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이란 책을 참 인상깊게 읽었었다.
그 책의 저자들 중 한 명인 조혜란씨가 쓴 책 <옛 소설에 빠지다>를 읽었다. 

아 근데 정말이지 이렇게나 많은 우리 옛 소설이 있는지 몰랐다.
옛 소설이라면 춘향전, 심청전... 이런거였는데 이토록 다양하고 이토록 흥미를 끄는 소설이 많은지는 처음 알았다. 

멋지게 수다를 떨며 옛 소설을 소개해준 조혜란씨는 아마도 이 책에 유혹받아 옛 소설들을 독자들이 찾아보기를 바란거였겠지?
이 책을 보면서 꼭 보고싶어진 소설들 - 열심히 찾아놨다가 하나씩 하나씩 보물을 꺼내보듯 읽을테다.  

 

 

김시습 <금오신화>
이건 정말 유명하지... 고등학교때 달달 외웠으니까?
근데 그 때 정말 내용이나 알았을까?
그냥 귀신과 인간의 사랑얘기를 다룬 최초의 한문소설 어쩌고 저쩌고... 에휴~~
이 책에서 소개한 <이생규장전>
이생과 최소저가 서로를 유혹하는, 아니 최소저가 먼저 이생을 유혹하고 이생이 그에 화답하는 멋진 시를 여태 몰랐다니..
이생은 좀 괜찮다가 찌질했다가 하는 것 같은데 최소저의 사랑이란 얼마나 강인하고 멋진지 천천히 음미하며 봐줄테다. 

  

 

 
<소설(掃雪)> - 눈을 쓸며 사랑을 얻다
조선 중기 임방이 쓴 <천예록-조선시대 민간에 떠도는 기이한 이야기>에 실려있는 한문소설.
이 글 하나를 보려 이 책 전부를 읽어도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혜란씨 소개 작품 중에서도 가장 내 맘을 확 끌어당긴 이야기란 말이다.
전혀 조선스럽지 않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틀을 확 깨버리는 인물설정, 기녀와 아들의 사랑을 끊어버리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결정권을 주는 아버지, 그런데도 철딱서니 없는 도령은 그깟 사랑때문에 대장부의 길이 꺾이다니오 큰소리치다가 진정 이별이 무엇인지 깨달은 후에 한 걸음에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정이라니...
연애소설이면 이정도는 돼야지 암.... ^^ 


 

 

요즘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이옥.
그 이옥의 <심생전>과 작자미상의 <운영전>이 실려있다.
앞의 <소설>과 같이 읽으면 재밌을 듯...
조선시대에 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많았다니 역시 사랑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최고의 이야깃거리인듯하다.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혼이다.
조선사회의 성역할에 문제를 제기하는 두 여성 - 남자처럼 입신출세를 원하는 방관주라는 여성과 조선시대가 강요하는 시집살이의 삶에 부정적인 영혜빙이라는 여성, 이 둘이 주변의 눈을 속인채 혼인을 하고 부부의 이름으로 각자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조선시대에 이런 소설이 쓰여지고 읽혀졌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사람사는 세상이란 역시 한 두개의 잣대로 재단되어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되새긴다. 

 

 

 

평안도 지방의 한 남성이 겪은 병자호란 이야기 <김영철전>
말달리고 활쏘기를 좋아하던 한 청년이 전란에 휩싸이면서 그의 모든 삶이 파괴되고 뒤틀리는,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전라도 지방에 살던 한 가족이 겪은 임진왜란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최척전>. 그 배경이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전체를 다룬다는게 궁금해지는 소설. 

 

  

 

 

<오유란전>이 읽고싶은데 이런 책밖에 없다.
중고생이 꼭 알아야할 어쩌고 하는 책 안좋아하는데...ㅠ.ㅠ
이생과 김생이라는 두 양반의 성장소설?
하지만 소설속에서 흥미있는 인물은 오유란이란 기생이다.
양반청년을 유혹해 결국 가지고 노는 오유란이란 인물의 묘사가 궁금한데 결말이 영 마음에 들지는 않을듯하나 그럼에도 보고싶은 소설.
 

