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의식의 흐름인지 뭔지....
그래도 이런 식의 서술방법에 조금 적응하는 느낌이다. 물론 하나씩 떼놓고 보면 하나도 어려울것 없는 문장들을 심연을 탐사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1부를 다 읽고 난 지금 버지니아 울프가 이런 서술을 통해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지는 명확해진다.
표면에 보이는 것과 실제 속성이 전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그들의 변덕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서 하나하나의 인물들이 얼마나 상반되는 생각을 종횡무진 바꾸어 나가는지...
읽어나가다보면 내 머릿속을 해부당한 느낌이 든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머릿속에서 인간은 얼마나 자유롭고 오만하고 독선적인가?

아들 제임스에게 날씨가 좋으면 등대에 갈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시작했던 1부는 내일은 비가 올 것이므로 등대에 갈수 없을 것이라는 램지부인의 말로 끝맺는다.
낙농업이나 병원경영을 하고싶었던 램지부인의 소망과 관심은 누구에게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그러하다.
등대는 도달하지 못한 그녀의 꿈이었던걸까?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지는 책읽기이며 버지니아 울프가 왜 뛰어난 작가인지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또한 베풀려는,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그녀의 욕망이 결국 따지고 보면 허영이라는것도 신경 쓰였다. 진실로 그녀 자신의 만족감만을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그녀가 그렇게나 거의 본능적으로 돕고 베풀기를 원해서, 사람들이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오오 램지 부인! 사랑하는 램지 부인… 물론 두말할 나위 없이 램지 부인이지!"라고 말하고,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고, 그냐를 찬미하는 것이? 은밀히 그녀사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던가 - P62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지요?" 뱅크스 씨는 램지 씨의 잔등이를 바라다보면서 넌지시 한마디 던져 보았다. 그는 그의 우정,
그에게 한 송이의 꽃을 주기를 거부하던 캠, 그리고 램지의 모든자녀들, 그 자신의 안락하기 이를 데 없는 집, 그러나 아내가 죽은후로는 조금 지나치게 조용한 그의 집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가? 물론 그에게는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가 말한 대로 램지는 ‘위선자적인 면이 약간 있다‘는 데 그녀가동의해주었으면 했다.
- P69

그 모든 것 가운데서 캔버스 위에 아무렇게나극적거려놓은 몇 개의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남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에 걸지도 않을 것이었다.
탠슬리 씨가 그녀의 귓전에서 "여자는 그림을 그릴 수가 없어, 여자는 책을 쓸 수 없어………"라고 작은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P72

그는 타고나기를 일상사에 대해서는 장님이고, 귀머거리이며, 방어리이지만 특이한 일들에 대해서는 독수리의 눈과도 같이 예리한 눈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꽃들을 주목해 보는가? 아니다.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은 주목하는가? 그것도 아니다. 심지어는 자기 딸들의 아름다움, 아니면 그의 접시에 푸딩이올라와 있는지 로스트 비프가 올라와 있는지는 아는가? 그는 그들과 식탁에 앉아 있을 때면 마치 꿈을 꾸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중얼거리는 습관, 시를 소리 내어 암송하는 습관은 이제는 완전히 몸에 배어서 그녀는 겁이 날 정도였다. 때로는참으로 거북했기 때문에 - - P101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모임에서 그는 ‘램지 가에서의 체류‘를 냉소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를 하는가를 말해주고싶었다. 이들과 한번은 같이 있어볼 만하지만 다시는 아니라고말할 것이었다. 여자들이 그렇게 진부할 수가 없었노라고 그는 말할 작정이었다.  - P128

그녀가 알기로는 소위 행동규범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7조에(아마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그녀의 직업이 무엇이든지 간에 여자라면 마땅히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도와서 우쭐대고 싶은 간절한 그의 욕망과 허영심의 넓적다리뼈, 갈비뼈를 드러내고 편안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 P129

"오오, 커피!" 램지 부인은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진짜 버터와깨끗한 우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그녀는 분발해서 대단히 힘주어 말했다. 열을 올리고 유창하게 말하면서 그녀는 영국 낙농업의 부정을 묘사했다. 다시 말해서 문간에 배달되는 우유의 열악한 상태, 그리고 그녀가 왜 이런 것들을 고발하려고 하는가를 증명하려 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갔을 때 중앙에앉아 있는 앤드루부터 시작해서 마치 가시금잔화의 잔디에서 잔디로 튀어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자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남편도 웃었다. 그래서 부인은 높이 들었던 깃발을 내리고포대砲臺를 철거하지 않을 수 없었고 - P145

