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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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인의 사막을 읽으면서 좋은 소설 또는 잘 쓴 소설은 어떤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어떤 책이든 작가의 의도는 쓸 때 필요한 것일 뿐, 나머지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감정을 바탕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하나의 판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독자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소설을 이해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는 글이야말로 좋은 소설이 되고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타타르인의 사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다.

내용은 정말 스포랄게 없이 너무 단순하다.

국경지역의 요새에 발령받은 드로고 중위는 처음에는 이 요새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어찌하다보니 그냥 눌러앉게 된다. 

사실 이런 일이야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지금 잠깐만 더 해보고, 또는 지금이 좀 어려운 때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하면서 어정쩡하게 눌러앉게 되는 상황말이다. 


어제는 그제와 똑같았고, 그는 그날들을 더는 구분할 수 없을 것이었다. 사흘 전 일이든 열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든 똑같이 까마득하게 여겨질터였다. 그렇게 그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 시간은 도피하고 있었다.(92쪽)


결국 그게 나의 삶이 되고 인생이 되어버리는 날들.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결국 지금 이 자리에 붙박이처럼 눌러앉게 되버린 예전의 내가 생각나서 피식 웃으며 '그래 이게 인생이야'라고 약간의 자조를 섞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꿈을 꾼다.

무언가 다른 삶이 또는 다른 기회가 여기서도 나를 찾아올거야.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거야라는 막연한 믿음 또는 근거없는 낙관과 희망 같은 것 말이다.


그들의 행운과 모험, 그리고 적어도 각자가 한 번쯤은 경험할 기적같은 시간이, 저 북쪽 사막으로부터 올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불분명해지는 이 막막한 우연을 위해, 군인들은 인생의 전성기를 요새에서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71쪽)


드로고 중위나 요새의 다른 군인들에게 그것은 저 끝도 없는 사막을 넘어 침입해올 전설의 타타르인이다.

내가 지키고 있는 이 국경선은 사실은 정말 중요한 곳인데 남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라는 자기 암시.

저 국경선 너머의 적들이 침입해 올 때 내가 진정한 군인으로서 그들을 물리 치고 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게 되리라는 희망.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끈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나날들.

이 또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과정일뿐이다.

요새에 사는 군인들만이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가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생존하는 이들이다.

그것이 전적으로 우연에 기대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각 개인의 내면에서는 필연으로 전화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타타르인들… 타타르인들... 당연히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 그러다 그대로 믿게 된다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실제로 일어난 일이지."(211쪽)


요새의 군인들이 허구의 타타르인들을 기다리는 것으로 그들의 삶을 규정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싶기 때문에 믿는다. 그 순간 우연은 자기 확신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이런 기대는 대부분이 우스꽝스러운 비극일 뿐이다.

우연은 우연일 뿐이며, 우연에 대한 기대는 자기암시일 뿐이라는 것이 자명해지는 순간이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기다리던 우연이 실현되는 순간에는 어쩌면 또 다른 우연이 파국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드로고 중위의 마지막이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찾아온 것 처럼.....


인간 또는 인간이 사는 세상은 결국 이 요새와 다르지 않다.

그 속에는 남들을 속이고 밀치고서라도 그곳을 떠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는 이들도 있고, 같이 침몰하는 이들도 있으며 어쩌다보니 평생을 바치고도 내쳐지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흔한 말로 삶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아무데서나 인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진부한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국경의 요새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저 세상이 이런 것 아니냐는 그런 말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것들의 토대가 얼마나 약한지, 허구적인지 한번 보라고 말이다.


아 그런데 이렇게 소설에 대해 생각해보다 보니 이런 해석만이 다는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된다.

국경의 요새에서의 생활을 인간사회에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읽을 수 있다면, 이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이야기는 또 다른 면으로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점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권하 이탈리아이다.

파시즘에 대한 저항, 알 수 없는 강대한 힘에 대한 반발과 불안이 이탈리아를 몰아쳤던 시기.

이 시기는 아직 파시즘의 정확한 정의는 알 수 없고, 그것이 부도덕한 이해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이라는것만 어렴풋하게 인식되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파시즘체제와 이 소설을 연결하는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서이다.

자신이 요새의 최종 결정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명령서 없이는 혼자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팔레르모 대령은 강압적인 체제하의 관료의 전형을 보여준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그의 존재감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에 아무것도 못하고 기다림만을 반복할 때이다.

또한 소설 속에는 드로고 중위 외에 두 인물의 죽음이 나오는데 이들의 죽음은 비극적이면서 동시에 희극적이다.

이들이 죽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들은 죽을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동시에 드는 것이다.

강압적이고 경직된 체제 속에서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난 병사 라차리의 죽음은 너무나 어이없어 보이지만 필연적이다.

스스로 생각할 힘을 잃은 체제의 희생양이라고 할까?

