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전자제품에 대한 부심이 있다.
뭐 남보다 먼저 뭐든지 써보고 갈아치우는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고, 그냥 근사한 전자제품이 한 번 꽂히면 그걸 살 때까지 애면글면하며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는.....
그런 마음으로 온 집안에 갖추어야 할 왠만한 전자제품은 다 있는지라, 사람들이 뭐 사야돼 안사야돼 물어보면 그건 무조건 사야 돼 내지는 가성비 별로야 사지마 이런 말과 함께 어떤 점을 중점으로 보고 사야 하는지까지 대충 읊어대는 정도는 된다고 할까?
물론 전문성은 전혀 없다. ㅎㅎ
대부분 저런 전자제품을 살 때, 꼭 필요한 것이 아닐 경우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는데 대부분은 나 생일이잖다.
남편아 나는 액세사리 귀찮아서 아무것도 안하니까 금붙이도 필요없고 옷도 2~3만원짜리면 충분하고, 맛있는건 집에서 고기사서 내가 구우면 되니까 다 필요없어. 그니까 생일선물로 전자제품 사주라 뭐 이런 식이다.
올해 나의 생일선물은 네스프레소 버츄오 머신이었다. ㅠ.ㅠ
일단 사고나면 애지중지하면서 쓰는데 이런 전자제품들이 수명이 다할 때면 나의 애도는 곡진하고, 보통 새 제품을 구입할 때까지 계속된다.
지난 금요일 아침 일어나면서 습관적으로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살짝 정말 살짝 떨어뜨렸다.
아뿔싸! 액정이 나갔다.
물론 이번의 그 한번의 떨어뜨림으로 액정이 나간건 아닐거다.
이번 휴대폰은 유난히 자주 떨어뜨렸다.
이 휴대폰 살 때 가성비 좋다고 휴대폰 매장 친절한 사장님이 극구 추천해서 산거였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난 디자인도 중요하고 성능도 중요한데 그립감 별로에 카메라 화질도 이전 휴대폰보다 못했고, 무선충전기와는 아예 호환이 되지 않았으며 그야말로 가성비 하나만 좋았던.....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나의 손은 끊임없이 이녀석을 떨어뜨리는거다. 아 절대 일부러는 아니다.
이번만은 액정이 나가주신 핸드폰을 애도하지 않았다.
바꾸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어쨌든 갑자기 액정이 나가면서 출근해야 하는, 그래서 휴대폰을 당장 사러갈 수 없는 나는 멘붕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퇴근후 휴대폰 매장으로 고고!
액정이 나간 휴대폰은 아주 고맙게도 약정기간을 딱 3일 넘겨주셧다. 효자폰이다. 그래 네가 그동안 나의 맘에 드는 짓 한게 하나도 없는데 이거라도 지켜줘서 고맙다.
갖고싶었던 Z플립이 상당히 좋은 조건에 풀려있다. 고맙다. ㅎㅎ
맘에 드는 폰을 구입한 순간 그제야 이전 핸드폰에서 데이터를 옮기는게 불가능하다는걸 깨달았다.
아 내 전화번호, 내 사진들.... 앱이야 다시 깔면 되지만 저 전번들과 사진은 어떡하지?
지금 휴대폰에 전화번호 오늘 전화온 엄마 전화번호 1개 저장돼 있다. 에휴....ㅠ.ㅠ
좀 전에 휴대폰 들고 무선 이어폰 연결하다가 발견했다.
무선 이어폰 한쪽이 연결부분이 제법 금이 많이 가 있는거다.
이거 뱅앤올룹슨인데....
시끄러운 환경에서 살다보니 소음에 극히 취약한 내 귀를 위해 몇달을 고민고민하다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고 바락바락 우기면서 산거였는데....
이것도 AS가 될까?
서비스센터 보내면 감쪽같이 붙여줄까?
이 녀석을 붙일 때까지 우울할 예정이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지난 주에 10년만에 마스크 끼고 다녀왔던 부석사 사진이나 올린다.
이 동네 코로나가 요즘 잠잠해져서 위쪽과 다르게 0의 행진 중이라 거의 4개월만의 외출이었다.
내가 사람을 제외하고, 책보다 전자제품보다 더 좋아하는건 집을 떠나는거다.
여행이라 이름 붙이든 바람을 쐰다고 하든, 관광이라 하든 하여튼 나는 집을 떠나 코에 바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미친다.
너무 좋아서......
부석사 들어가는 입구의 은행은 여전히 찬란했다.
더불어 입구 명성식당의 주인 아줌마의 인심도 여전해서, 집에 올 때 또 산나물 얻어왔다.
명성식당의 청국장은 맛이 하나도 안 변하고 여전히 맛있었다.

안양루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 때문에 부석사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복작거리는 느낌이 안난다.
멀리 보이는 소백산맥의 연봉들로 그동안 갑갑했던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다.

부석사 요사채에 걸려있던 곶감들.... 나 곶감 좋아하는데.... ㅎㅎ

미스터 션샤인으로 유명해진 안동 만휴정
정자의 위치로 그린듯한 곳이다.
아 여기는 사진빨을 제대로 못받은 사진 뿐이네...

만휴정 근처에 있는 묵계서원의 가을이 참 곱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