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상병 시인을 잘 알지는 못한다. 유명한 시인이었으므로 어찌되었든 그의 시를 오고 가며

본 것은 사실이다.  가끔 그의 개인사와 관련된 후일담 같은 것이 시보다 더 강렬했다.

 

천상병 시인이 돌아가신지 벌써 21년이 흘렀나보다. 지난 4월 28일이 기일이었다고 한다.

우연히 '아마도 이자람밴드'의 음반<크레이지 배가본드> 소식을 알게 되었다.

천상병시인의 시에 노래를 붙였다.

노래들은 종종 공연에서는 불렀던 듯 한데 비로소 정식 음반으로 나온 것이다.

 

어떤 노래 곳곳에 이자람의 판소리식 창법이 배여있다.

거기에 블루스와 포크에 바탕을 둔 단순한 리듬이 매력적이다.

오래전 한대수의 음반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적 포크의 토속적인 느낌이 21세기라는 시대성과 화학반응하는 듯 하다.

 

슬라이드 기타와 하모니카 간주, 가사의 일상성....

 

 

 

 

 

 


<나의 가난은>

                      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갑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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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달력을 보면 오늘이 뤼미에르가 파리에서 공식적으로 영화를 상영한 날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의 몫이 되었지만, 영화학 개론을 보면 과연 무엇이 진짜 최초의 영화인지는 실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였는지 <씨네 21>은 이미 절판되었지만, 다시 재판되길 바라는 영화책을 소개하고 있다.

기억 나는데로 올려본다. 더 있는지 모르겠지만...

앞의 3권만 가지고 있다. 중고책 사이트에서 보면 대개 3-5만원 수준에서 팔리고 있어서

돈 좀 더 낼 생각하면 살 수 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빨리 재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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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에도 눈이 내린다.

 

아이는 아침부터 무언가 집중하여 놀다가

"잠깐만 눈 좀 보고" 라고 말할 만큼 시선을 빼앗긴다.

 

다시 놀이로 돌아온다.

 

눈을 맞은 우산과 머플러가 젖었다.

 

눈길 위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빠 육교 아래 있는데 보이니...검은 우산 쓰고...지금 멈춰서 등 돌린...어 그 사람"

"네...그게 아빠에요"

 

아이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창문을 넘어

눈 사이를 헤집고 귓가를 직접 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크고 힘차며 무척 상기된 목소리다. 

 

아이는 멀리 인형보다 작은  형체가 아빠라는 사실이, 그리고 그가 잠시 멈춰 자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기한 것 같았다.

 

눈길 위에서  손을 들어 커다랗게 하트를 그려주려고 했으나 우산과 가방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우산과 가방을 던져야 했다.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삶이란 늘 늦게 내리는 첫 눈같다. 

기다리다 포기할 때 쯤 짧게 내리고 그리고 이내 사라진다.

 

그래도 지금 창 밖으로는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창문을 칠하는 느리고 유연한 하얀 붓질. 

 

 

2. 지난 주 몸이 좋지 않아. 맥주를 마시지 못하고 음악만 들었다.

 퀘퀘하고 눅진한 맥주냄새가 찌든 학교 앞 음악카페에서 아주 크게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음악만 들었다.

곡과 아티스트 이야기는 하지 않을 셈이다. 찾아보면 다 나온다. 노래가 맘에 들면

찾아 보시길...

 

3. 루더 앨리슨

 

 

4. 데이브 반 롱크

 

5. 던컨 브라운

 

 

6. 테리 칼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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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패널티킥을 앞 둔 골키퍼'와 같은 심정으로 지내고 있다. 연일 희비가 교차한다. 어깨와 머리는 마치 단단한 돌을 올려 놓은 듯 딱딱하다. 어서 빨리 봄이 되었으면 한다.

 

예전에 여관 생활 1년-보증금 없이 월 30 장기방- 을 끝내고 부산 정착을 염두에 두며 찾아 간 곳이 사직 운동장 근처의 연립주택이었다.

주인 집이 안쓰는 쪽 방을 막고서 만든 전셋방이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내가 살던 집에도 그런 방이 있었다. 과거 나는 주인집 아들이었고 당시 나는 셋방 총각이 된 것이고... 집이 몰락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직장이 있었고 난 어른인 셈이었고 손을 벌리지 않았던 것 뿐이다. 정착 자금이 없었다. 그래서 월급 받아 신나게 쓰고 조금씩 모았던 돈 700만원에 월세 10만원인가를 주고 그 집에 들어갔다.

