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마법의 주문 - 소중한 나를 위한 약속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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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마법의 주문이라는 책을 읽게 된 건, 최근의 나의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출산때문에 일을 그만 둔지 11개월, 다음달이면 아이의 돌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보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문화를 알고 배우고 경험하는 것과 더불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소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경험의 폭을 넓히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 때 풍물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이 게기가 되어 나름대로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편이고,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덕에 간접경험과 직접경험을 두루 해봤다고도 생각하는 편이었다.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성격 덕을 많이 본 편이기도 하다. 그런 나의 경험들은 나의 일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었고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날달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출산 후, 아이를 봐 줄 곳도 마땅찮고 하여 그냥 쉬다보니 어느새 나는 나의 전부였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힘을 내자. 지금의 나는, 잠시 웅크리고 있을 뿐이라는 자기암시를 걸며 적당한 책을 찾다가,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집어들었다.

프린세스.......는, 공주병이라 일컫는 사회현상과는 별도로, 여자라면 한번쯤 꿈꿔왔던 단어가 아니던가. 게다가 소중한 나를 위한 약속이란다. 항상 자신감에 차 있던 내가 어느날, 하루종일 아이와 시름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자괴감이 자꾸만 커지는 걸 발견했다. 뭔가 힘이 되는 말을 듣고 싶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은 나 자신을 단련시키기 위한 다른 행동의 워밍업으로 읽은 책이다. 겁먹고 두려워지기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고자 함이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은,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트렌드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책이지만, 20대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것을 30대 후반의 나를 어떻게 변모시켜야 할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이쯤에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 읽기에 좋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반추하는데 이 책을 활용하였지만 좀더 일찍 접하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 조언을 하는 책이 될 것이다.

마법의 주문은 크게 다섯가지지만, 세부적인 실천마법주문은 40가지나 된다.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실천이 가능한 주문들이니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마법의 주문 1-4는 마인드 컨트롤이라 할만하다. 그에 비하면 마법의 주문5는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물론 이것은 크게 보았을 때 그러하다. 특히, [20대의 하루는 30대의 일주일이고, 40대의 한달이며 50대의 일년과 같다](p.53)는 말은 가슴에 와닿는다. 지금의 나는 30대 후반, 이제 곧 40대에 들어설 것이다. 점점 더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그 기회를 위해 나의 행동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되돌아보니, 꽤나 자존심이 강한 여자였던 것 같다. 이 책에 의하면 [자존심 강한 여자, 남한테 폐 끼치기 싫어하는 여자, 혼자 다 알아서 하려는 여자는 나중엔 정말 혼자 다 하게 된다. 심지어 정말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조차도 말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는 사람을 보면 '알아두면 좋은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친구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듯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모이게 하려면 도움만 주어서는 안 된다.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p.180) 고 하였다. 우리는 여성들에게서 슈퍼우먼을 바란다. 직장일도, 가사일도 모두 잘해내게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혹은 잘 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한가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포기라는 것이 모든 것을 다 내팽겨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재취업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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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2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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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공장에서 근무하는 그녀들의 삶은 조금씩 변했다.

야요이는, 남편의 살인용의자에서 벗어나 보험금을 받고 약간은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고, 구니코는 비밀을 주몬지에게 판 대가로 빚을 탕감받고 야요이에게서 받은 돈까지도 있지만 방탕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허덕이고, 요시에는 딸이 훔쳐가버린 돈때문에 또다시 시체처리에 동참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 그런가하면 마사코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주몬지와 함께 사체처리일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녀들을 훔쳐보고 조사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야요이의 남편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되엇던 사타케이다.

2권에서는, 마사코와 사타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1권에서, 사체처리를 도와주기로 했던 마사코의 냉정하고 정확한 일처리와, 과거에 성적쾌락을 느끼며 죽였던 여자때문에 오히려 금욕적인 생활을 햇던 사타케는 2권에서 자신들의 본성을 되찾은듯 보인다. 그런 둘의 만남은 1권에서부터 예견되어있었던 것 같다.

아웃을 다 읽은 지금, 토막살인, 강간살인이니, 사체유기니 하는 것보다는, 사회에서건 가정에서건 주류가 될 수 없었던 그녀와 그들의 삶이 더 뇌리에 박혀있다. 가학성을 띄긴 했지만 그것이 그녀와 그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숨기고, 자신의 욕망을 가려 놓은 채 생활해야만 하는 우리들에게도 어쩌면 마사코가, 사타케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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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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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 책 아웃이 출간된 해. 나는, 그때, 일본에 있었다. 여기 아웃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도시락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여자들이다. 주간근무에 비해 야간근무는 시급이 높기는 하지만, 정직원이 아닌 시급제 직원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의 시급 800엔은 도시락공장의 주간 시급보다도 높다. 그만큼 도시락공장에서 일하는 그녀들에게 [돈]은 절박한 심정으로 고생하며 벌어들이는 돈이다.

