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그러니까 새벽 2시 30분

말 그대로 열일 중이다.

내일까지 1차 마무리를 지어야 되는 일이라 집에 일을 들고 온건 좋은데....

 

나는 왜 일하고 난 후에 쉬는게 안되는지 도저히 내가 나를 알 수 없다.

 

내가 오늘 집에 와서 한 일

 

일단 퇴근 후 딸래미  픽업해서 집에 와 저녁을 해서 먹음.

아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하면서 식후 커피 마시다가 일단 한 숨 잠(2시간이나....)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또 일해야지 하다가 아 그래도 책 보던 부분은 마저 봐야지 하면서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을 펼침

아 이젠 진짜 일해야지 하면서 컴을 가지고 책상에 앉았으나 일단 웹 서핑을 먼저 1시간 정도 함.

밤 11시가 되어서야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 이지경....ㅠ.ㅠ

 

아니 그러니까 내가 저녁먹고 설거지 하고 바로 시작했으면 12시에는 끝내고 잘 수 있었다고,

그런데 왜 나는 항상 쉬는거 딴짓하는거 노는거 심지어 책보는거까지 다 하고 나서 일을 시작하는걸까?

이 일이 시간이 꽤 걸릴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내일 출근하면 해롱 해롱할것도 다 알고 있다.

 

내가 나를 알 수없는 이 안타까움....

슬픈 밤이다.

근데 슬픈 맘보다 자고 싶은 맘이 훨씬 훨씬 크구나.... ㅠ.ㅠ

 

자 30분 정도만 더하면 끝난다.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제발 일 좀 해라,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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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3-18 05: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일하기 싫을 때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데, ‘일정‘이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네요 ㅜㅜ 공감합니다...

바람돌이 2021-03-18 09:52   좋아요 3 | URL
저는 매일 일하기 싫습니다. ㅎㅎ 전생에 양반 한량이어서 지금 이렇게 벌받고 일하는걸까요? ㅎㅎ
하지만 또 하면 되어가는게 일이고, 출근도 하기 싫지만 막상 하면 즐거운 일도 있고 그럭저럭 지내지니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는 거겠지요. ㅎㅎ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새파랑 2021-03-18 0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ㅜㅜ 어떤 기분인지 공감이 가네요. 일은 해야되는데 하기는 싫고 책은 읽고 싶고 ㅎㅎ 좋은 하루되세요^^

바람돌이 2021-03-18 09:53   좋아요 2 | URL
그쵸 그쵸.... 해야 되는 일이 있을 때는요. 책은 물론이고 마라톤 중계조차도 재밌더라구요. ^^ 새파랑님도 오늘 하루 좋은 날 되세요

cyrus 2021-03-18 0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딴짓하는 것이 은근히 중독성이 강해요.. ^^;;

바람돌이 2021-03-18 09:54   좋아요 2 | URL
저는 살면서 해야 할 일 절대 안 미루고 뭐든지 미리 미리 하는 사람 딱 1명 봤어요. 진짜 이상한 사람. ㅎㅎ
그니까 제가 평범하고 보통인 사람이겠죠? ^^

blanca 2021-03-18 08: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원래 일하기 전에 웹서핑 삼매경이 준비 단계처럼 되어버리더라고요. 저도 그래요. 그러다 무슨 일 하기로 했지? 하고 그 자체를 잃어버리는 심각 단계가지 간답니다.

바람돌이 2021-03-18 09:55   좋아요 1 | URL
아 웹서핑은 정말 진짜 마약인듯.... 일단 켜면 무조건 서핑을 해야 무슨일이던지 시작하는거예요. 요즘 알라딘 생활 다시 시작하면서는 웹서핑 시간이 더 길어짐요. 뭐 해야하지 자체를 잊어버리는거 완전 공감입니다. ^^

수이 2021-03-18 0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일하시는 바람돌이님 제가 상상해봤어요. 엄청 멋져요. 다크서클은 좀 진하게 내려앉았겠지만 ^^;;;;; 힘내요 바람돌이님, 요즘 바람돌이님 덕분에 알라딘이 더 좋아졌어요.

