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김준기의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이런 류의 책을 읽다보면 다른 사람의 약간만 이상한 행동도 다 뭔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
임상사례를 직접적으로 소개하기 힘드므로 영화를 통해 트라우마가 어떤 식으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 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48. 피터 케이브의 <사람을 먹으면 왜 안되는가?> 


아주 참신한 제목
너무나 당연히 여기는 것을 생뚱맞게 질문으로 처리한 센스!
하지만 내용이 그 만큼을 못따라가주면 다 소용없는 법
철학의 근원적인 질문이나 세계관의 문제보다는 논리학에 많이 치중한 느낌이라 제목과 매치가 잘 안됐다.
아! 그리고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번역의 문제는 오호 통재라...  

 

 

 


49. 아지즈 네신의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터키의 국민작가 아지즈 네신, 어린 시절의 눈물을 말하다.
첫사랑 닭에게 외면받고 공격받고 흘린 눈물
가난의 눈물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앞의 눈물 

저는 눈물속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아지즈 네신의 말속에서 아지즈 네신이라는 인간과 터키라는 나라를 본다. 

 

 

50. 마커스 주삭의 <메신저> 


<책도둑>의 마커스 주삭이 훨씬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다.
진짜 별볼일 없는 한심한 청춘도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뭐냐고?
그냥 그렇다고.....  

 

 

 


51. 고미숙의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이제는 고미숙씨 글쓰기의 특징이 보이는 듯도 하다.
열하일기에서 끊임없는 탈주의 정신을 찾아내더니
임꺽정에서는 마이너리그들의 떠들석한 공동체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정말로 그럴듯하게 재구성해내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그녀가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살짝 부러워지기도 한다. 

아무튼 책은 참으로 재미나다. ^^ 

 


52. 돌프 페르로엔의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인간이 인간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야수가 되는데에 특별히 나쁜 심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눈감고 그 사회의 지배이데올로기에 가만히 편승하면 되는거다.
이제 14살 생일을 맞은 아리따운 소녀도 충분히 야수가 될 수 있다.
그냥 어른들이 하는걸 보고 얌전하게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53. 니콜라스 시라디의 <운명의 날> 



1755년 리스본 지진을 계기로 포르투갈의 근대화 계몽군주의 역할을 꿈꾸었던 폼발후작 - 카르발류의 이야기.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가 가져다준 기회를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킬 계기로 휘어잡았던 한 사내의 일생, 그리고 필연적으로 부딪힐수 밖에 없었던 한계. 

이런 식의 역사서술도 재밌다.
인물을 통해 역사를 보는 재미를 소록소록 느끼게 하는 책. 

 

 

54.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씨의 책 표지 같지 않게 말랑말랑한 책 표지.
하지만 역시 공선옥!
가장 예쁜 스무살을 예쁘게 사는게 죄가 될 수도 있었던  80년대의 젊음을 얘기하다.
공선옥씨의 글은 항상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허위와 모순들을 모두 뒤집어 까발려놓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소설속 청춘들은 예쁘다.
스무살은 어떡해도 예쁠 수 밖에 없는 나이이니.... 

 

 

55. 시사 IN의 <거꾸로 희망이다> 


한국의 지식인 21세기의 대안을 말하다
부제를 달면 이쯤 될까? 

딱히 이것이다라고 할 것은 없으나 그럼에도 이런 노력들이 모이고 또 모임다면 뭔가 세상이 어느 순간엔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이라 갖고 싶다.
녹색환경운동이든, 청소년운동이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든...
모든 것이 의미있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면 좀 사는게 행복해질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
아! 서평단 도서의 홍수....
다 그런대로 재밌게 읽었지만 그래도 때때로는 다른 책도 필요한 법!
숙제처럼 책을 읽어야 하는 일은 이제는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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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학한지 겨우 2주만에 몸상태가 장난 아니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으나(그렇다고 특별히 멀쩡해보이는 부분도 없다) 체력이 완전 바닥난 기분.
하루종일 피곤하고 저녁이면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약먹은지 오래됐다.
40대 들어서면서 달라진 점.
원래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다 부모님 덕이다.
그런데 40대가 되기 전에 부모님께 받은 체력을 다 써버린 듯싶다.
이렇게 힘들줄 알았으면 아껴쓸걸.... ㅠ.ㅠ
결국 지금은 약으로라도 없는 체력을 만들어줘야 할듯...
그나마 약으로 만들어지는것도 다행일테고, 언젠가는 그걸로도 안되어 남은 뼈마디를 다 갉아먹고 살아야 할때도 올 터인즉, 지금이라도 아껴써야지....  

