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여자들과 토막살인사건이라....
뭔가 좀더 그럴듯한 정신병자나 타고난 범죄자나 이런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저 진자 평범한 아줌마들이 저지른 사건이라는데서 일단 호기심이 부쩍 일어났다.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은 늘 평범하다. 대체로.....
그런데 그 평범한 남자도 아니고 여자들이 토막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을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까 궁금증이 확 일어났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4명의 여자는 정말 평범하다 못해 못나보이기까지 한다.
경제적으로는 모두 어려워 야간도시락 공장에서 근무를 하고 피곤에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봤자 가정 역시 안식처는 못된다. 가족과 대화도 애정도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고, 끊임없는 가사노동만이 기다릴뿐.... 그게 아니면 허영의 댓가로 받은 카드 연체에 사채빚 독촉만이 기다리거나....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인생의 막바지의 4여자.
그들의 뜻으로 되는건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도박과 여자에 미쳐 폭력까지 휘두르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죽이면서 이 여자들은 살인을 은폐하고 시체처리를 고민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사건들을 예의 주시하고 대책을 찾고 하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삶의 출구를 찾는듯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4명의 여자에게 모두 공통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대부분 마사코라는 여성에 의해 주도된다.
살인을 저지는 야요이를 감싸주고 시체를 처리할 방법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시종일관 4여자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과정은 책을 손에서 못놓게 할정도로 흥미진진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주인공들의 대응과 심리의 변화는 지루함없게 소설을 읽어내리게 한다.
이 여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는데 한표!

그럼에도 별하나 빼는건 마지막 장면에서 마사코의 극적인 심리변화가 영 어색해서이다.
전체 이야기와 여태까지의 마사코의 성격묘사를 봤을때 공감해주기엔 너무 급작스럽다고나 할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좋죠^^

바람돌이 2007-07-25 21:47   좋아요 0 | URL
재밌긴 했어요. 이틀동안 두권을 눈빠지게 다 봤으니... ㅎㅎ

urblue 2007-07-2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서 마사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건 뭐, 남자들이 흔히 하는 얘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잖아요?

바람돌이 2007-07-25 21:48   좋아요 0 | URL
작가가 여자라는걸 미리 몰랐더라면 남자가 썼다고 생각했을거예요. 마지막 부분만 고쳐달라고 편지라도 쓸까요? ㅎㅎ
 

1.
지난 주말을 이용해 친정식구들과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국도변을 신나게 달릴때쯤  차선 하나를 줄줄이 점거하고 달리는 그야말로 삐까뻔쩍한 스포츠카의 행렬을 본다.
똑같은 색깔의 똑같은 자동차 10여대가 줄줄이 줄줄이 달린다. 그래도 운전은 조심스럽긴 하다.
일단 자동차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외제차임에 분명한 2인용 스포츠카다. 비싸보인다.
아니나다를까 옆에서 저거 한대에 1억을 넘는다는 소리를 한다.
똑같이 생긴 스포츠카에는 거의 똑같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운전중이다.
설마 이들이 모두 택배사원은 아닐거고 내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20대 초반에 저런 자동차를 자신의 힘으로 벌어서 장만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이 부럽지는 않다. 다만 짜증과 욕만 튈뿐이다.

2.
작가 김훈이 전에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썼었다.
책을 안읽은 나는 그저 자전거라면 30여만원대의 자전거가 제일 비싼건줄 알았다.
그런데 김훈의 자전거는 천오백만원짜리란다.
그리고 이번에 남한산성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나사에서 만든 4천만원짜리 자전거를 장만할 계획이란다.
일면 보기에 진짜 부르조아적인 취미라고 비아냥을 받을 수도 있겠다.
자전거 한대에 4천만원이라니....
하지만 김훈은 당당하다.
30여년을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이 해서 생긴 여유인데 좀 봐주면 안되겠냐고...
딱히 반박할 말이 없다.
따지고보면 좀 괜찮은 자동차 한대값일 뿐이다.
한 10년 야근 철야한 사람들 중에도 자전거는 아니지만 자동차는 그 가격대의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가?
그렇게 따지면 김훈의 자전거 사치는 정당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부럽다.
나도 퇴직이후 저렇게 내가 하고싶은 뭔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싶다.

