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는 따라다니는 것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따르는 사람한테는 무언가 의심스러운 면이 있다. 나약함, 어쩌면 변태성을 뜻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이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부추김을 받는다.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라고, 그러나 복종에는 전복적인 면이 있다. 칼의 작업에서도 드러난다. 일련의 제한 조건 안에서 우연의 기회를 만든다.
게다가 칼에게 통제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는 있으나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는 그저 미궁에서 ‘길을 잃은 느낌을 받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칼이 앙리B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 한, 칼은 정확히 자기가 있어야 할곳에 있는 것이 된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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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사건을 기억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의여백에 이런 메모를 남겨놓았다. 나는 그렇다는 증거를 보고싶다. 책에서 읽는 것 말고 전에 있었던 무언가가 새겨진 흔적을 직접 보고 싶다. 도시를 책 읽듯이 읽고 싶다. 건물 앞쪽 표면에 아로새겨진 전쟁, 총알 자국. 누가 어디에서 죽었는지 말해주는 동판, 몽마르트르(몽마르트르는 순교자들의 산이라는 뜻이다.) 언덕 위 네오비잔틴 양식 웨딩케이크 같은 사크레괴르 대성당은 코뮌의 학살에 대해 신에게 사죄하는 건축물이다. - P154

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우리는 보헤미안 상드에 환호하면서 더욱 흥미로운 상드의 일면, 일상적 급진주의자로서 상드를 놓치고 있다. 특히 상드의 자전적 글을 보면 역사의 틈새에서 일상적 혁명을 힘겹게 조금씩 이루어나가는 여자들과 해방적인 역할을 하는 도시를 만날 수 있다. 상드의 문제는 해방된여자가 어떤 모습인지를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 P162

프랑스 여자들은 혁명이 자기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기회라고 보았고, 혁명 세상에서 자기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했다.
처음에는 환영받았다. 심지어 혁명에 기여한 공로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슨이유 때문인지(군과 관련된 여자들이 성적으로 방종했기 때문인지) 변절자라고 비난을 받았다.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1791)의 저자 올랭프 드 구주도 지롱드파의 지도자 롤랑 부인도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일을 보면 선을 넘은 여자들을 자코뱅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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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라 파파야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와우! 맛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드러운 맛을 가졌고요. 처음 내려서 한 입 먹을 때 부드러운 산미가 먼저 느껴집니다. 다음은 굉장히 옅은 단맛, 그리고 마지막 커피의 쌉쌀함까지 커피에서 원하는 모든 맛이 잘 어우려져 있네요. 다음 주문에서는 500g으로 주문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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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5-1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궁금한게...알라딘에서는 전세계 커피 빈도 파는 건가요? 알라디너분들이 매번 다양한 커피 리뷰를 올려놓으신 것 같아서요 ㅎㅎ 재밋고 신기해서요.

바람돌이 2021-05-12 08:55   좋아요 0 | URL
앗 답이 늦었네요. ㅠ.ㅠ
저도 잘 모르지만 매달 새로운 커피를 출시하는거 같더라구요. 그러니 저처럼 커피 좋아하는 사람은 어 이건 또 무슨 맛이지? 하면서 주문하게 된다는요. ㅎㅎ
 

나는 혼자 집 밖에 나갈 자유를 갈망한다. 가고, 오고, 튀일리정원 벤치에 앉고, 무엇보다도 뤽상부르에 가서 상점마다 장식된진열창을 구경하고 교회와 박물관에 들어가고 저녁에는 오래된 거리를 배회하고 싶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게 그거다. 이런 자유가 없다면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
- P30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프랑스 여러 도시를 상징하는 여자의 동상이 있다. 스트라스부르를 나타내는 동상은 자메 프라디에(James Pradier)가 조각했는데모델이 빅토르 위고의 애인 줄리에트 드루에라고 하기도 하고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애인 루이즈 콜레라고도 한다. 그러니이 동상은 스트라스부르의 알레고리일 뿐 아니라 위대한 예술가의 애인의 알레고리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나애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훤한 대낮에 파리 한복판에앉아 있으나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애쓴 도시로 추상화된 여자들이다."
- P35

여성은 도시의 심장에 몸을 던지고 걸어선 안되는 곳을 걷는다. 다른 사람(남성)은 아무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걷는 그 한복판을 걷는다. 위반의 행위다. 여자라면 고어텍스를 입고 쭈그려 앉지 않아도 전복적일 수 있다. 그냥 문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 P41

