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휘영청 보름달 아래
밤드리 노닐다가
학주한테 딱걸렸네
학주 하는 말.
셋은 내 새낀데 나머지 넷은 뉘집 자식인고?

이놈의 연애사 집에까지 알려져
엄마한테 왕창깨지고 왔더니
담탱이 하는 말
자고로 고난과 시련이 없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세...
열심히 쓴 한장의 반성문이
애틋한 사랑을 완성시킨다네....

2.
편지지가 제아무리 크다 한들 내 맘을 다 담을수 있을까?
그래서 준비했다네
책상보다 큰 왕표 편지지를...
아 그러나 내 어찌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이 큰 편지지를 담탱이한테 숨길 길이 없음을....

집에 고자질이냐? 연애편지 보여주기냐라니 이 무슨 황당한 요구란 말인가말이다.
그래도 어쩔텐가?
집보다는 담탱이가 나을세...
이런 아뿔싸!!!
학교에서 핸드폰으로 문자보낸걸 써놨다니....
연애편지는 물 건너가고 피같은 내  핸드폰만 뺐겼다네....

--------------------------
저기서 누굴까?
1.
어젯밤 10시 학교밑 모 초등학교에서 데이트를 하던 우리 반 녀석들
마침 밤늦게 퇴근하던 학년부장에게 잡히다. (그렇게 데이트 할곳이 없더냐? 하필이면 학교 밑이냐?)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 데이트를 한 시간 (밤 10시), 데이트 장소(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음침한 초등학교 구석)가 문제가 돼 반성문 쓰는 중.


2.
 아침 자습시간에 열심히 장판지만한 편지지를 놓고 연애편지를 쓰던 우리반 녀석
  너무나도 연애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녀석인지라 어찌나 궁금하든지...
  결국 나의 회유에 보여준 것까진 좋은데...(겨우 만난지 4일된 녀석한테 쓰는 편지 치고는 지나치게 애절하더만... 자고로 여자는 튕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 것을... 쯧쯧...)
아뿔싸 핸드폰이라니.... ㅠ.ㅠ
울 학교 핸드폰 절대금지. 걸리면 6개월 압수라네....
얼마전 인권위에서 핸드폰 금지는 인권침해라고 결정이 났다더만, 솔직히 아무리 인권침해라 하더라도 난 학교 핸드폰 금지에는 찬성.
모르면 몰랐어도 알고는 못넘어가 핸드폰 압수... ㅠ.ㅠ(앞에 압수당한 녀석이 있는 고로 봐주지 못하는 맘도 참 아프단다.)
결국 연애가 문제가 아니라 핸드폰이 문제....

이런 연애의 길은 왜 이리 걸리적거리는 것도 많냐말이다.  불쌍한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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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11-13 10:57   좋아요 0 | URL
요즘은 그냥 아이들이니까 하고 생각하고 말아요. 아이들 앞에서야 그렇게 못하지만... 다만 여자아이들인지라 밤늦게나 으슥한 곳은 걱정되죠. 아무래도 여자애들이 그런 면에서 더 신경쓰이는 건 맞아요. 이번에도 애들한테 잔소리를 해댄건 너무 밤늦은 시간이라서요.

무스탕 2008-11-1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편지쓰다 걸린 아이 귀엽네요. ㅋㅋ
핸펀은.. 큰애 학교엔 아침에 담임선생님이 거뒀다가 종례시간에 주신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방과후 스케줄이 오죽 바쁘셔야죠 -_-

바람돌이 2008-11-13 11:08   좋아요 0 | URL
휴대폰 때문에 생기는 온갖 문제는 정말 진절머리가 납니다. 애들이 학교에 휴대폰만 안갖고 와도 생길 수 있는 온갖 문제의 반 이상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에는 방과후가 바쁘니까 하면서 아이들 휴대폰도 어느정도 용납하는 맘이었는데 요즘은 절대로 없어도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더 많이 들어요.

