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라, 그러면 내 권능이 완벽해지리라. 나를따르라. 나는 북극의 영원한 얼음을 쫓아갈 테니. 거기라면 나는 끄떡없어도, 너는 추위와 서리의 참담함을 느끼게 되리라. 네가 너무 게을리 따라오지만 않는다민, 북극 근치에서 죽은 토끼를 보게 될 것이다.
먹어라, 그리고 힘을 얻어라. 어서 와라, 내 원수, 우리에겐 목숨을 걸고 벌여야 할 결투가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네가 힘들고 비참한 시간들을 견뎌내야 그때가 올 것이다."
- P278

오! 남자답게 행동하십시오. 아니, 남자 이상의 존재가 되십시오. 확고하게 목표를 다지고 반석처럼 든든히 버티십시오. 얼음은 여러분의 심장과는 재질이 다릅니다. 얼음은 변하기 쉬우니, 의지만 품는다면 결코 여러분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이마에 굴욕의 낙인을 찍고 가족에게 돌아가지는 마십시오. 싸워 이긴 영웅이 되어 돌아가십시오. 적에게 등을 돌리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영웅으로 돌아가십시오."
- P292

나는 이성적인 존재를 창조했으니, 내 능력이 닿는 한행복과 복지를 보장했어야 합니다. 그게 제 의무였어요.  - P295

"범죄를 저지를 때마다 이 사람이 겪은 고통이 나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지는 않았다. 오! 잊히지 않는 범행의 과정 하나하나에서 그는 내가 겪어야 했던 고통의 만분의 일도 겪지 않았단 말이다. 끔찍한 이기심 때문에 도저히 멈출 수 없었으나, 내 심장에는 가책의 독이 퍼져 있었다. 클레르발의 신음이 내 귀에 음악 같았을 거라 생각하는가? 내 심장은 사랑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불행이 심장을 쥐어짜 죄악과 증오를 품게 만들었을 때,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 같은 아픔 없이는 그 지독한 변화를 견뎌낼 수 없었다.
- P299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심지어 신과 인간의 원수에게조차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와 동료가 있다. 나는 철저히 혼자다.
-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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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2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제가 <세상의 모든 책덕후를 위한 카툰 에세이>다.

이 책 정말 너무 좋다.

저 표지 그냥 보면 좀 평범해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아주 두꺼운 하드커버를 열어제끼면 또 다른 카툰이 나와 "우와"라는 탄성을 일으킨다.

이렇게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멋진 책 표지를 실감하려면 이 책은 전자책이 아니라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진짜 명품인지 짝퉁인지 알려면 비오는 날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방을 머리위로 올려 비를 가리는 용도로 쓰면 짝퉁이고 품안에 안고 뛰면 명품이란다. ㅎㅎ

명품백이 없어서 그건 모르겠고, 난 책을 에코백에 넣고 도서관을 나왔는데 비가 오면 가슴에 안고 뛴다.

감히 책을 비에 젖게 할 수 없어 저렇게 우산쓰고 읽지는 않는데, 이 책의 저자는 저렇게 비를 맞으며 이동할 때도 우산 아래 책을 읽는 걸 보면 진정한 덕후다.

 

이 책은 그야말로 책 덕후를 위한 책이다.

작가는 책을 읽는 것도 너무 좋아하고, 언젠가는 명작을 쓰리라 하며 열심히 글을 쓰는 이이기도 하다.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나에게는 읽는 덕후로서의 카툰들이 더 공감이 가고 재밌었다.

아마도 글을 쓰는 이라면 이 사람의 작가 카툰장면들을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작가가 될 수 없음을 절절히 깨달았으니 바로 위 장면이다.

저 9개의 장면 중에 최소 5개 정도는 해당이 되어야 꿈을 꿔볼텐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딱 1장면밖에 없다.

두번째 젊었을 때의 곤궁한 직업이라기보다는 곤궁한 온갖 종류의 알바를 아주 다양하게 섭렵했다는 것 정도?

아 4번째 방탕한 시절은 저게 술을 의미하는거라면 지금도 여전히 방탕하지만 나머지는 뭐 아주 건전한 삶을 살고있으니 패스!

