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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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책을 들고다니며 한문장 한문장 읽고 있었는데, 올 1월 회사에서 소개하는 책도 버지니아울프를 다룬 책이라서 이 묘한 인연은 무엇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올해 어쨌든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를 두권이나 읽게 된 셈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엮은이의 말대로 작품보다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최후로 더 유명했다. 게다가 작품이 난해해서 읽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으니, 다가가기 더 힘들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엮은이는 버지니아 울프가 자신만의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소설을 썼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어렵게 다가오는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바라보며, 그 흐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파트1,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다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 버지니아 울프는 지식인이라 불리던 남자들조차도 여성을 하나같이 형편없는 존재로 규정하며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알아내고자 하였다. 결국 그녀가 도달한 답은 '고정된 수입'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에게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Women have sat indoors all these millions of years, so that by this time the very walls are permeated by their creative force, which has, indeed, so overcharged the capacity of bricks and mortar that it must needs harness itself to pens and brushes and business and politics.


여성들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제 벽에 여성들의 창조력이 모두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의 벽돌과 시멘트가 여성들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정도이므로, 이제 여성들은 펜과 붓을 사업과 정치에 써야 할 것입니다. p.28


19세기 초는 여성이 쓴 작품으로 서가의 한칸을 채울 수 있을만큰 여성문학이 발전했던 시기이다. 이때는 대부분이 소설을 썼는데, 제인오스틴의 사례를 보면, 가족으로부터 빈번하게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던 중산층 가정집의 구조를 볼 때,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브론테 자매의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경험 부족이 작품의 한계로 이어진 것처럼. 그래서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가 주어진다면 더 훌륭한 여성 문학가가 탕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에 깊이 공감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여성도 당연히 자기 직업과 경제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 자신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사회적 여건이 그렇게 만들어버렸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이 높은 교육열은 그 집안 여성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남성만을 위한 교육열이었던 적도 있다. 여성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지 이제 겨우 몇십년인데, 남성 역차별이라 하며 핏대를 세우는 이들도 있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그 시절과 지금은 분명히 많은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자기만의 방'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다. 


it is fatal for anyone who writes to think of their sex. It is fatal to be a man or woman pure and simple; one must be woman-manly or man-womanly. The whole of the mind must lie wide open if we are to get the sense that the writer is com-municating his experience with perfect fullness.​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의식한다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의식적인 편향을 두고 쓰는 글은 소멸하기 마련입니다. 마음 속의 남성과 여성의 협동이 일어나야만 예술 창작이 온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3기니, Three Guineas]에서는 전쟁과 독재를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가 낳은 폐해(p.37)라고 말하며 남성 중심의 엘리트 교육과, 대다수 고위전문직을 남성이 독식하고 있는 점,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반박한다. 그렇다고 여성과 남성을 갈라치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 그녀의 문장을 일부만 떼와서 극과 극으로 갈라치기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남성이 조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영문 필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이 책에도 주제문장을 필사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잘 활용할 수 있었다. 


부록,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에게


I am I: and I must follow that furrow, not copy another. That is the only justification for my writing, living.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내 글, 삶의 유일한 정당성입니다.


I will not be "famous," "great." I will go on adventuring, changing, opening my mind and my eyes, refusing to be stamped and stereotyped. The thing is to free one's self: to let it find its dimensions, not be impeded.


나는 "유명한”, “훌륭한 사람이 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모험을 계속할 것이고, 변화할 것이고, 내 마음과 눈을 열 것이며, 낙인이나 고정관념을 거부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차원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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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 수업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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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장 자주 듣는 소식 중 하나가 부고가 되었다. 지인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나의 지인들의 부고 소식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다들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혹은 타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커서인지, 아니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피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지, 자신의 죽음은 아주 먼 곳에 있다고 여긴다. 


나에게 찾아올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죽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죽어서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면, 내가 살아있을 때 그들이 그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햇수로는 6년 전, 나도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지인들이 나의 태도, 생활모습 등을 보면서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함'을 보고 놀란 이들이 많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삶도 죽음도 커다란 의미이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기에, 어쩌면,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버릴 것 같다. 


마침 바로 전해에 시어머님이 위암에, 그리고 다음해에 내가 유방암에 걸림으로써 가족들은 많이들 놀라고 안타까워했지만, 그런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예전에는 그냥 노환인줄 알고 넘어갔을 일들이, 의학의 발달로 빨리 확인되고 있다는 점, 그래서 치료를 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


나는,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으로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는 동안, 미치 앨봄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읽으면서, 나와는 조금 다르겠구나 생각했다. 모리교수는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을 힘들어한 것 같다. 아마도 그 자신이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의논하고, 함께 했던 순간들에 의미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나는, 어쩌면 이것도 나의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를 더 원하며, 여러사람과 어울리기 보다 그냥 혼자 침잠하기를 원하는 나의 태도를 볼 때, 굳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를 기억해달라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알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

삶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삶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p.8


나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죽어야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서 방점을 찍고 싶은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지금, 당장, 바로, 살아가는 내가 행복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읽고 싶은 것을, 먹고 싶고 보고싶은 것을 모두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삶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나중에 아쉬워하며 그리워하고 싶지 않다. 


