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노나와 누크는 조금 더 늦게 찾아왔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 꼭 붙어 있었다. 산 자고죽은 자고 상관없이, 우리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것을,
약간의 온기와 위안을 서로에게 주고 싶어서.
- P79

몇년쯤 지나서는 신도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러 로는건지 악마의 진수가 담긴 음악을 들으러 오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신도들은 눈으로 구경하러 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점점 더 일찍 왔다. 상석에서는 연주자의 유려하면서도 정확한 타건, 페달 건반의두 옥타브를 넘나들며 빙그르르 돌고, 훌쩍 넘어가고, 폴짝 뛰어오르며 절묘하게 춤추는 발놀림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116

여러분이 나를 심판하고 단죄할 시간은 얼마든지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 P161

「오. 캐나다, 얘기를 하자면, 맥주를 들이켜다가 대충 휘갈겨 쓴 글줄로 전투적이고과시적인 신앙심을 꾸역꾸역 채워 넣은 그 노래는 "그대의 팔은 검을 들 줄 알기에 / 그 팔은 십자가도 들 줄 안다." - 내 모국의 무시무시하고 소름 끼치는 국가 「라 마르세예즈보다 결코 더 낫지 않았다. 나는 이 땅에서 평화와 존엄성을 열망하는 점잖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이라면절대로 해서는 안될 말을 생각조차 해선 안될 말을여기에 쓰련다. 국가에 한해서는 경쟁이 되질 않는다. 어디서 연주되는 연주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는 늘 영국인이 아니어서 원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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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일하기 싫다.

알라딘과 읽은책과 읽고 있는 또는 지금 격하게 읽고 싶은 그리고 저 책들 밑에 수북이 쌓여있는 일더미!!

2개월을 미친듯이 몰아치며 일을 했는데 지금 딱 이틀 남았다.

저 a4용지 더미들만 해결하면 나에게는 2개월의 게으름을 만끽할 수 있는 날들이 온다.

그런데 그 이틀이 딱 이틀이 미치겠다. 아 정말 격하게 일하기 싫다.

 

11월과 12월은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바쁜 날들로, 퇴근해오는 순간 번아웃상태!

갈수록 지능은 떨어져 가는데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은 늘어나고, 이것의 결과는 늘어나는 흰머리와 두통이다.

하루종일 오늘 중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을 계속 머리속에서 굴리면서 다니면 정말 퇴근할 때쯤에는 두통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과 몇가닥 더 늘어난 흰머리를 볼 수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닌 물리적인 신체적 변화로 그대로 나타나는 걸 보는건 아직도 좀 경이롭다.

아! 몸의 늙음이여!

물론 기분은 나쁘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얼죽아의 자세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새 책을 잠시 집었다.

아. 제대로 읽겠다는게 아니라 그냥 커피마시면서 어떤 책인지 훑어보기만 하겠다고 말이다.

 

 

 

 

 

 

 

 

 

 

 

 

 

 

 

그냥 별 생각없이 제목이 끌려서 집어든 책이다.

그런데 첫페이지가 너무 강렬하다.

 

일주일째 눈이다나는 창가에서 밤을 바라보고 추위의 소리를 듣는다이곳의 추위에는 소리가 있다아주 특별하고 기분 나쁜 소리건물이 얼음 속에 끼어 짜부라지면서 끙끙대고 삐걱대는가 싶을 정도로 불안한 신음을 토해낸다 시각 교도소는 잠들어 있다여기서 한동안 지내다보면  건물의 신진대사에 익숙해져 어둠속에서 교도소가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쉬고간간이 기침을 하고뭔가를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있다교도소는 우리를 집어삼키고 소화한다우리는 그의  속에 웅크린 채 번호가 매겨진 주름들 속에 숨고 위장의 경련들 사이에서잠을 청한다그저   있는 대로 살아간다.- P11

 

문장이 너무 좋다. 이 책 뭐야?

나의 지금 정신상태와 몸 상태를 표현하는듯.... 홀린듯 한 챕트를 다 읽었는데... 계속 읽고 싶잖아.

난 프랑스 소설이 좋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 정말 격하게 읽고 싶다.

그러나 저 일더미는 어쩌지? 너 잠시 제발 내 눈에 안띄는 곳으로 가줘라.

 

사람마다 독서스타일이라는게 있는데 나의 경우 특별한 건 없고, 그냥 한꺼번에 여러 책을 보지 않는다는 것.

보고 있는 책을 끝내지 않으면 다른 책을 시작하지 않는다.

