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담임에서 빠졌다.
출산이나 죽을병이 아니고는 이 나이에 담임빠지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은 일이건만 어쩌다보니 운좋게 빠져주다니...뭐 수업이 좀 심하게 많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예전에는 이 수업시수에 담임한적도 있었는데....
거기다 업무도 2년동안 했던 3D에서 벗어나 이전보다는 그래도 약간은 한가할 수 있는 업무로 옮겼고...
무엇보다 기쁜것은 중앙교무실 - 그러니까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을 층층이 모셔야 하는 그 곳을 탈출했다는것. ㅎㅎ 

오늘 개학과 동시에 입학식이다.
담임이 아니니 오전이 한가하다.
거기다 중앙 교무실이 아닌 변방 조그만 교무실에 있으니 눈에 띈다고 이것저것 맡기고 시키는 사람도 없다. ㅎㅎ 

덕분에 한가한 시간이건만 이 적응되지 않는 조바심이란 뭔가?
뭔가를 해야 하는 것 같고 이러고 있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말이다.
이런 쯧쯧~~ㅠ.ㅠ
빨리 적응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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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0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 배가 아파오네요. ^^
신설에서 1년 고생하신 보람이 있으신 건가요. ㅎㅎㅎ
저도 좀 있음 한가해 지리라 ...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람돌이 2009-03-02 11:48   좋아요 0 | URL
1년 아닌데요. 2년 죽어라고 고생했는데요. ㅎㅎㅎ
글샘님 기대는 그냥 일찌감치 접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꾸 기대할수록 자꾸 상처받게 되거든요. ^^;;

물만두 2009-03-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널한 시간 마음껏 즐기시와요^^
만순이는 2년 연속 고3담임으로 거의 죽을라고 해요 ㅡ..ㅡ

바람돌이 2009-03-02 22:57   좋아요 0 | URL
고3담임은 정말 인간폐인이 되는 지름길인데...ㅠ.ㅠ 만순이님 위로 좀 해주세요. ^^;;

전호인 2009-03-0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길 수 있을 때 마음 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언젠가는 호시절을 다시 이야기할 날도 있을 테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환경이 익숙해 지겠군요

바람돌이 2009-03-02 22:58   좋아요 0 | URL
뭐 이번주 한주면 적응될걸요. ㅎㅎ 이런 시절이 다시 오려면 또 몇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 열심히 즐겨야죠. ^^

울보 2009-03-02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입학식에 다녀왔어요,
입학식을 요즘은 6학년 언니 오빠들만 지켜보고 나머지 학생들은 일찍 귀가를 하더군요
선생님들도 그래서 선생님들도 몇분 밖에 ,,,한가로운 입학식인줄 알았는데 어디를 가나 학생수보다 더 많은 어른들의 움직임이네요,,ㅎ
그런데 약간실망 선생님들의 인상이 너무 힘들어보였어요,,ㅎㅎㅎ

바람돌이 2009-03-02 22: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보통 입학식 같은걸 강당에서 하니 아이들이 다 수용이 안돼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그렇거든요. 그래도 어른들보다는 학생들이 더 많던데.... ㅎㅎ
원래 3월 한달이 교사들이 제일 바쁘고 힘들때라서 그럴거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

무스탕 2009-03-0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도 있어야지요. 채찍만 쓰면 가다 멈추잖습니까? 당근이 당연히 있어야지요 :)
푸~욱 쉬세요. 애들같이 땡땡이도 한 번쯤 해 보시고 즐거보세요 ^^

바람돌이 2009-03-02 23:00   좋아요 0 | URL
땡땡이는 쩝~~~ 이제 집으로 일을 가져가는 일만 안해도 살것같은데 그것만 돼도 어디라고요. ^^

진주 2009-03-02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윤이도 입학했어요^^
애 싣고 학교까지 간 김에,입학식도 참여하고 담임샘도 잠시 뵙고 왔어요.
멀리서 볼땐 젊어 보이시더니, 가까이서 보니 40대 후반~50대 초반.
얼굴은 이쁘장하신데 성격이 털털하니 저는 딱 좋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소개할 때, 재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르지 않아
엄마들은 '우리선생님 인기없는가봐..'하며 걱정하더라는...으음..
인기있는 선생님은 여선생님 남선생님 구분없이 학생들이 박수치고 환호성을 지르시더군요.
바람돌이님은 아마도...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실 것 같아요^^