그에 비해 앙구스티나 중위의 죽음은 그런 체제를 내면화한 결과로 읽힌다.

자기 판단력을 상실하고 주어진 임무나 규칙에만 매몰되어버렸을 때 인간이 맞이할 수 있는 비극적 파국으로 그의 죽음을 읽었다. 이렇게 이 소설 속 인물들의 면면을 따지다보면 파시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비극이 보이는데 이건 나만의 느낌일까?


이 책은 결국 내게는 인간실존의 조건에 대한 메타포로도 읽혀졌고, 파시즘 체제에 대한 불안과 경고의 표현으로도 읽혀졌다.

하나의 소설이 이렇게 두 개의 커다란 주제로 읽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너무나도 완전히 결합하고 있다는 것은 책을 덮고 난 이후에 두고 두고 책 속 장면들을 곱씹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읽든 이 책은 걸작이다.

혹은 나와는 또 다르게 읽을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기다리는 설렘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줄기차게 질문하고 싶어질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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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13 08: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못읽고 반납했는데 사야할 것 같아요 ㅠ
희망도서는 제가 원하는 시점이 아닌 때 3권을 한꺼번에 안겨주는 단점이 있어요.^^

레삭매냐 2021-06-13 08:55   좋아요 4 | URL
옷 그 동네는 희망도서가 무려
3권? 저희 동네는 한 달에 2권
이랍니다.

수급이 너무 늦어요.

그레이스 2021-06-13 08:57   좋아요 4 | URL
저희도 늦어요
잊고 흥이 사라질 때 받아서 다시 반납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다리다 지쳐서 사거나..^^

바람돌이 2021-06-16 00:26   좋아요 0 | URL
도서관 희망도서... ㅎㅎ 저도 늘 이용하는 기능입니다. 신청하면 3주 정도 기다려야 하죠. 아주 옛날에는 이 희망도서를 무려 10권까지 신청할 수 있었는데 점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점점 줄어들다가 지금은 2권..ㅠ.ㅠ 저도 희망도서 신청해놨다가 아 이건 사야겟다는 생각이 들면 사기도 하고, 읽다가 중간에 덮고 이건 사야돼 하면서 사기도 해요. 아마 서재분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

레삭매냐 2021-06-13 08: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제 금요일날 주문한 디노 부차티
작가의 소설집이 도착했는데 피곤
해서 뜯어 보지도 못했네요.

<타타르인의 사막>은 정말 출간
되자마자 바로 사서 읽었던 것 같
습니다.

역시나 대단한 소설이었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28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 달에 사고 못읽은 책이 많으므로 부차티 새 소설집은 다음달에 살려구요. ㅎㅎ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된 기쁨을 만끽하게 해준 소설이었어요. ^^

페넬로페 2021-06-13 09: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설을 읽을 때 그 느낌에 대해 정말 다른분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질때가 있는것 같아요. 그건 아마 그만큼 그 소설이 좋아서 서로 공유하고 싶어 그럴수 있을것 같습니다. 진작에 사놓은 책인데 어서 읽어야겠어요^^

바람돌이 2021-06-16 00:29   좋아요 1 | URL
어떤 소설은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어떤 소설은 다른 생각을 듣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요. 이 속은 후자였어요. 아마 앞으로 다른 분들 글이 올라오면 아주 유심히 보지 싶어요. ^^ 페넬로페님의 생각도 너무 보고 싶으니까 어서 어서 읽으시어요. ^^

잠자냥 2021-06-13 10: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곧 읽고 어떻게 읽었는지 대답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0   좋아요 1 | URL
언제나 기다리는 잠자냥님의 글입니다. ^^

새파랑 2021-06-13 10: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사놓고 표지까지 벗겨 놓았는데 아직 못읽은 ㅜㅜ 읽으신다는 분이 많아서 저도 이걸 먼저읽어야 겠어요^^

페넬로페 2021-06-13 16:58   좋아요 3 | URL
저도 표지 벗긴 상태로 ㅎㅎ~~

바람돌이 2021-06-16 00:31   좋아요 1 | URL
책사면 표지부터 확 벗겨 놓는것도 비슷하네요. ^^ 읽을 때 표지 걸리적거려서 + 표지는 소중해서 맞죠? ^^

희선 2021-06-15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저는 둘 다 잘 모를 듯합니다 사람은 모르는 건 더 경계하고 무서워하지 않나 싶기도 해요 군대에서는 규칙이나 명령을 첫째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하기는 하지만 늘 그래야 하는 건 아닐 것도 같아요


