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많은SF는 미래와 아무 상관도 없고, H. G. 웰스의 『우주 전쟁 War of theMarid 』 이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 Martian Chronieles』처럼재미있거나 진지한 사고 실험일 뿐이다. 사고 실험은 소설을 이용하여 현실의 여러 측면을 재결합하는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도가 아니라 가능성에 마음을 열기 위해서이다. 그들은 ‘믿음‘을 다루지 않는다.
- P228

어떤 독자들에게는 이것이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제일수도 있다. 이 책이 대놓고 제기하는 역설적인 질문들, 그 밀도 높고경이로운 이미지로 우리를 괴롭히며 모든 정보를 불신하도록 자극하고, 우리가 환각을 뚫고 어쩌면 이 또한 착각일 수 있는 통찰에 이르게 하는 질문들보다 더 말이다. 반드시 물어야 하지만 답은 없는질문들을 묻는 것, 잊을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이미지들을 창조하는 것…… 이거야말로 가장 대담한 예술가들의 특권이다.
- P242

침묵당한 이들을 위해 말하는 일과, 그들의 목소리를 끌어들여 화자의 목소리로 묻어 버리는 일은 다르다. 후자와 같은 잘못을 너무나 오랜 기간 저질렀기에, 어쩌면 정직한 선의와 선행을 아무리 쌓는다 해도 인디언에 대해 쓰는 백인 소설가(또는 회고록 저자.
또는 인류학자)가 또 강탈하겠구나 하는 의심을 완전히 씻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인디언과 백인이 관계를 맺은 역사 전체에서 죄의식은 피할 수가 없다.
- P253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길을 알려 주는 신호라고는 쉼표밖에 없는 빽빽한 덤불 같은 사라마구의 한 페이지는 나에게 힘든 독서였고, 나는 분개하기 직전까지 갔다.
- P265

그 신념이란 거의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는 또렷한 윤리 체계에 기반하는데, 한 문장이기는 해도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영적 함의를 담고 있다. 그건 바로 ‘너보다 약한 사람들을해치는 건 잘못이다.‘ 라는 문장이다.
- P272

이성의 꿈과 정의의 희망이 끝없이 좌절될 때,
냉소주의는 쉬운 출구다. 그러나 고집스러운 농민 사라마구는 그쉬운 출구를 택하지 않는다.
- P274

SF는 어떤 현실 상황에 대한 상상 속의 전복에나 기꺼이 힘을 빌려준다. 상상력을 기르지 못하는 관료들과 정치가들은 SF 소설이란 다 레이저총이나 나오는 헛소리이고,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SF 작가가 검열을 당하려면 우리들의 자먀찐처럼 대놓고 유토피아를 비판하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노골적이지 않았고, (내 좁은 지식으로는) 정부 정책을 대놓고 비판한 적도 없다. 그때도 제일 감탄했고 지금도 감탄하는 점은, 그들은 이념에 무관심한 듯이 글을 썼다는 점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우리 작가들도 힘들어하는 일이건만, 그들은 자유로운 사람처럼 썼다.
- P289

과학소설은 인간이(또는 딱 인간처럼 행동하는 신이나 동물이나외계인이 지배하지 않는 세계를 정말로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이야기다. 가끔 한 번씩 눈을 들어 인간의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고 인간의 관심사가 대수롭지도 않은 영역을, 무한한 우주를 바라보면루크레티우스 가 말했던 "빛의 해안이 잠시나마 위로를 넘어서는자유를 언뜻 비춰 줄지 모른다.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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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 자기만의 방에서 그녀를 읽는 시간
이택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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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올해 버지니아 울프를 읽기로 했어.

좀 어렵기는 했지만 그녀의 소설 <등대로>가 너무 좋았거든.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좀 어려운 것 같아.

글을 따라가는데 숨이 좀 가빴어.

이 장면인가 하면 저 장면이고, 배경도 휙휙 바뀌고, 인물도 예고 없이 휙휙 바뀌고, 생각은 더 휙휙 바뀌고....

