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3
버나 알디마 지음, 김서정 옮김, 다이앤 딜론 외 그림 / 보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공연시간이 다가오면 마사이 마을 사람들은 기대에 부풀어 막 앞으로 모여듭니다.

엄마 마사이가 누구야?
음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 중 하나란다.
이 사람들은 정말 빨리 뛸 줄알고 사냥도 잘하는 사람들이야.
근데 여기 그림봐!
표지에 보면 머리를 길러서 묶거나 땋은 사람들 있지? 이 사람들은 다 남자란다.
그리고 요 페이지에 보면 머리를 빡빡 밀어서 대머리처럼 있지? 이 사람들이 여자야.
정말?? 와 웃기다~~~
마사이 사람들은 우리랑은 반대로 머리를 기른단다.
나도 알아 엄마 사람은 다 다르잖아. 그치?
근데 여자들은 귀걸이랑 목걸이를 많이 해서 예뻐 엄마
그래 이런 목걸이 귀걸이 엄마도 하고싶다. 정말 예쁘지!
나도 나중에 커서 이런거 하고 싶어 엄마!

다른 그림책보다 읽어줄때 도입부가 많이 길어졌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여느 그림책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마시아족 사람들이 동물을 가면을 쓰고 나와 한바탕 연극을 벌인다.
내용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사는 토끼가 어느날 집에 들어가보려니 누군가가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린 것.
자신의 집을 빼앗겨 너무나 분하고 원통한 토끼는 정말 화가 치밀지만
집안에서 반복되는 "나는 길쭉이다. 나무도 통째로 먹어 치우고 코끼리도 밟아뭉갤 수 있다. 썩 꺼져라! 안그러면 너도 밟아 뭉개버릴테니까!"라는 걸걸한 목소리.(우리 아이들은 나중에는 이 소리가 나오면 지들이 더 큰소리로 따라하며 낄낄거리더군..)
굉장히 무서운 놈 같은데 들어갈 방법은 없고 토끼는 미칠 지경이다.

그 순간 개구리가 토끼를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토끼는 자기 보다 작은 놈이 뭘하겠냐며 무시해버리고...
연이어 온갖 동물들이 나타나 토끼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집안에 있는 동물을 끌어내기 위해 집을 부수려고 하니, 집을 너무 소중하게 가꾸는 토끼는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 토끼가 무시했던 개구리의 등장차례!
힘이 아니라 꾀를 써서 결국 집안에 있던 괴물을 끌어내고야 만다.
그런데 그 괴물의 정체는?  ㅎㅎ 이건 책을 보는 분들을 위해 남겨두자.

보기 드문 마사이족의 옛 얘기라는 매력
풍부한 색채는 조금은 낯선 아프리카를 닮은듯하고
그림의 모양도 아프리카 지역의 미술 분위기를 많이 풍긴다.
아마 작가가 의도한바겠지만....
그리고 중간중간에 알아들을 수 없는 의성어, 의태어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토끼가 울때는 울루 울루 울루 하고 울고, 자칼이 도망갈때는 끄삐두, 끄삐두 하고 달아나는 식이다.
우리와는 다른 이런 말들이 조금 생뚱맞기도 하다가 아이들과 같이 흉내를 내면서 읽어보면 의외로 재밌다. (동물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방법도 이렇게 다 다르다는걸 가르쳐줬지만 아이들은 조금 이해가 안되는 표정! ^^;;)

아이들과 잠깐이라도 늘 보는 것과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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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뇌가 쑥쑥 자라는 우리 아이 첫 미술수업
필립 르정드르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참 막막하다.
원래부터 그림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고...
강아지 한마리 그려달라고 해도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이 책의 소개를 보면서 가장 눈이 확뜨인 부분도 바로 이부분이다.
가장 기본적인 도형으로 동물들을 쉽게 그릴 수 있다는 것.
원래 모든 사물의 기본은 원, 세모, 네모라지 않는가말이다.
미술사책들을 보면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피부에 확 와닿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다보니 정말 그렇다는걸 확실하게 알겠더라...

