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머스는 꿈을 먹고 사는 데 익숙한 남자가 아니었다.
리머스는 감방 동료들을 경멸했고, 그들은 그를 싫어했다.
그들이 그를 미워한 이유는, 그들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 되기를 갈망했지만 거기에 성공한 사람은 리머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성의 두드러진 부분이 집단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지켜 왔다.  - P65

완전한 이념적 전향자, 은밀한 밤 시간에 새로운 신념을 발견하고, 내면적 확신의 힘에 떠밀려 스스로 직업과 가족과 조국을 저버린 사람들,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희망에가득 찬 그들조차 배신의 낙인과 싸워야 했고, 절대 누설하지 않도록 훈련받은 비밀 정보를 이야기할 때는 육체적인 고통과 씨름했다. 십자가를 불태우기를 두려워한 배교자들처럼 그들은 본능과 물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들과 똑같은 양극성에 사로잡혀 있는 피터스는 그들을 안심시키고그들의 자존심을 파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리머스와 피터스는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머스는 피터스와 인간관계를 맺기를 격렬하게 기부했다.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09

그 순간 리머스는 리즈가 준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것을 되찾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저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대한 이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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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지만 둘째 딸 병원 예약 때문에 일찍 일어남요. ㅠ.ㅠ

고3인 딸이 그림을 그리는데 며칠 전부터 양쪽 손목이 다 많이 아파졌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 선생님이 혹시 인대가 찢어졌을 수도 있다고 초음파 찍자고 해서 오늘 예약을 잡아놓았던 것이다.

일찍이라고 하지만 사실 예약시간에 거의 맞춰서 일어난 바람에 밥도 못먹고 둘이서 병원으로 휙 달려갔다.

간 김에 어깨 통증이 심한 나도 진료를 봤는데 나는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안되는 관계로 일단 물리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시간 될때 본격적인 검진을 하는걸로....


다행히 검사 결과 아직은 염증수준이라 약먹고 물리치료하고 손목보호대 사용하고 하는걸로 결론이 났다.

염증치료제랑 진통제 처방 받고 둘이서 물리치료 받으러 올라갔는데.;....

아뿔싸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다냐?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둘이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수다를 뜬다.

딸이 요즘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엄마 휴대폰 안 가져왔는데 심심해, 엄마 폰에는 게임은 안 깔려있어?"

"엄마 폰에 게임이야 고스톱 딱 하나 있지"

"고스톱 해볼까?"

"그러던지..."

"그건 어떻게 하는거야?"

"비슷한 그림 맞추면 돼"

그렇게 폰을 넘겨줬더니 딱 한판만에 내가 모아놓은 소중한 나의 게임머니를 다 날려먹었다.

나는 빠직!!!!  딸은 낄낄낄~~~


"근데 엄마 배고프다"

"나도... 근데 물리치료 마치면 너 학원가야하는 시간인데 어떡하지? 샌드위치 사서 차에 가면서 먹을까?"

"샌드위치 싫어. 아 갑자기 팬케익이 너무 너무 먹고싶다"

"야 시간 없어서 집에 가서 팬케익 만들어 먹을 시간 안되는데.... 지금 치료 마치면 바로 학원가야 하잖아, 학원 쨀래?"

"그건 안돼"

"음........"


"딸아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우리집 근처에 브런치 유명한 곳 있잖아. 물리치료 그냥 째고 가서 팬케익 먹을까?"

"그래도 될까?"

"물리치료는 다음 주부터 원래 가던 작은 병원 가서 받고, 약 먹음 되지?"

"엄마도 아프잖아"

"야 몇년을 아프던걸 지금 당장 물리치료 안한다고 어떻게 될것도 아닌데, 먹고싶은거 못 먹으면 입 삐뚤어져."

"맞아 그건 그래....."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는 순서가 거의 다된 물리치료를 취소해버리고, 우리집 근처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너무 만족스럽게 맛난 팬케익과 브런치에 딸은 오렌지 쥬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오늘 너무 행복했다.


