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작가의 에세이집 시절일기 마지막에는 짧은 단편 소설이 이어진다. <ps 사랑의 단상, 2014년>
지나간 사랑이든 잃어버린 사랑이든 그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서랍 안쪽 기념으로 넣어두었던 네스프레소 캡슐 하나에, 언젠가 한강을 지나며 같이 보던 풍경속에 떠오르는 목소리 하나에, 추위를 잊기위해 잠시들린 국수집 케이블TV속 나레이터의 목소리에, 같이 앉았던 카페에 내리는 달빛에..... 그렇게 사랑의 기억은 유리컵 바닥에 남은 침전물처럼 의식아래 가라앉아 있다.
그러므로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그 기억을 끌어올리면 된다.
˝한 번 시작한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고, 그러니 어떤 사람도 빈 나무일 수는 없다고, 다만 사람은 잊어버린다고, 다민 잊어버릴 뿐이니 사람은 기억해야만 한다고, 거기에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그들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330쪽)
그리고 이어지는 세월호 아이들의 남겨진 이들의 사랑해에 울컥해지면서 사랑은 기억에 존재함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이 너무 많다. 김연수 작가가 기억의 표면으로 끌어내면서 문학의 위로를 보내는것처럼 각자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할 일이다. 기억이 곧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