아! 근데 이렇게 내가 체력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게 뭘까?
그러고보니 지금 못하고 있는게 책읽기와 서재놀이구나....
그니까 결국 서재에서 놀려고 체력을 만드는거지? 음......

2.
인문도서 서평단 활동 중이다.
처음엔 재밌었다.
생각보다 책이 자주 많이 왔다.
빨빨한 신간을 공짜로 받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미리 알았어야 했다.
그것이 족쇄가 될 것임을....
때로는 말랑말랑한 연애소설이 보고 싶을때도 있을 것이며,
여행서를 보며 다른 시공으로 훌쩍 날아가고 싶을때도 있는것이 나라는 인간인데....
서평단도서는 이제 기쁨이 아니라 무거운 짐덩어리로 변하고 있다.
(아! 오해마시라, 서평단 책이 싫다는게 아니라 내 독서경향이 늘 미친년 널뛰듯하는게 문제라는거다. 지금은 소설이 확 땡기고 있는 중.....)
일단 다음번에는 절대로 서평단 신청안해로 마음을 굳혔으나 아직 남은 일정과 남은 책들이 문제로구나.....  

3.
소설 땡긴다는 얘기 했지?
요즘 그나마 읽은 책이 두권인데  정말 반하고야 말았다. 

 알라디너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듯...
새벽 세시.... 는 아프님 서재에서 서평 읽고(아프님도 여러분의 추천을 받고 읽은듯했고)
새들은 페루에..는 휘모리님 서재에서 만났다. 

물론 책 제목과 명성이야 그 전에도 익히 들었지만 역시 나랑 독서취향이 비슷하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급 읽고싶어지는 법인가보다. 

기대보다 훨씬, 아니 홀딱 반할만큼 좋다.  새벽 세시...는 후속편이 나왔으니 다음 번 주문에 넣을테고, 새들은 페루...는 한동안은 로맹가리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듯하다.
폴 오스터 이후 어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볼 생각에 이렇게 맘 설레보기는 처음인듯... 

4.
새로 나온 책들이 또 맘을 설레게 한다.

  

 

 

 

 

 

 

  김연수의 신작이 나왔고
돌베개에서는 오랫만에 <테마한국문화사>가 나왔는데 <불화>편이다. 아! 이 시리즈는 정말 두고 두고 좋은 시리즈다. 

실천문학사에서도 새로 박헌영평전이 나왔다.
안재성씨는 이제 아예 이쪽 계열의 사람들 평전으로 방향을 잡은 듯한데 한편으로는 익숙해져서 읽기 편한면도 있고 안재성씨의 성실한 노력도 높이 살만하다.
그래도 좀 다른 관점 다른 해석을 만나고 싶기도 한데 이쪽으로 글을 써줄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느낌이다. 

아 그리고 이주헌씨
뭐 그냥 새책 나오면 무조건 자동으로 사니까.... ^^ 

5.
다음 주 부터는 서서히 바빠질 듯...
아마도 10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가 피크일듯하다.
목표라야 집으로 일 가져가지 않기!
그래서 집에서는 서재놀이랑 책읽기하고 싶다는 것 정도....
아 근데 지금 상태로는 이것도 쉽지 않네...
퇴근하고 집에가서 애들 딱 재우고 나면 그대로 퍼져서 자거나 아니면 멍한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날들... 역시 빨리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오늘의 결론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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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9-10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보약 드신다더니, 아직인가봐요. 같이 체력 비축해서 서재질(혹은 놀이) 열심히 해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 저도 무척 보고 싶던데요.