조선인 2008-11-1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부러워요. 난 왜 학교 다닐 때 그런 기억 하나 없나 몰라. -.-

바람돌이 2008-11-13 11:08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요즘 애들 제일 부러울때가 저럴때... 전 왜 학교 다닐때 저런 기억하나 못만들었을까요? 그래서 연애하는 것들 보면 더 심술부리는지도.... ^^

꿈꾸는섬 2008-11-13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애들이랑 함께 있으면서 힘도 들겠지만 재미도 있겠어요.ㅋㅋ

바람돌이 2008-11-13 14:15   좋아요 0 | URL
요즘은 어른들과 있는 것보다 그냥 애들과 지내는게 더 즐거워요. ^^

BRINY 2008-11-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에 대학 원서 쓰고 추가합격자 발표하고 그러니까 핸드폰 조례시간에 안 걷는데, 사실 편리할 때도 많아요. 교무실에 앉아서 전화해대거든요. '야~ ** 왔냐?' ''** 내려오라고 해라'''담임이다, 오늘은 4시 정각에 종례하니까 자리에 다들 앉아있으라고 전해라' 등등... 그대신, 수업시간에 몰래 핸드폰 쓰다가 걸리면 압수 1개월이죠.

바람돌이 2008-11-16 23:14   좋아요 0 | URL
옛날에 삐삐 처음 나왔을때 쓰던 수법! ㅎㅎ
고등학교는 현실적으로도 제재가 많이 힘들것 같네요. 중학교는 그래도 마치는 시간이 빠르니까요. 거의 대부분의 애들이 집에 들렀다 학원을 가거든요. ^^
 

한겨레 21 정기구독을 연장했더니 영화시사회 티켓을 준다.
그것도 내가 보고 싶었던 <미인도>
아 근데 정말 하필이면 이번주 일요일 오후 2시다.
일요일은 꼭 아이들과 같이 보낸다는게 내 약속인데...
이번엔 까짓거 아이들 떼놓고 시사회를 가? 말아?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옆지기는 떨뜨름하다.
<미인도>를 별로 안보고싶다는 것.
옆지기 표현대로라면 뭐든지 몸으로 말하는 영화는 싫다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너무 좋아하던 <색, 계>도 보고 떨뜨름.. 재미없단다.
그래도 보고싶다.
내 돈 주고 볼 것이냐? 아님 모처럼 생긴 공짜 티켓을 활용할 것이냐 고민이다. ^^;;

갑자기 영화 초대권복이 터졌다.
옆지기가 어디서 예매권 2장을 얻어오더니
나 역시 알라딘에서 신한카드 결제 이벤트로다가 영화예매권 티켓 4장을 얻었다.
이건 특별한 날이 아니고 아무때나 가면 되는 데다가 유효기간도 2-3달 정도 있으니 천천히 보면 되긴 하는데...
그놈의 시간은 도대체 언제 날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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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11-12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을 영화 주간으로 하셔도 되겠네요.
일요일 하루 아이들과 보내시고, 밤에 심야영화를 보시면 어떨까요? 아니면 내키지 않아 하시는 부군께 아이들 맡기고 보셔도 될것 같은데 ^^

바람돌이 2008-11-12 10:38   좋아요 0 | URL
그게 일요일 오후 2시로 시간이 딱 박혀있는 시사회 티켓이라서요. ㅎㅎ
그리고 울 옆지기는 저 혼자 영화보러 가는 꼴 못봅니다. 별로 안 보고 싶은 영화라도 제가 가면 가야된다죠. ㅎㅎ

순오기 2008-11-1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행복한 고민이 맞습니다~~ 무비데이를 만드세요!
왜 꼭 영화를 옆지기와 같이 봐야죠? ^^
난 혼자서도 잘 갑니다~~ 먼저 보고 두번째는 남편과 보는 것도 있지만...