7번째의 방치된 배우자는 하고 싶은데 우리 남편은 찐드기라서 방치됨을 허용하지 않는다. 젠장...

어쨌든 결론은 작가가 될 소질도 계기도 나에게는 전혀 없구나.

그러나 또 하나의 길이 있으니 바로 덕후 독자의 길은 나에게도 열려있다.

 

올 1월에 한달동안 매일 1권씩 30권의 책을 읽을거야라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애초에 말도 안되는 목표였다.

그럼에도 목표가 있다는건 역시 끊임없이 나를 독촉질하여 17권을 읽었다.

세상에 목표의 반을 넘어 성취했다.

세상 살아보면 안다.

목표의 반을 성취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

실제 내 생활에서 목표한 바의 반이나 성취한 일이 몇개나 되었던가 말이다. 아마도 없을걸?????

저 그림에서 내가 여태껏 세웠던 목표와 같은 목표는 무려 7개다.

첫 번째에 나오는 동시에 여러권은 내 스타일이 아니므로 패스!

하지만 7개의 공통점을 가진다면 나 역시 책덕후가 맞고 말고 끄덕이며 이상한 자부심에 뿌듯해한다.

아마 이 글을 읽을 몇몇의 알라디너 여러분들도 같이 뿌듯하지 않을까?

 

 

장담컨대 이 장면에서 감탄하지 않는다면 책덕후가 될 수 없으리라.

우리 모두가 저 12가지 모두를 사랑해 마지 않는다.

누가 책 준다고 하면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따지지 않고 일단 손부터 들고 보는 욕심부터 고쳐야 하는데...

그걸 고치면 책 덕후가 아니니 고치지 말기로 하자.

책 주실 분 손 한번 들어주실래요? ㅠ.ㅠ

 

 

 

자 마지막으로 당신의 유형을 알려주세요.

저는 편독형, 탐독형, 준비과다형, 야행형, 가식형, 곡예형에 해당합니다.

사실상 저 마지막 은둔형이 되어야 덕후 고수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놈의 술이 참.......

 

실제 책에는 정말로 재밌는 장면들이 더 많습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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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11 0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덕후 바람돌이님의 즐거운 설명절날 책 덕질을 응원합니다! 행복한 명절되십시요!ㅎ

바람돌이 2021-02-12 23:00   좋아요 2 | URL
앗 명절이 지났네요. 막시무스님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새해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설에는 저도 책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예요. ^^

psyche 2021-02-11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월 한달동안 17권이라니!! 대단하시네요.

바람돌이 2021-02-12 23:01   좋아요 1 | URL
노는 달이었으니까요. ㅎㅎ 늘 저렇게 읽지는 못하죠. 그래서 한번 오기를 부려봤는데 하루 1권은 무리더라구요. 더구나 읽고 글쓰기까지는 더 힘들구요. ㅎㅎ

2021-02-11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2-11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진짜 공감가는 부분 너무 많죵? 근데 한 달 17권이 가능한 권수이십니까? 진짜 대단대단~👍
저는 주위에 찐드기가 없어서 저절로 은둔형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17권은 넘사벽인걸요?
근데 이 페이퍼 읽으니 왜 아침부터 술이 당기죠?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2-12 23:03   좋아요 2 | URL
솔직히 말이죠. 17권 중에는 가볍게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았다는게 함정이죠. ㅎㅎ 음 전 좀전에 뭔 글을 하나 봤더니 급 커피가 땡겨서 지금 저희집 찐드기가 내리는 중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2-12 23:14   좋아요 1 | URL
ㅋㅋ아주 바람직한 진드기네요~👍
17권 모두 그런 책이 아니라면 이런 변명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ㅎㅎ 맛난 커피 한잔 하시고 푸욱 주무세용!!😻

scott 2021-02-11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전 죠기 유형에 전부 해당되는데 ㅋㅋㅋ 어떤 책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여 ㅋㅋ

