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팬티를 좋아해
클레어 프리드먼 지음, 벤 코트 그림, 곽정아 옮김 / 효리원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호기심을 확 끄는 제목인데다가 제목에는 반짝이까지 반짝 반짝!
아이들이 그린듯한 알록달록한 색깔에 외계인들의 모습까지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게 한다.
표지를 열면 책날개에는 온갖 모양과 색깔의 팬티들이 줄줄이 줄줄이...
우리집 아이들은 어떤 팬티가 제일 맘에 드는지 고르기를 한다.
저녁에 목욕하고 옷갈아입을때면 팬티조차도 자기 맘에 드는 걸 찾아 이것 저것 고르는 아이들이니 오죽하랴.... ^^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건
너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야.
바로 네 팬티 때문이야!
네 팬티를 훔쳐가기 위해서지.

어이없는 설정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춘 농담이다.
꽤 클때까지 심지어 중학생조차도 제일 재밌어 하는건 똥과 관련된 농담이잖아? ^^
이 외계인들이 팬티를 찾아서 뭐하냐고?
빨래줄에 걸려있는 팬티는 다 외계인의 놀잇감이라고..
어떻게 노냐고?
갖가지 모양의 팬티는 순식간에 미끄럼틀이 되기도 하고, 숨바꼭질 장소가 되기도 하고, 달리기시합의 도구가 되기도 하네...
"얘들아 너희는 팬티가지고 어떻게 노는게 제일 재밌을 것 같애?"
두 녀석이 너도 나도 엄마 난 이게 제일 좋아를 외치며 낄낄거린다.

그래도 외계인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역시 엄마야! 빨래를 걷으러 온 엄마!
미처 도망가지 못한 외계인을 찾아볼까?
어디 있을까?
혹시 네 팬티속에 숨었을지도 몰라
잘 찾아봐!
아이들은 자기 팬티속을 살짝 살펴보네
엄마 없어!! ㅎㅎ

애들이 이 얘기를 살짝 잊을때쯤 되면 애들이 좋아하는 팬티중에서 헌 팬티하나 몰래 숨겨볼까?
외계인이 가져갔나보다고 장난을 치면?
음 아마 큰애는 엄마 거짓말좀 하지마 할 것 같고
작은 애는 믿을 것 같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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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8-1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종양일보가 외계인이었군요. ㅠㅜ 난 또 왜 그렇게 수영선수 팬티에 관심이 많나 했더니...

바람돌이 2008-08-18 00:32   좋아요 0 | URL
아 봤어요. ㅎㅎ 정말 막가는 신문이라니... 정말 쪽팔려 죽겠어요. 이것들하고 같은 나라에 산다는게...

글샘 2008-08-1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japanese.joins.com/article/article.php?aid=103532&servcode=600§code=670
 

처음에는 간단하게 생각했던 수술인데 우리가 의사의 말을 완전 오해했음이 드러났다.
처음 의사말은 3주정도 기부스를 하고 3개월 정도는 조심해야 한다는 거였다.
근데 그게 우리는 3주후에는 일상생활이 완전히 가능하고 진짜 조심만 하면 되는 즉 무거운것을 든다든가 하지 않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근데 결과는 3주 내지 4주 정도 입원치료에 기부스를 떼고도 팔걸이는 계속하고 있어야 하고 3개월정도는 아예 팔을 못쓴다는거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6개월까지도....ㅠ.ㅠ
다행히 옆지기의 그간의 경과를 봐서는 회복이 빠른 편이라 6개월까지는 가지 않을 듯 하지만 정말 3개월은 갈것 같다.

오늘 입원 25일만에 드디어 퇴원을 했다.
왼팔을 아예 못쓰고 극도로 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단 1cm정도를 움직여도 비명이 자지러진다) 퇴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병원에 있어도 지금은 주사맞는 것 다 끝났고 약만 먹는지라 결국 퇴원을 결정했다.
매일 또는 이틀에 한 번 병원에 들려야 하는 나도 괴롭고, 처음으로 병원에 이렇게 오래 있은 옆지기도 못견디겠다 하고....

