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마도 - 김연수 여행 산문집
김연수 지음 / 컬처그라퍼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한다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되고 싶지만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아닐까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있다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 - P75

 

책을 읽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제일 쉽게 대답할 수 있는건 재밌으니까요 정도?

하지만 뭔가 더 멋있는 말을 하고싶은 욕망은 분명히 있다.

가끔 잘난체 해도 될 듯싶은 대화에서는 한 번씩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나는

"책 특히 소설을 읽으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물, 살아보지 못한 삶을 한번 살아보는 느낌이 들어요. 나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한번 바라보고 나면 내가 뭔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된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자꾸 책을 찾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몇번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된 느낌을 좀 더 확장하려면 인문학이나 예술쪽 책들도 좀 더 읽어줘야 할 것 같고요라는 대답까지는 한번도 한적이 없고 그냥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김연수 작가의 여행에세이집인 이 책에서 작가가 책에 대해 하는 저 말을 읽으면서 "아 정말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데 어쩜 저렇게 멋있고 정확하게 표현했지"라고 감탄하면서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라고 생각한다.

 

여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행의 목적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는  있다는 그러므로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다바뀐 풍경은 낯설다새롭고 또 신기하다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상대적인 이야기다나를 둘러싼 풍경만 낯설고 새로운 게 아니라  풍경 속의  역시 낯설고 새로운 존재 이방인이다- P255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이 된 나를 바라보면서 새롭고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여행의 즐거움은 책이 주는 즐거움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나와 대부분의 사람들은 쳇바퀴처럼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을 치우고 밥을 하고 매일 매일 되풀이 되는 일상에 갇혀지낸다.

매일 매일 새롭고 스펙터클한 일이 터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말이다.

또한 일상에서 매일이 새롭고 스펙터클하다면 아 그건 그것대로 커다란 불행이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책과 여행은 안전하게 내가 매일이 새롭고 스펙터클해질 수 있는 길이었구나, 그래서 내가 이 2가지를 그토록 좋아하고 열심이었던거구나.

역시 책은 다른 세상을 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하고 더 소중하게 여기는 힘도 있었구나 하면서 감탄하게 된다.

 

김연수작가는 5년동안 론리 플래닛에 여행에 관한 58편의 짧은 글을 연재했고, 그 결과가 이 책이다.

각 글의 길이는 3-4페이지 정도로 짧고, 여행이 주제라는걸 제외하면 딱히 공통적인 점이 없어 심심할 때마다 부담없이 들고 읽기에 좋다.

하지만 그런만큼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생각을 품고 있어 누가 읽어도 아 맞아 나도 같은 생각이야라는 문장 몇개 쯤은 얻어낼 수 있을 테고, 또는 그런 상황과 관련해서 나도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니 일개 서커스단으로서는 코끼리의 먹이를 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운반하기에도 상당히 버거웠을 것같다하루키 소설에서 코끼리는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처럼 그려지는데먹이 문제를 생각하면 어쩐지 코끼리에게는 그런소멸 방식이 어울리는 듯하다.- P111

 

김연수 작가가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온 서커스단에서 본 코끼리 얘기를 풀어놓고 하루키 소설을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나는 엉뚱하게도 조선 태종 때 느닷없이 우리나라에 왔던 코끼리를 생각한다. 일본에서 선물로 보내졌던 코끼리는 처음에는 모두가 신기하게 보고 했지만 어쩌다가 사람을 두명이나 밟아 죽이게 되고 결국 유배형에 처해진다.

전라도로 유배를 간 코끼리는 곧 그 지방의 큰 골칫거리가 되는데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너무 많이 먹어서였다.

지방의 없는 살림에 코끼리가 먹어대는 걸 감당할 수 없자 지방관은 중앙에 서신을 보내 제발 코끼리 좀 어떻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하게 되고 불쌍한 코끼리는 이 고을 저 고을을 떠돌게 되는데 그 코끼리의 마지막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 코끼리에 대해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소설을 쓸까? 에세이를 쓸까 잠시 고민했지만....

에휴~~ 내 주제에 무슨... 리뷰나 쓰지 뭐....