바람돌이 2021-03-18 09:57   좋아요 1 | URL
일은 다 했어요. 하지만 하나도 안 멋져요. 잠옷입고 다리 긁어가면서 아 싫어 싫어 하면서 하고 있는데요. ㅎㅎ
그래도 어제 큰 덩어리 일을 하나 해치웠기 때문에 한동안은 집에까지 일 들고 갈일은 없을 듯합니다. 저를 좋아해주시는 수연님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을 먹고 크는 꿈나무가 접니다. ㅎㅎ

수이 2021-03-18 10:01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 애정 어린 댓글 먹고 알라딘이 확장되어가는 그런 느낌이랄까 그거 비단 저만 느끼는 거 아닐걸요~ 버지니아 북클럽 다 읽고 좋으시면 알려주셔야 해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1-03-18 10:07   좋아요 1 | URL
오늘 들은 최고의 칭찬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으쌰 으쌰 할거예요.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리뷰는 꼭 올리겠습니다. 불끈!!!!

수이 2021-03-18 10:10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하트 뿅 남기고 가요. 하트_ 노트북으로는 대체 어떻게 남기는건지 알 수 없는 컴맹;;;;;; 컴맹이지만 하트는 표현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최고야. 하트 뿅뿅뿅. 총 3개!

2021-03-18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8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3-18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넷플리스 몰아보기는 아니시잖아요?^^ 언젠가 저, 24시...이거 홀릭해서 밤 꼴딱꼴딱. ㅋㅋ버지니아 울프클럽은 뭐, 이름부터가 다르잖아요^^

바람돌이 2021-03-18 10:03   좋아요 3 | URL
넷플릭스 몰아보기 하면 저는 책 못봅니다. 그나마 tv, 영화 이런걸 안봐서 이나마라도 읽는거죠. ㅎㅎ 한 때 영화와 드라마에 미쳤을 때는 한달에 책 한권도 안읽은 적도 많네요.
버지니아 울프 클럽 저 책 좋더라구요. 처음엔 이건 왜 버지니아 울프 책에 대해서 말 한다 해놓고 딴소리만 하는거야 햇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어쨌든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

scott 2021-03-18 10: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적절한 휴식을 취하기 힘든 워킹맘 그리고 열독을 향한 의지(울프여사 전권 도전!!) 단 한가지 걱정되는건 저희 엄마가 바람돌이님 처럼 퇴근 하시고 집안일에 정신 없으셨고 그와중에 뜨개질도 하고 내일 먹을거 준비하고 늦은저녁엔 대학원 과제물까지 하시며 하루에 4시간 이상 숙면을 못취하시다가 나중에 건강이 무너지셨어요 간!! 간에 먼저 이상이 왔고 ~ 의사가 하루에 2시간 멍떄리기 하라고 처방전을 주셨을정도로!! 바람돌이님 쉴때는 멍때리고(책이나 스맛폰에 눈돌리시지말기) 안그러면 몇년후 정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어떤 식으로 올지 몰라요 이런 와중에 바람돌이님이 언급하신 울프여사 북클럽 검색 마치고 장바구니 속으로 주섬 주섬~@@

바람돌이 2021-03-18 10:06   좋아요 3 | URL
우와 역시 scott 님 걱정이 최고야요. ^^
저는 그렇게 부지런 하지 않습니다. 피곤하면 잘 자고요. 밥도 대충 해먹고요. 집안일은 안하고요. ㅎㅎ
특히 대학원같은 곳은 전혀 관심없어서 절대로 절대로 시간 맞춰 가야 하는 학교나 공부에는 눈도 돌리지 않습니다. scott 님도 저도 멍때리기 잘하면서 오래 오래 책읽고 글 쓰고 해요. 특히 scott 님 음악 얘기는 오래 오래 두고두고 읽고 듣고 싶거든요. ^^

2021-03-18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9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3-18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제 얘긴 줄요!!!ㅎㅎㅎㅎㅎㅎ 특히 알라딘이 그중 젤 끊기 힘든 중독이라죠!! 흑흑