희선

바람돌이 2021-06-16 00:34   좋아요 0 | URL
모르는건 두려움을 동반하는거 맞아요. 이 소설 속 인물들도 미지의 적 타타르인을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에 기반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알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모호함이 또한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고요. ^^

scott 2021-07-07 16: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달의 당선 축!카!축카!
7월 방학 시작!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1-07-07 16:42   좋아요 1 | URL
아 이책 아직도 못읽었는데 ㅜㅜ 당선작이니 빨리 읽어야 겠네요.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1 | URL
scott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이제 방학이 일주일 남았는데 매일 매일이 금요일 같은 날입니다. ㅎㅎ
새파랑님 빨리 읽으세요. 생각보다 재밌어요. ^^

그레이스 2021-07-07 16: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려요~♡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0 | URL
잊지 않고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ini74 2021-07-07 16: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축하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1-07-08 09:16   좋아요 1 | URL
mini74님도 감사해요. ^^

초딩 2021-07-07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바람돌이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08 09: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한동안 서재활동 못했는데 늘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지인님들 감사해요. ^^

bookholic 2021-07-08 04: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 2021년 6월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08 09:1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6월에는 글을 얼마 못썼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요. ^^

모나리자 2021-07-08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7-08 11:1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작은 기쁨인데 여러분들의 축하를 받으니 큰 기쁨이 되어가고 있어요. ^^

독서괭 2021-07-08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7-14 14:30   좋아요 0 | URL
앗 답이 늦었어요. 감사합니다. ^^
 

리머스는 꿈을 먹고 사는 데 익숙한 남자가 아니었다.
리머스는 감방 동료들을 경멸했고, 그들은 그를 싫어했다.
그들이 그를 미워한 이유는, 그들은 누구나 마음속으로 신비에 싸인 인물이 되기를 갈망했지만 거기에 성공한 사람은 리머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성의 두드러진 부분이 집단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지켜 왔다.  - P65

완전한 이념적 전향자, 은밀한 밤 시간에 새로운 신념을 발견하고, 내면적 확신의 힘에 떠밀려 스스로 직업과 가족과 조국을 저버린 사람들,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희망에가득 찬 그들조차 배신의 낙인과 싸워야 했고, 절대 누설하지 않도록 훈련받은 비밀 정보를 이야기할 때는 육체적인 고통과 씨름했다. 십자가를 불태우기를 두려워한 배교자들처럼 그들은 본능과 물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들과 똑같은 양극성에 사로잡혀 있는 피터스는 그들을 안심시키고그들의 자존심을 파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리머스와 피터스는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머스는 피터스와 인간관계를 맺기를 격렬하게 기부했다. 그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09

그 순간 리머스는 리즈가 준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것을 되찾아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저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대한 이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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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요일이지만 둘째 딸 병원 예약 때문에 일찍 일어남요. ㅠ.ㅠ

고3인 딸이 그림을 그리는데 며칠 전부터 양쪽 손목이 다 많이 아파졌다고 해서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 선생님이 혹시 인대가 찢어졌을 수도 있다고 초음파 찍자고 해서 오늘 예약을 잡아놓았던 것이다.

일찍이라고 하지만 사실 예약시간에 거의 맞춰서 일어난 바람에 밥도 못먹고 둘이서 병원으로 휙 달려갔다.

간 김에 어깨 통증이 심한 나도 진료를 봤는데 나는 상황이 더 심각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안되는 관계로 일단 물리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시간 될때 본격적인 검진을 하는걸로....


다행히 검사 결과 아직은 염증수준이라 약먹고 물리치료하고 손목보호대 사용하고 하는걸로 결론이 났다.

염증치료제랑 진통제 처방 받고 둘이서 물리치료 받으러 올라갔는데.;....

아뿔싸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다냐? 

3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거 같아서 둘이서 불편한 의자에 앉아 수다를 뜬다.

딸이 요즘 시간이 없어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시간도 소중하다.


"엄마 휴대폰 안 가져왔는데 심심해, 엄마 폰에는 게임은 안 깔려있어?"

"엄마 폰에 게임이야 고스톱 딱 하나 있지"

"고스톱 해볼까?"

"그러던지..."

"그건 어떻게 하는거야?"

"비슷한 그림 맞추면 돼"

그렇게 폰을 넘겨줬더니 딱 한판만에 내가 모아놓은 소중한 나의 게임머니를 다 날려먹었다.

나는 빠직!!!!  딸은 낄낄낄~~~


"근데 엄마 배고프다"

"나도... 근데 물리치료 마치면 너 학원가야하는 시간인데 어떡하지? 샌드위치 사서 차에 가면서 먹을까?"

"샌드위치 싫어. 아 갑자기 팬케익이 너무 너무 먹고싶다"

"야 시간 없어서 집에 가서 팬케익 만들어 먹을 시간 안되는데.... 지금 치료 마치면 바로 학원가야 하잖아, 학원 쨀래?"

"그건 안돼"

"음........"