심지어 배경이란게 인물과 거의 혼연일체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아서, 아 뭔가 이 바람에는 의미심장한 것이 들어있지 않나? 이 햇살은? 아니야 마당에 꽃들도 뭔가 있는 것 같아.... 아 정말 머리 터져 죽는줄 알았어.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이 이런거야? 하면서 보지만 친절하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배려하지 않았지뭐야?

아 내가 제대로 읽고 있긴 한거야?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했으니까....

 

그래 이럴 때 선생님이 필요한거야.

누군가 좀 친절하게 알려주면 난 버지니아 울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거야

좋아하게 된 사람을 더 알고 싶은건 너무나 당연한 연애의 대전제잖아?

역시 책에 정답이 있을거라니까.

이왕이면 우리나라 사람이 쓴 소개서가 좋겠지. 아무래도 알아듣기가 좀 편할테니까.

거기다 이 책의 목차를 봐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들을 친절하게 소제목에 넣어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게 해뒀잖아.

어떻게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의 책에서 뭘 중점적으로 봐야하는지 친절하게 내게 알려주실거야.

 

그래 이게 이 책을 읽기전 내 생각이었어.

그런데 첫 챕터를 읽자마자 이게 뭐야? 아니 난 이런걸 원한게 아니었다고 하면서 비명을 지르게 되었어.

<제이콥의 방>이 챕터 제목이고, 삶을 표현하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붙었으면 이 소설에서 삶이 어떻게 표현되고 독자가 그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구구절절히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데 책 이야기는 거의 없고, 온갖 철학자들의 이론이 막 쏟아져 나오다니...

이분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책을 쓰는건가?

내 예상과 너무도 다른 책이잖아.

아 읽어 말어?

하지만 일단 잡은 책은 왠만하면 다 읽고야 끝내는(왜냐하면 읽은 부분이 아까워서) 나의 책에 대한 집념이 계속 책을 붙들고 있게 했어.

아 그런 나를 칭찬하고 싶어.

3장쯤 가면 이분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알것 같은 느낌이 오거든.

뒤로 갈수록 그건 더 확실해지지.

이분은 버지니아 울프를 작품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의 삶과 작품을 전체로 얘기하고 싶었던 거였어.

따라서 제목만 분리되어 있을 뿐, 아무데서나 버지니아씨의 일기, 에세이, 소설 그리고 삶의 장면들을 막막 꺼내.

그래야만 온전히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 위대한 작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야.

 

근대의 도래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한 작가. 무엇이 새로운 것이고 무엇이 낡은 것인지 날카롭게 갈라친 비평가.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시대의 질문에 사력을 다해 답한 사상가. 글쓰기 이외에 삶의 다른 가치를 찾아내지 못한 생활인. 응접실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찍어낸 독립 출판인.

 

이 책의 저자로 하여금 이런 헌사를 남기게 한 버지니아 울프!

작가-비평가-사상가로서의 글쓰기 전체를 그녀의 삶과 연결해야만 제대로 버지니아 울프를 이해 할 수 있다는 거 맞죠?

 

자 이제 작가님의 의도는 알겠어.

그럼 우리 하나하나 따져보자구.

 

첫번째로 중요한 것은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이 근대소설의 한계를 뚫고 현대 소설의 새로운 장을 여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거죠?

근대 리얼리즘 소설들이 가지고 있던 '소설 구조의 견고함'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서 급변하는 근대의 디테일을 잡아내기 위해 소설이 형식을 허물고 유연해져야 했다는 것(23쪽)

그 실험적 시도가 바로 의식의 흐름 기법이고, 이것은 자크 데리다의 '대체보충'개념과 잇닿아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쓰는 글이라는 것이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버려야 한다는 것으로 글이라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정확한 정보전달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 같군.

따라서 글쓰기라는 것이 기억을 전달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므로 견고한 소설구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취사 선택되어진 인간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고, 더 정확하게는 '자기의 재구성'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버지니아씨의 소설의 핵심과제였다고 나는 이해했어.

그런데 이 '자기의 재구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강제되어지는 사회적 규율과 규범 자체를 재구성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를 들면 버지니아 울프가 맞닥뜨린 여성을 여성이게 강제하는 사회적 규범 자체를 재구성(38쪽)하는 것 역시 우리가 한 인간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설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등대로>에서 보았던 등장인물들의 현란한 생각의 흐름이 이해 될 것도 같아.