바람돌이 2009-09-11 14:01   좋아요 0 | URL
언제였지?? 그 때 아마 그러다 좀 괜찮아져서 또 말았을거예요. ㅠ.ㅠ
지금은 낮에도 견디기가 좀 힘들어지네요. 뭐든 먹고 힘내서 열심히 놀아야죠. ^^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사인본 받고 싶었는데 아차 하는 순간 지나가버렸더라구요. 예전에 <밤은 노래한다>사인본 받았는데 김연수씨 사인 멋졌거든요.^^

마냐 2009-09-1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그 와중에 새들은 페루...결국 읽어봐야 할란가....라는

바람돌이 2009-09-11 14:03   좋아요 0 | URL
거의 하루에 한 두편정도 읽었어요. 너무 좋아서 진짜 빨리 읽고 싶었는데 몸이 안따라줬다는.... ^^ 솔직히 저는 표제작인 새들은 페루에서는 조금 아니었고 나머지는 거의 다 좋았습니다. ^^(첫 작품 읽고 잠시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는.... )

라주미힌 2009-09-1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그래도 뭐 왕성하게 읽으시네요 ^^;

바람돌이 2009-09-11 14:04   좋아요 0 | URL
겨우 2권인데요. 그것도 새벽세시 바람이 부나요는 책장 아주 잘 넘어가요. ^^

BRINY 2009-09-10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학하고 2주간 허덕이다가 이번 주에 좀 나아요. 모레는 얼마만에 쉬는 놀토인지요!!! 방학중에 글쎄 보충수업을 놀토없이 했거든요. 바람돌이님도 이번 주말은 집에서 푸욱 쉬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바람돌이 2009-09-11 14:05   좋아요 0 | URL
내일이네요. 그놈의 놀토가... 전 이번 놀토는 친정어머님 칠순이 끼어있어 가족여행이 계획돼 있어요. 별로 쉬는거하고는.... ^^;;
방학을 제대로 보내야 몸도 회복되고 아이들도 예뻐보이고 하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저도 이번 방학에 그놈의 방과후 수업 한다고 바빴네요. ㅠ.ㅠ

hnine 2009-09-1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삼은 어떠세요?
전 언젠가 제 나이 말하면서 아직 창창한 나이죠~ 라고 덧붙이고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어버린 적이 있어요. 웃지 말았어야 하는데 ^^

바람돌이 2009-09-11 14:07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지금 홍삼 신청해놨어요. 한의원에서 시켜먹는 비싼 보약보다 전 홍삼이 딱 맞더라구요. 저희집 식구가 다 그래요. 요즘 평균연령을 생각하면 창창한 나이 맞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그쵸?? ^^;;

울보 2009-09-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잘챙기세요,,
누가 안 챙겨주면 스스로 챙기셔야 해요,
맛난것 많이 드시고, 전 집에만 있는데도 그러데,,ㅎㅎ

바람돌이 2009-09-11 14:07   좋아요 0 | URL
맛난건 알아서 잘 먹습니다. 제가 워낙에 먹는걸 좋아하잖아요. ^^
근데 그냥 3끼 챙겨먹는걸로 해결안되는게 있네요. 나이 말예요. ^^

조선인 2009-09-1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테마한국문화사, 며칠전 교보문고 책꽂이 앞에서 삐죽삐죽 만지작거리며 시간만 끌다가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섰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자동으로 보관함에... ㅠ.ㅠ

바람돌이 2009-09-11 14:08   좋아요 0 | URL
테마한국문화사 책 참 좋죠? 비싸긴 하지만 책을 보면 그정도 값은 한다 싶고, 또 이런 책 팔리지도 않을건데 만들어주는 출판사가 고마워서 열심히 삽니다. ^^ 근데 이번 불화편은 특히 비싸더라구요. ㅠ.ㅠ

하늘바람 2009-09-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빨리 만드셔야겠어요. 엄마가 아프니 집이 잘 안돌아가더이다.

