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점에서 우리 시민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여서 그들은 자신들만 생각했다. 다시 말해, 재앙을 믿지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인본주의자들이었다. 재앙은 인간의 척도로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재앙이 지나가버릴 때도 있지만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악몽에서 악몽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사라지는쪽은 사람들, 누구보다도 인본주의자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리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못한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자기들에게는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생각은 재앙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사업을 했고, 여행 준비를 했고, 제각기 의견을 갖고 있었다. 미래와 여행, 토론을 금지하는 페스트를 그들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자유롭다고 믿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 P51

당시 용기와 의지, 인내심이 얼마나 급격히 허물어졌던지, 그들은그 수렁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해방의 날은 결코 생각하지 않고 더이상 미래도 바라보지 않은 채, 말하자면 항상 두 눈을 내리깔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당연한 일이지만, 고통을 숨기고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싸움을 포기하는 그런 신중한 방법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피하고 싶었던 의기소침한 상태는 편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 다가을 재회를 상상하면서 페스트를 잊을 수 있는 수많은 순간들을 사실상포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그들은 심연과 정상上 중간에 좌초되어 매일같이 정처 없이 헤매고 메마른 추억 속에 버림받은 채, 산다기보다는 차라리 떠다니면서 고통의 대지 속에 뿌리박지 않고는 힘을얻을 수 없는, 방황하는 유령처럼 살았다.
- P91

그러나,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점인데, 아무리 불안하고 고통스러워도, 또 텅 빈 마음을 견뎌내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초기에는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사실 냉정을 잃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시민들의생각은 자기들이 기다리는 사람에게로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모두가하나같이 고뇌에 빠져 있는 가운데, 그들은 사랑의 이기적인 성격 덕분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페스트를 생각할 때도 페스트 때문에 이별이 끝도 없이 계속될까봐 염려스럽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전염병이 한창일 때도 그들은 건전한 여유 같은 것을 누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침착함으로 착각했다. 절망감 때문에 공포심을 느끼지 않게 되었으니 불행에도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 P95

문이다. 그러면서도 질병은 곧 멈출 것이고 자기들은 물론 가족들도그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도 여전했다. 따라서 뭔가를 반드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에게 페스트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것처럼 언젠가는 떠날 불쾌한 방문객에 불과했다.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히긴 했지만 절망하지는 않았다.  - P113

초기에는 이번 질병도 다른 질병들과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종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자 향락을 떠올린 것이다. 낮 동안 사람들의 얼굴에 어려 있던 모든 불안은 뜨겁고 먼지투성이인 황혼녘이 되면 일종의 격렬한 흥분으로, 모든 시민을 흥분시키는 서투른 자유로 귀착되고 만다.
나 또한 그들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 같은 인간에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은 그들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하나의 사건이다.
- P145

인간은 악하지 않고 오히려 선한 존재지만, 사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은 많이 알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데, 그것을 미덕이나 악덕이라고 부른다.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는 무지의 악덕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이며, 통찰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않으면 진정한 선도 아름다운 사랑도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타루의 주도로 만들어진 보건대가 아무리만족스러워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이런 이유 때문에 서술자는 의지와 영웅심을 침이 마를 정도로 과도하게 찬양하지는 않을 것이며, 적절한 정도로만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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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책이지만 너무 진지해서 웃기는 대목은 없더만 거의 마지막 페이지네서 빵 터졌다. 특히나 저 ‘철학적 개념이 있는‘계단이라니...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말에는 프랑스 해체주의철학자 데리다를, 1990년대 들어서는 들뢰즈를 인용하지 않으면 무식한 건축가 취급을 받았다. 『해체주의』, 『천개의 고원』, 『주름] 같은읽어도 뭔 소리인지 알 수 없던 글을 설계에 적용하고자 노력하는 학생이 많았고, 심지어 설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건축학과를 졸업한후에 철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관념이 실재를 이끌면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해체주의의 대표적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1932~)의 경우 주택 설계를 했는데 안방 침실의 방 가운데가 갈라져서 침대가 둘로 나뉜 디자인을 하여 부부가 같은 침대에서 잘 수 없거나, 건물의 모양이 필요 이상으로 기괴하게 복잡해서 복잡한 모양 틈새로 방수가 제대로 안 돼서 시공 후 비가 새는일이 많은 건물이 만들어졌다. 심지어 어떤 계단은 올라가도 막혀 있는 ‘철학적 개념이 있는 계단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P339

