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의 원천인 태양의 영향력이 가장 두드러진 곳. 어마어마한 태양 에너지로 인해 엄청난 양의 강수량과 엄청난 생산력의 동식물군이 번성한다. 열대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지구 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이곳엔 전지구 생물의 15%가 살고 있다. 이곳에 사는 생물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 아직도 인간에 발견되지 않은 동식물들을 헤아릴 수 없다.

극단적으로 다양하고 비옥한. 열대우림의 자연적 특성은 당신의 책 취향을 대변하기에 가장 적당합니다.


  • 밀림 같은 포용력:
    마치 열대우림과도 같은 극도로 다양하고도 조밀한 책 소비 행태를 보임. 그 어떤 극단적인 내용이라도, 그 어떤 괴상하고 수상한 내용이라도 이 취향에선 대체로 기꺼이 소비되는 편. 가장 다양한 종류의 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지적인 대식가' 계층.


  • 태양 같은 직관력:
    중요한 사실은 돼지처럼 무작정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가치있는 책을 정확히 판단한다는 점. 이런 심미적 분별력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보임.


  • 원시적인 진실성:
    당신의 취향은 뭔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내용과 표현을 선호함. 비록 조잡하고 미숙하더라도, 책이라면 무릇 솔직하게 자신감있게 꾸밈없이 쓰여져야 함.


당신의 취향은 전체 출판 시장의 약 5% 정도에 불과하지만, 소비 규모는 15% 이상일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유명 소설 작가의 상당수가 이 취향에 속합니다. 당신의 취향 중에도 작가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 많을 듯.

다음은 당신의 독서 취향을 자극할만한 거침없는 작가들입니다.

아멜리 노통브
타슈 선생은 자신이 그 무시무시한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 적잖은 자부심을 느꼈다. 속칭 '연골암'이라 하는 이 병은 19세기에 엘젠바이베르 플라츠라는 의사가 카이엔에서 발견해낸 증상이었다. 강간 및 살인죄로 그곳에서 감옥살이를 하던 죄수들 여남은 명이 그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그 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진단을 받고 나서 타슈 선생은 난데없이 귀하신 몸이 된 기쁨을 맛보았다. 뚱뚱한 데다 수염도 없어서 목소리만 아니면 영락없이 내시 같은데, 죽는 것마저 심장 혈관계 질환같은 미련스런 병으로 죽을까봐 저어하고 있던 터였다. 선생은 묘비명을 지을 때 독일인 의사의 고상한 이름도 빠뜨리지 않고 적어 넣었다. 그 덕에 멋진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까.
- 살인자의 건강법 中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였다. 화장을 했지만 어린 티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열일곱 아님 열여덟? 내 예상이 맞다면 나보다 고작 서너살 위인 것이다. 당분간 같이 좀 지내야 되겠는데요. 오빠는 낡고 뾰족한 구두를 벗고 마루에 올라섰다. 남의 집 들어오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여자애는 오빠 등뒤에 숨어 쭈뼛거리고 있었다. 오빠는 어서 올라오라며 여자애의 팔을 끌어당겼다. 아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둘을 바라보다가, 내 이 연놈들을 그냥, 하면서 방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뛰쳐나와 오빠에게 달려들었다. 오빠의 허벅지를 노린 일격은 성공적이었다. 방망이는 오빠허벅지를 명중시켰다. 설마 싶어 방심했던 오빠는 악,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꺾었다. 못생긴 여자애도 머리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계속 당하고 있을 오빠는 아니었다. 아빠가 방망이를 다시 치켜드는 사이 오빠는 크레코로만형 레슬링 선수처럼 아빠의 허리를 태클해 중심을 무너뜨렸다. 그러고는 방망이를 빼앗아 사정없이 아빠를 내리쳤다. 아빠는 등짝과 엉덩이, 허벅지를 두들겨맞으며 엉금엉금 기어 간신히 자기 방으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나쁜 자식, 지 애비를 패? 에라이, 호로자식아. 이런 소리가 안방에서 흘러나왔지만 오빠는 못 들은 체 하고는 여자애를 끌고 건넌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방망이는 그대로 든 채로였다.
- 오빠가 돌아왔다 中