작가가 되고 안되고는 글감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또한 원래 글을 잘 쓰느냐 못쓰느냐라는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건 쓸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아 나는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 저 조선의 코끼리 좀 살려주면 안될까라는 생각도 막 하게 된다.

 

이런 부산 말고 다른 부산은 없을까그러자 부산을  아는사람이 가야시장 맞은편으로 가서 186 버스를 타보라고 말했다. 다음  나는 186 버스그것도 운전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피난지 부산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만 있으면 최고였는데그러니 다음에는 노래까지 준비해서 다시 타봐야겠다.-P103

 

또 하나 이건 것.

여행이 굳이 멀리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다시 보고, 나를 다시 보는 것도 여행이다.

김연수 작가의 186번버스 부산 여행에 대한 짧은 글을 읽으면서는 그 186번 버스의 노선이 눈에 확 펼쳐졌다.

부산의 산복도로 곳곳을 휘감고 저 멀리 영도 태종대까지 가는 버스

좁고 가파른 길을 돌고 돌면서 여전히 너저분하고 어질러져있는 가난한 동네를 누비다가 어느 순간 멀리 부산항의 확 트인 바다를 보여주는 그 노선은 사실 부산의 속살같은 이야기들을 많이도 품고 있는 길이다.

오래 전 가끔 그 버스를 탈 때면 나는 '아 이런 곳도 사람이 사는구나'라며 더불어 그 동네들에 살고 있는 몇몇 친구들을 떠올리곤 했었다.

어느 여름 날 그 버스가 지나는 길에 살던 친구가 연락을 했었지.

집에 좀 와달라고...

혼자 자취하던 그 친구의 집이 아니라 방은 전날 내린 비로 천정의 벽지가 불룩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벽을 타고 내린 물로 방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젊었던 우리는 낄낄 대며 천정 벽지에 구멍을 뚫어 몇 바께스(양동이)나 되는 물을 밖으로 퍼날랐고, 청소를 하고 짐을 꺼내고 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비참하거나 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낄낄대고 있었고, 일을 마치고는 라면이었는지 짜장면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뭔가를 또 맛있게 먹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지나치게 현대화되어버린 자갈치 시장에서는 느끼기 힘든 사람들의 오래된 묵은 그런 이야기가 아직도 그 길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그 길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써봤으면 좋겠다.

나 말고 김연수 작가가.... 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한다.

많은 종류의 글이 있지만 에세이라는 이 장르는 그만의 방법으로 나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거였구나.

작가의 글이 내게 와 나의 마음이 되는 순간, 바로 그 순간 때문에 에세이를 읽는구나

에세이를 읽는 동안 나는 작가의 마음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로 인해 잠시지만 내 글을 써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래서 진짜 작가가 되기도 할테고,

역시 책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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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2-19 0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연수 작가님도 써주시고, 바람돌이님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바람돌이 2021-02-26 00:40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럼 김연수 작가님이 안쓰면 제가 쓰는걸로요. 비교라도 되면 다행인데 사실 비교도 말이 안되잖아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1-02-19 0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행의 목적이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꾼다는 말이 참 와 닿습니다. 자신을 잃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로도 생각되네요. ^^:)

바람돌이 2021-02-26 00:43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의 자리를 바꿔보는 것, 그래서 뭔가 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뭐 그런 말이겠죠? ^^ 책을 읽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결국 얻는 것들은 비슷한 것 같아요. ^^

scott 2021-02-19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님 말씀에 동감!!
186번 버스의 노선~부산의 산복도로 곳곳을 휘감고 저 멀리 영도 태종대까지 가는 버스~
광고에 휘황찬란하게 나오는 유럽 풍경이 아닌!!
부산,뿌산의 186번 버스, 바람돌이님에 그친구!
에피소드가 더 더 감동적임
오늘에 이페이퍼는 나와 다른 사람들 바람돌이님 김연수님의 여행지 에피소드로 만나게 되는 !
제임스 설터 옹이 쓰지 않으면 모든게 사라져버린다고
오로지 글로 기록된것 만이 진짜 ...모든건 꿈일뿐....