3.
이랜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달 70-80만원때문에 맨땅에서 잠을자고 싸우고 깨진다.
거기서 돈의 액수가 조금 더 올라간다고 해서 그들이 삶이 질이 그다지 많이 달라질 것같지도 않다.
그들은 아마도 평생을 뭐빠지게 일을 해도 1억짜리 스포츠카는 커녕 천오백만원짜리 자전거도 마련할 전망은 없다.
아들녀석이 철없게 조르는 10만원대의 자전거 하나도 사줄수 있을까 없을까를 수십번은 저울질하고 계산하고 해야할게다.
그들에겐 자신의 취미나 문화적 생활이라는 것도 사치일뿐....
어쩌면 너무나도 경제적 여유가 없는 그들의 삶은 단 한번의 바람만으로도 파탄의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저 3가지 경우의 비율은 어느정도일까?
노동과 인간의 논리가 아니라 철저하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논리만이 진리인양 활개치는 세상에서 3번째의 삶은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2의 삶이라고 안도하고 있을 사람들도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1로 올라갈 가능성은 로또 1등에 연속으로 당첨되는것만큼이나 어려울 것이고,
3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너무 많이 열려있다.
나의 삶은 어디에 속할까? 그리고 당신의 삶은?
이랜드 노동자들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문제가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 위태로운것 같지는않은가말이다.


댓글(15)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박성수 십일조 130억의 진실공방...
    from 반노동기업 이랜드 반대 2007-07-25 15:27 
    십일조 130억원이라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나 봅니다. 여기저기 블로거 스피어 사이에선 이랜드쪽 회사 살리기 운동(?)의 여파로 혼란하신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먼저 "이랜드 '130억 십일조' 설의 진실(http://www.cbs.co.kr/nocut/show.asp?idx=561919)" 이란 기사가 나온 반면, 좀더 의증이 많이 간다는 "이랜드 박성수회장과 재단의 비밀(http://dailysun.co.kr/news/todoysub.htm?id..
 
 
세실 2007-07-2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 아니죠. 2번 아니죠~ 그럼 3번? 아니죠. 농담입니다.
김훈씨의 자전거 예찬 이해갑니다. 그래도 소시민적이잖아요~~~
편한 자가용 대신에 패달을 밟아야 가는 자전거를 선택한 것 자체도 멋집니다. 헤헤~
저두 퇴직후에는 하고 싶은 일 맘껏 하며 살고 싶어요. 도자기, 여행, 재즈댄스, 책읽기, 그림 등등

세실 2007-07-2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랜드 사태 참 안타깝습니다. 직장을 잃는다는 것 어쩜 내 모든것을 잃는 일일수도 있잖아요.

바람돌이 2007-07-25 21:39   좋아요 0 | URL
직장에 생계를 몽땅 걸고 살아야하는 우리들에게 직장은 그야말로 목숨줄이지요. 그 목숨줄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들은 몽땅 천벌을 받아야해요. ㅠ.ㅠ
세실님 더운데 건강하시지요? 전 아직 퇴직하면 뭐하고 싶나 그런 생각을 못해봤어요. 그냥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책보고 여기서 노닥거리고 그럴까요? ㅎㅎ

sooninara 2007-07-2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번과 3번사이...라고 하고 싶지만 거의 3번이군요.ㅠ.ㅠ

바람돌이 2007-07-25 21:40   좋아요 0 | URL
2번이나 3번의 경우 그 안에서도 편차가 엄청나죠? 그리고 자신을 2번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3번의 삶도 많구요. 그래도 당장 끼니 걱정안하고 책도 사보고 하니 우리는 2번이라고 우기자구요. ㅎㅎ

전자인간 2007-07-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만원 조금 넘는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 (옆의 사진이 그 자전거입니다.) 김훈의 4000만원짜리 자전거는 상당히 과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런 김훈의 심리를 이해는 합니다. (우리나라에 들여왔던 자전거 중에서 최고가가 3000만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 기록을 김훈이 깨려나 보군요. 그리고 나사에서도 자전거를 만드는 줄은 몰랐는걸요 ^^) 좋은 장비를 바라는 마음은 낚시대, 악기, 카메라 등등 장비가 필요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겠고, 어느 정도까지는 '사치'라 말하기에는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분명 필요에 의해 비싼 장비를 사는 것이니까요.
어쨌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이랜드의 비정규 노동자들은 한 달에 70~80만원으로 살다가 그나마도 비정하게 해고당하는 판에 몇천짜리 자전거가 웬말이냐..? (바람돌이님 말씀이 이런 뜻은 아니었다는 것은 잘 압니다.) 한다면, 그것은 대항할 상대를 잘 못 설정한 것이겠지요. 우리가 싸울 상대는, 나보다는 조금 더 많이 받지만 고만고만한 월급가지고 아웅다웅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이 아니라, 이랜드 계산원 누이 어머님들에게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월급만 주다가 그나마도 지들 맘대로 내쳐 버리는 이랜드 자본이라는 사실. 노동운동이 발생한 이래 가장 효과적으로 자본이 애용했던 노동운동 무력화 방법이면서, 특히 이 나라에서 잘 통하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 바로 노동자들 사이 이간질하기 쟎습니까? 하긴, '소설 인세 자본가' 반열에 등극한 김훈씨 정도가 되니 4000만원짜리 자전거를 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사치'와 '취미'의 경계가 무 자르듯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30만원 넘어가는 자전거를 탄다고 자본가 또는 귀족 쯤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주십사 하는 바람으로 횡설수설해 보았습니다. ^^