바람돌이 2021-03-19 01:19   좋아요 0 | URL
하루 알라딘 접속시간 제한프로그램 뭐 그런건 없을까요? ㅎㅎ

희선 2021-03-19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야 할 게 있으면, 그것보다 다른 데 더 마음이 가지요 빨리 끝내면 좋을 텐데 다른 걸 한 다음에 빨리 할걸 하는군요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일 다 하셨겠네요 오늘만 지나면 주말입니다 어느새 그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1-03-21 00:01   좋아요 1 | URL
다음날에도 일은 여전히 계속 있었고요. 집에 와서 저런 루틴을 다시 반복!! 그리도 다음날인 어제는 술먹는 바람에 오늘에야 들어왔네요. 주말의 반이 가버려서 슬퍼지는 밤입니다. 희선님 남은 주말 편히 쉬세요. ^^
 

울프는 남성의 제국을어떻게 여성이라는 젠더의 균열을 통해 해체할 수 있을지 평생고민했다. 누구도 식민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때, 여성이라는 존재에서 식민성의 기원을 발견했다. 이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일에 모든 열정을 바친 울프의 삶과 사상은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귀감이 된다.
- P7

울프는 인상파 화가들과 자신의 글쓰기를 나란히 놓고자 했다.
울프에게 ‘모던 픽션‘은 인상파의 그림처럼 삶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삶‘이란 약동하는 생명 자체를 말한다. 모던 픽션은 주관의 눈을 배제한 객관적인 대상의 움직임만을 포착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객관적 대상화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의 주관마저 일종의 흐름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 P17

울프는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 강력하게반발했다. 그에게 근대는 단단한 구조를 가진 소설로 담아낼 수없는 흐르는 세계였다. 급변하는 근대의 디테일을 잡아내려면 소설이 형식을 허물고 유연해져야 했다. 이런 의미에서 울프는 에세이 곳곳에서 오래된 것과 단절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울프만큼 모더니즘의 이념을 비타협적으로 주장하고 실현해나간아방가르드 vant-garde (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또는 그 유파)도 드물 것이다.  - P23

레너드가 밝히고 있듯이, 울프의 일기는 마치 렘브란트의 ‘자화상‘ 처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태도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의일기는 방대한 양 때문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의 소설과 씨름한울프의 모습을 증언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기는 그의 글쓰기에서 부가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글쓰기를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다. 이런 의미에서 일기는 울프의 글쓰기에서 대체보충 supplement 이지 않았을까.
- P30

그의 모더니즘은 전통의부정을 뜻한다기보다 글쓰기의 의미 자체를 재구성하는 쪽에 가까웠다는 진실 말이다.
그 재구성의 방향은 나의 의식‘을 중심에 놓는 것이었다. 그러나이 나는 근대 부르주아 미학이 옹호한 ‘성숙한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울프에게 ‘성숙한 자아는 이미 남녀라는 균열을 은폐하고 있는 환상이다. 울프에게 글쓰기는 훨씬 적극적인 의미에서 ‘자기의 재구성‘을 지향한다고할 수 있다.
- P35

울프의 모더니즘은 ‘신여성‘이라는 남성적 시선의 대상화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으로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를 재구성하려는시도였다. 여기에서 여성의 관점은 단순하게 남성과 형평성을 고려해서 여성의 역할을 재규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더 나아가서 남녀라는 구분 이전의 상태를 전제하는 것이다.
사회에 진입해 남녀로 나뉘는 순간, 이미 차이는 존재에 깊숙하게 새겨진다. 이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사회제도가 바뀌어야한다는 생각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래서 울프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을 여성이게 만드는 규범 자체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 P38

앞서 이야기했지만, 울프의 글은 일기와 소설,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다. 셋은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일기는 자기 자신의 치유를, 소설은 수준 높은 미학을, 에세이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확장을 지향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에세이야말로 이런 울프의 참여 의식, 다시 말해 정치성을 드러내는 결정적 증거물이라는 생각이다.
- P52