바람돌이 2021-02-12 23: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책에 따라 달라지죠. 결국 좋아하는 걸 위해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거겠죠? ㅎㅎ

mini74 2021-02-13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17권이라니 !! 남의 편들이 다 그런가봐요. 저희집도 나이들수록 더 해요. 나이들면 마누라밖에 없는 걸 아는 걸까요. 그 쉬운 걸 우리 남편은 젊은 시절엔 왜 몰랐을까요 ㅎㅎ

바람돌이 2021-02-13 01:42   좋아요 1 | URL
ㅎㅎ 다들 저 권수에 집착하시는군요. 사실은 뭐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그리고 나이 들어가니 저도 남의편이긴 하지만 남편밖에 없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등가려울 때 옆에서 긁어줄 사람 말예요. ㅎㅎ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 P5

내가 처한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대중의 의견이, 그리고 재판관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내 불행한 희생자를 단죄하고 있음을 깨닫고, 괴로움에 법정 밖으로 황급히 뛰쳐나갔다. 피고의 고통도 나보다는 덜했다. 그녀는 결백의 힘으로 견디고 있었지만, 회한의 날카로운 이빨은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으며 끝내 놓아주지 않았다.
- P110

"어떻게 해야 당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 아무리 애원해도 자기가 만든 피조물에 호의를 보일 수 없단 말인가? 이렇게 당신의 선의와 연민을 갈구하는데도? 내 말을 믿어라, 프랑켄슈타인, 나는 선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박애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은가? 참담하게 고독하지 않은가? 내 조물주인 당신이 나를 증오하는데 하물며 내게 아무것도 빚진 바 없는 당신의 동포들은 어떻겠는가? 나를상대도 하지 않고 증오할 뿐이다. 사막 같은 산맥과 음침한 빙하들이내 안식처다. 수많은 날들을 여기서 방황했다. 얼음 동굴도 나는 두렵지 않다. 그러니 여기가 인간들이 불평하지 않는 내 유일한 거주지다.
이 황량한 하늘을 나는 반가이 맞는다. 저 하늘은 당신의 동포들보다내게 훨씬 더 친절했다. 무수한 인류가 내 존재를 안다면, 당신처럼무장을 하고 나를 파멸시키려 들 것이다. 그러니 나를 혐오하는 그들을 어찌 내가 증오하지 않겠는가? - P133

내가 생명을 얻은 그날을 증오한다! 나는 피로움에 울부짖었다. ‘저주받은 창조지! 어째서 자기마저 역겨워 등을돌릴 흉악한 괴물을 빚어냈단 말인가? 신은 연민을 갖고 자신을 본떠인간을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창조했다. 그러나 내 모습은 당신의 더러운 투영이고, 닮았기 때문에 더욱 끔찍스럽다. 사탄에게는 그를 승배하고 격려해줄 동료 악마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고독하고 미움을 받는다.‘
- P174

"나를 위해 여자를 만들어달라. 내 존재에 필요한 공감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이요구는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내 권리의 주장이다."
- P193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모든 인류가 나를 피하고 증오하지 않는가? 내 창조주인 당신도 나를 갈가리찢어버리고 승리의 기쁨에 젖으려 한다. 그걸 기억하라. 그리고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당신은 나를 저 얼음의 갈라진 틈새로 거꾸로 떨어뜨리고 당신의 작품인 내 육신을 파괴하더라도, 그걸 살인이라 부르지 않겠지. 인간이나를 경멸로 대하는데 내가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가? 상처가 아니라친절을 서로 나누며 나와 함께 살아간다면, 나도 그렇게 받아들여준은혜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감각은 우리의 공존을가로막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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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 라틴아메리카
장재준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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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인생의 버킷리스트가 있고 물론 나에게도 있다.

그 중 상위에 있는게 바로 남미 일주여행이다.

최소 한달 이상의 날짜를 빼기도 어렵고, 돈도 장난 아니고, 그래서 아직도 버킷리스트에 머물러있지만 지금보다 더 체력 떨어지기 전에 가고야 말리라 늘 결심하며 라틴아메리카 여행기가 나오면 일단 챙겨서 보게 된다.

 

그렇다. 난 이 책이 여행기인줄 알았다.