바람돌이 2021-02-26 00:45   좋아요 1 | URL
scott님 말씀 감사해요. ^^ 아 186번 버스 노선은 그냥 타봐야 돼요. 진짜 말로 설명하기 힘든 굉장히 다양한 감흥을 가져다 주거든요. 근데 이 버스 노선 무지 길어요. 진짜 날잡아서 맘먹고 타야 되는데요. ㅎㅎ
제임스 설터 옹이 그랬군요. 맞는 말 같아요. 이 글 쓰다가 아주 오래전 연락이 끊기고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그 친구 생각을 다시 살려냈기도 하고, 그 덕분에 전 그 친구를 잊지 않겠죠? ^^

희선 2021-02-26 0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선 시대에 그런 코끼리가 있었군요 살던 곳을 떠나 모르는 곳으로 오게 되고 이리저리 가게 되다니... 그 코끼리는 나중에 어떻게 됐을지...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밖에 나가는 게 다 여행이다 하더군요 그런 마음으로 다니면 즐거울 듯도 합니다 저는 다른 데 가는 거 안 좋아하지만... 실제로 안 가고 책으로 가죠


희선

바람돌이 2021-02-26 00:50   좋아요 1 | URL
아마도 동남아쪽에서 일본으로 선물을 보낸 듯한데 그걸 또 일본이 다시 조선으로 선물을 보낸거죠. 일본도 아마 코끼리 먹이 주는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보낸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뭔가 새로운걸 발견하는 것,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모두 여행일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심지어 집밖을 안나서도요. 내방 여행하는 법이란 책도 있잖아요. ^^ 그러니 책을 통한 여행은 더 넓고 무한한 여행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

scott 2021-03-05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
추카~*추카~*
바람돌이님의 추억의 여행기도 하나씩 풀어 놓셔야 할것 같아요 ㅋㅋ


바람돌이 2021-03-05 23:19   좋아요 1 | URL
scott님도 축하드려요. 그것도 두편이나.... 알라딘 적립금은 들어오기만 하면 또 더 보태서 무슨 책을 사나 고민하기 시작한다죠. ㅎㅎ

모나리자 2021-03-05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바람돌이님~ 모두 대단하시네요~ 주말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바람돌이 2021-03-05 23: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주말 되새요
 

그러고 보면 그건 정말 대단한 단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세계의 끝이랄 수는 없지만, 조선의 끝이나 다름 없는 곳이고,
그런 데서 사내들이 모여서 손가락을 자르는 발가락을 자르는이 세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손가락을자른 것이다. 만약 안중근이 이토를 죽이지 못했다면, 그 손가락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연해주 벌판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 P140

조직은 인간을 난쟁이로 만든다는 것, 고독은 우리의 성장판이라는 것,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해야 할 일을 할 때 인간은자기보다 더 큰 존재가 된다는 것. 비록 나는 안중근의 손가락은 찾지못했지만, 그의 여정이 내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P141

죽음을 앞둔 폐결핵 환자 카프카는 베를린 그루네발트 길을 걷다가 울고있는 소녀를 만났다. 카프카가 우는 이유를 묻자, 소녀는 아끼던 인형을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카프카는 "네 인형은 그냥 여행을 떠난 거야"라고말했다. 소녀가 그 말을 믿지 않자, 그는 "네 인형이 나한테 편지를보냈는걸" 하고 대답했다. 정말이냐고 소녀가 물었다. 그렇다고 카프카가대답했다. "지금은 안 가져왔지만, 내일 여기 오면 내가 줄께." 그리고전영애 교수는 다음과 같이 썼다.

그렇게 그때 카프카와 함께 산책을 했던 도라 디아만트는 전한다. 어떻게그날부터 카프카가 그 고유한 창작의 열의를 쏟아 인형의 편지를 써갔으며,
하루하루,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소녀에게 읽어주었는지를, 인형이 이곳저곳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마침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그리하여 이제 옛 소녀에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삼십여 통의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팔십여 년이 지난 몇 년 전, 한 카프카 연구가가이제 와서 그 편지를 찾아보겠다고 나서면서 화제가 되었다.
- P171