알파벳순으로 47가지의 그림도안이 들어있다.
정말 원, 타원, 네모, 세모 그리고 약간의 직선이나 구불구불한 선들만으로 동물들을 모두 그려내다니 내가 그리면서도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은 더더욱 감탄이다.
8살 큰 아이는 책을 보며 혼자서 그리는데 그려놓고 보면 영락없는 개미, 오소리, 영양들이 그려지는걸 보면서 환성을 지른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확확 불어넣어주는데는 딱 그만인것 같다.

이 책의 효과에 대해서 보자면 제목처럼 감각 뇌가 쑥쑥 자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식의 그림 그리기가 실제 그림실력의 향상을 가져다 줄지 어떨지는 미술교육에 완전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 수없지만 중요한 건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는걸 즐길줄아는거 아니겠는가 말이다.
예전에 미술심리치료에 대한 강좌를 들으면서 알게된건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초등 3-4학년쯤 되면 더 이상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은 아이들의 지각이 그 때부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는데 알다시피 그게 어디 그냥 되냐말이다.
이때부터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한데 특별히 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은 이때부터 그림에 대해 좌절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그림그리기를 싫어하는 것으로 이어진단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책은 아이들에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책으로 그만인 것 같다.
아이 입에서 "나는 매일 매일 두개씩 그릴거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뿌듯해하는 부모랄까? ㅎㅎ
다만 쉽다 쉽다 해도 6살짜리 둘째는 조금 어려워한다.
그리고는 쉽지만 동그라미도 삐뚤거리고 타원도 균형이 좀 안맞고 그러다보니 완성된 그림도 뭔가 약간 어색하고...
아마 7살 정도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약간 옆에서 도와주면 어느정도는 그려낸다.



8살 예린이의 그림 - 혼자서 다 할 수 있다.





6살 해아의 그림 - 저 다리 부분이나 이런건 좀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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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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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랫만에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잡았다.
한 번 잡으면 워낙에 중독성이 강해 오히려 왠만하면 뒤로 미루어두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나 책을 잡자 마자 결국 다 읽을때까지 다른 일은 다 미루고 새벽까지 책을 읽게 되버렸다.

한 여자가 갑자기 사라진다.
약혼까지 하고 곧 결혼할 남자를 두고, 우연히 신용카드를 만들려 하다가 개인파산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
그녀는 왜 사라졌을까?
휴직중인 형사 혼다는 여자의 연인인 처조카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곧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그녀 세키네 쇼코는 진짜 세키네 쇼코가 아니었다는 것.
어떻게 된 일일까? 그럼 그녀는 누구지? 진짜 세키네 쇼코는 어디에 있지?

전혀 풀릴 것 같지 않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여기도 풀어보고 저기도 풀어보고 하면서 쫒아가는 길은 잠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아! 나도 궁금해 죽겠다.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뒤쪽을 살짝 먼저볼까? ㅎㅎ

하지만 이것 뿐이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이다지 나를 잡아끌지는 못할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가지는 강점은 책속 형사인 혼다를 따라가는 길에 사라진 그녀- 범죄자일지 모르는 그녀를 어느새 동정하고 마음아파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혼다의 마음이 되어 그녀를 이해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범인이 누군지 왜 그랬는지가 궁금증의 다가 아니게 되고 그녀가 그토록 절박하게 되었던 이유, 그리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궁금해지는 것이다.

신용불량이니 개인파산이니 하는 말은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것을 사회 전체의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여전히 부족하다.
대부분이 개인의 불성실이나 잘못으로만 치부해버리는 것이 여전히 많은것 같으니...
이 책은 이런 현대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사회 구조와 끊임없이 상업적 환상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음을 고발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정말로 다시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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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8-08-24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한번 잡으면 놓기 정말 힘들지요. 가독성도 그렇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왠지 예사롭지 않더군요.