라틴 아메리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서 책소개도 대충 보고 집어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예상과 다르기에 더 좋은 일들이 세상에는 많고, 이 책이 바로 예상과 달랐기에 더 좋은 책이 돼버렸다.

하지만 절망도 같이 했으니, 아 난 도대체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서 아는게 뭐야라는 자괴감이다.

유럽에 관한 책들을 읽다 보면 딱히 검색을 하지 않아도 반 이상은 이름이나 업적 정도는 아는 사람인데 이 책에 나오는 이름들은 정말 모두가 아는 이름 -체 게바라, 프리다 칼로, 네루다 등등-빼고는 모르는 사람 투성이다.

핸드폰을 옆에 두고 끊임없이 검색을 해가며 책을 읽었지만 검색에서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나의 무지 수준이나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무지 수준이나 비슷하다고 할까? (도대체 이런 데서 위안을 얻는 나라는 인간은 무엇인가 말이다.)

 

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현재의 라틴 아메리카 - 음악 -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의 역사 - 잉카제국의 네트워크의 힘 - 플랜테이션 제국주의

이렇게 5개의 키워드로 돌아보는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현재이다.

키워드 중심의 서술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범위의 협소함이라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한 세계, 그것도 그토록 다양한 인종과 민족과 자연과 문화로 이루어진 세계를 몇 개의 키워드로 어떻게 감히 정리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세계는 세로로 길기도 길어서 라틴 아메리카 남북의 길이가 한국-베를린 간의 거리라고 한다.

지구에서 세로로 길다란 세계란 것은 다양한 위도로 인한 다양한 식생과 다양한 문화를 가질 수 밖에 없고 그 자연환경의 차이로 인해 교류의 폭이 가로로 긴 세계보다 훨씬 어렵다.

거기다 안데스 산맥이란 길고도 높은 산맥은 동서방향마저 갈라놓는다.

카리브 해의 그 수많은 섬들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키워드로 알 수 있는 것은 아주 조막만한 단면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뭔가 더 말해야 할 것 같고, 더 읽어야 할 것 같은 갈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부분은 장점으로만 가득 찬 책이다.

어떤 지역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이며, 기본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이 책의 저자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자신의 애정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굳이 사랑해 사랑해라고 얘기하진 않지만 행간과 사실의 전달 속에 저자가 가지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나온다.

또한 일반화된 서구의 시선이 아니라 그 땅을 살고있는 이들의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그래서 이 책은 출발에서부터 좋은 책이 될 수 밖에 없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탁월한 영화지만 또 한편으로 그것이 얼마나 서구 자본주의적 시각에 철저히 매몰되어있는가를 얘기하며 쿠바의 음악을 소개하는 장은 흥미롭다.

영화속의 음악가들을 서구는 발굴했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그들은 몇십년 전부터 음악을 멈춘 적이 없으며, 쿠바라는 지역에 갇혀있지도 않았다.

온 세계를 상대로 순회공연을 하고, 음반을 발표하고 쉼없이 음악을 계속해왔음에도 마치 쿠바혁명의 희생양인양, 서구가 비로소 이 음악가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처럼 소개하는 영화의 시선은 오만하기 그지없다.

유튜브로 이들의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또 다른 영화 <쿠바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쿠바의 남성과 결혼했다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화를 찾아봤더니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혁명을 빼놓을 수 없다.

어쨌든 체 게바라의 땅이 아닌가?

무엇보다 흥미롭게 읽힌 것은 멕시코 혁명에 참가했던 여성들, 아델리타라고 불리우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수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처럼 이 곳 역시 마찬가지다.

페트라 에레라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혁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스스로 여성임을 밝히자 그녀의 무훈은 평가절하당하고, 오히려 그녀를 향한 내부총질에 더 힘들어야 했단다.

멕시코 혁명 중 뛰어난 지휘관이었고 탁월한 군인이었던 아멜리아 로블레스는 스스로를 남자라고 생각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도 아멜리오로 불리워지기를 바랬지만 그 바램은 죽은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동의 대의를 위한 싸움에서 성별 자체가 문제가 되어버리는 세상은 여기나 거기나 참....