커트 보네거트
이 재향군인은 지하실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는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결혼반지가 그 요란한 장식에 걸리고 말았다. 엘리베이터 바닥이 내려가자 그는 공중에 매달리게 되었고 천장에 짓눌려 으깨지고 말았다. 그렇게 가는 거지.
그래서 내가 이 이야기를 전화로 불러 주자, 등사 원판을 뜰 그 여자가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그 사람 아내는 뭐라고 했죠?"
"부인은 아직 몰라요." 내가 말했다. "이제 막 일어난 일이니까."
"그 여자에게 전화해서 뭐라는지 알아봐요."
"뭐라고요?"
"경찰서의 핀 경위라고 하면서 안 좋은 소식이 있다고 말해요. 그러고는 그 소식을 전하고 그 여자가 뭐라는지 들어보는 거예요." 나는 그렇게 했다. 그 여자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아기가 있다. 기타 등등.
내가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그 여자 서기는 순전히 사적인 호기심에서 내게 물었다. 그 으깨진 남자가 어떤 꼴이더냐고.
-제5도살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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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는 별로 안좋아하고....(사실 딱 한개 읽었는데 맘에 안들었음.)
김영하는 그런대로 괜찮아하고...
커트 보네거트는 무지하게 좋아하고,  

정말 이거 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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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독서취향은 김남길(비담)이 읽어줘야 왠지 어울릴 것 같아요..^^

마늘빵 2010-01-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대우림이면 저랑은 상반되는 지역이군요! 저는 황량한 사막...

하늘바람 2010-01-1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굉장한데요. 열대우림. 태양같은 직관력 멋져요
ㅎㅎㅎ 메피님의 댓글 넘 웃겨요.

2010-01-16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4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8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0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2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0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0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2 0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7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9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1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니 별로... 

글에도 썼잖아요. 그냥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기쁜 나이랄까? 

제 옆자리에 젊은 선생님이 있어요. 2년이나 같이 앉아 있다보니 많이 친해진 사인데 그 선생님 자주 하는 말 

"어떻게 사람이 그럴수가 있어요? 너무 놀랍지 않아요? 너무 심해요?" 또는 "너무 좋죠?" 등등.. 

근데 그 옆에서 전 좋다는건 그냥 맞아 맞아 하지만 뭐 진짜로 너무 좋지는 않아요. 

너무 싫다거나 너무 놀랍다거나 하는건 그 인간 그런거 진짜 몰랐어? 내지는 인간이 원래 그래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하게 돼요. 

때로 그 젊은 선생님의 열정이나 감각이 부럽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온갖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게 나름 편하기도 합니다.  

새해 들어 제 우울증도 그렇게 지나가는 일이겠지요. 

김연수의 문장과 이제는 서재에서 만날 수 없게 된 많은 분들의 일이 겹쳐 그냥 적당히 우울한거였겠지요 뭐... 

사실 아이들과 복작거리고 있다보면 그렇게 우울할수도 없습니다. 

오늘은 조카 녀석 때문에 웃었어요. 

좀 있다 개봉하는 영화 아톰의 예고편을 텔레비전에서 본 조카 녀석 하는 말 

"근데 쟤는 왜 팬티만 입고 돌아다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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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06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몸의 일부란다. 벗을 수가 없거든...이 정답이 아닐까 싶네요.

바람돌이 2010-01-06 02:45   좋아요 0 | URL
우리 조카 녀석의 지적은 팬티가 아니라 왜 옷을 안입는가 일걸요. 고 녀석은 집 바로 앞에 있는 가게에 갈때도 제대로 옷 다 갈아입는, 그러니까 철저하게 집에서 입는 옷, 밖에서 입는 옷 구분하는 녀석이거든요. 아무데나 내복입고 돌아다니는 우리집 녀석들하고는 다르답니다. ^^

Mephistopheles 2010-01-06 02:49   좋아요 0 | URL
로봇은 냉각이 필요한 생명체란다. 껴입고 있으면 열받는 존재거든. 이걸로 정답 바꿀래요.