 

작은 부엌도 한 칸 달려 있었고 세면실은 없었다. 집 밖으로 나가 건물과 벽 사이에 수도 꼭지가 하나 달랑 달려 있었다. 긴 파이프를 달아서 이 닦고 세수 하고, 여름에는 샤워도 했다. 대학생이던 주인집 딸은 내 옆 방이었던 셈인데, 샤워하는 듯 한 소리가 들리면 불을 껐다. 왜 그랬지? 장마철은 진짜 힘들었다. 벽 위로 1M넘게 습기가 올라와 벽지가 곰팡이와 함께 울렁거렸다. 눅눅한 요 위에 누우면 마치 늪 속에 악어가 기다렸다는 듯이 허벅지를 꾹하고 물어버릴 것 같았다.

 

집에는 TV가 없었다. 일부러 TV를 사지 않았다. 컴퓨터도 없었다. 퇴근 이후 집에 들어가면 내가 할 수 있는 도락은 음악을 듣는 것,  책을 보는 것, 담배를 피는 것. 그리고...(^^ 알지?)

 

작은 부엌에서는 라면과 계란 후라이 이외에 해먹어 본 음식이 없다. 그래도 가끔 바퀴벌레는 나왔다. 고생스럽진 않았다. 외롭지도 않았다. 많은 책들을 볼 시간이 있었고, 음악을 매우 쫄깃 쫄깃 들었다. 담배를 하루 두갑씩 피웠지만 폐에도 문제가 없었으니...

 

하숙집 같던 방이 가끔 생각이 난다. 아마 젊은 날이 생각이 나는 거겠지.

 

저 앨범에 있는 '김대중'이라는 가수가 부른 '300/30'이다. 가수 이름을 잊어 버릴리가 없다. 생각해보니 대학교 선배 중에도 그런 이름의 선배가 있었다. 그리 친하지 않았지만 이름을 떠올리니 얼굴이 생각난다. 맑은 목소리와 눈웃음까지.

 

사는게 팍팍해도 젊은 친구들이 씩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용산 참사 고인들의 명복과 수감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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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13-01-21 08:52   좋아요 0 | URL
네..맞네요.ㅎㅎ
 

음반 매장에 간다. 가서 실제로 사오는 음반은 많지 않다. 서울에는 음반 매장도 전문화 되어서 장르별로 좀 더 섬세하게 구매할 수 있다. 클래식이면 클래식, 재즈면 재즈. 레퍼토리가 다양하기 때문에 매장 둘러보다가 혹하는 음반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지방에는 그런 매장들이 없다. 부산에 예전에 서울 풍월당을 벤치마킹했던 클래식 매장이 하나 있었다. 법원 공무원 하시던 분이 퇴직 후 올인했었으나 결국 1년 남짓 버텼다.  

어제 음반 매장을 둘러 보다가 하인츠 홀리거의 바흐 오보에 음반 하나 사들고 나왔다. 뭔가 아쉬어 미적 거리고 있는데 '매크릿 하데로' 라는 싱어의 음반이 보였다. 음반 홍보 문구에 '포크+재즈+아프리카' 이렇게 써있었다. 빌리 홀리데이, 트레이시 채프먼, 조니 미첼. 

이 정도 정보면 대략 음악에 대한 감이 온다. 각각의 음악적 스타일이 동시에 머릿 속에서 화학 반응을 하면서 말이다. 청취대에서 몇 곡을 들어 봤는데... 오옷....꽤 괜찮았다. 포크적 감성에 살아있으면서 재즈적 뉘앙스 역시.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코니 베일레 보다는 훨씬 순박하며 원초적인 느낌을 준다. 올 가을 최고의 발견이다. 꽤 괜찮다. 조만간 여기 저기 라디오 등에서 나올 것 같은데...만약 내 심미안이 틀리지 않다면.  '매크릿 하데로' 라고 읽는단다. 맥릿 하데로 일거 같음. '맥도날드' 아니라 '맥더널'이잖아.ㅎㅎㅎ

 

 

 

 

 

 

   

그럼. 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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