멕시코 혁명에서의 여성에 대한 책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잉카제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중요한 힘은 네트워크다.

그 네트워크는 오로지 인간의 발로 이루어졌다.

말이나 소같은 대형 포유류가 없었던  라틴 아메리카에서 제국의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것은 순수한 인간의 발이었다.

차스키라고 불리웠던 파발들은 하루에 350km까지 주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에? 그것도 온갖 산지와 사막같은 지형이 산재한 곳에서?

그 비밀은 차스키 한명이 담당하는 구간이 3km정도였다는데 있다.

그들은 3km정도의 거리를 전력질주하여 다음 주자에게 자신의 임무를 넘긴다.

이들 차스키는 어렸을 때부터 선발되어 철저하게 훈련받은 전문직업인들이다.

전달해야 할 내용이 많을 때는 그것을 모두 외워 다음 주자와 같이 뛰면서 전달했다고까지 한다.

그러니 그 유명한 몽골의 역참제도보다 더 빠른 속력으로 제국을 연결할 수 있었겠다 싶다.

그런 잉카제국이 멸망할 때는 이 차스키를 근간으로 하는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 정말 공부하고싶고 해야할 것은 너무나 많다.

 

설탕과 카카오가 노예무역과 연결되어  라틴 아메리카를 황폐화시키는 과정은 너무나 적나라하여 얼굴이 뜨겁다.

한 사회가 다른 한 사회를 이토록 처절하게 짓밟는 야만의 장이 이 넓은  라틴 아메리카대륙 전체에 퍼져있다.

오늘날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을 어떻게 그들만의 문제로 이야기할까?

쿠바의 사회주의가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어떻게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고만 얘기할 수 있을까?

온 서구가  라틴 아메리카의 착취에서 그토록 많은 부를 쌓았음에도 그들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지금도 그 착취는 좀 더 세력되어지고 수많은 협정이나 조약으로 가렸을 뿐 현재진행형이다.

 

1장에는 미국-멕시코 국경의 벽에 내걸린 십자가와 관들의 사진이 있다.

저자는 이 국경지대의 난민들을 '난민과 국민사이를 오가며 이중의 디아스포라를 살아내고 있다, 내일이 없는 어제를 산다'고 표현한다.

누가 그들을 이중의 디아스포라로 만들었는가?

책을 읽는 내내 그 두장의 사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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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10 09: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남미 여행 혹은 남미에서 살기가 버킷리스트에 있어욤!! 우리가 아는 세계에 대한 시각이 어찌나 주류 서구사회적인지 깨닫게 되는 요즘인 거 같아용~ 그걸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인 거 같네요~👍

바람돌이 2021-02-10 12:29   좋아요 2 | URL
네 조금 산만하긴 하지만 재밌어요. 이분이 좀 더 체계적으로ㅜ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책을 내줬으면 좋겠더라구요. 툐툐님 명절 잘보내시고 복도 듬뿍 받으세요.

붕붕툐툐 2021-02-10 22:28   좋아요 0 | URL
좀 더 체계적~ㅋㅋㅋ 바람돌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

바람돌이 2021-02-10 23:42   좋아요 1 | URL
아 좀 더 체계적이란건 이 책이 약간 어떤 느낌이냐면 여러 군데에 그 때 그 때 쓴 글을 모은 느낌? 특히 1장이 좀 심해요. 하나의 주제로 묶기에도 약간 어려운 느낌이고요. 근데 이 분이 가진 내공은 학자라는 느낌이 팍팍 들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역사를 써 주시면 좋을듯해서요. 역사서적도 외국인이 쓴 것 보다는 역시 우리나라 사람이 쓴게 전 이해하기가 훨씬 좋더라구요. 촘스키를 좋아하지만 촘스키 글 읽을 때는 정말 땀을 빨빨 흘리면서 읽어야 해서 항상 아쉽거든요. ^^

scott 2021-02-10 1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자신에 사견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독자들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읽게 되는것 같네요 ^.^