플라뇌즈는 밖으로 여행을 떠나고 가서는 안 되는 곳으로 간다. 가정이나 소속 같은 단어가 그간 여성에게 불리하게 사용되었음을 의식하게 한다. 플라뇌즈는 도시의 창조적 잠재성과 건기가 주는 해방 가능성에 긴밀하게 주파수가 맞추어진, 재능과 확신이 있는 여성이다.
플라뇌즈는 존재한다. 우리가 앞에 놓인 길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의 영역을 밝혀니갈 때마디 존재한다.
- P44

나는 제리코 유료도로로 차를 몰고 가며 가건물 같은 건물들을 보면 화가 난다. 우린 더 나은 것을 누릴 수 있지 않나? 인간은 어디에 데려다 놓든 잘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환경은중요하다. 환경은 결정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어떤존재인지,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결정한다. 우리 아버지가 건축계에서 스승으로 생각하는 루이스 칸(Louis Kahn)은 학생들에게 보 처럼 생각하라, 보처럼 느끼라, 무엇이 너를 미는지 무엇이 너를 끌어당기는지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게 건물을 통해 생각하는 방식이라고,
이게 내가 도시를 통해 생각하는 방식이다.
- P59

나를 걷게 하라. 내 속도로 걷게 하라. 삶이 나를 따라, 내주위에서 흐르는 것을 느끼게 하라. 극적인 일을 보여달라. 예상하지 못한 둥근 길모퉁이를 달라. 으스스한 교회와 아름다운상점과 드러누울 수 있는 공원을 달라.
도시는 우리를 달뜨게 하고 계속 가고 움직이고 생각하고원하고 참여하게 한다. 도시는 삶 그 자체다.
- P65

훨씬 좋아요." 울프에게 혼자 도시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상상해보지 못한 자유였고, 울프가 본격적으로 작가가될 수 있었던 계기가 이사였다면 글쓰기의 소재를 제공해준 것은 산보였다. 거리에는 울프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울프는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그려보았다. 주변에서 보는 삶이 "거대하고 불분명한 재료 덩어리 같았고 "나에게 전달되어 그것에 상당하는 언어가 되는 듯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하다 보니 "삶 자체를 종이 위에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삶의 열정"인 도시를 계속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되었다. - P127

전에는 시선의 대상이었지만 거리 산보자가 되면섹스나 젠더에서 벗어난 관찰하는 주체가 된다. 우리는 익명성의 외투를 두르고 종종 알 수 없는 도시처럼 우리도 알 수 없는존재가 된다. - P137

자기만의 방』에는 조용하고 분리된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이 글은 여자가 방 밖으로 나갔다가 부딪히게 되는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지금까지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성과 허구, 여성과 역사에 대해 대담한 질문을 던지는 지적 무단침입이기도 하다. - P138

문화는 존속하기 위해 불가해한 것을 필요로 한다. 불가해한 것은 논리와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
우리는 불가해한 것을 여성에게 투사해왔고, 여자는 수 세기 동안 여자에게 온전한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남자와 다를 수 있는 권리를 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분투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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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즐기는 여성들을 (좋게 말해) 부담스러워 하거나노골적으로 혐오하는 말들을 간혹 만난다. 이는 단지 여행으로 발생하는 소비에 대한 혐오만은 아니다. 세계 속의 한 인간으로, ‘독립적인 미물‘로 살아가고자 하는 단독자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꾸준히 억압당한 여성의 신체는 발과 입이다.
말하고 돌아다니는 여자.
- P243

여성=몸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연결된다. 구찌 가방을 주면샤워하러 가는 여성의 모습(영화 〈극한직업)이 유머로 소비되는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교환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의 몸으로 향하는 길을 돈과 ‘물뽕‘으로 다져놓은 세상에서 몸의 흥분은 없다. 몸의 지배만이 있을 뿐이다.
예술이 반드시 무엇이어야 한다고 정의하긴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예술이 억압의 도구이며 폭력의 구실이 되어선안 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저질러온 폭력이 얼마나 많은가.
- P266