집에 오니 좋긴 한데 아무래도 병원보다는 움직임이 많다.
아빠가 집에 돌아온게 좋기만한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조심경고를 시시때때로 까먹어 오늘 하루동안 몇번의 비명이 집안을 울렸다. ㅠ.ㅠ
그래도 옆지기가 집에 오니 나는 좋기만 하다.
내가 밥하고 할때 옆지기가 앉아서 아이들 숙제도 봐주고.... ^^
병원에 뭐해가야 하나 집에 반찬은 뭐하나 고민이 하나로 줄어들기도 하고... ^^

옆지기는 올림픽 방송을 보면서 큰화면으로 보니까 공이 보이잖아 하면서 희희낙락.... ㅎㅎ
스포츠라면 거의 모든 것에 열광하는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갑갑했을꼬...
지금도 팔걸이 하고 소파에 앉아서 한일야구전을 열심히 관전중...
그래도 8.15에 한일야구전을 한게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라는 둥 어쩌고 저쩌고....

퇴원을 한게 좋긴 한데 그래도 걱정이다.(앗 지금 한국야구팀이 역전을 하고 있다)
도저히 학교에 나갈 상황이 아니라 병가를 내긴 했는데 그게 연가를 다 합쳐도 병가를 낼 수 있는 기간이 두달이 채 안된다. 이 안에 어떻게든 좀 제대로 나아야 할텐데...
한 2-3주 후부터는 재활훈련으로 매일 병원에 다녀야 하는데 그게 어느정도 길어질지도 걱정이고...

에고 다음 일은 그때가서 고민해야지...
어쨌든 밤에 덜 심심해서 매일 혼자서 맥주마시던 건 줄어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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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8-08-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옆지기가 게임 몰두중이라 밤에 더 심심한데.. ^^ 근데 왜 병가가 두 달이 안되죠? 원래 유급 병가 두달까지 있는거 아닌가요. 방학까지 합해도 그렇다니, 안타깝네요.. 전 서울 다녀와서 완전 몸과 마음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여요. 역시나, 매어 있다가 한번 나가면 들어오기가 힘들다니까요. ㅋㅋ

바람돌이 2008-08-18 00:35   좋아요 0 | URL
저도 뭐 딱히 옆에 있어주는건 아닙니다. 지금도 저는 마루에서 옆지기는 작은방에서 각자 할일 하니까요. 그래도 그게 참 옆에 있는거하고 아예 없는거하고 좀 다르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병가는 발병일로부터 60일이라네요. 방학빼고 60일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게 방학시작때 수술 들어간 날로부터 계산해야 하니 한달을 이미 써먹은게 되는거죠. 뭐 따지고 보면 틀린건 아니예요. 남들은 방학이란게 없으니 말입니다. 불평하면 안되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다가 이렇게 되니 조금 싱숭생숭이랄까? ㅎㅎ
아 전국연수 다녀오셨죠? 이번에 서울이었던걸로 아는데... 힘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겠죠? 연수 얘기도 좀 올려주세요. ^^

클리오 2008-08-18 12:22   좋아요 0 | URL
진단서 떼면 되지 않나요. 병 핑계로 억지로 쉬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도 2개월 강사 구하면 더 쉬울텐데 말이죠. 교육청이나 잘 아시는 분께 질의라도 해보셔요. 임신도 병가 되는데요, 뭘..
연수 얘기를 뭐 여기서 늘어놓겠어요. 완전 일상을 벗어난 유토피아 혹은 소돔과 고모라.(ㅋㅋ..)였는데 말이죠. 술취한 폐인촌 님과 어깨를 걸고, 우리는 사실 특별한 사이 운운하고, 바람돌이 님은 여전히 열심이시죠.. 하고 뭐 그랬었죠. 한번 벗어났다오니, 이제 집에 그만 있어야될 때가 되었나싶어요. 마음이 좀 변했달까. ㅋ