그런데 건축은 어떻게 시간을 뛰어넘어, 시대가 다른 사람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걸까? 건축 공간이 시간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회화나 음악과는 다르게 건축만이 가지고 있는 소통의 도구는 비어있는 공간이 보이드공간이다 - P25

그런데 밀과 벼는 재배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이 재배 방식의 차이가가치관의 차이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벼농사 지역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다.  - P62

이런 이유에서 서양의 건축 공간은내부와 외부가 벽으로 확연히 나뉘는 공간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안에서 밖을 볼 일이 없으니 건축 디자인을 할 때에도 밖에서 건물을바라보는 시점에 더 중점을 두고 디자인하게 된다. 이것이 서양 건축의입면 디자인이 화려하게 된 이유다. 창문의 비율도 중요하고, 각종 조각으로 건축의 입면을 꾸몄다. 실내에 들어가서도 바라볼 경치가 없기때문에 그림과 조각으로 실내를 과도하게 꾸몄다.
- P74

어두운 실내에서 밖을 보면 자연은 밝고 처마 부분은그림자가 져서 어둡게 된다. 이때 녹색과 자줏빛을 채도가 낮은 차분한톤으로 칠하면 그림자 진 상태에서 칙칙해 보이고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단청 색깔처럼 채도가 높은 밝고 선명한 톤으로 칠하면 단청이 그림자에 들어가 있어도 밝은 바깥 경치와 연결돼 보인다. 나는 이런 경험을 불국사의 어느 처마 밑에서 할 수 있었다. 단청의 색깔만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은 자연과 건축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건축물이 자연에 흡수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것은 건물 외부에 있는 객관적인 제3자의 시각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사람의 1인칭 시점에서 디자인적 판단을 내렸음을 알 수 있다.
- P79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 품종의 차이를 만들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고, 농사 방식의 차이는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건축에서 동서양의 강수량 차이는 건축 디자인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고, 건축 공간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행동 방식은 궁극적으로 사람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은 밀 농사의 혼자 농사하는 방식에 따라 개인주의 성향이 커졌고, 외부와 단절된창문 없는 벽 중심의 건축으로 바깥과 교류가 적은 성격의 공간으로 발전했다. 건축물 역시 독립된 개별적인 건축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건축적 개인주의‘가 발전했다. 반면 벼농사는 집단 농사 방식으로 사람 간의 관계가 중요한 가치였으며, 많은 강수량 때문에 사용하게 된 재료인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양식으로 발전되었다. 강수량 차이로 인해서 서양은 독립된 개인이 중요한 사회가, 동양은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두 문화의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조금 더 비교해 보자.
- P80

서양의 문화는 양식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반복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는 마치 체스에서 각각의 말들이 다른 형태의 규칙과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양식 혹은 규칙을만들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이 서양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동양의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건물은 놓인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변화시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연출해 왔다. 물론 여기에도 풍수지리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존재했지만, 그 풍수지리라는 규칙도 물과 산과 사람의 상대적인 관계에관심의 초점이 있다. 이렇듯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상대적인 관계를중요하게 여겨 왔다.
- P117

15세기에 들어서 삼각돛이 발명되고 난 후 공간이 압축되었고, 16세기에는 해상 무역 길을 통해서 도자기 무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17세기에는 동양의 책이 번역되어서 유럽에 전파되었다. 패러다임은 꾸준히 변화하여 그 결과 18세기 들어서는 조경 디자인에서부터 서양의 패러다임 변화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픽처레스크라는 조경 디자인 양식으로 확립되었다. 픽처레스크란쉽게 설명하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 정원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18세기 조경가 험프리 렙턴 Humphrey Repton(1752~1818)은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언덕이 될 수도, 평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을 디자인할 때,
정원 내에 위치한 개인의 시선에서 자연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렙턴은 보는 이의 위치가 정원 내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 P186

 픽처레스크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은 본인이 여러 다른 위치에서 다른 투시도적 이미지를 바라본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원의 전체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구성했다. 서양 정원 디자인에서 상대적 관계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된 것이다.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은 서양 문화에 있어서 경직된 기하학에서 탈피하여 상대성에 가치를 두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점이 된아주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 P191

결론적으로 서양의 근대 건축은 기술 혁신과 동양 건축 유전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2세대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연 사람이미스 반 데어 로에와 르 코르뷔지에라는 건축가다.
- P208