 

  

 

그 외에 <옥루몽>도 살짝 관심이 가기는 하나 5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덕분에 살짝 비켜가고 싶은 책. 5권의 그 방대한 서사를 몇몇 스토리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 없을터이나 그럼에도 딱히 관심이 가지 않는 스토리이면서 저 방대한 양이란....ㅠ.ㅠ 

 

어쨌든 조혜란씨의 책 덕분에 오늘도 보관함은 배가 잔뜩 부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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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4-13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리뷰 말미에 적어둔... 부족한 부분을 바람돌이님께서 채워주셨군요. ㅎㅎ

바람돌이 2009-04-13 00:52   좋아요 0 | URL
아 글쎄 리뷰도 적긴 적어야 하는데 전 저 책들을 더 빨리 찾아내고 싶더라구요. ^^ 이 책 정말 재미나게 후다닥 읽었는데 왜 리뷰 쓸 시간은 없었는지... ^^

글샘 2009-04-13 00:52   좋아요 0 | URL
헐, 실시간 댓글놀이 ㅋㅋ

바람돌이 2009-04-13 01:05   좋아요 0 | URL
실시간 댓글놀이도 예전엔 꽤 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좀 뜸하죠? ㅎㅎ

글샘 2009-04-13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말입니다. '완역 이옥 전집'이 이번에 나왔습니다. ㅎㅎㅎ
제가 사려고... 이제 적립금을 모으고 있다는... 근데... 좀 비싸다는...

바람돌이 2009-04-13 00:58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정조의 문체반정에 꼿꼿하게는 아닌것 같고 정말 자신도 어쩔수없어 문체를 바꿀 수 없었던 이옥전집이라니 저도 찜하고 있거든요. 근데 전집은 정말 가격이 장난 아니네요. 근데 전 4,5권은 필요없어요. 원문있어봣자 절대 안볼테고 뭐 사실 능력이 안돼죠? ㅎㅎ

글샘 2009-04-13 01:12   좋아요 0 | URL
저도 4,5권은... 좀... 그렇더군요. 영인본까지야 ^^

바람돌이 2009-04-13 01:18   좋아요 0 | URL
결국 1,2,3권만 있으면 돼는거죠? ^^
4,5권은 연구자용인듯... 근데 이런 책을 저렇게 과감하게 펴내는 출판사를 보면 참 용감하다 싶은게 왠지 사줘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들더라구요. 그래도 기분은 억눌러야겠죠? ^^

무해한모리군 2009-04-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만 쓱 훑어봐도 너무 좋으네요.

바람돌이 2009-04-13 13:51   좋아요 0 | URL
대부분의 소설들은 생각보다 많은 출판사에서 책으로 냈더라구요. 즉 많이 나와 있는데 안읽었다는거겠죠? 그건 일차적으로는 제 탓이겠지만 그동안 조혜란씨처럼 쉽게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이유도 있겠죠? ^^

BRINY 2009-04-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 표지들만 봐도 마구마구 구매욕을 자극하는걸요. 일단 한권부터~

바람돌이 2009-04-13 13:51   좋아요 0 | URL
이번달은 딱 정해져 있는 책이 있는 관계로 전 다음달부터요. ㅎㅎ

무스탕 2009-04-1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혼 이야기는 정말 생각도 못해본 이야기네요 +_+

바람돌이 2009-04-13 13:52   좋아요 0 | URL
그죠? 조선시대에 저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를 상상을 못해봤던것 같아요.
 

시할머니 두번째 제가 있는 날이나 워낙 아침 일찍인지라 옆지기만 보내고...(한번쯤 빠져도 용서해주시겠지..ㅠ.ㅠ) 

나는 8시부터 김밥싸기 시작.
집앞 공원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는데 거기서 하는 사생대회에 아이들 다니는 미술학원에서 같이 참여한단다.
아이들 도시락에 선생님도시락까지 싸고 나니 에휴~~(근데 엄마들은 왜 학교 선생님 도시락은 열심히 온갖 정성을 다해 싸면서 이런 날 학원 선생님 도시락은 왜 안챙겨줄까? 이런 화창한 봄날 젊디 젊은 아가씨들이 일요일까지 나와서 일하고 싶겠냐말이다. 그래도 나와서 아이들 챙겨주는게 고맙기만 하구만.. )
거기서 끝이 아니고 요즘 바쁜 여동생집 조카가 축제무대에서 발레공연한다고 하길래 그 집 도시락까지... 김밥 20줄 쌌다.  

