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의 과음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오늘... 하루 종일 헤롱헤롱 헤매다가 오후 되니 죽을 지경이다. 거기다 감기몸살끼까지....오늘은 엄마한테 부탁해 아이들마저 친정에 둘다 그대로 맡겨두고 집으로 그냥 왔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찾은 택배에 이 책이 들어있다.

일단 흐느적거리는 몸을 아무데나 누이고 책날개에 저자소개부터 봤다. 전력이 대체로 맘에 드는 편.... 이런 책은 어떤 사람이 썼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아무리 잘 쓰도 나하고 관점이 너무 다르면 읽기가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 최소한의 논쟁의 접점이라도 있어야 책읽기가 고행이 되지 않는다.

발문을 김지하씨가 썼다. 발문 한번 거창하다. 미학의 東道東器論을 열었다. 민중 문화한국의 정수리를 겨냥하고 있다. 민족통일의 길을 구체적으로 열고 있다. 등등..... 책 한권이 이런 거창한 역할을 다할 수 있으려나...

차례를 보니 엄청나게 방대하다. 시대와 공간을 가로지르며 여기저기 질주하고 있다.

내용 모르겠다. 아직 안봤으니.... 도판들은 대부분이 익숙한 것들이라 일단 부담이 좀 줄어든 편...

애고 피곤해 내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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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2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독하시길^^

바람돌이 2005-04-3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

비로그인 2005-04-3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받았답니다^^

클리오 2005-04-3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어떻게 선정되나요? 보니까 기본 마일리지도 있고 그래야 되던뎅...

바람돌이 2005-04-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거 없어요 무조건 선착순이예요.
저는 하루에 한번씩 알라딘 편집부 서재에 들어가요. 메인화면에 알라딘 편집부 서재 바로가기 메뉴가 있잖아요. 주로 오전 9시쯤에 페이퍼가 뜨더라구요. 그러면 그 다음은 선착순으로 댓글달아서 신청하면 되요. 주소랑 이름이랑 쓸때는 서재주인만보기로 해서요... 근데 마감이 너무 빨라요. 저처럼 공짜에 눈독들이는 알라디너들이 많기 때문이겠죠...

바람돌이 2005-04-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의 서평 기대되네요. 즐겁게 읽자구요. 룰루랄라~~~

책읽는나무 2005-05-0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언제 또 서평단 책이 나왔더랬어요?
저것도 부지런해야만 얻을 수 있나봐요!
전 한 권 받아보았더랬는데..그걸로도 만족합니다..^^

2005-05-0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3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5-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서운암이예요 지난주 간게 서운암 야생화 전시에 갔다가 자장암까지 가서 퍼져 앉아 논거구요. 근데 야생화는 아직 이르더라구요. 굳이 그 기간이 아니더라도 산책로를 따라 도는 거니까 아무때나 가도 될 것 같아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씀 정답인 것 같아요. 제일 옆에 있는걸 제일 모를때가 참 많죠

비로그인 2005-05-03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서평단 도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서평 올렸어요. 아이구.. 공짜책이라고 좋아라했는데 역시..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바람돌이 2005-05-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빨리도 읽으셨네요. 저는 지금 겨우 1장 읽고 2장 들어가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네요

책읽는나무 2005-05-0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님의 답글을 일찍 볼껄 그랬나봅니다.
어제 자장암을 찾아 엄청 올라갔었거든요!....길이 안보여 다시 내려와 경비아저씨한테 물어보니 전시회는 벌써 끝났다고 하시면서 서운암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우리는 김밥을 먹으면서 "서운암도 모르고 좀 서운하네~~~"농담을 하구선..다 먹고 일어서 서운암을 찾아 가려는데....김밥 먹는 사이 서운암의 이름을 잊어버려 한참을 생각했다는~~~~ㅠ.ㅠ
겨우 서운하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 겨우 찾아갔었습니다..ㅋㅋㅋ
나중에 가을에 한 번 더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우리 반 왕따 Y군, 며칠전 온 교무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날 Y군이 조례가 끝나도록 안왔기에 오면 교무실로 보내라 하고 왔는데 잠시 뒤 교무실로 찾아온 Y에게 " 왜 지각했냐" 한마디 했다. 그 때 다른 아이를 좀 나무란 뒤라서 내 목소리가 별로 정겹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순간 온 교무실이 시끌벅적하도록  "왜요 뭐요 아씨 짜증나."등을 연발하는 아이를 보고 나는 망연자실.... 이게 무슨 일인가?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팔을 잡는데 엄청난 힘으로 뿌리치면서 나를 칠려고 했다. 그 순간 교무실의 분개한 선생님들 다 일어나고 나는 아이와 선생님들 둘 다를 진정시켜야 하는 미칠 것 같은 순간. 어쨌든 아직은 이성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라서 겨우 아이를 달래서 진정시켰다. 나중에 집에 전화걸어 알아본 결과 좀 안좋은 일이 있었단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조례를 하고 있는데 Y군이 성큼성큼 나오더니 비닐봉지에 든 뭔가를 쑥 내민다.