기본적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근대 건축의 5원칙은 동양의 기둥식구조의 건축 양식이 서양에 전파되어 산업혁명의 새로운 재료인 콘크리트와 함께 만들어진 문화적 변종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코르뷔지에의 철근콘크리트 기둥 구조가 철근콘크리트라는 재료를 사용하면 당연히 만들어지는 현상이니 동양 문화의 영향은 아니라고 말할수도 있다. 하지만 철근콘크리트 재료가 반드시 기둥 구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뒤에 나오는 루이스 칸이나 안도 다다오 같은 건축가는 철근콘크리트 재료를 기둥 구조로 사용하지 않고 벽 구조체로만 사용했다. 코르뷔지에가 철근콘크리트라는 재료를 기둥식으로 사용한 아이디어는 그의 창의적인 생각이다. 나는 그 창조적 생각이 만들어지는과정 중에 동양 문화의 영항을 받은 당시 유럽의 문화적 패러다임이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P244

바라간은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있는 소크 연구소 현장에서 "이 공간에 나무나 잔디 대신에 돌로 포장된 중정을 만드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소크 연구소의 입면으로 하늘을 갖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라간은 칸에게 비움을 통해서 진정한 자연을얻으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 P290

안도는 "건축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의 존재감을 느끼게끔 해 주는중간 장치다. 중정을 바라보면 그 안에서 자연은 매일 매일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중정은 집 안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핵이며 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의 현상을 전달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 P307

그의 건축은 20세기의 대표적인 재료인 콘크리트를 사용하는데, 큰 창문과 복잡한 진입동선으로 적극적이면서도 자유롭게 자연과 교류한다는 면에서는 동양적인 성격을, 벽 구조를 가지면서 기하학적으로 구획된 평면과 단면을가지고 있다는 면에서는 서양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동서양 문화 유전자의 교배를 통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었다.
- P328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진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다양성의 소멸‘이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패션, 건축, 산업 디자인 등 각종 디자인 분야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물건을 만들어 왔다. 패션은 옷감을 가위로 자르고, 바느질했으며, 건축에서는 돌을 쌓고, 나무를 깎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 이렇듯 각 분야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제작 방식에 근거해서 서로 전혀 다른, 다양한 결과물을 창조해 낼 수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컴퓨터에서 디자인하고, 스크린상에서컴퓨터로 만든 3차원 그림을 통해 시뮬레이션하고, 그 형태를 CADCAM(Computer Aided Design, Computer Aided Manufacturing)을 이용해서 제작하는 비슷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매스 미디어의 과다한 노출로 인해 서로 점점 더 베껴 가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 분야의 ‘다양성‘이 사라져 가는 추세다. 기술에만 의존하는 창조는시간이 지날수록 다양성이 사라진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20세기 중반국제주의 양식에서 경험했다. 기술이 이끄는 획일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피하느냐가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 P356

새로운 생각은 시대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크게 두가지 원리가 있다. 첫째는 제약이고, 둘째는 융합이다.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생각이 나오고, 서로 다른 생각이 융합되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둘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 있다.
모든 창조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변화와 새로움을 거부했던 문화는 발전을 멈췄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다면 열린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자신의 불완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이 완전하다고 느끼는 자는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한다.  - P396

디지털과 융합될 시대는 기술이 너무 압도하기 때문에 개인이사라지고 획일화될 가능성은 더 높다. ‘과연 인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인간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려면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구별해 내는 눈이 필요하다. 앞으로사회도 변하고 가치관도 변하고 인간다움도 변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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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장폴 뒤부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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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눈이다나는 창가에서 밤을 바라보고 추위의 소리를 듣는다이곳의 추위에는 소리가 있다아주 특별하고 기분 나쁜 소리건물이 얼음 속에 끼어 짜부라지면서 끙끙대고 삐걱대는가 싶을 정도로 불안한 신음을 토해낸다 시각 교도소는 잠들어 있다여기서 한동안 지내다보면  건물의 신진대사에 익숙해져 어둠속에서 교도소가 거대한 짐승처럼 숨을 쉬고간간이 기침을 하고뭔가를 꿀꺽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있다교도소는 우리를 집어삼키고 소화한다우리는 그의  속에 웅크린 채 번호가 매겨진 주름들 속에 숨고 위장의 경련들 사이에서 잠을 청한다그저   있는 대로 살아간다.- P11

 

오랫만에 책을 열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저 첫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어느 춥고 바람소리가 거친 어딘가의 검은 숲으로 이동했다.