이 일은 두 가지 부작용을 갖고 있다. 우선 오만해지고 독선적인 사람이된다는 것. 이를 선지자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남이 못 보는것을 꿰뚫어보는 자는 자기가 보는 것을 보지 못하는 자를 낮춰볼수밖에 없다. 싱클레어가 낮과 밤을 나눴듯이 선지자 콤플렉스에 빠진사람 역시 세상을 이분법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어떤 이분법을펼쳐도 자신은 좋은 쪽에 속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 P188

두 번째 부작용은 음모론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세계를 불신하기 때문에 어떤 현상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므로분석이 필요하다. 분석이라고 썼지만, 선지자 콤플렉스와 결합되면 이는
‘관심법, 즉 다른 사람의 속셈을 훤히 꿰뚫어보는 일을 뜻한다. 한 사람을둘러싼 리얼리티는 그의 성장 과정과 가치관에 따라 선별적으로재구성된다. 그러므로 같은 리얼리티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의리얼리티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교통사고를 목격해도 목격담은달라질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그간 예술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여러 번 증명됐다. 그러므로 관심법으로 알 수 있는 타인의 마음은없다는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자꾸만 알아내고자 할 때 문제가 생긴다.
- P188

기억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든다. 포토샵이 사진의 노출을보정하듯 기억은 과거에 관한 판단을 보정한다. 좋았던 시절은 더또렷하게, 나빴던 시절은 더 흐릿하게 혹은 그 반대로, 그제야 우리는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삶을 바라보느냐, 더 나아가서어떻게 말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P235

여행의 목적은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세계를 바꾸는 데 있다는 걸, 그러므로 여행자란 움직이는 사람이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바뀐 풍경은 낯설다. 새롭고 또신기하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상대적인 이야기다. 나를 둘러싼 풍경만 낯설고 새로운 게아니라 그 풍경 속의 나 역시 낯설고 새로운 존재, 즉 이방인이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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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일개 서커스단으로서는 코끼리의 먹이를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운반하기에도 상당히 버거웠을 것같다. 하루키 소설에서 코끼리는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것처럼 그려지는데, 먹이 문제를 생각하면 어쩐지 코끼리에게는 그런소멸 방식이 어울리는 듯하다.
- P111

음, 그러나 컴퓨터가 더 중요해졌다는 건 인정해야겠다. 당시김정흠 교수는 컴퓨터의 도움으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도 대학교1학년과 비슷한 수준의 교양을 갖추리라고 예언했는데, 틀린 말도아니다. 스마트폰을 붙잡고 종일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게임에몰두하느라 대학교 1학년의 교양 수준이 초등학교 5학년 정도로 떨어진것 같으니까.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인 셈이다.  - P113

여행의 교훈은 내가 보는 세상이 이처럼 상대성의 원리로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 빈민이 많은 저개발국을여행하고 돌아오면, 미안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게 참 행복하게느껴진다. 하지만 유럽 여행 뒤에 바라보는 한국은 전생에 나쁜 일을하다가 죽은 이들이 오는 곳 같기도 하다. 당연히 한국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다. 한국은 그저 한국이다. 여행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두 지역을 한데 놓고 비교하는 어리석음을 피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여행이 가능하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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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이 너무 고파서 책을 골라 읽었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이었는데, 그냥 내가 생각한 그런 주제가 아니었던거지....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면 가끔은 이런 일이 생긴다.

그 책 덕분에 더더더 여행이 고파져 아예 여행을 주제로 쓴 에세이를 들었다.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는 언제나 좋으니까....... 작가님에게 미안하지만 김연수작가에 한해서 나는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여행의 순간과 겹치기도 하고, 여행과 독서에 대한 생각들을 읽으면서 아! 이 느낌 알아! 하면서 손뼉을 친다.

작가란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지....

같은 경험을 해도, 같은 책을 읽어도 왜 나는 그런 생각, 그런 표현들을 못하는걸까 자괴감에도 잠시 빠지고.....

 

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 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 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의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 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P5

 

맞다. 나 역시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선의에 기대는 법을 익혔다.

예전에는 내 안에 있는 오래된 수줍은 성격과, 이런걸 물어보다니 그것도 몰라라고 무시당할까봐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온다.

 

어떤 순간들이 있었지?

