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 어린이 판소리 그림책
최은미 그림, 이현순 글, 김동원 감수, 이슬기 어린이 소리녹음 / 초방책방 / 2003년 3월
장바구니담기


이거 별 5개인데 왜 포토리뷰에는 별이 없을까?

하여튼 오래 전에 이 책을 구입했으나 막상 아이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듯하여 묵혀뒀다가 이제는 괜찮겠다 싶어 책을 꺼내 들었다. 심청 얘기는 아이들한테 이야기로만 들려주었지 책으로 읽혀준적은 없었다.
솔직히 아이들이 판소리를 좋아할 지 어떨지도 미지수...

일단 책의 첫페이지
위쪽의 검은 글씨는 해설 부분이고, 아래쪽의 초록 글씨는 판소리로 불리우는 부분이다. 해설은 김동원이란 분이 고수 겸 해설을 하고, 판소리 부분은 초등학교 여학생이 앳된 목소리로 부르는데 소리가 장난아니다. 저 나이에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올까 싶은....

다음 페이지에는 이렇게 어린 청이를 안고 춤을 추는 심학규의 그림이 나온다. 그런데 그냥 그림이 아니라 이렇게 탈을 쓰고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배경 없이 소리에 맞춰 탈춤을 추는 주인공의 분위기가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이 첫장면부터 바짝 그림책에 관심을 가진다.
엄마!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겼어?
그리고 아기가 이상하게 생겼어 등등....
딱 맞춰 질문을 하는 아이들에게 탈춤과 판소리에 대해서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즐겼는지 가르쳐 줬더니 뭐 대충 이해하는듯....

책속의 공간을 자유 자재로 활용하여 심봉사가 개천물에 빠진걸 화주승이 구해 주는 장면은 이렇게 역동적으로 표현됐다.
딱히 배경이 없는데도 위기의 순간을 이렇게 구도 하나만으로 나타내다니...

주인공 심청의 모습을 뺄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인당수에 빠지기 직전의 심청의 모습
탈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알고 슬픈 심청의 모습이 절묘하게 표현됐다.
마지막 길을 떠나는 심청의 절절한 아픔과 체념이 마음에 짠하게 와닿는 표정이다.
요때는 아이들도 슬픈지 조용히 얘기를 듣는다.

판소리 원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소리 부분은 원문을 되도록 살려놓았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이 곳곳에 나온다. 뭐 그렇다고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평소에 모르는 말이 나오면 진짜 열심히 묻는데 이 책은 정말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래도 모르는 말을 그냥 넘어갈수야 없지 했는데 다행히도 이렇게 책 마지막에 용어 해설을 넣어뒀다. 참 친절하기도 하시지....

그런데 정말 절망인건 내가 이 책을 산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CD가 붙어있는걸 까먹었다는 것. 덕분에 진짜 혼자서 해설하고 소리하고 생난리를 치며 읽어줬다. 책 다 읽고 덮으려는데 큰 녀석이 "엄마 뒤에 CD있어" ㅠ.ㅠ
방금 그렇게 목이 터져라 읽어줬는데도 꼭 CD로 다시 듣고 싶단다. 20분 정도의 분량인데 아이는 그동안 꼼짝도 않고 책을 보며 CD를 듣는다. 처음 접하는 판소리가 신기한가 보다.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나보다 먼저 일어난 이 녀석들이 틀어놓은 판소리에 잠이 깼으니....
아이들더러 "엄마가 노래 잘해? 아니면 CD속에 언니가 잘해?"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냉정하게 언니란다. ㅠ.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09-08-0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들의 시선은 참으로 냉철하다죠.^^
헌데 님의 판소리곡이 갑자기 듣고 싶어진다는~~
그걸 어떻게 열심히 현장감있게 들려주셨어요??

