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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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을 생각하다.

 

소라와 나나와 나기 - 합쳐서 그냥 소나기라 부르면 좋겠다.

집 하나를 반으로 나눠 놓은 셋방에 소라와 나나 자매가 살고, 나머지 반에 나기와 나기의 엄마가 산다.

그냥 어느 순간 이들은 가족이 되었다.

아버지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너무 흔한 이야기라 통속적이다.

소라와 나나의 아버지는 공장의 기계에 휘말려 죽었고, 나기의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행패를 부리다가 시장 한가운데서 그냥 쓰러져 죽었다.

엄마는 나기의 엄마 순자씨가 있다.

"새끼를 먹여본 손맛, 그런 연륜"(43쪽)을 가진 엄마.

소라와 나나의 엄마 애자씨는 가족이 아니다.

사랑이 넘쳐 애자씨는 소라와 나나의 아빠가 죽은 이후 계속 혼자만의 세계에서 아빠와 산다.

이들은 곧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나나의 아기

그러면 이들은 아기, 할머니, 엄마, 이모, 삼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될 것이다.

아기의 아빠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가족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이므로.....

가족은 혈연이 이어졌다고 되는게 아니다.

어린 시절 무서운 것을 본 순간 소라가 나나의 손을 잡고 허겁지겁 가던 그 길에 가족이 있다.

혼자 아이를 기르려는 나나에게 순간이나마 폭력을 행사하는 아기의 아빠에게 달려드는 소라의 주먹에 가족이 있다.

위로 받고 싶은 순간에 그녀들 만을 위한 스페셜 메뉴를 만들어주고 공간을 내어주는 나기의 식당에 가족이 있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든 이들은 가족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2. 사랑을 생각하다.

 

사랑이 로맨스 소설처럼 낭만적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의 사랑은 늘 구질구질함과 오해와 엇갈림을 동반한다.

 

애자는 나나와 나에게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 뒤, 언제고 그런 식으로 중단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너희의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가 특별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은아니란다.
그게 인생의 본질이란다.
허망하고,
그런 것이 인간의 삶이므로 무엇에도 애쓸 필요가 없단다.  - P12

 

그래서 소라는 애쓰고 싶지 않다. 그렇게 살기도 하는거지.

이 정도가 딱 적당하다라고 하는 그 지점에 소라는 늘 머물러있다.

그래서 소라는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관심과 배려를 보이는 가족에게 머물러있다.

아기를 만들었으면 무조건 결혼해야 하는걸까?

모세가 주었던 한순간의 위로가 사랑은 아니었음을, 그가 생각하는 결혼에 이르는 당연한 순서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으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160쪽)

그런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가 사랑은 아님을 나나는 잊지 않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사랑의 대상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나기의 사랑이 있구나.

부러져 텅비어버린 이빨 하나만큼의 공간만 남긴 나기의 사랑.

단 한줄의 소식 - 잘 지낸다든지 아니면 죽었다든지 -의 소식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랑.

모든 사랑이 구질구질하고 안타깝고.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들은 얘기한다. 계속해보겠습니다라고.....

 

3.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다.

 

산다는 것은 김장을 담기 전에 묵은 김치를 몽땅 꺼내 만두를 만드는 그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묵은 것을 갈무리해야 하는 것. 그것이 만두든 감정이든 관계든

양이 너무 많아 냉장고에 다 넣지도 못한 만두를 상할지도 모르지만 밖에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때로는 모른 척 버릴 수 밖에 없는 감정이나 관계들도 있는 것이고.

그럼에도 함께 만두를 빚으며 그 맛을 상상하고, 함께 하나의 일을 나눠하는 그 순간이 있어 삶은 계속될 수 있는거라고

그래서 그래서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함께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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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2-14 04: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 좋았어요.^^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바람돌이 2021-02-14 23:41   좋아요 0 | URL
전 황정은 작가의 소설은 다 좋아요. ^^

초딩 2021-02-14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은 달걀이 아니고 만두군요!
함께 빚으면 역시 즐거운 것 같아요.
이제 동년배들과도 좀 빚으야겠다 생각합니다 :-)