주인공은 교도소에 있다는데, 그래서 건물이 추위에 얼어붙은 숨을 쉬고, 기침을 한다는데 나는 왜 숲으로 갔을까?

생각해보니 아주 다른 곳은 아니었던듯하다.

나의 숲은 바로 그 건물을 둘러싼 검은 숲이었고, 나는 멍하니 숲의 가장자리에서 그 커다랗고 낡은, 추위에 떠는 건물을 보고 있었다. 책에서는 이 교도소가 숲이 아니라 강가에 있다고 얘기되어 지는데도 말이다.

 

이런 기묘함은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지속된다.

주인공은 교도소에 있고, 그는 밤마다 죽은자들을 만난다.

아버지 요하네스 한센, 아내인 위노나, 그리고 반려견 누크.

이들은 주인공 폴 한센이 평생에 걸쳐 가장 사랑한 이들이고, 이들과의 삶을 되새김으로써 어쩌면 감옥에서의 나날들을 그냥 살 수 있는 대로 살아간다.

 

위노나와 누크는 조금 더 늦게 찾아왔다. 평화로운 한때였다. 우리는 잠시 서로 꼭 붙어 있었다. 산 자고 죽은 자고 상관없이, 우리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것을, 약간의 온기와 위안을 서로에게 주고 싶어서.   - P79

 

 

이야기는 폴이 저 세 사람과 살아왔던 일생을 되돌아보는 한 축과, 현재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또 한축이다.

두 개의 삶을 대하는 폴의 태도는 내가 책의 서두에서 숲의 가장자리에서 건물을 보는 태도와 비슷하다.

한없는 연민과 애정으로 넘치지만 폴은 주인공이 아니라 바라보는 자리에 위치한다.

어쩌면 폴은 사랑하던 이들과의 삶을 돌아보고 되새김질하는 것만이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들의 삶은 슬펐다고 해야 할까?

아니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그들의 삶에도 빛나는 순간들은 무수히 존재했고, 그들은 그 빛나는 순간을 영원히 살고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참으로 가혹하게도 그 변화의 흐름은 이들의 지속하고픈 일상을 거부하고 배제한다.

아버지 요하네스가 68혁명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에 절대로 편승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도,

아들 폴이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지고, 자본만이 최상의 가치가 되어버리는 삶에 편승할 수 없었던 것도,

그들에게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달라지는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아버지 요하네스의 마지막 설교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심지어 아버지 요하네스는 이 설교를 마치고 교회를 나가는 길에 쓰러져 죽고만다.

 

여러분이 나를 심판하고 단죄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 말 한마디만 마음에 새겨주시기를부탁드립니다. 참 단순한 말, 우리 아버지께서 사람의 허물을 크게 보지 말라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지요.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보시거든 축복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P161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들의 삶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과도한 몰입도 동일시도 없었고, 거부도 없었다.

그저 한없는 연민으로 그들을 어루만져주고 싶은 느낌.

우연처럼 들이닥치는 삶의 변곡점들은 저렇게 잔인할 수 있겠구나.

내가 나의 삶의 원칙을 그런대로 지키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그저 남보다 조금 운이 좋았을 뿐이겠구나.

팬데믹 이후 나타날 새로운 세상에서도 나와 나의 아이들은 지금껏 가져온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결국 닥쳐봐야 안다는게 답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특별할게 없는 사건과 서사로 풀어나가는 얘기라 조금만 더 내용을 얘기하면 모든게 스포일러가 되버리는 책이다.

이 책은 사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들의 마음과 그 마음에 대한 연민으로 읽어나가는 책이었다.

주인공들의 삶의 순간 순간, 그들의 고통을 한발짝 물러서서 관조함으로써 더 절실하게 그들의 삶을 연민하게 하는 그런 문장들이 독서의 시간들을 가득 채운다.