예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터키 파묵칼레 가는 길에 버스를 잘 못 내려서 호텔을 찾을 수 없었던 기억.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시골 길거리에 있는 거라곤 고양이 3마리, 개 1마리!
야옹아, 멍멍아 너희는 여기가 어딘지 아니? ㅠ.ㅠ

마지막 수단으로 예약한 호텔에 전화를 했고, 우리는 헬프 미를 외쳤다. 주변에 간판 하나를 간신히 읽고 알려주니,

바로 ok하면서 기다리라더니 잘생긴 청년이 너무너무 낡은 자동차를 타고 우리를 데릴러 와줬었지....

 

딸과 함께 간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받은 티켓을 한국 집에 그대로 두고 와버렸다.

도쿄의 호텔에서 그 사실을 깨닫고 부랴 부랴 집에 전화해 티켓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 하고 무작정 지브리 스튜디오로 갔었다. 당시 딸과 나의  도쿄 여행의 목적 자체가 지브리 스튜디오였기 때문에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우리는 입장을 거부당하고 하염없이 입장하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밖에.....

도쿄의 지브리 스튜디오는 한달 전에 티켓이 오픈되면 며칠 내로 마감 되어 버리는 곳이다.

돌아가야 하나 어쩌나 처량하게 있다가 입장권을 받고 있는 사람 중에 정말 맘씨 좋고 예쁘게 생긴 젊은 아가씨를 우리는 공략하기로 했다.

안되는 영어로 "나 티켓 끊었어요. 이것봐요. 이게 내 티켓이예요, 어떻게 우리 들어갈 수 없을까요? 우리 이거 보려고 한국에서 왔어요?"

그 예쁜 일본 아가씨는 측은한 눈으로 우릴 보더니 실물 티켓은 어디 있냐고?

그거야 한국에 있는 우리 집에 있죠. 더더욱 불쌍해 보이게 얘기했다.

더더더 측은한 눈빛과 난감한 표정으로 우리를 보던 아가씨는 좀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한 30분쯤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건 정말 너무 너무 특별한 경우라고 몇번이나 강조하면서(아 그때의 영어 스페셜 스페셜이 얼마나 희망차게 들리던지.....) 왠 종이쪼가리를 하나 줬다.

그리고 쭈욱 길을 가르쳐 주면서 저쪽에 가면 편의점이 있는데 거기 가서 이 종이를 보여주면 티켓을 줄거다라고....

물론 공짜는 아니고 요금을 다시 지불하는 거였지만, 비행기 타고 다시 도쿄로 오는 것에 비할 것인가?

그녀의 친절에 딸과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스페인 톨레도에서는 관광객들이 잘 안가는 지역 박물관을 갔었다.

우리의 목적은 그곳에 있는 엘 그레코의 그림이었지만 지역 역사를 보여주는 상설 전시도 꽤 흥미로웠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곳의 유물들과 그림들을 보고 있는 동양인들이 신기했나보다.

박물관 도슨트로 보였던 중년의 여성이 우리에게 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박물관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특히 엘 그레코의 그림들이 있는 핵심방이었는데.....

문제는 그녀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해서 스페인어로 계속 이야기했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하나도 못해서 안되는 영어와 한국어로 계속 떠들었다는 것......

서로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다가 참 신기하게도 우리는 어느 순간 의사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우리에게 필사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그 방의 엘 그레코의 그림 중 몇점이 진짜가 아니고 복제품이라는 것.

진짜는 당시 일본으로 순회전시를 갔다고....

그래서 이건 진짜야, 이건 복제품이야 하나 하나 찍어가며 스페인어로 알려준 것이었다.

거기서 난 스페인 사람들이 일본을 하봉이라고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페인어에서 영어 J가 히읗 발음이 난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은 다음이었다.

그 친절한 도슨트 여인은 마지막 순간까지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어디로 가야 하며, 박물관 속 엘 그레코의 그림속 소녀가 지역 내 성당 어디에 또 있는지까지 너무 열심히 알려주고, 아쉽게 우리가 나올 때는 예쁜 엽서세트까지 선물로 줬다.

톨레도가 내게 지금도 아름답게 남아있는건 그녀때문이다.

 

마드리드에서는 지하철에서 카메라를 통째로 소매치기당했다.

