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당신은 한 여자의 영혼에서 시저의 정신을 발견할 것입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미술사 책을 왠만큼 봤다고 생각하는데도 이 책 속에 있는 21명의 여성 화가들 중 내가 알고 있던 이는 겨우 4명에 불과했다. 기존 미술사에서 얼마나 여성 예술가들이 폄훼되고 지워졌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여성들의 그림은 때로 아버지나 남편의 이름으로 팔려 나가거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역사화나 종교화쪽으로는 아예 진입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기만이 아니라 20세기 다다이즘의 한나 회흐조차도 남성 예술가들을 보조하는 위치만을 강요받는다.
예술이란 결국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법과 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상의 반인 여성의 시각도 그 반만큼 중요할 것인데 권력의 역사란 항상 자신의 시각이나 생각과 다른 것을 지워온 역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최근에 읽은 책들을 통해 이 책을 다시 들여다 보면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소수자들 - 성적소수자나 장애인, 이주자들의 예술과 시각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성의 예술사가 지워졌듯이 지금의 우리는 다른 소수자들의 예술을 함께 지우고 있을 수도 있으므로....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만났던 젠틸레스키의 유디트 그림앞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한다. 여성의 눈에서 적장의 목을 베는 여성은 카라바조의 그림속 연약한 소녀일리가 없다는 것을 강렬하게 웅변하고 있었다. 이 책속 화가들의 그림이 모두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들이나 젠틸레스키의 그림, 그리고 한나 회흐와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작품들은 두고 두고 다시 찾아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