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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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전 2권에서는 주로 위기시대의 인물들을 다루고있다. 몇의 예외는 있지만...

조선의 지배층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던 위기는 임진왜란보다 오히려 병자호란이었다.
어찌됐든 임진왜란은 이긴 전투였고 병자호란은 오랑캐라 멸시하던 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의 예를 올렸던 치욕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가 집권하면서 조선은 의리와 명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사회로 이행하였다. 어떤 면에서든 명분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시기에 실리와 현실은 힘을 잃는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가 그러했듯이...
인조에게 항복의 순간은 얼마나 치욕이었을까?
자신이 금수의 앞에 꿇어 엎드려 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는 것은 군주로서의 위엄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이었을테다.
게다가 인조가 누구인가?
광해군을 쫒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아닌가?
언제든 자신의 왕권의 부당성이 제기될 수 있는 칼날같은 삶을 살았으리라....
그런 인조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고 와서 이제 청의 문물을 배우고 그것을 조선에 들이려는 것은 아들이라해도 결코 용납될 수 없었으리라...
절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조선사회에서 다른 세상을 먼저 보고 온 이의 비극!
백성들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소현세자 부부가 위정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노예로 끌려간 백성들을 구하고 위로할때 그것은 아버지 인조에게는 무능한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으리라....
왕조체제의 절대적 한계는 결국 이런 것이다.
어떤 개혁도 어떤 발전도 결국 왕권의 유지강화라는 테두리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춘추에 대한 평가는 반갑다.
고구려에 대한 환상은 항상 신라를 특히 신라의 삼국통일의 의의를 내려깎는 요인이 되어왔다.
고구려가 중국과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는 김춘추를 항상 사대주의자로 내몰았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승리만을 얘기한다.
수나라와 당나라라는 거대 제국과의 전쟁에서 그것도 고구려 땅 내에서의 전쟁이 불러온 가공할 결과를 무시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승리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 거대제국을 상대로 승리한 고구려의 힘은 정말로 대단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고구려가 수, 당에 대한 강경책덕분에 벌어진 전쟁은 다름아닌 고구려땅에서 벌어졌다.
고구려의 백성들이 모든 경작지의 수확물들이 적의 식량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태우고 성안으로 들어가 수성전을 벌이는...
전쟁에서는 승리했다 해도 적이 물러가고 성을 나온 백성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위정자라면 전쟁이 아닌 다른 방식의 승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닐까?
강대국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이 어려웠던 신라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과연 그렇게 많았을까?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벌였던 김춘추의 외교전은 고구려의 환상을 걷어내고 다시 평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사전에서는 그 첫번째 발걸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병자호란이다.
끝까지 자신의 명분을 지키고 명예를 지키는 것은 위정자로서는 오히려 쉬운 일이다.
척화파의 대표인 삼학사가 그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백성이 있었는가?
아니 그들에겐 자신의 명예가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국가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위정자가 아니라 단지 초야의 한 선비일뿐이었다면 그들의 지조를 칭찬해주리라....
하지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유발하고 그 전쟁에서 온통 백성들을 희생시키고 그러고도 그 희생이 모자란다고 명분을 위해 다함께 죽자는 그 발상이 과연 존경받아야 하는가?
이런 무책임한 인사들에 비해 역사에서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의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한이가 있었다.
백헌 이경석!
그라고 해서 자신이 항복과 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자손 대대로 손가락질 받으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하지만 그 길만이 국가와 백성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는 것이 위정자다.
자신의 명예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는 것은 어쩌면  위정자에게는 자기기만이며 무책임일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적 평가를 시도하는 한국사전의 노력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외에도 잘 알려져있지 않던 조완벽이란 인물을 통해 임진왜란때 포로로 끌려갔던 이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 정약용의 과학수사관으로서의 면모를 보는 것도 이채롭다.
인물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평가와 잘 알려진 인물이라 해도 그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한국사전 2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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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23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구려의 농성전법에 대한 지적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바람돌이 2008-08-23 23:42   좋아요 0 | URL
기록이 없으니 알수 없지만 그렇죠? 고려때 몽고침입때 섬이나 산성으로 피하라고 했던 대책아닌 대책들이 가져온 결과가 그랬거든요.
 

가장 했복했던 때는?
둘째 해아가 뱃속에서 쑤욱 빠져나오는걸 느꼇던 순간
이제 다시는 애 안낳아도 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면서 너무 너무 행복했다.
동시에 주변에 아이를 앞으로 낳게될 지인들의 얼굴이 파바박 지나가면서 그들이 너무 너무 불쌍하더라.... ^^;;


가장 두려운 것은?
애들 크기 전에 죽지는 말아야지....