전 이 책을 꼭 읽고 싶어서 중고샵을 통해 간신히 구해놓고선 아직도 못 읽고 있답니다. 언제든 읽어야지...하면서도 매번 기회를 놓치게 되네요. ㅠㅠ;;

바람돌이 2008-08-24 23:54   좋아요 0 | URL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요즘 일본 소설이 진짜 인기인지 방학 하면서 도서관에 일본 소설들이 싸그리 대출되고 거의 비어있더라구요. 뭐 간신히 빌렸죠. ㅎㅎ 모방범 보다야 못하지만 그래도 미야베 미유키의 진면목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이었어요. 빨리 읽으세요. ㅎㅎ

마노아 2008-08-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영주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진짜라면 기대가 꽤 커요. 200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잡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설정들이잖아요ㅜㅜ 안 그래도 볼 책 많은데 미미여사한테까지 꽂혔으니 저는 큰일이에요^^;;

바람돌이 2008-08-24 23:57   좋아요 0 | URL
아 변영주 감독이요? 이거 진짜 기대되네요. ^^
모방범은 보셨나요? 전 모방범이 최고던데... 뭐 그다지 많이 봤다고 할수는 없지만요. 미미 여사는 화차나 모방범같은 사회파 추리소설이 딱인것 같은데 어찌나 곳곳으로 외도를 하는지... 그런데 아무래도 초능력 얘기나 게임, SF쪽은 좀 떨어지던데 말이죠. ^^

노이에자이트 2008-08-24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는 20대 초반들에게도 인기가 있더군요.근데 이 분 작품은 분량이 상당하더라구요.

바람돌이 2008-08-24 23:57   좋아요 0 | URL
저도 20대랍니다. 마음만... ^^
분량이 장난 아니지만 워낙 가독성이 뛰어나서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해요. ^^

노이에자이트 2008-08-2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몸매와 목소리가 20대!!! 마음은 해맑은 10대! 배가 안 나왔어요!!! 근육도 탱탱하구요.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섞어놓아도 다 분류할 수 있어요.

바람돌이 2008-08-25 23:40   좋아요 0 | URL
윽! 배 얘기에서 항복... ^^;;
 
청구회 추억
신영복 지음,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 돌베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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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아 간 학교는 이 대도시에서도 외곽지대, 아주 가난한 동네였다.
여기 무슨 학교가 싶을정도로 온갖 공장으로 둘러싸인 낮에는 사람그림자 보기도 힘든 동네.
이 도시에서는 1960, 70년대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갔던 그러나 이제는 대부분 쇠락해가는 공단지역내에서 아직 남은 공장들에서 뿜어내는 온갖 오염물을 들이마시며 사는 곳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가난했다.
한 해는 우리반에서 제일 잘 사는집 애가 동네에서 쬐끄만 세탁소를 하는 집이었다.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애정이나 보살핌에도 늘 굶주려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 때는 한 반에 50명정도 됐었는데 3년간 담임하면서 대졸 학부모 한번도 못봤고, 그나마 부모중 하나가 고졸인 경우도 겨우 10여명 정도? 나머지는 중졸, 국졸, 아니면 무학.....
1960년대 얘기가 아니다. 1996년의 얘기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늘 애처롭게 바라보며 뭔가를 더 주기 위해 그들을 좀 더 안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았다.
몇몇은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헌신적인 선생님들도 꽤 되었다.
아이들은 중학생인 주제에 늘 담배냄새에 쩔어다녔고 가끔은 술이 덜깨서 헤롱거리며 등교를 하기도 했고 행동도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험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었다.
늘 애정에 굶주린 아이들은 조그만 관심과 배려에도 감격하고 선생님을 졸졸 쫒아다니는....

같이 초임발령을 받은 선생님 중에 남자 체육선생님이 있었따.
적당한 키에 괜찮은 외모에 초임답게 늘 열성적이었던...
그가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그 선생님은 체육시간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들만 뛰게 하지 않고 늘 같이 뛰고 하나 하나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리고 방과후에도 늘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번씩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체육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자주 말하였다.
나중에 다른 학교에 가서 느꼈지만 다른 곳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이 가난하고 작은 아이들에게 체육선생님은 무엇이었을까?
이제 막 사춘기를 통과하고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학교 남자애들에게....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 애들에게 체육선생님은 그들이 처음으로 제대로 만나는 역할모델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집이나 주변은 생활고에 시달려 늘 아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없거나 아니면 술에 쩔어있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하게 사라져버렸거나 혹은 폭력적이거나 그런 남자 어른들로 가득차 있었던 것이다.
tv의 스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지 그들의 현실적인 모델링의 대상이 될수는 없었다.