바람돌이 2008-11-12 10:39   좋아요 0 | URL
음~~ 저희집은 영화는 꼭 둘이서 같이 봅니다. 원래는 영화보는 취향이 거의 비슷해서였는데 워낙 오래 그러다보니 그냥 그렇게 됐어요. 저도 옆지기랑 같이 보는 영화가 제일 좋구요. ^^ 닭살~~~

무스탕 2008-11-1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서방님께 휙~ 던져버리고;; 홀가분하게 가서 보세요.
오랜시간 나가 있는것도 아니고 잠깐인데 표 버리면 아깝잖아요?
아이들한텐 놀토에 만화영화 보여주시고요 ^^

바람돌이 2008-11-12 10:40   좋아요 0 | URL
토요일날 열심히 놀아주고 일요일 오후에 잠시 아이들 친정엄마한테 맡기는 쪽으로 생각중이에요. 사실 이렇게 고민하는거 저만이지 애들은 할머니집에서 논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일테고 할머니도 별일이 없는 한 심심한데 잘됐다 하실거고.... 그냥 늘 아이들한테 미안한 엄마의 자책이죠 뭐... ^^

노이에자이트 2008-11-1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잉꼬부부라는 자랑이군요.좋겠당...

바람돌이 2008-11-13 11:09   좋아요 0 | URL
영화볼때랑 어디 여행갈때만 잉꼬부부죠.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1-13 16:47   좋아요 0 | URL
여행만 가면 싸우는 부부도 있더군요.

바람돌이 2008-11-13 23:05   좋아요 0 | URL
그런 부부는 여행을 안가야죠. 뭔가 다르게 같이 할 수 있는걸 찾아야겠네요. ^^

꿈꾸는섬 2008-11-1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행복한 고민에 빠지셨군요. 극장간지가 언젠지 까마득해요. 애들 좀 더 키우면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에요. 근데 그 영화표 어머니께 선물 드리면 더 좋을거 같아요. 친정엄마께서도 영화보신지 꽤 되셨을 것 같아요. <엄마를 부탁해> 읽고 엄마께 더 잘 해야지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제안합니다. 결혼하고 첫해에 첫 아이 갖고 회사 그만두고 시간나서 엄마랑 연극을 보러 갔었어요. 그때가 아마도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참 좋아하시더라구요. 그것도 벌써 까마득하네요. 바람돌이님 이번주 영화보시고 다음엔 어머니께 표 선물하심 넘 좋을 거 같아요.^@^

바람돌이 2008-11-13 11:10   좋아요 0 | URL
저희 어머니가 좋아할만한 영화가 뭐 있을지 찾아봐야겠네요. 미인도는 아닐 것 같고... ^^ 생각못해봤는데 꿈꾸는섬님 고마워요. 오랫만에 엄마랑 영화보러 갈 계획도 한 번 잡아봐야겠어요. ^^
 
[히틀러의 딸]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첫 번째 서평도서로 받은 책.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아이가 4학년쯤만 되면 꼭 읽혀야겠다고 생각.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전쟁이나 폭력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는건 참 힘들다. 더군다나 히틀러처럼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악인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궁금증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그렇게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었어?라고 아이가 질문을 한다면 어른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이 책이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답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 속에 그 해답이 있다. 마크와 부모의 대화를 통해서 그 대답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들 속의 무관심,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대해서는 설사 그것이 정의롭지 못하더라도 눈감아버리는 비겁함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태도들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토드 스트래서의 <파도 - 너무 멀리 나간 교실실험>

이 책은 히틀러의 광기에 대해 왜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동의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한다. 바로 그 파시즘적 상황을 고등학교 교실에서 실험을 한 것. 결과는 경악할 만한 것이었다.
최소한 중3이상은 되어야 읽고 이해할 수 있겠다 싶지만 히틀러의 딸을 초등학교에서 읽은 아이들이 나중에 청소년이 되어 같이 읽어봐줬으면 싶은 책이다.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방식의 대답이라고 할까?

 


•  서평 도서와 동일한 분야에서 강력 추천하는 도서

당연히 <안네의 일기>를 넣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솔직히 내가 어렸을 때 안네의 일기 참 재미없었다.

