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파이터>가 곧 개봉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아버지는 권투경기를 참 자주 봤다. 그 때만해도 권투가  TV에서 꽤나 선호하던 스포츠였으니까. 한때 한국복싱은 여러명의 챔피언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챔피언은 홍수환,유제두,박찬희,잘생겨서 좋아했던 김철호, 박종팔 등등... 

개인적으로 격투경기를 그다지 보지 않는다. 이종격투기의 다양한 리그 들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덩치들이 핏물 떨어진 매트 위에서 서로 부둥켜앉고 투닥거리는 모습이 별로 아름답지 않다. 안그래도 산만한 덩치에 부담스러운데 말이다. 

하지만 복싱은 내게 그런 마구잡이 싸움과 좀 다른 인상을 준다. 물론 이것도 링위에서 두들겨패는 것은 맞긴하지만 말이다. 

 

예전에 한번 우연히 아무도 없는 링 위에 몰래 올라가 본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링은 매우 작았다. 복서들은 링 위는 외롭다고 한다. 그날 내가 사각의 링에서 느낀 것은 물러날 곳 없는 외로움 같은 것이었다. 등을 보이면 비겁하게 영원히 추락하는 곳...아니면 두들겨 맞거나...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속에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다.  

복싱 선수들은 맞는 것 부터 배운다고 한다. 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복싱선수들은 모두 그런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언젠가 은퇴한 선수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아무리 매에는 이골이 났어도 문득 문득 링 위에서 공포감을 느꼇다."  

헝그리 수영 선수나 헝그리 골프선수는 왠지 어색하다.(물론 그들 중 일부만이 배부른 것이긴 하겠지만) 하지만 헝그리 복서는 익숙하다. 요즘 권투 배우겠다고 도장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이어트용도로 문을 넘는다고 한다. 매 맞는 스포츠는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의 몫이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권투 영화들은 몇가지 기본적 패턴이 있다. 대개는 '가난-불우한 환경-불굴의 의지- 승리' 이런 식 말이다. 예고로 본 영화<파이터> 역시 미키 워드란 복서의 유사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듯 하다.  

포털에 미키 워드를 검색하면 영화 외에 전설의 경기라는 아르투르 가티와의 경기를 만날 수 있다. 잠시 시간이 나서 그들의 경기를 봤다. 진짜 한땀 한땀 주먹을 던진다. 작은 링 위에서 모든 것을 던지는 모습은 묘한 감흥을 준다.   

아르투르 가티라는 권투선수에까지 관심이 미쳐서 그에 대해 찾아봤다. 2009년에 자살로 알려진 의문사를 당한 것이다. 추모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역시 권투팬에게 영원히 기억될 미키워드와의 경기 장면이다.  

미키 워드와 아르투르 가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를 자주 못보기때문에 정말 잘 골라서 봐야한다. 예전에도 이 영화 저 영화 잡식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고를 때 양서를 고르는 사람들이 영화를 고를 땐 편의점에서 음료수 고르듯 하는 태도가 좀 의아하다. 책도 별 볼일 없는게 있듯이 영화도 그런거다. 책을 고를 때 뭐 이것 저것 생각하듯이 영화를 볼 때도 그런 편이라는 것이다.    

어떤 때는 시간이 좀 있어도 극장에 걸린 영화가 별게 없다싶으면 영화관으로 가지 않았다. 차라리 못보고 있는 오페라DVD를 마저 본다거나 놓친 고전 영화들의 DVD를 찾아보는 편이다. 

최근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황해>였다. 조금 더 압축했으면 좋을 뻔 했다. 

<씨네21>을 보다가 <고백>이라는 일본영화에 확 꽂혔다. 포털에 보면 어디는 2월 17일이라고 하고 어디는 3월이라고 한다. 부천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영화다.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원작 소설이다.  나는 아직 소설을 보지 못했는데 <씨네21>의 평에 의하면 소설을 능가하는 영화라는 평이 있다. 매체적인 특성을- 편집을 포함한 영화의 테크닉과 장치들때문- 십분살려 소설초반부의 강한 임팩트가 중반부에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을 현명하게 극복했다고 한다. 

한국어 홈페이지는 아직 없는 듯하고 일본 홈페이지에는 몇 가지 영상과 사진이 더 있다. 

주제곡이 라디오헤드의 <LAST FLOWER>라고..   

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게리 무어가 멀리 하늘 너머로 간 날, 지구의 많은  라디오방송국들은 그의 음악을 그의 긴 여행의 동반자로 전파에 담아 보냈다.  수 백 광년 떨어진  어느 별의 외계인이 먼 미래 어느날 오늘 공중을 날아다닌 라디오 전파를 수신한다면 "어, 오늘은 왜 이렇게 비슷한 사람의 목소리가 일제히 송신되고 있을까? 이건 무슨 신호지? "라며 갸웃할 것이다. ^^ 칼 세이건식 유머다. 

그가 죽었던 날 나는 창고 속에 갇혀 있는 게리무어의 45회전EP가 꺼내 듣고 싶어서 온몸이 근질거렸다. 내가 처음을 산 게리무어의 음반이기 때문이다.  고 1때였나 모르겠다. 게리무어의 '파리지나 워커웨이'라는 곡이 무지하게 궁금했다. 하여간 락 음악을 꽤 듣고 있었는데 그 곡과는 인연이 안닿았다. 각 종 음악잡지를 보면 게리무어의 최대 명곡이라고 하는데 그 때까지 단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각으로 보면 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그 땐 듣고 싶은 노래를 더블 클릭 한 번으로 찾아 들을 수 있던 시기가 아니었다. 음반 가게에 가도 게리무어의 음반은 찾기 힘들었다. 빽판을 뒤져봤는데 그날 마침 없었는지 게리무어의 그 음반은 아니었다. 라디오에서도 잘 나오지 않았다. 