바람돌이 2010-01-06 02:51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중요한걸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조카가 이제 7살됐는데 그것도 11월생 7살이라는... 냉각, 생명체, 열받는, 존재 모두 설명해도 뭔 말인지 모를테니 좀 더 쉬운 말로 바꿔 주세요. ^^

Mephistopheles 2010-01-06 09:30   좋아요 0 | URL
로봇은 맨날 덥단다. 이러면 되겠죠..? ㅋㅋ

바람돌이 2010-01-07 00:32   좋아요 0 | URL
오우 정답입니다. 이런 쉬운 결론이... ^^

2010-01-06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7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0-01-06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옆 자리의 젊은 선생님처럼 말하고 다니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그게 나름대로의 기준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그래서 말이나 글이나 행동으로 내게 찍힌(?) 사람에겐 가차없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며 살 때가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젊음과 어리석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같아 그런 사람 보면 귀엽기도 하답니다.
사람이 늙지 않고 영원히 젊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느낌입니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건 반갑지 않지만, 마음도 넓어지고, 세상 사는 이치의 다름도 알아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아는 것, 지금 이 순간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서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주름을 상쇄해주는 선물인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바람돌이 2010-01-07 00: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나이들면서 어떤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칭하지 않고 단정짓지 않게 되는것 좋은 선물이죠? 근데 전 그게 좀 모자란 것 같아요. ㅎㅎ
혜덕화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0-01-06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7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1-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고 참 사실 어제 못들어와서 정확히 무슨일인지 아직 감이 안잡히네요. 모두 헤어지기 싫은데 말이에요 님 힘내셔요

바람돌이 2010-01-07 00:37   좋아요 0 | URL
별거 아녜요. 그냥 좀 우울한 티 한 번 내본거죠. ㅎㅎ 하늘바람님도 태은이랑 옆지기님이랑 모두 행복한 새해 되세요. 태은이가 좀 더 자라니 그만큼 엄마를 더 많이 기쁘게 해주겟죠. ^^

전호인 2010-01-06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로못에게 팬티가 왜 필요한 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사람처럼 그려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만 생각하고 있지요. ㅋㅋ

바람돌이 2010-01-07 00:38   좋아요 0 | URL
팬티가 없으면 로봇의 성을 결정해줘야 하잖아요. ㅎㅎ
 

 

 

 

 

 

 

마흔 세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거야. (68쪽) 

마흔 세살이 된 해, 처음 잡은 책속에서 이 문장을 만난건 무슨 뜻일까?
내 인생의 반환점을 나도 돈것일까?
이미 왔던 길, 다시 돌아가봤자 별볼일 없을 그 길을 이제 다시 돌아가는 것일까?
처음 지나올때는 모든게 새로운 모든 것이 열정이 되고 열광이 되었구나...
이제 돌아서 보는 길은 그런 열정과는 무관할듯...
그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싶은 약간의 시무룩함과 익숙함, 약간의 불편함 뭐 이런 것들이 내 인생을 지배하겠구나 싶어 먹먹해지는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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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0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0-01-05 0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답지 않게 웬 시무룩??? ㅋㅋ
수영에서 터닝 포인트를 찍고 나서도 활기차게 헤엄쳐야 하듯이, 삶도 사는 거기까지는 한번도 익숙한 길 없이 씩씩하게 가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저 애늙은이의 생각에 단호한 부정 한 표!
요즘 제가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에 푹 빠져있는데, 같이 빠져 보실려우?