이 두 책은 독일인과 유대인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일 사건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둘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하다. 동시에 히틀러가 어떤 죄악을 저질렀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도 같이 읽으면 좋을 듯.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독서력이 아주 좋은 초등학교 4학년, 그외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의 모든 어린이들.
  중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
  특히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를 고민하는 부모들과 교사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히틀러의 딸의 이야기를 듣던 마크가 아버지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빠...."
"또 뭐냐?"
"고조 할아버지는 우리 농장을 어떻게 얻으셨어요?"
"뭐라고? 농장을 사셨지!" 아빠는 겨자를 집어서 소시지에 뿌렸다.
"원주민한테 빼앗은 것은 아니겠죠?" 아빠가 마크를 빤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물론 아니지. 그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 그것을 빼앗는거라고 보지 않았어."(127쪽)

이 소설의 두 배경 중 한 곳은 오스트레일리아다.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땅을 빼앗아 정착한 백인들의 땅.
그 조상의 역사와 히틀러 독일의 역사를 연결하며 질문을 던지다니...
이 책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 바로 이것 - 과거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고 그리고 그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 - 근데 인간들은 너무 자주 이걸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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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 평생 잊지 못할 몽골의 초원과 하늘,그리고 사람 이야기
강제욱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초원과 사막이라는 말을 한 번 떠올려보라.
무엇이 떠오르는가?
단언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내가 머리에 떠올리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릴듯하다.
무한대로 펼쳐진 초원이나 사막의 모습과 함께 문명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진 자유로움,
떠도는 유목의 낭만
또는 자연과 일체된 삶을 사는 자의 내면의 여유.....
아! 그래... 당신이 나처럼 이런 것들을 떠올렸다면 이 책속에 그 모든 것이 들어있다.

6명의 사진가는 몽골의 초원과 사막을 지극히 사랑하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
그들의 카메라에 잡히는 풍경은 현대 도시인이 원하고 예상하는 풍경 그대로를 잡아준다.
끝도 없이 푸른 초원과 하늘, 그리고 양을 몰고 가는 유목민
바람에 물결치는 끝없는 사막
그리고 욕심없어보이는 순박한 사람들..... 뭐 이런 것들 말이다.


어쩌면 카메라는 현실보다 더 로망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구질구질한 일상이나 기대에 어긋나는 풍광이 모두 생략되고 딱 원하는 그것만을 잡아주잖아....
카메라가 잡아내는 초원과 사막의 표정을 보라구
정말 이보다 더 멋질수도 없을걸...
그래! 그래서 이런 책을 보면 우리 모두는 당연히 사막으로 초원으로 가는 꿈을 꾸는거야.
사진 그대로의 세상이 거기 펼쳐져 있다고 우리는 늘 착각하거든...
근데 뭐 딱히 착각도 아닌 것이 잠시 스쳐가는 우리들에겐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그러니까 어쩌면 우리가 보고 있는게 진짜 몽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곳에서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제대로 알 수는 없지만.
뭐 나만 그런것도 아니고 인간이란게 원래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건 없고....

눈에 보이는게 그런 거라면 그의 손에서 나오는 편지도 별반 다르지는 않아.
어쨌든 글과 사진은 어울려야 하잖아.
물로 내가 쓰는 것보다는 훨씬 잘썼다는 면은 있지만 내용은 딱히 새로울건 없어. 거의 대부분 딱 기대한만큼의 얘기들을 해주지....
그래도 몇가지  이야기는 좀 새로웠어.

먼저 석재현씨의 <초원에서 만난 닌자 광부들>
아니 왠 닌자냐고?
이들은 불법채금업자들이야.
자원이 널린 몽골에서 개발이다 뭐다 하면서 외국기업들을 끌어들인다네. 이거야 뭐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긴데...
 그 외국기업들이 들어와 금 채굴을 하고 떠난 광산에 남은 부스러기 금이라도 캐서 먹고 살려고 나선 사람들이 바로 닌자 광부들이야.
이들의 주 도구가 바로 우리가 세수할때 쓰는 바로 그 대야인데 그 대야를 등에 지고 채굴작업을 하는 덕분에 닌자 광부란 별명을 얻었다지...
이들은 금 알갱이 몇개를 얻기 위해 하루종일 흙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채금작업을 한대.
아무런 보호시설이 없으니 언제 흙구덩이가 무너져서 파묻힐지도 모르고...
실제로 그런 사건이 일어나도 주변 사람들이 그 무너진 흙을 파낼 장비가 하나도 없으니 결국 묻히면 죽는거지.
그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닌자 광부들이 늘어나는 건 이거라도 아니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일거야.
그들은 초원이 고향이고 삶터인데 그 초원이 변해가고 있어.
지구의 이상기온은 이들에겐 바로 생존의 문제가 돼버리지. 한해만 이상 기온으로 가축들이 쓰러지고 나면 그들에게 초원은 더이상 삶터도 쉼터도 못되게 되고 밀려나버린거지...
결국 닌자 광부들은 초원에서 밀려난 사람들이야.
그 밀려난 이유를 그들은 알까? 자신의 잘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까?