가장 어릴 적의 기억은?
6살 4월 모일 - 옆집 이모가 나를 데리고 어딜 갔었다. 그 이모 따라 갔던 길은 기억이 나는데 어딜 다녀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다녀오니 우리집에 처음 보는 애기가 있었다.(지금의 막내동생) 그날 하루종일 울었다. 앞집에 애기가 있었는데 그 애가 왜 우리집에 있냐고..빨리 그 집에 애기 데려다 주라고.... ^^;;


가장 존경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을 실천하며 사는 모든 사람


당신 자신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자기 합리화에 굉장히 능하다.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으나 인간답게 사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

타인들에게서 당신이 가장 개탄하는 특성은?
돼먹지 않은 권위(나이, 성별, 지위 등)로 남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찍어누르려고 하는 것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교사초임시절, 아! 내가 참 아이들에게 별게 아니구나 싶었던 순간들.
지금은 그거 인정하고 나니까 편하다.

자산을 별도로 하고, 당신이 구입했던 가장 값비싼 것은?
한꺼번에 합하면 책인데...
39만원 주고 산 디카 정도? 노트북은 학교꺼니까...

가장 소중한 소유물은?
물건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 없다. 잃어버리면 아까운건 많지만 그렇다고 뭐 아주 소중하다고 할것까진...
여기 알라딘 서재에 쓴 글들을 다 날리게 되면 그건 진짜 미칠것 같다.

당신을 침울하게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바쁜 것. 아 이게 사는건가 싶어 우울해진다.

당신의 외모에서 가장 싫은 것은?
무거운 것. ㅎㅎ

가장 매력 없는 습관은?
뭐 미리 하는게 없음. 딱 데드라인이 돼야 움직인다.

가장무도회의 의상을 고른다면?
예전에 모 광고에서 이영애가 입고 나왔던 빨간 드레스.
근데 내가 그 몸매가 돼서 그걸 입을 수 있는 날이 올것같지 않다. 그래서 가장이고 뭐고 무도회는 절대 안간다. 거기다 난 몸치다.

가장 죄책감이 드는 쾌락은?
컴퓨터 고스톱으로 날밤을 샜을때....ㅠ.ㅠ


부모에게 빚진 것은?
엄마에겐 모든 것. 아버지에겐 뭐 받았지? 태어나게 해줬고 먹여는 줬구나...

미안하다고 가장 말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고 이유는?
내가 내 생활에 안주하여 행복해 할때 누구는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고, 삶의 전선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사랑의 느낌은?
가만히 있어도 입가에서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
생각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 - 길면 6개월
지금은 그냥 세상의 딱 한명 무조건적인 내편이 있구나 하는 편안함.


일생의 사랑은 무엇 혹은 누구인가?
옆지기(이렇게 써주면 좋아하겠지? ^^) 아이들.

좋아하는 냄새는?
우리 애들 목욕시킨 후 나는 냄새. 소나무 냄새

그런 뜻이 아니면서 "널 사랑해"라고 말해본 적이 있는가?
없다.

가장 경멸하는 생존 인물은, 그리고 이유는?
도대체 한둘이어야 말이지... 대표인물은 명바기지만...


당신의 최악의 직업은?
가난한사람 등쳐먹는 사기꾼. 농사지은 거 훔쳐가는 도둑놈들

가장 큰 실망은?
자기가 힘들때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이 실컷 대신 싸우게 해놓고 나중에 배신때릴때...

당신의 과거를 편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는가?
교사초임시절 - 첫 해에 우리반에 정말 나랑 안맞는 애가 있었다. 걔는 정말 나를 싫어했던 것 같다. 근데 나도 걔를 싫어했다. 걔정도는 아니었지만.... 근데 이런 어른과 아이들의 관계의 문제는 어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걸 깨닫는데 참 오래 걸렸다. 나에게는 그저 교훈이었지만 걔는 1년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어디로 가겠는가?
내가 돌아가고 싶은 시절은 없다. 항상 나는 지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것말고 가보고 싶은 시대라고 한다면 구한말 동학농민군들에게 갈까?
지금의 기관총이라도 가지고 가서 농민정권을 꼭 한 번 세워보고 싶다. ㅎㅎ

어떻게 쉬는가?
잔다. 죽은듯이 잔다. 마음이 힘들때는 만화를 한 30권쯤 빌려놓고 보면서 잊는다.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하는가?
안한지 오래됐다. 섹스상대가 옆지기 밖에 없는 관계로 지금 개점 휴업중이다.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때는?
87년 거리 시위에서 내 옆에 있던 여학생이 최루탄에 맞아 머리에 피가 터지는 걸 봤을때...

당신의 삶의 질을 향상해줄 단 하나가 있다면?
시간

당신의 최대 업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히 예린이와 해아 ㅎㅎ


삶이 당신에게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세상 모든 일 까보면 모두 단순하다.