스카겐으로 돌아간 폴에게 부디 그 자신의 삶이 계속 지속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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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3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이 프랑스 소설 장폴 뒤부아 작품이네요. 저는 표지만 보고 정세랑 작품인줄

바람돌이 2021-01-03 00:14   좋아요 1 | URL
표지는 딱 정세랑 작가 책 맞네요. ㅎㅎ 실제 책 분위기와 저 표지는 안 맞는거 같아요

syo 2021-01-03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꼬마 시절 최초로 사랑에 빠진 프랑스 소설이 장폴 뒤부아였는데, 한동안 한국에 책이 안 나와서 타계하신 줄...... 이런 책이 나온 것도 깜쪽같이 모르고 있었네요-_-

바람돌이 2021-01-05 00:44   좋아요 0 | URL
전 이 사람 책을 이 책으로 처음 봤어요. 찾아보니까 꽤 많이 번역되어 있네요. 진지한데 유머감각을 잊지 않는 책이라 다른 책들도 살짝 궁금해지네요.
 

개인적으로 2020년을 평가하라면 평범해서 고마웠던 늘 있어왔던 그런해?

남에게 욕먹지 않고 내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살았고,

남편과는 늘 투닥거리지만 아직 이혼할 생각은 안드는 가장 친한 나의 반쪽이고,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 모두 별일없이 그렇게 살아줘서 다들 고맙고,

연말에 마음아프고 부당한 일을 당한 지인에게 충분히 도움을 못줘서, 해줄 수 있는게 얼마 없어서 속이 좀 많이 상했었고....

그리고 올 한 해를 지배한 코로나는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유리바닥위의 삶인지, 위기는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서 이런 평범한 생활을 깰 수 있다는 걸 절감하게 한 한해였고....

 

새해 계획이라고 거창한 뭔가를 세우지 않은지 오래됐다.

평범함을 유지하는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가족들과 앉아서 그냥 케익하나 올려놓고 와인 한병을 땄더니 큰 딸은 난 와인 싫어 맥주를 꺼내고, 미성년자 둘째는 난 술 싫어 콜라를 꺼낸다. 다들 입맛대로 맛나게 먹으면서 새해 계획? 별거 없다. ㅎㅎ

 

나 홀로 거창하게 얘기했다.

초딩님 말처럼 약속도 없고 누구 만날일도 없고 여행갈 일은 더더욱 없고.....

새해 전체는 모르겠고 이번 1월 방학동안 난 30권의 책을 읽을거야!!!

근데 가족들 반응이 응원 격려 이런거 하나도 없고,

헉 우리 밥은? 엄마가 30권 볼려면 밥은 못먹겠네라며 셋 다 뜨악한 표정이라니!

 

아니 당연히 책보다 밥이지.

설마 밥을 안하려고? 나도 먹어야 책을 보지. 인간들아-(우리집은 철저한 가사분업화를 일찍이 이룬 관계로 밥은 오로지 나의 임무다. 가끔 아이들이나 남편이 라면은 끓인다. 아니 라면만 끓인다)

 

어쨌든 1월에 우선적으로 볼 책을 쌓아놓고 뿌듯해하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있고, 산 책도 있고(책은 안산다 안산다 하면서도 결국 제법 샀다. 어쩔수 없나?)

이렇게 찍어놓고 보니까 도대체 기준이 뭔지 나도 모르겠지만 뭐 어차피 나는 잡식성이니까 뭐.... ㅎㅎ

20권의 책을 우선 정했고, 저기에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보탤 예정이다.

예전에  5부까지 보고 멈췄었는데(너무 긴 호흡을 필요로 했다. 5부까지 15권), 이번 1월에 6부와 7부를 마저 보고 마스터 할 예정

 

 

 

 

 

 

 

 

 

 

 

 

 

 

나머지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몇권이 들어가지 싶다.

 

책을 읽을 계획은 계획만으로 뿌듯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쌓인 책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볼때마다 뿌듯하다는...

 

ps 앗 빼먹었다. 또 중요한 목표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5kg만 딱 5kg만 빼는거다.

5kg 빼봤자 나는 여전히 똥똥하지만, 경험상 저 5kg만 빼면 허리통증과 다리 통증이 없어진다.

열심히 홈트레이닝하다가 11월 12월 바빠지면서 쉬었더니 또 허리가 아프기 시작. ㅠ.ㅠ

올해는 꾸준히 운동해서 12월쯤이 되면 5kg을 빼고 말리라. (5kg 빼는데 무슨 1년이냐 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절대 다이어트를 못하는-먹는게 너무 행복해서- 나에겐 다이어트 없이 저 몸무게를 빼는건 1년이 걸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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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1-02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뿌듯해집니다. 책은 쌓아놓고 뿌듯해지라고 사는 거지요 ㅎㅎ 즐독하세요 ~저는 간단하게 점심은 떡국 떡만둣국 떡라면으로 돌려막기 할 예정입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1-02 16:15   좋아요 1 | URL
악 저도 오늘 점심 때 떡만둣국 끓여 먹었는데.... 겨울에는 역시 떡국이 최고의 간편식품이죠. ㅎㅎ

막시무스 2021-01-02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밥한끼쯤 안 드신다고 큰 일 나는것도 아니잖아요!ㅎ 라면만 먹어도 좋아요! 꼭 목표달성 하시길 응원합니다! 화이팅!