"딸아 먹고 싶은 건 먹어야지, 우리집 근처에 브런치 유명한 곳 있잖아. 물리치료 그냥 째고 가서 팬케익 먹을까?"

"그래도 될까?"

"물리치료는 다음 주부터 원래 가던 작은 병원 가서 받고, 약 먹음 되지?"

"엄마도 아프잖아"

"야 몇년을 아프던걸 지금 당장 물리치료 안한다고 어떻게 될것도 아닌데, 먹고싶은거 못 먹으면 입 삐뚤어져."

"맞아 그건 그래....."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리는 순서가 거의 다된 물리치료를 취소해버리고, 우리집 근처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너무 만족스럽게 맛난 팬케익과 브런치에 딸은 오렌지 쥬스, 나는 커피를 마시고 우리는 오늘 너무 행복했다.


"엄마 역시 우린 행복한 뚱땡이 돼지야"

"그래 나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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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2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딸과의 대화 너무 재밌어요. 팬케익도 엄청 예쁘고 맛있어 보이지만 저는 베이컨과 계란 쪽으로 마음이 기우네요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4 | URL
이 집이 저희 동네에서 브런치 맛집으로 소문난게 몇년 됐는데 오늘 처음 가봤어요. 빵도 맛있고 베이컨도 딱 제가 좋아하는 굽기였서 좋았긴 한데.... 좀 전에 속이 느글거려서 비빔면 먹었어요. ㅎㅎ

페크pek0501 2021-06-12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행복한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바람돌이 2021-06-12 15:38   좋아요 3 | URL
오 저와 딸의 선택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음식이 맛있어서 더 행복했어요. ^^

청아 2021-06-12 15: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요즘 고스톱 게임 너무 무섭던데요. 저는 할 줄도 모르지만 엄마 게임 충전해드림 바로 억단위로 날리시더라고요.
어깨통증 많은경우 자꾸 팔 큰 원으로 돌리심 많이 좋아져요(자꾸 뭉치는 경우라면요)🤭

다락방 2021-06-12 15:47   좋아요 3 | URL
어깨 통증.. 팔 큰 원 큰 원…(메모메모)

청아 2021-06-12 15:53   좋아요 4 | URL
목이랑 심하게 뭉칠땐 뭉친쪽 귀를(분명 뻗뻗해져 있음)이리저리 접고 당기고 주물러줌 제법 풀려요ㅋㅋ
ㅡ어깨 풀기의 달인 미미

바람돌이 2021-06-12 18:28   좋아요 3 | URL
고스톱 게임 돈 충전해서 쓰면 안되는데.... 그거 순식간에 없어져요. 그냥 재미로 없으면 없는대로 게임에서 주는 머니로 가끔 해야죠. ㅎㅎ
제 어깨는지금 뭉치는 정도가 아니라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그걸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병원신세를 져야 할 거 같아요. ㅠ.ㅠ
다락방님 아직 괜찮으시면 미리 미리 스트레칭으로 어깨를 풀어주시면 예방할 수 있겠죠. 그 예방을 안하고 방치해서 이 지경이 된게 저예요. ㅠ.ㅠ

청아 2021-06-12 18:43   좋아요 1 | URL
현질?은 절대 안하지용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6-12 18:47   좋아요 2 | URL
맞아요. 현질 금지! 정답입니다. ^^

scott 2021-06-12 16: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람돌이님
넘 좋은 어무이!
딸에게 모든 주파수를 맞춰주시는 ㅎㅎㅎ
서울 보다 부산 브런치 양이 엄청 푸짐 하네요.

바람돌이 2021-06-12 18:29   좋아요 4 | URL
딸에게 주파수를 맞추기보다 사실 저도 먹고싶었다는.... ㅎㅎ
저거 양이 좀 많아서 마지막에는 딸이랑 서로 한입 더먹기 운동을 했다죠?
그래도 브런치가 푸짐해야 하는데 서울은 식당마저 다이어트인가요? ^^

난티나무 2021-06-12 17: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팬케잌 보니 프라하 팬케잌이 생각나 여행 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 어이하리오.ㅠㅠ
쿵짝 부럽습니다아.

바람돌이 2021-06-12 18:31   좋아요 2 | URL
여행부심은 지금 저도 절절 끓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딸이랑도 팬케익 먹으면서 야 우리 예전에 어디 갔을 때 먹은 팬케익 진짜 맛있지 않았냐 이러면서 먹었어요.
프라하는 저는 아직 안 간곳이지만, 이 사태가 풀리고 나면 다음 여행지로 꼽아놓은 곳인데 맛있는 팬케익까지 있다니 더더욱 설레네요. ^^