인간이 하나의 신념을 가지게 되는 과정은 겉으로 볼 때는 아주 단순한 결과로만 던져지지만 실제 인간의 내면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온갖 이율배반적인 생각들이 소용돌이 치고 난 이후에야 제대로 된 인식에 이르는 거잖아.

그건 과정에서 만들어진 의식이야말로 나를 둘러싼 세계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인지하게 하고, 그속에서 나와 세계의 관계를 더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

만약에 내가 제대로 이해한게 아니라면?

나는 앞으로 계속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을거고, 그러면 또 다르게 생각하는 계기들이 생길테니까 상관없어.

지금의 내 생각은 여기까지고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테니......

 

두번째로 나아가서는 주체의 재구성을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결코 당대의 현실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당연한 결론을 가져오는 것 같아.

여기에 당대의 문제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응한 진정한 모더니스트로서의 버지니아 울프가 자리매김하게 되는 거지.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185쪽) 기존의 남성중심의 세계가 강조한 참된 여성의 자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개념이며, 들뢰즈와 가타리(악!!!!!)가 말한 여성-되기로 남성의 세계 자체를 빠져나가는 '소수자성'의 영역으로 자신의 자리를 매김하게 돼. (나에게 들뢰즈와 가타리는 내가 무식하다는걸 너무나도 절절하게 깨닫게 해준 철학자이므로 난 이 사람들 이름이 나올 때마다 어쩔줄을 모르고 공포에 질리게 돼)

소수자는 항상 배제된 사람이야.

굳이 들뢰즈와 가타리를 말하지 않아도 소수자성 자체에서 저항은 예정된 운명일 수밖에 없어.

버지니아 울프가 그토록 글쓰기를 통한 여성 자신의 재구성과 여성들간의 연대를 강조하고, <보통의 독자>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독서 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 것은 저 소수자들에 대한 배제를 확 깨트려버릴 수 있는 본질적인 부분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던 거지.

그것은 말년의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라는 진짜 멋진 말을 하며 평화주의자와 반제국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이는데로까지 나아가.

우와 완전 멋있어.

오늘의 명언이야.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라니 밑줄 쫙쫙 그어가며 내 인생의 명문과 가르침으로 기억해야지.

 

이 책은 또 버지니아 울프를 제대로 읽는 방법도 가르쳐줘. 좀 불친절하긴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동안 일기를 쓴 작가였대.

버지니아 울프 전집에 일기가 따로 한권으로 있는 걸 봤으니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난 이 일기는 안 읽을 생각이었거든.

항상 일기는 좀 지나치게 내밀하달까 그래서인지 그 형식 자체가 가진 한계로 인해 항상 공감하기가 힘들더라고.

하지만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는 그녀의 삶과 소설과 에세이를 이끄는 지도서 같은거래.

그녀의 일기를 같이 볼때 그녀의 작품이 온전히 이해된다는 거지.

아 정말 이런 말을 하면 진짜 일기도 읽을 수밖에 없잖아.

 

사실 이 책은 별 다섯 개를 줄 수 밖에 없지만 그건 유보적인 거야.

내가 버지니아 울프를 다 읽고 나면 이 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알수 없는거니까.

하지만 앞으로 읽을 책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는데서 선생님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책이었어.

이 책을 먼저 선택한 나를 또 한번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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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21 2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신선한 리뷰인데요. 울프를 다시 펼쳐야 하는데 하고 딴 책만 읽는 저를 혼내주고 다시 펼쳐야겠습니다. 굿밤 보내세요 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3-21 23:22   좋아요 2 | URL
우리 같이 읽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혼자서 읽기 벅차요. 수연님 글 읽으면서 저도 으쌰 으쌰 힘내고 싶네요. ^^ 수연님도 굿밤 보내세요. 월요일 또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늦잠 안자야 할텐데 말이죠. ㅎㅎ

청아 2021-03-21 23: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사두었는데 이런건줄 모르고 울프언니의 책을 다 읽고 보려고 했네요. 빨리 읽어보고 싶어요~* 울프일기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읽는 중인데 아주아주 훌륭합니다~ㅎㅎ♡

바람돌이 2021-03-21 23:23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엔 읽기 전에 읽으면 더 좋을듯합니다. ㅎㅎ 울프일기 사러 가야해요. 이 책 작가님 말로님 일기 펼쳐놓고 소설 펼쳐놓고 같이 읽어야 한대요. ㅎㅎ

scott 2021-03-21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바람돌이님 이 리뷰는 마치 바람돌이님이 텍스트를 읽어나가면서 인덱스를 붙여가며 머릿속으로 대화하고 계신다는 상상으로 읽게 되는데요.