그렇게 해서 애들을 사생대회 하러 보내놨더니 해아는 어디에선가 도시락 먹어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리고, 결국 선생님 싸준 도시락을 나눠 먹었단다. ㅠ.ㅠ (나중에 다 마치고 찾았다고 연락왔다.ㅠ.ㅠ) 

다시 집에 와서 집 좀 치워놓고 나니 어느덧 아이들 데릴러 갈 시간.
예린이는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과 솜사탕 사달라고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조르는 아이를 턱하니 그려놓았다. 색깔은 그야말로 분홍과 노랑색 천지.... ^^
해아는 상상화라며 우주를 그렸는데 우주선에서 창문내밀고 왁! 하는 녀석이 딱 지 모습이다.
그래놓고 예린이는 그날 일기에 사생대회에서 1등하고 싶다고 써놨다.
뭔가 상받고 싶다 내지는 1등하고 싶다는 표현을 처음 본지라 엄마는 감개무량.
아 얘도 뭔가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구나 해서.... ^^;;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무대에 갔다.
겨우 3분 공연을 위해서 4시간째 무대 뒤에서 기다린 동생네는 기진맥진...
그래도 무대에 오른 조카 녀석은 어찌나 예쁜지 아 발레 가르치고 싶어하는 욕심이 불끈 불끈...
하지만 더 이상은 안돼 하며 애써 참았다고나 할까? ㅎㅎ 

발레 끝나고 그 북새통을 빠져나와 최근에 발견한 맛난 국수집으로...
집 근처의 국수집인데 저렴한 가격에 어찌나 맛나게 잔치국수를 말아주는지..
근데 갈때마다 손님이 우리뿐이어서 걱정이다. 이 집 망하면 안되는데...ㅠ.ㅠ 

먼지투성이의 몸으로 집에 돌아오니 기진맥진...
늘 적당히 붐비는 집앞공원이 오늘은 정말 인산인해를 이뤄 사람에 치여 죽을 지경이었다.
그 덕분에 정작 꽃은 눈에도 안들어오더만...
아이들 목욕시키고 나니 정말 기진 맥진
아 근데 바깥은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
축제의 밤 - 쾅쾅 울려대는 뽕짝을 자장가삼아(ㅠ.ㅠ) 곯아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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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4-07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술대회 하기에 안성맞춤인 날씨였어요. 저도 작년까지는 이맘때 아이 미술대회 따라가는 것이 연례 행사 같았는데, 미술학원을 그만 다니다보니 올해는 그 행사도 건너 뛰었네요.
집 앞에 공원도 있나보네요. 여기 대전엔 사람 북적이는 곳이 웬만해선 없더라구요. 북적이는 것 좀 보고 싶기까지 하니 말이어요.
김밥 20줄이라니, 그야말로 허걱~ 제가 잘 못하는 음식 중의 하나잖아요, 김밥.
애 많이 쓰셨네요.

바람돌이 2009-04-07 08:46   좋아요 0 | URL
미술대회 처음 참여해봤어요. 역시 미술학원 다니면 이런것도... ^^ 근데 여기 공원 주변이 아파트가 많아서 그런지 어떤 엄마들은 아예 집에서 쓰는 밥상을 들고 와서 이젤 대신 쓰더라구요. 저는 미술학원에서 한다니까 그냥 보내는거지 저렇게는 정말 못하겠어요 ㅠ.ㅠ 여기 집앞 공원도 평소엔 그냥 동네사람들 운동 내지는 산책하는 곳인데 요즘은 제법 유명해져서 저렇게 축제를 할때면 정말 난리도 아니게 모이네요.