페넬로페 2021-06-12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고 3이군요. 더군다나 미대입시를 준비하니 더 힘들겠어요.~~치료 열심히 해서 얼른 나으라고 전해주세요.
브런치식당의 음식이 넘 맛있어 보여요
살찌더라도 많이 먹고 싶어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33   좋아요 4 | URL
튼튼해서 병원하고 진짜 관련없는 녀석인데 정말 고3은 고3이네요.
계속 병원 행진입니다. 저도 그러더라구요. 엄마 나는 내가 스트레스를 진짜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하고요.
우리나라 고3은 뭐 다 그렇죠. 불쌍한 놈들....ㅠ.
저 브런치 양이 많아서 다음에 남편이랑 먹어야겠다 얘기햇어요. 남편이 반 먹어주면 딱 양이 맞겠다 싶어서요. ㅎㅎ

새파랑 2021-06-12 18: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 너무 맛있을꺼 같아요 따님하고 행복한 시간 보내신거 같아 좋네요. 바람돌이님 고스톱도 하시는군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12 18:48   좋아요 3 | URL
남들 하는건 다합니다. ㅎㅎ 맛있었어요. 내가 차리지 않으니 더 맛있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1-06-12 1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 고3 어머님 중에 학원 쨀래? 라고 제안하는 어머님은 바람돌이님 뿐일듯 합니다. 너무 장하고 멋지십니다.
저도 가능하다면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요. (진심으로 진심)
브런치 카페 너무 이쁘고 팬케이크 맛나 보이네요. 브런치 카페에서 딸이랑 팬케이크랑 커피랑 함께 한다면 아... 더 바랄 게 없겠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벽한 하루입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8:53   좋아요 4 | URL
매일 가는 학원 하루쯤 짼다고 붙을게 떨어지고,떨어질게 붙겠습니까... ㅎㅎ 그래도 학교는 절대 째라고 안합니다. 그건 기본적인 성실성의 문제기 때문에요. 주말에 학원은 성실성의 문제를 넘어서는 과도한 노동이기 때문에 저는 아이에게 선택권을 다 맡겨버립니다. 니가 힘들면 안해도 돼하고요. 그래서 우리집 애들이 공부를 아주 자유롭게 못합니다. ㅎㅎ
오늘 저기 앉아 있었던 1시간도 안되는 여유 시간이 아이 마음에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바람구멍이 되었으리라고 혼자 자뻑하고 있습니다. 맛있었으니 당연히 그러해야 하고, 비싸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그러해야죠. ㅎㅎ

붕붕툐툐 2021-06-13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원은 간다는 따님의 대답이 멋지네요~ 전 엄마가 그렇게 물어보면 무조건 ‘응!‘이었을텐데요~ 미대 준비하는 친구들 중 손목 아픈 아이들이 많더라구요.. 진짜 가여운 고3이여!!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람돌이 2021-06-13 01:48   좋아요 1 | URL
저도 고3이니 내색은 안해도 속이 타는거죠. 저 가야 한다는 말에 더 맘이 짠해진다는.... 우리 애들이 둘 다 그렇게 학원을 악착같이 다니는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하는만큼 거두리라! 누구에게든 적용되는 진리죠. ^^

희선 2021-06-13 0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본 그림... 따님이 미술을 하는군요 고3이어서 마음 쓸 게 많아서 아픈가 싶기도 하네요 평소보다 그림을 더 많이 그리는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님 멋진 엄마네요 병원에 갔다 같이 팬케이크 먹으러 가다니... 시간이 있었다면 바람돌이 님이 만드셨을지...


희선

바람돌이 2021-06-13 03:43   좋아요 2 | URL
모든 고3들이 가벼운 위장 장애는 기본으로 장착하고 살죠. 세상 무심할 거 같던 큰 딸도 그렇더라구요. 여기에 둘째는 손목을 많이 쓰니 아프기도 한거구요. 시간이 좀 있었으면 당연히 팬케익은 만들었을겁니다. 물론 저 카페의 팬케익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그게 참 맛의 차이가 별 의미없게 기본적인 맛이라는게 있잖아요. ㅎㅎ

레삭매냐 2021-06-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상을 뽀개고 무언가 하실 수 있
다는 패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째고 먹는 브런치는 더 맛나지
않았을까나 싶습니다 :>

모쪼록 따님의 손목과 건강이
신속하게 회복되기를 기원합니다.

근데 팬케이쿠 부러웠습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5   좋아요 0 | URL
일상이 살짝 깨질 때 느끼는 쾌감이 있죠. ㅎㅎ
전 팬케이크는 저거 한쪽 먹으면 한계고 딸이 다 먹었어요. 저는 저 브런치가 진짜 맛났다는요.
 
국경일기 - 잃어버린 현대사를 찾아 떠난 여행, 타이·버마·라오스·캄보디아 편
정문태 지음 / 원더박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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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은 항상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주변은 기타 등등, 그 밖에로 불리운다.

수도인 서울은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워지며,  나머지는 그 밖의 지방이다. 