왠만하면 여행이 더 중요하니 포기하고 말겠지만, 문제는 이 카메라와 딸려있던 렌즈까지 가격이 합치면 100만원대였다는 것.

그래서 남편과 나는 용감하게 경찰서를 찾아가 폴리스 리포트를 받기로 결정했다.

카메라는 잃어버렸지만 한국 가서 보험금은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외국인이 폴리스 리포트를 받을 수 있는 경찰서는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몇번의 헤맴과 엉뚱한 장소를 거쳐 거쳐 가는 동안

우리는 영어가 하나도 안되는 마드리드 길거리의 경찰관, 아저씨, 아줌마들을 무수히 만나면서 우리의 상황을 보디 랭귀지 또는 상황극으로 보여주고 길을 물어 물어 어느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경찰서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길을 물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들 어찌나 친절하게 알려주려고 노력하던지, 그들의 선의에 지금도 감사하여, 이상하게도 유럽에서 흔히 만난다는 인종차별이나 그런건 한번도 느끼지 못했었다는 것도 감사하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카메라를 도둑맞아 슬프고 분노하고, 길을 찾는다고 너무 오랜시간을 헤매서 지치고 정말 엉망인 상황이었는데 경찰서 입구에서 반전을 만났다. 경찰서 앞에서는 한 중국인 부부가 아주 흥분해서 뭔가를 유창한 영어로 정말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가만 들어보니 그들의 렌트한 자동차를 통째로 도둑맞았다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야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가 잃어버린게 겨우 카메라인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마 내 기억속에 가장 고마운 사람, 생명의 은인은 대학교 1학년 겨울에 계룡산에서 만난 분이었으니.....

같은 동아리에 유난히 학구열에 불타는 남학생 녀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이 같은 1학년들을 꼬드긴게 뭐야하면, 선배들 빼고 우리 1학년끼리 계룡산으로 엠티를 가자는거다.

그래 그거 괜찮지... 그것만이었으면 걔가 미친놈이 아니다.

가서 3박4일동안 사회과학서적 세미나를 하자는거다.(그 동아리가 사회과학동아리였다.)

뭐 나야 지금이나 그때나 누가 뭐 하자고 하면 머리 텅 비우고 그러지 뭐 하는 애니까 당연히 OK했지.

그래서 생전 처음 배낭에다 두꺼운 사회과학 서적 5권을 집어넣고, 쌀도 넣고, 반찬 재료도 넣고, 옷도 넣고 하여튼 배낭을 빵빵하게 해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이 미친 놈의 계획은 단합대회랍시고 그냥 계룡산 밑에서 민박잡아 놀고 공부하는게 아니라, 동학사에서 계룡산을 넘어 갑사로 가서 민박을 잡는 거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 등산이 이거였다. 난 등산이 이렇게 힘든지도 몰랐고, 그 배낭이 그렇게 무거울줄도 몰랐다.

산을 반쯤 올라갔을 때쯤, 나와 다른 한명의 여자 친구는 얼굴이 하얗게 떠서 배낭에 깔려 죽는게 이런거겠구나

더 이상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자리에서 우리는 아 죽는구나 이러고 있었다.

같이 갔던 3명의 남자 애들이 우리 짐을 좀 빼주기는 했지만, 그놈들도 지 짐만으로도 이미 빈사상태였다.

그 순간 어디서부터 우리 뒤를 따라왔는지 모르지만, 맨몸으로 산을 오르고 있던 아저씨 2분(지금 생각하면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20살의 나에게는 다 아저씨였으니.....)이 나와 다른 여자친구의 배낭을 말없이 들어주셨다.

그 때 딱 한마디 하셨다. 어휴 배낭이 왜 이렇게 무거워요라고...

아마 그 분들은 그 안에 두껍디 두꺼운 벽돌책이 5권이나 들어있다는걸 절대 절대로 몰랐을거다.

그분들이 산 정상까지 배낭을 들어주신 덕분에 기력을 회복한 우리 둘은 정상에서 배낭을 돌려받고, 감사인사를 백번쯤 하고 하산하여 무사히 갑사로 내려갈 수 있었다.

정말로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고, 올라가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인적사항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내게는 생명의 은인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후 공부를 했을까?

그럴리가...