"엄마 역시 우린 행복한 뚱땡이 돼지야"

"그래 나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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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2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딸과의 대화 너무 재밌어요. 팬케익도 엄청 예쁘고 맛있어 보이지만 저는 베이컨과 계란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4 | URL
이 집이 저희 동네에서 브런치 맛집으로 소문난게 몇년 됐는데 오늘 처음 가봤어요. 빵도 맛있고 베이컨도 딱 제가 좋아하는 굽기였서 좋았긴 한데.... 좀 전에 속이 느글거려서 비빔면 먹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6-12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행복한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3 | URL
오 저와 딸의 선택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음식이 맛있어서 더 행복했어요. ^^

청아 2021-06-12 15: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요즘 고스톱 게임 너무 무섭던데요. 저는 할 줄도 모르지만 엄마 게임 충전해드림 바로 억단위로 날리시더라고요.
어깨통증 많은경우 자꾸 팔 큰 원으로 돌리심 많이 좋아져요(자꾸 뭉치는 경우라면요)🤭

다락방 2021-06-12 15:47   좋아요 3 | URL
어깨 통증.. 팔 큰 원 큰 원…(메모메모)

청아 2021-06-12 15:53   좋아요 4 | URL
목이랑 심하게 뭉칠땐 뭉친쪽 귀를(분명 뻗뻗해져 있음)이리저리 접고 당기고 주물러줌 제법 풀려요ㅋㅋ
ㅡ어깨 풀기의 달인 미미

바람돌이 2021-06-12 18:28   좋아요 3 | URL
고스톱 게임 돈 충전해서 쓰면 안되는데.... 그거 순식간에 없어져요. 그냥 재미로 없으면 없는대로 게임에서 주는 머니로 가끔 해야죠. ㅎㅎ
제 어깨는지금 뭉치는 정도가 아니라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병원신세를 져야 할 거 같아요. ㅠ.ㅠ
다락방님 아직 괜찮으시면 미리 미리 스트레칭으로 어깨를 풀어주시면 예방할 수 있겠죠. 그 예방을 안하고 방치해서 이 지경이 된게 저예요. ㅠ.ㅠ

청아 2021-06-12 18:43   좋아요 1 | URL
현질?은 절대 안하지용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8:47   좋아요 2 | URL
맞아요. 현질 금지! 정답입니다. ^^

scott 2021-06-12 16: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람돌이님
넘 좋은 어무이!
딸에게 모든 주파수를 맞춰주시는 ㅎㅎㅎ
서울 보다 부산 브런치 양이 엄청 푸짐 하네요.

바람돌이 2021-06-12 18:29   좋아요 4 | URL
딸에게 주파수를 맞추기보다 사실 저도 먹고싶었다는.... ㅎㅎ
저거 양이 좀 많아서 마지막에는 딸이랑 서로 한입 더먹기 운동을 했다죠?
그래도 브런치가 푸짐해야 하는데 서울은 식당마저 다이어트인가요? ^^

난티나무 2021-06-12 1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팬케잌 보니 프라하 팬케잌이 생각나 여행 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 어이하리오.ㅠㅠ
쿵짝 부럽습니다아.

바람돌이 2021-06-12 18:31   좋아요 2 | URL
여행부심은 지금 저도 절절 끓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딸이랑도 팬케익 먹으면서 야 우리 예전에 어디 갔을 때 먹은 팬케익 진짜 맛있지 않았냐 이러면서 먹었어요.
프라하는 저는 아직 안 간곳이지만, 이 사태가 풀리고 나면 다음 여행지로 꼽아놓은 곳인데 맛있는 팬케익까지 있다니 더더욱 설레네요. ^^