때때로 지방의 이름이 고유명사로 불리워질 때도 있지만, 서울이 기타 등등 또는 그 밖에로 불리우는 일은 없다. 

이는 한 나라 안에서도 그러하지만, 국제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동남아시아는 국제사회에서 그 밖이다. 이는 중심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이다.

그런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중심과 그 밖은 또 구분되어진다. 

다수의 권력을 가지지 못한 민족이나, 그런 민족들이 주로 살고 있는 국경지역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밖의 지역이다. 

전선기자 정문태는  말한다.

국경선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다라고!


이 말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말일 수 있다.

신라에 의해 삼국이 통일되어지고, 발해가 멸망하고 난 이후 한반도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화를 꾸준히 강화해 온 역사다.

조선시대쯤이 되면 중앙집권화의 정도는 경이로울 정도여서, 세계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볼 수 없는 강력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단적으로 조선시대에 지방관에 의한 반란이 한 번도 없었다는데서 그 통제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한국은 거란이나 여진같은 이민족의 귀화를 받아들이고 핏줄이 섞인다하더라도 그것이 민족간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조선의 테두리내로 귀화, 흡수, 혼합의 과정을 통해 체제 내화해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중앙집권에 의한 질서, 단일민족- 순수한 단일민족이 허구라 해도 - 신화에 익숙하고, 그 중앙권력이 그어놓은 국경선은 우리에게는 분쟁의 선이 아니라 안전과 보호의 선으로서의 역할을 우선적으로 했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38도선이라는 새로운 국경선이 생기고, 그것이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가져왔지만, 그 전쟁 이후 휴전선이라는 국경선을 경계로 한 두 체제는 빠르게 다시 체제의 안정과 중앙집권질서를 뿌리내리며 각자의 공간질서를 구축해낸다.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여전히 체제 내에서는 국경선은 보호와 안전의 선이다. 

그러니 국경선이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고 얘기하는 정문태기자의 말이 선뜻 피부로 와닿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상황들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한국인 독자는 이런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보편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먼저 벗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중앙집권과 국경선은 예외 중에서도 극히 드문 예외다.


발로 쓰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전선기자 정문태>를 읽을 때도 그러했고, 이 책 <국경일기> 또한 발로 쓰여진 글이다.

누구도 근접하기 어려운 곳들을 직접 다니며 보고 듣고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고 그 결과를 기록한 것이 이 책이다.

정문태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알려지지 못하고 묻히고 말았을 무수한 사람들의 삶과 눈물이 이 책 속을 관통한다.

이 이야기들은 정문태라는 기자가 아니면 누구도 쓸 수 없는 이야기이므로 이런 책에는 모든 가치 판단을 버리고 무조건 별 5개를 줄 수 밖에 없었다.

타이, 라오스, 버마, 캄보디아의 국경지대, 표지판도 없고 제대로 길도 나있지 않으며 안내자도 제대로 없는 마을들을 죽을동 살동 찾아다닌 기록들이 이 글이다.

심지어 이 곳은 여전히 분쟁 지역이어서 기자 자신은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읽는 사람은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고맙고 고마운 책이 되는 것이다.


이 곳의 역사는 얽히고 설킨 것들이 너무 많아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한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1950년 동남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장에 화들짝 놀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중국 국민당 잔당들은 이 곳에 와서 지역의 소수민족들을 압박하며 아편 생산을 시작하고 이곳을 마약공장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들을 타이공산당 박멸작전에 이용한 미국과 타이 정부에 의해 이들의 마약사업은 묵인되고 지금은 그들의 후손이 여전히 이곳에 대를 이어 살며 분쟁의 씨앗을 여전히 품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마약생산은 이제 지역 내의 온갖 정치세력의 주머니를 채워주며 지금도 국경지역 골든 트라이앵글을 마약생산기지로 악명을 떨치게 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그어진 국경선들은 소수민족들을 두 국가의 경계선 아래 나눠놓기까지 하여, 국경선과 경비초소에 갇힌 사람들로 하여금 기본적인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구할 수도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 먹을 것을 들여오기 위해 국경선을 지키는 양국 군인들에게 언제나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사람들에게 국경선은 얼마나 저주스러운 것일까? 

국경선에 산재한 산악을 근거지로 하여 분리 독립 또는 자치를 주장하며 소수민족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그들이 근 60여년을 싸우고 있는 이유는 싸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도 없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착취당하고 굶어죽을 자유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었고, 사실상 지금도 없다.

50년을 전쟁터에서 지낸 독립혁명 전사는 이제 도인의 풍모를 풍기고, 소수민족의 학교에서 어린 아이들은 여전히 "우리는 샨족을 지키는 전사가 될거예요."라는 꿈을 이야기한다.

대를 이어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이어질 수 있는 삶이 이곳의 소수민족들의 현재다.