바람돌이 2009-08-07 23:46   좋아요 0 | URL
현장감은 무슨... 제가 아주 약간 음치예요. 그리고 좀 심한 박자치고요. 그래서 노래방 가서 탬버린도 못 흔들어요. ㅎㅎ 그냥 애들이니까 생쇼를 한거죠. ㅎㅎ
 

 

42. 카를로 프라베티의 <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이 책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각 챕터의 제목마저도 "남자야 여자야" "늑대야 개야" "엄마야 아빠야" "죽은거야 산거야"하는 식이다.
아 신기하게도 답이 없는 것도 많다.
끝까지 읽어보면 어느 정도 추론이 되는 것도 있지만 끝까지 알 수 없는 것도 많다는 것.
모든 것을 예, 아니오 두가지로 분류하는 흑백논리가 횡행하는 세상에 이런 질문을 전면에 던지는 청소년 소설이라니... 거기다 금상첨화로 심각한 문제의식에 반해서 내용은 참 쉽다는 것.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물씬... ^^ 



43. 김열규의 <노년의 즐거움> 



나는 정말 노년의 즐거움이 뭔지 알고 싶었다.
나도 별 일없다면 그 노년에 상당한 기간을 보내야 할터이니 도대체 무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근원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가르침은 뭐 고사하고 그냥 누구나 알수있는 지엽적인 이야기들을 그냥 생각나는대로 그냥저냥 쓴듯한 글이라니...
하기야 사람으로 사는게 어려운거지 그게 젊은이든 노년이든 뭐 그리 차이가 있으랴... 

 

 

 

44. 성수선의 <밑줄긋는 여자> 


알라디너들 중에 kleinsusun님이 있다.
이름이 어려워서 그냥 수선님이라고 부른다.
그녀의 본명이기도 하고...
요즘 활동이 부쩍 뜸해졌는데 그게 다 이 책 쓴다고였단다.
블로그에서도 난 그녀의 글을 참 좋아했었다.
늘 솔직담백하고 잰체하지 않는 그녀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랄까? (아 나는 의도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세요라는 식의 감성에세이를 무지하게 싫어한다.)
그녀의 글은 그렇게 감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녀가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들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책도 그렇다. 


45. 김갑수의 <지구 위의 작업실> 


이 넓은 지구위에 자기만의 작업실을 가질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런면에서 김갑수씨는 부러움의 대상이며 질투의 대상이다.
그의 작업실을 빼앗아 오디오는 제일 작은거 하나만 남기고 몽땅 치우고 그 공간을 책으로 채워 내걸로 만들고 싶다.
아! 커피기계들은 그대로 두련다. ^^ 
음악과 커피에 미친 사람 하나 정도는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그가 누리는 행복이(자신은 행복하지 않다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굳이 작업실일 필요는 없을테니 말이다.
 

 

46. 김태권의 <어린왕자의 귀환> 

만화로 보는 신자유주의
오늘 평택공장을 뉴스에서 보면서 만화속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평택에서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본다.
무섭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무서워질 것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그랬다.
두려움을 떨치려면 도망가든가 분노하라고...
도망갈 능력도 안되는 우리는 결국 분노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김태권 이 양반은 십자군 이야기 3권은 도대체 언제쯤 내놓을텐가? 솔직히 어린왕자의 귀환보다 더 기다리는 책인데 말이다.  

-----------------------------------------------------
아! 7월이 이렇게 바쁠 줄 몰랐다.
다른 해와 같았다면 7월은 정말 반만 딱 바쁘고 나머지는 닐리리야~~~여야 하는데 말이다.
그나마도 서평단책들때문에 정말 읽고싶은 다른 책들은 손도 못대고 있다.
지금도 밀린 서평단 책들 덕분에 여전히 다른 책에 눈팅도 못하는 중...
서평단책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걸 절감하는 중이다.
그래도 인문분야 서평단은 전혀 아닌 책이 없어서 다행이다.
뭐 읽고 실망하는 책은 있지만 그렇다고 읽기도 싫은 책은 없으니...
예전에 어린이분야 서평단 할때는 읽기도 싫은 책이 꽤 섞여있었더랬다. 