페넬로페 2021-06-12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고 3이군요. 더군다나 미대입시를 준비하니 더 힘들겠어요.~~치료 열심히 해서 얼른 나으라고 전해주세요.
브런치식당의 음식이 넘 맛있어 보여요
살찌더라도 많이 먹고 싶어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33   좋아요 4 | URL
튼튼해서 병원하고 진짜 관련없는 녀석인데 정말 고3은 고3이네요.
계속 병원 행진입니다. 저도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진짜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하고요.
우리나라 고3은 뭐 다 그렇죠. 불쌍한 놈들....ㅠ.
저 브런치 양이 많아서 다음에 남편이랑 먹어야겠다 얘기햇어요. 남편이 반 먹어주면 딱 양이 맞겠다 싶어서요. ㅎㅎ

새파랑 2021-06-12 1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 너무 맛있을꺼 같아요 따님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신거 같아 좋네요. 바람돌이님 고스톱도 하시는군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48   좋아요 3 | URL
남들 하는건 다합니다. ㅎㅎ 맛있었어요. 내가 차리지 않으니 더 맛있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1-06-12 1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 고3 어머님 중에 학원 쨀래? 라고 제안하는 어머님은 바람돌이님 뿐일듯 합니다. 너무 장하고 멋지십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진심)
브런치 카페 너무 이쁘고 팬케이크 맛나 보이네요. 브런치 카페에서 딸이랑 팬케이크랑 커피랑 함께 한다면 아... 더 바랄 게 없겠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하루입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8:53   좋아요 4 | URL
매일 가는 학원 하루쯤 짼다고 붙을게 떨어지고,떨어질게 붙겠습니까... ㅎㅎ 그래도 학교는 절대 째라고 안합니다. 그건 기본적인 성실성의 문제기 때문에요. 주말에 학원은 성실성의 문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노동이기 때문에 저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다 맡겨버립니다. 니가 힘들면 안해도 돼하고요. 그래서 우리집 애들이 공부를 아주 자유롭게 못합니다. ㅎㅎ
오늘 저기 앉아 있었던 1시간도 안되는 여유 시간이 아이 마음에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바람구멍이 되었으리라고 혼자 자뻑하고 있습니다. 맛있었으니 당연히 그러해야 하고, 비싸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그러해야죠. ㅎㅎ

붕붕툐툐 2021-06-13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원은 간다는 따님의 대답이 멋지네요~ 전 엄마가 그렇게 물어보면 무조건 ‘응!‘이었을텐데요~ 미대 준비하는 친구들 중 손목 아픈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진짜 가여운 고3이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람돌이 2021-06-13 01:48   좋아요 1 | URL
저도 고3이니 내색은 안해도 속이 타는거죠. 저 가야 한다는 말에 더 맘이 짠해진다는.... 우리 애들이 둘 다 그렇게 학원을 악착같이 다니는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하는만큼 거두리라! 누구에게든 적용되는 진리죠. ^^

희선 2021-06-13 0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본 그림... 따님이 미술을 하는군요 고3이어서 마음 쓸 게 많아서 아픈가 싶기도 하네요 평소보다 그림을 더 많이 그리는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님 멋진 엄마네요 병원에 갔다 같이 팬케이크 먹으러 가다니... 시간이 있었다면 바람돌이 님이 만드셨을지...


희선

바람돌이 2021-06-13 03:43   좋아요 2 | URL
모든 고3들이 가벼운 위장 장애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살죠. 세상 무심할 거 같던 큰 딸도 그렇더라구요. 여기에 둘째는 손목을 많이 쓰니 아프기도 한거구요. 시간이 좀 있었으면 당연히 팬케익은 만들었을겁니다. 물론 저 카페의 팬케익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그게 참 맛의 차이가 별 의미없게 기본적인 맛이라는게 있잖아요. ㅎㅎ

레삭매냐 2021-06-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뽀개고 무언가 하실 수 있
다는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째고 먹는 브런치는 더 맛나지
않았을까나 싶습니다 :>

모쪼록 따님의 손목과 건강이
신속하게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근데 팬케이쿠 부러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5   좋아요 0 | URL
일상이 살짝 깨질 때 느끼는 쾌감이 있죠. ㅎㅎ
전 팬케이크는 저거 한쪽 먹으면 한계고 딸이 다 먹었어요. 저는 저 브런치가 진짜 맛났다는요.
 