╭ ◜◝ ͡ ◜◝ ͡ ◜◝ ╮
내 예상과 너무도
다른 책이잖아.

아 읽어 말어?
╰ ◟◞ ͜ ◟ ͜ ◟◞ ╯ O °.바람돌이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은 ㅎㅎ

울프 여사 일기 까지 읽었지만 이책의 저자가 해석한 울프 여사의 작품세계가 굉장히 명료하고 간결해서 좋네요 ㅎㅎ

울프여사는 [응접실에 인쇄기를 설치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찍어낸 독립 출판인.]이고
전 오늘 커피 내리는 동안 오븐에 빵넣었다가 불 낼뻔함 ^ㅎ^

바람돌이 2021-03-21 23:58   좋아요 1 | URL
이 책 한 챕터를 거의 2번씩 읽게 만들더라구요. 어 이말을 왜하지??? 이러면서요. 그래서 리뷰도 궁시렁 궁시렁 제가 속으로 했던 말을 하는 식으로 쓰게 되네요. ㅎㅎ 항상 scott 님의 저 이모티콘이랄까 하여튼 저 부호들에서 감탄하게 되네요. 와 정말 scott님의 댓글이야말로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느낌이에요. ^^

아니 근데 오븐에 빵을 넣는데 어떻게 하면 불 낼뻔하는지 이해가 안가는데요? 오븐은 딱 시간 맞춰놓으면 땡하고 꺼지잖아요. ㅎㅎ

그레이스 2021-03-21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구매해야 할까봐요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오책 첫 장 읽어보고 좋으면 책을 덮어버리거든요.
사서 제 책으로 읽어야겠다고 하고
이 리뷰 보니까 그럴 가능성이...!

바람돌이 2021-03-22 00:00   좋아요 2 | URL
음 이 책은 3장까지 정도는 읽어야 아 좋구나 하는 느낌이 오던데요. 1장 읽고는 읽을까 말까 고민했어요. ㅎㅎ
양이 많은 책은 아니니까 3장 정도는 뭐.... ^^

희선 2021-03-22 0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 책 제목이 있는 글이 있어서 그 소설을 어떻게 보면 좋을까 말해줄까 했는데, 그걸 바로 알려주지는 않는군요 본래 그런 거기는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버지니아 울프 소설뿐 아니라 일기도 보고 싶어지겠습니다 일기가 소설과 상관있기도 하다니...


희선

바람돌이 2021-03-22 00:20   좋아요 1 | URL
네 일기 읽는거 싫은데 읽어야 할 거 같아요. ^^
그것도 같이 펼쳐놓고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가 소설을 쓰게 되는 과정, 생각의 변화 이런것들을 같이 서술해놨다 하더라구요. ^^

겨울호랑이 2021-03-22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하는 즐거운 한 해 되세요! ^^:)

바람돌이 2021-03-22 06:41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읽고 계신 개념사전에 비하겠습니까. ㅎㅎ

mini74 2021-03-22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평소 억양과 달리 아주 터프하시고 멋있음 ㅎㅎㅎ 저는 등대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ㅠㅠ 꼭 나 혼자 또 오독하며 깊은 뜻은 모른체 읽은게 아닌지 ㅠㅠ 고민이 마구마구 됩니다.