 "이게 뭐냐"

"몰라요 아빠가 갖다주라던데요" 열어보니 티셔츠다.

"이게 뭐니"

"선생님 입으세요"

순간 적응이 안되는데 일단은 좀 과장해서 진짜 고맙다를 연발하고 교무실에 와서 아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말씀이 Y군이 전부터 계속해서 우리 선생님 옷 사줘야 된다고 아빠를 졸랐단다.(내가 그렇게 옷을 못입고 다녔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딴에는 그 날 일이 좀 미안했던가 싶기도 하다. 그 이후로 말도 잘 듣고 살살거리고 내앞에서 웃기도 잘하고 있으니...

교사로 학부모한테 뭔가를 받는건 액수에 상관없이 - 아니 액수가 크면 클수록 부담스럽다. 대부분은 돌려보내지만 이런 선물은 도저히 돌려보낼 수가 없다. 돌려보내는게 오히려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또 한편으로는 아이의 마음이 기특하기도 하고...

그런데 참 문제가 생겼다. 옷을 선물받았으니 학교에 입고가야 하는데 이 옷이 도저히 나로서는 소화가 안된다는 것이다. 옷이 안좋은 건 아니다. 꽤 돈을 줬음직 한데 문제는 첫째 색깔 황토색, 일명 똥색이다. 내가 절대로 소화못하는 색이다. 거기다가 완전 40대 아저씨들이 즐겨입는 스타일. 여기까진 감수할 수 있으나 더 큰 문제는 티셔츠의 천이 너무 얇다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다는 거다. 몸매가 받쳐주면 어떻게 커버가 되겠으나 나의 똥똥한 몸매로는 몸의 선, 특히 똥배의 선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거다. (으악~~~~)

그럼에도 눈물을 머금고 나는 내일 이 옷을 입고 가야 하리... 게다가 잊어먹지 않게 몇번은 더 입고 가야하리... 에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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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그런 티셔츠면 차라리 보통 날보다 소풍이나, 체육대회를 이용하심이... 기분 전환도 되구요... ^^;; (그래도 고가의 옷이라 고민하지 않아도 되서 다행입니다. 제목을 보고 그걸 걱정했거던요...)

울보 2005-04-2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아이의 마음이 너무 이뻐요..
그옷을 걱정하는 님도 ......

로드무비 2005-04-21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똥색 티셔츠.
그거 소화하기 진짜 어려운데......
실례지만 너무 재밌어요.
(그 녀석 참! 아이들 가르치다보면 난감한 상황이 많겠군요.)

바람돌이 2005-04-2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입고 학교에 왔슴다. 아침 조례 시간에 아그들 앞에서 패션쇼 한판 하고... 아이들 있는대로 웃으면서 섹시하다 해주고.... 헤헤~~~

책읽는나무 2005-04-21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님도 선생님이시로군요!..몰랐습니다.^^
그 옷 한번 보고 싶군요!..^^
선물해준 그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소화하기 힘든 옷이라도 어쩌겠습니까!...아이가 좋아하고 님을 잘 따라준다면 옷값보다 더한 값으로 보상받는게 아니겠습니까!..^^

2005-04-22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4-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맞아요. 그래서 오늘 이틀 달아서 용감하게 입고 왔답니다. 한동안은 안 입어도 되겠지 하면서.... 앞으로 잘 따라줄지 어떨지는...
 