"그래요, 당신 말이 맞아요. 내일은 비가 올 겁니다. 갈 수 없을거예요."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다보았다. 그녀는 또 승리했기 때문에,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알고 있었으니까.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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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1-03-03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읽으셨네요. 전 이제 시작 :)

바람돌이 2021-03-03 11:33   좋아요 2 | URL
초반 진입장벽있더라구요. ㅎㅎ 아 저는 어제 이 글 쓰고나서 2부를 마저 읽었는데(2부는 한 30페이지정도밖에 안됩니다.)폭풍감격이었습니다. 와 소설을 이렇게 쓰기도 하는구나 싶으면서 굉장히 신선하더라구요. ^^

수이 2021-03-03 11:3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오늘 휘리리릭 날아보겠습니다

라로 2021-03-03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으시면서 계속 이런 글 올려주세요. 바람돌이님의 의식의 흐름,, 아주 좋은 걸요!! 앞으로 울프의 책 읽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1-03-03 11:34   좋아요 3 | URL
ㅎㅎ 그냥 읽으세요. 읽다보면 그렇게 어렵고 그렇진 않더라구요. 이런 기법의 책을 많이 읽으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신선하다는게 더 큽니다. 100년도 더 전에 작가에게 신선하다니.... 제가 무지한거란게 맞겠찌만요. ㅎㅎ 그나저나 라로님 대문 사진이 또 신선하게 바뀌셧군요. ^^

레삭매냐 2021-03-0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독서 모임에 미쿡인 한 분이
계시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원어민들에게도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전 여적도 울프와의 만남
이 어렵게 느껴지네요. 그렇다고 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6 13:4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서 계속 미뤄왔는데 읽으니까 반하게 되네요. ^^
 

자신이 위대한 사람 또는 그 비슷한 사람에 근접할 수 있다는 지적 허영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끊임없이 자신의 뛰어남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램지씨. 어쩌면 유아적인 감성에서 아직 못벗어난듯 보이는 가부장이다.
자신의 남편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고 그와 그의 지인들과 8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돌보는것에 자신의 삶의 지향이 있다고 굳건히 믿으려하는 램지부인.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자신 스스로 뭔가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끊임없이 또 느닷없이 소설의 시점이 바뀌고, 각자의 생각들도 작은 계기에도 확확 바뀌어 나가는걸 그대로 보여주어서 소설 읽기가 쉽지 않다. 이게 그 유명한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는 것인가?


이렇게 함으로써 그녀는 자신이 사사로운 여인이 아닐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이와 같은 일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녀가 베푸는 자선은 자신의분노를 어느 정도는 삭여주었고, 자신의 호기심도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었으며, 지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 그녀가 대단히 경탄해마지 않는 존재, 즉 거창하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원이될 수 있었던 것이다.
- P19

바람의 방향이 자주 바뀌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그녀는 반문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이상한 비합리성, 여인들의 낮은 수준의 지력이 그의 화를 북돋았다. 그는 죽음의 골짜구니를 말을 타고 달렸고, 산산이 부서져서 오한에 떨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는 어처구니없게도 엄연한 사실들을 무시하고, 자식들로 하여금 어불성설의 상황을 희망하도록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돌계단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빌어먹을." 그는 내뱉듯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했길래? 내일 날씨가 좋을지도 모른다고 했을 뿐인데, 정말그럴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 P49

즉 가장 완벽한 관계도 결함이 있으며 다음과 같은 시험을 견뎌내지못한다는 사실, 즉 그녀의 남편을 사랑하면서 사실을 사실로 파악할 수 있는 본능을 지니고 그녀는 사실 쪽으로 몸을 돌린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무가치성을 명확하게 느끼고 괴로워할 때, 그리고 이 거짓말들과 이 과장들에 의하여 그녀의 고유한 기능을 방해받고 있을 때 — 바로 이런 순간에, 그녀가 그렇게나 득의양양했던 직후에 비참하게 초조해하고 있을 때, 카마이클 씨가 그의노란 슬리퍼를 신고 발을 질질 끌며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면의 어떤 악마의 농간으로 그가 지나갈 때 다음과 같이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마이클 씨 들어가시는 건가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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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3-01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 유명하다는 의식의 흐름 기법,,,아무튼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젤로 재밌다는 <댈러웨이 부인>을 읽으려고 하는데 어느 세월에 읽게 될지,,,그러니 <등대로>는 뭐 말 할 필요가 없겠죠??^^;;;