국경일기 - 잃어버린 현대사를 찾아 떠난 여행, 타이·버마·라오스·캄보디아 편
정문태 지음 / 원더박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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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은 항상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주변은 기타 등등, 그 밖에로 불리운다.

수도인 서울은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워지며,  나머지는 그 밖의 지방이다. 

때때로 지방의 이름이 고유명사로 불리워질 때도 있지만, 서울이 기타 등등 또는 그 밖에로 불리우는 일은 없다. 

이는 한 나라 안에서도 그러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남아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그 밖이다. 이는 중심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이다.

그런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중심과 그 밖은 또 구분되어진다. 

다수의 권력을 가지지 못한 민족이나, 그런 민족들이 주로 살고 있는 국경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밖의 지역이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말한다.

국경선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다라고!


이 말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말일 수 있다.

신라에 의해 삼국이 통일되어지고, 발해가 멸망하고 난 이후 한반도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화를 꾸준히 강화해 온 역사다.

조선시대쯤이 되면 중앙집권화의 정도는 경이로울 정도여서, 세계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단적으로 조선시대에 지방관에 의한 반란이 한 번도 없었다는데서 그 통제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한국은 거란이나 여진같은 이민족의 귀화를 받아들이고 핏줄이 섞인다하더라도 그것이 민족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조선의 테두리내로 귀화, 흡수, 혼합의 과정을 통해 체제 내화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중앙집권에 의한 질서, 단일민족- 순수한 단일민족이 허구라 해도 - 신화에 익숙하고, 그 중앙권력이 그어놓은 국경선은 우리에게는 분쟁의 선이 아니라 안전과 보호의 선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했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38도선이라는 새로운 국경선이 생기고, 그것이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가져왔지만, 그 전쟁 이후 휴전선이라는 국경선을 경계로 한 두 체제는 빠르게 다시 체제의 안정과 중앙집권질서를 뿌리내리며 각자의 공간질서를 구축해낸다.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여전히 체제 내에서는 국경선은 보호와 안전의 선이다. 

그러니 국경선이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얘기하는 정문태기자의 말이 선뜻 피부로 와닿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상황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국인 독자는 이런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보편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먼저 벗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중앙집권과 국경선은 예외 중에서도 극히 드문 예외다.


발로 쓰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전선기자 정문태>를 읽을 때도 그러했고, 이 책 <국경일기> 또한 발로 쓰여진 글이다.

누구도 근접하기 어려운 곳들을 직접 다니며 보고 듣고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그 결과를 기록한 것이 이 책이다.

정문태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못하고 묻히고 말았을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눈물이 이 책 속을 관통한다.

이 이야기들은 정문태라는 기자가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이므로 이런 책에는 모든 가치 판단을 버리고 무조건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었다.

타이, 라오스, 버마, 캄보디아의 국경지대, 표지판도 없고 제대로 길도 나있지 않으며 안내자도 제대로 없는 마을들을 죽을동 살동 찾아다닌 기록들이 이 글이다.

심지어 이 곳은 여전히 분쟁 지역이어서 기자 자신은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읽는 사람은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고맙고 고마운 책이 되는 것이다.


이 곳의 역사는 얽히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1950년 동남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장에 화들짝 놀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중국 국민당 잔당들은 이 곳에 와서 지역의 소수민족들을 압박하며 아편 생산을 시작하고 이곳을 마약공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들을 타이공산당 박멸작전에 이용한 미국과 타이 정부에 의해 이들의 마약사업은 묵인되고 지금은 그들의 후손이 여전히 이곳에 대를 이어 살며 분쟁의 씨앗을 여전히 품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마약생산은 이제 지역 내의 온갖 정치세력의 주머니를 채워주며 지금도 국경지역 골든 트라이앵글을 마약생산기지로 악명을 떨치게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선들은 소수민족들을 두 국가의 경계선 아래 나눠놓기까지 하여, 국경선과 경비초소에 갇힌 사람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구할 수도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 먹을 것을 들여오기 위해 국경선을 지키는 양국 군인들에게 언제나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국경선은 얼마나 저주스러운 것일까? 