우리에게 비밀을 하나 말해달라.
옆지기만 아는 내 비밀. 사람들은 내가 아주 대범하고 호탕한줄안다. 생긴게 푸져서 그런 것 같은데 난 남들앞에서 대범한 척 한 적 없다. 그냥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니 이건 정말 내 책임 아니다.
진짜로는 무지하게 쪼잔하다. 뒤끝 오래간다. 인과응보를 아주 좋아해서 나쁜놈이 벌받는것 아주 좋아하고 나한테 아주 섭섭하게 한사람 꼭 기억한다. 언젠가는 한 방을 날릴테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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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21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혹시..??? 바람돌이님을 섭섭하게 한적이 있나요..???

바람돌이 2008-08-21 23:26   좋아요 0 | URL
글쎄요.... 잘 생각해보시라구요. ㅎㅎ

마냐 2008-08-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막판에....뒤끝 오래간다는 고백에서....마음이 급해지는군요. 먼 실수한건 없는지..ㅋㅋ

바람돌이 2008-08-21 23:26   좋아요 0 | URL
이런 고백을 하면 찔리는 사람이 많구만요. 아! 자주 써먹어야겠다. ㅎㅎ
(그러다 여기서 쫒겨나면 어쩌죠? ㅋㅋ)

책읽는나무 2008-08-21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끝 오래가는 대목은 그러고보니 저도 빼먹은 구절이어요.^^
막내동생의 탄생부분이 재밌었어요.
나도 그때가 쬐끔 기억이 날락말락하는데...한참 밖에 있다가 와보니(아마도 외갓집에 있다가 돌아온날이 아니었을까?) 방에 보자기에 싸인 어떤 물건이 있어서 가보니 그안에 아기가 누워있더라구요.근데 그게 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기가 태어났을때인지? 낮잠자는 순간이었는지? 미스테리에요.
동생이랑 나랑은 네 살차인데....다섯 살때의 기억이 남아있을까요?
여튼....아이가 누워있는게 넘 신기했었는데....님은??ㅋㅋㅋ
어린맘에 그럴 수도 있었겠어요.ㅎㅎ

바람돌이 2008-08-21 23:27   좋아요 0 | URL
동생을 보는건 남편이 바람피우는걸 발견하는거랑 같은 강도의 충격이라잖아요. ㅎㅎ 아마 님도 다섯살때라도 그 기억이 맞을걸요. ㅎㅎ
 

1.
아침에 해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이건 내 방학동안 해아에게 한 약속!
다른 아이들이 엄마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게 많이 부러웠나보다.
하지만 힘들어...ㅠ.ㅠ

2.
해아 유치원을 나와 도서관에 가서 도서 반납하고 대출도 하고...
근데 거기서 2년전에 담임했던 머스마 3명을 만났다.
보충 끝내고 봉사활동 시간 채우느라 거기서 도서정리 하고 있더군...
씩씩하게 와서 인사하는게 예뻐서 라면이랑 아이스크림 사주고 무거운 책을 예린이랑 둘이 나눠들고 낑낑거리며 나왔다.(나는 가족회원이라 한번에 12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3.
다시 예린이와 백화점으로...
결혼초기와 예린이 하나일때는 가끔 백화점엘 갔었다.
뭐 여유가 좀 있었단 얘기겠지...
하지만 해아까지 태어나고 난 이후에는 백화점은 정말 1년에 한번쯤 가는 곳이 되었다.
며칠 뒤 지인의 아이가 돌이어서 옷하나 사주자 싶어 나는 못사입히지만 그래도 선물인데 싶어 갔다.
이제 곧 가을이니 가을 점퍼나 가디건 하나 사주자 싶어...
근데 정말 오랫만에 간 백화점의 아이들 옷가격을 나를 기함하게 만든다.
애들 점퍼 하나가 최소 10만원이라니.....
그냥 추리닝 같은 상하복은 거의 8만원대다.
순간 내가 찜해놓고 지금 가격때문에 사기를 망설이고 있는 책이 떠올랐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출판사의 도감들....
이 책 두권이 5만원정도였던 것 같은데 아이 점퍼 하나에 들어간 노력과 재료비가 이 책의 4배쯤 될까?
아! 이건 아냐!!!