바람돌이 2021-02-10 12:31   좋아요 2 | URL
하지만 글 전체에 저자가 얼마나 그 땅을 사랑하는지는 내내 느껴져요. 그리고 그에 대비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봉수 있다는것도 좋았습니다. 학자다운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이 좋았어요

수이 2021-02-10 1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 게바라가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믿었던 때가 있어요. 지금은 때가 많이 묻어 예전처럼 그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바람돌이님께서 추천하시니 읽어봐야겠습니다.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저 1키로 빠졌어요 소곤소곤, 올해 새해 계획 중에 다이어트 있던 거 기억나서 ㅎㅎㅎ)

바람돌이 2021-02-10 13:41   좋아요 2 | URL
저는 지금도 한 인간으로서의 체 게바라는 가장 위대한 인간의 원형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저도 사실 1키로 빠졌어요. 어쩌면 쬐끈 더... ㅎㅎ 우리 같이 힘내자고요. 수연님도 명절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복도 듬뿍 받으세요

mini74 2021-02-10 16:25   좋아요 1 | URL
여러분의 1키로들을 제가 다 갖고 간듯 합니다 ㅠㅠㅠ ㅎㅎ 축하드려요 두 분 다. *^^*

바람돌이 2021-02-10 23:42   좋아요 1 | URL
mini74님 감사합니다. 저 여분의 살 많아요.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ㅎㅎ

mini74 2021-02-10 16: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평생을 좁은 연구실에서 마야문자를 해독해 낸 크노로조프가 생각나네요. 소련붕괴 후 처음으로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했다고 하죠. 방에서 라틴아메리카를 꿈꾸다 보면 언제가 그 곳에 가 있지 않을까요. 멋진 베레모에~ 왠지 저는 베레모 쓰고 가야 될 것 같아요 ㅎㅎ~ 바람돌이님 즐거운 여행 하실거예요 *^^*

바람돌이 2021-02-10 23:38   좋아요 1 | URL
시간과 돈과 체력이 모두 허용되는 그날을 네 기다려야죠. 그 전에 책이든 다큐든 영화든 열심히 읽고 보고 좀 알아야겠어요. ㅎㅎ 베레모 쓴 mini74님! 안데스 산지를 훨훨 누비는 모습 상상하고 있습니다. 전 좀 가려야 돼서 챙 있는 모자로.... ㅎㅎ
 

체를 소유하고 소비하고 카피하는 스반문화적 혹은 저항 문화적 태도 자체는 이제 더 이상 문화적 훌리건이나 이데올로기적 컬트가 못된다. 구별을 파는 산업‘에 포섭된 체 게바라의 이미지)는 이념적 지향성의 바코드로 인식되지 못한다. 저항과 대항의 아이콘들을 ‘쿨‘한 브랜드로 둔갑시켜 ‘혁명 판매 Rebel sel‘의대열에 뛰어든 문화자본은 ‘전복이라고 여겨지던 체 게바라를 보기좋게 전복시켜버렸다.
- P151

이후 페트라는, 말 그대로 까맣게 잊혔다. 생몰연도도 남기지 못하고너무 함부로 너무 일찍 망각 속에 묻혔다. 숱한 아델리타들처럼 지배담론으로부터 온당한 자리를 분양받지 못한 채 마초적인 역사관에 의해암매장 당했다. 페드로 Pedres의 욕망과 시각에 의해 페트라 의 삶은 이렇게 토막 난 채로 짤막하게 기억될 뿐이다.

페트라 에레라, 그는 여자였다.
- P158

멕시코 혁명이 제도화의 길로 접어들자 혁명 동지들은 속속 일상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넥타이를 풀 수 없었고 모자를 벗을 수 없었다. 아멜리오가 되기 위한 그의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자신의 성을 부정하거나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는 총을 꺼내들 정도로 단호했고, 평소에도늘 남성용 속옷을 착용할 정도로 철저했다. 뼛속까지 남자이고 싶었지만 벽은 두꺼웠고 턱은 곳곳에 산재했다. 멕시코 마초를 상징하는 콧수염이 없던 아멜리오의 삶은 모욕과 혐오와 차별로 점철되었다. 무훈을 공인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등록되지 못하는 소수자의 수모를 식솔처럼 거느려야 했다.
- P167