바람돌이 2010-01-06 02:03   좋아요 0 | URL
그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하고싶지는 않네요. ㅎㅎ
올 한해도 씩씩하게 살아야죠. 글샘님 말에 살짝 위로가 되네요.
요네하라 마리 참 씩씩하죠? 전 두권 읽었는데 이 사람 참 건강하게 사는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미식 견문록이랑 대단한책 읽고 싶은데 이번에 도서관 연체해서 좀 기다려야 해요. ^^

세실 2010-01-0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해짐...수덕여관에 다녀온 제 느낌이 그렇습니다. 괜히...
님 글 읽고보니 나이탓도 있나 봅니다.
마흔 세살이 되는 해군요. 저도...
올해부턴 제 나이를 애써 부정하고 싶을뿐.
중년의 그 느낌이 싫어요. 잉.

바람돌이 2010-01-06 02:05   좋아요 0 | URL
수덕여관에 계신 그분은 아직도 건강하신가요? 살아계시다면 연세가 아주 많으실듯한데... 집이 어떤 느낌을 갖게 하는건 역시 그곳을 살았던 사람들의 내음때문인거겠죠?
남들은 중년이래도 우리는 그냥 계속 청춘이라고 우겨보자구요. ㅎㅎ

마냐 2010-01-0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년...그 느낌은 싫은데요. 마흔살은 중년이 아닌것만 같아요. 아직 청춘의 연장선이라 빡빡 우기면 안될까요. 전 더 유혹에 흔들리고 싶어요..큭

바람돌이 2010-01-06 02:05   좋아요 0 | URL
우리끼리 빡빡 우기고 인정해주죠 뭐 까짓것.... ^^
마냐님이 저 좀 유혹해주시죠? 제 특기가 부화뇌동인데요... ㅎㅎ

무스탕 2010-01-05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반환점 싫어요. 그냥 직진할래요. 지나온 시간중에 좋은 시간들만 골라 다시 반복하자면 몰라도 싫은 시간들 다시 밟긴 정말 싫거든요 :)
마흔셋의 나이를 마흔세가지의 즐거움으로 채울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구요.
바람돌이님. 세실님. 글구 와서 보실지 모르겠지만 물만두님도요 ^^

바람돌이 2010-01-06 02:07   좋아요 0 | URL
아 여기 가장 전투적인 40대가 납셨군요. 쭉 직진~~~
전 좋았던 시간들도 별로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 좋았던건 그것이 그때 뿐이었기에 더 좋았던거니까요. 무스탕님 말씀처럼 그냥 쭉 직진에 동참할래요. ^^

순오기 2010-01-0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첫 책에서 만난 문장이라 더 다가왔을 듯하지만, 마흔셋이면 참 좋은 시절입니다요.^^

2010-01-05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10-01-06 02:09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이 계셨군요. 이러다가 수암님까지 오시면 저 부끄러워서 숨을지도 몰라요. ㅎㅎ 아 그리고 제가 어제 밤늦게야 서재에 들어오는 바람에 댓글을 못봤네요. 여배우들 저 못봤어요. 그 정도로 섭섭해하지는 않으니 걱정마셔요. ㅎㅎ 2010년이 있잖아요. 오늘 모처럼 아이들 버리고 영화보러 갔다가 전우치랑 아바타랑 두개나 보고 왔어요. ^^
 

64. 안애경의 <핀란드 디자인 산책> 


책 표지와 제목을 보면서 뭔가 멋지구리한 디자인의 얘기일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디자인 이야기는 맞다.
하지만 그보다는 핀란드의 디자인이 지향하는 철학의 얘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공공성, 자연친화를 넘어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지향하는 핀란드 디자인정책의 근본철학말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는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갑자기 핀란드로 이민가? 라고 생각하다가 아 여긴 이민 잘 안받아주지 하며 이민가기엔 너무 춥기도 해라고 자위하다. ㅠ.ㅠ 



65. 이주헌의 <지식의 미술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딱 기대한만큼의 책.
(이주헌씨는 워낙 책을 많이 쓰다보니 요즘은 좀 책마다 편차가 있다. 가끔은 기대보다 더 좋은 책도 나온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미술같은.... 그리고 당연히 기대보다 못한 책도 나오고...^^)
미술사의 중요개념, 주목할만한 사조 또는 경향들을 이주헌씨의 친절한 설명과 도판을 통해 여행한 느낌. 