바람돌이 2021-02-14 23:43   좋아요 1 | URL
이 소설에서는 사회적 통념상 평범함에서 멀고, 힘들고 어렵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저 만두빚기로 상징되는 것 같아요. 어떤 형태든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힘이 되는거겠죠? ^^
 
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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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책의 표지에 실낙원의 저 강렬한 문구가 이 책의 모든 주제를 대변한다.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의 절규 역시 저 문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나는 불행하기 때문에 사악하다. 모든 인류가 나를 피하고 증오하지 않는가? 내 창조주인 당신도 나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승리의 기쁨에 젖으려 한다. 그걸 기억하라. 그리고 인간이 나를 동정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인간을 동정해야 하는지 말해달라.
당신은 나를 저 얼음의 갈라진 틈새로 거꾸로 떨어뜨리고 당신의 작품인 내 육신을 파괴하더라도, 그걸 살인이라 부르지 않겠지. 인간이 나를 경멸로 대하는데 내가 인간을 존중해야 하는가? -194p

 

 

이 소설 전체는 제1권~제3권(흔한 분류로 하자면 제1부, 2부, 3부가 더 맞겠다)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권의 수준이 고르지 않다.

제1권은 프랑켄슈타인이 생명을 창조하고 그 추악한 외모에 경악하여 너무도 쉽게 버리고 마는 과정이 전개 된다.

제2권은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이 버린 괴물을 드디어 만나 그의 범죄를 추궁하고 분노하자, 괴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반박하는 과정이다.

제 3권은 괴물의 복수와 그 괴물을 죽이고자 하는 프랑켄슈타인의 여정이 펼쳐진다.

 

솔직하게 말하건대 제1권을 읽으면서는 아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고민했고, 제 3권에서는 피식거리면서 읽었다.

중간에 제2권이 없었다면 아만도 나는 중도에 이 책을 포기했을 것이다.

괴물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너무나도 전형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이상화되었으며, 그들의 행동도 따지고보면 세상물정모르고 별 생각없는 젊은이 그 자체라고나 할까?

심지어 나이든 인물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너무나 평면적인 인물들이라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마치 연극무대에 올라가 주어진 대본대로만 대사를 읊는 배우들같다. 그것도 딱히 매력없는.....

작가인 매리 셀리가 19살에 이 소설을 썼다는데 물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잘 썼다고 해줄 수 있지만, 고전이란게 청소년문학상은 아니지 않는가?

200년이나 뒤의 내가 무슨 청소년 문학상 심사위원도 아니고말이다.

 

하지만 이 책이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2권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괴물의 회고와 주장으로 이루어진 제2권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며, 작가가 하고싶었던 말을 모두 여기에 쏟아붓지 않았나 싶다.

 

괴물이라는 존재는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괴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는 밀턴의 실낙원의 저 외침처럼 탄생을 갈구한 적이 없다.

그저 젊은 한 과학자의 무모한 호기심으로 세상에 던져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창조주가 자신의 잣대로 외모가 추악하다 하여 생명을 얻자마자 버려진다.

괴물은 자신이 왜 창조되고 왜 버려졌는지, 그토록 도와주고 싶어하고 다가가고 싶어하는 자신의 선의를 왜 인간들이 그토록 경악하며 자신을 배제하는지 이해할 수 없이 끊임없이 거부당한다.

괴물이 배제당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도 없는 어딘가의 숲이나 사막이나 빙하속에서 홀로 외롭고도 고독하게 살다가 죽는 것 밖에 없다.

완벽할 정도의 철저한 배제다.

이런 배제의 대상을 과거나 현재의 사회에서 찾는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특히 괴물의 이름이 없다는 것에 주목해보면 소설 속 괴물이 당대 사회에서 실제 억압받던 다양한 존재에 대한 메타포로 읽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하게 된다.

매리 셀리가 살았던 19세기를 생각하면 먼저 여성을 생각할 수 있다.

여성으로 태어났을 뿐인데 어떤 정치적 사회적 권리에서도 배제 당한 채 남성의 부속물로서만 존재를 인정받던 시절의 여성은 저 괴물이 당하는 부당한 대우와 같은 대우를 받는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매리 셀리 역시 19세기 여성을 괴물에 비유했으리라는 짐작을 강하게 하게 된다.