 

4.
간신히 세일해서 5만원인 가을 가디건 하나 사서 집으로 돌아와 옆지기 점심 챙겨주고...
예린이 피아노학원 보내고 일단 친정엄마한테 데려오는 건 부탁하고 다시 해아 데릴러 유치원에..
아! 바쁘다 바빠...
해아 데리고 벼르고 벼르던 한의원에를 갔다.
그동안 예린이는 친정엄마랑 동생이 치과가는 길에 예린이 치과치료도 부탁하고...
해아의 비염은 상태가 상당히 심각!
의사가 말 안해도 안다.
어릴때부터 콧물을 달고 살았다.
1년의 반은 항생제를 달고 사는듯.... 그동안 한의원도 여러군데 갔었고 홍삼도 먹였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건 다해봤지만 별 효과 없었다.
근데 오늘 간 한의원에 가보라는 소리를 좀 많이 들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가서 치료하고 난 이후에 많이 좋아졌단 사람이 꽤 있었다.
갔더니 이 의사 너무나 자신만만하게 아무리 오래 걸려도 3개월이면 낳을 수 있단다.
근데 3개월약값이 장난 아니다.
따로 따로 그때그때 계산하면 140만원이다.
그냥 믿고 꾸준히 치료를 하겠다고 생각해서 선수납하면 100만원이란다.
잠시 고민하다가 어차피 다른데서 효과못봤고 여기까지 왔으니 시키는대로 해보자 싶어 100만원 카드 긁고 3개월 치료 예약! ㅠ.ㅠ

5.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와서 잠시 한숨 돌리는데 치과에 갔던 예린이와 함께 친정엄마와 동생이 돌아왔다.
근데 갑자기 친정엄마의 상태가 이상하다.
원래 혈압이 높아 혈압약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치과를 나와 차에 타면서부터 토하고 식은땀과 함께 어지러워하며 잘 걷지를 못한단다.
당장 병원가자는데 엄마는 좀 쉬면 괜찮아 질거란다.
근데 이거 내가 보기에는 딱 흔히 말하는 중풍-뇌졸증증세다.
말도 안된다며 다시 바로 엄마를 끌고 다니던 병원으로 직행!
가면서도 계속 토하고 차에서 내려서는 잘 걷지도 못한다.
병원에 도착해서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응급실로 가 엑스레이-CT-MRI까지 시키는대로 다 찍고 나니 엄마가 좀 진정이 되신다.
결과는 괜찮단다. 휴~~ 다행!!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워낙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는데 현재로는 원인은 잘 알 수 없지만 뇌졸중은 아니니 그리 크게 걱정하지 말고 집에 가도 된단다.
쓴 돈은 눈물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긴장이 다 풀려버려 기진맥진이다.

6.
병원에서 놔준 주사를 다 맞고 엄마 모셔다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아이들은 안자고 기다리고있다.
그래도 저녁밥은 동생이 다 챙겨서 먹이고 갔는데, 문제는 복숭아랑 모닝빵이 너무 먹고 싶은데 못먹어서라는 것. ㅠ.ㅠ
병원에 있는데 예린이가 문자를 보냈다.
"엄마 복숭아 너무 먹고싶어"
전화를 해서 "예린아 복숭아 다 먹었어?" "아니 있는데 아빠가 못깎아주잖아"
이런 한 팔을 못쓰는 옆지기가 복숭아를 깎아줄 수 가 없어서 못먹는 거였다.
모닝빵은 다 먹어서 없는거고.... ㅠ.ㅠ

아! 정말 사는게 왜 이러냐?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옆지기나 엄마가 운이 나쁜게 아니다.
방학 전부터 시어머니 3주정도 입원으로 병원 쫒아다녔고(시집에 며느리가 셋이지만 옆에 사는건 나밖에 없는 관계로 시어머니 병원수발에 시아버지 식사문제까지 몽땅 내몫이었다)
바톤 받아 바로 옆지기 25일간 입원했었고, 옆지기 퇴원하자마자 친정엄마 나를 기함하게 만들고...
문제는 바로 나야!
내가 올해 무슨 마가 끼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아 정말 어디 가서 부적이라도 쓰야 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솟구치고 있는 순간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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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08-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아 병원비에 어머니 엑스레이 등등 오늘 엄청난 출혈을 하셨네요. 우리가 1-2만원 아끼려고 아둥바둥하다가도 이렇게 큰돈을 뭉쳥뭉쳥 계산하다 보면 어떤때는 사는게 좀 허무해요. 저도 이상하게 몇만원짜리 책 한권은 참자참자하다가도 카드로 몇십만원 긁을때는 차라리 용감해지더라고요. 나한테 쓰는 돈이 아니어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면 더 슬퍼지고요.