그리고 네이멍구자치구를 여행하고 쓴 강제욱씨의 편지
몽골의 땅이었지만 중국이 차지했고 결국 지금은 인구의 80%가 한족이 되버린 옛 몽골인의 땅.
중국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그래 부당하지.
게다가 그 이유로 징키즈칸을 중국인으로, 몽골제국조차 중국역사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오늘의 중국의 팽창주의에 분개하는건 백번 이해가 가. 그리고 동의도 하고...
하지만 너무 흥분해서 도를 넘은 비판은 뜬금없는 비난과 과도한 추론으로 이어져버리네.
중국의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에 분노하다가 그럼 중국인들은 조선족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니 곧 대한민국사람들도 중국인이라고 하지 않겠냐며 흥분하는데 이건 좀 지나친것 같아.
왜냐하면 조선족은 현실적으로는 중국인이 맞고 그래서 중국인들이 조선족도 중국인이라고 하는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따라서 저런 비약이 나와야 할 이유는 없다는거지.
동시에 중국의 위험성과 그들의 폭력적 팽창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남미의 민중들이 해방된 민중이 돼버리는데, 글쎄... 그는 남미에서 꽤 오래 살았다고 하니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듣기로는 남미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중국이나 우리하고 맞먹어도 결고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제외한 해방이란 어떤건지 잘 모르겠다.
단순히 지나가는 말실수였다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흐름이 중국의 팽창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유난히 적과 나를 구분하고 강조하며 국수적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 같아 읽는동안 내내 마음이 불편한 글이야.
제국주의의 반대는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아니거든...
그것들은 오히려 쌍둥이라고 하는게 맞을거야.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조금만 힘이 생기면 바로 제국주의가 된다는걸 역사가 증명하잖아....
강제욱씨는 영화 <미션>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데 그가 어느 장면에서 어떤 면 때문에 눈물을 흘렸는지가 문득 궁금해졌어.

이상엽씨의 <몽골 불교 순례기>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해준 글.
솔직히 말하면 지금 몽골에 불교가 있다는 것 자체를 한번도 생각도 안해봤어.
옛날 몽골제국의 국교가 티벳불교인 라마교였다는건 알았지만 그것이 계속이어졌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한번도 궁금증조차 가져본 적이 없었어.

몽골의 불교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리 활발하게 믿어지지는 않다가 원이 멸망하고 초원으로 돌아간 이후 몽골부족의 재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되어졌다네.
16세기 몽골인들은 티벳의 겔룩파 스님 소남 갸초를 모셔와 불교진흥을 도모하고 소남 가쵸 스님에게 처음으로 달라이 라마(바다같은 지혜를 가진 스승)라는 이름을 준 것도 몽골인들이었구나.
이후 몽골의 불교는 20세기 초반에는  몽골 초원에 약 1,000여개의 사원들이 있었고, 거의 몽골 남성의 절반이 승려였다니 대단한 불교국가 아냐?
근데 이렇게 대단했던 몽골족의 불교가 1930년대 스탈린의 법난에 의해서 여지없이 파괴되고 승려는 강제환속당하고 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었어.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이 성립되면서 몽골불교의 비극은 시작되었다는군.