그 이유를 더 짙게 하는건 이 책의 출간 당시 1818년판 서문을 그의 남편이 썼다는 것이다.

서문을 보면 남편은 자신이 이 책을 쓴 것처럼 쓰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출간 당시 익명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매리 셀리처럼 똑똑하고 도전적이었던 여성으로서는 굴욕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배제된 여성의 괴물의 은유를 통한 절규로 이 소설을 읽는다면 지나친 것일까?

 

고전이 고전인것은 그것이 현대에서도 그 층위를 달리하며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일게다.

지금에 이르면 괴물은 누구일까?

가난한 사람들, 실업자들, 난민들, 여성들 무엇으로 대치해도 저 괴물의 절규를 같이 같이 내뱉고싶을 것이다.

 

 

제2권과 나머지 부분의 소설적 완성도의 차이가 왜이렇게 나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200년 전의 매리 셀리에게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작가인 매리 셀리는 괴물의 배제가 얼마나 부당한지 얘기하고 싶었고 그것을 제2권에서 충분히 풀어놓았지만, 그러한 관점이 당대 사회의 분위기, 도덕관에서 수용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상상해본다.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른 수용될 수 있는 이야기 속에 슬쩍 끼워넣는 트릭?

나의 지나친 상상일수도 있지만 각 권의 수준차이가 너무 나는 것을 이 외에 무엇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그러하다면 메리 셀리는 나이에 비해서 정말 지나치게 명민하다.

나이에 비해서 지나치게 굴곡진 삶을 일찍 겪었던데서 나온 명민함일까라고 생각하면 또 그녀의 생애가 안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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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4 02: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청했으나까
이 책의 처음에 있는 실낙원의 저 문장이 얼마나 가슴을 팠던지 ㅜㅜ
그녀의 삶이 이런 천재적인 작품을 만들어냈고 실낙원의 그 말은 그녀의 절규 같았어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14 03:02   좋아요 5 | URL
맞아요. 실낙원의 저 문장 굉장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죠? ㅎㅎ 매리 셀리의 삶을 보면 아마 당대에서 온갖 비난에 시달렸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그녀를 더 힘들게 한건 그 비난들이 똑같이 남편의 몫까지 같이 덤태기를 쓴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붕붕툐툐 2021-02-14 09: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문학상~ㅋㅋㅋㅋㅋㅋ 저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 아니고 박사 이름이라는 거에 충격 먹고 읽었었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기억이 나네용~ 다시 페이퍼로 만나니 반가워요~ 전 괴물에 너무 감정이입 해가지고 평가는 1도 못했어요~ㅎㅎㅎ

바람돌이 2021-02-14 23:45   좋아요 0 | URL
저도 괴물에 감정이입했습니다. 이거 읽으면서는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생각이 많이 났는데 같은 주제를 훨씬 깊이있게 다뤘구나 했어요. 혹시 안 읽으셧다면 저는 다섯째 아이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

막시무스 2021-02-14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추천이 정말 많네요! 어릴적 문고판 읽은거 같은데 기억은 가물거리고.ㅠ 올 해 꼭 한번 정독해 보겠습니다!ㅎ

바람돌이 2021-02-14 23:47   좋아요 0 | URL
책장은 잘 넘어가요. 제 추천은 오로지 2장에만 있습니다. ^^ 이 책의 1장, 3장을 정말 심도있게 잘 표현한 책은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작품을 확 갖다 붙이고 싶어요. ㅎㅎ
 

고전에는 이렇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그 통찰이 당대 사회의 모습만 보여 주는 게 아니라 미래사회를 예견하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인간은 행복과 자유를 추구했고 선과악을 품고 있었습니다.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노예처럼 일하는항해사들의 모습이 요즈음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며, 그러한 인간의 모습은 먼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 P5

경제 규모가 크다고 해서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저절로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난민 수용에 앞서 우리 사회는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난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미리엘 신부가 장 발장을 ‘형제‘라고 부른 것처럼 편견과 배척의시선을 거두고 난민을 새로운 형태의 동반자로 보아야 한다. 미리엘신부처럼 한없는 자비를 베풀며 살아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장발장을 매정하게 내쫓은 식당과 여관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P22