바람돌이 2009-09-11 14:09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가끔은 엄마 너무 피곤해서 좀 잘게하면 우리 애들은 이제 그냥 알았어 하면서 지들끼리 노네요. 집이 엉망이 돼서 그렇지.... ^^

꿈꾸는섬 2009-09-1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서른 중반인데도 매해 약을 먹어요. 약 먹으면 정말 기운이 솟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님 약 드시고 얼른 원기회복하셔요.^^

바람돌이 2009-09-12 00:58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오늘 홍삼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좀 먹으면 나아지겠죠. ^^

치유 2009-09-12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글 보며 홍삼 권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주문하셨군요..^^_
저도 집에 쌓여서 안 읽혀지는 책보다 맘에 들어 빨리보고 싶은 책이 젤 좋은것 같아여.변덕이 심해지지만 .물론 욕심 만땅이지만요;;
빨리 회복하셔서 아이들 재우고 느긋한 시간도 갖게 되시길.

바람돌이 2009-09-14 10:45   좋아요 0 | URL
배꽃님 네 주문했어요. 그냥 아는 분 통해서 했네요.
빨리 먹고 힘 열심히 내서 서재놀이도 열심히 하고 할게요.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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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고 잡문을 끄적이면서 생긴 은밀한 욕망
아 나도 누구처럼 글을 잘썼으면...
A는 어쩜 저럼 논리정연하게 자기 생각의 표현을 잘할까?
B는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저렇게 감각적으로 글을 쓸수 있을까?
C는 쓰는 글마다 어쩌면 저렇게 사람을 웃게 만들수 있을까?
D E F...... 아 정말 끝없는 부러움의 대상들이라니.... 

은밀한 욕망이라고 했다.
내놓고 누구처럼 글을 잘 쓰고 싶어요라고 말하기에는 좀 많이 처진다는거 알거든.
뭐 욕망도 내놓고 말할 수 있는건 어느정도 기본은 갖춰야 하는거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아주 쿨한척....
뭐 잘 쓰는 사람만 글을 쓰나요? 그냥 쓰는거죠.... 돈받고 팔 글도 아닌데 잘 못써면 어때서요라는 뻔한 말로 나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고 위장하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아주 절실하지 않은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뭔가가 절실하면 저절로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데, 즉 글쓰기방법에 관한 책을 열심히 읽고 또 좋은 문장이 있으면 이건 어떻게 썼지 생각도 하고 국어 문법 공부도 좀 하고 뭐 이런 노력 말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전혀 않으면서 무작정 '아! 나도 글을 잘 썼으면...'하고 막연한 탄사만 날리는게 지금의 딱 나라고나 할까?
그러면서 글이 붜 별거야? 그냥 열심히 쓰다보면 느는거지 하면서 무작정 열심히 쓰기만 한다.(아 물론 열심히의 기준은 내 기준이다.) 
뭐 이렇게 쓰기만 해도 전혀 늘지 않는 것은 아니더라...
서재 생활 초기의 내 글과 비교하면 용됐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고, 가끔 업무상 일을 하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 문법에 안맞거나 문장이 고르지 않은 것들이 예전과 다르게 눈에 확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말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의 경지를 뛰어넘고 싶으면 거기서부터는 본격적인 공부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할 것인가 말것인가에는 어느정도의 절실함이 요구되는법.
처음으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손에 들면서 내가 가진 은밀한 기대는 내게도 글을 진짜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까? 제목도 "나를 바꾸는 글쓰기..."라잖아.
근데 이런 기대는 불발로 끝날 가능성을 항상 자신 안에 안고 있는 법.
자기 내면에서 쓰야한다는 치열한 욕구가 생기지 않는 한은 어떤 책을 읽는다고 그게 생길수는 없는법이니... 
그래서 저자는 자기에게 가장 절실한 것을 쓰야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바꾼다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절실해야 한다 또한 그것을 쓰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절실해야 함을 말하는 것일게다.
글쓰기의 유형이나 방법론을 말하는 것은 그 다음 얘기이다.
내게는 무엇이 그리 절실할까? 결국은 그것부터 찾을 일이다.
서재귀퉁이에서 서평을 쓰는 일조차도 해당 책이 내게 절실했거나 정말로 좋았을때 쓰기가 쉬워지는것도 그런 의미일테다.
내게는 아직은 그런 욕구가 그리 절실하지 않은지 뒷편의 글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에서는 책을 읽는 속도가 더뎌지기 시작했다.
저자의 말이 어느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은 없었으나 그의 첨삭지도나 예제문장들을 보면서는 이것들을 다 신경쓰면서 글을 쓰려고 하면 나는 절대 글을 못쓰겠구나 싶었다.
저자 역시 그 모든 규칙들을 일일이 신경쓰면서 글을 쓰는 작가는 없다 했으나 그럼에도 글을 쓰고 다시 읽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퇴고의 과정은 정말 없어서는 안되겠구나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게 퇴고구나...
왜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싫을까?
그래서 내 리뷰엔 추천이 별로 없는 것도 아마 이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터....