몽골의 독립을 도운 소련은 독립 영웅 수흐바타르를 포함해 독립운동가 수십 명을 코민테른으로 초청, 사회주의 혁명의 당위성과 의식화를 시도했지만 강한 불심으로 뭉친 독립영웅들을 교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소련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몽골 군부가 중심이 돼 불교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시작했습니다. 1929년 1차로 승려와 사원의 재산을 몰수했고 이에 반발한 승려들이 1932년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를 빌미로 1937년 세계 역사에 유례없는 대규모 불교 숙청이 시작됩니다. 그 해 여름 청년 돌격대원들은 전국 각지의 사찰을 습격, 주요 린포체들과 깝쥬(박사학위를 받은 승려)및 지도급 승려들을 잡아다가 학살하기 시작했습니다....(295쪽)

사회주의가 아닌 세력을 그 때의 사회주의자들 - 스탈린이든 중국이든 인정하기 힘들었겠지.
인간은 언제쯤이면 자신과 다른 생각도 공존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할까? 지구 멸망전에는 가능할까?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드넓은 초원이나 사막은 인간의 이런 차이나 고민, 그리고 세상살이의 잔인함을 모두 안아주고 치유해 줄 것 같지만 그것도 어차피 인간의 착각일뿐이다.
그곳에 뿌리박고 살지 않는 한 그곳은 도시인들이 잠시 쉬러가는 별장일뿐...
자신의 삶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지 않는 여행이란 동경일뿐일터.....
또 그 사진을 보고 몽골에 대한 환상을 쌓아가는 나도 마찬가지일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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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에서 끝났어요. (>_<)

바람돌이 2008-11-11 12:56   좋아요 0 | URL
앗 고쳤어요. ^^;;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1-1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만 가득한 서평보다 신선해서 좋았습니다.요즘은 국수주의가 점점 거슬려요.이제 우리도 약소국에겐 행패를 부릴 정도의 힘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바람돌이 2008-11-12 00:51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의 국수주의 만만찮죠? 중국 뭐라할 일이 아닌듯...

글샘 2008-11-1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 토템. 안 읽었음 함 읽어 보셈.

바람돌이 2008-11-12 01:29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가서 보니 분량이 정말 장난 아니더만요. ㅎㅎ
근데 1권은 없고 2권만 있더이다. 다음번에 가면 다 있을까요? ^^
 

가끔은 읽고싶다 내지는 읽어야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갖고싶다는 욕망을 마구 부추기는 책들이 생긴다.
자료용으로 사는 책이야 가격이 얼마가 되든 일단 기본적으로 투자가 되는거니 하지만,
그렇게 막연히 갖고 싶은 책이 가격이 엄청날때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어쩌랴?
인간의 소유욕이 얼마나 무서운가는 인류역사가 증명하지 않냐고??

최근에 그런 나의 소유욕에 마구 불을 지른 책 두개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 10년동안 그린 유화와 소묘를 모은 대형 화집.
파란여우님의 리뷰 이후 내내 내맘을 설레게 했던 책.
34,200원이란 어마어마한 가격에 내내 손을 떨다가
내 생일을 핑계 삼아 "이건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야"하는 궁상까지 떨어가며 결국 장만.

마루 책장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시시 때때로 즐긴다.

 

 


<올리브 나무가 있는 풍경>
이런 그림을 조그만 도판이 아니라 대형 도판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화집이니만큼 인쇄 품질 또한 좋을시고~~~
이 책에 대한 리뷰는 언제 쓸지 모른다.
그냥 때때로 꺼내들고 황홀해하며 보고 즐기는 중...

이 책을 지르고 겨우 한달이건만 이번엔 또 빨간머리앤이다.
이건 왜 이렇게 작게 뜰까?

앤이야 우리때 여자아이들의 로망이었지만
이 나이에 새삼스럽게 빨간머리앤을 다시 보고 싶은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10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요 세트는 무조건 갖고 싶어 갖고싶어를 연발케 하니... 역시 물욕이다.