국경선에 산재한 산악을 근거지로 하여 분리 독립 또는 자치를 주장하며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그들이 근 60여년을 싸우고 있는 이유는 싸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도 없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착취당하고 굶어죽을 자유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고, 사실상 지금도 없다.

50년을 전쟁터에서 지낸 독립혁명 전사는 이제 도인의 풍모를 풍기고, 소수민족의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는 샨족을 지키는 전사가 될거예요."라는 꿈을 이야기한다.

대를 이어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이어질 수 있는 삶이 이곳의 소수민족들의 현재다.

버마(미얀마)정부와 휴전협정을 이야기하지만 약속이 지켜진적은 없으며, 실질적인 평화안을 내온 적도 없다.

힘을 가진 쪽-타이든 미얀마든 다수의 정권쪽은 휴전협정으로 잠시의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그들의 정치적 이슈가 필요하거나 하면 또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권력자들에게 소수민족의 목숨을 건 항쟁은 그저 자신들의 정치놀음을 위한 장기말일 뿐이다.

휴전 협정을 소수민족 누구도 믿지 않는 이유다.


현재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해 정문태 기자가 게재한 소수민족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비감해진다.


“버마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소수민족을 찾는다. 1948년 독립 때도, 1988년 민주항쟁 때도, 2015년 총선 때도 늘 그랬다. 지나고 나면 그뿐이었다. 아웅산수찌도 민아웅흘라잉도 우리한테는 다 버마 사람일 뿐이다.” 

“흥분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 우린 늘 겪어온 일이다. 소수민족 학살 군인정권 60년째다.”

“버마 시민이 보여주고, 국제사회가 나설 때 우리도 힘 보탤 수 있다. 버마 연방 바라보며 싸웠지만 버마 사람들이 돌려준 건 박해와 차별뿐이었다”(한겨레 신문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4475.html#csidx012cdf4f279bf458293c60e8d3db110



바다건너 남의 일인 우리야 쉽게 미얀마 민중과 소수민족 저항군들의 연합을 통해 지금은 군부정권에 대항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소수민족들이 걸어온 역사때문이다. 


책의 앞면에 저자는 "그 땅엔 비틀고 감춘 역사가 겹겹이 쌓였고, 모질게 해코지당해온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그러나 지레 절망 따위를 말하고 싶진 않다. 끝끝내 내릴 수 없는 깃발들을 본 까닭이다. 나와 당신, 우리를 닮은 '그 밖들'의 세상을 찾아 길 떠나는 여행자한테 이 책을 올린다라고 썼다.

그 밖들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

그들 하나 하나 이름의 고유성이 살아나고, 자신의 몫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바랄 수 있는 삶의 길은 여전히 멀다.

그럼에도 그들은 삶을 꿈꾼다. 

그들의 꿈에 관심과 지원, 연대를 꿈꾸는 것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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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6-12 07: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의 편의에 따라 그어진 국경선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정치,경제, 사회적 불안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보다는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간섭을 행하고, 난민을 혐오하는 현실을 보면 진정한 세계 평화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먼 듯 하네요...

바람돌이 2021-06-12 13:32   좋아요 4 | URL
말씀하신대로 저 국경선들의 연원을 올라가면 말씀하신대로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을 식민지배하면서 그들의 편의대로 그은 국경선이 있어요. 이 책에서 따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온갖 분쟁의 씨앗을 다 뿌리고 간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 또는 아프리가 각 지역의 상황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면서 자신들만의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에 더 분노하게 되더라구요. 모든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은 나와있고,어쩌면 답도 나와있는데 거기에 얽힌 이들의 욕심이 결국 문제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안타깝고 화나고 그러네요.