8월엔 휴가도 이미 다녀왔고 바쁜 일도 다 끝냈고,
서평단 책 후다닥 해치우고 읽고 싶은 책이나 잔뜩 읽으련다.
물론 희망사항....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aviana 2009-08-05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십자군 전쟁 3권은 도대체 언제 내놓으실건지 저도 목 빠지고 있어요.
참 그러고 보니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를 산다고 하고 매번 잊어먹고 있군요. -_-

바람돌이 2009-08-05 01:51   좋아요 0 | URL
전 르네상스 미술이야기는 그다지 안땡겨서 패스하고 있어요. 혹시 모르죠 파비아나님이 근사한 리뷰를 써주시면 또 혹할지... ^^ 십자군이야기 3권 내놓으라고 어디 가두기라도 할까요? ㅎㅎ

글샘 2009-08-05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김태권의 십자군을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군요. ㅎㅎㅎ 저도 몹시...

바람돌이 2009-08-05 18:52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데 말이죠. ㅎㅎ

이매지 2009-08-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태권은 십자군에 르네상스 미술에 너무 하는 게 많아서 참 그래요 ㅠ_ㅠ
저도 십자군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죵;;
<책을 처방해드립니다>는 확실히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았어요 :)

바람돌이 2009-08-05 18:53   좋아요 0 | URL
다른 책 말고 십자군이야기 빨리 해줬으면 좋겠구만.... ^^
 

방금 mbc PD수첩을 봤다.
평택공장이다.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이 플래카드에 "차라리 다 죽여라"라고 써놨다.
체제 전복도 혁명도 아니고 그저 살게 해달라고, 일하게 해달라고 하는 이들에게 예전의 동료들은 새총을 쏘고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고, 회사는 단전 단수를 한다.

한 의료봉사원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부상자를 위한 치료자체를 막지는 않았다고 이런 인권탄압이 어딨냐고 울먹인다.
평택에서 신자유주의의 분리정책은 성공한 듯 보인다.
생존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은 고립되었다.
옛 동료들은 내가 아님을 다행으로 여기며 더욱 더 회사에 충성하기 위해 동료를 공격한다.
나만이라도 살아야겠다. 결국은 모두를 자본의 노예로 죽음으로 끌고갈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지배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쳐야 할까?
대화를 안 할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절박함이 그 한마디에 묻어있는듯 마음을 아프게 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9-08-0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땅의 노동자 그 누구도 예외는 없을거라는게 두렵네요.

바람돌이 2009-08-05 00:47   좋아요 0 | URL
노동자든 소상인이든 누군들 예외가 있을까요? 두렵고도 두려운게 그건데 참...

마노아 2009-08-0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평을 보니 인권 낙후 국가로 찍혔으니 '이왕 버린 몸' 더 세게 나간다고 표현했더라구요. 오늘 그들의 모습은 내일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이 모르네요...ㅜ.ㅜ

바람돌이 2009-08-05 00:48   좋아요 0 | URL
조금 전엔 또 교과부에서 만든 역사교과서 지침을 봤어요. "대한민국은 농지개혁과 친일파청산을 위해 노력했다"라니 정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싶네요. 부디 다음 시기에는 오늘의 역사가 정말 제대로 평가되기를 간절히 바래요.

글샘 2009-08-05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시정부 말고 이승만의 대한민국의 정통성... 건국 60주년... 역시 친일파의 준동이 판을 치는 교과서 개편이더군요. 그나저나 평택이 걱정입니다.

바람돌이 2009-08-06 18:33   좋아요 0 | URL
오늘 평택이 최종합의안에 이르렀더군요. 한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이건 뭐 노조가 완전히 항복한 꼴이니... 노조탓을 하려는게 아닙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나라가 너무 무서워요.

무해한모리군 2009-08-0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되고있는지. 그 놈으 협상 안봐도 뻔하게 형식적이었겠네요.
이리 치고 들어올려고..
사람이나 안상해야할텐데요.

바람돌이 2009-08-06 18:34   좋아요 0 | URL
노조의 결정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걱정이네요. 그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겨우 48%만 무급휴직이라.. 나머지 52%는요. 게다가 무급휴직이라 하더라도 이후 어떻게 될지는 또 알수없고..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먹고 사는걸 힘들게 만드는지....