한가해지셨다니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09-03-02 23:01   좋아요 0 | URL
올해 새로 오신분일수도 있어요. 새로 오신분들은 아이들이 잘 모르니까요. 저희 학교도 그렇거든요. ㅎㅎ 근데 우리 학교 애들은 인기에 관계없이 아는 선생님은 무조건 박수치고 난리에요. 애들이 좀 특이해요. ㅎㅎ

BRINY 2009-03-0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축하드리요! 마음껏 한가로움을 누리세요~
전 작년에 고3하다가 고1 맡았더니 아주 죽겠어요.
애들 완전 어리고, 입학식부터 멀쩡한 아들 가방을 대신 들고오는 엄마(하교할 때 슬리퍼에 맨손으로 돌아가길래 잡아세웠더니, 운동화와 가방은 엄마가 그냥 갖고 갔답니다..), 자기 애는 남편의 주장으로 남학교에 보냈지만 적응을 못할거 같아 봐달라는 엄마, 야채를 못먹어서 늘 고기 반찬으로 도시락을 전달해줘야하기 때문에 핸드폰을 수거하면 안된다는 엄마, 자기 애를 봐주는 대신 지원은 아끼지 않겠다는 엄마...으아아아....

바람돌이 2009-03-02 23:04   좋아요 0 | URL
그동네 좀 웃겨요. 물론 요즘 엄마들이 과보호이긴 하지만 중학교도 저런 엄마들은 없는데.... 브리니님 좀 걱정됩니다. 뭐 애들이 너무 어리다보니 황당한 질문을 하거나 어이없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애들이니 가르치면 되고 이해도 되는데 엄마들이 저렇다니... 한해 고생하시겠어요. ㅠ.ㅠ

프레이야 2009-03-0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한가하면 불안한 편인가요? ㅎㅎ(농담^^)
옆지기가 하도 일중독 비슷한 거라서요.
오늘 여기저기 입학식 소식이 쏟아지네요.
저도 큰딸 고등학교 입학식 갔다왔어요.
아, 삼천포닷. 아무튼 한 해 마음 편히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당.

바람돌이 2009-03-02 23:05   좋아요 0 | URL
정말 여기저기 입학식 소식이네요. 혜경님은 기숙사에 딸을 두고 오셨겠다. 좀 섭섭하시죠? 저는 한가하면 불한한건 오늘만입니다. ㅎㅎ 뭐 내일부터 수업이 워낙 많으니 한가할일도 별로 없고 또 그렇다고 불안할 것 같지도 않네요. 오늘도 좋기만 하던걸요. ^^

서연사랑 2009-03-02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부터 내리 4년 담임에 올해는 고3 담임이네요. 제대신 많이 쉬셔요~^^

바람돌이 2009-03-02 23:06   좋아요 0 | URL
저도 내리 4년 했습니다. ^^ 올해는 고3이시라니 고생하시겠어요. 내년에는 꼭 빠질 수있으시기를... 제가 생각하는 적당한 담임 싸이클은 3년하고 1년쉬고 같던데 그게 참 안되죠? ㅠ.ㅠ

꿈꾸는섬 2009-03-02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들 너무 힘드시군요. 얼른 3월 한달 지나서 적응하시고 여유로운 1년 즐기세요.

바람돌이 2009-03-02 23:56   좋아요 0 | URL
세상에 안 힘든 직업은 없죠. 다 나름의 애환이 있고 또 나름의 장점이 있는건데 말이죠. 근데 그걸 나만 힘들고 너네는 놀고먹지 않느냐라고 할때는 맘이 좀 안좋아요. ^^;;

꿈꾸는섬 2009-03-03 00:31   좋아요 0 | URL
선생님들이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요. 근데 선생님만큼 힘든 직업이 또 있을까 싶어요. 아이들 상대하는 것도 그렇고 학부모까지...그리고 가르치는 것 외에 잡다한 업무들까지...그런데 가끔 정말 별로인 선생님을 만났을땐 화가 나요. 아이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보수적이고 독선적인 분들이 간혹 계시잖아요. 죄송한 얘기지만 그런분들은 제발 학교를 떠나주셨으면 해요.