바람돌이 2021-03-02 01:18   좋아요 0 | URL
저는 버지니아울프 책 처음인데 <등대로>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전집의 1권이었기 때문이라죠. ㅎㅎ 아주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정신이 좀 사납다고 할까? ㅎㅎ 그나저나 댈러웨이 부인이 젤로 재밌다고요? 음 그럼 다음책은 델러웨이 부인부터 읽도록 하겠습니다. ^^
 
테라 인코그니타 - 고고학자 강인욱이 들려주는 미지의 역사
강인욱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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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일제 식민지 시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란 대목이 있었다.

방랑벽이 있던 아버지는 툭하면 집을 나가 방랑을 했는데 그것이 만주로 간다고 했던가라는 대목이나, 그 시대 여학교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만주로 떠났다는 대목이었다.(그게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니 안타깝다)

그순간 우리 국토가 대륙과 이어져 있던 시기에 살던 사람들의 공간 개념과 섬이 아니면서도 딱 섬이 되어버린 지금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감각이 얼마나 다를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었다.

또한 그런 공간감각의 차이가 실제 세계와 역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이 책 <테라 인코그니타>를 읽으면서 예전의 저 생각이 다시 들었다.

길은 이어져 있고 그 길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물자와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갔을텐데, 1990년대 초반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기 이전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섬처럼 단절되어 어디로도 갈 수없는 고립된자로 살았었다.

이것이 우리의 역사인식에서 넓은 세계를 교류의 흐름속에서 파악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사실상 역사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놓치고 살았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말이다.

 

물론 그러한 오류가 우리 자신만의 지리적 입장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세계사 교과서는 선사시대가 끝나면 세계 4대문명부터 시작된다.

그 4대문명론에 대해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4대문명론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가 전세계를 활보할 때에 만들어졌다. 문명이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달했고 나머지 지역은 미개하게살았다는 생각은 몇몇 선진국들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우리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후기구석기시대의 유적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터키 남부에서 발견된, 1만 5000년 전에 만들어진대형 신전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 유적과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2만년 전의 토기가 대표적이다. - P22

 

4대문명을 배우다보면 마치 그 곳 외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고, 문명이 없었던 것처럼 저절로 인식이 흘러간다.

그런데 이것이 제국주의시대와 함께 만들어졌다는데서 갑자기 아!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결국 우리 자신에게 주어졌던 공간적 한계와 제국주의국가들에 의해 편협하게 그어졌던 인위적 경계가 우리의 역사인식을 국가 영토내로 한정하거나, 세계사적 인식에 있어서도 국가별 지역별 인식으로 한정해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교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의 한계를 가지게 되는데 교류를 끊임없는 흐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절된 행위의 반복으로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이런 역사인식의 문제는 무엇일까?

국가별 지역별로 동떨어져서 인식하는 역사인식에서는 불가피하게 나와 타자라는 구별이 먼저 전제되게 된다.

나 이외의 것은 타자가 되고 그 타자는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테라 인코그니타(미지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교류와 흐름과 영향이 먼저가 아니라 나와 타자의 구별이 먼저 전제되면 거기서부터 나라는 주체에 대한 과도한 선긋기와 집착이 시작되겠구나싶다.

나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긍지를 가진다는 것은 분명 아무 문제없는 절대명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많은 경우 타자에 대한 배제로 흘러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나와 타자 사이의 선긋기가 전제되는 역사를 우리는 계속 배우고 익혀온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의 이상할 정도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나타나는 인종차별, 난민문제에 대한 히스테릭한 반응의 원인이 물론 하나는 아니지만 이런 우리의 역사인식의 한계가 중요한 원인일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와 함께 여태까지 변방으로 여겨졌던 만주와 시베리아와 남미대륙의 역사를 종횡무진 달리면서 우리 역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독서였다.