바람돌이 2021-01-02 16:31   좋아요 2 | URL
막시무스님 댓글을 저희집 식충이들에게 꼭 전하겠습니다하다가 밥은 저도 먹어야해서... ㅎㅎ

stella.K 2021-01-02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성한 따님이 계셨군요.
열심히 사신 느낌이 팍팍 듭니다.
열심히 일한 후의 휴식은 정말 꿀맛이죠.
그런데 정말 저렇게 많은 책을 한 달 동안 다 읽으시나요?
저에겐 거의 부지런히 읽는다면 반년치에 해당합니다.ㅠ
암튼 즐독하십시오.^^

바람돌이 2021-01-02 16:37   좋아요 2 | URL
작년에 대학 들어간 20살짜리 -아 이제 새해니 21살짜리가 첫째예요.
1월은 방학이라 한번 도전해볼려구요.
저의 결심은 항상 하다 안되면 되는데까지만이라 다 못읽어도 별로 실망안해요. ㅎㅎ
그런 너무 간단하게 2월로 넘기면 되니까요. ㅎㅎ

scott 2021-01-02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콜린 읽기전에 영상으로 먼저 추천! 바람돌이님 이럴때 배달의 민족은 앱을 켭니다.아! 보부아르책이 저리 두껍다니 도전이 망설여지는 1人

바람돌이 2021-01-02 16:40   좋아요 1 | URL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영상도 있나요?
배민은 항상 애용합니다. ㅎㅎ
레 망다랭은 사놓고도 두께 때문에 미리 겁먹었으니 올 1월 도전해볼만하지요? ㅎㅎ 제생각에 이번 1월에 안 읽으면 못읽지 싶습니다. ^^

scott 2021-01-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넷플릭스에 있어요 이거 보고 활자로 읽으면 재미 두배 다른 책은 눈에 안들어오실지 몰라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1-01-02 17:02   좋아요 1 | URL
넷플릭스 뒤졌는데 못찾겠어요. 로마제국 말씀하시는건가요?

얄라알라 2021-01-02 16: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2020년, 알라딘 서재에서 다른 분들 쌓아놓고 읽으시는 책 보며 덩달아 배불러하고 덜 외로워하며 2020년 보냈네요. 1월에 읽으실 책들이 압박스럽지만 바람돌이님 다 읽으시리라^^ 리뷰 읽으러 간혹 놀러오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1-02 17: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응원만으로 배가 불러요. ㅎㅎ 책을 읽고 항상 리뷰를 쓰자 다짐하지만 그건 책읽는것보다 더 어렵더라구요. ^^ 하지만 결심만은 불끈입니다. ^^

scott 2021-01-02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master of rome (다큐드라마2016년도 시즌12019시즌 3 칼리큘라까지) 시즌 3까지 나왔는데 혹시 못찾으시면 Ancient Rome: The Rise and Fall of an Empire 2006년도 작품이에요

바람돌이 2021-01-02 17:12   좋아요 1 | URL
아 찾았어요. 로마제국이라는 이름이 맞네요. 이 책하고는 시기가 안맞는것 같네요. 콜린의 책은 마리우스 술라를 거쳐 로마의 공화정이 무너져 가는 마지막 시기를 대상으로 하는데 드라마는 제정시대와 카이사르의 시대가 섞여 있네요. 그래도 재밋을것 같아요. 아 영상까지 보면 독서계획에 지장 생기는데 그래도 올 겨울에 꼭 챙겨볼게요. 좋은 드라마도 추천해주시고 감사합니다. ^^

쎄인트saint 2021-01-02 17: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문동꺼를 초이스하셨군요...
다른 출판사꺼는 안 읽어봐서 모르지만...
가독성이 좋았던 기억이...
아마도 번역이 잘 된 듯 싶습니다.