그는 '죽어 간다'라는 말이 '쓸모없다'라는 말과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노력했다. p.54


'죽어간다'는 것은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죽어가는 것이 쓸모없다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취급받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쓰레기'가 될 운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말이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비록 제 손으로 제 몸조처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리 교슈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또는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주었듯이 여전히 가치가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라”

“과거를 부인하거나 버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타인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라"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마라." p.63


모리 교수가 아포리즘처럼 남긴 말들이다. 앞선 자들이 남긴 어록들을 살펴보면, 뭔가 특별한 가르침이기 보다는, 평범하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다. 특별한 병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것인가라기보다, 지금보다 더 많이 남은 '창창한 내 삶'을 살아갈 진로를 결정해야한다. 십대에만 진로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반백년 살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죽어 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네.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불행한 사람이 아주 많아."

"나는 죽어 가고 있지만 날 사랑하고 염려해 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p.83


모리교수와 나는 이런 점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죽어가고 있지만 사랑하고 염려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외롭지 않게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행복하게 생각하는 건 모리교수의 상황이다. 


나라면, 조용하고 고요한 곳에서, 남은 인생을 조용히 반추하며 사람들과 좀 떨어져서 살고 싶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에 둘러싸여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하고, 사랑받으려 애쓰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삶이 달랐듯이 그렇게 죽음도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따뜻했다. 찾아갈 노은사가 없음을 아쉬워하기도 했고, 누군가의 죽음이 '평생 회환'이 아닌, '그와 함께 했던 즐거움'으로 남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반백년 살고 나서, 연초에 읽기에 꽤 괜찮았던 책이라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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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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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처음 접했던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3년 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공연장에서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오페라 공연 실황을 비디오 ( ? ) 로 감상했던 정도였다.

그때 본 것이 라보엠, 카르멘 이런 작품이었다. 솔직히 대사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노래나 음악 정도만 감상하는 정도였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나마 한 십년 동안 성악가들의 공연도 보고 유튜브로 조금 맛을 본 것도 있어서인지 완전히 낯선 건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오페라의 벽은 높다. 쉽게 공연을 직관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오페라 공연 실황을 보았을 때 해설을 해 준 분이 있어서 이해에 도움을 받았었다. 이 책은 그때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 오페라도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르" 일까? 나는 최근 뮤지컬을 자주 보러 간다. 기회가 된다면 연극도 본다. 이 공연들을 더 자주 보지 못하는 이유는 솔직히 '돈'때문이다. 부산에도 뮤지컬을 올릴만한 공연장이 생겨서 그나마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면 좀더 기회가 많아질까?

'방구석 오페라'는 깊이있는 오페라 설명서가 아니다. 입문자를 위한 길라잡이 성격이 크다. 책의 서두에 있는 오페라용어 해설도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오페라는 일반적으로 3막으로 구성된다. 오페라 대본을 리브레 토라고 하며 오페라 가수는 프리마돈나, 프리모우오모.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이다.

5개 PART 로 구성된 이 책은 25 편의 오페라를 소개한다. 익히 들어서 익숙한 오페라도 있고 처음 접하는 오페라도 있다. 먼저 오페라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이어서 주요 노래의 가사를 알려준다. 한국어로 공연되지 않는게 대부분이라 줄거리와 노래가사를 알고 본다면 오페라의 내용을 이해하고 감정.을 이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다음 이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가나 원작에 대해 알려주고 오페라 역사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 작품이 다른 작품과 구별되거나 높이 평가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한다. 메인 뮤직과 대표곡을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들어볼 수도 있다.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 오델로, 니벨등의 반지, 토스카, 투란도트, 파우스트, 카르멘과 같은 익숙한 오페라를 비롯하여 이 책이 소개하는 25편의 서사를 오롯이 즐겨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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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독서 자립 - 문해력을 키우는 6단계 독서지도 로드맵
오현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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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은 어린이를 책 읽기로 자기 삶을 개척해나가는 독자가 아닌,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만 대하고 있습니다. 문해력이라는 단어에 압도되어 읽기의 본질을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결과 아이들은 '읽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P.6-7)