바람돌이 2008-08-21 01:27   좋아요 0 | URL
여기선 말안했지만 옆지기 병원비도 있다죠? ㅎㅎ (물론 이건 보험 들어논게 있긴한데 그게 다 나올것 같진 않아요. ㅠ.ㅠ) 진짜 일이만원 아낄려고 바둥거리다 이렇게 한꺼번에 왕창 출혈이 생기면 허탈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게 사는건데... ^^

하늘바람 2008-08-20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제가 다 기진맥진 이네요. 얼마나 힘드셨어요. 돈도 장난아니고요.
어른들 아프신건 정말 넘 힘들지요. 해아가 이번에는 꼭 완치될 거예요. 그렇게 믿으면 더 잘되겠지요 힘내셔요 님

바람돌이 2008-08-21 01:28   좋아요 0 | URL
내가 나이들어간다는 생각이 팍팍 들때가 한 번도 안아프던 어른들이 자꾸 아프기 시작할때네요. 위로 감사해요. ^^

Kitty 2008-08-20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읽다보니 제가 다 헉헉헉 ㅠㅠ
바람돌이님 힘내세요!!!!!!!!!!!!!!!!!!!!!!!!!! 화이팅!!!!!!!!
한국 옷값은 정말 너무 비싼것 같아요.
애들 점퍼 10만원 ㅠㅠㅠ 한국가면 저도 헐벗고 다닐 듯 ㅠㅠ

바람돌이 2008-08-21 01:29   좋아요 0 | URL
백화점 안가면 괜찮아요. 일반 양판점 가면 2-3만원대 옷도 많으니까... 거기서 조금 더 맘에 드는 것 사자면 4-5만원대로.... 한두벌 정도는 보통 4-5만원대 사고 나머지는 무조건 제일 싼 것 중에서 고르면 돼요. ㅎㅎ 근데 우리집은 이제 둘이 체격이 거의 같아서 옷을 물려주지 못하니 미치겠네요. ^^

아영엄마 2008-08-20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이 괜찮으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만 응급실 거쳐 CT 며 MRI 찍었으니 비용이 장난 아니겠어요. @@ 부군, 시어머니 병수발까지 하시느라 몸도 많이 힘드실텐데 한동안은 경제적으로도 벅차시겠어요. 암튼 해아가 이번에는 한약 잘 먹고 비염을 떨쳐버리길 바랍니다! (저도 올 봄에 석 달을 두 아이 한약 지어 먹였더니 가계 허리가 휘청하더이다. 여름에는 두 아이 치과 다니느라 또 휘청..-.-)

바람돌이 2008-08-21 01:32   좋아요 0 | URL
친정어머니 병원비는 동생들한테 얘기했어요. 같이 내자고... 나 요즘 조금 짜쳐니까(힘들어서라는 경상도 말인데) 그냥 같이 내자 하고요. ^^;;
그래도 옆지기랑 해아병원비는 확실하게 부담되네요. 해아꺼는 보험도 나올데도 없으니... 정말 아이들 한약 너무 비싸지 않나요? 어른들 한약도 비싸긴 하지만... 자꾸 감기 걸리고 하면 안먹일수도 없고... ㅠ.ㅠ

hnine 2008-08-20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내세요.
바람돌이님, 수퍼우먼이십니다.

바람돌이 2008-08-21 01:33   좋아요 0 | URL
저 슈퍼우먼 싫어해요. 자기 혼자 할 수 없는걸 하겠다고 자기 몸 축내가며 버티는 인간형이잖아요. 저는 젊어 게으름이 늙어 보약보다 낫다라는 말을 제 신조로 하며 사는 인간인데 요 며칠은 정말 어쩌다보니 눈코뜰새없이 이렇게 되었네요. ㅠ.ㅠ 그래도 위로 감사해요. ^^

조선인 2008-08-2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휘어이훠어이~ 이제부터는 좋은 바람만 불 거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3   좋아요 0 | URL
그쵸? 올해 액땜 이제 다했다고... 아니 한 몇년 액땜은 다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죠? ^^

치유 2008-08-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허리가 휘청거리는것 같아요..살다보면 그럴때가 있는것 같더라구요..하기엔 너무 벅차네요..이젠 좋은일들만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4   좋아요 0 | URL
그래도 뭐 결정적인 불행은 없으니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야죠. ^^
좋은 일은 고사하고 나쁜 일들만 안 일어났음 좋겠어요. ^^

미설 2008-08-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 피곤하시겠어요.. 일단 어머님이 진정 되셨다니 게중 다행이구요..
그런데 그런 때가 늘 겹치더라구요. 봄이 수술 하던때 저희 친정이 말이 아니었거든요, 그동안은 그 많은 식구가 참 복도 많지 돈은 없지만 누구하나 아픈 사람 없고 다들 건강하니 참 복이다 그러고 살았는데 언니도 입원 수술하고 봄이는 말할것 없고 여차저차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니 참 버겁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저는 봄이 하나 끼고 병원에 있느라 모든 상황이 수습되고 다른 사람들 신경쓸 여력도 없었지만 그 때 참으로 이상하게 뭔가 나쁜 기운이 정말 떠나질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병원비 많이 나가면 그래도 이정도 병원비 들여서 괜히 걱정하거나 고생하지 않을 정도의 여력은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고 살아요.
알도도 다음달에 엠알아이 어쩌고 다 찍어보라는데 100만원쯤 깨지게 생겼더라구요.. 돈이 문제가 아니지만 참.. 그래서 정말 건강이 최고라는 건가봐요..