바람돌이 2021-01-02 17:14   좋아요 1 | URL
번역의 문제를 논할정도의 내공이 안되는지라 왠만하면 괜찮겠지 하고요. 그리고 대충 살펴보니 쎄인트님 말대로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 참고가 됐습니다. 제일 중요한건 표지예요. 저 문동 전집 표지 매니아입니다. ㅎㅎ

초딩 2021-01-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반가운 책들이 많네요~~~ 공간이 만든 공간도 저도 곧 읽으려해요 :-)

바람돌이 2021-01-02 23:07   좋아요 1 | URL
공간이 만든 공간은 지금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잘 넘어가요. 보기에는 진입장벽이 있을 듯하더니 아니네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초딩 2021-01-02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믿고 보는 문동으로 읽었는데 번역이 정말 감칠맛 났는데
약간 우월함을 비교하려고 민음사도 같은 곳 찾아봤는데 .... 흐 민음도 나쁘지 않았어요 ㅎㅎㅎ
허밍웨이도 러시아 문학 볼 때 번역을 엄청 탔다고 하는데, 번역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울나라 러시어 문학 번역하시는 분들 교수님들은 정말 대단 한 것 같아요 존경~

바람돌이 2021-01-02 23:09   좋아요 1 | URL
같은 책을 번역따라 보는 내공은 정말 제가 따라할 수 없는 경지네요. ㅎㅎ 번역도 예술의 영역이 맞다고 생각해요. 좋은 번역자가 많이 나와서 저처럼 외국어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에게도 외국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항상 기원합니다. ^^

수이 2021-01-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해서 5키로 감량하기! 이거 저도 할래요 바람돌이님, 안 그래도 허리 아파서 고생하고 있어요. 우리 5키로 빼고 2021년 12월에 목표 하나 이루었다! 이거 페이퍼로 쓰면 어떨까요?! 하고 또 새해 소망 하나를 플러스해봅니다! 새해 인사가 늦었는데 아직 며칠 안 지났으니까 ^^;;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원하는 일 가능하면 많이많이 이루시기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01-02 23:12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면서 운동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느낌이 점점 많이 들어요. 운동하는 동안은 안 아프거든요. 근데 멈추고 몇달 지나면 점점 아픈 부위가 늘어나요. 고통이 온몸을 타고 번져가는 느낌? 수연님이랑 저랑 12월 연말결산 페이퍼에 꼭 5kg줄였다고 쓰자구요.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 수연님도 늘 건강하시고 새해 복도 듬뿍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chika 2021-01-03 0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녁 간식을 안했더니 반년에 5키로 감량되더군요. 물론 운동도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뚱뚱합니다만. ㅎ
전 원래 저녁에 엄청 때려먹고 과자도 많이 먹었었거든요.
건강을 위한 살빼기는 성공을 기원합니다!

마스터스오브로마 시리즈는 새로 시작할때마다 처음부터, 그래서 늘 제자리같아요. 올해 목표중 하나가 로마읽기인데..자극 좀 받고 갑니다요 ㅎ

바람돌이 2021-01-05 00:47   좋아요 0 | URL
아 저녁간식! 저같은 올빼미족에게는 운동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게 밤간식 끊는거예요. 저녁을 제가 6시쯤에 먹거든요. 둘째 학원시간에 맞춰서... 그럼 11시 12시쯤 되면 정말 배가 고파서 잠을 잘수가 없어요. 꼭 뭐라도 먹게 되요. 그래서 살이 안빠진다는거러 알지만.... 아는 것과 실천이 꼭 일치할 수 없다는 걸 요 사소한데서 깨닫습니다. 사실 지금도 구운계란 주워먹고 있어요. ㅎㅎ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올해 완독 기원보냅니다. ㅎㅎ 더불어 저도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01-03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남은 복도 말끔하게 담으시길요^^
와인 싫어~맥주가 좋아!!! 벌써 커버린 큰딸ㅋㅋㅋ 여전히 콜라 찾는 귀여운 둘째!!!!
저희집도 작년 12월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크리스마스때 식구들 간식 먹으면서 큰애랑 맥주를 마셨는데 우리 부부보다 더 술이 쎈걸 보고 우와!!!!! 했네요ㅋㅋㅋ

올 한 해 세우신 목표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저희집은 저는 뱃살 옆구리살을 빼기, 울집 남편은 한 달에 1키로씩???!!!!! 빼는 게 목표이긴한데....살과의 전쟁은 코로나가 끝나야 하는 건가? 핑계를 대곤 하네요ㅋㅋ
콜린 매컬로의 로마 시리즈는 저에게도 늘 숙제? 같은 책이네요....바람돌이님의 완독을 대신 응원합니다!!!