비록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아델리타스를 둘러싼 기억과 해석 투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멕시코 혁명이 발발한 지 100년도 넘게 지났지만 아델리타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난, 차별, 배제, 억압,
폭력이 끊이지 않기에 아델리타스의 인정투쟁은 대를 이어 현재진행형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녀들이 서 있는 곳이 곧 전쟁터다.
- P177

차스키는 마라톤 거리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러너가 아니었다. 방대한 잉카의 길을 잘게 썰어 차스키 한 명이 3km 내외의 거리만 책임지면족했다. 자신에게 할당된 그 구간을 전속력으로 달려서 다음 탐보나 차스키 와시 chasqui wasi, 차스키의 집‘에서 대기 중이던 다른 차스키에게 임무를인계하는 방식이었다. 집단체력‘을 극대화하는 지혜의 산물이랄까. 매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이어달리기 방식의 정보통신망이었다. 말 과바퀴가 없는 상황 하에서 안데스의 지형 및 지리환경에 딱 맞는 관군용 정보전달 시스템이었다.
- P194

반복하건대, 잉카제국이 정복한 방대한 지역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고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행정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 이 차스키들의 공헌은 지대했다. 거대한 네트워크 제국에 속도를 부여하고 결속을 높이는 데 크게 기어했다. 속도선, 최저 유지비용, 네트워크화의주역이었다. 지역과 지역, 분배와 교류, 군사외 행성, 통치와 통합을 주도하거나 매개하는 정보통신의 중추신경망ackbone Network 구실을 했다.
한마디로 ‘차스키가 없었다면 잉카제국의 번영도 없었다‘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팍스 잉카이카는 바로 이런 차스키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톱니바퀴가 되어, 수레바퀴가 되어 잉카라는 거대한 제국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달렸던 파발꾼 차스키.
- P204

잉카의 이러한 포용적 현지화 전략은 각 지역의 특수성과 독자성을인정하고 배려하는 상생의 제스처였다. 잉카 군주의 권위를 부정하지않는 한, 각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까. 잉카사회의 통합의 원리가 강압적인 동화나 배타주의에 함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요컨대 다채로운 시대적 층위와 종족의 삶이 서려 있는 탐보 건물들을 통해 레인보우 제국을 지향했던 잉카 문화의 남다른 양적 넓이와 질적 깊이를엿볼 수 있다.
- P213

카스트로의 말마따나 쿠바는 미국을 위한 원료공급 전진기지이자 상품시장으로 머물러 있었고, 캐러멜을 수입하기 위해 설탕을 수출하는 형국이었다. 설탕을 수출해서 마체테 사탕수수 수확물낫를 수입하는 처지였다. 세계 설탕을 지배하기는커녕 설탕에 철저하게 예속된 신세였다.
- P226

노예, 황금, 상아를 대신해서 핏빛 카카오 Blood Cacao가 이제 이 지역 주변 해안을 대변하는 형국이다. 카카오 콩을 눈알처럼 귀하게 여기던 마야시대로부터 수천 년이 흘렀지만, 예나 지금이나 초콜릿은 ‘사치품‘이다. 생산과 소비가 격렬하게 분리되어 있다. 여간해선 맛볼 수 없는 마시는 금
이다. 적어도 이 카카오 해안의 초콜릿(색) 노동자들에게는, 집단 희생과 피의 상징물이다. 마야시대처럼, 여전히 초콜릿은 쓰다.
- P272

나프타 체결 이후 대략 20년 만에 농촌의 일자리 490 만개가 사라졌고 농민 600만여 명이 농민으로 살 권리를 박탈당하고 농촌을 떠났다. "살기 위해 옥수수를 심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를 심기 위해 산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농촌 거주 인구의 절대 다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농민이 식량 구입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상황. 미국산 식품의 홍수 속에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에 중독된 멕시코 국민개개인들은 피둥피둥 살찌는데, 멕시코의 옥수수 농업은 고사 직전의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걸어 다니는 옥수수‘들, 아니 걸어 다니는 가공된 옥수수‘들이 국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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