바람돌이 2009-03-03 00:41   좋아요 0 | URL
교사라는 직업이 가장 힘들다거나 하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서 가지는 잇점이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모든 이들이 분노하는 방학도 그렇고 (ㅎㅎ) 고3담임을 하지 않으면 비교적 퇴근시간이 빠른것도 그렇고... 큰 잇점이죠. 그냥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힘든것도 있고 좋은면도 있는 그저 같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교사가 절대 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 정말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은 절대로 떠나지도 등떠밀지도 않는다는게 슬픈거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더 출세하는건 비단 학교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일것 같아요.

2009-03-05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5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3-0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축하드립니다. 저두 가끔 한가할때면 뭘 해야 할지 멍할때가 있습니다. 웹서핑도 눈치보이고, 책 읽기도 그렇고...ㅎㅎ
 
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푸른도서관 27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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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을 사모해 미쳐버렸다는 지귀.
그 지귀가 여왕을 한 번 뵙기 위해 여왕이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탑아래에서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어버린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여왕이 그 광경을 보고 지귀의 가슴에 금팔찌를 뽑아 놓고 가니 이윽고 깨어난 지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급기야 가슴이 타들어가 화신이 디고 만다. 지귀가 불귀신이 되어 온 세상에 떠돌아 다니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급기야 여왕은 노래로 주문을 만들어 대문에 붙이게 하니 그 후 백성들은 화재를 면하게 되었다.
지귀의 마음속 불길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불귀신으로 변했네
창해밖으로 흘러가
만나지도 친하지도 말지어다.     - 권문해 <대동운부군옥>조선 선조때  - 

 

 

옛 이야기는 때로 현대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때가 많다.
지귀의 설화도 역시 전후맥락을 따지고 들어가자면 어린 청년이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여왕을 사모하는 마음도 그러하고, 죽은 이후에는 불귀신이 되었다는 것도 그러하며 선덕여왕의 주문이란 것도  지귀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쫒아내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설화의 열려있는 사이 사이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문학적 상상력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란 이 몇줄 안되는 설화를 그의 상상력으로 복원해내는 이가 될테고... 

 

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래서 내게는 각별한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하겠다.
 어떤 식으로 지귀의 마음을 복원시켜내고 있을까?
지귀의 마음이 선덕여왕에게 간 것은 어떤 이유때문이었을까
이런 호기심을 안고 기대에 잔뜩 부풀어 책을 읽었건만..... 

 

물론 스토리상으로는 김유신과 법민을 한켠으로 하고 또 다른 한켠으로 김유신측의 라이벌집안의 아들인 가진과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지귀의 설정은 무난했다.
그 속에서 지귀의 여왕에 대한 감정은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라 자신의 고뇌를 단칼에 풀어줄 무한한 신뢰에 다름아니었다는 설정 역시 수긍이 갈말한 전개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단순성 평면성은 이런 상상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마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찌 이 글 속의 신라인들은 그렇게 하나같이 여왕을 우르러기만 할까?
오직 나라를 위한 충심 하나 이외의 감정은 없는 것일까?
왜 그런 충성은 맹목적이고 무조건 당연시되고 있을까?
인물들이 뱉어내는 말이 모두 한결같으니 각각의 인물들의 입체성은 사라지고 인형들이 줄줄이 늘어서 똑같은 소리를 무한반복하고 있는 형상이니 원.... 

설화를 재구성하는 설정의 참신함은 좋았으나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의 창조와 현실감의 창조에서는 실망스러운 책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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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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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온갖 행사들로 시끌벅적했던게 생각난다.
그 최대 이벤트가 타임캡슐이었던가?
600년을 이어오는 수도라.... 만만치 않은 역사의 무게다.
하지만 오늘의 서울은 그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을까?
가뭄에 콩나듯이 가는 서울이지만 온통 빌딩과 차도들로만 둘러싸인 궁궐이니 남대문 동대문이니 하는 것들이 600년 역사를 온전히 느끼게 하기는 힘들었다.
현대문명에 짓눌려 박제가 되어버린 과거라고나 할까? 