《모비 딕》은 1851년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안동 김씨가 세도 정치를 이어 가고, 개혁 운동에 앞장선 김옥균이 태어난 해다. 그시기에 쓴 소설에 허먼 멜빌은 21세기 현대인의 고민과 문제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교도에 대한 관용, 자연에 대한 경외심, 음식 제국주의, 종교의 부작용과 대처 방법 등이 바로 이 19세기 작품에 그려져있다. 마치 21세기에 쓴 소설이 아닌가 할 정도다. 당시 서양에 만연했던 인종 차별이나 종교의 부작용을 비판한 내용이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이 작품의 놀라운 힘은 그 비판이 19 세기만이아니라 오늘날의 사회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 P28

과거의 인류는 건축물에 모든 것을 담았다. 인간의 기억력에는한계가 있으니 후세에 전해야 할 정신적 유산을 모두 건축물에 담아길이길이 간직하도록 했다. 유사 이래 15세기까지, 즉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인류는 당대의 사회, 문화, 종교 등 모든 것을 건축에 쏟아부었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노트르담 대성당 등 위대한 건축물은모두 민중이 그 시대의 삶과 정신을 표현한 한 권의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노트르담 대성당은 성서 그 자체였다.
- P59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사정은 바뀌었다. 돌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더미 같은 돌과 나무, 수만 명의 인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길게는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활자를 만들어 종이에 인쇄하기만 하면 되는 인쇄술을 이길 수가없었다. 중세 건축물 ‘덕후‘인 위고로서는 인쇄술에 밀려나는 건축에대한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파리의 노트르담에서 그토록파리 건축을 예찬한 것도 그러한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 P60

《걸리버 여행기》는 1726년 출간되자마자 초판 1만 부가 다 팔렸고,
어린이와 성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들은 계란의 양 끝 중에 어느 쪽을 깨서 먹느냐를 두고 두 나라가 싸우는 이야기, 소변을 누어 왕궁의 불을 끈 이야기 같은 동화적인 요소에 열광했다. 어른들은 풍자적으로 그려신 등장인물을 두고 현실의 인물 중누구를 지목한 것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며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 P137

셰익스피어는 새로운 단어와 구를 만든 한편, 영어의 특징중 하나인 명사의 동사화‘ 용법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예를 들면 추문 gossip 이라는 명사는 셰익스피어 시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단어를 험담하다 라는 동사로도 사용한 것은 셰익스피어가 처음이었다. 영어는 셰익스피어 덕분에 더 풍부하고 유연한 언어가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스웩‘이 아닐 수없다.
- P155

고정관념은 차별을 낳고 상대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고민을 솔직히 나누고 건강하게 해소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차별적인 시선부터 거둬야 하지 않을까?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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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금지!

 

아 난 또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하는 모범 시민이다.

우리 식구만 다 가도 시댁에 6인인데 어쩌지...

시어머님이 이번 설에는 작은 댁 어른들 모두 오지말라고 했단다.

명절에 시댁에 다 모이면 최소 20명이 넘는데... 많을 때는 35명쯤도 됐다. ㅠㅠ

그래서 제사 음식도 간편하게 한단다....

 

그래도 다 모일 수는 없으니 형님과 의논해서 따로 시간차를 두고 가기로 했다.

딸 둘은 그냥 집에 두고, 남편과 나만 명절 전날 시댁에 가서 음식준비하고 저녁먹고 집에 왔다.

시간을 엄청 잡아먹는 각종 전을 이번에는 안해버리니 솔직히 별로 할 일도 없었음.

시부모님과 맛나게 저녁 해먹고 그럼 저희는 가볼게요하고 집으로 옴. (아 이렇게 좋을 수가...)

 

명절날 아침 제사는 다른 도시에 사는 형님네 부부가 와서 같이 지내고,

나는 세상에 명절날 아침에 집에서 늦잠을 잤다.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친정도 시간차를 두고 남동생은 아침, 우리는 점심, 여동생네는 저녁 이런 식으로 각자 집에서 알아서 다녀오고..

처음으로 명절 스트레스 없는 명절이 지나갔다.