학교에서 담임을 할때와 안할때의 차이는 참 크다. 일단 시간의 여유가 다르고 정신적 여유는 말할 것 없다. 확실하게 나타나는게 담임을 안할 때는 아이들에게 참 여유가 있다. 그래서 애들이 다 예쁘다. 그리고 버릇없거나 도를 좀 넘어서는 아이들도 심하게 나무라지 않고 얘기도 하고 아니면 코믹하게 상황을 넘어가면서 아이들에게 생각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2년 연속으로 출산과 육아, 수업시수등의 이유로 담임을 안하다가 올해 오랫만에 담임을 맡았다. 정말 의욕적으로 3월을 시작하고자 했으나 입학하고 이튿날부터 반 분위기가 심상찮다. 초기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두 아이, 남학생 하나 여학생 하나 왕따의 기미가 농후하다.  이번에 맡은 반은 여학생들은 대체로 유순한 편이라 여학생의 경우 초기에는 적응이 거의 안되고 외톨박이로 놀았지만 몇번의 상담과 주변 아이들에게의 당부등으로 그런대로 적응해가는 것 같다.

문제는 남학생쪽이다. 정서적인 면에서 대인관계를 풀어가는 면에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일단 정상적인 대화가 안된다. 자기 생각이 너무 강해 하나를 고집피우면 다른 얘기는 아예 알아듣지를 못한다. 거기다가 자기 방어기제는 엄청 발달해 순간적으로 폭발하면 물불을 안 가린다. 아이들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른 아이들이 조금 이해심을 가지고 대하면 문제가 쉽겠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그런걸 요구하는건 정말 힘든 일이다. 학기초 2주동안 끊임없는 싸움(대부분 주먹다짐이다)이 벌어졌다. 일단 그 남학생이 작고 만만해보이니까 모든 아이들이 집적거린다. 그리고 그 아이가 덤비면 주먹다짐으로 번지는 것이다. 싸움의 이유는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 늘 일어나는 사소한 것들이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한 아이가 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남자아이들을 모두 남겼다. 이것저것 온갖 잔소리를 하고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너희들 모두를 전학시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로 아이들을 협박하였다. 너희는 전학을 가도 어디에서든 별탈없이 잘 살수 있지만 너희들에게 상처받은 그 애는 다른데로 전학가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뭐 그런 얘기들로 협박을 주절주절..... 어쨌든 협박이 통해서 아이들이 친해진건 당연히 아니지만 더 이상 집중적인 따돌림이나 시비는 없어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전혀 아니다.

거기다가 올해 우리 반의 남학생들은 너무나도 혈기왕성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쌈박질에 학교 보건실의 단골인데다가 교실은 늘 쓰레기통이고 교실의 기물들도 남아나는 것이 없다. 수업들어오는 선생님들마다 수업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결국 담임인 나로서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결국 나도 초기의 유화책을 벗어던지고 강경책으로 나갔다. 그래봤자 몇가지 지켜야 될 상황을 얘기하고 안될경우 강경한 어투의 협박, 잔소리와 함께 매일 남겨서 30분간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 거지만....그런데 4월로 들어서도 상황은 별로 호전되지 않는다.

어제는 하루종일 짜증이 났다. 이유야 피곤과 스트레스의 누적이다. 거기다가 오후에  교사회의 때문에 아이들을 남길 시간이 없었다. 결국 몇몇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말았다. 절대로 아이들을 때리지 않겠다던 내 스스로의 약속을 아무 생각없이(진짜 그순간엔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깨버리고 만 것이다. 이런 폭력에 의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는 걸 그리 잘 알면서..... 그리고 하루종일 더 우울했다.

내안에 들어있는 폭력성은 참 쉽게 되살아나는구나....그리고 내가 너무 쉽게 내 방식을 포기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빨리 해결해야 된다는 조급성은 결코 내것이 아닌데....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방식을 포기하고 나에게 맞지 않는 강압적인 방식을 뒤집어 쓰니 나도 아이들도 모두 어색하고 힘들고....

오늘도 아이들은 또 언제 맞았냐는 듯이 혈기왕성하고 발랄하다. 순간 웃음이 난다. 이것들을 어째야 될까? 그냥 내버려두자니 성실하게 자기 할 일 다하는 소수의 아이들이 너무 피해를 보고, 그렇다고 때리는건 도저히 적성에 안맞고.... 오늘도 9명이 남아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그래도 여태까지 중 가장 적은 숫자다)아마 1년 내도록 이짓을 해야 되는건 아닌지......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본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고 그저 아이들을 믿어주면서 조금씩 천천히 해결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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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4-1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난히 힘든 반이 있는데, 그 반을 맡으셨군요... 저는 짧은 교사생활 중에서도 아이들과 힘들면, 평소에 튼튼하던 위가 그 다음날 쓰리곤 하던데... 어떻게 풀어가시라고 해야 할지,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 숙면을 그저 기원드릴 뿐...