새파랑 2021-06-12 08: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발로 쓰는 글이라는게 참 멋져요. 작가님의 땀이 느껴지는 책일거 같아요. 소수민족의 아픔이 느껴지네요 ㅜㅜ

바람돌이 2021-06-12 13:33   좋아요 5 | URL
평범한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발걸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자료를 모으로 정리해주면 이제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이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2 14: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분명 예전에 저는 이런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서 마음 아파하고 분노하고 그랬는데 요즘 왜이리 인식과 의식의 부재에 갇혀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서 이렇게 올려주시는 책들과 글들로 다시 세상에 대한 눈이 열리는것 같아요^^
더 관심가지고, 알고자하는 공부를 해야겠어요~~
바람돌이님의 글로 각성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4:2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과 제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전사로 살수는 없는거고, 나의 자리를 더 확장하는게 꼭 맞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냥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정도랄까? 이곳의 지인분들은 다들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신것 같던데요. 그런 삶들이 모여 좀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거라고 믿습니다.

붕붕툐툐 2021-06-13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페이퍼만으로 관심이 팍팍 가는 책이네요! 발로 쓴 글이라 해서 그렇게 못 썼나 생각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고 하나요? 저 나라들 다 제가 애정하는 나라들인데~ 국경 때문에 겪는 아픔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3 01:46   좋아요 2 | URL
앗 발로 쓴 글이라는게 그렇게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군요. 발연기가 연상되는걸까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잘 쓴 책입니다. 그런데 잘 썼다 아니다를 떠나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땅의 사람들 이야기를 바로 현장을 보고 썼다는데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문태 기자님 아니면 누구도 못쓸 책이에요. 저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희선 2021-06-13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수민족 하면 중국쪽에 사는 사람이 생각나고 여전히 중국 때문에 힘들다는 것밖에 모르는군요 중국 바로 밑이 동남아시아네요 중국과 가까운 쪽은 여러 가지 일이 있겠습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면 좋을 텐데, 거기에도 힘을 가진 사람이 그걸 놓지 않으려고 거기 사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나 싶네요 욕심을 버리면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1-06-13 03:41   좋아요 3 | URL
사실 모든 심각한 문제들도 그 해법을 찾아보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 욕심을 버리면 되는 건데 그 욕심이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버려진 적이 없다는게 문제겠죠. 그리고 그 욕심을 포장할 수 있는 언어적 수사들이 난무하는 것도요. 지구의 모든 곳의 평화를 기원하는거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네요.

그레이스 2021-06-13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 봐야겠네요.
기사는 방금 읽었습니다.
세상에 눈뜨게 해주는 발로 쓰는 글!
이런 글들은 찾아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이 읽으신 책도 제가 늘 따라 읽는걸요. 서로 따라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서 언제나 너무 좋아요. ^^
 

아침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계절이 바뀌듯이, 너무 당연해 이유를 붙일 까닭없이, 그 사람과 나는 만나왔다. 그 사람이 일하는대형마트의 휴무일에 맞춰 우리의 만남도 대체로보름마다 이뤄졌다. 함께 앉아 있던 놀이터 주변에 개나리가 피어 있으면 보름쯤 뒤에는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이 보이고, 다시 보름쯤 뒤에는 동네 곳곳에서 봉오리를 터뜨리는 목련을, 그다음보름쯤 뒤에는 집집마다 하나쯤은 있는 자목련을, 그 다음엔 어디든 보이는 나무마다 내려앉은 연둣빛을 볼 수 있었다. - P11

나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바르게 산다고, 나 혼자 제대로 산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분리수거를 철저하게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집안일을 했지만 나의 노력은 너무 쉽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전락되었다. 내가 식구들의 일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화가 났다. - P37