바람돌이 2007-07-25 21:46   좋아요 0 | URL
100만원짜리 자전거가 별달라 보이지 않는건 제 무지겠지요? ㅎㅎ
전자인간님 제가 생각하는 세상이란건 1번은 없고요. 모두가 2번이 되는 세상이랍니다. 3번의 경우가 발생할수밖에 없다면 사회보장제도가 그것을 보충해주어야 하고요. 전 작가 김훈씨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전 그게 인간다운 삶의 표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싸운다는 것은 나는 이렇게 살기 힘드니 너도 나처럼 살기힘들어라가 되어서는 안되죠. 그것이야말로 자본이 원하는 것일겝니다. 그게 아니라 3번처럼 힘든 삶이 2번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2번처럼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삶이란것도 따지고보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인지... 그래서 지금 내가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해서 거기에 안주하거나 그것만을 지키기 위해서 아둥바둥할 것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내가 사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주절주절 해본겁니다. 뭐 저의 이 댓글도 주절주절이네요. ^^

전자인간 2007-07-25 22:11   좋아요 0 | URL
100% 동감입니다!

클리오 2007-07-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님.. 보고 싶어요...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ㅎㅎ)

바람돌이 2007-07-25 21:47   좋아요 0 | URL
저도 보고싶어요. 저는 그래도 들쑥날쑥 서재마실을 다니는데 클리오님이 영 뜸하세요. 반성하시라구요. ㅎㅎ

2007-07-25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7-2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셨군요! ^^
제 삶은 지금 어디메쯤? 음..

바람돌이 2007-07-27 02:25   좋아요 0 | URL
글쎄요. 혜경님!! 어쨌든 대한민국정도의 경제적 수준이면 김훈씨 비슷한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거겠지요.

2007-07-26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7-27 02:27   좋아요 0 | URL
앞의 전자인간님 말씀대로 주타격이 어디인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쪽은 아예 공격할 엄두를 못내게 되면 그런 얘기도 나오겠지요. ㅎㅎ 그나저나 아이들 사진은 요즘 제가 좀 게을러져서리... ㅎㅎ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샤바케 2 - 사모하는 행수님께 샤바케 2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도 이 책이 좋아죽겠다. 이유가 뭐지???

명색이 추리소설이지만 추리라는게 뭐 엄청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멋진 남자가 나오느냐?
그래봤자 병약해서 골골하는 도련님과 그 도련님을 보살피는 요괴 둘이 나온다.
전편에서도 골골골 하던 도련님은 여전히 아니 더 골골골.....
그 대신 두뇌는 갈수록 명민해지는지 사건해결을 척척 해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와로같은 대단한 추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재밌다.
끝나는게 아까워서 읽는게 싫어질만큼....
그럼에도 단숨에 읽으며 내내 내 얼굴에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한다.
도련님의 투정어린 반항도 도련님을 싸고도는 니키치와 사스케의 과보호도,
그외 왁자지껄 나오는 온갖요괴들도 귀엽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더 너머 내 속의 은밀한 욕망에 있는 것 같으니....
바로

나도 사스케랑 니키치 같은 요괴가 옆에서 나좀 보살펴주면 좋겠단말야.... ㅠ.
샤바케가 불러일으킨 공주병? 아니 도련님병에 걸리고야 말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소재가 독특해서 뭐 이러냐 싶었는데
여기저기서 재밌다고들 하시니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07-07-2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름에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책! 후회없으실거예요. ㅎㅎ
 