순오기 2009-04-07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밥 20줄~ 싸본 사람만 그 수고를 알아요, 애쓰셨어요~ 토닥토닥!^^
미술대회, 애들 어릴 때 참여하는 추억의 필수코스~ 우리도 막내 일곱 살 때 참여한 거로 끝. 큰놈들은 대충 그려내고 띵가띵가 놀고,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막내만 수상했지요.ㅋ
애들 크는대로 맞춰서 엄마 노릇하기도 쉽지 않아요. 직장을 갖고 하기는 더 어렵고요.ㅜ

바람돌이 2009-04-07 08:47   좋아요 0 | URL
정말 애들이 크니까 크는대로 이런 저런 노릇들이 자꾸 생기네요. 그거 다 따라가는건 어차피 불가능이고 그냥 쉬운 것만 골라서 해요. ㅎㅎ
김밥은 하다보면 어차피 재료가 그러니까 늘 많이 싸게 되더라구요. 그래도 보통 12-3줄 정도였는데 20줄은 역시 많더만요. ㅎㅎ

프레이야 2009-04-07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딜가나 뽕짝거리고 쿵쾅거리고 취해서 흔들거리고 음식 냄새 풍기고..
사람들 많이 몰리는 곳엔 꽃구경도 제대로 안 되겠더라구요.ㅎㅎ

바람돌이 2009-04-07 08:48   좋아요 0 | URL
정말 여기가 그랬어요. 꽃은 눈에 안들어오고 사람만... 거기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날리는 먼지는 정말 얼마나 엄청난지.... ^^ 그냥 집 창문 열어놓고 베란다에서 보는 꽃구경이 제일이었다지요. ^^

미설 2009-04-07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밥 20줄~ 고생하셨네요.작년에 비해 여기는 너무 쌀쌀한지 꽃이 안피는데 그래도 여의도엔 벚꽃 축제를 한다고는 하는데... 여튼 아직도 너무 쌀쌀해요.
읽으면서 드는 생각, 해아는 해아답고, 예린이는 너무나 예린이답다는거요.^^

바람돌이 2009-04-07 08:49   좋아요 0 | URL
여기는 지난주 절정이었고요. 이제는 지겠지요. 위쪽은 다음주쯤?
근데 요즘 정말 벚꽃이 너무 많아서 이러다가 온 나라가 벚꽃 천지가 되는건 아닌가 걱정이... 그건 문제가 좀 있을 것 같지 않아요? ^^

국경을넘어 2009-04-09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봄날이군요.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겠는데요.
근데 사생대회는 부모가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이군요. 저희 집 아이들은 그리는 건 좋아하는데 학원다니는 건 싫어하던데요 ^^

저도 이번 주말에는 꽃구경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그보단 아이들에게 아빠구경 시켜주는 게 더 급선무인거 같기도 하고... -.-

바람돌이 2009-04-11 22:24   좋아요 0 | URL
저희도 올해 처음 해봤어요. 미술학원 다니니 학원에서 알아서 참가시켜주는거죠 뭐... ^^ 우리집 애들은 미술학원 너무 좋아해서 요즘 최대 협박이 너네들 그러면 미술학원 끊는다예요. ㅎㅎ
많이 바쁘신가봐요. 아이들이 아빠 많이 찾을것 같네요.
 
똥떡 국시꼬랭이 동네 1
박지훈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똥 얘기 싫어하는 애들 있음 나와봐!!
처음엔 똥떡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애들은 윽~~ 똥으로 떡을 만들어? 어~~ 더러워~~ 하면서도 눈은 반짝 반짝 빛난다. ^^
몇 번이나 읽었지만 읽을때마다 재밌나보다.  


옛날 퍼세식 화장실에 앉아 엉덩이에 힘을 주는 저 모습 얼마나 리얼한지...
같이 보면서 키득 키득 웃다가 문득 준호의 손에 쥐어진 저 신문지 같은 종이를 보고 문득 추억에 잠기는 엄마.
"얘들아 엄마 어렸을땐 화장지가 없었거든. 그래서 저기 저 준호처럼 신문지 같은걸 가져다가 막 비벼서 보들 보들 만들어서 닦았어. 근데 그러면 신문지의 글자들이 묻어서 손도 새까매지고 똥꼬도 새까매졌다."  우리 아이들 눈이 반짝 반짝.. 진짜야? 엄마를 연발한다.
아 난 다시는 신문지로 뒤닦고 싶은 맘이 없건만 아이들에겐 그저 신기한 얘기인듯... 

이어 준호가 똥간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근데 옛날에 너네 이모도 똥간에 빠진적 있었다 하니 난리도 아니다. 뭐 이모는 다리만 빠졌지만.... 하여튼 그거 씻는다고 무지 힘들었어...
아마 내일이면 아이들이 이모를 놀리지 않을까?  