울프는 책을 잘 읽으려면 마치 자신이 그 책을 쓰는 것처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정에 앉아 있는 판관이 아니라 법정에선 피고인처럼 책을 읽으라는 말도 한다. 그러니까 피고인은 판관의 눈초리를 피해 이야기를 지어내야 한다. 책을 수동적으로읽지 말고 능동적으로 읽으라는 뜻이다. 울프는 법정에 선 범인의 공모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 P54

울프는 민주국가라는 대의가 제국주의의 폭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 회의했다. 그러나 결국그 가능성의 주체도 바로 대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고민은 비단 울프의 것만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다시 울고를 읽어야 할 이유가 이렇게 또 하나 더해지는 것이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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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18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버지니아 울프 책을 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희선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일러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짐 크로처럼 검둥이들을 계속 누르려고 하는 거대한힘이 있고, 엘우드 너를 계속 누르려고 하는 작은 힘이 있다. 이를테면주위의 다른 사람들, 이런 크고 작은 힘 앞에서 너는 꼿꼿이 일어서 너자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백과사전은 안이 비어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너를 속여 텅 빈 것을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네게서 너의 자존감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너는 자신이 누구인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P39

시위행진에 참여했을 때의 꿈을 꾸는 덕분에 그는 매일 아침 병동에서 눈을 뜰 때마다 기운을 낼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아직 자유로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 P98

"그놈이 어디에서 맛이 가는지 넌 모르잖아. 다른 놈들이 어디에서맛이 가는지도 모르고, 밖은 밖이고, 여기는 여기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니클 사람들은 전부 다르다고 말이야. 여기 있다 보면 사람이 달라지니까. 스펜서랑 그 패거리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세상에서는 그들도 착한 사람일지 모르지. 잘 웃고, 자식들한테 잘하는 사람인지도." 그가 썩은 이를 입술로 빨 때처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랬는데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는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P107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써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도망지고 싶다는 생각을 금하는 것,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생각까지도 금하는 것은 곧 인간성을 죽이는 일이었다.
- P185

그를 망가뜨린 것은 스펜서가 아니었다. 2호실에서 잠들어 있는 새로운 적이나 감독관도 아니었다. 그가 싸움을 그만두었다는 점이문제였다. 소등 시간까지 무사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조심스레 행동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겼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자신이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잘 지내고 있으니, 니클에 한 방 먹인 셈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는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킹 목사가 옥중 편지에서 말한 검둥이들처럼 변해버렸다. 오랫동안 억압당한 끝에 그냥 현실에 안주하며 멍해져서 그 현실을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침대로 여기고 잠드는 법을 터득한 검둥이.
- P196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 P209

고통을 견디는 능력, 엘우드를 포함해서 니클의 아이들은 모두 이능력과 함께 살아갔다. 이 능력 속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꿈을꾸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의 삶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그들은 스러졌을 것이다. 구타, 강간, 그들 시이에서 가차 없이 벌어지는 적자생존, 그들은 견뎠다. 히지만 그들을 망기뜨린 자들을 사랑하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당신들의 물리력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엘우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 P216

백인들이 흑인을 짓밟는 데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 가물가물하던 기억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되돌아왔다. 아주 작은 일들이 계기가 되었다. 이를테면 택시를 잡으려고 길에 서 있을 때같은 것. 일상적으로 당하는 굴욕을 그녀는 5분 뒤면 잊어버렸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큰 일들도 계기가 되었다. 백인들이 기울인 그 엄청난 노력 때문에 불빛이 꺼지고 황폐해진 동네를 차를 몰고 지나가는 일, 아니면 어떤 소년이 또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어. 언제나 그랬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모른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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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신뢰‘라 함은 스탈린 공포정치하의 억압을 반영하는 말이다. 스탈린 시대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는 불신의 시대였다. 불신을극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님에게 들려주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는 스탈린 체제가 모든 소련 국민에게 침투되어 있었다. 스탈린 체제는 남몰래 당국에 고자질하거나 귓속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고자질과 귓속밀이 대숙청의 단초가 되었기에 사람들은 쉽사리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남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 P452