무지하게 마음에 안드는 책이 아닌 이상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는다.

그런데.....

 

 

 

 

 

 

 

 

 

 

 

 

 

리베카 솔닛의 <마음의 발걸음>을 3분의 1쯤 읽다가 던져놓았다.

책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럴리가?

너무 좋은데 나의 정신상태가 이 책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매일마다 지끈거리는 두통을 안고 와서 각잡고 앉아 정독하고, 인터넷 검색을 수시로 하며 아 이건 어디지? 이 사건은 뭐지? 찾아가며 성실하고도 경건한 자세로 읽어야 하는 이 책은 지난 2달간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책이었다.

기다려라. 1월만 되면 내가 처음부터 다시 너를 읽어주마.

물론 지금 이 일더미를 끝내고 나서....

 

그래서 피곤의 정점에서 완독한 책은 바로 이 책. <여행 준비의 기술>이다.

 

 

 

 

 

 

 

 

 

 

 

 

 

 

 

이 책은 호불호가 확실하게 갈릴 것 같다.

저자와 코드가 맞는 이들에겐 우와 이럴수가 나의 바이블이야를 외칠 수 있게 해준다면,

맞지 않는 이에겐 그냥 시시껄렁한 책이다.

제목은 여행 준비의 기술이라고 해놓고 실제로 기술은 얼마 나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고 준비하는걸 더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 맞아! 그렇고 말고, 내가 별종이 아니었네" 이러면서 낄낄거리며 무한 반복되는 동의를 내뱉으며 읽게 된다.

읽다 보면 내가 약간 바보 분위기를 풍기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취미가 여행준비라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작가가 자신의 취미를 자각했듯이....

여행을 격하게 좋아하지만 취미라고 말하기에는 여행의 기회가 많지 않다.

나의 경우 국내는 이제 안가본곳 핀 꽂을데가 별로 없으므로, 국내 여행은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나들이라고 한다.

특별히 뭔가를 볼 목적으로 가기보다는 그냥 코에 바람 좀 쐬자라는 기분으로 다니는게 대부분.

여행이란 말의 설렘을 느끼는건 이젠 해외여행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은 항상 돈과 시간이 문제다.

거기다 우리집은 모두가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들이라 가족 4명이 움직이는건 그야말로 돈을 뿌리고 다니는것.

따라서 1주일 이내의 짧은 여행일때는 일년에 2번, 10일 내외의 여행일 때는 1년에 1번, 지난 이탈리아 여행처럼 4식구가 한달을 노닐다 오면 2년간은 꼼짝없이 돈을 모아야 한다.

이 정도를 가지고 여행이 취미라고 하기에는 좀 많이 모자란다.

 

하지만 여행 준비는 다르다.

나의 경우 여행을 다녀오면 바로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그러므로 보통 준비기간이 짧으면 6개월에서 2년까지 간다.

큰 목적지를 정하고, 가이드북을 몇 권 사서 어디 어디를 갈 것이며 며칠 정도의 일정으로 갈지를 정한다.

그리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한다. 싸고 괜찮은 항공티켓 구매의 노하우를 제법 쌓았다.

비행기표를 티켓팅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진짜 여행을 떠난 듯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싸고 괜찮은 숙소를 찾아 예약하고, 현지 교통편을 찾고, 어떻게 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지도 찾고,

예약하기 어려운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시계 맞춰놓고 사이트 들어가서 광클릭하고....

이런 과정이 엄두가 안나서 자유여행을 안가는 사람이 많지만,

내게는 이 과정이 모두 희열이다. 너무 즐겁다.

유럽의 고속열차의 1등석 티켓을 일반석 가격도 안되는 돈으로 예약에 성공했을 때라든가,

진짜 예약이 장난 아닌 밀라노의 최후의 만찬 관람 티켓팅에 성공했을 때 같은 경우

오우 나의 훌륭함이여! 자만심이 만랩에 도달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 혼자서 너무 즐겁다.

여행 준비기간동안 여행지 관련 책이라면 가이드북이든, 여행 에세이든, 학술서든 필요한 책은 거의 다 읽는다.

인터넷 서핑과 구글 지도, 관련 카페가입과 활동은 기본이다.

여행에 이렇게 공들이는 사람을 일단 내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취향은 다양했으니 <여행 준비의 기술>를 쓰는 이 책의 저자가 바로 나같은 사람이었던것이다.

 

물론 이렇게 가는 여행 스타일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닐거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 그렇게 미리 다 보고 알고 가면 실제로 가서 실망하지 않냐고 한다.