근데 우리 애들이 열광하는 그림들은 항상 구석구석에 있다.  


똥간에 빠진 준호 옆면에 있는 똥파리!
엄마 엄마 똥파리가 똥먹어. 으~~ 더러워... 말은 그러면서 좋아 죽는다. 똥먹는 흉내까지 내며.. 


준호가 목욕하는 장면에서는 옆면 강아지에 주목!
엄마 강아지가 냄새난다고 이러고 있어 하며 흉내내기... 


당연히 뒷간 귀신 흉내내기!! 

하여튼 이 녀석들은 책을 보면 엄마가 보라는건 안보고 늘 딴짓이다.
그래도 엄마는 어릴때의 추억에 잠시 잠기고 아이들은 엄마의 어린시절을 듣고,
재미있는 장면을 맘껏 흉내내고 아이와 같이 즐거운 시간이 된다.
책 읽는 시간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면 책의 내용이 무엇인들 뭐 그리 중요할까? 

똥떡을 왜 만들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미 마음으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똥간에 빠져 서러울 아이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을 아이들도 마음으로 받지 않았을까? 

마지막 빙그레 웃고 있는 저 뒷간 귀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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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4-0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 책 애들이 좋아 죽지요~~ㅋㅋㅋ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푸세식 화장실 써 본 아이들은 제대로 알지요.^^
그림책 보는 묘미, 예린이랑 해아는 제대로 아는군요~~ㅋㅋㅋ

바람돌이 2009-04-07 08:53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은 푸세식 화장실에서는 아예 변을 못보더라구요. 너무 긴장해서 나오던 것도 들어가는걸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0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애들은 왜 똥을 좋아할까요?
자기 몸에서 나오는 노란게 신기한걸까요 ㅎㅎ
오호 이 그림책 끝내주네요.. 돌쟁이 선물로는 어떨까요?

바람돌이 2009-04-07 08:54   좋아요 0 | URL
돌쟁이 선물로는 좀 힘들듯.... 돌쟁이는 그저 달님안녕이나 손이나왔네 곰사냥을 떠나자같은 책이 좋았던듯.... 그맘때 애들은 말 자체가 리듬감이 있는게 읽어주기에도 좋고 들으면서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애들은 똥을 좋아한다기보다 똥얘기를 좋아합니다. 그건 거의 중학생정도까지라고 할까? ^^
 

 

13. 주제 사라마구의 <죽음의 중지> 


언제나 센세이셔널한 설정으로 호기심을 잔뜩 불어넣어 주시는 주제 사라마구.
이번에는 죽음이 사라졌다.
설정은 황당하나 이야기의 서술은 너무나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하고 있는 이 사람의 작품들. 인간에 대한 이 정도의 통찰이 생기려면 어느 정도의 도를 닦아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나는 눈먼자들의 도시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소원이 있다면 바로 그 눈먼자들의 도시를 뛰어넘는 작품을 보는 것.
이번 작품 역시 훌륭하지만 눈먼자들의 도시를 뛰어넘지는 않았다고....ㅠ.ㅠ 


14. 시게마츠 기요시의 <휘파람 반장> 


성장소설의 규칙을 잘 지키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세계를 제대로 포착해낸 작품
단지 아쉬움이 있다면 주인공 마코토의 모습에 어른이 원하는 바가 너무 많이 끼어들었다고 할까?
아이들에게 하나의 이상향으로 제시하기에는 너무 어른스러운 마코토. 오히려 그런 마코토를 바라보는 츠요시의 모습이 더 현실적이고 아이답게 다가와서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책 곳곳의 작은 삽화들은 정말 책 내용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좋았다는 것. 

 


15. EBS지식채널ⓔ의 <지식 ⓔ 4> 


지식e가 벌써 4권이다.
그간 변화한 상황들, 지식e에도 외압은 피해갈 수 없었던 상황들 때문에 사실 걱정을 했었다.
그럼에도 사회의 진짜 소수자의 목소리, 다른생각들,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문제들로 지식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는 지식e
그러니 내가 너를 사랑할밖에.... 