한인사회당에서 적위군에 조선 부대를 편성한다는 사실이 우리《자유종》과 선포문(삐라)에 발표되자 조선인 토호 에세르들로 조직되었던 악명 높은 전로한족총회 (3·1운동 후에는 대한 국민의회)는 발악하기 시작하였다. 그들 기관지 《청구신보》(주필 윤해, 부주필 오창환)에는 조선 인민들은 "러시아 정변에 참가할 것이 아니라 중립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대한 독립은 다만 파리에서 열리는 평화회의에서 미국 윌슨 대통령이 지적한 민족자결주의에 있다"고 하였다.
이를 반대하여 한인사회당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자를 포함한 제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였던 미국 영국 기타 승전 국가들이 모두 세계 식민지를 다시 분할하는 ‘양의 고기를 판다고 현관에 써 붙이고 개고기 파는 회의‘에 가서 빌 것이 아니라 소비에트 영역에 몰염치하게 침입한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기타 무장 간섭자들에개 반항하고 소비에트 주권을 옹호하는 적위군에 참가하는 것으로 우리는 조선 해방전쟁을 무력 합동민족 군사력으로 개시한다고 선언하였다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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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3-16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
이 헌신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픽 노블로 어디선가 살짝 본 것
같은데, 책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21-03-16 15:16   좋아요 2 | URL
이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국내 연구자가 지금 저 책의 작가인 분밖에 없기 때문에 아마도 모든 책들이 정철훈 작가의 책을 기본으로 하지 싶습니다. 그래픽 노블로는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는데 역시 정철훈작가의 책을 원본으로 하고 있구요.

이런 책을 보면 물론 독립을 위해 싸운 분들의 헌신이 감사하고 너무 대단하다 싶기도 하지만 요즘은 알면 알수록 독립운동 세력 내의 분열, 비방, 대립 같은 것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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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미쳤다는 걸 아는건 너무 쉽다.

그냥 오늘자 기사 검색만 해보면 미친 짓이 도르르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비단 정치만 그런게 아니다. 그냥 선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은 일반인들도 자신의 작은 불편이 걸리기만 해도 얼마나 이상한 미친듯한 사람들로 변하는지....

2주째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인해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택배 노동자들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시켰다는 어떤 아파트 주민들을 생각하며 또 욕을 퍼붓는다. 사람들이 말이야 미친게 아니고서야 짐들고 이걸 오르라고 한다고???

연일 벌어지는 아동학대의 참혹한 현장을 보면서는 이게 도대체 사람이 맞긴 한건가라며 같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자괴감을 가지게도 하고....

미친 세상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매일 하는 나날들이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이란 제목의 원제는 <파페 사탄 알라페>,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사실 아무도 그 뜻을 모르고 그저 세상의 온갖 나쁜 짓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고 책 소개에 나와있다.

책을 읽고난 지금 한글 제목과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의 시작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사회>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시작한다.

종교나 신, 국가, 공동체 등 거대 서사가 사라진 인간 존재의 불안의 시대-이 시대의 전형적 특징은 분노를 동반한 항의운동인데 문제는 그 운동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는 알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는데 있다는 것이 에코의 일침이다. 또한 우리가 이런 유동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사회를 이해하고 극복하려면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16쪽) 

그 새로운 수단은 무엇일까?

그 전에 지금의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보고 바뀌어야 하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던져준다.

 

나무랄 게 없으면 자기 일을 잘 해낸 사람이다. 나는 좋은 교황이라든지 정직한 자카니니 라든지 하는 말을 들으면 항상 마음이 좀 불편하다. 그런 표현은 다른 교황은 모두 나쁘고 다른 정치인은 정직하지 않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23세와 자카니니는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이고, 그래서 그들이 특별히 칭찬받아야 할 이유는없다. - P22

 

어떻게 보면 세상을 제대로 사는것이 딱히 어렵지는 않은 것이 자신이 할일을 모두가 성실하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정치인이 모략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봉사라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며 성실하게 해내고,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가는 삶.