게다가 지금까지 완벽한 사람을 본 적 없다. 식민지에 저항하면서 여성을 차별하고, 여성의 권리를 말하며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 높이며 인종차별을 하고, 인종차별을 비판하면서 계층에 무지한 사람들을 얼마나 쉽게 만나는가. 나는? 나는 어떨까. 나는 과연 이모든 구도에서 자유로울까.
- P269

도룡뇽 살리겠다고. 도룡뇽은 상징이다. 도룡뇽에서 시작해인간이 물, 흙, 동물 등과 연결된 존재라고 여기기보다 ‘고작도룡뇽 안에 갇혔다. 법적으로 패소했지만 지율 스님이 사회에 남긴 화두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 아닌 것에 대해, 인간과 인간 아닌 것에 대한 분리는 인간의 종류도 끝없이 분리한다. 정상적인 인간과 정상이 아닌 인간.
- P280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한국 바깥에서 여러 이민자들에게 감정이입하며 그들의 활동에 눈길을 두는 만큼, 한국 내에서도 다양한 이민자와 난민들의 활동에 관심을 두었을까. 어쩌면 나는 한국에서의 나의 위치, 곧 ‘한국에서 태이나 부모 모두 한국인인 한국인‘이기에 상대적으로 ‘몰라도 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 P330

아시아태평양난민권리 네트워크 APR RN에서는 "우리를빼고 우리를 논하지 말라" 라는 구호를 사용한다. 이 구호는난민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소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여성을 빼고 여성에 대해 말하는 자리, 성소수자를 빼고 성소수자에 대해 말하는 자리, 장애인을 빼고 장애인에 대해 말하는자리 등, 그들을 빼고 ‘우리끼리 모여 있는 자리가 많다. 우리‘가 모여 ‘그들‘을 정의한다. 존재를 압살하는 폭력이다. 저항예술은 이처럼 ‘정의당하는 존재가 그 정의의 틀을 부수고나와 스스로 말하는 행위다.
- P331

응우옌은 미국에서 ‘유색인종으로서 글을 쓰는 방식에대해 고민하며 토니 모리슨의 문학을 많이 연구했다. 주류 사회가 원하는 글을 쓰지 않기, 주류 사회에게 자신의 존재를설명하지 않기. 이것이 모리슨과 응우옌의 공통점이다. 응우옌은 미국에 화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베트남 전통의상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으로 베트남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서구남성의 시각을 비꼬며 식민지가 ‘여성‘으로 재현되는 방식을비판한다.
- P340

보편, 평범, 정상은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이 개념들은 다른 세계를 적당히 배척하며 그 지위를 얻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삶, 평범한 인간, 정상적인가정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이지 않은 삶, 평범하지 않은 인간, 비정상적인 가정이라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보편성과 정상성은 때로 권력과 연결되어 있다. 보편이 무엇인지 생각하기에 앞서 누가이 개념을 지배하는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 P347

백인 낙서‘으로 시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필요 없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제 목소리가 가진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체성 문제가 계급 문제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도 못하고, 인정하지도 않은 채 정체성‘과 ‘계급‘을 산뜻하게 분리한다. 여성의 비정규직화, 흑인의교육, 성소수자의 의료문제 등이 계급과 무관한 정체성 정치‘
일 수는 없다. 경제 문제와 정체성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 P355

다시 지오바니의 <자아여행>을 본다.

내 허락에 의하지 않고선
난 이해될 수 없다

아무리 봐도 굉장히 멋진 오만이다. 보편에서 밀려난 존재들은 이러한 오만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 허락 없이 함부로나를 정의하지 말라고,
- P359

‘의도‘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차별에 대해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의도를 과하게 변명하는 행동은 언제나 자신이 이해받는 위치에 있길 원할 뿐 스스로 이해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는 지독한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나온다. 의도, 의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라는 말, 진짜 지겹다. 결과에 대한 무책임일 뿐이다. 사람은 자기 의도를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폭력적이 되기 쉽다. 나의 의도만을 변명하는 게 아니라.
나로 인해 타인에게 벌어진 길과를 반성하고 책임질 때 아주조금이라도 성숙해진다.
- P362

군복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위해 국방부에 한 줄의 청원도 넣지 못하면서 여성에게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이뭐냐고 묻고, 묻고, 묻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않는다. 오히려 그 억울함을 빌미로 지속적인 권력 행위를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억울함은 폭력의 얼굴이 된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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