 

 


16-17. 안나 가발다의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연애소설이 문득 보고싶다싶은 모든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스스로 선택해서 진짜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따뜻함이 좋다.
남녀의 연애, 세대간의 연대, 사회적부적응자들간의 따뜻한 마주침 이런 것들로 책을 읽는 동안 미소지을 수 있다 

 

 

18. 류승희의 <안녕하세요, 세잔씨> 


세잔이라는 화가를 다시 만나게 해준다.
작가는 세잔의 일생에 걸친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이 예술로 승화해간 과정을 찾고 싶었겠지만 화가가 아닌 나같은 독자에게는 세잔의 그림이 회화사에서 가지는 의미, 그리고 그의 그림이 왜 현대적인 의미의 회화의 신세계를 개척했는지를 보고 느끼게 해주었다는데 더 큰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뭐 그렇다고 세잔의 그림이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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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은 맘만 여유롭고 몸은 여전히 바쁘고 피곤한 달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생활의 활력소인지 확 깨달았다고 할까? 이렇게 가진 마음의 여유 - 올 한해 열심히 열심히 만끽하고야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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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4-03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에 지식e 안읽은 간첩은 저밖에 없나봐요 ㅎㅎ
다들 이리 칭찬하시니 어떤 책인지 느무느무 궁금하다는;;
(미리보기로 봐도 감이 안잡혀요 -ㅅ-)
이번에 한국가면 꼭 읽어봐야겠어요. ^^

바람돌이 2009-04-03 08:42   좋아요 0 | URL
떨어져 있는자의 비애가 팍팍.... ^^;;
근데 갑자기 궁금해진게 있는데요. 외국에 오래 있으면 한국 음식과 한국 책 중 어느쪽이 더 그리우세요? 저라면 처음에는 음식일것 같은데 좀 오래 되면 한국책일것 같은 느낌이... ^^

무스탕 2009-04-03 08:54   좋아요 0 | URL
저도 지식e 안읽은 간첩2 에요.. 걱정마세요..;;;

바람돌이 2009-04-04 09:5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간첩은 무슨.... ^^

hnine 2009-04-03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 가발디의 저 책은 저도 지금 찜해놓고 있는데 꽤 두툼한, 두 권이라서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어요.
Kitty님, 지식e 안 읽은 간첩 여기도 있어요 ^^

바람돌이 2009-04-03 08:43   좋아요 0 | URL
뭐 두권이라도 책장은 잘 넘어가니까요. 전 이번에 나온 신작 위로도 두권이던데 도서관에 신청해놨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세잔이 좋은데.. (저걸로 스카프 만들면 예쁘겠는데란 다소 황당한 이유에서 ㅎㅎ)
어쨌거나 함께 있을 수 있다면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바람돌이 2009-04-03 08:44   좋아요 0 | URL
어떤 세잔 그림이 스카프로 어울릴까요? 음~~ 약간 감이 안잡히는.... 근데 그림은 정말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것과 많이 다르잖아요. 얼마전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는 별거 없는 피카소의 정물화 하나를 봤는데 그게 마음에 확 꽂히더라구요.그러니 함부로 좋다 나쁘다 얘기할 게 아닌 것 같아요.

하양물감 2009-04-0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저도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아마도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다른 책에서는 아쉬움을 느끼는건 아닐런지...

바람돌이 2009-04-03 08:45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첫사랑이 너무 강렬하면 다음 사랑에 문제가 있죠. ㅎㅎ

짱꿀라 2009-04-0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많이두 읽으셨네. 전 따라가지도 못하겠어요. 쉬엄쉬엄 읽으세요. 지시e를 신문사에 근무하는 녀석이 춘천으로 보내왔는데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 저녁과 새벽에 시간이 남으면 간신에 관에 책을 읽고 있는데 그것도 여의치가 않네요. 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를 참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바람돌이 2009-04-04 09:51   좋아요 0 | URL
권수도 얼마 안되지만 저 책들 전부 책장이 술술술술 넘어가는 책들이랍니다. 그러니 뭐 많이 읽었다 소리는 안 나와요. 저도 3월은 올해는 좀 낫다지만 그래도 역시 바쁜 달인지라... 참 최근에 유재현씨가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후속편으로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란 책을 펴냈어요. 지금 제 책상에 꽂혀 있는데 조만간 읽을려구요. 역시 기대하고 있어요. ^^