그 당시 일본에서 주부들이 정규직원이 아닌 비정규직의 형태로 2군데 씩 일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때, 나는, 굳이 정직원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두군데 세군데 일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또 오히려 이게 더 자유로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잘 모를 때의 일이었다. 사실, 이 책 속의 여자들을 보면, 도시락공장에서의 일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낮은 시급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하는 것이다. 일 자체가 단순노동이다보니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랄까 그런 것도 없다. 또한 그녀들에게 가족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그녀들을 점점 더 힘들게 하는 인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의 목을 졸라 살인을 저지르는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살인을 한 야요이와, 시체처리과정에 참여한 마사코, 요시에, 구니코. 그리고 이들 네 명 외에 과거에 한 여자를 죽인 전과가 있으면서 지금은 도박과 요정을 경영하는 사다케와 요정에서 일하는 안나, 사채업을 하는 주몬지, 그리고 도시락 공장의 브라질계 일본인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까지 주류가 되지 못한 사람들. 남편을 살해한 야요이를 아무런 이유 없이 도와주는 마사코. 마사코 역시도 무언가로부터 도망가고 싶었고, 그 탈출구로서 야요이의 남편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동참하므로써 찾지 않았나싶다. 어쨌거나, 1권의 만만찮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속도감이 대단히 빠른 소설이다. 어쩌면, 그녀들의 삶이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지 않앗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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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을 뒤집어쓴 미미 그림책 도서관 5
율리아 케겔 그림, 도리스 되리 글, 오석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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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뒤져 스타킹을 뒤집어 써서 긴 머리를 만들고, 셔츠로 치마도 만들고 엄마의 노란구두까지 신은 미미는 얼마전에 읽은 동화책 주인공 이름인 [안나]가 되어 엄마, 아빠를 만난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가 아닌 남의 눈]으로 '미미' 자신을 바라본다.

 

사실, 미미가 스스로 미미가 아닌 안나가 되겠다고 결심한 부분부터 나는 우스웠다. 아이들이란, 정말 재미있어. 어떻게 자기가 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까? 알고 보면 이건 일종의 역할놀이가 되는 셈인데, 그것이 아이들의 소꿉놀이나 병원놀이처럼 약속된 역할놀이가 아니라 혼자서 시도한다는 점에서 특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미의 엄마와 아빠는 [미미가 아닌 안나]의 방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안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미미가 아닌 안나]는 미미의 집에서 미미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해 안나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고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눈다. 미미로서는 할 수 없는 말도 안나기 때문에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엄마는 미미가 왜 신발을 신을 때 시간을 끄는지도 알게 되었고, 미미가 싫어하는 음식도 안나가 되어서는 먹기도 하고, 미미가 어질러놓은 방을 치우면서 평소 습관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미가 안나가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미미의 그림도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 만약 현실의 문제였다면, 미미는 계속 숨기기 어려웠을 것이고, 엄마, 아빠도 가만 두고 보았을 리 없는 문제지만, 자신이 아닌 남의 눈으로 상황을 한 번 정리 한 뒤라 그런지 엄마 아빠의 해결방법도 달라졌다.

 

아이들도 어떤 행동이 옳은 지 옳지 않은지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행동에 적용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남의 결점은 눈에 잘 보이지만 자신의 결점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인데, 그것을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개선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황당한 설정이지만, 가끔, 우리 아이에게도 내가 아닌 남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해 줄 필요가 있어보인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는 나이의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효과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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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여우 - 좋은아이책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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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먹는 여우, 라는 제목을 보고, 아는 이가 이렇게 말했다.
혹시 저 여우, 진짜로 책을 먹는건 아니겠죠? 라고... 

나도 처음엔, 저 여우씨가 책을 먹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이겠거니 했는데, 어, 진짜 책을 먹는거다. 그것도 냠냠 맛있게 소금과 후추까지 쳐서. 이 이야기는 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의미와 책을 사랑하는 방법, 도서관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아주 비유적으로 재미있게 그려낸 동화였던 것이다. 책을 먹는 여우씨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것들을 알게 된다. 물론, 책의 표면적인 내용만 읽는다면 단순히 책을 찢어먹는 버릇없는 여우씨 이야기겠지만, 그 내면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된다면 여우씨의 책 먹는 식탁에 함께 동참하고 싶어질 것이다.

아이들 책은, 특히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것 같다. 어쩌면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그런 비유적인 표현을 잘 이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씨는, 수많은 책을 양식으로 삼았고, 마음의 살을 찌워나갈 수 있었다. 읽을거리가 없어서 손에 집히는대로 읽었던 여우 씨는 몸과 마음이 다 고생을 한다. 사실, 여우 씨처럼 좋은 읽을거리를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이며 그런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걸까? 이것 역시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책을 자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걸 또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관점이 아이의 독서를 좌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처음 독서의 틀은 잡아줄 수 잇을 듯하다. 여우 씨가 책을 읽고 그것으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 마지막에는 자기 책을 써내기까지 한다. 여우 씨의 책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여우 씨는 책을 읽는(먹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고 생각할 뿐이다.

책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참, 여우 씨 앞집에는 유승준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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