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01-05 01:06   좋아요 1 | URL
집에서 먹고 자고 책보고 있으니 복이 온것 같습니다. ㅎㅎ
아이들이 정말 어느샌가 부쩍 자랐죠? 가끔씩 전 아이들한테 너네가 어렸을 땐 예쁘기만 했는데 지금은 왜 이러냐 하면서 시비를 걸어요. 밉상일 때도 많거든요. ㅎㅎ

책나무님도 올해 세우신 목표 다 이루시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우리 같이 로마시리즈도 완독해보아요. 저한테 좀 유리한 거같긴 하네요. 저는 마지막 6권만 남았으니... ^^;;
 

"하지만 우린이미 결혼했는걸, 알곤킨 인디언들은 계약이나 신성한 맹세 같은 거 없어. 함께 살고 서로를 위해 살면 다야. 같이살다가 아니다 싶으면 헤어지고." 자, 이 경제적인 네문장이 영국 여왕과 보통법(Common Law)을 그 습기 자욱한섬나라로 반송해버렸다.
- P209

1970년대에 포드 사가 독특하게 생긴 콤팩트 카‘를 만들었는데, 설계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걸 금세 알았어요. 연료탱크의 금속 자재가 너무 부실해서 행여 뒤에서이 차를 박았다가는 화재가 나기 십상이었거든요. 이 차에서 시커멓게 타 죽은 사람만 180명, 중증 화상을 입은 사람이 180명, 화재를 일으킨 차량이 7000대나 됐어요. 포드사 수뇌부는 이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자체 연구조사를 실시했죠. 그 분석 결과는 지체 없이 ‘핀토 메모 - 비용과 편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로올라왔어요.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하는 비용이 핀토를 전량 리콜해서 문제가 되는 연료탱크를 교체해주는 비용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고 나왔죠. 포드 사는 이 보고서를 사장했고, 핀토를 구입한 고객들은 계속 화염에 휩싸인 채죽어 나갔어요. - P234

밤 9시에 세즈윅이 영장이라도 들고 온 사람처럼 내 집문을 쾅쾅쾅 두들겼다. 그는 그 사람이 어쩌다 떨어졌는지, 그 사람이 많이 힘들어했는지,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는 건물이 들어 있는 보험증권을가지고 와서는 외주 용역업체의 작업 중 사고가 났을 때우리 측에서 져야 하는 책임의 범위만 정확히 알고 싶어했다. 원하던 것을 얻고 나서는 긴장을 조금 풀었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폴, 이 문제는 해결됐네요. 우린 깨끗해요. 그래요.. 우리하고는 상관없습니다.  - P243

위노나의 음성이 그 이야기의 문들을 하나하나 살그머니 열어젖혔다. "삼촌은 온 가족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어, ‘나는 늘 너희를 위해 일했다. 마땅히 할 바를 한 거지.
그렇지만 이제 나도 늙은이가 다 됐으니 나를 위해, 다른사람 말고 나만 위해 뭔가를 해보기로 작정했다. 나의 낡은 트랙터로 태평양에서 출발해 대서양에 도착하는 캐나다 횡단 여행을 해볼까 한다. 나의 존디어로 8000킬로미터를 달릴 테다. 시간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달릴 작정이야.‘
그러고 나서 나토로드 삼촌은 친구를 통해 트랙터를 밴쿠버와 아주 가까운 호스슈베이로 보냈어. 거기서 삼촌은 바다 가까이로 트랙터를 몰고 가 태평양 물이 뒷바퀴를 적실때까지 후진을 했지. 그런 다음 비로소 동쪽을 향해 출발했어. 꼬박 넉달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속 10~15킬로미터밖에 못 내는 트랙터로 달렸대,  - P261

선생님 부친의 둘째 동생의 딸 덕분에 제가 십일년을 사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땅에서 하늘까지 아우르는 십일년이었지요. 그녀 곁에서는 나도 늘 꼿꼿하게 바로서려고 애썼습니다. 그녀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눈과숲속에서, 여름과 폭우 속에서. 나는 어디든 따라갔습니다. 그녀에겐 사람의 가장 좋은 부분을 드러내주는 재주가있었지요.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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