부모의 기대를 받지 않은 나는어떤 삶을 살든 부모에게 평가받지 않았다. 잘하라는 북돋움도, 못한다는 질책도 받지 않았다. 무엇이 되라는 강요도 없었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도 상관이 없었다. 아무여도 상관이없었다.
- P59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아니라,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것도 아니라, 그저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른 척 무시하고 안 보이는 척외면해왔던 것이다.
- P62

그러나 아무도 나의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집안일이란 집에 있는 사람이면 하는 일, 바깥 일이없는 이가 하는 일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가치로 환산할 의미조차 없는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니 나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점점 더 말수를 잃었고, 내 의견은 좀처럼 누구에게도 마음을 끌지 못했다.
- P104

그런 말을 듣다 보면 집에 붙박인 이유에 회의감이 들곤 했다. 내가 없어져봐야 알 테지. 내가사라져봐야, 나 없이 생활해봐야 내 존재의 필요에 대해 깨닫겠지……라는 생각이 무시로 들었다. 그러나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때려치워도 나갈 곳이 없었다. - P108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그러곤 뚝, 통화가 끊겼다.
- P117

누군가와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것두가 그 시기에 걸맞은 때에 행하는 것이 보편의삶인데, 내가 보편의 삶을 살지 못해서 나에게는늦거나 이른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적인벽에 맞닿으면 자꾸 잘못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 P120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쓴다는 포즈만 취해왔던것이다. 시와 같은 편이 되거나 시와 같이 어울려야 하는데 나는 늘 속내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듯이 멀찍이서 노려보기만 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나를 그려 넣고, 나를 새겨야 하는데 그마저도 용기 내지 못했다. 시를 쓰지도 못하면서 시 쓰기를 꿈꿨다는 건 시의 그림자에 숨어 내 언어가사라지는 줄도 몰랐다는 뜻이었다.
- P166

필사 노트는 계속 늘어났다.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곧바로 시가 써질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밤새 언어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므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시집을 읽거나, 몽상을 하거나, 끊임없이 단어를 열거하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것마저도 최선을 다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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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에 젖은 어머니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라고? 우리는 우리 너머를 바라보며 다른 곳에 있기를 갈망하는 어머니를 원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발 디딘,
활기차고 능력 있고 우리의 필요와 요구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어머니를 필요로 하지.
- P104

아버지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할 때, 우리는 그게 아버지가 응당 해야 할 몫이라며용인한다. 어머니가 세계에 나아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할 때는 어머니가 우리를 버렸다고 느낀다. 이리도 모순되고 사회의 가장 강력한 독기를 머금은 잉크로 쓴 메시지를 어머니가 용케 견더 내는 게 가히 기적이다. 그러니이성을 잃지 않을 수가 있나.
- P106

다른 사람이 우리 대신 상상해 온 인물이 되는건 자유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두려움에 우리 삶을 저당잡히는 일이지.
상상으로나마 자유롭다고 여기지 못한다면, 우리는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 P107

아주 어린 나이부터 우리는 자기 표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언어를 중단하는 것이 적당한 언어를 찾는 것 못잖게 중요한 순간들도 있다. 진실이 저녁 식사 자리에 모인 손님 중에서 반드시 가장 재밌는 손님으로 꼽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뒤라스가 암시하듯 우리에겐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자신이 항상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 P116

여자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자기 이름을 지워버린 사회의 서사와ㅠ결별할 때, 그가 맹렬하누자기 혐오에, 미칠 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이 멎지 않는 회한에 빠지리라는 게 사회 통념이다. 이런 것이 여자를 위해 마련된,
그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가부장제의왕관에 박힌 보석들이다. 눈물지을 순간이 넘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가치도 없는 그 보석들에 손을 뻗느니 검고 푸르스름한 어둠을 두 발로 통과해 지나는 편이 낫다.
- P160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은 삶의 비용으로 만든 글이며 디지털 잉크로 만들어졌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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