바람돌이 2008-08-19 01:38   좋아요 0 | URL
진단서야 당연히 뗐죠. 중요한건 발병일로부터 60일이기 때문이죠. 우리 임신해서 출산해도 방학중이면 출산날로부터 세잖아요. 그것과 똑같은거죠뭐...
연수의 분위기는 클리오님의 그 몇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어떤 땐 그렇게 변하지 않는게 있다는게 참 든든할 때가 있어요. ㅎㅎ
근데 이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교과모임 안나간지가 좀 돼고 다시 시작할 생각이 조금 없어지는 요즘은 전국모임에서도 살짝 마음이 멀어지네요. 그게 애정이 없어진다는건 아니고요. 그냥 적극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하는 그런거 말예요. 몸과 마음이 다 게을러지는거겠죠.

무스탕 2008-08-1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많이 안좋으신가봐요.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병가라도 원하는만큼 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얼른 나으시게 마나님 + 공주님들의 응원이 필요하시겠습니다 ^^

바람돌이 2008-08-18 00:36   좋아요 0 | URL
뭐 안좋은건 아니고요. 회복은 아주 잘되고 있다고 하네요. 다만 그 기간이 우리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달라서 그렇지... 지금보다 보통의 경우보다는 빨리 회복이 되고 있는거랍니다. 무스탕님의 응원도 감사해요. ^^

순오기 2008-08-17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도 더운데 고생하셨네요~ 빠른 회복 기원해요.

바람돌이 2008-08-18 00:3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감사합니다. 빨리 회복해야 마당쇠를 부려먹을수 있는데 이건 제가 무수리니 참.... ^^

세실 2008-08-1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년에 낼수 있는 병가 60일로 알고 있는데.....
많이 힘드시겠네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바람돌이 2008-08-18 00:37   좋아요 0 | URL
그게 발병일로부터니 방학 30일을 이미 써먹은게 되어서요. 교사가 아닌 분들한테는 제가 배부른 소리를 한격이지요. ㅎㅎ
세실님의 응원 감사합니다. ^^

bookJourney 2008-08-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데 가족 모두 고생이시네요. 하루 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

바람돌이 2008-08-19 01:39   좋아요 0 | URL
네. 위로해주셔서 감사해요. ^^

미설 2008-08-19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이 고단하셨겠어요. 정말 건강이 최고지요. 정말 그래요, 하루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8-08-20 01:13   좋아요 0 | URL
지금이 더 고단한 거 같아요. ㅎㅎ 기원 감사합니다. ^^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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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커트 보네거트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할테다.
이제부터....
아 이세상에서라고 하면 안되겠다. 이 사람 죽었잖아...
그의 농담처럼 천국에 갔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청산유수같이 말 잘하는 달변의 사람? 별로 안좋아한다.
한마디를 해도 단숨에 주변의 무거운 공기를 확 날려버리지만 또 그것이 폐부를 확 찌르는 명쾌함을 가진 사람
사실 누구든 동감할게다.
이게 인간의 화술능력 중에서 최고수의 능력에 해당함을....

커트 보네거트의 책이라고는 얼마전에 <제5도살장>읽고 이 책이 두번째다.
작가가 죽기전에 마지막에 낸 책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80대 할아버지가 쓴 책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진화는 엉터리다. 인간은 정말로 한심한 실패작이다. 우리는 은하계 전체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살 수 있는 이 친절한 행성을 교통수단이라는 야단법석으로 한 세기 만에 완전히 망가뜨렸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은 석유다음이다. 석유란 얼마나 파괴적인가! 당신은 차에 기름을 조금만 넣으면 시속 백 마일로 달리면서 이웃집 개를 깔아뭉갠 다음, 대기권을 찢어발길 수 있다.