 

근데 명절에 제사음식과 온갖 친척들이 다 모여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는건 좀  많이 스트레스지만,

명절 전날 시댁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저녁을 먹거나,  명절날 친정에서 형제들끼리 모여 밥먹고 하는건 좋았는데.......

다음 추석 때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모처럼 명절에 노동없는 명절이다.

맛난 거 먹고 책도 읽고....

 

연휴가 진짜 연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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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2-13 00: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진짜 연휴 ㅎㅎ 저희는 오늘 가서 차례랑 아침 간단하게 먹고 일찍 왔어요. 앞으로 이런식으로 음식도 좀 적게 하고 그랬음 좋겠어요. 바람돌이님도 여유로운 명절 보내세요 ~

바람돌이 2021-02-13 00:55   좋아요 4 | URL
그렇죠? 여자들의 명절 소원은 뭐 비슷하지 않을까요? ^^ mini74님도 남은 명절 연휴 여유롭게 보내세요. ^^

초딩 2021-02-13 1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진짜 연휴요
그리고 조를 짜서 각자 세명씩 다니기도 했어요 ㅎㅎ
진짜 연후가 되었어요.
그래도 일년에 한 두 번이니 ㅜㅜ 다 모이는게 좋은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2-13 23:50   좋아요 0 | URL
그 며느리에게만 부과되는 과중한 노동만 없다면요. 사실 시간이 지나다보니까 노동의 양이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그 노동을 정말로 해야 될 제사주인공의 진짜 자손들은 다 놀고 있고 성씨 다른 여자들 - 며느리들만 힘빠지게 노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죠. 음식 먹을만큼만 하고 다같이 준비하고 일을 나누고 하면 정말 명절이 오랫만에 가족들이 만나 화기애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scott 2021-02-13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ㅋㅋㅋ

랜선 가족 모임으로 ~
제사, 음식 기타 정리 청소로 넘 고생해요.
저희 집은 둘째이신 집안에서 아버지가 악역? ㅋㅋ을 맡으셔서
명절날 어른들 생신날은 무조건 호텔식으로~
그렇게 하니 가족들끼리 서로 상처 주는 말 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화나누고 덕담 주고 받고
아이들은 용돈 ,세배 두둑히 받고 ~
손에 손잡고 놀이 공원으로~go~@@
바람돌이님 오늘 무조건 푹쉬시고
가족들은 각자도생으로~


바람돌이 2021-02-13 23:53   좋아요 1 | URL
부러워요. ㅎㅎ 저희 시댁은 악역을 맡을 사람이 저희 남편밖에 없는데 서열이 너무 낮아 끗발이 안서요. ㅎㅎ
생신같은건 이제 다 밖에서 먹거나 집에서 먹어도 같이 차리고 해서 괜찮은데 역시 제사와 명절은 이빨도 안들어가요. 워낙에 제사에 목숨거는 집안이라.... ㅎㅎ
그래서 이번 설이 저에게는 정말 특별하네요. ^^

수이 2021-02-13 14: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았어요 🥰 유교 문화, 가부장 문화 더 옅어지면 좀 더 편한 나날들이 길어질듯 해요.

바람돌이 2021-02-13 23:55   좋아요 0 | URL
저는 뭐 저희 어른들 살아계시는 동안은 그냥 맞춰드리기로 했어요. 그분들 삶을 돌아보면 이런 제사 문화마저 없애거나 변형하면 삶의 지반이 다 흔들릴 것 같더라구요. 저희 시댁 집안이 좀 유난해요. 제사에 대해서... ^^

cyrus 2021-02-13 1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연휴에 저희 어머니는 연휴 노동에, 친척 간의 불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올해 설날은 전년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았어요. 친척 만날 일이 없었고, 제사 음식을 많이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코로나가 독서 모임 분위기까지도 바꾸게 했죠.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2주 연장되었는데 이번 달 대면 모임도 물 건너갔어요. ^^;;

