글구 저 별로 좋은 선생님 아니예요.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 항상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로 좋은 선생님들이 보면 화내요. ^^;;

sooninara 2006-12-10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미니학교라고..운동장 없는 학교도 있다는데요?
친구가 영어학원을 하는데..초등학교가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그옆에 초등학교를 지으면서 운동장을 앞마당 수준으로 만들었다고...부천인데요.
이런것도 미국 따라 하는가 봐요.
바람돌이님. 정말 시원 섭섭하시겠어요. 아이들 합격 축하드리고요.
좋은학교로 발령 나시길..바람돌이님 만나는 아이들은 행운아예요^^

바람돌이 2006-12-1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초등학교를 그런 식으로 만들다니.... 아무리 지역 인구가 늘어나서라고 해도 정말 말이 안나오는군요. 그러면서도 상가지구나 아파트 만들땅은 널려있을걸요. 옛날에 지어진 사립학교도 아니고 공립학교가 그것도 초등학교가 그렇다는건 정말 용납이 안돼요. ㅠ.ㅠ

sooninara 2006-12-1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립도 요즘 그렇죠? 재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도 옆에 아파트들이 재건축하면 학교가 하나 지어져야하는데..땅이 없어서 미니학교를 안양시에서 추진하려고 했는데..
과연 운동장도 없는 학교에 엄마들이 보내려고 하겠어요?
재진이네 학교는 개발제한과 녹지로 묶여서 건축허가 나기가 힘들어서 증축도 어렵고..
내년쯤 재건축 들어갈것 같은데 답이 아직 없는 모양입니다.

바람돌이 2006-12-1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이 갑자기 늘어나는 곳은 참 힘드네요. 학교부지가 갑자기 늘어나 주는것도 아니고.... 에휴~~

BRINY 2006-12-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내일 도에서 시행하는 공통 고입선발고사 보고, 다음 주에 저희 학교 단독 선발고사...올해는 120명이나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서, 요즘 밤 10시 이후에 나가면 그때서야 학교나 학원을 나가는 중3들이 많이 보여요. 에구...빨리 평준화 시키고, 추첨으로 학교배정해야 이런 일이 없어질텐데...계속 학교 서열 따지는 한 애들 고생은 계속됩니다.

바람돌이 2006-12-12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아 그곳은 비평준화 지역이군요. 중학교부터 아이들 고생이 심하겠어요. 그나마 여긴 평준화 지역이라 아이들 맘이 좀 편합니다. 근데 요즘 돼가는 꼴을 보면 그나마 고교 평준화 정책도 오히려 해체시키려고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으니 갑갑하기만 하죠 뭐...

BRINY 2006-12-13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평준화지역이라고 하길래, 사실 전 애들이 엄청 공부 잘하고 대학도 잘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더라구요. 다들 학교랑 학원에 붙어는 있는데 공부는 안해요. 기초도 부족하고...한마디로 헛고생입니다. 몇번인가 비평준화 풀어달라는 건의가 있었다는데 교육청에 반대세력이 포진하고 있어서 안된다는 설도 있고 그래요.
 

좀 전에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내려놓았다.

 

 

 

 

작가인 심윤경씨의 글을 쓰는 품새는 참 묘하게 사람을 잡아끈다.

마치 주인공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이 영혼들을 끌어당기는 것같기도 하다.

근데 난 심윤경씨가 다작의 작가가 아니니 알라딘에만 팬들이 많은줄 알았다.

근데 아니네?

내가 어떤 책을 읽어도 관심을 가지고 그거 재밌어?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빌려달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뭐 내가 까탈스러워서 그런것도 아닐거고, 인심사나워보이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 책의 반응은 다르다.

일단 신간이라 주변이나 도서관에 잘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너도 나도 빨리 보고 빌려달란다.

나 이제 리뷰써야 하는데 그럴 겨를도 없이 가로채여버렸다.

보는 사람마다 작가 심윤경씨의 팬들인 듯하다.(그럼 사서 볼것이지.... ㅠ.ㅠ)

생각보다 심윤경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구나....

나만 그런것도, 알라딘 서재계에서만 그런것도 아니었단 말이다.

근데 사람이 참 웃긴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 같이 좋아해주면 그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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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12-0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아무대로 저도 한권쯤 읽어야할 거 같은 분위기...

2006-12-05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6-12-0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누군가 같이 좋아해주면.... 음.. 김혜수 광고 버젼이죠.. 기분이 나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

바람돌이 2006-12-0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뭐 많은 책을 낸 작가도 아니고 딱 3편입니다.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작가죠. 아무거나 한 권 골라서 읽어보시면 딱 내 취향이다 아니다를 구분할 수 있을겁니다요. ^^
속삭인님/그럴수도 있겠네요. 사는게 다들 참 무거우니... ^^
클리오님/다른 것도 있어요. 내가 싫어하는 사람 누군가 같이 싫어해주면 음~~~ 그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

무스탕 2007-01-1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작년에 사두고 아직도 안읽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으면 꼭 읽어야지! 입니다요 ^^

바람돌이 2007-01-11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근데 심윤경씨 책 중에서는 제일 좀 처지던데요. 앞의 소설 두개가 저는 더 나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