바람돌이 2021-03-23 00:51   좋아요 1 | URL
앗 터프했나요? 저는 약간 절박하게 알고싶다는 마음을 막막 표현한건데요. ㅎㅎ
등대로 저도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진짜 이게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는건지 많이 헷갈리더라구요. 뭐 근데 또 결국 어떤 책이든 내가 아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거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느낄 수가 있는거니 어떤 경우든 오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scott 2021-04-09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정말 울프 여사님의 전작들 완독에 속도가 붙으실것 같아요.
울프 여사님이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물 주심
축하 합니다. ^ㅎ^

바람돌이 2021-04-09 23: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더불어 scott님도 축하드려요. ^^
울프 여사님 덕분에 좋은 일이 자꾸 생긴걸 자축하며, 다시 울프여사의 일기를 구매했습니다. ㅎㅎ
 

사람이나 장소의 이름을 하나 짓는다는 건, 그 이름이 속한언어 세계로 가는 길을 여는 일이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는 문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할까? 그들이말하는 방식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 P75

제 독자가 제 그릇에서 꺼내는 건 그 독자에게 필요한 뭔가이고, 본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저보다 본인이 잘 알죠. 저는 그릇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 뿐이에요. 제가 누구에게 설교를 하겠어요?
아무리 겸손한 정신으로 한다 해도 설교는 공격적인 행위인걸요.
- P96

하지만 여성의 지식을 숭배하고 우리는 남자들이 모르는걸 안다고 우쭐하고 여자들에겐 이성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지혜가 있고 본능적으로 자연을 안다고 생각하진 않았고, 지금도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런 숭배는 대개 여자를 원시적이고 열등하다고 여기는 남성우월주의를 강화할 뿐이에요. 여자들의 지식은 기본적이고 원시적이고 언제나 어두운 뿌리를 따라 내려가는 반면, 남자들은빛 속으로 자라는 꽃과 곡물을 경작하고 소유한다는 거죠.
하지만 어째서 남자들은 성장하는데 여자들은 계속 유아어를 해야 하죠? 어째서 남자들은 ‘생각하는데 여자들은 무턱대고 느껴야 하죠?
- P156

저 대목에서 테나가 제 대신 말하고 있어요. 우린 어둠 속에 충분히 오래 살았어요. 우린 햇빛에 똑같은 권리가 있고, 이성과 과학과 예술과 나머지 모든 것을 배우고 가르칠 권리가 똑같이있어요. 여자들이여, 지하실과 부엌과 아이 방에서 나와요. 이 집전체가 우리 집이에요. 그리고 남자들이여, 그렇게나 무서워하는어두운 지하실에서나 부엌과 아이 방에서 사는 방법을 익힐 때가됐어요. 그러고 나면 우리 모두가 불가에 모여서, 우리가 공유하는 집의 거실에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우린 서로에게 할 말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요.
- P158

울프는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 마구 쌓이지도 않고 설명이붙지도 않는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자세한 묘사가 비결이었다. 독자가 상상력으로 그림을 채워 넣어 선명하고 완전하게 보도록 북돋는, 고도로 선별한 선연하고 효과적인 심상이었다.
- P172

문학 소설을 장르소설과 대립시킬 때의 문제점은, 소설 종류의 합리적인 차이를 말하는 척하면서 비합리적인 가치 판단을숨긴다는 겁니다. 문학이 우월하고, 장르가 열등하다고 말이죠. 이건 편견에 불과해요. 우리는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지적인 토론을 해야 합니다. 많은 영문학과가 다가오는 우주선을 다 쏘아 떨어뜨려서 담쟁이 우거진 상아탑을 지키려는 시도를 그만뒀습니다.
많은 비평가가 많은 문학이 근대 리얼리즘의 성스러운 숲 바깥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학과 장르의 대립은 남았고, 그게 남아 있는 한 잘못된 단정적 가치 판단도들러붙어 있을 겁니다.
이 지겨운 곤경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한 가지 가설을 제안하죠.
 문학은 문자 예술의 현존체이다.
모든 소설은 문학에 속한다.
- P186

바로 그래서 저는 소설을 사랑하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지어 보라 격려합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말을 제대로 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하죠. 말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자면 시간이 좀 걸려요. 연습이 필요하죠. 노력이, 그것도 몇 년의 노력이 필요하고요.
그러고 나서도 여러분이 쓴 글이 영영 출간이 안 될 수도 있어요.
출간된다 해도 여러분이 생계를 꾸릴 정도로 팔리지 않을 게 거의확실해요. 하지만 그게 여러분이 원하는 거라면 그 무엇도, 세상그 무엇도 여러분에게 글쓰기보다 더 달콤한 보상을 줄 순 없어요.
글을 쓰는 일 자체도, 그리고 자신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말을 제대로 하고 있으며 이야기를 만들고 진실하게 말했다는사실을 아는 것도 엄청난 보상이죠. 진실을 말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고, 희귀한 일이에요. 즐기세요!
- P196