또한 민족의 틀에 갇혀있는 역사교육을 교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역시 내게는 중요한 시사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한계를 짓든 실제 역사는 무수히 많은 교류의 흐름속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며 그렇다면 우리가 그 흐름을 파악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은 결국 배제가 아니라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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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3-01 08: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독립항쟁 당시 주역들은 기차를 타고 만주, 시베리아 등을 자유롭게 갈 수 있었고,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까지 구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오늘날 우리의 인식은 마치 고구려 멸망 후 남북국 시대의 신라처럼 대륙의 기상을 잃어버린 면이 있다 여겨져서 안타깝습니다...

바람돌이 2021-03-02 01:21   좋아요 2 | URL
대륙의 기상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요. 단지 단절된 공간인식이 우리 역사학계의 민족주의적 편향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극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scott 2021-03-01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 바퀴 언어‘ 라는 책에서도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언어속에 선사시대 문명의 흔적이 녹아 있다고 했는데 터키에서 발굴된 유적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듯이 민족의 틀넘어 문명 인류사 전체 폭넓은 시각의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바람돌이 2021-03-02 01:23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아요. 먼저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이 그런 역사의식을 가지고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를 제작해야 하고요. 근데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도 별로 없는데 문명 인류사적 시각으로 역사교육 내용을 재편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거의 없어요. ㅠ.ㅠ 한국사와 세계사를 통합교육하겠다고 항상 얘기하는데 왜 항상 실패하겠어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학에도 없고 일선 학교에도 없기 때문인걸요. ㅠ.ㅠ

희선 2021-03-02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예전에는 꽤 길게 이어졌는데... 실크로드는 신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아주 옛날부터 다른 나라 사람이 오기도 했는데, 그런 게 끊기고 말았네요 지금은 하늘로 간다지만, 코로나19가 막았네요 가끔 한국 사람인데 혼혈처럼 보이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 보면 오래전 조상에 다른 나라 사람이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단일민족이라고 배우는데 그건 아닌 듯해요 그것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역사는 한 나라만 알아서는 안 되더군요 그런 거 알아도 알려고 하지는 않는... 바람돌이 님 글을 보고 그렇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3-03 11:3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단일민족신화가 최근에 와서는 더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요즘 학교 교과서에서는 단일민족 어쩌구 하는 내용은 다 사라졌어요. 하지만 예전에 학교 다니신 분들은 아직도 저 신화를 맹신하는 분들 많죠. 근데 그게 다른 사람들을 핍박하는 용도로 휘둘러져서 더 걱정이에요. 어제 동두천에 외국인 노동자들 집단 감염 일어났는데 그것도 걱정이지만 또 사람들이 그들을 인간적으로 비하하고 욕하고 할게 더 걱정됩니다. 국수적 민족주의 인종주의가 코로다보다 더 무서워요.

하양물감 2021-03-0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라는 것이 거의 다 그러한 것 같습니다. 힘 있는 자들의 기록!!! 자기중심적 사고...

바람돌이 2021-03-03 11:39   좋아요 1 | URL
그런 기록들 중에서도 그래도 아닌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

감은빛 2021-03-02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인용하신 내용과 글에 쓰신 내용들 대부분에 동의합니다.
역사를 어떻게, 누구의 시선으로 보느냐, 그 관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일 수 있지요.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기존 역사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 중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소위 ‘환단고기‘로 대표되는 판타지의 영역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염려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바람돌이 2021-03-03 11:41   좋아요 0 | URL
환단고기류의 판타지는 언제나 있어왔잖아요. 요즘은 조금 더 세련돼 졌더라구요. 훨씬 더라고 할까?
어쨋든 저런 환타지 역사에 대한 위험도 항상 생각해야 할 듯요.
 
전쟁교본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배수아 옮김 / 워크룸프레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레삭매냐님 글에서 보고 어 이런책도 있어? 하면서 찾아보니 절판!

다행히 중고로 나온게 있어 잽싸게 주문했다.

 

브레히트가 잡지나 신문의 사진들을 오리고 붙여 그 아래에 4행의 시를 써서 만든 책이다.

브레히트 특유의 촌철살인 문장으로 빛나는 이 책은 사진이 보여주는 표면이 아니라 그것이 말하고 있는 본질을 꿰뚫고있다.