바람돌이 2008-08-21 01:36   좋아요 0 | URL
알도는 어디가 안좋은거예요? 어른들 아픈것도 참 큰일이지만 아이들 아픈건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정말 24시간 병원에서 옆에 있어야 하고, 아이들은 작은게 아프니 맘이 더 아프고... 알도가 별 이상없이 건강하길, 100만원이 헛돈쓰는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할게요.

마노아 2008-08-20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생 많았어요. 어머니 괜찮으시다니 천만다행이지만 바람돌이님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겠어요. 쓴돈과 소모한 에너지에 정비례해서 모두 다 효과 보고 차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 안쓰럽네요...ㅜㅜ

바람돌이 2008-08-21 01: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세상일이 한만큼 딱 효과가 돌아와주면 정말 좋을텐데요. ㅎㅎ
위로 감사해요. ^^

순오기 2008-08-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비염이라면 저도 만만치 않게 병원 출근부 도장 찍었는데요~~ 일단 체질적으로 열이 있는 아이들이 비염이 심하다네요. 제가 해본 방법으론 식염수 사다가 약국에서 주는 시럽약통(플라스틱 용기)에 넣어서 수시로 콧속에 넣어보세요. 하루 열번도 좋고 스무번이면 더 좋고...이거 일주일만 계속해도 완전 효과있고요 한달간 하면 심한 축농증도 깨끗이 낳으니까 속는 셈 치고 한번 해 보세요. 제가 완치를 본 사람이라 자신있게 권합니다.

바람돌이 2008-08-21 01:38   좋아요 0 | URL
아! 해아가 무지 열이 많은 체질이예요. 정말 남보다 땀을 한바가지는 더 쏟는 형인데... 그렇군요. 식염수 사서 코에 넣는건 저도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지라 예전에 제가 해봤거든요. 근데 그게 참 힘들더라구요. 나중에 습관들면 괜찮아 지겠지만 처음이 어찌나 어렵든지... 저는 그냥 저냥 견딜만해서 버티고 있는데 엄마가 못하는걸 아이한테 못시키는거 있죠... ㅠ.ㅠ 이번에 한약 먹고도 도저히 안되면 해아랑 둘이서 마지막 방법으로 같이 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 2008-08-2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식물 세밀화 저런 그림을 저도 그리고 싶어요.하지만 전지현 사진 놓고 그리면 이상하게 전원주 아줌마 그림이 되니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8-08-21 01: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사람이 되잖아요. ㅋㅋ
저는 전지현사진 놓고 해도 사람이 아닌 형체를 알수 없는 뭔가가 되는데요.
 
한국사傳 3 - 기록 아래 숨겨진 또 다른 역사 한국사傳 3
KBS 한국사傳 제작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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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뺀다면 뭐가 남을까?
옛날 처음 답사를 시작했을때는 미술양식, 건축양식을 외우고 기법을 외우고 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그게 어느정도 잡혀가자 시대적 배경이나 사회사쪽으로 관심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어느정도 지나고 나면 결국 인간이었다.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 그것을 만든 사람들, 그곳에 터박고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역사든 답사든 그것은 결국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kbs같은 곳에서 인물사 중심의 역사다큐를 만든다는건 반가운 일이다.
또한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반갑다.

3권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무령왕, 정희왕후, 허난설헌, 홍의장군 곽재우, 광암 이벽, 발해무왕 대무예, 발해 문왕 대흠무, 송강 정철, 세종이다.

무령왕은 그의 무덤인 무령왕릉이 워낙 유명세를 타니 우리에게 꽤 친숙한 이름이지만 실제로 그의 탄생과 즉위는 미스테리하다.
그가 일본에서 탄생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의 자손이라고 하는 이들이 이후 일본 왕실이나 귀족계에 계속 나타나는걸 보면 당시 백제와 일본의 관계가 단순한 우호관계나 교류관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관계였을듯 하다. (하지만 이것을 굳이 사대관계 비슷한 상화관계로 끊임없이 몰아가려는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은 둘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된다)
흔히 웅진시대 이후 백제의 중흥군주를 들라면 성왕을 첫번째로 꼽지만 그런 성왕의 치세가 있기에는 무령왕대의 중흥 노력이 반드시 전제되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이 책속에서 다시 발굴할 수 있었던 점은 인상적이었다.