바람돌이 2005-04-15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면 저에게 필요한 것 맞아요. 어찌나 걱정이 많은지 요즘은 밤에 잘때 이것들이 싸워서 피터지는 악몽을 꾼다니까요.

클리오 2005-04-15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괴로움일 거이 분명함에도, 저는 그 악몽들이 너무 실감나 잠시 웃었습니다. 용서해주시기를... ^^;;

로드무비 2005-04-1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교사였군요.
이 시대에 교사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글 구절구절이 마음에 와닿아요.

바람돌이 2005-04-1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이꿈이 실감난다는 건 님도 이런류의 꿈을 꿔봤다는 말? 자고나면 황당해서 웃지만 진짜 악몽이예요
로드무비님 고생은 무슨요. 이것도 직업이고 일이라는 건 뭐든지 다 그만큼의 힘듬이 있고 또 즐거움도 있는거죠 뭐! 그래도 이녀석들땜에 학교가는 재미가 나요

클리오 2005-04-2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사 중 그런 악몽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 속닥거리며 고백하자면, 극도의 부적응 교사였던 저는 파견나왔다 복귀를 준비하는 2월이 되자 꿈에 '그냥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있는' 장면인데, 악몽이었다는... --;; (아! 교사답지 못한 발언이여~)
 

며칠 전 플라시보님의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죽어 마땅한가?"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글을 읽고 우울해졌다. 가끔 우리 사회가 내 생각보다 참 빨리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가도 이런 얘기를 들으면 참 안변하는구나 싶어 우울하다. 가끔 아이들에게 내 어릴 때 얘기를 해주면 거의 코미디 분위기 되면서 같이 웃을 때가 있다. 우리는 언제쯤 이런 상황을 옛날엔 이런 황당한 상황도 있었어 하면서 코미디 같이 웃어넘길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전 3월초에 있었던 우리학교 반장선거에서의 해프닝이 생각났다. 많은 학교들이 남녀공학이 되면서 학교성적의 상위권은 거의 여학생들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이는 중학교나 고등학교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그런건지 우리 학교는 작년에 전교 학생회 뿐만 아니라 학급의 반장 부반장에서 여학생들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3명의 반장 부반장을 모두 여학생이 차지하는 반도 몇반 되었으니....(옛날 내가 학교다닐 때 여학교임에도 선생님들로부터 남녀차별적인 발언을 무지 들어야 했던 시절과는 참 많이 달라졌다. 물론 그런 발언들이 모두 다 없어진 건 아니지만... )

문제는 학생회에 여학생의 진출이 너무 두드러지면서 이 역시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는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 - 따라서 이번선거에서는 전교학생회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학급에서는 최소한의 남녀비율은 맞추라는 말때문에 일어났다. 최소한 학급 반장 부반장 3명중 (부반장이 2명이다) 최소한 한명은 다른 성(性 )으로 비율을 맞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모두 황당하여 웃었다. 아들가진 학부모의 입장에 있는 선생님은 아들 기살리기 작전이라고 농담을 했었다. 황당하긴 하지만 옛날 반장은 무조건 남학생이어야 하고 여학생은 부반장 아니면 얌전히 있어야 한다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를 어찌 해야하나....

몇몇 선생님들의 격렬한 반대(맘에 드는건 격렬하게 반대한 선생님에 남선생님들이 많았다는 거다) -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말도안되는 몇가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여학생 3명이 표를 더 많이 받았음에도 남자라는 이유로 한 2표받은 애가 부반장이 되면 어쩔거냐 등등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남학생 동정론 - 불쌍하다 아이가 좀 봐주자...

거기에 강고한 교장샘의 밀어붙이기

결국 학급선거는 남녀비율을 맞추는 걸로 결정이 나고 치뤄졌다. 각 반에서 다행히도 남학생들이 한명도 후보로 안나오는 사태는 없었고, 그나마 나온 아이들도 남학생들의 몰표를 받으면서 어느정도의 표를 확보하여 무사히 반장 또는 부반장이 되었다. 물론 여학생에 비하여 전체적인 숫적 열세는 면할 수없었지만...