신영복선생의 청구회추억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의 일들이 이렇게 장황하게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에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고 증보판을 보지 못했으니 처음 접하는 에세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청구회를 만든게 신영복 선생님의 20대였던듯 하다.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을때면 느껴지는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난 오랫동안의 감옥생활로 인한 사색과 관조덕분일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제목만 봤을때는 무슨 노동조합내의 소모임 비슷한 걸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잠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
20대는 이제 막 사회에 대해 눈을 뜨고 또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쉬운, 그래서 거시적인 것에 목을 매고 나머지 자잘하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나 상황들은 쉽게 무시되어버리는 그런 시기인듯하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런 20대에 누가 소풍길에서 생전 처음 만난 아이들을 신경쓴단 말인가?
신영복 선생이니까 그랬겠구나 싶어 그의 사람됨의 깊이가 더 깊숙히 느껴진다.

가난한 동네의 그만그만한 아이들에게 당시의 신영복 선생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 예전 학교의 그 체육선생님 같은 이는 아니었을까?
그 체육선생님은 모든 조건이 일단 주어졌지만, 신영복선생의 경우 자신이 그 조건을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성을 다했다는 면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다가갔으리라 싶다.
아이들의 성장기에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일생을 두고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는 그런 믿음이 되기도 한다.
신영복선생은 그것을 이론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비단 아이뿐이랴.
누구든 사람을 만날때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세상에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세상에 내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누구를 만나든 나는 나의 진심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가?
피상적인, 마음없는 만남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를 돌아보고 나의 주변 사람을 돌아본다.

덧붙이는 글
1. 따뜻한 진달래빛 표지의 그림부터 책속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 그림들은 어떻게 보면 일면 촌스러워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보면 그 색채들은 어릴 적 향수를 아련히 자극하고 과감하게 생략된 얼굴의 이목구비는 오히려 아이들과 신영복 선생님 사이에 흐르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림이 아니라 글이 주인이라며 한 발 물러서 있는 느낌이지만 그럼으로 해서 또한 글에서 느끼는 따뜻한 감성을 포근히 감싸주는 그림이다.

2. 아래에 실린 서평들을 읽다보니 이 책의 출판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이 만만찮다.
비판의 요지는 결국 우려먹기이며 출판사의 상업적 의도가 지나치게 드러난다는거 같은데 일면 동의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이미 발표된 글을 다시 우려먹으면서 책 역시 고급재질에 만만찮은 가격이고 책의 분량 역시 턱없이 작으니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일게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굳이 여기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은 건 또 왜인지...(내가 출판사 관계자도 아닌데 말이다. ㅎㅎ)
책이라는게 같은 글이라고 해서 꼭 같은 형식으로 한 번만 출간될 이유가 있는지?
또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난 이 책속의 그림들이 맘에 든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 때문에 소장하고 두고 두고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이에게는 이 길지 않은 글과 그림이 마음의 위로가 되거나 자신을 반추하기에 딱 좋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출판사의 상술이라는 것도 이런 책이 시리즈로 나오고 그것에 올인하는 출판사라면 분명히 퇴출되어야 마땅하리라 생각된다.(새로운 책과 작가, 기획에 무능한 출판사일 것이므로...)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돌베개라는 출판사는 그렇지 않다.
돈 안되는 무수한 책을 뚝심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요즘의 사회에서는 고마운 그런 출판사다.
그런 출판사에서 이런 책을 내놨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구판을 읽고 뒤에 나온 신판이나 엽서 같은 책들을 보지 않음으로써 이 글을 읽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있지 않았을까?
또 굳이 그게 아니라도 글과 그림을 어우러지게 하여 보는 책보다는 하나의 예술품으로서의 책에 방점을 두는 그런 책을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 않았을까?
보기에 아름다운 책,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책 말이다.(그것이 개개인의 취향에 맞아떨어지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순전히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변명 아닌 변명이 길어진다.
그저 돌베개라는 출판사에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 책을 두고 두고 읽다가 우리 아이들과도 언젠가는 같이 읽고 싶은 이의 변명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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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8-08-24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하는 아이들이 어떤 역할모델을 만나는가가 정말 중요한 문제다....그렇군요. 공감가는 대목입니다. 제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뚜렷하게 생각나는 선생님이 안 계십니다. 아마도 제가 무딘 탓이 크겠지만 그래도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왠지 허전해지더군요. 이맘때마다 생각나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자연히 울아이는 저와 같지 않길 바라게 되더군요.
그나저나 '청구회'가 초등학교 아이들과의 모임이라니, 역시 신영복 선생님이란 생각이...^^