올해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
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한때는 말이다. 나도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뭔가 정책을 결정하고 할때는 그게 아무리 맘에 안들어고 그래도 나름대로의 심사숙고와 다방면에서의 연구와 이런걸 하고 한거라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보니까 그게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드는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4년전에 온 나라의 사람들이 눈이 멀었던 바로 그곳.
모두가 그런 일이 없었다는듯이 시침 뚝떼고 묻어버리려는 현재
그런데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다시 발생한다.
소위 민주적이라는 외피를 뒤집어쓴 선거에서 수도 시민의 83%가 백지투표를 한 것.
주제 사라마구다운 설정이라는 생각이 확 풍긴다.
선거라는 제도가 민주적이라는걸 믿는건 이젠 순진한 사람들만일게다.
이놈의 나라에서도 선거때마다 도대체 찍고 싶은 인간이 없어 최선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형태로만 투표를 해온지 오래. 어쩌면 너희들 모두 아웃이야를 외치면서 백지투표를 하고 싶다는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어쨌든 실제로 소설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통쾌하기는 할 것 같다.

정말로 이 사건은 소설속 우익정권에게는 권력을 잃은 것보다도 더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여진다.
그들이 신봉하는 체제 이념 권력 그 자체가 깡그리 부정당하고 비웃음을 당한 것이니....
그러나 권력이 반성한다는건 언제나 기대하기 힘들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소설속 우익정권 역시 그들 자신의 무능이나 파렴치함이나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이것은 어쩌면 권력이라는 것 자체의속성일지도...
그들은 끊임없이 시민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시민들을 비판하고 그리고는 결국 시민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이러한 과정들이 진지하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지극히 즉흥적이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또 다른 방법을 해보면 되지라는....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계엄령을 내리고 수도를 이전하고 온갖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반성하라! 반성하라! 외치지만 그것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가 권력이 떠나도 일상은 굳건하게 그렇게 지켜지고 흘러간다. 무언의 저항. 누구에게 칼날을 들이대야 할지 알 수 없기에 가장 두려운 저항.
하지만 두려움은 더욱더 우익정권의 눈을 가리고 이성을 마비시키고 자신에게로 향해야 할 눈을 아예 없애버린다.
그들은 광적으로 누군가를 찾는다. 즉 자신들의 무능과 추악함을 대신해서 한꺼번에 짊어줘줄 그 누군가를.... 그리고 대상이 일단 발견되면 나머지는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그들은 권력을 가졌고 언론을 가졌고 방해가 되는 모든 것들을 없앨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눈이 먼자들의 세상이다.
이제 눈 뜬자들은 눈 뜬자로서의 자각을 실행하고 뭔가 다른 세계를 갈구하지만 그들이 눈을 뜸으로해서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럼으로 여전히 눈을 감고 눈이 먼자들은 눈먼 세상을 강요할 수 있는걸게다.
이곳에서 눈 뜬자는 죄악이다. 우리 세상도 그렇다.
희망은 있는걸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팀전 2007-07-2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사라마구는 포르투갈 공산당원이기도 했잖아요.그의 소설은 좌파적 은유로 읽어야할 때가 많지요.보통선거권(이것도 진정한 의미로 작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이란 것도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그 연원이 상시 노동력확보를 위한 노동력 포섭과정의 일환으로 분석합니다.선거권을 주더라도 부르주아 헤게모니의 전복같은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이루어진 거래라는 거지요.그렇다고 선거권이 가진 역사발전적 측면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요..그런 의미도 있다는 것..(교과서에서는 단순히 시민권력의 확대,민주주의 성취라고 만 배웁니다)...예를 들어 투표같은데서 찬성/반대/기권...이걸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 이론에 도입해보면 긍정/부정/무시.(또는 불인정)로 억지로 대입시켤 볼 수 있을 듯해요.사실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긍정/부정이 아니라 불인정이지요...실제 현실에서 저런 불인정은 이루어지기 힘들겠지만...

바람돌이 2007-07-25 02:39   좋아요 0 | URL
주제 사라마구의 경력은 정말 상당히 독특하더군요. 데뷔를 하고도 19년간 단 한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채 공산당활동에만 전념했다 - 사실 그러기 쉽지않을 것 같은데... 게다가 그 이후에 발표한 작품들의 내용을 봐도 그가 가진 비판정신이 전혀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멋진 사람이예요. ㅎㅎ - 근데 이 책보면서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그 불인정이 한번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면 꽤 멋질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ㅎㅎ
 