이 책의 저자 오현선님은 '읽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독서교육의 현장을 살펴봐온 나로서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주어진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하는 학습자로서의 어린이만 있고, 진정한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서관련 질문을 받아보면, '어떤 문제집을 풀면 좋은가"하고 묻는 질문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을 잘 안읽어서, 책을 싫어해서 걱정이라면서 정작 알고 싶은 답은 어떤 문제집을 풀면 되는가라는 질문이라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그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 바로 그분들이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이라는 것을.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2028년 대입개편안이 발표되고 나서, 독서수업을 하던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제 수학이랑 과학학원에 가야해서 독서수업을 그만두겠다고. 독서 수업은 사실 수업이라기보다 학생들이 책을 잘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역시 대입 앞에서는 모든 게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인갑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 된'것보다는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정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충 감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단계별로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 그리고 방법을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1장과 2장에서는 독자되기 6단계 로드맵과, 문해환경만들기 6단계 로드맵을 소개한다. 이 책이 다른 돗거관련 도서와 차이라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3장부터는 어휘 문해력 6단계, 읽기에서 독서로 나아가는 6단계, 문학 읽기 6단계, 비문학독해 6단계, 세상읽기 6단계로 진행된다.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호기심 단계기 > 읽기 모델 탐색기 > 반복 독서기 > 몰입 독서기 > 적극적 독서기 > 사회적 독서기

호기심 단계에서는 어린이가 읽을 만한 책, 펼치면 빠져들 책을 골라 아이의 눈 앞에 노출시킨다. 이 단계에서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전집을 사서 책장에 쫙~~~ 꽂아두는 것이다. 전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집을 '전시'하듯 책장에 꽂아두는 것이 문제이다. 그렇게 꽂혀 있는 책은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그렇다면 두번째 읽기 모델 탐색기로 가보자. 가장 가까운 읽기 모델은 부모 또는 양육자, 형제자매, 그리고 친구들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때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책을 골라 줄 필요도 있다. 저자는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읽기자료를 활용하라고 전한다. 생활문들은 찾아보면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읽기'가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세번째는 반복독서기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들, 캐릭터를 좋아하는 아이들...각자 좋아하는 주제에 따라 책을 읽고 또 읽는 아이들이 있다. 이 단계까지만 와줘도 다행이다 싶은게, 요즘은 책보다 미디어에 푹 빠지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아이들에게 전자기기를 맡긴 채 그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쓴다면 그것은 방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네번째는 몰입 독서기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분들도 몰입독서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다. 시리즈물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서점으로 달려가곤했던 기억도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는 몰입의 경험을 통해 문해력이 자란다고 말한다.

다섯번째는 적극적 독서기다. 스스로 읽기 자료를 찾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에 있는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다가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책 좀 찾아봐줄래? 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책들을 살펴본다. 그렇게 책 제목만 훑어봐도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찾은 책을 빌려가거나 앉아서 읽는 아이들을 보면 참 대견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6단계는 사회적 독자기이다. 이때는 책을 통해 얻은 정보나 지식을 전수하거나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몇 권 읽었다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용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자가 되기 위한 6단계를 먼저 인지하고 나면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것, 도와줘야 할 것 등이 떠오른다. 그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문해 환경 만들기 6단계 로드맵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방법들은 어렵거나 힘든 일이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모두가 따라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집에서 부모나 양육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또래 아이들의 독서모임 등을 통해서도 보완이 가능하다. 책 읽기란 지극히 개인적인 활동이어서, 책 읽기가 몸에 밴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자기의 삶을 변화시켜나간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그 정도의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국어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책읽기가 아니라, 진정한 독자가 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4장에 가면 읽기 문해력 6단계가 나온다.

해독 단계 > 유창 읽기 단계 > 묵독 단계 > 내용 이해 단계 > 구조 파악 단계 > 주제 파악 단계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읽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읽는 이유는 그 글이 지시하는 바를 알거나 그 글의 목적을 알아내는 것이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은 누구나 한글을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읽는 것만으로 내용과 주제를 알 수는 없다. 우리 머리 속에서는 글자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앞 뒤 내용을 종합하고, 유추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러한 단계를 거치기 위해서는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읽기는 절대 그냥 되지 않는다.

6장에서는 비문학 독해 로드맵을 제시한다.

책 고르기 > 작가의 말, 목차 읽기> 훑어읽기>구조화하며 읽기> 다섯줄 책소개하기> 비문학독서점검

교과서나 문제집의 비문학 글은 해당 글을 발췌해서 만든 글이 대부분이다. 전문을 읽어보지 않는다면 그 글을 통한 사고력을 키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가능하면 책을 통해 전문을 읽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완독해본 아이는 짧게 끊어 나온 글도 앞 뒤 내용을 유추하며 읽어낼 수 있다.

마지막 세상읽기 6단계 로드맵에서는 신문 읽기를 소개한다. 예전에 NIE 같은 것이 유행을 했는데, 요즘은 종이 신문 보기가 어려워 신문 읽기를 하는 방법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종이 신문 형태를 살린 PDF파일 등을 제공하고 있으니 활용해보면 좋겠다.