 

 




66. <지식ⓔ 5>  


그동안의 지식e 시리즈와는 포맷을 좀 달리했다.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다음에 관련 인물의 인터뷰를 붙여놓은 형식.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삶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달까?
아 이건 리뷰 쓰야 하는데.....
그럴려면 책을 온전히 다시 읽어야 할 듯...ㅠ.ㅠ 

 

 

 

 

67. 구마 겐고 외 <세계의 불가사의한 건축이야기> 



아 이건 정말 포토리뷰를 쓰야 하는데...
불행히도 사진 찍은 것 하나 없이 도서관에 반납. ㅠ.ㅠ
세계의 여러 진귀한 (불가사의한건 사실 몇개 안되고..)건축물들에 대한 사진과 간단하 소개글이다.
글보다는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 

 

 

68. 김훈의 <공무도하> 


 

끊임없이 비루한 삶에 확대경을 들이대고 이래도 세상이 살만하냐고 냉소를 날리는 김훈 글의 결정판.
그의 칼같은 글들에 상처받으며 힘들게 힘들게 읽다.
그의 냉소가 자신을 향해 있듯이 그의 글들 역시 나의 내부를 향한 칼날이 되었다.
다음엔 김훈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이 작가가 무엇을 쓸까, 아니 무엇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 

책도 안 읽고 리뷰도 안쓰고 11월 12월이 그렇게 가니 2009년의 독서가 빈약하기 그지 없는게 눈에 띈다. 2010년이라고 뭐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2009년이 김훈으로 마무리지어진건 왠지 계시같기도 하다.
저 소설속 인물들이 바로 나구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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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02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공무도하를 아직 사놓고 빼들지를 못했네요.

저 역시도 12월로 오면서 40자평이 느는것이 --;;
무거운 책은 아예 찔끔 읽고 싾아두었답니다.
새해부터 다시 더 정진해봐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자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10-01-05 01:1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늘 새해에는 좀 더 제대로 책을 봐야지 하지만 뭐 늘 그저 그렇네요. ^^;;

Mephistopheles 2010-01-02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족이지만 핀란드 사람에게 당신들 정말 자기 전에 자일리톨 씹나요? 란 말하지 말라 그러더군요. 사실 무근이라고. 핀란드정도 되는 나라가 어찌보면 이상적인 국가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물론 내부문제야 있기도 하겠지만.)

바람돌이 2010-01-05 01:16   좋아요 0 | URL
내부문제가 없는 나라가 어디있겠어요. 모든 개인이 완벽하게 행복?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저렇게 춥고 척박한 나라가 어떻게 이상적인 국가가 되었을까싶다가도 예로부터 무엇이든 풍성한 곳이 오히려 수탈이 더 가혹했던 걸 감안하면 그러려니 싶기도 하구요.

순오기 2010-01-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 공무도하 하나 읽었네요~
참으로 가슴 답답한 김훈의 책읽기지만 출판되는 것마다 외면할 수 없는 마력이 있지요.
새해가 밝았으니 새로운 책읽기에 돌입하셨겠군요.^^

바람돌이 2010-01-05 01:18   좋아요 0 | URL
또 한명 작년에 건진 작가 김연수를 읽고 있습니다. 재밌네요. ^^
김훈씨의 책은 올해는 에세이들을 좀 챙겨읽고 싶어요. 그의 문장의 진미가 살아있을듯해서요.

승주나무 2010-01-0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월 12일에 네 권이나 읽으셨나요? 위대한 속도를 가지셨네요. 제 서재에 와서 댓글 많이 달아주셨는데 저는 그에 호응을 못해서 미안해하던 차에 이렇게 다니면서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좋은 개념책들 많이 소개해 주세요. 특히 미술 분야에는 잼병이어서 바람돌이 님의 수혈이 필요합니다. 새해 건강, 행복... 그리고 확신을 얻으시기를..