바람돌이 2008-08-24 23:5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신영복 선생은 젊을때조차도 약간 도인같은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요즘은 좀 더한 것 같긴하지만... ^^ 학창시절 정말 존경할만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일종의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요. 참 드물었잖아요.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8-08-2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면서 이게 어떤 모임일까 궁금했는데 리뷰 보고서 의문이 풀렸어요. 정말 신영복 선생님 다운 모습이네요. 짠하고 먹먹하고 그래요...

바람돌이 2008-08-25 00: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보고는 신영복이라는 이름값과 맞물려 뭔가 좀 그래도 불온한게 있는 단체였으리라 지레짐작하기 딱 쉽잖아요. 근데 초등학생이라니... 걔들과 책도 한달에 한권씩 같이 읽는데 로빈훗 이런거더라구요. ^^ 그래서 신영복선생이 더 존경스러워지는건 참 뭔 맘인지... ^^
 

서재 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한게 2004년 9월 20일
첫 리뷰를 썼다.
좀 있으면 만 4년을 채우게 되는구나...
원래 내가 좀 질긴 구석이 있긴 하다만 여기 이렇게 오래 둥지를 틀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내 글에 첫 댓글이 달린건 서재시작하고 한달 보름정도 뒤인 11월 6일
요즘은 글 올라오는게 조금 뜸해지신 키노님이었다. 두번째는 자명한산책님이었구나 세번째는 수선님....
첫 댓글을 받았을때의 기쁨이 소롯이 떠오른다.

뭐하다 이런걸 다시 봤냐고?
오늘 문득 보니 방문자 6만힛을 넘었다.
전에는 이런걸로 하는 이벤트도 많았고 또 내가 안잡아도 누군가 잡아주기도 했었는데... ^^

6만힛을 보면서 이벤트 생각을 잠시 했지만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금전적인 압박 더하기 왠지 썰렁해진 이벤트 분위기 이런게 또 소심한 나를 주저앉힌다.
그래, 그냥 먼지나 털지 뭐....

중간에 페이퍼들은 나름대로 정리를 좀 해서 뭔가를 찾을때 어려움이 없는데, 리뷰는 달랑 아이들 책, 내책으로만 분류를 해놔서 이거 손 좀 봐야하는데 하던걸 오늘 드디어 실행
내 책들의 카테고리를 6개로 나눠봤다.
순전히 내 맘대로 책을 분류하는거긴 하지만 어쨌든 리뷰들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정말 노가다네....ㅠ.ㅠ
1시간 30분쯤 걸린 것 같네...
하다가 이 오밤중에 무슨 체조도 아니고 싶기도 하고....

일단 그동안의 내 독서성향부터 보자
역사 - 여행서도 역사적 성향이 강하면 이쪽으로 넣었다. 리뷰 총43편
         도대체 이게 뭐야? 나 전공 맞아? 지난 4년간 진짜 공부 안했구나... 반성모드 돌입!

문학 - 소설 그리고 만화, 리뷰 총 122편
         이러니 공부를 안했지...

내가 사는 세상 - 역사, 예술분야를 제외한 인문사회과학도서들 리뷰 총25편
                       이것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분야인데 역시 점점 공부랑은 멀어진다.