바람돌이 2021-02-13 23:58   좋아요 0 | URL
저는 친정같은 경우 어머니가 나서서 다 간소화했고, 그래서 명절이 화기애애하죠.
하지만 시댁같은 경우 시어머니에게 명절이나 제사는 스트레스가 아니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명절과 제삿날이 시어머니에겐 사회적 성취감을 주는 날이란걸 어느덧 알게 되었어요. 저희 어머님 안동권씨 7대 장손집 종부거든요. ^^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서 cyrus님 독서모임 만나서 화기애애 하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
 

이처럼 호퍼의 작품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는 본격적으로 그림에 착수하기 전에 제계적이고 치밀한 준비 작업을 거치지만 걸고 계산적이지 않으며,
자신이 감정적으로 보다 친밀감을 느끼는 오브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적경험과 회화적 관섬 사이의 화합을 지향하고, 시신과 그림을 일 지시키려 노력하며, 문명화 과정 중에 파묻혀 버린 진정성에 이르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구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싶어한다. - P14

호퍼는 언뜻 불안정해 보이는 회화적 요소들에서 출발해서 마침내 신세계라는 경험의 장(場)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역할을 직접 겨냥하는 상징체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도상학적 기법의 고정된 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새로운 투사를 통해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회화적 요소들은 바로 이 상징체계에서 나온다.  - P23

"모든 예술활동의 처음이자 끝은 내안의 세계를 통해서 내 주위에 세계를 다시 만들어내는 일이다.  - P28

1920년대 말 호퍼는 집이나 풍경, 도회지 정경을 인간적 삶의 관점에서 재현한다.  - P43

호퍼가 후기로 갈수록 작품에 내재하는 육체직 · 성적 팬태즘을 부재(不在)의 방식으로 은밀하게 회화적 복합체로 변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P52

문제의 핵심은 이 그림과 이 그림이 재현해내는 것 사이의 관계에 있지 않고, 현실에 대한 리얼리즘적 재현이 사실은 환상일 따름이란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실상 리얼리즘적 재현이란 개인의 능력을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도 질서정연하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복구해내려는 허구에 뿌리를 둔 환상이다. 호퍼의 후기작들은 순수한 현실에 대한 이와 같은 허구성을 꼬집는 반발의 의미를 간과하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 P63

눈으로 보는 바를 그리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기억 속에간직하고 있는 바를 그리는 것은 훨씬 더 훌륭한 일이다. 이는 상상의 힘이 기억과 결합함으로써 변모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화가는 자신을 구속하는 것, 즉 필연적인 것만을 다시 만들어낼 뿐이다. 기억과 창조성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연이 부과하는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 P67

얼핏 리얼리즘에 충실한 듯이 보이는 호퍼의 회화는 복제가 가능한 현실을 단순히 재현해내지 않고, 언제나 순수 경험세계를 뛰어넘는 재구성을 지향한다. 호퍼가 자주 재현해내는 그림 속 그림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전반적 회화 작업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복제해내는 대신에 빈 공간을 창조해낸다. 그럼으로써 그의 작품은 현실에 대한 지각이나 지각하는 능력 자체에서 드러나는 단절을 부각시킨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호퍼의 작품은 침묵의 메타포로 설명되곤 한다. 말이란 말해지지 않은 부분과 침묵의 지배를 받는 부분이 있다. 호퍼의 회화도 공개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부분이 은밀하게 구심점을 이룬다. 전반적으로 호퍼의작품은, 분명한 의미로써 해석되는 회화적 상황을 측량할 길 없는 깊디깊은 심연속으로 밀어 넣는 독특함을 보여준다.
- P85

호퍼의 회화 작업은 표현적 형태를 추구하면서도 반드시 사물의 본질을 포착하려 하지는 않는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보여준다. 이렇게 볼 때 호퍼의 회화는 현실을 상상력과 기억의 힘을 빌려 변모시키고자 했던 에드가 드가와 궤를 같이 한다.
- P86

호퍼에게 리얼리즘이란단 한번도 눈에 보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냄을 의미한 적이 없었다. 호펴는 순수한 회화적 재현을 전혀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매 작품마다 복제와 상상력, 재현과 구성 사이에 즉각적인 상호연관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현실과 결부된 여러 회화적 요소들과, 또한 이것들을 함께 엮어내는 시선의 현실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만이 호퍼의 회화가 제시하는 현실을 설명해준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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