미설 2009-04-0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 삼월이 무지 힘드네요. 늘 삼월은 정신 없는 달이긴 했지만, 알도도 학교에 처음 가고 봄이도 유치원에 처음 보내고, 저 역시 안 하던 일도 하고... 하느라 된통 앓기도 했구요. 맘적으로도 괜히 심란하고 힘든 날들의 연속이라 책이고 서재질이고 뭐고 힘든 날들이어요 요즘~

바람돌이 2009-04-04 09:53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1학년의 3월은 정말... 돌아서면 집에 와있잖아요. 거기다 신경은 얼마나 쓰이는지... 봄이 유치원까지 겹쳤으니 몸도 힘들지만 그보다 마음쓰이는 일이 더 많으셨을듯하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그렇게 나가 주면 조금만 있으면 적응이 될거예요. 힘내세요. 힘찬 4월이 될거예요. ^^
 
안녕하세요, 세잔씨
류승희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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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화가의 사과는 먹고 싶지만 세잔의 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싶지 않다. 잘 그리기만 한 사과는 군침을 돌게 하지만 세잔의 사과는 마음에 말을 건넨다 - 모리스 드니 

세잔의 그림이라고 화보에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사과등을 그린 정물이거나 아니면 세잔덕분에 너무나 유명해진 생트빅투아르산을 그린 풍경화다.
이 그림들에게서 난 무엇을 느껴야 하는거지?
왜 세잔을 위대한 화가라고 부르는 거지?
별반 잘 그린것도 없는 것 같은 평범해보이는 정물화들, 그리고 괜찮아보이지만 뭐 그렇다고 엄청 특별할 건 없어보이는 산을 그린 풍경화?
세잔의 그림에서 내가 받는 느낌은 딱 요정도라고나 할까? 
이제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은 것이 비슷한 시대의 다른 화가들 - 고흐나 고갱에 비하면 인기도 면에서 많이 처지는게 사실이니 다른 사람도 비슷하다는 얘기겠지... 

그런데 말이다. 미술사 관련 책을 보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디에서고 세잔은 가장 위대한 화가, 아니 화가들의 스승같은 화가들의 화가가 되어있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들인 피카소, 마티스같은 이들이 보내는 찬사는 더 이상의 찬사가 부족할듯..
그저 입으로 찬사를 보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작품으로 경의를 표하기까지 한다.
세잔의 목욕하는 여인들 그림을 보다보면 저절로 마티스의 <춤>이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떠올리게 된다.  또한 세잔의 <마르디그라>는 피에로를 그린 피카소의 일련의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들고, 생트 빅트와르산 연작의 마지막쯤에 오면 칸딘스키가 떠오른다.

여기쯤 와서야 왜 그토록 많은 화가들이 세잔에 대한 경의를 표했는지 살짝 이해될듯도 하다.
기존의 회화의 모든 관습을 뛰어넘어 새로운 회화의 세계를 열어준 이.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원근법도 전통적인 소묘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아니 오히려 그럼으로써 더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 이
그가 바로 세잔 아닌가? 

책은 그런 세잔이 갔던 곳을 정말 참 열심히도 찾아다닌다.
그리고 세잔이 이젤을 놓아던곳에 이젤 대신 카메라를 놓고 그림속 풍경을 찾아낸다.
그런 풍경과 그림이 나란히 놓이면 아 여기가 이렇게 표현되었구나 경탄하게 된다.
사실적인 풍경이 아님에도 단순화된 몇개의 선과 그보다 훨씬 풍부한 색채로 똑같은 풍경을 그림속에 재현해낸 것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의도한 것보다 세잔의 생애 전반을 짓누른 고독은 그렇게 많이 와닿지는 않는다. 세잔 그보다 더 고독했던 화가도 얼마나 많은가말이다.
다만 세잔의 이젤과 저자의 카메라가 같은 위치에 놓인순간 세잔의 그림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걸 느끼는 즐거움이 더 컸다고 할까? 

아직까지는 세잔의 그림을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내가 세잔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이를듯... 하지만 세잔이라는 화가의 그림을 그저 별것없는 풍경화나 정물화로 생각하지는 않으리라..


고대 로마의 길들은 늘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 길들은 풍경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다. 그림은 바로 이와 같이 길 위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으로부터 출발한다. -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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