정희왕후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오히려 그럼으로 해서 이 책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흔히 사극드라마에서(대표적으로 왕과비였던가?) 그야말로 인수대비에 휘둘리는 무력한 대왕대비로 그려지던 분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력한 사람일리가 없는데말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과정을 모두 보고 내조했을 것이고, 이후 세조의 치세동안도 그녀가 왕실에서 배제당하거나 한 일이 없었다는 것은 세조에 의해서도 충분히 인정받는 아내였을텐데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태종의 부인인 원경왕후 민씨가 태종의 정권찬탈 이후 모든 권력에서 배제되어갔던 것과 비교하면 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녀가 측천무후처럼 아예 왕자리를 꿰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지만 조선의 상황을 생각하면 발칙하기 그지없는 망상일뿐....
조선의 왕비 하면 떠오르는 것 두가지 - 덕망 아니면 왕실암투의 주인공이라는 이 양극단의 인상이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정희왕후의 발굴은 그래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허난설헌의 이야기는 그 비극성으로 인해서 오히려 많이 알려져 있는편이다.
뭐 그래서 새삼스럽달까싶은데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녀의 작품들이 좀 더 소개되고 평가되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즉 조선시대 여성지식인의 비극성은 이미 충분히 알려진 듯한데 이미 많이 알려진 부분에 주력하기보다는 시인으로서의 그녀의 뛰어남이 좀 더 중심이 되고 평가되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권력의 속성이라는 것이 부모형제 심지어 자식까지 죽일수 있는거라는걸 역사가 증명한다지만 그럼에도 그런 권력이 치가 떨리도록 싫을때는 역사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이 그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때다.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이 치가 떨리듯...
왕조시대에서 영웅이나 뛰어난 인물의 탄생은 바로 왕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었고 그래서 특히나 임진왜란기에 수많은 의병들이 그의 희생때문에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의병장 김덕령이 그러했고 홍의장군 곽재우가 그러하다.
이 대목에서 한국사傳 프로그램이나 이 책이 좀 더 나아가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단순히 역사적 인물과 그 복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늘 우리 역사에 주는 의미들 이런것들이 좀더 연결이 되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

우리 나라 천주교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이벽을 소개한 부분은 내게는 참신했는데 그건 지극히 단순하게도 내가 잘 몰랐던 인물이어서이다.(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의미이다.)
시대에 용납될 수 없었던 그의 아픈 생애와 함께 그와 함께 했던 당대의 지식인들이 천주교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좀 더 부각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즉 경직되어가던 성리학이 지도적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무력화되던 시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는 새로운 사상으로 부각되었던 천주교가 당대의 젊은 지식인들을 어떤면에서 열광하게 했던 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미진한 느낌이다.

발해의 무왕과 문왕편은 궁금했던 이들이라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쪽의 지명도 생소하고 역사도 워낙 간략한지라 당대의 역사를 재구성하기가 무척 힘들었을텐데 꽤 충실하게 잘 따라가고 있다.
당나라와 발해 말갈족을 비롯한 여러 북방민족들, 그리고 일본과의 외교관계의 변화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그저 시인으로 살았으면 역사에 길이 빛났을 송강 정철, 그러나 정치에 뛰어들면서 피비린내나는 기축옥사를 주도하여 당쟁의 격화를 심하시켰던 그리하여 오명을 남겼던 인물.
이 편에서는 그의 내면을 일찍부터 권력의 비정함에 눈떠야 했던 성장과정의 트라우마에서 찾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상처없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만은 그렇다고 그의 정치적 과오가 가려지는 것은 아닐터이니 어떤 면에서는 역사적 평가라는 것은 참 냉정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 솔직히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이 세종에 대한 서술이다.
누가 내게 우리 역사의 왕들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를 꼽으라면 당연히 세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모든 정책이 무조건적으로 옳았던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듯이 그의 농업 발전 정책들 그리고 그를 위한 각종 과학기구의 발명과 농법의 개발과 지원, 조선의 전통음악의 탄생같은 업적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면 이 책에서는 세종의 북방영토확장정책이 나온다. 그것이 수시로 국경을 침범하는 북방민족에 대한 저지책이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농지확대정책이라는 면도 있었다고 얘기하면서 그 성과를 얘기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세종의 업적이라 할만 하겠다.
하지만 이후 이 곳을 지키기 위해서 세종은 대대적인 사민정책을 쓴다. 즉 하삼도(경상, 전라, 충청)의 농민들을 대거 이곳으로 이주 시킨 것. 당연히 강제였다.
누가 따뜻하고 풍요로운 남쪽 고향을 떠나 머나먼 북방으로 황무지나 다를 것 없는 그 땅으로 떠나려 하겠는가 말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강제 이주를 당했고 그 중 많은 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그 땅을 개척하기 위해 즉 먹고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다가 굶어죽거나 얼어죽어야 했다.
세종의 북방영토확장책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만 얘기하고 그 정책때문에 죽어가야 했던 백성들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
세종을 존경하고 그 업적을 기리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모든 것이 좋았던 것처럼 우상화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몇 가지의 아쉬움은 있지만 그럼에도 읽기 쉽게 우리 역사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한국사傳의 시도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오래 계속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족 - 229쪽 밑에서 2번째 줄 오타 명종의 어머니 윤정왕후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로 바꾸어야죠.(참고로 제 책은 1판 1쇄입니다. 다음번엔 오타 수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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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8-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종 우상화에 대한 우려는 저도 공감합니다.박노자 씨는 세종이 유교적인 가부장제 질서확립을 위해 여성들의 간통을 엄벌로 다스린 인물이었음을 지적했던 적도 있었죠.