아랍인들이 멍청해보인다고? 그들은 우리에게 숫자를 줬다. 한번 로마 숫자로 긴 나눗셈을 해보라.

예수의 가르침이 훌륭하고 대부분의 말이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면 그가 신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겟는가?

네이팜탄은 하버드에서 발명되었다. 진리란 그런것인가?

우리 대통령이 기독교도였던가? 아돌프 히틀러도 기독교도였다

나는 도서관 사서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내가 존경하는 것은 그들의 물리적 힘이나 정치적 연줄 또는 막대한 부가 아니라, 이른바 위험한 책들을 도서관 서가에서 제거하려는 반민주적 불량배들에게 끈질기게 저항하고, 그런 책들을 열람하는 사람들을 사상경찰에게 신고하는 대신, 열람기록을 몰래 파기하는 양심과 용기다

                                                                                  책 속에서 발췌

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웃게 되지만 그 속에는 진정한 휴머니스트로서의 커트 보네거트가 숨쉬고 있다.
80대가 되어서도 절대로 달관하지 않고 세상사에 날을 세우고 유머리스트로서의 칼날을 가는 커트 할아버지. 당신이 하는 말과는 달리 정말로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저버린 적이 없음을 이제 알겠네요.
그 위쪽은 살만하신가요? 천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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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사람들
심윤경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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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증왕의 부인인 연제태후의 이야기에서 화랑의 이야기, 김춘추, 향가 혜성가의 이야기, 원효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인것 같으면서도 같은 줄기로 이어지고 있다.
고대의 신라는 그야말로 소백산맥 아래에 치우쳐 있는 작디 작은 소국에 불과했다.
일찍부터 중국과 대결하거나 교류하며 국제성을 키워왔던 고구려나 백제와는 다른 것.
고신라의 예술품들을 보면서 흔히 고졸하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건 어떤면에서는 촌스럽다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신라가 외부로 눈을 돌리고 확장을 위한 새로운 이데올로기 - 불교로 대표되는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기에 그것에 대한 고대신라인들의 태도를 작가 심윤경은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대사회에서 흔히 왕은 신 또는 신적존재이다.
신적 존재 또는 신이라는 것은 어쩌면 왕권을 더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 왕의 신적역량 또는 무당적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때는 바로 왕권을 겨냥하는 칼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왕들은 끊임없이 신비한 탄생설화나 신적인 예지 능력같은걸 보여주어야 했고 이것은 소설속에서 신국이라는 이름과 성골출신 왕들의 신체적 거대함으로 표현된다.
실제로 삼국유사에서는 왕의 신체적 특징이 아주 거대했다는 기록은 지증왕과 진평왕대에 나올뿐 나머지 왕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지증왕은 내물왕 이후 고구려의 끊임없는 간섭을 받고있던 신라가 드디어 외부로 눈을 돌리며 확장을 시도하기 시작하는 시기의 왕이며, 진평왕은 불교를 받아들인 신라왕실이 왕실의 부처가계화를 시도하며 왕족에 성골개념을 만들어낸 이다.(이것은 물론 확실한 것은 아니며 성골과 진골의 구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일치된 학설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견해중 하나이다.)
이 두왕의 기록에서 작가 심윤경씨의 신국 신라 이야기는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신국 신라는 거대한 신체를 가진 성골 왕- 즉 신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이며, 신들의 교합제에 의해 풍요를 가져오는 나라.
이런 설정만으로 본다면 황당하기 그지 없지만 이것을 당시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 신라 각계 각층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면 의외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아진다.
고대의 전통신앙에 대항해 새롭게 합리성으로 무장해 밀려오는 중국문화를 걱정하는 연제태후
혼인을 앞두고 열린 연회에서 세상의 변화를 직감하고 거기에 대항하거나 합류하거나 하는 귀족들.
진골 최초의 왕이 된 김춘추가 가지는 성골에 대한 열등감이 대식과 그로 인한 파멸로 이어진다든가...
신라 전통의 신앙이 혜성을 물리쳤음에도 이미 시대와 왕은 불교의 편을 들어주어 고대신라의 퇴장을 씁쓸하게 보여주는 혜성가 이야기
신분의 차이를 무릅쓰고 야밤도주를 통해 뜻을 이룬 김서현과 만명부인,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김유신. 자신의 사랑을 위해 그토록 정열적이었던 만명부인이 아들의 천관녀와의 사랑에 대해서는 그토록 엄격했던 이율배반을 문화의 충돌과 변화로 풀어가는 천관사 이야기.(난 천관사 이야기는 원효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김유신 집안의 이야기로 읽었다)