바람돌이 2010-01-05 01:20   좋아요 0 | URL
어 11월 12월 맞는데요. 쉼표를 빼먹긴 했지만.... ^^
어떤 확신을 얻어야 할까요? 살아갈수록 뭔가를 확신한다는게 더 어려워지네요. 승주나무님도 새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아가의 얼굴 보고 있으니 저도 행복해지네요.^^

글샘 2010-01-03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불가사의한 건축에 만대루가 표지로 선정됐군요. ^^
이주헌 책은 들쭉날쭉에 저도 한표입니다. ^^
새해 복 많이 지읍시다.

바람돌이 2010-01-05 01:21   좋아요 0 | URL
한국어판이니 그렇겠지요 뭐.... ^^
글샘님도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그 생기는 것 없이 힘들기만 한 보직도 좀 떼시고요. ㅎㅎ
 
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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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그의 책을 계속 손에 잡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작가 김훈이 던지는 질문들과 대답들에 늘  

"아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도대체 당신이 바라보는 세계는 왜 이렇게 팍팍한걸까요? 비루하고도 비루한자들의 속내를 이렇게 파헤쳐서 도대체 무얼 말하려는건가요?"
이렇게 내 마음은 다시 그에게 질문들을 던졌던듯 하다. 

김훈이 말한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다. 시급한 현안문제다.(161쪽) 

그래 인간이란 아니 밥그릇에 목을 매야 하는 인간의 삶은 비루하다.
온갖 비루하고 치사한 삶들을 취재하고 다니면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는 그저 전달하고 기록할 뿐인 것을 자책하는 그러나 거기서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기자 문정수.
운동권의 삶에서 가장 치명적인 행위, 즉 동지를 팔고 해망으로 도망치듯 떠난 장철수
크레인에 짓이긴 딸의 죽음앞에서 오열하지도 못하고 결국 그 보상금으로 고향을 떠나는 방천석
아들이 기르던 개에 물려죽고 그 보상금으로 해망에서 농사를 짓고 질긴 삶을 연명하는 오금자
베트남에서 시집와 가출, 그리고 물밑을 헤매며 고철들을 주워모으는 후에  
소방관으로서 작업중 보석을 훔쳐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러나 여전히 비루한 박옥출
어느 삶도 비루하지 않은 것이 없고 구차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어느 한켠에도 작가는 이들의 삶에 연민의 눈길도 안따까움의 손길도 건네지 않는다.
그저 깎아치는듯한 짧은 문장들로 그들의 삶을 그릴 뿐이다.
사는게 원래 그렇게 혐오스러운거야.
이 세상에 희망이란게 어디있어라고 묻듯이..... 

그런 작가의 자책은 외부로 향해 있지 않다.
자신의 내면을 향해 끊임없이 묻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이 세상이 살만한거냐고, 혐오스럽지 않냐고...
김훈의 문장은 그런 자책과 한 몸이 되어 비수가 된다.
별것 아닌 문장들이 칼이 되어 내 몸을 스친다.
저 모든 비루한 삶들이 어느덧 내 안의 비루함이 되어 나를 향하는 칼날들의 느낌. 
그래 그 지점에서 작가의 질문과 자책은 나의 것이 되어 나를 향한다.
그의 말에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씁쓸함, 그것이 계속 그의 책을 들게 하는 이유였구나.... 
내 삶도 그렇게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웠구나
또한 앞으로도 그러하겠구나.... 

그럼 원래 인간이란게, 인간의 삶이란게 그렇게 생겨먹은거라고 자위할까?
그런 자위로 나를 이끌었다면 아마도 김훈의 책은 애저녁에 던져졌을 것이다.
오히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내안의 나를 응시하게 한다. 

그 다음은?
노목희는 시간너머로 떠난다.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장철수는 후에의 결혼 빚을 갚아주고 망가진 몸을 이끌고 고향 창야로 돌아간다. 그를 기다리는 삶 역시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그들의 삶을 계속한다.
그저 삶이 계속된다.
나의 그 다음은?
그 다음이 어떤 자각에 이를지는 온전히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이다.
김훈의 응시의 방향이 그 자신의 몫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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