아마도 내년에 이 규정은 다시 문제가 될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같은 여자로서 요즘의 여학생들의 모습에 한편으로 같이 뿌듯해 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도 계속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어디 그런가? 여자이기 때문에 안고가는 핸디캡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여자가 담배피운다고 길거리에서 맞아야 하는게 아직도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한편으로 우리의 딸들이 헤쳐나가야 할 세상이 안쓰러우면서도 그래도 이 아이들이 사회에 나갔을 때는 우리들보다는 더 씩씩하게 세상을 바꿔가지 않을까 마음이 든든하다. 또한 이 아이들이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도록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게 무얼까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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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4-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되는 규칙을, 헉!!!
그래도 바람돌이님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인 것 같아 한편으론 통쾌하네요.ㅋㅋ 정 안되니깐 강제적인 T/O를 적용해서라도 보호해 주겠다?우하하하.
씩씩하고 똑똑한 여학생들이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 그렇게 튼튼할 수 있기를...
정말....진정...간절히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5-04-1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2005-04-13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4-1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예요 수선님께서 글을 써준다니 이런 영광이....
 

나의 경우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다. 읽던 책은 무조건 다 읽어야 한다는.... 그래서 보통 여러가지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사람을 보면 좀 부럽다. 나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어쨌든 읽던 책은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어야한다. 읽다가 그만 둔 책은 꼭 화장실에서 볼일 보다가 다 못보고 중간에 끊고 나오는 그런 기분이다. (에고 부끄러...)그래서 시간이 없을 때는 분량이 많은 대하소설같은건 잘 손에 안대는 편이다. 일단 손에 잡으면 당분간은 다른 책은 꿈도 못꾼다. 무슨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그냥 성격이다. (근데 웃기는건 이런 성격이 책에서만 발휘된다는 거다. 일상생활에서는 하다가 그만 두는 일 무지 많다.너무 많아서 나도 내가 한심하다.)

근데 올해 처음으로 중간에 읽다가 덮고만 책이 생겼다. 공지영의 별들의 들판이다. 평소에도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읽고 또 실망하고...(여기서도 부화뇌동에 능한 내 성격이 드러난다)

공지영의 글을 읽고 있으면 참 마음이 불편하다. 이번에 결국 별들의 들판을 두번 째 이야기 까지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기로 결정하고서는 내가 공지영을 왜 이렇게 불편해 할까 생각해본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가 참 힘들다. 일단은 그녀의 글들은 별로 진실해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감정의 과잉이 책에 몰두하지 못하게 하고 책의 주인공들과의 동일시를 늘 방해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를 불편하게 하는건 글쎄 80년대 학생운동의 경험을(물론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학생운동가였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아는바가 없다) 내내 질기도록 우려먹는다는, 이제는 좀 그만하고 뭔가 새로운 모색과 대안을 향해 눈을 돌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느낌이다. 별들의 들판의 후기에 누군가가 쓴(꽤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서평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에 와서 아무도 없는데 오직 공지영 혼자서만 깃발을 들고 있다는 얘기, 분명히 칭찬으로 한것 같은데 나에게는 왜 그 깃발이 과거의 영광만을 되뇌이는 자동인형처럼 느껴지는 걸까?

공지영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과거의 기억과 영광(?)을 되뇌이기 전에 오늘의 세계에서 우리 이웃에서 그녀는 뭘보고 뭘하고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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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4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동작 빠르죠?
제일 먼저 이 페이퍼를 골라 읽었어요.
수도원 가는 길인가? 그거 읽은 후 공지영 씨 책은 안 사봤는데......
후일담 문학 대표주자로 그렇게 찍혔으면서도 아직 그 타령이던가요?ㅎㅎ
저도 가끔 놀러오겠습니다.
다음날 와서 하나하나씩 꺼내어볼게요.^^

바람돌이 2005-04-1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동작 빠르네요. 그래도 로드무비인가? 로드무비하면 옛날 영화 '이지라이더' 생각나면서 주로 오토바이 자동차 이런거 떠올라요

marine 2005-04-1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 책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 재밌게 보고, 나머지는 영... 저도 "수도원 기행" 보면서 너무 실망했어요 문학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인 문장력이 있어야 하는데 어쩜 그렇게 감탄사만 늘어 놓는지... 수준 미달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바람돌이 2005-04-1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도원 기행 맞아요 인상적인 글이 어찌나 없든지 지금은 내용이고 뭐고 하나도 기억이 안나에요. 이번에 별들의 들판보고 이제 다시는 안보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