녹초가 되어 민박집에 들어간 우리들은 그 순간부터 욕이란 욕은 다 그 미친놈에게 퍼붓고, 그러고는 또 20대의 미친 회복력으로 3박4일간 술만 먹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 이후로 나는 여행을 갈 때 절대 책을 들고 가지 않는다.

책은 여행 가기 전에, 그리고 다녀와서 읽는거야라는 삶의 신조를 세웠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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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2-17 01:29   좋아요 1 | URL
진짜 무식해서 그랬던거죠. 지브리 스튜디오 티켓가격은 그렇게 많이 비싸진 않아요. ㅎㅎ

psyche 2021-02-17 03: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런 에피소드들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묘미인 거 같아요. 풍경이나 건축물이나 이런 구경은 사진이나 티비로 다 볼 수 있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 거기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너무 좋네요. 저는 귀찮게 뭘 어딜가 이런 사람인데 바람돌이님 글 읽다보니 저도 여행가고 싶어요. ㅜㅜ

바람돌이 2021-02-17 16:01   좋아요 0 | URL
여행엔 역시 사람 냄새가 들어가야 여행이 완성되는거 같아요. 그 친절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지만 나의 일상공간에서는 내가 그 선의의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은 하게 되더라구요. ^^ 여행도 정말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서 저는 굳이 무리해서 다른 사람 스타일 따라갈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스타일대로, 노는것 조차도 남따라 하는건 너무 슬프잖아요. ^^

다락방 2021-02-17 0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바람돌이님... 등산에 사회과학 서적에..
제 친구가 책을 엄청 좋아하는데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선배들이 엠티가서 였나,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책을 읽도록 했대요. 그 후에 이 친구는 책을 안읽는 사람이 되었어요... 아아 게다가 사회과학 서적이라뇨, 바람돌이님.. 아아...........🥺

바람돌이 2021-02-17 16:03   좋아요 0 | URL
제가 20대인 시절에는 대학에서 그런 짓 많이 했어요. 그런데; 친구분은 어떡해요. 이 재밌는 책을 안읽게 되었다니.... 트라우마가 크셨군요. 역시 저는 20대일때도 현명했나봐요. 그 엠티에서 책을 확 집어 던져버리고 술을 선택한 바람에 지금까지 책을 좋아하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

유부만두 2021-02-17 0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수많은 여행지의 착한 분들! 특히 계룡산의 그 두 귀인은 잊을 수가 없겠네요.
바람돌이님 귀여운 시절 상상도 되고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4   좋아요 0 | URL
아 지금 그분들을 만난다면 정말 제가 업드려 절하고 한상 거하게 저녁 대접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생명의 은인이 맞다니까요. ^^

scott 2021-02-17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여행지 에피소드가 너무너무 현실적일정도로 그상황이 마구 떠올라서 공감이되네요.
여행길에서 만난 인연들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지만 이토록 고마운분들이였다니 !
마지막 계룡산이 귀인분들 최고네요 !

바람돌이 2021-02-17 16:05   좋아요 1 | URL
그쵸. 계룡산 귀인분들이 최고시죠. 그분들은 아마 좋은 어른이 되셔서 지금도 주변에서 존경받고 사랑받고 살지 않으실까요? ^^

hnine 2021-02-17 1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여행 참 많이 다니셨으니 풀어놓을 얘기가 정말 몇보따리 되겠지요?
감히 다 얘기해달라고 조를수는 없고,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풀어놓아주시면 귀 쫑긋하고 들을수 있겠지요.
대전으로 내려온후 동학사, 갑사 따로 가본건 여러차례이고 산책 기분으로 가곤 하지만 동학사에서 시작해서 갑사 찍는 코스 이건 각오하고 출발해야할 코스이지요.
그 벽돌책 다섯권이 어떤 책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1-02-17 16:09   좋아요 2 | URL
배낭을 들어주신 두 귀인분덕분에 계룡산이 너무 좋아져서 그 이후로도 저는 1년에 한두번씩 갔었어요. 특히 갑사가 너무 좋더라구요. 당연히 이후로는 배낭따위 들지 않고, 가볍게 허리쌕 같은거 하나 매고 갔다죠. ㅎㅎ
그 벽돌책들은 기억도 안나는데 경제학원론 책이 한권있었던건 기억납니다. ^^