고대사회는 워낙에 기본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사실상 그 시대를 실증적으로 복원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틈새가 이야기가 만들어질 공간을 더없이 넓게 펼쳐내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것을 흥미로우면서도 나름 공감이 가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것이다.
한줄 내지 두줄의 자료에서 그 시대의 사람들을 재창조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창조의 힘을 만끽할 수 있는 영역일테니...
일전에 비슷한 시기를 소설화한 <미설>이란 작품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공감의 힘에 있어서 <미설>과 <서라벌 사람들>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이것이 이야기꾼의 힘이 아닐까?
발표하는 책마다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꾼 심윤경씨.
다음 작품은 어떤것이 될지 벌써 기다리는 즐거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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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씨의 신작 소설 <서라벌 사람들>을 재밌게 읽었다.
처음엔 이거 뭐야? 하다가 정말이지 한줌도 안돼는 짧은 글에서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펴는 작가의 입담을 들으면서 아! 이야기꾼의 능력은 참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 이야기들의 원래 기록이 궁금해졌다.
옛날에 머리싸매며 보던 책이 뒤지니 나오네...^^

<연제태후>와 <삼국유사 제1권 기이편 1 지철로왕> - 지철로왕은 지증왕을 가리킨다. 지증은 시호
....왕은 영원 2년 경진에 즉위하였다. 왕의 음경의 길이가 1척5촌이어서 좋은 짝을 구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사신을 보내 3도에서 구하게 하였다. 사신이 모량부 동로수 아래에 이르렀을때, 두 마리의 개가 크기가 북만한 한 덩이의 똥 양쪽 끝을 물고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마을 사람을 찾아가니 한 소녀가 있어 알려주기를 "이 고장 상공의 딸이 그 곳에서 빨래를 하다 숲속에 숨어 싼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집을 찾아가 조사해보니 신장이 7척 5촌이어서, 이런 사실을 왕에게 보고하였다. 이에 왕이 수레를 보내 맞이하여 궁중으로 들어오게 해 황후를 삼으니 모두 하례했다.

<변신>과 <삼국유사 제1권 기이편 1 태종 춘추공>
왕은 하루에 3두(斗)의 쌀밥과 수꿩 9마리를 먹었는데, 경신년 백제를 멸망시킨 후부터는 점심을 들지않고 다만 아침과 저녁만 들었으니, 계산해보면 하루에 쌀 6두, 술 6두, 꿩 10마리였다.

<혜성가>와 <삼국유사 제5권 감통 제7 진평왕대 융천사의 혜성가>
 제5  거열랑, 제6 실처랑, 제7 보동랑 등 세 화랑의 무리가 풍악(금강산)에 놀이를 가려고 하는데 혜성이 나타나 심대성을 범하므로, 낭도들이 의혹을 느껴 가는 것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 융천사가 노래를 지어 부르니 혜성의 변괴가 즉시 사라지고 일본의 군사가 물러가 도리어 복이 되었다. 대왕이 듣고는 기뻐하여 낭도들을 풍악에 놀러 보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동쪽 물가의
건달바가 놀던 성을 바라보고
왜군이 왔다고
봉화를 올린 변방이 있도다.
세 화랑이 산 보러 간다는 말을 듣고
달도 부지런히 밝히려는 터에
길 쓰는 별을 바라보고
혜성이여! 말한 사람이 있다.
아! 달이 아래로 떠가고 있더라.
어사와! 무슨 혜성이 있을꼬.