네꼬 2009-08-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섭고 끔찍해요. 모두가 다 불쌍해요. 오늘 협상이 타결됐다고 하지만 그 내용도 기가 막혀요. 일을 해서 먹고 살겠다는 건데, 우리 모두.

바람돌이 2009-08-06 20:48   좋아요 0 | URL
오늘 어떤 사람과 얘기하다 우리 애들에 대해서 내가 원하는건 명문대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저 나중에 크서 성실하게 일하고 지 밥정도 지가 벌어먹을 수 있으면 그래서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근데 그게 얼마나 큰 희망인지 요즈음 절감합니다. 결국 이긴건 신자유주의고 정부네요. 모든 노동자들의 패배일 오늘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섭고도 무서워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을 리뷰해주세요.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전을 하다가 처음으로 사고를 낸게 운전 5년만이었다.
유치원에 아이를 데릴러 갔다가 아이를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뒷좌석에 앉혔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놀래서 운전석 문을 황급히 열었다.
그 순간 골목길을 달려오던 차가 내 차 문을 그대로 박살내고 앞쪽 전봇대를 박은 것.
차는 양쪽다 무참하게 부서졌지만 사람은 크게 다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근데 이 기억은 정말 오래도록 나에게 머무르고 있다.
사람이 다치지 않았으니 그 기억때문에 괴롭거나 한건 아니지만, 내 몸이 그 상황을 시도때도 없이 되살려내는 것이다.
운전석의 문을 열때마다  가장 먼저 그 기억이 무조건 반사로 떠오른다. 그리고는 주변을 살피게 되는 것.
결국 트라우마,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란 어려운 말의 뜻도 이런 식의 기억이 아닐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온 몸의 세포에 속속들이 각인되어있는 상처의 기억들. 

전에 이런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아이를 본적이 있다.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내가 알아낸것은 결국 어린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았던 기억이었던듯한데 문제는 그 기억을 안아주고 보듬아 줄 어머니의 존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기억이 계속 확대재생산되고 있었던것.
아이의 아버지는 끈임없이 괜찮아질거라며 아이의 공부만 걱정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의 상태는 갈수록 심각해졌었다. 결국 아이가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나서야 아버지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는 그저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상처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의지박약으로 몰아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인 김준기씨가 이 책을 굳이 쓰야겠다고 결심한것도 그런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일게다.
아무래도 임상기록을 책으로 내는건 환자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힘들었을 것이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영화가 아닐까?
저자는 원래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은 아니란다.
오로지 이 트라우마를 얘기하기 위해서 그 때부터 관련영화를 찾고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책을 만들어냈다.
어떤 의미에서는 잘 알려져 있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오히려 나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아 그 영화의 주인공은 이런 상처를 갖고 있었구나 같은.... 

살면서 감당하기 힘들만큼 큰 상처없이 살아갈수 있다면 그것도 또한 얼마나 큰 행운인지...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상처나 고통과 맞닥뜨릴 가능성을 훨씬 높이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개인에게 지우는 고통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점에서 무차별적이고 또 그만큼 혹독하다.
그런 고통은 때로 가족의 죽음이나 어린시절의 학대나 버려짐 부모의 차별, 사고나 죄, 질병, 실연등등 곳곳에 널려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은 가해자에게나 피해자에게나 트라우마를 남기고 당사자의 일생을 지배한다.  
또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얻은 집단적 트라우마나 분단이 낳은 군대징집이 낳는 트라우마도 신문을 간간히 장식한다.
이런 상처는 결코 개인의 힘으로 혼자서 극복되어지는 것이 아님을 책은 역설한다.
넌 할수 있어,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격려, 행복하거나 뿌듯했던 순간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능력, 자신의 아픔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누군가의 존재 그리고 이런것들을 가져다 줄 전문적인 치료의 필요성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건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당신도 이런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 얻게 될지 모르는 트라우마, 그 위협을 준비하고 대처할 용기를 가지려면 그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책은 얘기하는 듯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샘 2009-08-0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땅에 살면서... 빨갱이 트라우마(레드 컴플렉스), 경찰 진압복 트라우마... 이런 게 생겼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무섭죠.