내게 이 책은 오히려 앞부분의 독서법을 얘기하는 곳에서 더 유용했다.
책을 읽되 제대로 읽고싶다는 욕구는 글쓰기의 욕구에 우선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나이를 먹어 읽은 책의 내용은 물론이고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여부조차 불투명할때는 더더욱 말이다.
어떻게 하면 내 독서를 더 풍요롭게 하고 내 자신이 좀 더 잘 기억하고 내 삶의 지평을 확대해주게 할 수 있을까라는 나의 고민에 이 책은 아주 유용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되 그것과 관련이 되는 책들을 모두 모으고 그 중에서도 최소한 10여권을 가려내고 한 권 한 권 읽으며 맘에 드는 문장에 밑줄을 치며 씨앗문장을 찾아내라는 권고....
가끔은 책을 음미한다기 보다는 그저 책을 읽기 위해 읽는 것처럼 후다닥 읽어버리고 말때가 많은데 책 역시도 음미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당연한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가을, 아직은 글쓰기보다는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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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9-09-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밀한 욕망에 공감..사실 직업상 글쓰기 수련 혹독하게 받았으나, 그 글은..그냥 드라이하게 문맥 맞게 쓰는 법을 배운거고...글은 늘 자신없어요.

바람돌이 2009-09-11 14: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마냐님 글은 참 쉽고 재밌게 읽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수련도 받으셨군요. 하기야 직업이 그렇죠? 저는 말하기 훈련 받고 싶은데 왜 그런 수련은 안해주는걸까요? ^^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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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기적절한 인연을 가리켜 불가에서는 '줄탁동기'라 일컫는다. 좋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본래 병아리가 알 속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맞춰, 밖에서 어미닭이 알을 쪼아주는 것을 뜻하는 말로, 떠들 줄, 쪼을 탁자를 쓴다.-84쪽

어느 정도 읽어 봐서 구미가 바짝 당기지 않으면 접어야 한다. 밑줄을 그어대면서 자신의 눈을 반짝거리게 하는 책이 아니라면 일단 접어야 한다. 물론 구미가 당기는 대로만 읽다 보면 만화책이나 대중소설에만 머무를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재미있다면 우선은 그것부터 읽어야 한다. 마음이 거기로 끌린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자신을 믿고 마음 끌리는 대로 가야 한다. 어정쩡한 교양서적이나 유행 담론 서적들을 폼 나게 끼고 읽은 끝에 결국 폼이나 잡는 교양인이 되는 것보다는 무협소설만 읽다가 무협소설 계통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는 무협소설 작가가 되는 것이 백 배는 더 낫지 않을까.-86쪽

씨앗도서, 혹은 씨앗문장을 몸과 마음에 심어 두는 첫번째 방법은 씨앗 표시를 해두는 일이다. 즉 공명이 울리는 문장에 밑줄을 긋는 일일 것이다. 어떤 대목이나 단원 전체가 마음에 들면 그곳에 별표를 해두면 된다. 일독하고 나면 이렇게 표시해 둔 부분만을, 재독한다. 이때 따라 써 두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 쓰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일 경우엔 다만 눈을 감고 소리 내어 문장을 읽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목과 따라 쓰기 외에 밑줄을 묵상하는 방법도 있다. 문장을 읽은 다음 침묵의 상태로 연상되는 이미지나 이야기, 변형문장, 궁극적 의미 등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96쪽