요렇게 럭셔리한 그림으로 장식된 철제 상자 안에


꿈꾸듯 앉은 앤과 더 어릴때의 앤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 책들을 살짝 들어내면


빨간머리 앤 이미지 북

루시 M 몽고메리는 요즘으로 치면 자료광이었나보다.
그것도 상당히 미적인 감각도 상당한...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서 그녀가 만든 스크랩북을 편집한 책이 이 책이다.
오른쪽이 몽고메리의 스크랩북이고 왼쪽은 그에 대한 설명이다.
스크랩북 자체가 예술작품같다.
이걸 잠시 보다보면 앤은 작가 자신이라는 느낌이 그대로 든다.
아마도 앤도 이렇게 스크랩북을 만들지 않을까 싶은....
참 예쁜 책.
두고 두고 뿌듯하게 봐야지...

덕분에 당분간은 제발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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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8-11-0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미지북만 주문하려구요, 헤헤~

바람돌이 2008-11-10 11:11   좋아요 0 | URL
뭐 사실 빨간머리앤이야 예전에 다 읽은거고, 그렇다고 어릴적 앤이 그리 궁금하지도 않고 하니 이미지북만 주문하는게 맞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 세트가 갖고 싶으니 물욕이죠. ㅎㅎ

무스탕 2008-11-0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 스스로에게 선물 주고 싶어지네요 ^^

바람돌이 2008-11-10 11:1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비싼걸로 하나 지르세요. 지르기 전에 돈걱정이지 일단 지르고 나면 그건 잊어먹고 뿌듯함만 남습니다. ㅎㅎ

순오기 2008-11-0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빨강머리앤 무조건 갖고 싶어요~~
생일도 지났으니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댕겨 받을까?ㅋㅋㅋ

바람돌이 2008-11-10 11:12   좋아요 0 | URL
이유야 일년 365일 다 만들기 나름이죠.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8-11-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머리 앤 완역본 10권을 3년 전에 헌책방에서 한권에 1000원 씩 샀어요.예전엔 가끔 나왔는데 요즘은 헌책방에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8-11-10 11:12   좋아요 0 | URL
완역본은 또 부담스러워서리.... 근데 한권에 천원이면 정말 횡재네요. 좋으시겠어요. ㅎㅎ

미설 2008-11-08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욕의 증거 이런 페이퍼 쓰고 싶어요ㅠㅠ 빨간머리 앤은 언제고 제대로 장만해야지 싶은데 넘 벼르기만 하고 잘 안되네요^^;;

바람돌이 2008-11-10 11:13   좋아요 0 | URL
원래 이런게 일정기간 지나고 나면 절판되는거잖아요. 그래서 더 지르고 싶었을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다음에 사지 뭐 하고 미적거렸을텐데 말입니다. ^^

Arch 2008-1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욕인데도 너무 귀엽고 예쁜데요. 이렇게 말하면 실례같지만.(그런데도 하는건 뭐야!) 저도 누구 때문에 괜히 뭔가 화르르 지르고 싶어서 손가락 끝이 덜덜거려요^^

바람돌이 2008-11-10 11:13   좋아요 0 | URL
누구? 저요???? ^^
지르고 싶은거 참으면 병되는거 아시죠? ^^

메르헨 2008-11-0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머리앤...여러세트가 있는데 정말 이건 가지고 싶더라구요.
아직 장바구니에 담겨있어요.
물욕...책만 보면 들여오고 싶은 이 맘을 어쩌면 좋습니까...^^

바람돌이 2008-11-10 11:14   좋아요 0 | URL
집에 안 읽은 책을 쌓아두고 또 책을 사대는거... 정말 불치병이에요. ^^

하늘바람 2008-11-0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 책 둘다 갖고 파요 고흐도 빨간 머리앤도.

바람돌이 2008-11-10 11:15   좋아요 0 | URL
하나씩 핑계를 만드세요. 이거 사고 이번달은 외식 한 번 줄인다. 뭐 이런식으로 해도 괜찮고요. ^^ 태은이 옷 하나 덜 사 입힌다는 어떨까요? ^^

프레이야 2008-11-14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름신 강림하려고 해요. 물욕 ㅋㅋ

바람돌이 2008-11-14 21:45   좋아요 0 | URL
오는 지름신 맞아야죠. 사놓고 계속 뿌듯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