바람돌이 2009-08-04 10:52   좋아요 0 | URL
사실은 일본에 대한 트라우마나 군대 트라우마보다 더 심각한 트라우마일수 있겠네요.
 

저녁 MBC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경기도교육감 공약사항인데 그게 의회에서 예산안이 완전히 삭감되어 당장은 실현 불가능해졌다는 것.
무상급식 반대측의 논리는 딱 하나다.
왜 전체 무상급식을 하느냐? 잘 사는 애들은 급식비 내게 해야 한다. 잘 사는 애들까지 급식비 지원하게 되면 정작 지원받아야 할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일면 일리있어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학교에는 당연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야 무상교육이니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급식비 정도이다.
하지만 한달에 3만원 내외의 이 급식비조차도 내기 힘든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요즘에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이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 밥을 먹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물론 요즘에야 아이들 앞에서 누가 급식지원을 받니 어쩌니 하는 망발을 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문제는 그것을 아이는 안다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몰라도 공짜로 얻어먹는 아이는 안다는 것.
그 어린 아이에게 급식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괜히 나만 공짜로 먹어서 많이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
왠지 모를 주눅감 이런게 없으리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은 빈부격차 투성이다.
그런 세상에서 단 한곳 - 학교만이라도 아니 매일 밥을 먹는 그 시간만이라도 그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얻어먹는 아이, 돈 내고 먹는 아이의 차이가 없는 그럼으로써 급식시간은 모든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 말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이 나라의 경제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한 복지정책이며, 또한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다. 

중학교에서 학기초면 급식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조사한다.
아이들에게 급식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며칠 뒤까지 개인적으로 선생님 찾아오라고 얘기한다.
요즘 아이들은 교무실을 무슨 지 놀이터처럼 생각하며 드나드니 교무실에 선생님 찾아오는 것은 뭐 그리 티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결국 담임이 학기초에 조사한 가정조사서를 기반으로 몇몇 집을 선정해 아예 부모랑 직접 통화한다고 일만 만땅이다.(전화해보면 정말 기가 막힌 사정의 집안들 투성이다.)
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당연히 아이들의 자존심이다. 돈 겨우 3-4만원의 돈에 자존심을 팔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돈이 없다고? 그 많은 예산이 어디서 나오냐고?
웃기지 마라
다른데서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학교에 얼마난 많은 눈 먼돈이 떠돌아다니는지....
방과후학교 바우처지원비라는게 있다.
방과후학교라는게 특히 중등이상의 경우 그저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인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수강료를 학생에게 지원해주는 돈이다. 돈의 의도는 뭐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급식비나  한 달에 2만원쯤 되는 학교운영지원금 지원때는 온갖 증빙서류 갖추라고 난리를 부리면서 실제 지원해 주는 학생 숫자는 학급당 1명 내지 2명이다. 
그런데 신청하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방과후학교수강료 지원은 신청자 대비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증빙서류? 담임의견서 하나면 달랑 끝이다.
이거야 말로 본말이 전도된 거 아닌가 말이다.
정규교육을 위한 지원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 일종의 보충수업에 대한 지원은 이렇게 쉽다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 돈 제대로 다 못쓴다.
그런데도 실적은 있어야 하니 학교에서는 하기 싫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방과후로 끌어들이기 위해 별 지랄같은 짓들을 다한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예산의 전형이다.
그 뿐이랴?
학력향상을 위해 요즘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돈이 내려온다.
그 학력향상이라는게 거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이 중학교로 내려온거다.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학교인가 뭔가는 학교당 지원비가 억대에 달한다.
물론 이 돈들은 부정이나 부패로 교장손에 들어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에 예산의 항목이 엄격하기 때문에 그런식의 부정이 저질러질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실제로 이런 류의 돈들을 집행해보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돈들이 과연 필요한 예산인가 하는것이다.
실제로 방과후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런 예산이 일단 잡히면 무조건 다 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 신청자지 필요없는 아이들도 하기 싫은 아이들도 무조건 잡아둬야 한다. 그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단 무시하고라도 저렇게 방만하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예산이 장난 아니라는 거다.  