수이 2021-02-17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 웃었잖아요. 벽돌책 가것도 사회과학서적 다섯 권이나_ 영화 속 장면처럼 그려져서 한참 웃었어요. 근데 저는 여행갈때 책 두 권은 꼭 갖고 가요. 안 갖고가면 불안해서요. 근데 이 글 읽고나니 계룡산 땡기네요 :)

바람돌이 2021-02-18 23:52   좋아요 0 | URL
웃자고 쓴글 맞습니다. ㅎㅎ 저는 여행기간에는 그냥 여행을 즐기자로 확실하게 태도를 정했습니다. ㅎㅎ 계룡산은 겨울에도 좋아요. 그 때는 갑사의 겨울 분위기가 정말 끝내줬는데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
 

여행자라는 약한 존재가 되고 난 뒤에야 나는 사람의 선의에기대는 법을 익히게 됐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에게는근처에 있는 호텔을 찾아가는 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일이겠지만, 그 동네 주민에게는 산책만큼 쉽다. 그러므로 그 여행자에필요한 행운은 단 한 사람, 그 호텔의 위치를 아는 현지인을 만나는일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대단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다.
서로가 약간의 용의를 내기만 하면 된다.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용의.
선뜻 도와주겠다는 용의, 여행지의 행운이란 이런 두 사람이 만날 때일어나는 불꽃 같은 것이다.
- P5

여행이란 가지 못한 길에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고, 그러고 보면 여행을 통해 나는 비정함을익혔다. 눈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그토록 찬탄하던 곳과 작별하는 법을알게 됐으니까. 이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 P31

2009년 캐용고는 글로벌 소프 프로젝트 Global Soap Project 를설립했다. 그 단체는 호텔 체인과 연계해 한 번 쓰고 남은 호텔 비누들을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하여 설립 3년째인 2012년에는 60 만개가 넘는 재활용 비누를 만들어 제3세계 아이들에게 나눠줬고,
2013년에는 200만 개가 넘는 비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여행하는내내 나는 그 많은 호텔 비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건 마치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존재론적인 질문처럼 느껴졌다.
심각하고 복잡해진다면, 정답일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 많은 호텔 비누는 제대로 씻지 못해 질병에 시달리는 제3세계아이에게 간다. 정말이지 이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멋진 정답이다.
비누는 계속 청결의 상징이 되어야겠다.
- P35

 20년 전의 나는하루라도 빨리 늙어버리고 싶은 20대였고, 이제야 그 소원을성취해나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젊음은 소중하다고 남들이 말하거나말거나 기필코 낭비하고 마는 그 무모함만은 부러웠다.
- P38

그래서 여행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젊은이가 되는데, 이 젊은이란 사실실제적인 나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낯선 도시에 처음 발을 디딘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자 또는 젊은이‘가 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너무나 서툴러서 태연하게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는 자신을감당해야 한다. 만약 그게 힘들다면, 당장 여행을 포기하는 수밖에.
물론 예외는 있다. 잘 짜인 패키지 관광을 떠나는 방법도 있지만,
이쯤이면 왜 효도 관광은 예외 없이 패기지로 떠나는 것인지 알겠지.
여행은 그렇다 치고, 그게 인생이라면 어떨까? 서투른 자신을 보는 게싫다고 패키지 인생을 선택한다면? 이번 여름 여행지에서는 이 질문을자신에게 던져보자.
- P39

자유는 남들이 바라보는 세계에 대한이해에서 비롯한다. 더 많은 사람의 관점에서 이 세상을 바라볼 수있을 때, 나는 더욱더 자유로워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되고 싶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이토록 많은 책이있는 게 아닐까? 원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될 수 있다. 이 자유를만끽하고 싶다.
- P75

이런 부산 말고 다른 부산은 없을까? 그러자 부산을 잘 아는사람이 가야시장 맞은편으로 가서 186번 버스를 타보라고 말했다.
다음 날 나는 186번 버스, 그것도 운전수 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알지 못하던 부산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피난지 부산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만 있으면 최고였는데. 그러니다음에는 노래까지 준비해서 다시 타봐야겠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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