버마(미얀마)정부와 휴전협정을 이야기하지만 약속이 지켜진적은 없으며, 실질적인 평화안을 내온 적도 없다.

힘을 가진 쪽-타이든 미얀마든 다수의 정권쪽은 휴전협정으로 잠시의 소강상태를 유지하다가 그들의 정치적 이슈가 필요하거나 하면 또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권력자들에게 소수민족의 목숨을 건 항쟁은 그저 자신들의 정치놀음을 위한 장기말일 뿐이다.

휴전 협정을 소수민족 누구도 믿지 않는 이유다.


현재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해 정문태 기자가 게재한 소수민족들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비감해진다.


“버마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소수민족을 찾는다. 1948년 독립 때도, 1988년 민주항쟁 때도, 2015년 총선 때도 늘 그랬다. 지나고 나면 그뿐이었다. 아웅산수찌도 민아웅흘라잉도 우리한테는 다 버마 사람일 뿐이다.” 

“흥분할 것도 놀랄 것도 없다. 우린 늘 겪어온 일이다. 소수민족 학살 군인정권 60년째다.”

“버마 시민이 보여주고, 국제사회가 나설 때 우리도 힘 보탤 수 있다. 버마 연방 바라보며 싸웠지만 버마 사람들이 돌려준 건 박해와 차별뿐이었다”(한겨레 신문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4475.html#csidx012cdf4f279bf458293c60e8d3db110



바다건너 남의 일인 우리야 쉽게 미얀마 민중과 소수민족 저항군들의 연합을 통해 지금은 군부정권에 대항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소수민족들이 걸어온 역사때문이다. 


책의 앞면에 저자는 "그 땅엔 비틀고 감춘 역사가 겹겹이 쌓였고, 모질게 해코지당해온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그러나 지레 절망 따위를 말하고 싶진 않다. 끝끝내 내릴 수 없는 깃발들을 본 까닭이다. 나와 당신, 우리를 닮은 '그 밖들'의 세상을 찾아 길 떠나는 여행자한테 이 책을 올린다라고 썼다.

그 밖들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삶이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

그들 하나 하나 이름의 고유성이 살아나고, 자신의 몫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바랄 수 있는 삶의 길은 여전히 멀다.

그럼에도 그들은 삶을 꿈꾼다. 

그들의 꿈에 관심과 지원, 연대를 꿈꾸는 것 역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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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6-12 07: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의 편의에 따라 그어진 국경선들이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사람들이 오늘날까지 정치,경제, 사회적 불안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보다는 지정학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간섭을 행하고, 난민을 혐오하는 현실을 보면 진정한 세계 평화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먼 듯 하네요...

바람돌이 2021-06-12 13:32   좋아요 4 | URL
말씀하신대로 저 국경선들의 연원을 올라가면 말씀하신대로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을 식민지배하면서 그들의 편의대로 그은 국경선이 있어요. 이 책에서 따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온갖 분쟁의 씨앗을 다 뿌리고 간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 지역 또는 아프리가 각 지역의 상황에 대해서 나 몰라라 하면서 자신들만의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에 더 분노하게 되더라구요. 모든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은 나와있고,어쩌면 답도 나와있는데 거기에 얽힌 이들의 욕심이 결국 문제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안타깝고 화나고 그러네요.

새파랑 2021-06-12 08: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발로 쓰는 글이라는게 참 멋져요. 작가님의 땀이 느껴지는 책일거 같아요. 소수민족의 아픔이 느껴지네요 ㅜㅜ

바람돌이 2021-06-12 13:33   좋아요 5 | URL
평범한 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발걸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자료를 모으로 정리해주면 이제 역사학자들이 나서서 이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하는 일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2 14: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분명 예전에 저는 이런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서 마음 아파하고 분노하고 그랬는데 요즘 왜이리 인식과 의식의 부재에 갇혀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래서 이렇게 올려주시는 책들과 글들로 다시 세상에 대한 눈이 열리는것 같아요^^
더 관심가지고, 알고자하는 공부를 해야겠어요~~
바람돌이님의 글로 각성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2 14:27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과 제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이 전사로 살수는 없는거고, 나의 자리를 더 확장하는게 꼭 맞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냥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정도랄까? 이곳의 지인분들은 다들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신것 같던데요. 그런 삶들이 모여 좀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거라고 믿습니다.