책은 그냥 상품이 아닙니다. 이익 추구는 종종 예술의 지향과 갈등을 빚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의 힘은 벗어날 수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치면 왕들의 절대 권력도 그랬지요. 인간이 만들어 낸 권력이라면 인간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시작될 때가 많고, 그 중에서도 우리의 예술, 말의 예술일 때가 많아요.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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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봄인가봐요.

저는 목련이 피어도 매화가 피어도 그래도 아직은 겨울인듯싶은데,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면 아 봄이구나 하네요.

 

일년 중 저희 집 베란다가 가장 아름다운 때입니다.

이제 창너머로 벚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바람은 아직 찬데도 꽃은 하루가 다르게 피네요.

 

 

 

 

 

 

더 예쁘게 찍으려면 현관문을 열고 내려가봐야 할텐데 몸의 게으름으로 눈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ㅎㅎ

 

봄이구나 하니까 얼마전 북플 시요일에 올라왔던 시가 생각나요.

뭔가 가슴 한쪽을 확 땡겨서 아 좋구나 했었거든요.

혹시 못보신 분들 같이 읽어요.

오랫만에 장바구니에 시집을 넣어두고 다음 주문 때 같이 사야지 하고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유병록

 

우리

이번 봄에는 비장해지지 않기로 해요

처음도 아니잖아요

 

아무 다짐도 하지 말아요

서랍을 열면

거기 얼마나 많은 다짐이 들어 있겠어요

 

목표를 세우지 않기로 해요

앞날에 대해 침묵해요

작은 약속도 하지 말아요

 

겨울이 와도

우리가 무엇을 이루었는지 돌아보지 않기로 해요

봄을 반성하지 않기로 해요

 

봄이에요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금방 흘러가고 말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

짧디짧은 봄

 

우리 그저 바라보기로 해요

 

그뿐이라면

이번 봄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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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3-21 1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랑천 아닌가요? 언제 저렇게 꽃이 만개를 했을까요 시간이 빠르긴 빠르네요!

바람돌이 2021-03-21 13:23   좋아요 4 | URL
하하 여기 부산이에요. 서울은 벚꽃 피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할듯... 남쪽에 살다보니 봄꽃 소식을 먼저 올리게 됩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3-21 13:36   좋아요 3 | URL
부산이군요 서울의 중랑천과 너무 똑같네요!

바람돌이 2021-03-21 21:33   좋아요 1 | URL
전 중랑천은 안가봤지만 뭐 아파트촌 옆에 있는 하천변은 대부분 좀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여긴 부산의 온천천이에요. 어쨌든 물가죠. ^^

새파랑 2021-03-21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부산은 벌써 벚꽃이 만개했군요? 사진 보니 봄이 온 거 같아요^^
시도 너무 좋아요. 올해 봄은 나쁘지 않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03-21 20:24   좋아요 1 | URL
지난 금요일부터 피기 시작했어요. 만개하는건 이번 주 중반쯤?
그 때쯤 되면 진짜 여기 너무 예뻐요. 저절로 밥먹고 바깥 산책을 나가게 되네요. 코로나가 좀 물러가고 안정되면 좋겠는데 아직도 여전히 감염자 수는 줄어들지 않고 매일 안전문자가 날아오네요. 내년 봄에는 모든 걱정을 떨치고 맘놓고 바깥으로 봄을 만끽하러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유부만두 2021-03-21 14: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꽃소식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야구 시범 경기 중계 틀어놨더니 정말 봄 같아요.
(졸음이 밀ㄹ....)

