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식 e - 시즌 4 ㅣ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4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보수라는 타자를 끊임없이 공격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는 고착된 진보는 보수다.(53쪽)
그렇다면 진짜 진보란 무엇일까?
보수라는 타자에 대한 공격만이 아니라 무엇을 더 찾아야 하는 것일까?
<지식 e 4>의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지식 e 4권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의 그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약간은 자기 검열에 들어간게 아닌가? 비판의 칼날을 살짝 돌린게 아닌가 뭐 이런 의구심...
하지만 책을 덮을 즈음에 나는 앞에 읽다가 인상적이어서 밑줄을 쳐둔 저 문장을 찾아 다시 읽었다.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다양한 것인가?
지금까지의 디자인은 상위 10%사람들만을 위한 것이었다.((83쪽)
그래서 만들어진 나머지 90%의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들의 목록.
단지 라디오가 없어 화산폭발때 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위한 9센트짜리 라디오, 식수를 구하기 위해 수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아프리카 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큐드럼, 오염된 물을 먹고 온갖 휴유증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휴대용 정수기.
오늘 한국사회의 진보가 식상해지고 제대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정말은 저 90%의 사람들의 삶을 진보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제대로 끌어안지 못해서가 아닐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끌어안는다는 것은 상위 10%,든 아니면 상위 1%든 그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격은 공격일뿐 그것 자체가 대안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진보가 같이 가야 할 사람들, 90%의 사람들, 90%의 세상은?
지식e 4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90%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비판의 칼날이 무뎌진 것이 아니라 더 많고 사람과 세상, 이야기들의 폭을 더 넓혀가는 여정말이다.
스킨스쿠버?
그게 있으면 한 사람이 백 명 일도 할 수 있다며?
근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아흔아홉은 어떻게 되나?(139쪽)
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아흔아홉이었다.
아흔 아홉은 뭉뜽거려진 아흔아홉으로 부를 수 없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이름이 있고 각자의 삶이 있다. 그것이 세상이다. 그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 삶의 아픔을 같이 품어주고 작은 이야기도 귀를 크게 열고 듣는 것.
그리고 작은 노력들에서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을 발견하는 것
지식 e의 발걸음은 그렇게 여전히 소중하고 여전히 날카롭다. 그리고 따뜻하다.
죽을때까지 나는 방랑기사로 살것이다.
남은 오른팔로 세상을 향해 돌진하는 미치광이 돈키호테를 만들어낸 레판토의 외팔이 세르반테스처럼 하나가 부족하나 그 부족함을 다른 하나로 채워나갈 수많은 이 시대의 돈키호테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눈과 귀와 마음, 그리고 손길이 바로 그 돈키호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