하지만 준비는 눈과 머리로 하는 것이고, 실제 여행은 몸 전체가 하는 것이다.

내 몸의 오감이 모두 열려 몸으로 하는 체험은 정말 다르다.

그래서 여행을 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이제 당당하게 나의 취미는 여행 준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다 이 책의 저자 덕분이다.

나의 여가시간 대부분을 쏟아붓는게 여행준비인데 암 말할 수 있고말고....

 

그나저나 일하기 싫으니까 말도 많아진다.

음 이제 다시 일로 돌아갈 시간이다.

새벽 2시정도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내일로.... 내일 저녁에도 아마 나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이 책과 일더미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을 하기는 뭘 한다고... 내일은 무조건 끝내야 하는데..... 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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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12-30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하기 좋지 않을 때 유독 책에 선이 많이 가네여 ㅎㅎ
아 근데 진짜 이틀 ㅜㅜ 남았네요

바람돌이 2020-12-30 00:32   좋아요 2 | URL
일하기 싫을 때는 평소 별 관심이 없던 것도 좋아지죠. ㅎㅎ
예년 같으면 지금쯤 술약속도 몇 개쯤 잡혀있고, 새해맞이 나들이도 계획하고 이럴텐데 올해는 그냥 집콕이네요. 그래서인지 별로 새해 기분은 안나지만 그래도 초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냥 올해는 개개인의 복을 조금씩 다 떼서 코로나나 빨리 잡혔으면 저절로 행복해질듯도 해요.

초딩 2020-12-30 01:07   좋아요 2 | URL
ㅜㅜ 약속도 없고 맨날 가던 수영도 못 가고
그래서 폭풍 줄넘기 중입니다.
코로나를 원망하며 뜁니다

바람돌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바람돌이 2020-12-30 02:12   좋아요 2 | URL
초딩님의 저 약속도 없고라는 말이 마음에 팍 박히네요.
그러게요. 약속도 없네요. ㅠ.ㅠ

라로 2020-12-30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젠장의 연속 같아요. 그래도 일하기 싫으신 덕분에 오랜만에 바람돌이 님 글을 읽네요!!👍😅

바람돌이 2020-12-30 20:31   좋아요 0 | URL
일하기 싫을 땐 뭐든지 왜 다 재밌을까요? 미스테리... ㅎㅎ

mini74 2020-12-30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올해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아이입시 치르면서 선생님들 얼마나 고생 많으신지, 그리고 아이들 합격 불합격 여부에 따라 같이 맘고생 하시는 거 보면서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여행준비 모습이 저희 아버지랑 비슷하세요. 저흰 군사훈련 간다고 ㅎㅎ 그런데 정말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푹 쉬시고 곧 멋진 여행 떠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바람돌이 2020-12-30 20:33   좋아요 1 | URL
mini74님댁도 올해 힘들었겠군요. 코로나로 변수가 너무 많은 해였는데 입시를 치르는게 원래 있던 고생에 다른 마음 고생 몸고생까지 겹쳤을 것 같군요. 부디 내년에는 상황이 좋아지길 우리 모두 빌어요. 집에서 빌어야 한다는게 함정이지만요. ^^ 전 정말 여름 되기 전에 마스크 벗을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어요. ^^

stella.K 2020-12-30 15: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염색해야하는데 딱히 누구 만날 일도 없고
추운데 무슨 염색을 하나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해야하는데...
페이퍼 읽으니까 바람돌이님의 피곤함이 격하게 느껴집니다.
1월 얼마 안 남았으니 쫌만 힘내시기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0-12-30 20:34   좋아요 0 | URL
아 염색. 저도 하고 싶어요. 근데 지금 저희 동네는 미장원 가기도 좀 머뭇거려지는 형편이에요. 아 정말 흰머리 어쩔까요? ㅎㅎ 전 오늘 밤 12시까지 다 끝내고 내일 저녁에는 자유를 찾고야 말거예요. ㅎㅎ

stella.K 2020-12-30 20:51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서 하는데요?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요즘은 혼자서도 염색할 수 있도록
제품이 잘 나와있어요. 마트에 가면 염색약 코너가 따로 있잖아요.
집에서 하세요.^^

내일 저녁에 꼭 자유를 탈환하시기 바랍니다.ㅋ

초딩 2020-12-30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약속도 없고’
에 이어
‘누굴 만날 일도 없고’
이어집니다~!