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일본 역사를 움직인 여인들
호사카 유지 지음 / 문학수첩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일단 이 책의 저자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다. 일본인이면서 한일관계사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결국 귀화하여 눌러앉은 이다. 내가 알수는 없으나 이런 경력이 그리 흔할 것 같지는 않다. 그의 그런 이력만큼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독특하다. 이런 류의 책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가 지나친 흥미위주로 가면서 한없이 가벼워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치명적인 위험은 피해간 듯하다. 일본의 여성들을 다루면서도 역사적인 배경과 시대상황을 읽어내는데 늘 주의를 기울인다. 또한 당시의 여성들을 통해서 일본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천, 부수적인 존재로서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역사를 움직여 나가고자 했던 그들의 삶,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상이 변해나가는 모습까지 일본사 개설서로서의 역할까지 꽤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첫번째로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주장은 일본 중세 이전의 역사에서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의 역할을 엄청나게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원전 4세기에서 기원후 7세기까지  100만에서 200만에 이르는 인구가 한반도에서 유입되었고 이들은 이 시기 일본 역사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도래인들의 존재나 그들이 일본 문화나 역사에 끼친 영향력이 꽤 컸다는 것은 뭐 대부분이 알고있는 얘기지만 이 책에서 얘기되는 영향의 정도나 한반도와 일본의 밀착정도는 기존에 알고있던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가야계 도래인 출신인 천황으로부터 천황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리며 일본의 다른 귀족집안과 권력다툼을 벌였던 소가씨 집안. 백제 멸망기에 백제 부흥운동을 일으켰던 왕자 풍이 어쩌면 일본 사이메이 천황의 아들인 나카노오에 왕자가 아닐까라는 가설. 그리고 동시에 연결된 것으로 백제계로 추정되는 천황들 등. 그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고대사를 완성하려면 이 두나라의 하나처럼 밀착된 관계를 파헤치지 않고는 반쪽의 역사가 될 정도이다. 일단 이러한 주장들의 진위 여부는 내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고, 다만 그 주장의 대담성이 참 흥미롭다. 실제로 한일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한 문제인가 말이다. 국내의 학자라면 국수주의자가 아니고서는 이정도까지 논지를 펼치기는 어렵다. 정말 명명백백한 학문적 증거가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그런데 어쩌면 일본 출신 귀화 한국인이라는 그의 존재가 이런 주장도 맘껏 펼칠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대담한 가설이 한일관계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있는 기폭제나 문제제기가 될 수 도 있지만, 반대로 이것이 잘못 작용하면 쓸데없는 민족적 자만심으로 연결될수도 있는 문제가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한일관계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상태고 옛날에 우리가 일본에 문화를 전해줬다는게 무슨 대대손손 길이 이어갈 훈장인것처럼 보는 분위기니... 그런데 이런 태도야 말로 국수주의의 온상이고 또한 한일관계와 역사를 발전적으로 전망하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다. 

중세 막부시대로 가면 일본의 지배층 여성들의 현실 정치에서의 역할은 고대에 비해서 확실히 줄어든다. 고대의 여성이 독자적인 통치자로서의 역할을 한 이가 많았다면 중세의 여성들은 이제 누구의 아내 또는 딸로서의 지위가 일차적이게 된다. 뭐 고대라고 해서 그런면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고대에는 누구의 아내 딸이라는 지위에서 출발하지만 귀결은 그 자신의 독자적인 지위의 획득으로 이어졌던 반면 중세 이후가 되면 아내와 딸이라는 지위에 머무는 수준에서 그녀들의 역할이 펼쳐진다는 거다. 헤이시의 난에서 패배한 겐지 가문의 도키와 고젠은 그녀의 미모를 이용하여 겐지가문의 후손 요시쓰네를 결국 헤이시를 무찌르고 겐지가문의 시대를 만드는주역으로 키워낸다.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순신에서 토요토미 히데요시 곁에 나긋나긋하고 약하디 약한 모습으로 보여졌던 요도기미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녀는 단순히 토요토미 곁은 꽃같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하고자 했던 여성으로 그려진다.

에도 시대로 가면 당시 조선에서 전래되었던 성리학이 사회의 통치이념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데 성리학이란 이념은 조선에서나 일본에서나 여성에게는 그야말로 족쇄였음 역시 흥미롭다. 여성들의 정치계로의 진출이나 역할이 모두 현저히 줄어들어버리니.... 이제 여성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아내와 어머니라는 집안 울타릭 갇혀버리는 것도 두 나라가 어찌나 똑같은지.... 

고대에서 근대까지 역사속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의 삶을 통해서 바라보는 일본사는 꽤나 흥미롭다. 내가 일본사를 좀 더 제대로 알았더라면 훨씬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남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