미술 그리고 예술 - 예술도 붙여놨지만 거의 다 미술서적이다. 리뷰 총 27편

여행 - 여행의 로망을 대신해줄 여행서들과 여행관련 에세이들 리뷰 총 18편

에세이 그리고... - 위의 분야를 제외하면 내가 읽는 책이 음 별로 다양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나중에 에세이를 따로 분리해낼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에세이들, 육아서적,
                          요리서적, 몇개 안되지만 화장품 리뷰까지.... 리뷰 총34편

꼬맹이들의 서재 - 아이들 책 리뷰 총 55편
                         이상타! 그림책 리뷰는 참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얼마 안썼네....
                         집에 있는 책들만 해도 좋은 그림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게을렀다니...

아 역시 분류해놓고 나니 갑자기 썰렁해지는 기분이랄까?
집은 깨끗해졌는데 뭐 있는게 없어서 텅비어있는 느낌....
서재 청소 노가다를 기념하여 공부좀 하고 살자라고 별 실효성도 없고 오래 갈것 같지도 않은 결심을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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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23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노가다가 그런 노가다였어요.^^
제목을 보고는 서재 정리해서 방출하는 책이라도 있나~ 순간 반짝했어요!ㅋㅋㅋ

바람돌이 2008-08-23 23:35   좋아요 0 | URL
아 이 제목이 그런 오해 내지는 낚시가 되리라고는... ㅠ.ㅠ
그게 제 진짜 서재는 자료용으로 사는 책이 대부분이라 방출용이 별로 없어요. 죄송 죄송... 그래도 모이면 다음에 한번... ^^

세실 2008-08-2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뜻깊은 일 하셨네요.
뭐 책을 많이 읽었어도 리뷰 쓰기 웬지 싫어지는 책도 있잖아요. 나두 해볼까? ㅎㅎ

바람돌이 2008-08-23 23:37   좋아요 0 | URL
뭘 뜻깊기까지요. ㅎㅎ
근데 정리를 하다보니 페이퍼하고는 달라서 리뷰정리는 나름대로 반성도 되고 하던걸요. ^^ 그리고 진짜 리뷰를 뭐라고 쓰야할지 참 감이 안잡히는 책들도 있고 게을러서 안하는 책들도 있고 그렇죠 뭐.. 세실님도 한 번 해보세요. 이거 은근히 시간 많이 잡아먹어요. ㅎㅎ

무스탕 2008-08-2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서재질^^; 을 하셨네요. 일찍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바람돌이 2008-08-23 23:38   좋아요 0 | URL
4년이면 작은 시간은 아닌것 같아요. 무스탕님은 한 2년쯤?? 근데 사람의 정이란게 시간에 딱 비례하는건 아니잖아요. ^^
가끔은 알라딘에 서재 생기는건 시작부터 알았었는데 그 시절부터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해요.

마늘빵 2008-08-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뿌리신다는 줄 알고. ㅋㅋㅋㅋㅋ
요렇게 한번씩 정리해주는 것도 괜찮은데요?

웽스북스 2008-08-23 16:52   좋아요 0 | URL
이제 곧 아프님 정리글 나올듯 ㅎㅎ

바람돌이 2008-08-23 23:38   좋아요 0 | URL
오해를 하게 해서 죄송 죄송해요. ^^
웬디양님 말처럼 곧 아프님 정리글이 나올듯한데요. ^^

웽스북스 2008-08-23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저는 제대로 알아들었어요 ㅎㅎㅎ
리뷰 분류하고 글 정리하고 이런거 은근히 노가다에요
저도 페이퍼 카테고리좀 다시 정리해볼까 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아서 원 ㅋ

바람돌이 2008-08-23 23:3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웬디양님 1년 정리 보고 아 나도 미루고 미뤘던 리뷰 카테고리 정리해볼까 했던 거예요. 이거 정말 은근히 노가다던걸요. ^^
페이퍼 카테고리 정리하고 싶으시면 빨리 하세요. 그건 미뤄둘수록 더더욱 노가다 강도가 심해지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