그래 600년 수도 서울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 책은 지금보다도 훨씬 일찍 아주 옛적에 나와줬어야 했다. 이제야 나온 것이 안타깝고 안타까울뿐....
뭐라고 한 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기는 상당히 난감하다.
제목 그대로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그리고 그 시공간을 살았던 사람들과 삶들, 삶의 조건들 찾아가기 정도? 아니면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근대가 어떻게 이식되고 뿌리내렸는가? 뭐 이런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까?  

책은 서울이 조선의 도읍이 되던 순간, 서울이라는 명칭의 유래를 찾는데서부터 시작하지만 이런 역사적인 맥락만을 추적하지는 않는다.
도시의 역사를 쫒아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먼저 생각해봐야할게 결국 도시론이다.
어떤 지역 내지는 국가에서 도시와 농촌은 어떻게 관계를 맺게 되며 도시는 그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 그리고 그 역할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가는가하는 물음말이다.
주변의 농촌을 소비함으로써만 성립될 수 있는 도시라는 존재는 그 출발부터 기생성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근대화의 역사는 그러한 기생성을 더욱 더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을 배제시키고 소외시키는 과정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서울민국이라고 부르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자조는 이런 맥락에서 발생할 터이다.  

애초에 계획도시로서 질서정연한 정비를 보였던 또는 보이고자 했던 서울이 전란으로 인해 파괴와 전란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 그리고 풍수사상의 영향등으로 중구난방의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전근대의 이러한 변화는 또한 부자와 빈자가 일상적인 연대를 이룰 수 밖에 없는 도시구조를 낳았지만 이러한 연대는 근대를 거치고 난 현대에 이르러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부자와 빈자의 철저한 구별, 비단 부자뿐만이 아니라 아파트값 떨어진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아파트에 임대아파트 짓는걸 반대하는 주민들의 출현은 현대 도시의 비인간화가 어느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하겠다. 이런 연대의식이 사라진 도시는 대립의 현장일뿐 통합의 공간은 아니다. 

임진 병자 양난 이후 서울이라는 도시는 직업화 집단화된 거지들로 몸살을 앓는다. 이전 시대에도 분명 거지는 있었지만 그것은 대부분 일시적이거나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었음과 비교하면 새로운 현상이다. 흔히 우리는 거지를 가난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 후기 생산력이 회복되고 오히려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수의 거지가 산출되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거지란 가난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빈부격차의 확대에서 오는 것임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우리 사회에 노숙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하여 눈여겨볼 대목이다.
17세기 중반 이후가 되면 늘어나는 서울의 유입인구, 특히 지방출신의 지배층으로의 편입을 막기위한 원천적인 봉쇄가 이루어진다. 과거에서 사륙변려체라고 하는 새로운 문체를 요구하게 되고 이것은 서울지배층의 전유물이 되는 것. 이래서는 지방출신은 어디 과거를 통한 한자리 얻기가 가능하기나 하겠나말이다. 다산 정약용이 자식들에게 절대 서울을 떠나지 말것을 당부하는 논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서울공화국의 탄생은 이 때부터 시작된것이겠다.  

신분제가 해체되고 상인이 새로운 계층으로 등장하면서 등장하는 언어의 변화, 이른바 깝쇼체라고 하는 서울방언- 요즘은 어서옵쇼, 어디로 모실깝쇼 등등- 의 등장. 전차, 시계와 함께 들어온 자본주의적 시간관념과 생활방식의 추적,  남대문 동대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근대적 시장의 형성과정, 그리고 근대화의 물결속에서 무수히 만들어지는 새로운 언어들의 등장과 유래까지 무궁무진한 읽을거리들을 담고있다. 그리고 그것이 한때의 읽을거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더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서울의 지리를 좀 더 알았다면 아마도 이 책읽기가 더 즐거울수도 있었을터이지만 그렇다고 서울로 이사를 갈수도 가고싶은 생각도 없는건 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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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토다 다카시의 <나폴레옹광>  
 

 아! 촌스러운 이 디자인이라니...
정말 표지만 아니었다면 알라딘의 무수한 이들이 추천할때 벌써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  

로알드 달의 <맛>을 읽는 느낌과 비슷. 차이는 추리적인 면이 좀 더 많다는 정도
마지막에 뒷통수를 후려치는 그러면서도 결론은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림으로써 더 더욱 소름이 오싹!! 