 

의미심장하게도 이 책은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할 당시의 사진을 시작으로 하고 있다.

전쟁교본이라는 제목으로 전쟁의 본질과 그 폭력성을 고발하는 이 책이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1933년 히틀러가 말로써 독일의 총리가 되었던 그 순간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한 히틀러를 총리로 만들고 나치당을 제1당으로 만들면서 일당독재의 서막을 연것이 무솔리니나 프랑코처럼 쿠데타가 아니라 선거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것은 히틀러의 연설에 열광했던 독일인들 전체에 결국 전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진에 붙은 아래의 4행시처럼 파멸로 향하는 그 길을, 자신들의 영광의 길이라 착각하면서.....

 

잠결에 이미 그곳을 달려본 자처럼,

나는 알고 있다. 운명에 의해 선택된

파멸로 향하는 좁다란 그 길을,

나는 잠 속에서도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대들이여, 함께 가지 않겠는가? - 사진 1

 

 

 

 

 브레히트의 비판은 전방위적이다.

전쟁이 일어나는데 히틀러와 나치세력의 주도성은 의심할 바 없지만 그들만의 힘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자주 간과하고 그들의 뒤에 슬쩍 숨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나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라고 말할거나 그저 나는 동원된 힘없는 일개 병사, 노동자, 공무원, 시민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말이다.

하지만 브레히트의 시는 누구도 빗겨가지 않는다.

폭탄을 떨어뜨리고 명중한 것에 환호하는 병사들에게도, 무기를 만들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하지만 인간에 대한 마지막 연민과 희망을 놓지 않는 것 역시 브레히트의 시가 보여주는 강인함이며 아름다움이다.

 

 

독일군이 휩쓸고 간 소련의 한 마을에 당도한 연합군이 아이들을 안고 환하게 웃는 이 사진에서 브레히트는

전쟁 이후 적이 아니라 서로 웃고 환호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전쟁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화의 세상이 오리라는 굳건한 믿음이 아니라면 이런 글을 남길 수 있을까?

브레히트의 시가 가지는 진정한 힘은 이렇게 강력한 휴머니즘에의 믿음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팔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팔로는 총을 들고서

더 나은 삶을 향해 이 삶을 무릅쓰는구나

나 기원하노니 이 피투성이 싸움이 끝나고 나면,

우리 민족의 아이들도 너희를 둘러싸고 환호하게 되기를.  - 사진 62

 

 

 

 

 

공습이 일어날 때마다 지하 방공호로 피난해야 하는 런던 거리에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어린 아이들이 피난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엇인가를 팔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본주의의 불평등이라는 것을 단 한장의 사진으로 고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더 보기도 하고 덜 보기도 하며, 제대로 본질을 포착하기도 하고, 겉만 훓거나 잘못보기도 한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브레히트의 대답이 여기 있다.

이 책을 펴내고 난 뒤에 이 책이 모든 도서관과 학교에 비치되기를 소망했다는 브레히트의 소망이 무엇이었는지도 이 책속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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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3-02 0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에 다른 곳에서 이 책 이야기 봤을 때는 몰랐는데, 브레히트 시인이군요 다 아는 건 아니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인가 하는 시 쓴 사람... 전쟁은 히틀러 혼자 일으킨 게 아니겠지요 그 뒤에는 히틀러가 한 말에 따른 사람도 많을 거예요 그때 독일이 안 좋았는데 히틀러가 살기 좋게 해줬다는 말이 있던데... 사람은 자신이 먹고 사는 걸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요 일본에도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란 사람 있고, 나라가 그 나라 사람을 속이기도 했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03-03 11:43   좋아요 2 | URL
브레히트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제일 유명하죠? 제가 브레히트를 처음 알았을 때는 책을 찾기도 힘들었고, 금서였어요. ㅎㅎ 오랫만에 브레히트의 그 날카로운 언어를 만나는건 여전히 좋더라구요.
 

 

 

 

 

 

 

 

 

 

 

 

 

 

 

브레히트는 평화교본을 계획했지만 갑자기 죽음으로써 이 한편의 평화교본만 남겼단다.

하지만 이 한편만으로도 충분하다.

더 이상의 무슨 메세지가 필요할까?

3.1절을 맞아 어떻게 평화가 가능한지도 한번 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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