바람돌이 2021-03-21 20:25   좋아요 2 | URL
아 야구 시범 경기가 있었군요. 맞아요. 야구와 봄소식은 같이 오죠. 열렬한 롯데 팬에서 시큰둥한 팬으로 변한지 몇년 됐네요. 부산사람들의 봄은 야구와 함께 시작되는데 올해는 그것도 코로나때문에 시들해요.

scott 2021-03-21 14: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부산은 벛꽃이 만발~
서울은 비온뒤 바람불고 이제 막 목련 꽃망울이 나왔는데,,
3월 내내 미세먼지로 가득차서 봄이 이토록 가까이 왔는지 몰랐는데 자연이 알려주네요.
바람돌이님 사진 진짜 잘찍으쉼 ^ㅎ^

바람돌이 2021-03-21 20:27   좋아요 1 | URL
여긴 목련은 이제 지고 있어요. 이렇게 남쪽에서부터 서서히 봄이 올라가겠죠.
사진은 요즘 폰카아 워낙 좋아서 저는 그냥 들이대는 수준이에요. ㅎㅎ

희선 2021-03-2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벚꽃이 피다니, 바람돌이 님이 사는 곳은 어딘가 했습니다 답글 쓰신 걸 보니 부산이군요 아직 다 피지는 않았지만, 며칠 뒤에는 활짝 피겠습니다 집에서 저런 걸 볼 수 있다니 좋으시겠습니다 시도 좋네요 다른 것보다 바라보자고 하니... 그게 가장 좋지 않나 싶어요


희선

바람돌이 2021-03-22 00:03   좋아요 1 | URL
제가 이렇게 벚꽃 필 때 지금 이 집을 보러 왔었어요. 저희 집 8층인데 베란다 아래로 보이는 이 풍경 보고 앞뒤 안보고 나 이집에서 살고싶어 했다죠. ㅎㅎ 저도 저 시에서 내가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봄 당신이 그저 나를 바라보는 봄이 너무 좋았어요. 남편이한테 다음 주에는 우리 둘이서 손잡고 봄나들이 가자고 했다죠. 뭐 곧 툭탁거리겠지만 말이죠. ^^

라로 2021-03-2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벚꽃이 저렇게 줄을 지어 있군요!! 벚꽃 떨어질 때 저 길을 걸어가고 싶네요!!!
사진 올리는거 많이 귀찮으셨을텐데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3-23 00:52   좋아요 0 | URL
제가 라로님을 대신하여 벚꽃 떨어질 때 버스커 버스커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보겠습니다. ^^ 사진 올리는거 하나도 안 귀찮았어요. ^^
 

읽는다는 행위가 이토록 우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니...
갑자기 책 읽는 나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작가님.
네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귀를 기울인다는 건 공간과 시간과 침묵이 필요한 공동체행위지요.
읽기는 귀 기울이기의 한 방법이고요.
읽기는 그냥 듣기나 보기처럼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행동이죠. 여러분이 하는 행동, 끊이지도 않고 알아들을 수도 없이 지껄이고 외쳐 대는 매체의 돌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여러분의 속도대로 읽는 겁니다. 여러분을 압도하고 통제하기 위해 빠르고 거세고 큰 소리로 밀어붙이는 내용이 아니라, 여러분이 받아들일 수 있고 받아들이고 싶은 내용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분이 어떤 당부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강매를 당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읽을 때는 보통 혼자라 해도 다른누군가의 정신과 교감하지요. 세뇌를 당하거나, 조작당하거나, 이용당하는 게 아니에요. 상상력의 현장에 함께한 거죠.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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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21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사람을 위한 문장이네요. 힘이 됩니다^^
(오늘 책을 별로 못봐서 아쉬운..)

바람돌이 2021-03-21 00:1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맞아!! 갑자기 책 읽는 내가 막 사랑스러워지는 문장이예요. 저는 어제 그저께 책을 제대로 못봐서 아쉬운.... ㅎㅎ그래도 뭐 그런 날도 있는거지요. ^^

희선 2021-03-21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걷다가 책이 하는 말을 잘 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네요 책은 언제나 같은 데 있으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 친구지 했습니다 작가가 이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바람돌이 2021-03-21 01:28   좋아요 1 | URL
저도 르귄의 책이 처음이고 지금 이 책을 읽는것도 초반이라 작가가 정확하게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는 아직 몰라요. ㅎㅎ 그래도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해주니 너무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