여러 가지 읽기를 통해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세상을 읽고 자기만의 가치관과 통찰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목적일 것이다.

자녀의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거나, 학생들ㅘ 함께 하는 독서교육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서 많은 실제 활용하기에도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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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아 -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마음 강화 습관
기무라 코노미 지음, 오정화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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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행했던 제목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어 익숙하게 보이는 제목이다.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주 흔들리는 사람들을 잡아줄 수 있는 마음 강화 습관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인 기무라 코노미는 대학생 때 준미스 일본에 뽑혀 방송생활을 한적이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진단이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의사를 '산업의'라고 하는데 저자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포츠선수들의 멘탈케어를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과 비슷한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주로 스포츠 선수들의 자기계발, 자존감, 성취감 등을 관리해주는 담당의사들이 쓴 글들이 많다. 마음의 흠들림이 없이 자기가 연습한만큼을 보여줘야 하는 하면서 승패를 반복해야 하는 스포츠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평소 굉장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그런 나도 최근에는 부정적 감정이 많아졌고,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고, 가정 생활마저도 불편한 일 투성이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나의 상황에서 어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뻔한 결론, 뻔한 이야기지만 가끔 읽어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 나에게 힌트를 주는 것이다. 


파트1. 사소한 것에도 쉽게 마음이 무너지는 당신

멘탈관리연습 1.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찾기

멘탈관리연습 2. 나는 언제 기분이 좋은가

멘탈관리연습 3. 내 감정에 '이름'붙이기


남다른 성과를 내면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유능한 사람=멘탈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멘탈이 강하지는 않다. 대신 그들은 회복력이 있다. 멘탈을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멘탈위 쉽게 붕괴되지 않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거나, 멘탈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본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반경 1미터 이내를 마음 편한 환경을 만들려고 하면 내가 언제 즐겁고, 누구와 대화할 때 소리내어 웃는지,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근에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이 언제인지 그것부터 찾아보자. 이런 것을 찾아서 쌓아둔 다음 쉽게 재현할 수 있는 것을 체크한다.

현실에서 멘탈 붕괴는 언제든 올 수 있다.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수없이 많다. 흔히 멘탈이 강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빨리 빠져 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자기모습으로 되돌아간다. 그것이 잘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첫번째 방법으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뇌가 쉴 수 있도록 해주라고 한다. 그 방법으로는 '수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럴 땐 머리를 쓰지 않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멘탈 자체가 강할 필요는 없다. 문제상황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멘탈의 상태는 업무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언제나 기분이 좋은 사람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는 책 읽는 사람 곁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거나 그들 주변에 있는 것 같다. 


멘탈 전환이 능숙한 사람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줄 알고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잘한다. 석연치 못한 마음이나 불안감,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이유도 모르는 채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정리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없다. 


"감정을 즉시 전환할 수 있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깨닫고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소화하는 것"(p.50)이다. 이유 없이 불안하고 짜증나는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감정을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파트2. 멘탈이 약한게 아니라 단지 섬세할 뿐

멘탈관리연습 4. 나는 어떤 점이 대단한가

멘탈관리연습 5. 오늘 하루 감사한 일 적어보기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점점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을 신경쓰게"(p.61) 된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의 내용은 일어난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적는 것"(p.65)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사람 의견을 들으면서도 지나치지 않게 마음을 쓰려면 자기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는 '자기 중심'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타인 중심이란 상대의 감정이나 표현, 평가를 기준으로 그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p.74)을 말한다. 타인의 평가란 매우 애매한 것이어서 우리는 거기에 모든 것을 맞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중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나를 칭찬하는 방법이 있다.   


파트3. 유리멘탈이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회복력


남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p.107).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 '나도 해보자'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나를 비하하는 것은 나의 멘탈을 스스로 흔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 멘탈이 흔들릴 때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거나 포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목표를 세우란 말은 많이 들었겠지만 포기하라는 것은 어떤가? 우리는 '포기'할 수 있을 때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를 받아들이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바꿔야하는 것은 나의 멘탈이 아니라 멘탈 붕괴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실패하더라도 해결방안을 생각해보고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한다면 자기긍정감이 올라간다.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으니 성공경험을 쌓아올려보자.


파트4. 조금 부족한 당신이 더 매력적이야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는 내가 어느 부분에서 짜증이 나는지, 우울해지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 계기나 시점을 알게 되면 그런 환경을 만들지 않거나 그런 장소나 사람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자존심은 자존감이 아니다.


멘탈이 약하거나 자기긍정감이 낮다면 남들 앞에서 자존심을 내세우지 말라. 자존심을 내려놓는 순간 훨씬 편해질 수 있다. 


파트5. 멘탈이 약해도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당신


"세상에는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환경 때문에 당신의 컨디션이 나빠졌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노력이 부족하다' 혹은 '개선될 때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라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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