감상적, 도식적, 윤리적, 일상적, 상투적, 통념적 언어질서에 복종하는 글스기는 약자의 글쓰기다. 반면 스스로의 감각과 사유와 상상을 생성해내고 즐기며 기성문법을 넘어서는 새롭고 낯선 소수언어를 만드는 자가 비로소 작가고 예술가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란 언제나 소수언어로서의 창작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창작언어를 탄생시키는 일이란, 기성질서와 언어에 저항하고, 기성질서와 언어를 전복하고, 무엇보다 기성질서와 언어보다 더 강해지고 넉넉해진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창작언어는 자연스레 글쓴이의 개성이 묻어나는 언어이고 저항의 언어이고 전복의 언어이고 강자의 언어이고 난장의 언어다.-238쪽

결국 글쓰기는 '경험을 재현'하는게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는 일이다. '글쓴이가 실제 경험한 내용인가?'하는 재현의 문제보다는 '글쓴이가 실제 고민(갈등)하는 주제가 담긴 내용인가?'하는 구현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경험을 갖고 글을 쓰기 보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써야 견고한 짜임새를 갖춘 글을 구현할 수 있다.
어떤 작가에게 독특하고 강력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글감이 되겠지만, 그에게 독특하고 강렬한 주제의식이 없다면 글은 기껏해야 기록에 그칠 것이다.-254쪽

겉으로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하는 듯하지만, 그것이 결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한 것이 아닌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열심히 읽은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읽었거나,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방만하게 읽었거나, 성의껏 쓴게 아니라 욕심껏 쓴 것이거나, 자기 도약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자기 도취에 빠져 쓴 것이거나,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치졸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다양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산만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혼자뿐인 시간을 가진 경우, 그러한 노력은 허사다. -3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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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8-3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앗표시라 인상깊네요^^ 열심히 해야겠어요

바람돌이 2009-09-01 08:47   좋아요 0 | URL
이 책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아직 눈에 안들어오고 책을 잘읽는 방법은 눈에 번쩍 뜨이네요. 아무래도 제 관심사가 글 잘 쓰는거에 있지는 않나봐요. ^^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공선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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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어디를 찌르면 제일 독자가 찔려하고 마음 불편해할지 아는 듯하다. 

80년 광주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하고 괴로워하는 친구를 보며 해금이 자신에게 묻는다.
(친구가 죽었는데도) 나는 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먹는거냐고.....  

20살, 무엇을 해도 어떻게 꾸며도 어여쁠 그 시절
이제 막 어른의 문턱을 간신히 넘어와 세상이 모두 아름다워 보여야 마땅할 시절.
세상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고 외치고 싶을 그 시절
하지만 광주에 묶인 그들에겐 그렇게 치기어리고 예쁘야 할 시절, 그리고 좀 이기적이어도 괜찮을 그 시절을 늘 다른 것, 다른 사람의 고통, 다른 세상에게 빼앗겼다.
누구도 친구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누구도 당당할 수 없었던 시절들....

80년 광주에서만 그럴까?
2009년 대한민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나는 여전히 밥도 맛나게 먹고, 잠도 잘잔다.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도, 쌍용노동자들이 절망적인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때도....
같은 사람이 누구는 저렇게 죽도록 고생하고 있는데 나는 이렇게 밥이 잘 넘어가도 되는건가?
마음속에서는 저들이 저러고 있는데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는건가라며 아우성을 치는데,
저들이 바로 나잖아! 근데 왜 나는 여기서 이렇게 사소한데만 목숨걸고 사는거냐고 난리인데,
그래도 그래도 밥은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간다.

친구 승희의 엄마는 처음으로 해금에게 진짜 위로를 던진다.  
"악아, 우지 마라. 사는 것은 죄가 아닌게로 우지를 마라."
그래 살려면 밥도 먹고 잠도 자야지...
사는건 죄가 아니라잖아.  
해금아 너도 그리고 나도 살자. 살아야지...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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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
    from 마주하다 2009-08-28 00:57 
    80년 광주에 대한 기억이 내겐 정확하게 없다. 그때 나는 일곱살이었고, 드문드문 뉴스를 보며 데모하는 모습이 나오면 폭도, 빨갱이는 죽여야지.라고 했던 어른들의 얘기들만 듣고 자랐으니 그때나 조금 더 커서나 데모를 하는 건 나쁜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때 멋진 담임 선생님을 만났었고 그분을 통해서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좋은 책들도 많이 읽게 되었다. '원숭이의 꽃신', '우동 한 그릇', '마루타', '돌베게'(이건 중3때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