작가와 두뇌게임을 벌이고 싶다면 강력추천.
뭐 진다 하더라도 즐거운건 마찬가지다. 

 

9. 전우용의 <서울은 깊다>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라는 부제가 붙었다.
거기에 역사적 탐사라는 부제를 하나 더 붙일까?
굳이 분류한다면 미시사에 들어가겠다.
요즘 출판되는 미시사 책 대부분이 뭔가 센세이션한 제목을 달고 나옴으로써 (00를 뒤흔든 하는 류의 제목들) 흥미부터 당기고 보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그저 서울은 깊단다.
깊다는 서울만큼이나 저자의 연구와 서술은 깊고 방대하다.
센세이션한 제목이나 사건이 아니라도 역사가 충분히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음을 너무나 성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10.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이 소설이 아니라면 평생 관심둘 일이 없을 것 같은 도미니카.
그 도미니카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그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이 잘 버무려진 책.
시점이 바뀔때마다 각각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독특한 독서경험.
아벨라르든 그의 딸 벨라든 아니면 손자 오스카까지도 모두 내 가족인듯 그들 모두에 감정이입하며 손을 잡아주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11. 신성림의 <클림트, 황금빛 유혹> 



서울에서 열리는 클림트전을 보러가기 전에 준비차 읽은 책.
클림트는 평생 자신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나를 보고싶으면 내 그림을 보라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의 삶이나 개인사보다는 그야말로 클림트의 그림을 통해 클림트를 만나는 책.
도판들이 훌륭하다는 장점.
하지만 그림만으로 클림트를 온전하게 이해하기에는 좀 힘들었다는 단점도.... 

 

12. 강숙인의 <지귀, 선덕여왕을 꿈꾸다> 


 

지귀 설화를 모티브로 새롭게 해석한 역사소설.
지귀 설화를 가능해보이는 다른 형태로 새롭게 해석한 시도는 좋았으나 글쎄?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이렇게 등장인물들의 내면이 너무 단순해도 되는건 아닐텐데.... 인물묘사가 어찌나 전형적이고 단순한지 요즘 청소년들을 유혹하기에는 좀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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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세 번의 여행으로 가버린듯....
여행준비 며칠에 다녀오는 것, 다녀와서 피로에 찌든 회복기간까지... 그러다보니 시간은 꽤 많았음에도 책은 제대로 못읽었네...
이 놈의 직업때문에 3월이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인건 참... 새로운 해의 시작 3월이다.
여유가 좀 있는 상황이 된 만큼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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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0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2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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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쿠? 저주!
그래 이 정도라면 저주라 할만 하겠다.
아내와 예쁜 두 딸과 정부, 충분하고도 넘치는 부와 명예.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도미니카라는 나라의 카브랄 가문.
그 가문의 아벨라르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했고, 남들처럼 그 부와 명예를 더 늘리고자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게 평화롭게 살고 싶었을뿐...
그러나 때는 트루히요라는 희대의 독재자의 통치기다.
트루히요 - 박통과 전통을 합쳐놓은듯한, 세계 어디에서나 흔히 보이는 독재자.
그 독재자 덕분에 아벨라르의 삶은 한순간에 박살이 난다.
정말로 아벨라르가 과도한 긴장과 술때문에 트루히요를 욕하는 엄청난 실수를 했는지 아니면 정말 그의 딸을 탐한 트리히요의 성욕때문이었는지 알려져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의 가문은 트루히요의 푸쿠-저주에 걸렸다는 것.
그것도 대를 이어 반복되는 저주 말이다. 
아벨라르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 벨라 그리고 벨라의 아들 오스카로 이어지는 가공할 저주.
그래봤자 갱스터를 사랑했는데 그 대가로 사탕수수밭으로 끌려가 죽음직전까지 가는 벨라나
이웃의 창녀여자를 사랑했을뿐인 오스카까지 사탕수수밭이라니...
이 가공할 푸쿠를 푸는 역주문 사파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랑이야기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는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던 그럼으로써 파멸한 할아버지 아벨라르.
뛰어난 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랑에 배신당하고 생존을 위해 그 사랑에서 도망치는 수 외에는 없었던 엄마 벨라
그러나 오스카는 근본적인 왕따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던 바로 그 오스카가 사랑을 위해 스스로 사탕수수밭으로 걸어간다. 한순간의 사랑을 위해 남은 생을 모두 놓아버리는 그런 사랑이야기.
그 멍청한 오스카의 사랑이 트루히요의 푸쿠-저주를 푸는 역주문 사파였을까?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아마도 그렇다면 영화의 주인공 오스카는 아마 영화역사상 가장 로맨스에 안어울리는 인물 1위로 오를것 같은데 그런 오스카와 최고의 낭만적인 사랑이라...
그러나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인해 오히려 오스카의 사랑이 빛나는 아이러니라니... 
오스카의 사랑이 정말 저주를 푸는 역주문이었을까?
그 답을 작가가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독자에게 맡길 뿐....

