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디너들 사이에 인기있는 작가중 한명이 김연수씨인것 같은데....
나는 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편.
일단 책 제목이 너무 멜랑꼬리하지 않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란 제목에서는 약간은 공지영씨를 연상케 하면서 조금 더 많이는 대책없이 낭만적 내지는 뜬구름이나 잡고 있을듯한 분위기랄까 하여튼 그런게 느껴진다. 문제는 내가 지금 말한 이런것들을 다 별로 안좋아한다는 것. (이건 물론 순전히 나의 주관 이며 심정적인 편견인것은 당연하다. )
하여튼 별 관심도 없던 이 작가의 책 한권을 손에 든건 순전히 또 제목 때문이다.
여행할 권리라니?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을 권리로 선언한다는건 또 다른 문제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 것, 아니면 그래서 무시당하는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책 제목에 여행자가 들어가거나 아니면 여행기라고 하면 일단 관심을 가지고 왠만하면 보는 내가 아니던가?
근데 이 책에서 만난 김연수라는 작가. 글빨이 심상치 않다.
제목을 붙이는 방법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등등.....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보고 있다는 것.
이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서 꼭 봐야겠구나 하며 급 호감상승중.
근데 김연수라는 이름으로 알라딘에 검색을 하다보니 이 작가의 신작이 예약판매중이다.

아직 이미지도 안떠는 예약판매 상품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라는 작가의 글빨도 기대가 함뿍되지만 그것뿐이라면 기존에 나와있는 책을 읽지, 굳이 예약판매쪽을 뒤적거릴건 아닌데...
중요한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 만주 간도 지방에서 일어났던 [민생단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
여행할 권리에서 중국쪽을 얘기하면 신작소설에 대한 얘기를 간간히 하고 있기에 궁금증이 살짝 일었었는데 책 소개를 보니 정말 호기심 급 상승이다.
<민생단 사건>은 1932년 간도지역에서 일어난 우리 독립운동사의 최대의 비극이라 할만한 일이다. 원래 <민생단>이란 이 지역의 친일정치조직의 이름이었는데 사실상 결성 8개월만에 해산된 별로 한 일도 없는 별볼일 없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보면 사소한 사건
1933년 5월 중국공산당 만주성위원회 순시원으로 간도에 온 반경유(潘慶由: 조선인으로 본명은 李起東)가 훈춘유격대 정치위원 박두남(朴斗南)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반경유를 살해한 박두남은 혁명근거지를 탈출하여 일제에 투항하고는 일본군의 길잡이가 되어 혁명근거지의 파괴에 앞장섰던 것.
그런데 이것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조선인 독립군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의심이 커져가게 되고 결국 일본의 간첩 내지는 민생단이라는 누명을 씌워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을 사살하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거의 2,000명 이상의 조선독립군을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의 원인과 추동력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일국일당주의를 주장하던 당시 국제공산당운동의 분위기에서 조선인과 중국간의 미묘한 어긋남과 당시 공산주의 운동의 좌편향을 들수도 있다.
하지만 한홍구 교수의 경우 당시 간도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이 당의 무오류성이라는 신화에 깊이 경도되어 있던 점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즉 당시 일제에 끊임없이 밀리고 있던 간도지역의 한인소비에트의 실패를 몇몇을 간첩으로 지명하여 희생시킴으로써 책임을 전가하고 동시에 당의 무오류를 입증하려던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이 커지고 복잡해졌다는 것.
어찌됐든 민생단 사건은 독립운동사에 길이 빛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어이없는 죄명을 뒤집어쓰고 같은 민족, 같은 이데올로기적 동지들로부터 살해당했다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사건이다.
김연수씨의 글을 쓰는 스타일로 봐서 뭐 <밤은 노래한다>라는 소설이 이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거나 사건에 집중할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이 부분이 어쩌면 더 관심을 가게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엄혹한 그리고 어이없는 시대를 살면서 자신의 신념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철저하게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의 내면은 어땠을까?
그들이 내면이 부디 김연수씨의 펜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