그런데 역사와 실제 사회는 한번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동사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기를 쓰고 사생활을 포기하고 자신의 모습을 포장해 어떡해든 눈에 띄기 위해 온갖 엉뚱하고도 바보같은 일들을 저지르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자신을 과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이 살고 있다.

타인의 고통의 현장에서도 그를 구하거나 연민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알림으로써 자신을 과시하는 것에 집착하는 세상이 올 줄 우리가 과거에 어떻게 알았을까?

심지어 마피아 조차도 배신자의 입에 돌 대신 핸드폰을 박아넣는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 대해 에코는 누군가가 <야, 어제 너 텔레지번에 나온거 봤어!>하고 말한다면 그건 단순히 네 얼굴을 알아봤다는 것이지, 너를 알아준다는 뜻은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유럽 곳곳에서 이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테러를 보는 시각은 거장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위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타 종교와 그 지도자들을 지나치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희화화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백인 유럽인으로서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결과로 이슬람들의 끔찍한 보복살해가 있어 먼저 누가 잘못했는가는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더 큰 범죄가 큰 무례와 모욕을 엎은 형국이다.

이슬람의 테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비판하지만 에코는 그것을 유발하는 백인들의 타 인종과 종교에 대한 무례함도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다고 모두가 서로의 종교에 대해서 말하지 않거나 비판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교육에서는 모든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어야 하고, 모욕과 유머, 문학적 표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게 해야 한다.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방법에 대해 에코는 부단히 질문하고 대답한다.

 

신문에 기고한 짧은 에세이라는 글의 성격상 심도있는 논의를 펼칠 수는 없지만 그의 짧은 글에서도 인간과 역사에 대한 애정, 불합리를 날카로운 유머로 통찰해내는 에코의 시선은 절묘하다.

이 책을 한 권 읽는다고 이 미친 세상을 단번에 이해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하나 하나 짚어가다보면 그래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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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3-15 09: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식과 예의를 넘은 풍자는 비판이라 할 수 없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이를 옹호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해요.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자유’라는 단어를 오용하고 남용해요.

바람돌이 2021-03-15 15:08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다른 사람을 짓밟는게 풍자나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에코가 말하는 것도 그것이고요.
요즘은 풍자가 아니라 원색적인 비난과 쌍욕이 너무 많아서 좀 욕도 품격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mini74 2021-03-15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짓과 선동의 기사가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에코의 시선과 이야기가 더 고마운지도. 살포시 장바구니에 넣어봅니다 *^^*

바람돌이 2021-03-15 15:10   좋아요 2 | URL
신문기사 같은 건 정말 조금만 신경 써서 보면 이상한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예요. 얘들이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기사를 썼지 싶은..... 에코 돌아가셔서 이제는 이런 글을 더이상 못본다고 생각하니 아쉽네요.

희선 2021-03-16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뉴스에는 안 좋은 일이 나오지만 그런 데 나오지 않는 좋은 일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믿고 싶기는 한데... 뉴스는 거의 안 좋은 일만 알려줘서 이 세상이 무섭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것만 말하는 것도 안 좋을 듯하네요 세상을 잘 보려고 저마다 스스로 애써야겠군요 자신이 맡은 일만 잘해도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1-03-16 11:04   좋아요 2 | URL
주변을 둘러보면 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어요.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운거겠죠? 그래서 이 세상이 안 망하고 유지되는 거구요.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희선님.

파이버 2021-03-16 1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친구가 정치사회 뉴스를 잘 안본다는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저도 잘 안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부단히 질문하고 대답한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바람돌이 2021-03-17 10:47   좋아요 1 | URL
정치 사회 뉴스 볼때마다 혈압만 오르죠.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나아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걸 부정할 수 없으니까 화가 더 나는 것 같아요.

감은빛 2021-03-16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 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네요. 왠지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예요.

바람돌이 2021-03-17 10:48   좋아요 0 | URL
이 책 세상의 바보들에게와 같은 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거예요. 세상의 바보들 이후 신문 연재한 칼럼들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