 이 소설은 또 한편으로 정치소설이다.
섬나라 도미니카를 지정학적의미에서뿐만이 아니라 독재의 장막에 갇힌 공간으로 만들어버린 트루히요독재시대의 도미니카와 사람들의 삶이 소설의 또 한축을 형성하며 펼쳐진다.
그 숨막히고 억눌린 삶들. 또는 고향을 버릴 수 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의 삶들.
살아있되 죽어있는 억눌린 삶들은 오스카의 집안으로 대표되는 도미니카인 전체의 삶이다.
그래서 안되는 일은 모두 트루히요의 저주라고 체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그런 삶들. 독재에 시달리는 어느 삶이 안 그럴까?
남의 나라일임에도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건 우리가 그 세월을 똑같이 통과해왔고 또 지금 그 시절로의 회귀를 꿈꾸는자들이 살아나고 있음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 이 소설은 유머소설이기도 하다.
특히나 오스카의 독특한 캐릭터는 전혀 사랑얘기의 주인공답지 않다.
100키로가 훨씬 넘는 거구의 몸매 하며, 왕따당하기에 딱 안성맞춤인 이상한 성격하며....
그의 도저히 적응불가능한 성격과 그로 인한 온갖 예측불가능한 좌충우돌은 독자에게 곳곳에서 예기치못한 웃음을 전해준다.  
하지만 독자들은 곧 전혀 이해되지 않는 감정을 발견하리라...
그토록 말도 안되고 이해안될정도로 멍청하며 대화 불가능의 비호감덩어리 오스카가 점점 사랑스러워지는 그런 감정의 변화말이다.

정치와 역사,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이토록 독특한 구성과 번뜩이는 재치로 잘 버무려놓은 독특한 소설. 이 책을 읽는 이가 정치와 역사, 사랑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읽든 그건 독자의 몫이리라..
하지만 어디에 방점을 찍든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는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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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2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와 사랑이 버무려진 발칙한 소설이었어요. 영화로 만들어지는군요. 저도 캐스팅이 몹시 기대가 되네요. 특히 검은 진주 벨라 역은 누가 맡을지 그것도 궁금해요. 각주 읽느라 눈이 충혈될 뻔 했어요. ^^;;;

바람돌이 2009-02-28 23:37   좋아요 0 | URL
벨라역은 한 배우가 젊었을때와 중년의 역할을 같이 할지 아니면 다른 배우가 각각할지도 궁금하네요. ^^ 정말 각주 읽는다고 눈 뻘개 졌었는데 전 그 각주가 또 굉장히 재밌더라구요. ^^

꿈꾸는섬 2009-02-2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읽으려고 하는 책인데 바람돌이님 리뷰보니 더 빨리 읽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바람돌이 2009-02-28 23:37   좋아요 0 | URL
처음엔 각주도 있고 책장이 좀 안 넘어가던데 뒤로 갈수록 재밌어지더라구요. ^^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

프레이야 2009-03-0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고 당장 담아가요^^

바람돌이 2009-03-02 00:36   좋아요 0 | URL
맘에 드는 독서가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