<천관사>와 <삼국유사 제4권 의해 제5 원효불기>
.....원효가 계율을 지키지 않고 설총을 낳은 이후부터는 속복으로 바꾸어 입고 스스로 소성거사(小姓居士)라 호하였다. 우연히 어릿광대가 굴리는 큰 박을 얻었는데, 그 모양이 기괴하였으므로 그 형상으로 도구를 만들어 <화엄경>의 일체(一切) 무애인(無碍人)은 한결같이 생사를 벗어난다라는 구절로써 무애라 이름하고, 인하여 노래를 지어 세상에 유포시켰다.
  일찍이 이를 지니고 수많은 부락을 돌아다니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화영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가난하고 무지 몽매한 무리까지도 모두 불타의 이름을 알고 나무의 칭호를 부를 수 있게 되었으니, 원효의 교화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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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8-15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라벌 사람들 읽으려고 빼두었는데 빨리 읽어야 겠습니다.
역시 역사샘 다우십니다~~~

바람돌이 2008-08-15 23:12   좋아요 0 | URL
읽다보면 좀 황당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뒤로 읽어갈수록 각 단편들을 이어가는 솜씨가 정교해지면서 어쩌면 진짜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ㅎㅎ

hnine 2008-08-16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며칠 전에 서라벌 사람들 읽으면서 삼국유사에는 어떻게 쓰여 있을까, 설마 작가의 과장은 아니겠지 생각했더랬습니다. 이렇게 찾아보고 글을 올려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

바람돌이 2008-08-16 03:26   좋아요 0 | URL
과장맞죠. 저정도의 글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뽑아냈으니... 그게 작가의 힘이겠죠? ㅎㅎ

진주 2008-08-16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맛이 화악~당기는걸요~
저 원본을 워떠케~꾸며놓았을지 기대만발^^

바람돌이 2008-08-16 21:37   좋아요 0 | URL
제가 심윤경씨의 팬인건 생각하시고 읽으셔요. 그게 취향차이도 있으니 말예요. ㅎㅎ 근데 참 음~~ 그럴수도 있겠네 싶게 그럴듯하게 썼더라구요. 재밌었어요. ^^

마노아 2008-08-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중고샵에서 주문했어요. 담주 중에 도착할 거예요. 기대하고 있답니다^^

바람돌이 2008-08-16 21:38   좋아요 0 | URL
부지런한 마노아님! 이 책이 벌써 중교샵에 떴단 말이지요. 뭐 읽는데 시간은 얼마 안걸리니 금방 읽으실거예요. 마노아님의 재미난 리뷰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무스탕 2008-08-1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해서는 참 어이가 없다.. 생각하다가 점차 재미있어지더라구요 ^^
어쩜 작가분은 이렇게까지나 상상을 하실수 있는건지..
<변신>을 읽고는 조금 놀랐지요. 우린 여지껏 왕님이라 하면 그야말로 신성시 하며 살았는데 이렇게 뒤집어 읽어내는 왕님의 모습이라니..
<천관사>는 혼자 흐믓해 하며 읽었어요. 유신과 천관녀의 사랑을 보상받는 느낌이었어요 :)

바람돌이 2008-08-16 21:39   좋아요 0 | URL
그쵸? 처음에는 좀 어이없다가 이게 갈수록 수긍이 가지는... ㅎㅎ
저도 김춘추가 진골로서의 열등감을 가졌을거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는데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어지더라구요. 물론 역사책에는 어디에도 안나오는 얘기지만 말예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