 "이것 참 ...명곡이라는데 낭만적인 곡제목만 알지 노래를 들을 수가 있어야지... 라디오를 그렇게 듣는데도 이 곡이 한 번 안나오다니...도대체 DJ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명곡이라는데... "  하여간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즐겨 듣던 전영혁씨의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게리무어의 곡이 흘러나왔지만 그 '파리의 산책로'는 아니었다. 콜로세움2 나 게리무어가 씬리지의 필리뇻을 돕기 위해 참여했던 - 내 기억에 2장이었는데 정확치 않다- 음반들, 그리고 그가 솔로 데뷔하고 나온 다른 음반들 이런 것만 간간히 나오는 것이었다. (...아...게리무어때문에 콜로세움2나 씬리지를 다시 연상하다니...씬리지의 음반들을 소개하던 전영혁의 글들과 잡지 사진으로만 눈요기하던 구하기 힘든 음반들. 잡지의 종이 재질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볼게 별로 없던 시절이다 보니 같은 잡지를 보고 또 보던 시절이었다. 그런 반복학습때문에 여전히 그 계보도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나보다. 씬리지의 게리무어 뒤를 이었던 매력적인 이름의 기타리스트 스노위 화이트.....이 사람도 이후 블루스로 전향한다만.그 뒤를 존 사이크스...) 

그렇게 시간은 흘렀갔다. 그러던 어느날, 레코드 샵에서 우연히 라이센스로 나온 45회전 EP를 보게되었다. Emty room이 두 가지 버전으로 있었고 parisienne walkerways도 두 가지 버전으로 실려있었다. 

늘상 33회전으로만 되어 있던 LP플레이어가 45회전으로 쌩쌩 돌며 드디어 그 곡이 흘러나왔다. 특히 라이브 버전에 있던 간주 부분의 피드백 소리는 새파랗던 청춘에게 섬광을 하나 던졌다.  이 음반이다. 

 

"아우.."   

 

 

제일 앞에 있는 검은 장미 음반이 씬리지 시절의 게리무어를 엿볼수 있는 음반이다. 그리고 최고의 락 드러머로 알려진 일찍 세상을 떠난 코지파웰의 솔로 음반(내가 저걸 성음테이프로 가지고 있었는데..저기도 게리무어가 기타리스트로 참여했었다.) 그 다음 음반이 존메이어밴드와 플리트우드맥의 명기타리스트 피터 그린을 추모하며-게리무어가 가장 존경하는 기타리스트 중 하나였다- 만든 음반이다.(그러고보니 요즘 게리무어 음반은 없다. 그다지 듣지 않았다는 증거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게리무어는 블루스에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였고 국내에는 Stll got the blues로 공전의 히트를 거두었다. 라디오를 틀면 어디서나 그 곡이 흘러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대학가의 맥주집 앞에 가면 전신만신에 게리무어의 히트곡 음반들이 흘러나왔다. 주로 락발라드류의 음악이었지만 맥주 거품과는 꽤나 잘 어울렸던 기억이 난다. 

하늘에서 절친 필 리뇻과 연주하고 있을 게리 무어를 추억하며 몇 곡을 올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고, 즐거운 일도 많은데 교활한 여우같은 이 미친 존재들과 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이 짓이야 말로 돌아보면 내가 가장 후회할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며칠 전 늦은 밤 책을 보다가 허리도 뻣뻣해서 TV를 틀었다. BBC에서 만든 <빅뱅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라는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틈틈히 보는 분야가 -교양 수준의- 수학, 물리학, 우주과학 등이어서 '어라'하면서 보게 되었다.  

질문은 프로그램 타이틀 처럼 당연하며 또 간단하다. 우주 탄생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빅뱅'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나? 만약 우주가 '무'에서 나왔다면 도대체 어떻게 '무'에서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  <평행우주>의 저자 미치오 카쿠 교수가 던지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NASA는 우주상태에 준하는 실험실을 만들지만 완전한 '무'의 우주와는 다른다. 시간과 공간 같은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 '무'이다. 하지만 NASA의 실험실이 만든 '무'는 한계가 있다. 3차원 속의 '무'이기 때문이다. 뒤에 가서 그는 '무'를 '완전한 무'와 '전제된 무'- '물질이 없는 상태의 무' 로 나누어 정의한다. 이곳은 완전한 진공상태로 오로지 에너지만 존재한다.(더 이상 에너지의 성질에 대한 설명은 없으나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의 4가지 에너지로 추정된다.) 그리고 작은 충돌들의 결합. 그러다가 '빅뱅'이라는 대폭발을 맞는다. 어쨋거나 우주는 완전한 무에서 출발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두가지 '무'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는데 철학적 해결책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하는지는 다큐멘터리에 나와 있지 않다. 

 

  이후 설명되는 것이 가장 유명한 빅뱅 이론의 모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이론이다. 편평성과 지평선 모순의 해결이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후반부로 가면서 '빅뱅의 반복 '같은 일종의 영원회귀하는 순환론적 우주 가설등도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제작되었지만 좀 더 공부 해보면 사실 쉽지 않은 개념들이다. 이론적 적합성의 수식까지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양 수준에서는 좀 더 알고 싶어서 과학책들을 많이 본다. 상대성 이론은 단단히 마음 먹고 꼼꼼이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다. 초등학교 때 부터 자연과 우주의 신비보다 사회와 인간의 구조가 궁금했던 나로서는 더더욱... 하지만 다년간 다져진 세속적 경향으로 인해 결코 우주론적 초월로는 가지 않을테니 염려마시라. 종교적 초월론과 함께 질색인 것 중에 하나가 그런 논리 철학이나 과학론적 초월론이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