그 외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데 또는 오히려 교육을 망치는데 들어가는 돈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경제능력에 상관없이 - 지원은 곳곳에 널려있다. (요즘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인걸 찾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확률과 비슷하다)
거기다 내가 모르는 돈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런 돈들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만해도 초등급식비 정도는 해결되고도 남을게다.  실컷 잘살고 공부잘하는 애들 지원 빵빵하게 해대면서 그래 급식비 무상지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사람은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 때로는 밥보다 자존심이 더 무겁다.
그건 아이들도 그렇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9-07-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정말 거 개새끼들... 지방자치고 뭐고 다 죽여버리고 싶더군요.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그 말하는 입이 옆에 있다면 정말 입을 쭉 째고 싶은.... ㅠ.ㅠ

조선인 2009-07-2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옳소 옳소 기껏 공들여 교육감 투표했는데, 지들이 뭐라고, 이 0000!!!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정말 열심히 투표한 경기도분들 분통터질듯... 이 동네는 그나마도 없답니다ㅠ.ㅠ

네꼬 2009-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는 게 욕밖에 없어요.

바람돌이 2009-08-01 00:36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ㅠ.ㅠ

머큐리 2009-07-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뿌리하자고 했더니, 지방토호들이 별 쓰레기같은 짓거리만 하고 있네요...위건 아래건 없는 사람 생각 못하는 짐승들은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며...강력 추천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37   좋아요 0 | URL
강력추천은 추천이 몇개 달릴까요? ㅎㅎ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을 뽑지 못하는 이놈의 현실은 왜 가능할까 고민입니다.

마노아 2009-07-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아요!! 백 번 천 번 지당해요. 저 있는 학교 1년에 1억씩 지원받아서 하기 싫다는 애들 억지로 교실로 끌어당기고 있는데 애들 다 도망가지요...

바람돌이 2009-08-01 00:38   좋아요 0 | URL
정말 뭐하자는 짓인지... 학교는 돈 내려온다 그러면 비명부터 지르지요. 그게 다 일인데 정말 보람없는 일이 대부분이니.... 일할 맛이 안나지요.

꿈꾸는섬 2009-07-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뉴스 보고 분개했었죠. 밥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이면 큰일날까요? 게다가 학교에 눈먼 돈이 돌아다닌다니 정말 황당 그 자체에요.

바람돌이 2009-08-01 00:42   좋아요 0 | URL
한끼 먹는 밥에서조차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닐텐데 말이죠. 온갖 사업은 많은데 대부분이 딱 눈에 보이는 실적위주의 것들이니.. 교육의 성과란게 그렇게 쉽게 눈에 띄는게 아닐텐데 늘 눈앞의 실적에만 눈이 머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거죠.

BRINY 2009-07-2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초등이 아니라 고등학교인데, 올해는 담임의견서 낸 학생들은 100% 탈락이었어요. 작년에는 담임의견서만으로 100% 급식비 지원받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자존심때문에 신청조차 안하는 집도 있구요. 고등학교는 급식비 말고도 드는 돈이 정말 많은데...그런 집들 급식비 체납될 때마다 얘기하기 얼마나 곤란하지 몰라요, 그.들.은. 초등뿐 아니라, 중등, 고등 다 급식비 무상 지원이 필요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44   좋아요 0 | URL
학교급식비지원이나 운영비 지원은 왜 그렇게 힘든지...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이면 당연히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돼야 되는게 원칙일텐데 말이죠.

Sati 2009-07-3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만아동의 체중조절 비용을 나라에서 대주기로 하지 않았나요?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삭감과 관련해서, '관계자들'은 "어릴 때부터 의타심을 키워주는 것은 좋지 않다"류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정신분열적 정부라고나 할까...

바람돌이 2009-08-01 00:48   좋아요 0 | URL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가르치는거지 그게 무슨 의타심?? 하여튼 뚫린 입이라고... 아이들하고 얘기하다가 이정도는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야라는 말을 더 자주 해야 할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