바람돌이 2020-12-30 20:35   좋아요 0 | URL
갈수록 더 슬프군요. ㅎㅎ

scott 2020-12-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2021년 복주머니 하나 놓고 가여 ㅋㅋ

해피뉴이어 !

\-----/
/~~~~~\ 2021년
| 福마뉘ㅣ
\______/

바람돌이 2021-01-02 15: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너무 늦게 받았네요. 하지만 scott님 복주머니는 영험할테니 오래오래 효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 scott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주일째 눈이다. 나는 창가에서 밤을 바라보고 추위의소리를 듣는다. 이곳의 추위에는 소리가 있다. 아주 특별하고 기분 나쁜 소리. 건물이 얼음 속에 끼어 짜부라지면서 끙끙대고 삐걱대는가 싶을 정도로 불안한 신음을 토해낸다. 이 시각 교도소는 잠들어 있다. 여기서 한동안 지내다보면 이 건물의 신진대사에 익숙해져 어둠속에서 교도소가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쉬고, 간간이 기침을 하고, 뭔가를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교도소는 우리를 집어삼키고 소화한다. 우리는 그의 배 속에 웅크린 채번호가 매겨진 주름들 속에 숨고 위장의 경련들 사이에서잠을 청한다. 그저 살 수 있는 대로 살아간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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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몽페랑의 거리도, 장준환의 영화도, 그 레스토랑의 이름도, 그날 내가 먹었던 음식의 이름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던 그 웨이트리스의 표정만은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쓸 일은 없지만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피클‘이라는뜻의 불어 단어 하나. ‘코르니숑‘
- P20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사랑하고, 내가 하는 일도 좋아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건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려고 애쓰며 살기 때문이지, 이곳이 파라다이스는 아니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더 나쁜 도시들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고,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도 더 험한 일을 하지 않고 밥벌이를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만족하는 것도 뉴스에 등장하는 허다한 파렴치한, 사기꾼, 폭력배, 무뢰한들보다는 그들이 괜찮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도시, 나의 일, 내 주변 사람들모두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기쁜 일이다. 그러나 비중이 좀 줄었을 뿐, 새로운 무언가를 접하는 일이 기쁘지 않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니 여행준비에 있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과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중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인가다. - P79

구체적인 여행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항공권 예약 사이트에서여러 목적지를 입력해가며 혼자 놀기를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리라. 여긴 직항이 있는지 없는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지,
없으면 어디를 경유하는 게 가장 좋은지, 거리에 비해 가격이 높은지 낮은지를 살피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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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남은 생을 뉴욕에서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밥은 남은 생을 메인에서 망명자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팸을 늘 그리워할 것이다. 뉴욕을늘 그리워할 것이다. 해마다 뉴욕을 찾아가도 그럴 것이다. 그는이곳에서 망명자였다. 그리고 이 기이한 현실이 자신의 삶은,
짐의 삶은, 심지어 팸의 삶은 결국 어떤 모습인가 그에게 바다.
같은 슬픔을 안기며 그를 흔들어놓았다.
- P309

베티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올리브는 침묵했다.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421

그녀는 두번째 남편 잭과 같이 살던 집의 손님방에서 일인용침대를 가져왔다. 그리고 첫번째 남편 헨리와 같이 쓰던 나무 테이블도 가져왔다. 역시나 헨리와 같이 쓰던 작은 장식장도, 잭이 그런 가구들을 집 지하실에 보관하자고 먼저 제안했고, 이제올리브는 그렇게 한 것이 아주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그건 헨리의 일부도 여기에 있다는 뜻이었다. "고마워, 잭." 이삿짐 나르는 사람들이 떠난 뒤 그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고마워, 헨리." 장식장 위에는 헨리의 사진과 그것보다 작은 잭의 사진을 올려놓았다.
- P427

그것은 올 것이다.
"그래,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꽤 오래, 심지어 정말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마침내 올리브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천천히 일어섰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았고, 안경을 쓰고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웠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자판을 톡톡 쳐서 한 문장을타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타자했다. 종이를 빼내 쌓인 기억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방금 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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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올리브 2021년에 영상으로 제작되길 바라며

바람돌이님 메리 크리스마스 이브
트리 한그루 요기에 놓고 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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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rry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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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rry ..:+ +:.. Christma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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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건강 행복 ^.~

바람돌이 2020-12-24 00:38   좋아요 1 | URL
와우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트리예요. 일에 지쳐 그냥 쉬는날로만 크리스마스 기다리고 있었는데 scott님 덕분에 갑자기 설레기 시작하네요. 감사합니다. ^^
scott 님도 따뜻한 성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