붕붕툐툐 2021-06-13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페이퍼만으로 관심이 팍팍 가는 책이네요! 발로 쓴 글이라 해서 그렇게 못 썼나 생각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고 하나요? 저 나라들 다 제가 애정하는 나라들인데~ 국경 때문에 겪는 아픔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3 01:46   좋아요 2 | URL
앗 발로 쓴 글이라는게 그렇게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군요. 발연기가 연상되는걸까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잘 쓴 책입니다. 그런데 잘 썼다 아니다를 떠나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땅의 사람들 이야기를 바로 현장을 보고 썼다는데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문태 기자님 아니면 누구도 못쓸 책이에요. 저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희선 2021-06-13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수민족 하면 중국쪽에 사는 사람이 생각나고 여전히 중국 때문에 힘들다는 것밖에 모르는군요 중국 바로 밑이 동남아시아네요 중국과 가까운 쪽은 여러 가지 일이 있겠습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살면 좋을 텐데, 거기에도 힘을 가진 사람이 그걸 놓지 않으려고 거기 사는 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나 싶네요 욕심을 버리면 좋을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1-06-13 03:41   좋아요 3 | URL
사실 모든 심각한 문제들도 그 해법을 찾아보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속 욕심을 버리면 되는 건데 그 욕심이 인류 역사에서 한번도 버려진 적이 없다는게 문제겠죠. 그리고 그 욕심을 포장할 수 있는 언어적 수사들이 난무하는 것도요. 지구의 모든 곳의 평화를 기원하는거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네요.

그레이스 2021-06-13 0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 봐야겠네요.
기사는 방금 읽었습니다.
세상에 눈뜨게 해주는 발로 쓰는 글!
이런 글들은 찾아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6-16 00:37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님이 읽으신 책도 제가 늘 따라 읽는걸요. 서로 따라 읽을 수 있는 책이 있어서 언제나 너무 좋아요. ^^
 

아침에서 저녁으로 시간이 흐르고, 때가 되면계절이 바뀌듯이, 너무 당연해 이유를 붙일 까닭없이, 그 사람과 나는 만나왔다. 그 사람이 일하는대형마트의 휴무일에 맞춰 우리의 만남도 대체로보름마다 이뤄졌다. 함께 앉아 있던 놀이터 주변에 개나리가 피어 있으면 보름쯤 뒤에는 공원에서 만개한 벚꽃이 보이고, 다시 보름쯤 뒤에는 동네 곳곳에서 봉오리를 터뜨리는 목련을, 그다음보름쯤 뒤에는 집집마다 하나쯤은 있는 자목련을, 그 다음엔 어디든 보이는 나무마다 내려앉은 연둣빛을 볼 수 있었다. - P11

나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 혼자 바르게 산다고, 나 혼자 제대로 산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분리수거를 철저하게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집안일을 했지만 나의 노력은 너무 쉽게 보잘것없는 것으로 전락되었다. 내가 식구들의 일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화가 났다. - P37

부모의 기대를 받지 않은 나는어떤 삶을 살든 부모에게 평가받지 않았다. 잘하라는 북돋움도, 못한다는 질책도 받지 않았다. 무엇이 되라는 강요도 없었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도 상관이 없었다. 아무여도 상관이없었다.
- P59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아니라, 하고 싶은 걸 못 찾은 것도 아니라, 그저내가 하고 싶은 걸 모른 척 무시하고 안 보이는 척외면해왔던 것이다.
- P62

그러나 아무도 나의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집안일이란 집에 있는 사람이면 하는 일, 바깥 일이없는 이가 하는 일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가치로 환산할 의미조차 없는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니 나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점점 더 말수를 잃었고, 내 의견은 좀처럼 누구에게도 마음을 끌지 못했다.
- P104

그런 말을 듣다 보면 집에 붙박인 이유에 회의감이 들곤 했다. 내가 없어져봐야 알 테지. 내가사라져봐야, 나 없이 생활해봐야 내 존재의 필요에 대해 깨닫겠지……라는 생각이 무시로 들었다. 그러나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때려치워도 나갈 곳이 없었다. - P108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엄마가 하란 대로 하지도 말고,
그러곤 뚝, 통화가 끊겼다.
- P117

누군가와 헤어지고 새로 만나는 것두가 그 시기에 걸맞은 때에 행하는 것이 보편의삶인데, 내가 보편의 삶을 살지 못해서 나에게는늦거나 이른 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적인벽에 맞닿으면 자꾸 잘못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 P120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쓴다는 포즈만 취해왔던것이다. 시와 같은 편이 되거나 시와 같이 어울려야 하는데 나는 늘 속내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듯이 멀찍이서 노려보기만 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나를 그려 넣고, 나를 새겨야 하는데 그마저도 용기 내지 못했다. 시를 쓰지도 못하면서 시 쓰기를 꿈꿨다는 건 시의 그림자에 숨어 내 언어가사라지는 줄도 몰랐다는 뜻이었다.
- P166

필사 노트는 계속 늘어났다.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곧바로 시가 써질 리 없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 있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밤새 언어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런 생활이 얼마나 지속될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므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시집을 읽거나, 몽상을 하거나, 끊임없이 단어를 열거하거나, 심지어 잠을 자는 것마저도 최선을 다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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