바람돌이 2008-08-19 01:35   좋아요 0 | URL
근데 웃기게도 또 유난히 그런 간통사건이 세종대에 많았다고도 해요. 당장 세종의 며느리 그것도 세자빈 두명이 그런 류의 사건으로 폐위당하기까지 하니 말이죠. ㅎㅎ 세종이 후대에 생각하기에 정말 뛰어난 왕이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의 정책들이 또한 대부분 당시의 사대부중심의 지배질서를 확고히 하는 방편이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런 면을 전부 사상해버리고 그야말로 성자화되는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방지라고 있잖아요.그 사람을 둘러싼 사건이 세종 때에 일어났어요.남녀추니잖아요.사방지가...풍기문란이라 하여 사형되었죠.옛날 에로 영화로도 나왔어요.

바람돌이 2008-08-21 01:41   좋아요 0 | URL
사방지가 맞아요. 세종대였죠. 영화제목도 사방지였던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8-08-2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로사항이 많을 때 보는 것이 에로영화죠.

바람돌이 2008-08-25 00:01   좋아요 0 | URL
ㅎㅎ 애로가 풀릴지는.... ㅋㅋ 잠시 잊기는 하겠군요. ^^
 
그림 도둑을 찾아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195
아서 가이서트 지음, 이수명 옮김 / 비룡소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 봤을때 확 땡기는 책이 있고, 처음에는 좀 심드렁해도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어느쪽이냐 하면 후자에 가깝다.
약간 촌스러운 초록색의 표지도 좀 시큰둥하고, 읽어주다보면 아이들은 이것 저것 찿는데 나는 이거 너무 어려운거 아냐 싶기도 하고, 그림도 어떤면에서는 지나치게 세밀해 너무 복잡해보이고...

근데 아이들은 너무 재밌어해서 참 이상타 하며 나도 찬찬하게 다시 주인공 꼬마돼지의 길을 따라서 보게 된다.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앉아 그림책을 열심히 정말 그림 하나 하나를 열심히 보면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에칭기법으로 그려진 동판화의 그림은 신선하고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돼지인 관계로 박물관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돼지가 주인공인게 많다.
기존의 유명한 그림들을 주인공을 살짝 바꿔 돼지로 바꾸다니...
박물관 벽에는 돼지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부조로 새겨져있고,
니케의 여신상과 자유의 여신상을 합쳐놓은 듯한 여자 돼지. ㅎㅎ
그리스 조각에서 튀어나온듯한 말타는 돼지
돼지 천사도 있구나.... ^^
그림 속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과는 그림속 돼지 찾기 놀이를 하며 흉내내기 놀이를 하기에도 좋다.

더불어 그림속 꼬마돼지를 따라 추리를 해가는 과정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그림속에서 뭐가 이상하지? 꼬마 돼지가 그린 이 그림은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우리 다시 한 번 찾아보자
그림책은 계속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며 꼬마돼지의 추리를 따라간다.
아! 이게 이상했구나? 그럼 다른 건 어떻게 생겼었지? 찾아보자. 누가 누가 먼저 찾을까?
아 그리고 아이들과 읽을때는 발견못했는데 없어진 그림의 공통점도 있네?
그게 뭔지 내일은 다시 애들과 찾아봐야겠다.

결국 찾아낸 그림도둑의 정체는?
사실 그림 도둑의 정체보다 더 기가 막혔던건 그림을 훔친 이유라니...
그들의 식당을 장식하기 위해서라니 말이다. ^^

아이들 그림책에서는 탐정류를 보기 힘든데 참 잘 만든 탐정그림책이다.
아이들과 하나 하나 찾아가는 재미가 정말 쏠쏠하다고 할까?
더불어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호감도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
한동안은 두고 두고 우리 아이들 손에서 즐거울 책이 하나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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